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후테후장에 어서 오세요
이누이 루카 지음, 김은모 옮김 / 콤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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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은 지형의 높낮이가 들쭉날쭉한 동네에 가면 눈에 띄는 고지대 꼭대기 부근에 있었다. 소개 자료에 적힌 버스 정류장에서 걸어서 십 분 정도 걸렸다. 주변에 인가가 별로 없었고, 몇 안 되는 집도 바다에서 불어오는 갯바람을 맞아 함석지붕에 녹이 슬고 낡았다. 그래서인지 목조 건물 '테후테후장'은 오래된 유물 같았고, 그것이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 '1호실' 중에서

 

 

연립 주택에는 유령들이 같이 산다

 

연립 주택 테후테후장에 입주한 여섯 명의 세입자들은 각자 결핍된 뭔가가 있어서 다양한 형태의 좌절을 맛본다. 시험 울렁증으로 취업에 실패하고, 태생적으로 남상인 외모를 바꿀 수 없으며, 전과 기록은 지울 수도 없고, 자신이 원하는 직업의 결격 사유가 되는 난치병이 찾아온다거나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그런 사람들이다.

 

쉽게 풀리는 일 하나 없는 이들이 모든 건 세상 탓이라고 등을 돌려 버리는 모습마저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같은 방에 사는 유령들은 그들에게 위로는커녕 저마다 입바른 소리로 신경을 긁어 댄다. 이만한 정신력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느냐며 다친 마음에 오히려 소금을 뿌리고 질책한다. 누구에게나 나름의 자리가 있고, 그것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면 이루지 못할 바가 없다면서 말이다.

 

작가 이누이 루카는 홋카이도 삿포로 출생으로 대학에서 일본 문학을 전공하고, 은행과 관청에서 일하다 어머니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처녀작 <밤 산책>이 슈에이샤에서 주최하는 노벨대상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 단편 <여름 빛>으로 제86회 올요미모노 신인상을 수상하며 정식 데뷔하였고, 이듬해 소설집 <여름 빛>을 발표했다. 2011년 연작 소설집 <메구루>로 제13회 오야부 하루히코 상 후보에 올랐

 

 

 

 

 

 

 

 

다카하시 신이치는 지금도 여전히 구직 활동 중이다. 그는 화장실 겸 욕실, 부엌이 딸려 있는 원룸에서 산다. 다다미 8장 짜리 작은 방(약 4평)이다. 인근에는 걸어서 3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지하철 역이 있다. 이 방은 월세 7만엔, 관리비 5,500엔인데, 벌써 졸업하고 거주한 지는 석 달이 좀 더 지났다.

 

그는 열심히 구직 활동을 했다. 하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시험 울렁증이 심해서 필기시험 때마다 본래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 정도도 발휘하지 못했다. 운좋게 면접을 보러 가는 날이면 늘 손에 땀이 흥건했다. 졸업한 지 반년이나 지났건만, 취업에 성공하지 못했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사라지고 싶은 심정이다.

그는 지금까지 받은 불합격 통지서가 무려 세 자릿수를 넘겼다. 그는 이제 무기력에 빠져 봄부터 취직은접고 단기 아르바이트와 일용직 인력 시장에 나가 그날그날 먹고 살았다. 하루는 다녔던 대학의 학생부에 들러 하숙집이나 연립 주택을 소개하는 열람 자료를 살펴보았다. 방세가 싼 집을 찾던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문구가 있었다.

 

월세:13,000엔

구조:방 2개와 부엌

보증금:없음

관리비:없음

 

비고란에 적힌 연락처를 등록한 후, 그 방을 찾아 나섰다. 동네 근처에서 바로 보이는 고지대 꼭대기 부근에 있었다. 집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다. 40대 후반의 남자가 나왔다. 관리 사무실로 안내했다. 여섯 장의 사진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남녀, 노인과 아이를 포함한 얼굴 사진이었다. 그리고는 누가 좋은지 취향을 물어왔다. 아가씨로 보이는 여자 사진을 택했다. 1호실로 향했다. 이 방의 유령은 시라사키 사야카다.

 

 

2호실의 이다 미쓰키는 삼십 년 가까이 남자 손 한 번 잡아 본 적이 없는 모태 솔로다. 그녀의 마음속에 한줄기 빛처럼 들어온 남자가 있다. 평생 해 본 적이 없는 화장도 하고 멋도 내 보지만, 어쩐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그녀는 슈퍼에서 선어鮮魚 매장을 담당하는 직원이다. 그녀는 이 방에 입주한지 1년 석달이 지났다.

 

그녀의 방에는 유령인 엔도 도미지 씨가 산다. 슈퍼에서 사 가지온 맥주를 함께 마셨다. 유령이 술을 마신다니 정말 신기하다. 아무튼 술을 좋아하는 유령이다. 그녀는 이사 온 다음 날 아침, 방한용 후드티를 입고 있는 엔도 아저씨를 만나고선 이틀 동안 고민했다. 유령임을 알고서 계약을 해지할 지를. 숫자 2를 행운으로 여기는 그녀이기에 둘이서 생활해보라는 하늘의 계시로 받아들이기로 했던 것이다.

 

 

3호실의 나가쿠보 게이스케는 사기 전과범, 여자 등쳐먹는 제비 등 그를 수식하는 단어가 많다. 이 방에도 유령이 산다. 이시구로 사치코는 빨간색 잠수복으로 온몸을 감싸고 있다. 약 2년 전에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이곳에 입주했다. 가족도 없고, 가진 돈은 쥐꼬리만큼도 안 되면서, 심지어 전과 기록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8년 간의 형기를 마치고 막 출소한 때였다. 그는 집주인이 내민 사진 중 여대생으로 보이는 젊은 아가씨 대신에 이시구로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는 테후테후장에 입주한 이래 지금까지 취직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출소 후 발바닥이 닳도록 고용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이력서 심사단계에서 모두 탈락했다. 이때 만난 감방동기가 대마 재배를 제안받았다. 받아주는 곳 없이 하루하루 벌어먹기 힘든 현실 속에서 예전처럼 쉽게 돈 버는 편법을 취하고 싶다. 그래, 사람을 죽이는 일도 아닌데라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유령의 반대로 그는 이를 포기했다.

 

 

4호실의 히라하라 아키노리(유령은 미나토야 가오루)하늘을 날아오르는 파일럿이 꿈이지만 유혹에도 약하고, 체력적으로도 이미 한계치다. 이번 생은 그럭저럭 끝내도 되지 않을까? 내게 더 이상 희망이 있을까? 고통스러운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안 되었다. 5호실의 마키 마유미(유령은 마키 유타로)는 눈에 보이는 것, 실재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었다. 부모님의 노파심도 딱히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일어나지 않는 일을 미리 고민해 봐야 손해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6호실의 요네쿠라 미치노리(유령은 야마자키 쇼타)는 걱정 자체를 딱 요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이렇게 테후테후장에 살고 있는 여섯 유령은 각양각색이다. 그럼에도 늘 점진적이고,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미련이 남은 생을 보상받으려는 듯이 더 크게 웃고, 즐기면서 산다. 같은 방에서 사는 세입자들의 고민을 배부른 투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세입자들은 현실을 공감하지도 못하는 유령들과 당연히 다투기 일쑤다. 이에 유령들의 존재를 밀어내지만 유령들은 그마저도 웃어넘긴다.

