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으로 성숙해진 사람의 특징은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한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얼마나 작고, 자기 인식 세계가 얼마나 협소한지 알기 때문에 그는 교만할 수 없습니다. 그에 비해 육에 이끌리는 사람은 자기가 아는 세계가 전부인 양 처신할 때가 많습니다. 자기가 만든 틀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은 배제하고, 혐오하고, 폭력적으로 제거하려 하기도 합니다. - P20

자기가 바른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 속에는 대화를 거부하는 완고함과 정신적 태만함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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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방 교회 이야기 - 동네 사람, 동네 목사의 파란만장 교회 개척 이야기 동네 교회 이야기 시리즈 4
신재철 지음, 강신영.김주은 그림 / 세움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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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이야기입니다. 한 사람의 삶은 단편적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현재 그 사람의 행동과 태도는 자신의 존재에 기반합니다. 그 존재는 타고난 성향과 함께 오랜 시간 형성된 것입니다. 결국 한 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서사를 듣는 것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원칙과 목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교회를 알기 위해서는 교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교회를 시작할 때의 첫 마음과 그것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력과 유익을 주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말입니다.


교회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세상보다 더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교회에 있는 사람들에게 종종 보이는 이중성 때문입니다. 탐욕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 거룩하며 순수하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온갖 술수가 가증스럽습니다. 배려와 공감을 말하는 사람이 약한 사람의 고통에 무관심할 때 우리는 좌절을 경험합니다.


그렇기에 좋은 교회, 아름다운 교회,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는 교회의 이야기가 많아져야 합니다. 그 이야기는 교회의 이야기이며, 그 교회를 일구어 가는 사역자의 인생이 담긴 이야기일 것입니다. 신재철 목사의 『만화방 교회 이야기』에서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살아내는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저자는 소소한 일상에서 하나님을 위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의 이야기는 거창하거나 추상적인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 않습니다. 지금 현재 이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이며 실제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러한 고민은 삶의 치열함으로 나타납니다. 고단한 삶의 연속이지만, 목회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을 우리는 행간에서 읽어냅니다. 저자에게 사랑과 섬김은 몸에 밴 자연스러운 반응과 같습니다.


교회는 자신들을 위해 벽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소통하기 위해 담을 허물어야 합니다. 자신들의 존재를 위해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고 선 긋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사랑하고 섬기기 위해 환대하고 포용해야 합니다. 그러한 애씀은 자연스럽게 이웃들에게 보이고, 서서히 그들을 사랑으로 적셔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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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의 말들 - 들리지 않는 것까지 듣기 위하여 문장 시리즈
박총 지음 / 유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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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것과 듣는 것은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읽기가 어느 정도 수동성이 있긴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부분만 읽을 수도 있고, 속도를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듣기는 절대적으로 수동적입니다. 온전하게 마음을 쏟지 않으면 그 사람의 의중을 알아챌 수 없어 진정한 소통을 하지 못합니다.


듣는 척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낱 물건이 되고 맙니다. 아무리 읍소하고 힘겨운 상황을 설명해도, 자신의 이야기만 반복합니다. 전혀 상대방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습니다. 도무지 선택할 수 없는 선택지를 펼쳐놓고는 무조건적으로 그것을 선택해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반면 듣는 사람은 몇 문장만 이야기해도 의중을 알아차립니다. 평소에 듣는 것을 잘 훈련한 사람은 상대방을 존재로 인식합니다. 말 자체의 메시지보다 그 이면에 있는 마음의 요동을 듣습니다. 상대방의 외로움과 고립감, 분노와 막막함을 알아주며, 그 감정이 풀릴 때까지 계속 들어줍니다.


『읽기의 말들』을 통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선물한 박총 작가는 이 책 『듣기의 말들』을 통해서도 우리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저자는 듣기에 관한 말들이 수집되었음에도 자신이 듣는 존재가 되지 못했기에, 그러한 존재가 되기 위해 6년의 시간을 기다리며 이 책을 준비합니다.


