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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정신
로버트 헨리 지음, 이종인 옮김 / 즐거운상상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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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 곧 예술, 예술이 곧 명상

"캔버스에 가까이 다가가야 보이는 형태가 있는가 하면, 한참 뒤로 물러나야 보이는 형태가 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무(nothing)를 캔버스 위에 올려놓고, 몇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유(something)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로버트 헨리는 미술 교육에 대한 하나의 비전을 제시한 인물이다. 우리의 대입 입시를 위한 미술 교육을 생각해 보면 부끄럽고 잘못된 부분이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석고상을 수백 장 그린다고 해서 자신만의 개성적인 작품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현대처럼 '창조성'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는 시점에서는. 

<광고천재 이제석>을 읽었는데, 우리나라 공모전에서 하나의 상도 못 받은 인물이 왜 뉴욕에서는 몇 개월만에 모든 공모전을 싹쓸이하는 결과를 나았을까 많이 이상했다. 몇 개월만에 실력이 급상승했던 걸까, 아니면 우리나라 공모전에 실력 있는 사람이 모여들어 그만큼 더 치열했던 걸까, 아니면 공모전 자체로는 능력 있는 인물을 발굴해 내기 어려웠던 걸까? 하여튼 모든 순간에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데만 골몰하고 자신만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고 있는 이제석은 그 나름대로 로버트 헨리가 얘기하고 있는 '예술의 정신'을 구축하고 있는 사람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석은 로버트 헨리가 '상업적인 평가와 수상제도의 문제점'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에 해당하는 예일 것이다.

이 책은 흡사 시선집이나 명상집, 법정 스님의 <무소유> 같은 걸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우리나라 전통 미술에서 볼 수 있는 '여백의 미'가 느껴졌다. 그것은 이 책이 곧 미술을 하려는 사람만이 읽도록 만든 책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에 대한 자세를 인간이나 사회로 바꿔봐도 읽는데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대입해서 적용해 봐도 모든 것에 적용 가능한 말들이었다. 그것은 로버트 헨리가 미술에 대하는 자세가 정직하고 성실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감수성을 개발하고 상상력을 키워라', '인물에 대한 애정이 먼저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모든 사람은 예술가 기질이 있다', '예술은 사물의 질서와 상대적 가치를 배우고 이해하는 것이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명상록 같은 깊이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예술의 정신'에 대한 내가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이 책은 화가의 입장에서 어떤 걸 습작하고 어떤 마음의 자세를 갖고 그림을 그리고 싶게 만드는 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을 뿐, 그 이상의 지적인 재미를 주고 있지는 않은 게 한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로버트 헨리가 지은 것이 아니라 <논어>처럼 로버트 헨리가 한 말이나 강의록, 편지 같은 것을 모아서 펴 낸 책이라 이해하는 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중간에 '그림 비평에 관한 편지' 부분을 보면 누군가의 그림을 비평해 주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그 그림에 대한 정보가 실려 있지 않기 때문에 눈 뜬 장님처럼 그저 막연히 읽어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책으로 번역이 되면서 삽입된 대가들의 실제 그림이 아니라면 책의 이해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로버트 헨리도 예술가로만 국한해서 얘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 생활하면서 그 하루하루에 충실하며 명상을 한다면 누구라도 그 순간 예술가가 될 거라고 말한다. 미술을 포함하는 예술이 실생활과 멀지 않음을 꿰뚫는 식견이라 할 수 있다.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을 보면, 세상에서 위대한 사람들이 이성이나 감성의 어느 한 부분만 자극을 주고 발달시켰던 것이 아니라 설명하고 있다. 이성이나 감성, 즉 좌뇌와 우뇌가 활발하게 상호교섭, 상호작용을 할 때만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이 약해져 슬럼프에 빠진 미술지망생뿐만 아니라 더 큰 이상을 품고 무언가에 도전하려는 시점에 있는 사람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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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똑똑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미술은 똑똑하다 - 오스본의 만화 미술론 카툰 클래식 13
댄 스터지스.리차드 오스본 지음, 나탈리 터너 그림, 신성림 옮김 / 서해문집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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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조의 요약 정리본 