 

 

 


다른 면으로는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청년에게는 위로에 말을 전하고, 겉모습에 치중하는 여성에게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또 범죄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중년의 남자에게는 호된 질책을, 인간관계에 대한 의심을 품는 젊은이에게는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알려 준다. 주어진 삶에서 바닥을 칠지언정 치열하게 살라고 다그친다.

 

 

"지금의 너, 있는 그대로를 믿어!"

 

길을 잃고 멈춰 선 사람들에게 다시 걸어갈 용기를 준다. 이런 월세방이 있다면 나도 꼭 한 번 살아보고 싶다. - '아마존 서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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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란 무엇인가
안경환 지음 / 홍익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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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크게 달라졌다. 우리 사회를 묶어두었던 각종 고정관념과 편견의 벽이 차례로 무너졌다. 남녀의 구분도, 차별도 한결 엷어졌다. '남자답게'나 '여자답게'라는 말의 무게도 한껏 가벼워졌다. 전보다 엄청 잘 살게 되었다지만 더 행복해진 것 같지 않다. 여자든 남자든 힘들기는 마친가지다. 세상의 변화에 적응이 더딘 남자가 더 힘든 것 같다. - '프롤로그' 중에서

 

 

남자다움이란 무엇인가?

 

저자 안경환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했다. 1987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법과 문학'을 강의했다. 그동안 런던 정경대와 미국 남일리노이대학 및 산타클라라대학 방문교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한국헌법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06년 11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제4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강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선천적으로 변화의 인지와 그에 따른 적응 능력이 부족한 남자는 시대 흐름을 읽기는커녕 자기성찰도 벅차다. 이런 남자들을 위해 저자는 인문학과 사회학을 넘나들며 21세기 남자가 갖추어야 할 '남성다움'을 제시한다. 위트와 시니컬함을 함축한 단어는 간결하고 명쾌한 문장으로 남성과 대한민국 사회를 꿰뚫어보게 한다.

 

남자들은 영웅적인 삶을 추구하고, 권력욕이 대단하지만, 공감과 소통능력이 부족한 존재이자 성욕에 집착하고, 성행위에서 자신의 만족과 위안을 찾는 존재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이러한 남성에게 21세기 사회는 여러 모로 불리하다. 여성이 뛰어난 사회적 지능, 공감과 소통 능력 등 이른바 '소프트파워'를 갖추고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반면, 남성은 남성중심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남성도 적극적으로 변화할 것을 주문한다. 이를 위해 그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포착하려고 돋보기를 들이댄다. 매스미디어와 인터넷기기의 발달이 몰고 온 사회문화적 현상, 군복무가산점 제도의 논란에서 비롯된 사회적 쟁점들, 지정학적으로 한국이 겪는 문제 등 굵직한 시대적 흐름을 읽어주고, 새로운 가치관을 세울 수 있도록 조언한다.

 

 

 

 

남자와 여자의 뇌는 다르다

 

인간의 뇌는 좌우에 각각 두 개를 가졌다. 좌뇌와 우뇌이다. 그런데 각가의 기능이 다르다. 즉 우뇌는 직감과 감성을, 좌뇌는 언어와 사고를 가각 담당한다. 두 뇌의 사이에는 정보를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뇌량腦梁'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여자가 남자보다 좌뇌와 우뇌의 연결이 매끄럽고 균형을 갖고 사용한다고 한다. 

 

남자 뇌는 동시에 여러 소리를 듣기 힘들다. 카페에 들어가면 남자는 애인의 목소리만 들린다. 그러나 여자는 반경 10미터 내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대부분 듣는다. 여자는 읽기와 듣기를 동시에 집중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때, 옆 사람이 솔깃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여자는 책을 읽으면서도 들을 수 있다. 이처럼 성격이 다른 복수의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소위 멀티태스킹은 여자 뇌만 가능한 일이다. 휴일에 남편은 소파에 앉아서 TV만 시청할 뿐, 그 옆에 마른 빨래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보면서도 할 수 있는 일 같아도 싱글태스킹인 남자에겐 불가능하다.

 

 

남자의 영웅적 삶

 

"남자들에게서 대의大義를 빼앗아버리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는 오래된 독일 속담이다. 예로부터 남자는 영웅의 삶을 갈구한다. 영웅은 결코 침대에서 죽지 않는다. 대의를 찾아 집밖을 나서 온갖 고난과 모험을 극복하고 돌아와 승리의 영광을 공동체와 나눈다. 어느 민족이나 어느 나라에서나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영웅담은 거의 다 이런 식이다. 

 

남성성의 생물학적 핵심은 추진력과 한 인간과 남자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의지로, 한마디로 말해서 '남자다움'이다. 그 남자다움의 행태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자기희생이다. 가족과 주변사람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강력한 남자의 모습이다. 그리고 최악의 행태는 잔인하고 주변사람에게 수치심을 주며, 파괴적이고 위험한 남자가 되는 것이다. 남자들은 개인적 가치와 힘을 추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남자들이 직장 업무를 끝내기 전에 가족을 직접 돌보는 경우는 드물다.

 

 

남자, 결혼을 관성과 체념으로 채우다

 

"서로 사랑하기는 쉽지만 함께 살기는 어렵다"

 

중국 속담이다. 우리들은 사랑이란 열정보다 테크닉이란 것을 살아보고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결혼은 적당한 수준의 거짓말을 서로가 견디고 참아내는 기술이다. 20세기를 연 위대한 철학자 니체'결혼제도는 열정의 본질에 어긋나는 제도'라고 단언했다. 즉 불타오른 사랑으로 결혼한 커플에게 영원한 사랑의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는 열정의 본질에 어긋난다. 그래서 현대사회의 가장 슬픈 합의 중 하나가 바로 결혼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사랑의 시작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알면서도 어떻게 사랑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모하리만치 아는 게 없다. 결혼의 본질은 무엇인가? 무수한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게 말하면 결혼생활의 본질은 '관성'과 '체념'이다. 관성이란 부부 간에 축적된 편한 상태다. 둘 사이가 편해지려면 서로 양보해야 한다.

 

 

 

좋은 부부관계를 위해 항상 이성적일 필요는 없다.

한두 가지 면에서는 때때로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인정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부부 사이의 사랑의 본질은 원래 '관성과 체념'이기 때문이다.

