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 당신의 감정은 어떻게 병이 되는가
가보 마테 지음, 류경희 옮김, 정현채 감수 / 김영사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저자 게이버 메이트는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다. 나치의 통치를 받던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생애의 첫해를 보냈고 가족들 대부분이 나치에 의해 살해되거나 추방당했다. 극한의 고통을 매일 마주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유아기를 보낸 그는 그 자신이 부모의 보호자가 되어야 했다. 그는 자기 감정을 억누르고 고통을 참아내며 부모의 고통을 배려하는 것을 자신의 성격으로 삼았다. 내과 의사이면서도 '부모와 자식 간의 애착 관계', '주의력 결핍 장애', '중독' 등 인간 심리와 관련된 다양한 저술들을 펴낸 데는 자기 감정에 대한 성찰과 치유가 배경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자기 욕구를 생각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욕구부터 먼저 충족시키려는 성향은 만성질환 환자들의 공통적인 패턴이다" 

 

천부적인 재능의 소유자였던 영국인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는 1987년 43세의 나이에 다발성 경화증 합병증으로 숨졌다. 그녀의 생애를 다룬 영화 <힐러리와 재키>가 이를 잘 표현하고 있는데, 즉 힐러리 뒤 프레와 근육마비증으로 요절한 전설적인 천재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 두 자매에 관한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다. 이들 자매는 극성스런 부모 밑에서 자라 어려서부터 음악 교육을 받았으며, 처음엔 플룻을 부는 언니 힐러리가 더 촉망받았으나 이에 자극받은 동생 재키가 첼로를 열심히 연습해 마침내 언니를 능가하는 천재로서 두각을 나타낸다.

 

사람들은 종종 재키의 연주회에서 울었다. 청중과 그녀의 교감은, 누군가의 말처럼, "정말 숨 막힐 정도였으며, 모든 청중을 마법에 홀린 것 같은 상태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녀의 연주는 열정적이었고 어떤 때는 침을 수 없을 만큼 강렬했다. 머리를 휘날리며 몸을 뒤흔드는 그녀의 모습은 클래식 음악의 절제미보다 오히려 로큰롤의 현란함에 가까웠다.

 

하지만 재키는 조용하고, 수줍음 많고, 가금은 장난기도 있는 예민한 아이였다. 그녀는 첼로 연주 때를 제외하곤 늘 차분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병이 발생하기 전까지의 전 생애 동안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어머니에게 감추곤 했다. 언니 힐러리는 재키가 감정이 잔뜩 담긴 목소리로 은밀하게 "언니,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 하지만 난 어른이 되면 걷지도 움직이지도 못하게 될 거야"라고 속삭였던 어린 시절의 오싹한 기억을 얘기한다. 이런 소름끼치는 자기 예언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언니 힐러리는 혹시 동생 재키의 병이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자 신경과 의사들은 스트레스와는 무관하다고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의료계의 전통적인 견해는 "스트레스가 다발성 경화증의 유발 원인은 아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책의 저자는 재키의 질병과 죽음은 감정 억압이 초래한 스트레스의 파괴적 영향에 따른 사례라고 주장한다.

 

동생이 요절한 후, 언니 힐러리는 1973년 BBC 방송에서 주빈 메타의 지휘로 동생 재키가 녹음한 엘가의 협주곡을 주의 깊게 들어보았다. 이 곡은 재키가 대중 앞에서 행했던 마지막 연주였다. "잠깐 정적이 흐르더군요. 그리고 동생이 연주를 시작했어요. 갑자기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그 애는 천천히 템포를 늦췄어요. 몇 소절 더 지나자 연주가 생생하고 선명해졌어요. 저는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정확히 알았습니다. 늘 그랬듯이 재키는 첼로로 말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애는 자신을 위한 레퀴엠을 연주하며 자기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몸은 지혜를 갖고 있다 

 

내과 전문가인 저자는 많은 환자들의 삶과 경험을 통해 스트레스, 트라우마, 그리고 질병 간의 복합적인 관계를 살펴왔다. 그는 자기희생적인 성격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몸이 이를 거부하며 신체를 공격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앞서 살펴본 재클린 뒤 프레의 사례를 비롯해 유명한 메이저 야구선수 루 게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등의 인물을 인용하면서 마음의 상처가 나중에 천식, 알츠하이머, 암 등으로까지 발병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 환자였던 수 로드리게스가 안락사 권리를 위한 결연한 법적 투쟁을 벌여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그녀는 가족으로부터 정서적인 소외를 당했던 사람이다. 10년 안 터울로 줄줄이 태어난 다섯 자녀 중 둘째로 태어난 그녀는 항상 외톨이였다.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수 로드리게스의 대인 관계 내력은, 그녀가 사실은 자신의 삶을 결코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진정한 자아에 다가가지 못한 채 그저 주어진 역할들만 수행하며 살았다. 법정과 대중을 향해 그녀가 던진 "누가 제 삶의 주인입니까?"라는 고뇌에 찬 질문은, 그녀의 온 인생을 요약한 것이었다.

 

그녀는 맨 처음 ALS 진단을 받고나서 절망에 빠졌을 때, 자신의 가망 없는 상황을 동료 ALS 환자 스티븐 호킹이 지녔다고 생각되는 이점들과 비교해보았다. "그녀는 완화 의료실에서 여러 장의 팸플릿을 받았다. 그런데 그 팸플릿들은 '사랑하는 가족에 둘러싸인' 환자들이나 '정신적인 삶' 속에서 기쁨을 찾는 환자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녀는 '웬 사랑하는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인 삶은 또 뭐야? 스티븐 호킹 같은 천재나 그런 삶을 살지. 하지만 나는, 나 같은 사람은 몸을 못 움직이면 삶도 없는 거야' "

 

 

젊은 시절 스티븐 호킹은 대부분의 ALS 환자들은 가질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재능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몸은 파괴시키지만 지능은 손상시키지 않는 ALS라는 병의 특성을 감안할 때, 추상적인 사색가야말로 '정신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이상적인 입장에 놓인 사람이다. 암벽 등반가이자 전직 마라토너였던 로드리게스와 달리, 호킹은 신체 기능의 악화가 스스로 선택한 역할을 손상시킨다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더 향상시켰는지도 모른다.

