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돼지 같은 게 욕을 해
밤에 딸을 데리러 평촌 학원동네에 가면
학원차와 학부모차가 뒤엉켜 정신없다 .
하루는 주차 자리가 없어서 늘 그렇듯
대충 세우고 기다리는데 무쏘가 지나쳐 내 앞으로
우회전으로 나가는데 조수석에 앉은 “돼지같이 생긴 ”중년 여자가
오만상을 쓴 채 삿대질을 하면서 뭐라고 욕을 했다 .
경음기를 울렸으면 차를 뺐을 텐데 아무 요구도 없이
들입다 욕을 하니까 기분이 더러웠다 .
그런데 빨리 가버려서 내려 싸울 틈도 없었다 .
기분이 잔뜩 상해있는데 딸이 오길래 툴툴거렸다 .
“아우, 씨~돼지같이 생긴 게 왜 욕을 하구 지랄이야?”
그랬더니 딸이 핵심을 짚었다 .
“ 엄마! 돼지에서 화가 난 거야 ? 욕을 해서 화가 난 거야 ?”
“ 당근 돼지지!소지섭이나 주진모가 욕을 했으면
내려서 뛰어가서 사과를 하지 . “
“ 음, 그럼 결국 동족상잔 ?돼지같은 ? ”
“ 음, 그렇군 . ”
그렇다 . 지드래곤이나 손담비나 윤미래가 욕을 했어도
용서해줬을 거다 .
2. 구라만이라는 사람
구라만, 나는 이 친구를 민노당에서 알게되었다 .
그동안 특별히 나쁜 일도 없었고 가끔 식사도 하는 그런 사이다 .
그러나 이 친구에 대해 잘 알지는 못 한다 .
어느 학교 다녔고 생일은 5월 18일 이라는 것 정도 안다.
그런데 내가 민노당 보궐 선거 문제에 문제제기를 했더니
“벌집을 들쑤셔” 놨다고 모욕을 준다 .
그러더니 , “들쑤시다”는 “ 나쁜 뜻으로 쓴 게 아닙니다.
'조용함을 깼다'는 뜻 정도. 들 쑤신 이 = 유**, 반**, 최**,
이**, 소***, 그** 등등 “ 이라고 변명한다 .
정말 “ 들쑤시다 ” 가 그런 뜻을 가지고 있는지
http://www.korean.go.kr/08_new/index.jsp 국어 연구원 ‘관용적 표현’에서
찾아보라 . 그런 뜻으로 써도 되는 속담이라면 그건 정말 잘못 알고 있는 거다 .
중학교 2-2 생국에서 ‘관용적 표현 ’ 이란 단원이 있는데
만일 ‘벌집을 들쑤셨다’ 가 '조용함을 깼다'는 뜻이라고 가르친다면
그래서 그 학생이 중간고사에서 가르친대로 답을 쓴다면
학부모가 찾아와서 ‘개*랄’ 을 할 게 틀림없다 .
정답은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공연히 건드려 큰 화근을 만들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문제제기를 해서 공연히 짜증난다>는 뜻으로
썼을 거다 . 아니라면 왜 아닌지 해명하길 바란다 .
진보신당에서는 , 위원장단이나 운영위원단(이게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 )이
하는 일은 문제제기 하지 말고 ‘입 닥치고 당비내고 시키는 거만 해야’ 하는가 ?
여러가지 사정으로 당비만 내고 몸으로 참여 못하면
말할 자격도 없는가 ?
3. 사람은 무서운 존재다
내가 학교 다닐 때, 우리 학교는 비운동권이었다 .
더구나 나는 삶 전체를 바쳐 하고 싶은 일이 있었으므로
거리로 나서지 않았다 .
그러나 그렇게 소극적으로 산 게 너무나 비겁하게 느껴서
심기일전으로 반월공단에 갔지만 건강문제로 얼마 안가 접어야 했다 .
그렇게 내 밥벌이만 하고 살아온 게 미안해서 민노당에 갔다가
진보신당으로 오는 과정을 밟다보니
가끔 내가 남긴 발자국을 돌아보게 된다 .
하지만 별 후회는 없다 .
나는 진보신당이 아니라 하더라도
가치 있는 삶에 존경심을 가졌을 것이다 .
그냥 밥벌이 열심히 하면서 남에게 신세 안지고 사는 것보다는
더 올바른 길이 있다고 믿었으며 이 믿음은 지속될 것이다 .