 

 

종교는 남성 중심의 세계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라서 모든 종교는 타 종교의 교리와 신앙을 존중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사회는 종교 간의 갈등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일부 맹신도들이 사찰에 방화하는 몰상식한 일을 빼고선 말이다.

 

가끔 의연한 자세로 죽음을 맞는 종교인의 모습은 진한 감동을 준다. 평생 신과의 거리를 유지하던 사람도 생의 마지막 순간에 종교에 귀의하는 일도 늘어난다. 막상 죽음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우리 인간은 참으로 불안하기 짝이 없다. 삶이 각박해서일까, 아니면 허무해서일까?

 

전형적인 종교는 철저하게 남성 중심의 세계였다. 신은 언제나 남자의 형상을 하고 있다. 사제도 물론 남자다. 유혹에 저항할 힘이 약한 여자를 순치馴致와 제도를 넘어 희생의 제물로 삼았다. 남자는 여자보다 광신도가 적다고 한다. 여자만큼 순수하지 못해서일지도 모른다. 원불교와 같이 탄생 당시부터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높은 토속종교가 있다는 사실은 특기할 만하다.

 

 

인터넷에서의 남녀간 논쟁

 

인터넷은 이제 현대인의 삶 그 자체가 되었다. 동시에 여론의 극단화 현상을 이끄는 '네트워크의 악마'로서의 이빨로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인터넷 정보의 정확성에 대한 의심과 질문이 더 많아져야 한다. 영국왕립학회가 말한 다음 말이 바로 인터넷 마당에 놓여져야 할 좌우명이다.

 

"누구의 말도 곧이곧대로 믿지 말라!"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치열한 논쟁은 대체로 남자의 패배로 종결되기 십상이다.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의 메시지는 남자보다 훨씬 더 정서적인 호소력이 강하다. 일례로 여성의 메시지에는 이모티콘이나 넓게 비워둔 행간이 많다. 읽을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는 친절함이다. 여자 뇌의 특징인 '공감'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론적이고 체계적인 남자 뇌는 문자나 언어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여자에 비해 극심한 속어와 비어를 사용함으로써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의 신빙성을 약화시킨다.

 

 

우는 남자는 비정상이 아니다

 

잘 우는 남자가 실제로는 여자로부터 더욱 사랑을 받는다. 모성보호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우는 남자라면 여자는 그 곁을 떠나고 만다. 왜 그럴까? 결정적인 위기 상황에 기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남자는 여자 앞에서 맘대로 울지도 못한다. 여성 앞에서 울음을 보인다는 것은 다정다감하다는 것 보다는 스스로 나약함을 드러내는 일이어서다.

 


흔히 우는 남자는 비정상으로 취급받는다. 남자가 정신과를 찾는 이유는 단 두 가지 경우뿐이라는 말이 있다. 발기불능일 때와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기 위해서, 즉 자신이 정상임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만큼 남자들은 자신에게 심리적 문제가 있다고는 상상도 못한다고 한다. 남자들이 심리치료를 받지 않으려는 이유는 우선 자기 내면을 보기가 두려워서일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이유는 자신이 잘못되었을 리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누구나 과도기를 살아간다

 

사람은 누구나 연탄재처럼 뜨거운 존재가 되어야 한다. 벌겋게 달아오른 연탄 밑불이 위로 새로 놓이는 연탄에게 불꽃을 넘겨주듯이 20세기의 연탄은 21세기에도 꺼지지 않고 있다. 역사는 파괴와 새로운 창조가 아니라 연속적인 발전과정이다. 때로는 잠지 제자리에 머뭇거리거나 머뭇거리기도 하지만, 이내 추슬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인류의 걸음이다.

 

태곳적부터 남자와 여자는 함께 살았지만 항상 더불어 산 것은 아니었다. 20세기까지는 대체로 남자의 시대였지만, 새로운 세기는 이제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남성들이여, 이젠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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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 - 변화하고 싶다면, 새롭고 싶다면, 다시 시작하고 싶다면, 김창옥의 인생특강
김창옥 지음 / 수오서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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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과거 실패와 좌절의 경험으로 자기 한계를 정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몸은 머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들 수 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제 머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제 몸이 실제로 해낼 수 있다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요. 우리가 힘이 생기려면 더 이상 못하겠다 싶을 때 한두 개를 더 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힘들 때 그만두거나 힘들기 전에 딱 그만둡니다. 그러니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닌데 발전도 변화도 없는 것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김창옥의 인생 특강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변화가 필요한 게 아닐까?

뭔가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하지만 어떤 삶, 어떤 변화, 어떤 준비인지에 관해선 막막하다. 때문에 사람들은 내면의 소리를 확장시키고자 좋은 책을 읽고, 유익한 강의를 듣고, 심지어 멘토를 찾아나선다. 이런 필요성이 절실할 때 고맙게도 우리들에게 용기를 갖고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도닥여주기를 자처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바로 스타강사, 소통의 달인, 강사들의 롤모델, 힐링 퍼포먼스의 일인자 등 숱한 수식어를 지닌 책의 저자 김창옥이다.

 

그는 tvN <어쩌다 어른>,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KBS <아침마당>, <여유만만>, EBS <60분 부모> 등에 출연해 많은 이들을 웃기고 울리는 명강사로 유명하다. 그의 강의는 유튜브 누적뷰 3,000만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정신과의사, 컨설턴트, 강사, 교수 등도 그를 찾아 듣는다. 이 책은 그의 명강의 35편을 담고 있다.

 

그의 강의는 이미 많은 이의 삶을 변화시켰고, 가장 먼저 변화한 건 그 자신이다. 제주도에서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시에 실패한 후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가 꿈을 놓지 않고 뒤늦게 경희대 성악과에 입학했다. 열등감과 실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지라도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저 공고 나왔잖아요. 제가 성악을 공부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 제가 강연할 거라고도 전혀 생각 못 했어요. 저는 재수를 했는데도 지방에 있는 전문대에 떨어졌습니다. 떨어진 이유라도 알고 싶어 학교에 전화했더니 '모든 불합격자에 대한 정보는 제공할 수 없습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때 제 머릿속에는 '불.합.격.자.'라는 단어만 크게 들어와 박혔습니다. 저는 살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에 자살 시도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었습니다. 대학, 그게 뭐 대수라고요. 대학 안 나온 사람이 대학을 세울 수도 있는 건데 말이죠. 지금 친구가 가진 열정적인 에너지는 참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괴롭히는 마음을 조금 열어주고, 그 마음에 바람이 시원하게 들고 나면 좋겠습니다"

 

이는 재수 중인 한 남학생에게 저자가 들려준 이야기다. 이 재수생은 실력은 충분하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가려고 하는 외국 대학을 가지 못해, 자신의 내면에서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이상을 좇아갈 용기가 있느냐?"는 질문이 들려왔고, 뒷걸음치며 부모님을 원망하던 자신이 부끄럽고 못마땅했다고 한다.