 

호킹에게는 있었지만 로드리게스에겐 없었던 필요 불가결한 요소는 사람하는 사람의 무조건적인 정서적 지원과 실질적인 보살핌이었다. 호킹의 경우, 이런 보살핌의 원천이 현재는 전처前妻가 된 아내 제인이었다. 처음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호킹에게 헌신하겠다고 결심했지만 뒤늦게 이는 너무나도 큰 개인적 희생을 요하는 일임을 깨달았다. 그녀의 헌신적 태도가 없었다면 호킹은 일찌감치 생존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제인이 자기 포기적인 태도를 받아들이고, 아내에게서 남편에게로 일방적으로 흐르는 에너지 흐름을 받아들이던 동안, 그들의 관계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들은 서로 사랑했다. 그러나 제인은 결국 자신이 소모된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모두 다 빨려버려 메마른 상태로, "고독하고, 쉽게 상처받고, 쉽게 부서지는 텅 빈 조개껍질이 되었고" 자살 직전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느꼈다.

 

호킹은 여전히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며 독립을 갈구하는 제인의 이런 분투에, 경멸감과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 같은 분노로만 응대했다. 결국 제인은 이 과학자와 결혼하기 위해 남편까지 버린 간호사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사실 제인 역시 이미 다른 연인이 있었다. 그나마 그들 부부의 마지막 결혼 생활 몇 년 동안 제인이 스티븐을 계속 도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연인 관계 덕분이었다.

 

 

39살의 밴쿠버 시민인 미셸은 지난 7년 동안 가슴에 혹을 지니고 있엇다. 그 혹은 커지거나 줄어들긴 했지만 그녀와 의사들을 한 번도 걱정시키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하룻밤 사이에 혹이 아주 딱딱해지고, 뜨거워지고, 커지기 시작했다. 조직 검사 결과, 악성종양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그녀는 그 이유를 안다고 믿고 있다. 바로 스트레스였다.

 

"제가 제 삶을 마구 강타하자 혹이 변화를 일으킨 겁니다"

 

그녀는 실직하는 바람에 병원에 갈 수입도 없는 처지였다. 당시 그녀는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덮쳐 강타를 얻어맞았던 것이다. 결국 그녀는 유방 절제술을 받았고 다행히 림프선에는 암이 없음이 확인되어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수술 후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가 이어졌다.

 

유방암 환자들이 작성하는 설문지에, 자신의 진솔한 아동기 내력을 빠뜨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한 명 꼽으라면 전前 미국 퍼스트레이디 베티 포드 여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자서전 속에 자신의 알코올중독과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의 치료 노력을 용감하게 기술하고 있다. 유방암 진단과 치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녀가 어린 시절을 얘기할 때면 늘 장밋빛 안경을 쓰고 있다. 그녀는 자신과 부모가 평화스러운 목가적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생각을 지키려고 자신의 감정을 억압해버리는 전형적인 사람의 예를 보이고 있다. 그녀는 야심만만한 정치인과 결혼했고, 남편의 이력에 자신의 인생을 지배당하면서 남편과의 관계에 있어서 정서적 박탈을 당하며 살았다. 그녀는 여러 해동안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는 요통으로 고생했고, 진통제와 진정제 치료를 받았다. 

 

"이 세상에서 내가 언제 단 한 번이라도 의미 있는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나는 내가 자신을 의미 있는 사람이라고 믿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마사 그레이엄과 함께했던 내 활동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나는 무용가로서의 재능은 있었지만 위대한 무용가는 아니었다―그리고 내 자신감은 늘 흔들거렸다. 나는 사람들이 내 본연의 모습 때문에 나를 좋아한다고 인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학사 학위도 없다는 사실에 열등감을 느꼈다…… 짧은 교육. 결코 안나 파블로바 같은 무용가가 될 수 없는 사람. 어머니의 절반도 못 따라가는 딸. 나는 불가능한 이상형들과 나를 비교하며 좌절했다"- 베티 포드의 자서전 <내 생애의 시간들> 중에서
 

 

 

자기와 비非자기를 구분하는 심리적 능력에 손상이 발생하면 그 손상은 반드시 생리적 기능으로까지 확대된다. 화禍를 억압하면 면역의 교란이라는 결과가 초래된다. 감정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거나 표출하지 못하는 무능감과 자신의 욕구를 생각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욕구부터 충족시키려는 성향은 만성질환 환자들의 공통적인 패턴이다.

 

이런 대처 방식은 자기 바운더리가 흐려지고 심리적 차원에서 자기와 비非자기의 혼동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혼동이 세포, 조직, 그리고 몸 차원에서도 뒤따른다. 자기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는 면역 세포들이 파괴되거나 무해한 존재가 되지 않으면 그 면역 세포들이 스스로 몸 조직을 공격한다.


 

때로는 몸이 보내는 신호가 긍정적인 지혜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인 로버트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유명한 노조 지도자이다. 40대 후반의 그는 서글서글한 성격에다 낭랑한 목소리로 쾌활한 유머를 구사한다. 그는 25세 무렵부터 발뒤꿈치에서 통증을 느꼈고, 그후 12년 동안 어깨 관절과 쇄골 부위에서 지속적으로 통증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병이 화禍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고 증언한다.