이 책은 시대에 따라 미술사조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살피고 있다. 책 뒤편에 소개글을 보면, "이제까지 미술계에 벌어진 논쟁을 빠짐없이 언급하면서도 간결함과 재미를 잃지 않는다",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에게 꼭 필요한 입문서"라고 되어 있다. 대체로 맞는 말이다. 단지 너무나 간결하게 요약, 압축되어 미술사조의 '요약 사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는 점이다. 미술사조나 인문학적, 철학적, 사회학적인 이론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이 책을 더 깊이 있고 폭넓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입문서'라는 말처럼 미술사조의 뼈대를 잡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 속에는 많은 미술 이론과 미술가, 비평가, 사상가들이 나오는데, 그것은 단지 '미술'에만 국한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학과 사회, 철학 등을 아우르면서 핵심적인 사상 변화를 서술하고 있다. 그 시대의 패러다임을 대표하는 인물의 말로 설명되고 있는데, 그 인물의 저서를 읽지 않으면 깊은 이해가 불가능하다. 사상가들의 저서에서 핵심 구절을 뽑아 내어 보여주는 것은 실제 이해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여튼 미술 이론의 논쟁이 한 두 줄로 설명되고 있기 때문에 미술사조가 어떻게 발전되고, 어떤 한계가 있어서 쇠퇴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부족해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책 속에서 코믹한 그림이 나오고 저자가 미술가나 사상가들과 논쟁되는 이론을 얘기하는 부분들이 나온다. 만화보다는 실제 미술 작품이 실려 있다면 책을 이해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이라 대충 이해는 되었지만 가끔 어떤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미술 작품을 패러디 하여 코믹한 요소를 첨가하고 있지만 그 유머에 공감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저번에 서평책으로 선정되어 읽었던 <마크 슈미트의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에 있던 만화가 연상되었다. 이것도 문화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이해의 한계일까? 

그래도 그 무수한 미술론들을 이렇게 얇은 책으로 요약할 수 있다는 게 대단했다. 그것도 중간 중간에 만화나 대화들이 삽입되어 실제로 미술론을 설명한 부분은 적었는데도 말이다. 그만큼 핵심만 뽑아서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미술 이론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책의 목차 부분을 보면 미술 이론으로 어디까지 봐야하는지 그 범위를 예상할 수 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비슷해서 헷갈릴 수 있는 미술 이론들을 분명하게 구분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초현실주의와 다다이즘, 추상미술, 반예술 같은 이론들은 언뜻 비슷해서 구분하기가 어렵지만 이 책에서는 대표하는 이론가들을 통해 어떤 부분이 다른지 설명해 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뜬구름을 잡는 기분이 드는 건 순전히 나의 배경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사조의 요약 사전이라고 한 것처럼 다음에 그 부분이 헷갈릴 때 다시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았다. 

이 책의 뒷 부분에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사상이 정리되어 있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은 짧은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량이 할애되어 설명되고 있다. 그 부분이 특히 재미있었다. 그것은 최근 우리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을 설명하고 있는 부분은 미술 이론보다는 더 포괄적인 이론들을 다루고 있는데, 그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미술 작품을 직접적으로 논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현대 미술의 현상에 관심이 높다면 이 책에서는 부족함을 느낄 것이다. 최근 전시회에서 본 '키스 해링'이나 '훈데르트바서'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미술가에게도 관심이 있어 더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 서평책으로 선정된 <예술의 정신>을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오스본의 만화 미술론>이 미술 이론들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면, <예술의 정신>은 화가가 지녀야 할 마음의 자세를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튼 복잡한 미술 이론들을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면 이 책을 훑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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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 - 고형욱의 영화음악 오디세이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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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에 잠기다 

책을 읽는 내내 귓속에서는 음악이 들려왔다. 책에서 영화 음악을 선별해서 담은 CD가 있었지만 그것을 틀지 않아도 책을 보는 내내 내 주위에는 음악의 막이 가로 놓여 있는 것 같았다. 그 속에서 옛날의 추억 속으로 잠겨들었다.  