 


 

한 번에 되는 것은 없습니다.

삶은 결코 완성되지 않습니다.

일이 되고 안 되고는 여러 가능성을 안고 흘러갈 것입니다.

내 뜻대로 안 됐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우리의 뜻은 너무 한정적이어서

세상에는 내 뜻을 벗어난 좋은 일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꿈을 이루기 전까지의 삶은 내 삶이 아닌가요?

 

저자는 지금껏 5천여 번의 강의를 했다. 그런데 지금도 그는 강의가 끝날 때마다 후회한다고 한다. '아까 그 이야기는 하지 말걸, 그걸 왜 그런 식으로 말했니, 그 표현을 듣고 누군가는 불쾌했을지 몰라'라고 말이다. 그가 5천 번의 강연을 했다는 건 5천 번의 실수를 했다는 의미인 것이다.


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공사 중'이라는 팻말을 자주 본다. 우리들의 삶도 마찬가지로 공사 중이다. 한 번에 되는 것은 없다. 5천 번을 해도 안 되는 일이 있지만 분명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있다. 그 배움을 모른 척하고 한 번에 안 되는 것에만 집중해 스트레스 받는다는 것은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이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뭔가를 이루고 나서 인정받겠다는 강박이 있는지도 모른다. 뭔가를 이루기 전까지는 자기 삶이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뭔가를 이루면 모든 게 끝나던가? 그렇다. '다음 것도 돼야 하는데, 안 되면 어쩌지'라고 또 다른 걱정이 시작된다. 안 되면 안 되니까 힘들고, 되면 그걸 빼앗길까 봐 힘이 든다. 따라서 현명하다면 여기에 속지 말아야 한다.

 

 

쉽진 않지만 희망적인 메시지는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희망적인 메시지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붙어 있는 그 가죽을 벗겨내 제품을 만든다면,

최상의 상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뱀이나 악어를 무서워한다. 그런데 뱀 가죽이나 악어 가죽으로 만든 가방이나 벨트를 비싼 가격에 구입한다. 분명히 무서워하는 동물임에 틀림 없지만 그들의 가죽을 벗겨내면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열렬히 환영한다. 열등감이나 상처, 우울함 등이 마치 자신의 피부처럼 완전히 붙어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외모 콤플렉스, 학력 콤플렉스, 부모의 이혼 콤플렉스 등 자신에게 붙어다닌다고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사람들이 뱀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뱀 가죽의 가치는 높이 사는 것처럼 자신에게도 피부처럼 붙어 있는 무엇이 있을 것이다. 세상과 삶에 완전히 등지고 구석에서 살다가 가끔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공격할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붙어 있다고 생각하는 이 가죽을 벗겨 최상의 상품으로 만들어낼 것인지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삶의 새로운 언어

 

자기 부모로부터 받은 언어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이는 오랜 시간 강의 끝에 저자가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그것을 바꿔주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건 제 힘으로 바꿀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영어를 공부했지만 영어를 자신의 일상 언어로 쓰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처럼 부모로부터 받은 삶의 언어를 버리고 새로운 삶의 언어를 터득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부모로부터 받은 삶의 언어를 바꾸고 싶다면 각오가 필요하다. 작은 소망에서 시작해도 좋다. 다만 변화하고 싶다는 자각과 대가를 지불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언어를 잘 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그 나라에서 살아보거나, 또는 그 나라 사람과 연애하거나 결혼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영어 공부를 시킨다고 유학을 보낸 자녀가 현지인들과는 어율리지 않고 동병상련의 한국 유학생들과 어울려 이도 저도 아닌 투자였다고 불평하는 부모들이 많다.

 

"뭔가 바꾸려면 가장 먼저 환경을 바꿔야 한다"

 

 

상처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사실 사람 사는 거 되게 비슷하다. 깻잎 한 장 차이이다. 저 사람이나 나나 다 비슷하게 산다. 그런데 누구는 상처를 꽁꽁 감춘 채 사는 거고, 누구는 상처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자유롭게 사는 거다.

 

상처나 열등감을 지켜야 할 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커다란 자물쇠를 걸어놓고 문 앞에 덩치 좋은 문지기를 둔다. 내면에 자리잡은 열등감과 우울함을 남이 자신에게 공격해올 지점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을 계속 감추고 지키려고만 한다. 그러고는 그 안에 갇혀 상처, 열등감과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상처와 열등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그 문은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문이 된다. 다른 상처 입은 자를 이해하고 그를 만날 수 있는 문이 된다. 그러니 상처가 많은 사람일수록 만날 문이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오히려 상처가 많음에 감사할 수 있는 단계가 온다. 그렇다고 누구 상처를 받고 싶겠는가? 삶의 상처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열등감과 우울함이라는 공에서 빠져나와 그 공으로 저글링을 하라.

 

 

위로, 상처받은 이를 공감하고 곁을 지켜주는 일

누군가 상처를 받고, 그 결핍이 에너지가 되어 건강하게 사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위로한답시고 이렇게 말하지는 말라.

 

"너의 그 결핍이 오늘의 너를 낳은 거야"

 

즉 타인의 결핍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라. 그것은 위로가 아니라 상처에다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다. 위로는 이런 것이다.

 

"너 그래서 얼마나 힘들었니"

 

그 공감의 마음으로 상처받은 이의 곁에 있어주는 게 위로이다. 좋은 마음으로든 나쁜 마음으로든 우리는 가까운 이들에게 힘을 준답시고 그런 어리석음을 범한다. 진정한 위로는 마음을 알아주고 표현하는 것이지, 해답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참된 마음으로 감싸주라. 그것이 위로인 것이다.

 

 

부모님들에게

 

조금 멀어져 내 향을 좋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멀어짐으로써 우리는 더 가까워질 수도 있습니다.

 

자녀가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어서 부모와 거리를 두려고 하면, 그들의 공간을 내주라. 그것이 자녀와 더 가까워지는 방법이다. 가까워지려고 부모가 애쓰면 애쓸수록 자녀는 더 안으로 들어가 버릴 것이다. 멀어질 것이다. 방문을 잠그는 습관이 생길 것이다. 전에는 그냥 듣던 음악을 헤드폰 끼고 들을 것이다.

 

좀 놔두라. 그래야 돌아온다. 움켜쥐면 폭발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자기 자신만 모르고, 거리 측정은 자기만 못 한다.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이미 독립된 성의 성주이다. 그들의 공간을 인정해주라. 아이로니하게도 자기 아이를 가장 모르는 사람이 부모인 경우가 많다. 섬을 떠나 봐야 섬이 보인다. 자녀를 믿고 그들의 땅을 떼어주라. 그리고 성주로 인정해주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하면 두렵지 않을 거야'라고 착각한다. 좋아하는 것을 하거나 사랑을 하면 두렵지 않고 외롭지 않고 무섭지 않다는 것은 환상이다. 사랑의 확진은 '두려운데도 하고 싶어'이다. 그것이 더 사랑에 가깝다. 사랑은 '그래서 사랑해'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가 더 큰 사랑이다.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라.