 

"저는 화를 내는 면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유리합니다. 저는 누구에게도 결코 고함을 지르지 않습니다. 그저 호흡만 가다듬어도 상대방에게 확실한 말로 제 뜻을 전할 수 있으니까요. 강직성 척추염의 장점 중 하나는, 그 병이 갈비뼈를 굳게 만들고, 그래서 앞쪽과 뒤쪽 갈비뼈가 모두 고정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목소리를 더 강하게 내거나 말하는 모습을 통제하려면 횡경막으로 호흡해야 합니다. 정상인들은 그곳으로 호흡할 수 없습니다. 저는 병 때문에 불가피하게 횡경막으로 호흡해야 합니다. 이런 상태는 더 많이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해주고, 대화를 제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도록 해줍니다"

 

또 한 연구는 류머티즘 관절염의 고통스러운 염증조차도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기능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절의 유연성이 일주일 뒤 스트레스 사건이 감소한 일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결과는 중요한 임상적 의미를 지닌다"고 연구진은 결론지었다.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사건과 관절 통증의 역동적인 상호 관계가, 병의 악화를 통해 부정적인 사회관계가 조절되는 항상성恒常性 체계를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병의 재발이 환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대인 관계를 피하라고 강압한다는 것이다. 즉 몸이 아니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일했던 분자생물학자 브루스 립턴의 질병, 건강, 치유에 대한 과학적 통찰은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대중 강연 때마다 "개별 세포의 뇌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으로 청중의 의표를 찌르곤 한다. 세포의 뇌는 핵이 아니다. 개별 세포의 일생에서 뇌 활동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곳은 핵이 아니라 세포막이다.

 

그는 "세포는 어떤 주어진 시간에 방어 모드에 들어가거나 성장 모드에 들어가지만, 동시에 두 가지 모드로 들어갈 수 없다"고 설명한다. 환경에 대해 우리가 지각한 내용은 세포의 기억 장치에 저장된다. 아이들은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세상이 사랑할 만하고 인정할 만한 것인지, 아니면 경계 상태를 영원히 유지해야 하는 적대적인 대상인지를 결정한다.

 

아동기의 환경이 미친 영향이 만성 스트레스가 되면, 발달 과정 중인 신경계는 '세상은 안전하지 못하며 심지어 적대적인 곳'이라는 전기적, 호르몬적, 화학적 메시지들을 반복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지각된 내용은 분자 수준에서 우리의 세포 속에 프로그램된다. 아동기에 겪는 경험들이 세상에 대한 태도를 좌우하고, 세상과의 관계를 맺게 될 자신에 대한 무의식적인 믿음을 결정하는 것이다. 브루스 립턴은 이런 과정을 '믿음의 생물학'이라고 불렀다.

 

"나는 강해야 해", "화를 내는 건 내게 옳은 일이 아니야", "내가 온 세상을 다 책임져야 해" 등과 같은 잘못된 무의식적 믿음들은 모두 이런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오해일 뿐이다. 인간의 잠재 능력은 이런 '믿음의 생물학'이 생리적으로 깊이 뿌리박혀 있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아니라고 보증한다.

 

사람들이 전통적인 의료를 선택하든, 대안적 치료 방식을 선택하든, 동양적 치료 행위를 선택하든, 심리 치료를 선택하든 간에, 치유의 핵심은 개인의 적극적이고 자유로우며 정보에 근거한 선택이다. 우리는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는 억압적인 외부 상황으로부터 반드시 해방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해방은 먼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믿음의 생물학'의 억압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킬 때만 가능하다.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켜라

 

처방은 외부에서 주엊지지만 변화는 내부에서 일어납니다. 처방이란 무언가를 고칠 필요가 있다는 가정을 전제합니다. 반면에 변화는 본래부터 존재하던 원상태로의 치유, 즉 완전하고 온전한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일을 가져옵니다. 위대한 생리학자 월터 캐넌의 주장처럼 우리의 신체 내부에는 지혜가 존재합니다. - '독자들에게 드리는 글'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고 싶은 토끼
칼 요한 포셴 엘린 글.그림, 이나미 옮김 / 박하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스웨덴 심리학자 칼-요한 포셴 엘린이 쓴 동화로, 심리학에 기반하여 문장의 리듬감을 구성함으로서 아이가 책을 읽으며 잠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파란색 굵은 글씨는 강하게, 초록색 굵은 글씨는 천천히, 군데군데 하품과 같은 행동을 집어넣으면서 뇌에 제각기 다른 정보를 입력시키며 학습 효과와 공감 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졸리는 이야기를 해 줄게

 

작가는 1978년에 태어나, 스웨덴의 소도시 후스크바르나에서 성장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을 돕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좋아했는데, 스무 살에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여 직장을 그만둔 후 스웨덴 대학교에서 6년간 심리학, 리더십, 교육학, 연극, 수사학을 공부했다. 동시에 본인의 사업을 시작해 사람들의 자기계발을 도왔다. 대부분은 개인교습이었지만 나중에는 회사와 대학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다.

 
2006년, 처음으로 <미래를 창조하라>를 출간한 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출간했는데 자기계발과 심리학을 공통분모로 하고 있다. 이 책 <잠자고 싶은 토끼>를 스웨덴에서 자비 출판한 후 세계 여러 나라로 번역되어 전 세계 어린이들이 편안히 잠들도록 돕고 있다. 다음 책으로 아이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워킹 맘은 회사 업무와 상사 및 동료의 관계 스트레스 속에서 하루 일과를 보내고 무거운 발걸음을 질질 끌며 귀가한다. 아무리 피곤해도 보모나 어린이집에 맡겼던 아이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 억지 노력을 한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게 눈꺼풀이라는데, 아이는 도대체 어디서 이런 에너지가 샘 솟는지 도무지 잠이 없다. 이럴 때 남편이라도 좀 도와주면 좋으련만, 그 사람은 해외 장기 출장 중이다.

 

중력의 법칙을 시험이라도 하는 듯 눈꺼풀은 계속 아래로 향한다. 워킹 맘의 고통을 알리 없는 아이는 연신 동화 책을 바꿔 가면서 읽어달라고 곁에서 졸라댄다. '넌, 지겹지도 않니?', 수백 번을 읽어서 토씨 한 자 틀리지 않고 줄줄 외어대면서도 말이다. 그렇다. 아이는 지금 잠을 청하는 의식을 거행 중이다. 보다 편하고, 보다 아늑하게, 즐거운 상상을 하며 잠의 세계로 들어가려는 일종의 행사를 치루고 있다.