고전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그 이름값 만큼 많이 들어왔고 알게 모르게 영화 음악과도 친숙해진 모양이었다. 책 속의 내용들과 유명한 음악들이 알만한 것들이라 반갑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다. 책을 읽는 부분의 음악들이 바로바로 흘러나왔으면 하는 심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알만한 것들이라도 확실하게 듣기 전까지는 어렴풋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OCN에서 다시 반영을 해서 보게 된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그 중간에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상영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유명한 주디 갈런드가 'Over the rainbow'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정말 세계사적인 고전 영화는 현대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반복되고 패러디 되어 변주된다. 새로운 색깔을 덧입으면서. 

이 책은 고전으로 평가되는 영화의 줄거리를 말하면서 영화 음악을 소개하는데, 그 외에도 감독이나 음악 감독, 캐스팅에 대한 여러 비화들을 얘기하고 있어서 소소한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주디 갈런드가 더 어린 소녀로 바뀔 뻔한 일, 실베스터 스탤론이 <록키>를 찍을 때는 무명이었다는 거, 게다가 <록키>의 시나리오를 자신이 주인공으로 해서 직접 썼다는 점 등도 재미있는 일화였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내 기억이었다. 분명 본 것은 맞는데,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 만큼 내용이 기억나지 않거나 음악이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 그 영화를 누군가와 같이 보기도 하면서 여러 추억들이 있었을 텐데... 좋은 영화들은 역시 두 세번 봐야 기억에 남는 것인데,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서 내가 서울에서 살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지은이가 사는 서울에서는 여러 영화제를 통해서 영화관에서 예전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고형욱은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주 영화의 추억 속에 잠기는 시간을 갖는다.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발달해도, 자기 집에 작은 영화관을 마련해 놓는다고는 해도,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의 참맛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의 장면이 눈에 한 가득 차오르고 영화의 음악이 귀를 가득 차오르고... 그렇게 영화 속에 깊게 잠겨들게 되는 즐거움을 말이다.

고형욱은 서울에 존재하는, 존재했던 영화관의 역사를 두루 겪어왔던 사람이다. 자신 또한 무수한 영화 DVD, 음악 LP판들을 소장하고 있는 수집가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좋지만,,,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과 지식을 이용해서 한국 영화관의 산 증인으로서 영화 산업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을 제작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보았다. 솔직히 이 책만으로는 영화의 줄거리와 음악에 대한 단편적인 서술이라서 기대를 한 만큼 아쉬움이 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영화 음악들은... 영화 <바그다드 카페>의 'Calling you'이다. 풀 한포기 없는 삭막한 들판에서 바람에 모래가 흩날리면서 들려오는 깊게 울리는 여자의 목소리, 그 속에는 깊은 한과 외로움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영화 <원스>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자극적이거나 빠르지 않지만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음악이었다. 우리나라 영화 중 <외출>에서 나오는 '길'은 쓸쓸한 회색빛 미래를 그리고 있어서 허무한 감정이 들게 만들었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낙엽이 떨어지는 것 같은 음악들도... 그러고 보면 뭔가 우울하고 허무한 음악만을 좋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묵혀 있던 기억들이 떠올라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좋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입에 한 가득 물고 있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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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슈미트의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마크 슈미트의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 - 당신을 속여왔던 대중문화 속 주인공들의 엉큼한 비밀, 개정판
마크 슈미트 지음, 김지양 옮김 / 인간희극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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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고도 불편한 이야기들 

먼저, 눈이 움푹 들어가고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듯한 저자의 얼굴이 다소 엉뚱해 보였다. 웃으면 코와 입 주위에 깊은 주름이 만들어질 것 같은 저자는 장난끼가 다분한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마크 슈미트라는 작가의 인상처럼 글 내용도 엉뚱하면서도 반가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불편하면서도 낯설었다.    

저자는 다방면에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영어를 가르치면서 아시아 곳곳을 이사 다녔고 짧은 만화를 그려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나름대로의 독특한 분석을 시도하여 글을 썼다. 마크 슈미트는 어디에도 안주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고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라는 책 내용 또한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저자의 자유로운 사고를 보여주었다.  