"넌 이렇게 두려운데도 그 길을 가고 싶니?"

만약에 대답이 "안 되겠어, 하고 싶지 않아"로 나타나면 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즉 사랑이 아니다. 반면에 "아니야, 두려워도 하고 싶어"라고 답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의 사랑인 것이다.

 

 

 

 

 

꽃이 떨어져야 열매가 맺힌다

 

시련을 겪을수록 더 높이 튀어 올라가는 사람에게는 회복탄력성을 가졌다고 말한다. 삶의 과정에서 시련이나 고통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를 극복하는 사람만이 더욱 강해져 간다. 저자의 따뜻한 목소리가 우리들의 회복탄력성에 힘을 보태준다. 그는 힘들고 지친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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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 -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혁신이 가져올 새로운 전문직 지형도
리처드 서스킨드.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위대선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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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적지 않은 회계사가 스스로 '3D 전문직' 내지 '저소득 전문직'이라고 자조한 지는 꽤 됐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전문직이라고 별세계에 있지는 않다. 사무실 임차료도 못 버는 변호사, 의료기기를 사느라 진 빚에 허덕이는 의사는 이제 기사거리조차 되기 힘들다. 하지만 이제껏 전문직에 위기를 가져온 요인은 대체로 제도 변화, 또는 이에 따른 전문가 공급 확대였다. 바꿔 말하면 비전문가가 노력해도 메우기 힘든 지식 격차는 여전히 존재했다. 전문직의 존재 의의 자체는 건재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젠 영원한 전문직이 없다

 

책의 저자 리처드 서스킨드대니얼 서스킨드 부자父子는 각각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 자문단 회장으로, 영국 정부정책 자문관으로 일하며 기술혁신이 전문직에 가져올 변화와 대응책에 대해 다각도로 연구해왔다. 특히 아버지인 리처드는 법조계에서 30여 년간 인공지능을 비롯한 법률시스템 기술을 개발하고, 글로벌 전문가 기업과 정부의 기술 도입 자문역을 맡으며 기술이 전문직에 가져오는 변화의 흐름을 심도 있게 연구해왔다.

 

이들의 관찰에 따르면, 다른 산업계와 비교해볼 때 '기술 근시안적'인 태도를 고수하거나 기술 도입에 대한 저항이 가장 큰 직종이 바로 의사, 변호사, 경영컨설턴트 등의 전문직이었다. 일례로 이들은 1990년대 중반에 '이메일이 고객과 변호사 간의 주요 소통 수단이 될 것' 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가 당시 영국 법률학회 고위직들은 법률 전문직에게 오명을 씌우고 있다고 박박을 받았던 경험을 들려준다. 그리고 이제 기술혁신은 단순히 전문가 업무의 편의를 돕는 수준을 넘어 전문가의 일, 정체성, 업무환경, 전문가 서비스의 본질 등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대대적인 변혁의 프레임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1부(변화의 물결)에서는 전문직의 변화를, 즉 전문직에 관한 다양한 이론과 전문직에 나타난 일련의 패턴과 추세를 짚어본다. 2부(변화를 뒤받침하는 이론)에서는 이론에 초점을 맞추고 현재 나타나고 예측되는 변화를 보편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3부(변화가 미치는 영향)에서는 저자들의 연구에 담긴 의미를 논하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 있나?

 

전문직 일자리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전문가들에게만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 아닐까? 전문가가 스스로 규제하는 경우가 많고, 또한 전문가만이 전문직을 개혁하거나 변혁시킬 수 있다는 시각에 대중은 점점 깊은 의혹을 품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다음과 같이 멋지게 표현했다. "잔치를 평가하기에 적합한 사람은 요리사가 아니라 손님이다" 전문직의 미래는 전문직 구성원에게만 맡겨놓기에는 지나치게 중요한 문제다. 전문가 서비스 수요자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 역시 미래를 논하는 데 참여할 자격이 있다.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신한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예상되면 병원에 진료 예약을 한 후 약속 날짜에 직접 방문해서 담당 전문가 즉 의사와 상담 및 진료를 받고 또한 약 처방전까지 손에 쥐고 병원문을 나선다. 이런 방식의 접근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증상의 완화는 가능할지 몰라도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일 수도 있다.   

 

IBM의 인공지능 시스템인 왓슨Watson은 암 진단을 돕고 치료 계획을 제시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법을 고안하는 데도 쓰인다. 의사 한 명이 2014년 새로 출간된 의학서적 중 2%만 읽으려 해도 매일 21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의학 관련 논문은 평균 41초마다 하나씩 출간된다. 왓슨은 이 같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신속하게 탐색해 새로운 출판물의 흐름을 계속 따라잡을 수 있다. 왓슨 같은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단 지연, 누락, 오진율이 10~20%에 이르는 현재의 상황에서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일이다.

 

 

온라인 교육의 발생

 

수 세기 동안 교육의 기본적 방법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즉 오프라인 방식이었다. 일정한 공간에 모여서 교사로부터 생방송으로 학문을 배웠다. 교실에서 학생은 교사의 강의를 모두 이해해야만 했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학습의 진척은 더 나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또 어떤 학생이 먼저 내용을 이해했다고 할지라도 마음대로 진도를 나갈 수도 없었다. 교사가 가르칠 때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앵무새가 아닌 이상 항상 똑같은 내용의 강의를 할 수 없고 또 자신의 감정에 좌우되가도 했다.

 

이제껏 독점적 권한을 누려온 교사, 가정교사, 강사 들이 앞에서 든 모든 사례를 통해 도전받고 있다. 소위 '무대에 선 현자賢者'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이를 대신해 전문성 원천을 찾아가도록 학생을 돕는 '옆에 선 안내자'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적응적' 학습 시스템을 만드는 교육 소프트웨어 설계자, 온라인 콘텐츠를 모으고 관리하는 콘텐츠 큐레이터, 자료집합을 대량 수집하고 해석하는 '학습 분석학'을 개발하는 데이터과학자 등 여러 가지 역할과 분야가 새로 등장했다.

 

하버드대학 총장을 지냈던 래리 서머스는 "다가올 25년 동안 고등교육 분야에 일어날 변화는 지난 75년 동안 일아난 변화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영국 정부의 고문을 지냈던 마이클 바버는 <눈사태가 몰려온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교육에서 변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언론사의 작업 처리 방식이 변했다

 

점점 더 많은 양의 일을 처리해야 하는 언론사들은 더 이상 사람에 의존하는 작업방식을 고수하지 않는다. 2014년 AP통신이 오토메이티드 인사이츠가 개발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컴퓨터로 작성한 기업 수익보고서는 수백 건에 이르는데, 이는 과거에 수작업으로 작성한 보고서의 수보다 15배나 많은 양이다.