 

이때 워킹 맘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결코 지아비도 아니고 더구나 잠을 쫓아내는 아이스커피도 아니다. 듣기만 하면 잠시 후 졸음이 밀려오는 그런 동화책이다. 특히, 잠투정이 심한 아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심리학을 공부한 전문가답게 이런 워킹 맘의 심리를 어찌 이리도 꿰뚫고 있는지 정말 기똥찬 동화 책을 만들어 냈다.

 

 

경고! 운전자 가까이서 소리 내어 책을 읽지 마시오

 

하하하, 빵 터진다. 책은 읽는 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강조해서 읽어라', '천천히 부드럽게 읽어라', '하품을 하라' 등등. 잠을 보채는 아이 재우려고 읽다가 워킹 맘이 먼저 잠에 빠질 지도 모른다. 참, 이 책은 오디오북을 앱으로 설치해서 들을 수도 있다. 책 뒤표지의 QR코드로 설치 가능하다.

 

       

 

 

 

 

 

"좋아, 이제 주문을 외우마"

하품 아저씨는 잠들게 하는 강력한 주문을 외기 시작했어.

셋..... 둘..... 하나.....

지금 잠이 든다, 지금 잠이 든다, 나는 잠이 든다.....

 

"레드선"(요건 애드립,ㅎㅎ)

 

 

 

 

"잘 자렴"

 

잠자리에서 자주 깨는 사람에게 우리는 토끼잠을 잔다고 말한다. 동화 책의 주인공은 토끼다. 낮엔 잠을 자다가 밤에만 깨어있는 부엉이, 정말 느리디 느려 자는 건지 가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달팽이도 등장한다. 무성無聲영화를 읽어주던 사람은 변사辯士, 조선시대에 고전소설을 읽어주던 사람은 전기수傳奇叟다. 워킹맘은 지금 아이에게 최고의 변사이자 전기수인 셈이다.

 

 

뜨거운 찬사를 한 몸에 받다

 

"불과 몇 분 만에 아이를 잠들게 하는 마술과 같은 책!"

- 뉴욕 포스트

 

뉴저지 수면 건강 센터 캐롤 애쉬 센터장은 "심리학자인 작가가 쓴 이 책의 성과는 환상적이다. 이 책은 아이들의 수면 습관을 바로잡는다. 게다가 휴식 치료 기법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보스턴 아동병원 수면 연구소장인 우마칸트 카타는 "2세부터 9세 아이들의 수면에 대단히 효과적인 책이다"라고 말한다. 나는 불면증에 자주 시달리는 아내에게 시도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인간의 아름다운 소멸을 말하다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
강영안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공부'입니다. 인간이라면 반드시 묻고 답해야 할 질문을 다루는 것이 인문학의 기본적인 과제입니다. 이 질문들은 어떤 대상에 대한 분석이나 무엇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과학이나 공학이 제기하는 질문입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우주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은 과학자들의 질문입니다. 인문학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해서 어떻게로 이어지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멋진 삶은 어떻게 가능하고, 우아한 죽음은 어떻게 맞이할 수 있는가? - '발간사' 중에서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일, 죽음

 

우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멋진 삶을 살아야 할 것이라는 막연한 짐작이 우리를 미美의 추구로 이끌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죽음의 실체를 완전하게 파악한 사람은 없기에, 이런 짐작만 가능했을 뿐이다. 그래도 한 가지, 마지막 순간이 아름다워야 할 것이라는 당연한 요구가 수반됐다. 아름다운 최후를 맞으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지금 바로 이 순간이 아름다운 삶의 연속이어야 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생태학자, 공학자, 철학자, 건축가, 신학자, 종교학자, 의학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섬세한 시각을 발휘하는 최고 학자 8인은 죽음을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삶과 죽음이 그리 멀리 있지 않으며, 죽음에 대한 물음이 도달하는 자리가 결국 삶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어느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죽음이야말로 생명의 가장 보편적인 속성이라고 말한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DNA가 복제를 통해 만들어낸 우연의 결과물이기에 모든 생명은 태초에 하나로부터 나뉘는 일원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즉 원래 하나였던 자연과 공생하는 법을 알고 평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아름다운 삶과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임을 전한다.

 

"오랫동안 생명에 대해 공부하면서 깨달은 점 중 하나는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하나의 공통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것은 '죽음'입니다. 생명의 가장 보편적인 속성이 바로 죽음이라는 것입니다"

 

태초에 생명의 늪에서 우연치 않게 자기를 복제할 줄 아는 어떤 화학 물질, 예를 들어 DNA나 RNA가 탄생해 지금까지 계속적으로 화학 물질을 복제해냄으로써 그것이 오늘날 이 어마어마한 생명계를 만들어냈다고 한다면, 태초의 DNA는 지금도 죽지 않고 계속 이어져 온 것이다. 박테리아를 만들고, 오징어를 만들고, 늑대를 만들고, 사람을 만드는 등 모습만 바꿔서 다른 종을 만들어 복제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지구 생명의 역사는 DNA 혹은 RNA의 일대기에 불과하다. 우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한계성을 지닌 개체이지만, 인간인 우리를 만들어낸 유전 물질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공학자 황농문 교수는 죽음을 삶을 위한 필요조건이라 본다. 우리 모두는 죽음을 의식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꺼려하지만 이를 온전히 의식하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죽음에 직면하는 순간 진실로 중요한 것만 남으며 살아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기 때문이다.