분명 책 내용은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스머프 마을을 이상적인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공동체로 보고 공동 생산과 분배 방식이 평등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분석한 부분이었다. 마크 슈미트는 가가멜을 사회주의를 무너뜨리려는 자본주의의 횡포로 보거나 어떤 스머프에게는 동성애적인 요소가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반가웠던 점은 마크 슈미트가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하며 지낸 적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책 곳곳에서 한국에 대한 이야기들이 짤막하게 등장한다. 특히, 한국의 햇볕 정책에 대해서 영화 <친구>나 <태극기 휘날리며>를 갖고 설명한 부분은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제 3자, 외국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평가라는 점이었다. 한국의 모든 조폭 영화는 외국인에게 먼저 남한과 북한의 분단과 관련된 코드로 읽힌다는 점, 그래서 <쉬리>라는 영화가 외국에서도 흥행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이라고 하면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로 남아 있는 만큼 예술 문화에서도 그런 소재를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는 것이다. 아직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모르므로. 그리고 한국에 대한 특수한 이해가 있어야 남한 사람들이 갖는 북한에 대한 양면적인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 만큼 우리는 스스로 북한을 위협적인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 단지 핵을 가지고 미국과 협상하는 게 한 민족으로서 당당해 보이기도 한다는 점, 통일이 되면 오히려 세금이 많아져 우리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제 3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남한과 북한은 우리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복잡한 관계를 그리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불편한 감정을 느낀 것도 사실이었다. 제 3자니까, 외국인이니까, 그게 사실이라도 우리를 깊숙히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거리감이 생겨버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에서는 일본에 대한 우리 한국인의 태도에 대한 점도 나오는데, 일본을 좋아하지만 정말 싫다는 감정을 드러낼 때마다 외국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마크 슈미트는 일본과 우리 역사에 대해서 임진왜란이나 일제강점기를 알고 있고 독립기념관에서 일본이 우리에게 고문과 위안부 등 얼마나 악독한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을 얼만큼 이해하고 공감했는지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말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사실적인 이해를 하면서도 우리가 일본에 대해 드러내는 감정이 히틀러의 유태인 말살정책에서 느껴지는 인종적인 차별주의가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제 3자의 외국인의 시각이 솔직히 드러나는 것이므로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았다. 우리는 일본에 의해 우리의 한글을 없애고 창씨개명까지 해야 했던 것이 유태인이 말살정책 같은 것을 당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외국인에게는 현재의 반일 감정이 오히려 인종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지다니,,, 이게 일반적인 외국인의 시각이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것이 일본이 그동안 갖고 있던  외국에서의 위상일까? 세계가 좁아졌다고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아직도 먼 존재들인 것 같았다.

이 책에서는 동성애, 특히 '게이'에 대한 용어가 시대에 따라 어떤 변화를 보이는 지 살펴보는 부분이 흥미롭게 읽혔다. 단지 그것이 영어의 단어 변천을 설명하는데 더 힘을 쓰는 것 같아 아쉬웠지만 말이다. 왜냐면 그 부분을 '사우스파크'라는 외국 만화 시리즈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그 시리즈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단편적인 이해밖에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걸 보지 않아도 이해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전반적인 문화적 차이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외에도, 영화 <해리포터>와 <엑스맨>이 유전적인 요소가 인간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 그 운명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라고 공통점을 논한다. 디즈니 만화에서 여성의 역활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설명하는 부분도 있었다. 백설공주에서 인어공주, 뮬란으로. 이 외에도 슈퍼맨의 변명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희화화하고 있었고 브랏츠 인형을 가지고 어린 여자 아이들도 어른처럼 꾸미고 다니고 그것이 소비 사회에서 어른에 의해 조장된다는 것을 비판하기도 한다. 

마크 슈미트가 스머프나 한국의 햇볕 정책 등을 바라보는 사고는 재미있었다. 알지 못했던 외국인의 시각이나 '게이'에 대한 용어 변천사는 우리나라에서 한 단어가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가 어떻게 나쁜 의미를 가지게 되는지, 그리고 청소년들이 자신들만의 감정을 나타내기 위해 은어를 어떻게 사용하는 지를 보여주는 외국의 한 예였다.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실망스럽고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몇몇의 대중문화를 읽어내고는 있지만 그 분석은 사실 단편적이었다. 짧막한 글들은 한번에 읽어내리기는 쉽지만 그만큼 많은 내용을 풍부하게 담아내고 있지는 않았다. 그것이 저자가 많은 곳을 이사다니며 방랑 생활을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음에는 어떤 주제 아래에서 조금 더 포괄적인 분석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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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콘서트>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건축 콘서트 - 건축으로 통하는 12가지 즐거운 상상
이영수 외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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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종합예술의 하모니