 

<포브스> 역시 수익 보고서와 스포츠 기사를 작성할 때 내러티브 사이언스가 개발한 알고리즘을 이용한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퀘이크봇Quakebot'이라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미국 지질조사연구소가 지진 경보를 발령하는지 관찰하고, 경보가 발령되면 자동으로 기사를 작성한다. 그런데도 독자들은 과거 사람이 직접 쓰던 기사와 컴퓨터를 이용한 기사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좀처럼 알아채지 못한다.

 

 

경영 컨설팅도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담당한다

 

IBM의 왓슨은 '최고위 임원 조언자' 역할을 하도록 개조됐다. 전략문서를 탐색하고, 회의에서 나눈 대화를 듣고 요약하며, "어떤 회사에 투자할 만한가?" 같은 질문을 받으면 자체 통찰에 기초를 두고 분석해 조언한다.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시스템인 켄쇼(Kensho)는 쉬운 말로 재무 관련 질문을 하면(예를 들어, "개인정보 보호 우려가 높아지면 기술 회사 주식은 어떻게 되지?") 전산처리를 통해 답을 내놓는다. 켄쇼 없이 이런 문제의 답을 얻으려면 사람이 직접 폭넓게 조사해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과 경비가 엄청 많이 소요될 것이다.

 

 

전문직은 삐걱거리고 있다

 

우리는 사회에서 전문성을 조직하고 공유하는 방식에 '점진적 변혁'이 일어나 전통적 전문가가 비틀거리며 부침을 겪다 사라져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변화는 점진적으로 일어나겠지만 결국 모든 곳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전문직, 이들은 점점 비싸지고, 이용하기 힘들어지고 있으며, 문제점도 많이 발생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주류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을 시작하면서 자기 분야만은 예외라는 식으로 자기 변호에 나선다. 하지만 기술이 더욱 널리 사용됨으로써 인간을 대체하고 전문가 수준의 결과를 낼 때 나타날 영향을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물론 특정 전문직의 경우 변화의 속도를 늦추고 보호받아야 할 정도로 중요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과 같은 우려에서다.

 

1. 신뢰할 만한 제도가 없다면 사기꾼에게 이용당하지 않을까?

2. 전문직의 도덕적 특성이 사라진다

3. 기존 업무 방식이 사라진다

4. 개인적 소통의 상실

5. 공감 문제

6. 인간에게 남을 일의 본질은 무엇인가?

7. 새로운 모형이 전문가 공급을 차단한다는 반박

8. 미래 전문가의 역할은?

 

 

전통적 기술의 상실

 

전문직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과 서비스에 책임을 진다. 하지만 전문직이 제공하는 실용적 전문성에 접근하기 위한 비용과 용이성은 납득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렇듯 부적절한 두 가지 이유를 합하면 전문직의 수작업 기술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압도한다. 이런 인간의 기술에 가치를 부여할 순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감당할 만한 비용을 내고 법률적 조언, 적절한 교육, 기본적 의료조치에 접근할 기회를 박탈당한다면 더 이상 과거를 그리워하며 수작업 기술을 선호할 수만은 없다. 결과 개선이라는 필요를 따라야 한다.

 

 

전문가의 미래 역할 부재

 

오늘날 경험 많은 전문가의 손재주가 필요한 대부분의 작업을 미래에 수행할 사람은 완전히 새로운 전문직 종사자 계층, 즉 '준전문가'일 것이다. 이들은 표준 절차와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지금은 최고 수준의 전문가나 낼 만한 성과를 보여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준전문가' 모형이다. 준전문가란 해당 전문직을 거쳐 가는 똑똑한 젊은이를 가리킨다고 생각하기 싶지만, 이는 오늘날 존재하는 수많은 준전문가의 기술과 재능을 폄하하고 다음 세대의 영향력을 잘못 해석한 사고방식이다.

전문가 및 기타 공급자는 전문 분야에서 지식을 계속 새롭게 유지할 뿐만 아니라 실용적 전문성을 전달할 새로운 방식을 예측하기 위해 새로운 능력, 기법,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연구개발자'가 많이 필요할 것이다. 오늘날 전통적 전문가가 되려고 훈련받는 학생들은 필연적으로 지식공학자로 일하게 될 것이다. 이들 새로운 전문가는 특정한 온라인 서비스를 설계하는 데 특화될 것이다. 저자는 이를 '지식공학' 모형이라고 부른다.

 

 

어떤 미래를 그려야 할까?

 

길게 보면 점점 더 유능해지는 기계의 역할이 전문가의 업무를 변혁하고, 실용적 전문성을 공유하는 새로운 방식이 출현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강조하려는 메세지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혁명이 결코 아니다.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변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 책에서 향후 없어질 전문직을 굳이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화는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리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직업과 전문직의 지형도는 변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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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로마 읽기 - 천년제국 로마에서 배우는 리더십과 자기계발의 지혜
양병무 지음, 정기문 감수 / 21세기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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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닌 까닭에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로마 역사를 리더십 전문가의 입장에서 정리하고, 창업과 승계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동시에 오늘날의 인사 관리, 조직 관리, 자기계발 등과 연계하여 조직의 경영과 관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로마에서 배우는 리더십과 자기계발의 지혜

 

저자 양병무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주임연구원,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리더십학회 부회장, 대통령 자문 일자리위원회 위원, 숙명여대 초빙교수, 한국인간개발연구원 원장, 서울사이버대학교 부총장, 재능교육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천년제국 로마에서 배우는 리더십과 자기계발의 지혜'라는 과정을 개발하여 10여 년 동안 강의를

 

로마 역사의 내용은 그 양量이 방대해서 독파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저자는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로마사를 정리하여 미처 독파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정치 체제의 발전 과정을 중심으로 로마사를 개관, 각각의 정치 체계에서 배울 수 있는 경영의 원리와 자기계발의 지혜를 담았기에 경영학도나 기업체 임직원 및 경영자에게 유익한 도움을 준다. 

국가나 기업이 성장하는 원리는 동일하다. 하지만 로마 제국처럼 강하면서 장기간 존속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저자가 로마를 바라보는 시각은 독특하다. 즉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점차 규모를 키워 '주식회사 로마'가 되어 반도를 통일하고 제국을 건설하면서 인류 최초의 다국적 기업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1200년간 로마가 존속할 수 있었던 원리를 찾는다면 기업이든 국가든 성장 전략을 세우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로마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내용은 참으로 많다. 공화정에서는 로마의 성장 동력이 된 개방성과 시스템 구축, 인프라 정비, 매뉴얼 작성, 로마법,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배울 수 있고, 매년 집정관 선거를 통해 유능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배출한 사례를 통해서는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 창업과 승계 측면에서 가장 성공한 모델인 카이사르와 그 후계자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통해서는 개혁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다.