 

죽음을 망각한 생활과 죽음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옴을 의식한 생활은 두 개가 서로 완전히 다른 상태다. 전자는 동물의 상태에 가깝고, 후자는 신의 상태에 가깝다. - 톨스토이, <인생의 길> 중에서

 

고故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에게 죽음에 대해 얘기했다. 왜 하필 죽음에 대해 얘기했을까? 그는 항상 죽음에 직면해 있음을 의식함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죽음을 직면하면 온갖 자부심과 자만심, 수치스러움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외부의 기대들이 모두 떨어져나간다. 그리고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이 남는다. 살아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애령 교수는 죽음 앞에서 철학자의 역할을 고민한다. 죽음이란 존재론적인 결함이자 유한有限한 자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슬픔이기에 우리 모두는 결국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아름답게 사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늘과 고통으로 얼룩진 삶이라도 이를 이야기로 만들어 스스로를 관조하고 이를 함께 나눌 친구가 있다면 좋은 삶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간은 결코 머물지 않는다. 시간은 많은 것을 피어나게 하고 성장하게 하고 탄생하게 하고 변화하게 한다. 또 많은 것을 파괴하고 해체하고 늙게 하고 낡게 하고 저물게 하고 죽게 한다. 인간의 시간은 존재론적인 결함이기도 하고, 유한한 자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슬픔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삶은 고통이나 슬픔을 경험하지 않는 삶이 아니라 그 고통이나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이해하느냐를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삶은 결코 확신이나 확실성으로 가득 찬 삶이 아니다. 오히려 삶이 가지고 있는 그늘, 고통, 눈물, 불확실성, 연약함을 끌어안고 나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 아름다운 삶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오디세우스와 세이렌들> 

 

건축가 김종성은 건축이 언뜻 죽음과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건축이야말로 삶을 오롯이 담고 있는 공간이며, 그렇기에 건축의 미학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의 삶과 그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음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비잔틴 양식부터 신고전주의 양식에 이르는 건축의 역사를 통해 건축에 담긴 우리의 모습을 찾아본다.

 

오랫동안 건축 일에 종사하면서 그가 공감하고 확신하게 된 두 가지 요소는 비례와 재료이다. <무량수전>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것은 숨어 있는 비례미美 때문일 것이다. 이런 요소들이 갖춰질 때 건축물로서의 아름다움이 완성되어 제대로 빛을 발하게 된다. 우리의 삶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죽음 또한 우리 삶의 일부라고 말하고 싶다. 아름다운 삶이 있어야 아름다운 죽음이 있고, 그때 비로소 하나의 인생이 완성되는 것일 테니까요.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신학자 김상근 교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의 성찰에서 시작한 인문학적 사유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공공 이익에 대한 실천으로 발전되었음을 짚고 넘어간다. 그리고 이제 인문학에 남겨진 마지막 과제는 '아름다운 삶을 살고 우아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레코-로만과 히브리 전통에서 죽음의 의미를 찾는다. 이와 함께 죽음은 '이 아닌 평화Shalom의 세계로 나아가는 문'이라는 희망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우연의 연속에 불과한 사다리 같은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 그리고 그 운명이 다하면 우리 모두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어야 한다. 죽음을 맞이한 우리는 그 미지의 세계를 향해 몸을 날려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인간의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다. 

 

죽음을 인식하고 그것을 문화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인류는 특이한 생물이다. 잘났든 못났든, 잘살든 못살든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정말 '모두 죽음 앞에 평등한가?'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고개를 젓게 될 것이다.

화가들은 죽음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16세기 북유럽 르네상스를 이끈 독일 화가 한스 발둥(1484~1545년)은 죽음을 묘사할 때 주로 음산한 분위기와 해골을 소재로 활용했다. 1510년에 그린 이 그림 <인생의 세 시기와 죽음>은 한 인간이 늙어가는 모습을 세 시기로 나눠 죽음을 잡아냈다.

화면에는 젊은 시절의 화려함과 죽음의 불안감이 어지럽게 공존한다. 삭막한 들녘과 스산한 하늘은 암울한 분위기를 더한다. 모래시계를 든 해골이 늙은 여인과 팔짱을 낀 모습이 무척 이채롭다. 죽음을 제대로 바라봄으로써 삶의 어떤 순간도 낭비해선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그림이다.

 

십자가에 매달렷던 예수는 제자들에게 자신의 상처를 보여준다. 그러자 의심 많은 제자 도마는 예수의 상처에 손가락을 집어넣어본다. 그러나 예수는 분노하거나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평화를 기원한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샬롬"이라고 외친다. 예수에게 죽음은 벽도 문도 아니었다. 후회와 분노를 넘어서는 평화의 길이었다.

 

 

종교철학자 정재현 교수는 오늘날 삶 밖으로 내몰린 죽음을 삶 안으로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래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들은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 과정에 있으며 죽음으로써 몸 전체가 살아가는 생명의 역설이 우리 몸 자체에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죽음을 숙명과 해방의 대립 구도로 보는 것을 떠나 '유한한 초월', 즉 삶 안에서 죽음을 발견해 남은 삶인 자신의 현재를 사랑하라고 말한다.

 

우리의 본능은 죽음에 저항하며 삶과 죽음의 관계를 가능한 한 멀리 떼어놓으려 한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심각한 것은 무엇보다도 삶의 바깥으로 내몰린 죽음이 오히려 삶을 일그러뜨린다는 점이다. 그 문제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곧 우리의 몫이다. 그래서 바깥으로 내몰렸던 죽음을 삶 속으로 끌고 들어오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죽음과 관련해선 본능이나 욕망 모두 비슷하게 작동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멀리멀리 밀어낸다. 욕망으로 죽음을 덮어버리면 삶이 일그러지고 만다. 덮어버린 사실을 잊어버리면 그 일그러진 삶을 되돌아볼 기회 또한 잃어버리게 된다. 이렇게 볼 때 죽음에 대한 생각은 삶을 더 풍요롭고 가치 있게 엮어내려는 노력이다. 그래서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삶에서 죽음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밀어냈던 죽음을 삶과 함께 엮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세포들은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태어나 활동하다가 어느 순간 다시 소멸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몸은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죽음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세포들이 끊임없이 죽음으로써 몸 전체가 살아가는 생명의 역설을 우리 몸은 이미 실천해오고 있다.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 '성서' 중에서

 

죽지 않을 것처럼, 아직 죽지 않은 것처럼 살지 말고 이미 죽은 사람으로 살라는 것이다.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는 말씀이 바로 이를 가리킨다. 그렇게 되면 지금 사는 삶은 덤으로 사는 것이다. 덤의 시간들, 순간들, 그것이 바로 지금이다. 그래서 한마디로 추리자면, "자신의 현재를 사랑하라! Carpe diem!" 