지금 내가 밥벌이하는 것보다 만 원짜리 당 생활이 더 가치 있는 거라고 믿는 건
아직은 변함없다 . 그래서 나는 같은 당원에게 그런 모멸감 주는 말을 들었어도
가벼운 중이 떠나야지, 하고 나가지 않는 거다 .
나잇살이나 먹어서 경망스럽다고 욕먹을까봐 겁나서가 아니다.
내 실존에 대한 성찰을 진행 중이라서 그렇다 .
이 성찰은 그냥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과
가끔은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발견 덕분이다 .
나는 가족과 동창들과 각종 커뮤니티 회원 벗들,
나를 먹여 살리는 의뢰인들, 피트니스 친구들, 여행 동반자들,
당원동지들 같은 인간 전반에 대한 애정을 이어가려고 애쓴다 .
이런 사회 구성원들이 바로 골방에서 독서와 음악감상,
텃밭 가꾸기 정도로 삶을 유지하려는 안일함을 질타하는 스승이란 걸 안다 .
늘, 사람이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비극적 세계관을 극복하려는 건
내 자식이 살아갈 , 인간다운 세상 만들기에 대한 어미의 의무 때문이다 .
4.남이주당원
최근에 한 사람이 ‘별없는 밤’이 누군지 아냐고 문자를 보냈다 .
내 대답은 "X"
근데 엊그젠가 또 남이주당원이 ‘별없는밤’님을 아냐고 묻는다 .
“ 아뇨 .모르는데요 . 실명이 뭔데요 ? ”
모른단다 .
나는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 .
근데 왜 두 사람 씩이나 나에게 그걸 묻는지 모르겠다 .
그래서 생각난 건데 남이주당원은, 생태위원회 일로 몇 번 만났다 .
예쁘고 싹싹하고 귀엽다 .
그런데 당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꾸 남당원에게
사과를 하라고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
게시판에서 사과를 한 것 같은데 흡족해하지 않는 눈치다 .
모든 사람을 이해시킬 수는 없으니까
싫으면 그만인 거지만 게시판에 보니까 남당원은 열심히
활동하고 싶어 하는 기색이다 . 하지만 반응은 좀 냉담해보인다 .
이런 공동체 생활에서 괴로운 건 바로 <냉담한 반응>이다 .
남당원이 동생 같아서 하는 말인데,
“사정은 모르지만 사과를 받아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만나서 그들이 원하는 수위의 사과를 하는 건
어떨까요 ? 게시판에서 일일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야
상관없는 사람들이 이해 못 할 거고 구차한 일이니까
당사자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그렇게 완전히 묵은 감정, 오해, 고까움을 풀어야
남당원이 차후에 명랑한 당생활을 할 거 같은데요 . “
5 . 사과하는 바위처럼 ?
민노당에 ‘바위처럼’ 이라는 사람 있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
이 사람도 좀 아는 사이다 .
근데 민노당과 분당 시절에 이 친구가 얼마나 심상정, 노회찬,
홍세화, 조승수, 그밖에 분당파를 욕해댔던지 아주 지긋지긋했다 .
탈당하고도 여전히 민노당 친구들과 만나서 식사도 하고 친교를 나누지만
이 친구만은 만나지 않는다 . 그 입질에 올라가면 남아나지 못하며
어떻게 그렇게 아전인수로 욕을 하는지 그때 나는 인간의 증오심에 절망을 느꼈다 .
그런데 민노당 지지선언을 부탁했다는 안동섭, 임미숙도 웃기지만
바위처럼이 가장 웃기다 . 그렇게 ‘ 인간같지 않은 진보신당 탈당파’를 욕했으면서
뭘 구차하게 지지해달라고 한단 말이냐 ? 그리고 만일에 도와달랠 거면
적어도 “그때 상황이 그래서 그런 건데 미안하다 .
지나간 거 반성한다 “ 정도 사과는 하고 지지부탁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민노당 안동섭 지지하자는 사람들은 민노당과 과거 얘기는 하지 말자는데
아무리 일본과 무역을 해도 식민지 시절을 잊을 수는 없는 거다 .
과거는 발자국 같은 거니까.
나는 이 민노당 친구들을 보면 새삼,
사람이란 게 무서운 거다, 하는 인식을 한다 .
(어쩌면 바위처럼은 , 지지부탁하지 말자고 했을 거 같다 .꺾이기는 해도
굽히는 건 더 비굴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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