 

또 21년간의 재위 기간 중 14년간 속주屬州를 순행하면서 현장에서 정책을 펼친 하드리아누스 황제를 통해서는 현장제일주의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아울러 기독교의 탄생과 탄압, 기독교의 공인과 국교 인정 그리고 기독교가 유럽 사회에 미친 영향을 살피는 것도 흥미롭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강점은 배우고 약점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로마 역사의 개관槪觀

 

로마를 흔히 천년제국이라고 부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따지면 약 1,200년 정도의 역사를 지녔다. 로마제국이 기원전 753년에 건국되었고, 서로마제국이 476년까지 지속되었으니 정확하게 계산하면 1,229년간 존속했다. <로마인의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도 서로마제국에 국한시키지만 동로마제국은 1453년에 멸망했으니 이를 포함한다면 무려 2,200년의 역사가 된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오랫동안 대국으로 존속하고 유지된 국가는 없었다. 알렉산더 대왕의 마케도니아, 칭기스칸의 몽골, 페르시아왕국, 청나라 등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긴 나라는 많았지만 대체로 200년을 넘기지 못했다. 이에 반해 로마는 오랫동안 강성함을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그 영향력은 오늘날까지 인류 문명에 강하게 남아 있다. 우리가 로마에 관심을 갖는 것도 그래서다.('천년제국 로마의 역사 개관' 중에서)

 

 

벤처기업으로서 출발한 로마 

스탠리 빙<로마처럼 경영하라>에서 로마의 출발을 벤처기업의 창업에 비유했다. 또 사비니족과 통합한 것을 최초의 인수합병으로, 로물루스가 동생 레무스를 살해하는 것을 경영권 다툼으로 각각 해석했다. 벤처기업의 성공 이유는 대개 비전의 공유 때문으로 파악한다. 권력을 독점하지 않고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삼기에 결과적으로 창대할 수 있는 것이다.  

 

로마의 역사는 구멍가게에서 시작하여 세계적인 대규모 기업 집단으로 발전한 글로벌 대기업에 비유할 수 있다. 국가나 기업이 성장하고 생존하는 원리는 동일하다. 하지만 어느 기업이나 국가도 로마처럼 강대하면서도 장기간 존속한 경우는 역사적으로 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토록 장기간 동안 지속된 원리를 찾는다면 기업이든 국가든 유익한 성장 전략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팽창의 기틀을 만들다

 

초대 왕 로물루스는 세습제의 유혹을 물리치고 2대 왕은 사비니족인 누마를 세워 법의 체계를 충실히 다졌다. 3대 왕은 누마의 뒤를 이어 라틴계인 툴루스 호스틸리우스가 선출되었다. 호전적인 툴루스는 유순해진 로마인을 전투적 시민으로 만들기 위해 전투 경험을 쌓게 했다. 그 첫 번째 공격 대상은 선조의 땅 알바롱가였다. 로마의 역사는 겨우 80년이었지만 알바롱가는 40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었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로마는 전쟁에 패한 민족에게는 두 가지 정책을 취했다. 첫째, 동화 정책을 계승하고 둘째, 약속을 어기거나 배신하는 해위엔 철저하게 응징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알바롱가인에게는 시민권이 주어졌기 때문에 로마의 시민은 더욱 많아졌다. 인구의 증가는 바로 군사력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로마 왕정의 세 왕은 각각 다른 방향에서 로마의 기틀을 다지는 역할을 감당했다. 초대 왕 로물루스는 정치체제를 구축했다. 2대 왕 누마는 종교와 법의 체계를 세웠으며, 3대 왕 툴루스는 로마가 외부로 확산되어나가는 기틀을 마련했다. 마키아벨리<로마사 논고>에서 세 왕이 각자 다른 방향에서 로마 초기의 국가 체계를 정립할 수 있었던 것은 로마에는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로마 공화정

 

"로마는 해마다 선거를 통해 뽑히는 자들에 의해 다스려지고, 개인보다는 법이 지배하는 국가가 되었다"

 

이는 리비우스가 로마 공화정의 특성을 설명한 내용이다. 기원전 509년에 공화정이 시작되면서 왕의 역할은 매년 민회에서 선출되는 2명의 집정관이 맡게 되었다. 초대 집정관에는 브루투스와 콜라티누스가 당선됐다. 브루투스는 시민들에게 "로마는 앞으로 어떤 인물도 왕위에 오르도록 허용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인물도 로마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맹세함으로써 왕정 폐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렇게 해서 브루투스는 공화정의 창시자가 되었다.

 

 

평민에게 모든 공직을 개방하다

 

귀족과 평민 간의 대립과 갈등은 켈트족의 침입을 초래하고 말았다. 결국 로마군은 켈트족에 패배하여 7개월 동안 로마 시가지를 야만족의 손에 넘겨주고 말았다. 한마디로 무법천지로 변해 폭행, 살인, 약탈 등이 자행되었다. 이후 견디다 못한 로마인은 켈트족에게 300kg의 금괴를 지급하고 물러나게 했다. 이 일을 계기로 귀족과 평민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느껴 법을 제정했다. 바로 '리키니우스 법'이다. 평민이 집정관에 입후보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다.

 

로마는 야만족의 침입으로 무너진 자존심을 정치 제도의 개혁을 통해 보란 듯이 일으켜 세웠다. 이것이 바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로마인의 저력이다. 이제 귀족과 평민은 국정의 동반자로서 손을 잡고 이탈리아반도를 통일하고, 지중해 주변의 국가들을 하나하나 굴복시키며 로마제국을 건설해나가는 일만 남았다. 단합된 로마의 힘 앞에 대적할 적이 없기 때문이다.

 

 

로마를 침략한 한니발 장군

 

로마 공화정의 역사를 '전쟁의 역사'라고도 부른다. 역설적으로 전쟁이 없었다면 로마 역사도 세계적으로 조명 받지 못했을 것이다. 전쟁을 끝내려면 평화를 선언해야 한다. 이 평화는 로마가 더 이상 넓힐 영토가 없다는 확신이 있어야 가능했다. 로마 공화정은 전쟁을 통해 고도성장을 계속해나갔으니, 전쟁은 로마의 성장 엔진이었던 셈이다.

 

기원전 270년에 반도를 통일한 로마는 지중해로 발길을 돌려 당시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한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와 운명의 일전을 치루게 된다. 본디 로마와 카르타고는 평화협정을 맺은 관계였다. 하지만 로마는 반도를 벗어나 팽창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 협정을 깨고 숙명의 라이벌전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1차 포에니전쟁은 시칠리아의 영토와 제해권制海權을 수호하고자 시칠리아 섬에서 일어났는데 카르타고가 패함으로써 시칠리아를 로마에 빼앗기고 만다. 2차전은 한니발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미 어릴 적부터 장군인 아버지를 따라 전쟁터를 누비며 로마를 무너뜨리겠다고 포부를 세운 인물이었다. 그는 치밀하게 준비해서 로마인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이탈리아 반도를 유린했다. 코끼리를 이끌고 눈 덮힌 알프스 산맥을 넘어 공격해 들어왔던 것이다.