 

원로 철학자 강영안 교수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현상학, 그 의미를 살펴보는 해석학, 관계를 생각하는 윤리학을 통해 죽음을 분석한 뒤, 선물과 같은 삶을 '감사(Eucharist)'라고 표현한다. 소크라테스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이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했고 플라톤은 철학의 가장 중요한 임무를 멜레테 타나투, 즉 죽음에 대한 수련이라고 했다. 이는 죽음에 대한 철학의 분석에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하이데거는 "그 끝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나 자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끝이 있으므로 해서 너와 나 구별도 없이 군중 속에 무리지어 사는 그런 삶이 아니라 비로소 누구와도 혼돈되지 않는 나 자신, 존재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죽음은 누구의 죽음도 아닌 나의 죽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심으로 우리의 삶 자체를 내게 주어진 값진 선물이라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죽음은 결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삶이 정말로 살 만한 것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누나의 죽음을 겪으면서 의사의 길을 결심한 윤영호 교수는 죽음을 절망이 아닌 희망의 순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삶은 선택으로 주어진 것이기에 건강한 목표와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믿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삶이며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라는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우주라는 하나의 몸에 존재하는 세포라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각자의 이기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라는 몸을 위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봉사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남을 믿지 않는다면, 그리고 세상을 믿지 않는다면 누군가를 배려하고 봉사하는 삶은 불가능하다. 서로 믿고 조화를 이루며 봉사하는 삶, 바로 이것이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결국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이다. 우리는 죽지 않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니고, 죽지 못해 사는 것도 아니다. 죽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의미 있는 삶을 살다가 아름답게 죽음을 마무리하는 것까지가 인생의 완성이다. 나무는 죽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다. 다시 대지로 돌아간 우리 역시 어디선가 다른 생명으로 이어진다. 죽음은 자연으로의 회귀이며 또 다른 시작이다.

 

"나는 쓰러져 죽을 때까지 자연의 길을 여행하겠다. 그리하여 내가 매일 들이마시던 대기 속으로 나의 마지막 호흡을 반환할 것이며, 나의 아버지가 씨를 얻고, 어머니가 피를 얻고, 유모가 우유를 얻었던 대지에 깊이 묻히리라"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참여감 -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리완창 지음, 박주은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태풍의 길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 창업을 하는 사람을 운 좋은 '돼지'에 비유한다면, 업계의 대세와 사용자의 참여는 모두 '태풍'에 해당한다. 샤오미는 창업 첫해에 두 가지 사실을 증명했다. 사용자의 참여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잇다는 것과 좋은 제품은 입소문을 통해 더욱 널리 퍼진다는 것, 이 두 가지는 그대로 샤오미의 핵심 이념이 되었다. - '서문' 중에서

 

 

샤오니의 '참여감 3·3법칙'에 대하여

 

책의 저자 리완창은 샤오미의 공동창립자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MIUI'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개발에 참여했고, 2011년부터는 샤오미닷컴을 책임운영하면서 샤오미의 시장 마케팅과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총괄담당하고 있다. 전 진산츠바 CEO 겸 진산(킹소프트) 소프트웨어 디자인팀의 디자인 디렉터로 일하면서 중국 최초로 소프트웨어 사용자 체험 디자인팀을 만들어 운영하는 한편, '신개념 마케팅', '참여감', '휴대폰 집착남녀', '미펀제(米粉節, 샤오미 팬들의 날)' 등 인터넷 인기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미국 <포브스>지에서 중국의 젊은 비즈니스 엘리트로, 2013년에는 제9회 '중국의 걸출한 청년 엔지니어'로 선정되었다.

 

책은 모두 7개 장으로 구성되어, 샤오미의 성공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즉 참여감, 제품, 브랜드, 뉴미디어, 서비스, 디자인, 아리의 노트 순으로 현재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 세계 스마트폰 시장 4위를 기록 중이며, 웨어러블 기기 미밴드로 세계 시장 2위를 달성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일취월장 성장하면서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기업이 된 이유를 밝히고 있다. 더구나 출범한지 5년에 불과한 신생기업이기에 놀랍기만 하다.

 

샤오미 공동창업자들, 왼쪽 4번째가 레이쥔 회장, 5번째가 리완창(저자)

 

 

참여감 3·3법칙

 

샤오미는 창업 후 4년 동안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 경영에서까지 참여감의 깊이와 범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리고 모든 직원들과 사용자들의 마인드에 참여감을 새기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 그러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 핵심 성과지표)나 정시출근제도가 없다. 직원들의 업무는 직원 개인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나 사장의 지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사용자의 피드백을 처리하기 위해 이루어진다.

 

<경쟁의 미래>의 저자 C. K. 프라할라드는 "기업중심형 혁신은 이제 끝났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은 유일무이한 개인이 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더욱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기업도 새로운 조직구조로 개편되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감이다. 참여감은 이제 소비자의 수요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과, 소비자의 수요가 제품의 물적 속성에 갇히지 않고 사회적 속성으로 확장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것이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즉 그 제품을 통해 우리가 어떤 새로운 체험에 참여할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참여감을 구축한다는 것은 제품, 서비스, 브랜드, 소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개방하여 사용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사용자들이 직접 만져보고 소유할 뿐 아니라 사용자와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책의 저자는 이를 3개 전략과 3개 전술로 정리하여 '참여감 3·3법칙'으로 명명했다.

 

3개 전략~ 폭발적 인기 상품, 직원들이 제품의 팬, 기업 스스로 미디어가 된다

 

3개 전술~ 참여의 마디를 개방, 상호교류 방식의 디자인, 입소문을 확산

 

 

 

'폭발적 인기 상품을 만든다'는 것은 제품 전략에 해당한다.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한 가지 중점 요소만을 과감하게 밀고나가 업계의 선두가 되는 것이다. 제품 라인이 다양하면 규모의 효과를 얻기 어렵고, 기업의 자원도 분산되어 참여감을 끌어내기 어렵다.