저자는 단순히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다양한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가령, 음악, 생활 소음, 자연, 내면, 약자, 통념 등 우리가 들어야 할 소리, 듣지 않아야 할 소리를 모두 다룹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말들도 역시나 책과 함께 사람, 자연, 세상 등 모든 것을 아우릅니다.


비교와 경쟁이 극대화된 세상에서 슬픔까지도 비교 당할 때가 많습니다. 너의 아픔은 매우 작고, 나의 고통이 훨씬 크다고 말합니다. 울고 있는 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 반복합니다. 이는 그 사람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는 행위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듣기는 비교급을 사용하지(25)" 않습니다.


저자는 듣는 그 자체에 치중하기 보다 지금 현재 우리에게 일어나는 고통의 현장에 관심을 가집니다. 간접적으로나마 아픔의 말들을 독자들에게 대신 들려줍니다. 사회에서 고통 당하는 약자들의 그 울부짖음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약자들의 목소리는 어느새 큰 울림이 됩니다. 듣는 그 순간뿐만 아니라 그것을 간직하며, 그 존재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허락하는 것. '나'로 꽉 차버린 마음 한편에 '너'를 위한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듣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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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슬픔만 위로받는 세상을 만들지 말자. 위로가 사치일 정도로 하찮은 슬픔은 없다. 아무리 사소한 슬픔도 "네 슬픔을 들려줘"라는 말을 들어야 안식에 들 수 있다. 듣기는 비교급을 사용하지 않는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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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의 말들 - 오늘도 계속하기 위하여 문장 시리즈
강민선 지음 / 유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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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모호합니다. 그냥 좋으니깐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글쓰기와 책 읽기는 부담스럽습니다. 글이 차곡차곡 모여질 때마다 마음의 무게도 더 커집니다. 혹여나 실수하거나 곡해한 것은 없는지 돌아봅니다.

한낱 돈 몇 푼의 가치로 인간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차단한 채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위한 교묘한 술책을 마주한 순간, 인간에 대한 모든 신뢰를 잃어버립니다.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 여전히 읽고 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읽고 써야만 살 수 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순간 신비로운 일이 일어납니다. 상처와 쓰라림은 그대로지만 설명할 수 없는 희망이 샘솟습니다. 그러한 꾸준함이 지금까지 저를 살아있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 『끈기의 말들』의 강민선 작가는 1인 출판사 '임시제본소'의 대표로, 2017년부터 홀로 책을 직접 쓰고 만들어 출간했습니다. 저자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삶을 떠올리며 글을 써 내려갑니다. 쓰지 않아야 할 이유가 많았음에도 매일 쓸 수 있었던 동력이 무엇이었는지를 말해줍니다.

저자는 글을 쓰고 책을 만들어낼수록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음을 회고합니다. 그러면서 그러한 압박감과 무게감이 글을 쓰면 쓸수록 희한하게 가벼워졌음을 고백합니다. 쓸수록 무거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끈기의 행위는 덜어내는 과정이었음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끈기라는 것이 처음에는 그저 '참고 버틴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느껴졌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준비하고 써가는 과정 중에 끈기는 훨씬 품이 크고 넓은 말로 다가왔음을 이야기합니다. 끈끈한 기운, 기꺼이 하고 싶은 마음, 변하지 않는 품성, 끝까지 해내려는 의지, 지키고 싶은 사랑과 같이 말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당황스러운 공격들 앞에서 일상이 침해 당할 때, 그럼에도 일상을 지켜주는 힘은 읽기와 쓰기입니다. 마음이 무너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에도 여전히 나를 지켜주는 것은 읽기와 쓰기입니다. 그러면서 그 글은 더욱 깊어지고 농익어갑니다.

책과 영화, 인터뷰 등을 통해 건져낸 '끈기의 말'들은 괴로움의 순간에도 포기하지도 단념하지도 않게 만들어줍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점점 빛나게 될 것입니다. 듣지 않고 존중하지도 않는 배려 없는 세상에서, 한낱 숫자들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가운데서도, 분명 끈기의 태도는 세상에 더욱 가치 있는 말을 건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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