 

 

패자까지 포용하는 개방성

 

로마의 개방성은 건국 초기부터 역사와 함께 발전해왔다. 사비니족 여인의 강탈 사건을 계기로 사비니족과의 합병을 감행했고 이후 공동 통치에 나섰다. 또 전쟁에 패한 알바롱가의 모든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켜 똑같이 로마 시민으로 만들었다. 즉 무력으로 흡수했을지라도 그들에게 시민권을 인정해 동화同化의 길을 걷게 만들었다. 

 

로마인은 기원전에 2중 국적을 허용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로마는 사회, 문화적으로도 개방적이었다. 종교에도 다양성을 인정했다. 자신들의 언어인 라틴어만을 고집하지도 않았다. 점령지의 문화라도 유용하다면 수용해서 로마화했다. 개방성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고, 여기서 유연성, 포용성, 다양성이 비롯되었다. 

 

 

학습하고 벤치마킹을 하다

 

그리스인보다 지성적으로 열등하고, 체력적으로는 켈트족이나 게르만족보다 못하고, 기술적으로는 에트루리아인에게 밀리고, 경제력은 카르타고에 딸린다고 인정할 만큼 열등감의 화신이었던 로마가 최후의 승자가 되어 지중해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에 관해 시오노 나나미는 "부족한 지성을 벤치마킹으로 배웠고, 부족한 체력은 끊임없는 훈련으로 보완했고, 기술력은 기술자를 포용하여 보완했고, 경제력은 시장 원리를 받아들여 극복했다"고 설명한다.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와 맥을 같이 하는 셈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전통을 세우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의미한다. 공화정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전통은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의 후임 황제와 유력자들에게도 계승되어 로마 지도자의 훌륭한 덕목이 되었다. 아우구스투스는 재산의 사회 환원을 국가 정책으로 만들어 솔선수범했고 유력자들에게도 동참할 것을 권유했다. 사재를 내놓아 공공건물을 건설하여 희사한 리더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무엇이었을까? 건물 명칭에 가문의 이름을 새기거나 송덕비에 이름을 남기는 게 전부였다.

 

지도층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통해 솔선수범하고 시민들에게 신뢰를 주었기에 로마 시민들은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었다. 

 

 

<갈리아 전쟁기>, 지식경영의 모델

 

카이사르는 현재의 서유럽에 해당하는 갈리아에서 기원전 58년부터 51년까지 8년 동안 전쟁을 수행했다. 그는 첫해부터 <갈리아 전쟁기>를 직접 기록, 매년 본국에 보냈다. 일종의 출장보고서였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에는 7권을 모아 한 번에 발간했다. 카이사르는 갈리아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와 정복 상황, 군사적 전략과 기술에 얽힌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적었다. 이 책은 최고의 전쟁 회고록이고, 보고문학의 백미이며, 라틴 문학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기록을 통해 암묵지를 명백지로 만든 지식경영의 모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태양력 달력을 만들다

 

기존에 사용했던 태음력은 1년이 355일로 달력상의 계절과 실제 계절 사이에 차이가 났다. 카이사르는 이런 불편을 극복하고자 정확한 달력을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이집트의 천문학자와 그리스인 수학자에게 이를 맡겼다. 로마에 온 과학자들은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365일 6시간으로 계산해냈다.

 

이렇게 해서 365일은 1년이 되고, 1년은 열두 달로 나뉘었다. 1년마다 생기는 오차는 4년에 한 번씩 하루를 더하는 방식으로 윤년을 만들어 2월이 29일이 되도록 했다. 마침내 기원전 45년, 태양력이 탄생했다. 이 태양력은 카이사르의 이름을 따서 율리우스력曆이라고 불렸다.

 

 

철저한 목표관리

 

기원전 29년 8월, 14년 간의 권력투쟁에서 최후의 승리자가 된 옥타비아누스는 로마에서 사흘 동안 웅장하고 화려한 개선식을 거행했다. 개선식이 끝나자 현실적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1. 야만족으로부터 로마를 보호하는 안전 보장의 문제

2. 50만 명의 군대를 적절한 수준으로 감축하는 문제

3. 정치체제와 행정개혁을 단행하는 문제

 

옥타비아누스는 산적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MBO(Management by objective), 즉 목표 관리였다. MBO는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말한다. 오늘날 경영에서 중시하는 MBO의 원조가 바로 옥타비아누스라고 할 수 있다.

 

 

권한위임의 달인, 아우구스투스 황제

 

아우구스투스에게는 두 명의 핵심 인물이 있다. 아우구스투스의 분신이라 불리는 아그리파와 외교 및 문화 홍보를 담당한 마이케나스다. 아우구스투스는 전쟁터는 아그리파에게 맡기고, 외교는 마이케나스에게 위임했다. 오늘날 기업이 문화예술 활동에 자금이나 시설을 지원하는 활동을 '메세나 운동'이라고 하는데, 메세나는 마이케나스의 프랑스식 발음으로, 메세나 운동의 시조다. 1967년 미국에서 기업예술후원회가 발족하면서 이 용어를 처음 쓴 이후, 메세나는 기업인들의 각종 지원 및 후원 활동을 일컫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왜 로마인의 후예인가?

 

오늘날의 서유럽은 로마를 바탕으로 각자 독립국을 건설했다. 미국은 유럽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이룩한 나라로, 미국의 건국자들은 로마 공화정을 모델로 미국의 정치체제를 구상했다. 미국은 국회의사당을 로마식으로 건설했다. 국회의사당을 U.S. Capital이라고 하는데 Capital은 바로 로마의 중심지인 카피톨리노 언덕에서 따온 것이다. 미국의 상원의원도 로마의 원로원을 뜻하는 Senatus에서 유래했다. 또한 달력에는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의 이름이 남아서 오늘날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래서 몽테스키외는 "아무도 로마인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우리는 왜 로마인의 후예인가?' 중에서)

 

 

카이사르처럼 창업하고, 아우구스투스처럼 승계하라

 

"창업과 승계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 로마제국의 창업자 카이사르와 승계자 아우구스투스의 관계를 말한다. 흔히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창업자가 이룩한 것을 승계자가 지키고 발전시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카이사르는 창업형 리더십, 아우구스투스는 승계형 리더십을 발휘하여 로마제국을 궤도 위에 올려놓았다.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는 절묘한 보완 관계에 있다. 성장과 안정, 진보와 보수, 외향성과 내향성, 창업과 승계의 조화를 통해 자신들의 약점과 한계를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이 책을 경영인보다는 오히려 정치인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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