 

'직원이 먼저 팬이 된다'는 것은 사용자 전략에 해당한다. 참여감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신뢰의 보증'이 있다. '약한' 사용자 관계가 높은 신뢰도의 '강한' 사용자 관계로 진화하려면, 직원들 자신이 먼저 제품의 팬이 되어야 한다. 사용자들이 누리는 이익은 그 다음이다. 기업과 사용자 모두가 이익을 공유하는 참여감이 오래 지속되는 법이다.

 

'스스로 미디어가 된다'는 것은 콘텐츠 전략에 해당한다. 하나의 중심이 없는 인터넷에서는 기존의 권위와 정보의 비대칭성이 소멸하고 있다. 스스로 미디어가 된다는 것은 기업 스스로 인터넷에서 정보의 마디가 됨으로써 정보의 유통을 가속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직원과 사용자들이 '제품의 대변인'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참여의 마디를 개방'한다는 것은 제품과 서비스, 브랜드, 마케팅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개방하고, 깅업과 사용자 모두가 이익을 공유하는 지점을 선별하여, 이익과 참여의 상호연동이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다. 개방의 마디는 반드시 기능적 수요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한다.  가장 최근의 수요일수록 참여하는 사람의 수는 더욱 많아진다.

 

'상호교류 방식을 디자인'하는 것은 '단순, 효율, 흥미, 진실'이라는 디자인 원칙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소통방식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사용자와의 상호교류 방식도 제품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 2014년 춘절 기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근 '웨이신 홍바오'는 이런 디자인의 좋은 예다. 사람들이 공유할 만한 이익이 있고, 흥미로우면서도 단순한 마케팅 방식이기 때문이다.

 

'입소문 사건을 확산'시키는 것은 초기에 제품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호감을 보인 사용자들을 선별하여 먼저 소규모로 참여감을 배양한 뒤, 사용자와의 상호교류를 통해 생산된 콘텐츠로 다시금 이슐를 만들어 널리 전파하는 것이다. 이렇게 입소문이 놀라운 파급력을 갖게 되면, 수백만 명에게 다시 영향을 미쳐 새로운 참여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기존 사용자들의 성취감을 높여 '참여의 확산'이라는 나선형 폭풍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브랜드가 출발선에서 지면 안 된다

 

기업의 첫걸음은 '어떤 제품을 내놓을 것인가'와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확정하는 데 있다. 그 다음에는 회사의 이름과 도메인, 브랜드 슬로건, 마스코트도 생각해야 한다. 이런 브랜딩 작업에 너무 공을 들인 나머지 "이러다가 출발선에 서지 못할 것 같다"는 농담까지 했다. 창업 초기에 좋은 회사명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이때 다음과 같은 것들을 고려했다.


1. 중국어 이름은 기억하기 쉽고 전파되기 쉬워야 한다.
2. 그 이름에 걸맞은 최상의 도메인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3. 상표 등록이 가능해야 한다.
4. 국제화에 유리해야 한다.
5. 일상적인 친근감과 풍부한 색채감, 정서적 요소를 지닌 이름이어야 한다.


샤오미의 로고 이미지는 Mobile Internet의 앞글자를 하나씩 딴 MI가 샤오미의 '미'와 발음이 같다는 점에 착안하여 디자인했다. 이 로고를 180도 뒤집으면 오른쪽에 점 하나가 모자란 '心(마음 심)'이 된다. 이것은 "사용자들의 마음 쓸 일을 덜어주겠다"는 의미다.

 

샤오미 로고 

 

이렇게 회사를 설립한 후 '샤오미테크'로 상표등록을 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동시에, 같은 이름의 도메인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동명의 도메인을 얻지 못한다면 상표등록을 포기할 각오까지 한 상태였다. 기억하기 쉬운 이름 못지않게 간결한 도메인도 유동량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014년에 샤오미는 정식으로 국제 시장에 진출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천금을 아끼지 않고 새로운 국제 도메인인 mi.com을 사들였다. 첫 도메인인 xiaomi.com을 얻을 때는 수십만 위안(약 수천만 원)이 들었는데, mi.com을 사들이는 데는 무려 360만 달러(약 40억 원)가 들었다. mi.com이라는 도메인은 'Mobile Internet'이라는 콘셉트를 전 세계에 전파,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데도 유리하다.

 

 

서비스센터를 안락한 집처럼

 

2012년 1월 16일은 음력으로는 12월 23일이다. 이날 이후로 매년 음력 12월 23일이 되면, 춘절 귀향을 하지 못한 미펀(샤오미 팬)들이 '샤오미의 집'(샤오미의 공식 고객서비스 체인)에 모여 함께 저녁을 먹는다. 함께 둘러앉아 만두도 빚고 훠궈(火鍋, 중국식 샤브샤브)도 먹다 보면, 샤오미의 집은 정말로 미펀들의 집이 된다.

 

샤오미의 집은 샤오미 직원들에게도 '수리, 보수'의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직원들은 사용하던 시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샤오미의 집을 찾는다. 스마트폰의 액정이 부서져서 샤오미의 집에 맡겼더니 수리를 맡은 동료가 액정을 교환하고 보호필름까지 부착한 휴대폰을 예쁜 선물 상자에 담아 자신의 책상에 놓고 갔다는 일화까지 있을 정도였다.

 

샤오미는 일선 직원들의 세세한 제안을 바탕으로 계속 서비스의 질을 개선시켜왔다. 이런 개선 방법을 지속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바로 '점적시스템'이다. 이를 스마트폰 앱의 형태로도 개발하여, 고객서비스 부문 직원들이 앱을 통해 자유롭게 자신의 제안을 올리도록 했다. 모든 직원들은 다른 직원이 올린 제안을 볼 수 있으며, 제안에 대해 댓글을 달고 점수를 매기고 '좋아요'를 누를 수 있다. 5명으로 이뤄진 '점적시스템' 전문 운영팀을 조직하고, 우수 제안에 대해선 적극 장려, 평가, 실행하는 작업을 담당하게 했다.