이 책은 프롤로그에서는 ‘건축가’에 대한 내용을, 에필로그에서는 ‘건축’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전체를 아우르며 구성에 대해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그 사이에는 총 5장으로 나뉘어 건축에 대한 집중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건축의 상상력과 공간의 탄생, 빛과 색의 관계,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건축의 생태적인 소통방식, 그리고 디지털 기술로 인한 건축의 미래상이 다뤄지고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건축가와 우리나라의 근대 건축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유명한 건축물이 있었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현대건축가로 불리는 박길룡의 <화신백화점>이 지금 봐도 큰 규모였을 거라고 짐작되는데, 그 당시에는 얼마나 큰 문화적 충격이 되었을지 상상할 수 없었다.

먼저 1장은 ‘상상하라, 끝도 없이!’다. 신화나 만화, 영화, 미술 등에서 등장하는 공간에 대한 다양한 상상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특히, 그러한 엉뚱한 상상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어떻게 현실화 되었는지 실제의 예를 들면서 밝히고 있다. 해바라기처럼 태양을 따라서 조금씩 움직인다는 건물이 무척 신기했고 생활에 필수적인 것들이 있는 네모난 박스를 기하학적으로 쌓아 언제든 옮길 수 있는 아파트가 있다는 사실은 사진을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미래에 지구의 재난을 대비한 노아의 방주인 ‘릴리패드’는 침몰할 걱정 없이 살아보고 싶은 작은 소도시였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던 챕터였다

그 다음 챕터에서는 건축가 자신이 직접 디자인했던 여러 실제적인 예를 들고 있어서 창의적인 상상이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지 실질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이어리 하나까지도 자신의 편의에 맞추어 디자인 해 보고 명함 하나까지도 사람에게 기억될 수 있게 만드는 디자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2장은 건축 공간의 탄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담양의 소쇄원을 가본적이 있어서 그때 들었던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귀를 꽉 채우는 것 같았다. 특히, 부석사에서 무량수전까지 들어가는 경로를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는 부분은 흥미로웠다. 기승전결이라는 문학적 구성을 끌고 와 부석사의 각 요소가 주변 환경과 관계 맺으며 전체를 이루는 모습이 환상적으로 다가왔다. 산에 있는 절을 다니면서도 생각해 보지 못 했던 부분이라 다음에 절을 다시 찾아가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3장은 건축의 빛과 색의 관계를 말하고 있다. 여기서는 특히, 설치 예술가인 브루스 먼로가 만든 ‘시디 바다’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4만 제곱미터의 넓은 땅을 임대하여 60만장의 시디로 바다처럼 구불구불하게 깔아놓은 것인데, 낮에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밤에는 달빛에 비쳐 은은한 빛을 뿜어냈다고 한다. 그리고 2개월 후에 철거되었다고 하는데, 그 어마어마한 예술 작품이 그냥 사라져버렸다니 무척 아쉬웠다. 나도 그 시디 바다를 실제로 보고 싶어졌다. 빛과 색의 화려한 향연이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4장은 건축의 현재성으로 점점 더 생태적인 요소를 접목하려는 여러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5장은 디지털 시대에 구현된 건축의 발전 모습을 여러 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여러 건축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비정형적인 복잡한 건축을 실제로 만들어 내는데 여러 기술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있는지 전문적인 직종의 예로 설명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들과 앞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기하학적인 미래형 건축물들이 눈을 즐겁게 한 책이었다. 서로 내용이 겹치는 부분이나 똑같은 건축물을 예로 든 점은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다. 뒤로 갈수록 건축 자체보다는 건물의 외양에 치중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건축의 기본적인 내용을 모두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건축’이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조합이 있어야 가능한 종합예술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건축가 김수근이 건축의 모든 것을 압축하여 나타낸 말이 가슴을 오래도록 두드렸다. 

“나의 집은 자궁입니다. 내 집은 자궁이고, 자궁의 집은 어머니이며, 어머니의 집은 가옥이며, 집의 집은 환경입니다. 집을 주택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환경입니다. 환경은 철학적으로 공간이 되겠는데, 공간은 집의 집의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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