 

고객: 좋아요, 좋아! 샤오미 세계 최고! 파이팅!!
샤오미 고객서비스: 안녕하세요? 저희는 세계 최고가 되고자 노력할 뿐 아니라 슈퍼맨, 울트라맨, 스파이더맨도 꺾을 생각입니다. 진정으로 천하제일이 되는 그날까지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고객: 여자친구에게 선물해줬는데 짱 놀라네요.
샤오미 고객서비스: 안녕하세요? 그 제품은 전설의 여신 전용이랍니다.
- '샤오미 게시판 내용' 중에서

 

 

플라스틱 조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진실만이 사람을 감동시킨다

 

휴대용 WiFi의 출시 사전 홍보 기간은 마침 크리스마스였다. 샤오미의 휴대용 WiFi는 여섯 가지 색깔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우리는 각각의 색에 음표를 부여한 뒤 제품 홈페이지에 두 마디 길이의 멜로디를 만들어 올렸다. 사용자들이 마우스를 클릭하거나 키보드의 숫자 키를 누르면, 각 제품과 연동된 음표에서 소리가 나면서 멜로디가 연주된다. 멜로디는 '징글벨'에서 두 마디를 골랐다.

 

우리는 사용자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제품 홈페이지에 들어와 원하는 음표를 누르면 그 음표에 해당하는 색깔의 휴대용 WiFi의 USB 보호캡이 팝업으로 나타나도록 했다. 이것은 시각적으로도 생동감을 주었다. 결국 이날 밤 총 120만 명이 이 멜로디를 연주함으로써 이 멜로디는 하룻밤 사이에 가장 많이 연주된 세계 최초의 명곡이 되었다.


5200mAh 보조배터리는 마케팅을 기획할 시간이 사흘밖에 없었지만 최대한 서두른 결과, 밸런타인데이에 맞추어 출시할 수 있었다. 우리는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올 무렵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친구/여자친구'라는 콘셉트를 이용, 10400mAh 보조배터리는 남자의 형상으로 의인화하고 5200mAh 보조배터리는 여자의 형상으로 의인화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10400mAh 보조배터리는 남성이 한손에 쥐기 편해서 남성 사용자가 많았고, 5200mAh 보조배터리는 여성이 한손에 쥐기에 편한 크기였다. 게다가 '5200'(우얼링링)을 중국어 발음으로 읽으면 "널 사랑해"(워아이니)와 묘하게 음운이 어울렸다.

 

 

인터넷 체질로의 전환, '폭爆·편扁·상爽'이 관건

 

폭爆이란 제품 전략 및 제품 구성은 폭발성을 가진 단품 위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샤오미의 제품은 폭발성 있는 인기 상품 위주이다. 그래야 사용자들과 깊고 가깝게 교류할 수 있고, 사용자들에게 참여감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이든 폭발적 인기 상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품이 수십 종이어야 하는 게 아니다. 한둘 정도면 충분하다.

 

편扁이란 조직은 평평하게, 즉 단순하고 효율적인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터넷 시대의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적극성과 창의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층층이 이루어진 수직 구조 안에서 과연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을까? 제안 하나 하려 해도 일곱, 여덟 단계의 의사결정 구조를 거쳐 최종 피드백을 받기까지 다시 두세 달이 걸린다면, 어느 누가 대담한 혁신을 시도할 수 있을까? 샤오미의 연구개발 조직은 엔지니어, 핵심 매니저, 협력 파트너, 이렇게 세 개 층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상爽은 조직 구성원에 대한 격려와 관련된 것이다. 우리 또한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고, 회사의 이익도 함께 공유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충분히 금전적 보상을 하고 자긍심과 참여감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제품과 서비스의 질은 자연히 높아진다. 우리는 결과보다 과정에 더 집중한다. 모든 직원들이 과정에 최선을 다 하면 자연히 최상의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천리와 인욕은 근본적으로 같다(천리즉인욕天理卽人欲)"

- 왕양명


레이쥔은 크게 절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열린 마인드로 샤오미를 만들었다. 창업 당시에도 그는 20년 가까이 기업 활동을 하면서 돈과 명예와 성공을 거머쥔, 무엇하나 부족할 것 없는 엔젤투자자였다. 사람들은 믿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런 그가 샤오미를 만든 것은 어디까지나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 위대한 일을 하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다. 그래서 공동창업자들은 물론 핵심 직원들에게도 충분한 이익과 권한을 보장하고, 직원 존중을 다른 무엇보다 중시했던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최고의 인재를 요구한다. '최고의 인재'란 혼자서 10명, 100명의 몫을 해내는 인재를 가리킨다. 적당히 똑똑한 대학생을 뽑아 잘 양성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이다. 최고의 인재는 스스로 강한 동기와 추진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회사는 단지 그가 좋아하는 일에 그를 배치하기만 하면 된다. 그는 스스로 즐기는 마음으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핵심 인재를 감동시켜야 다른 직원들에게도 널리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창의적 인재일수록 엄격히 관리하려 들면 갑갑함을 느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엔지니어들은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는 데 관심이 없고, 형식에 맞춘 보고서 작성도 골치 아파한다. 관리자가 아닌 사용자들이 엔지니어를 관리하게 하라. 엔지니어들은 사용자에게서 긍정적 피드백을 받으면 신이 나서 혼을 불사르며 일하고, 사용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스스로 참지 못해 문제 개선에 매달린다.

 

'폭, 편, 상'이란 기업이 단순화, 효율화될 때 직원들이 홀가분해진다는 의미다.

 

 

샤오미의 성공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요즘 성능이 우수한 중국 제품을 두고 '대륙의 실수'라고들 한다. 예전엔 중국제는 값이 싼 만큼 디자인과 성능이 떨어지고 품질도 나쁘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 중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아이템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 말이 생겨났다. 샤오미에서 만든 보조배터리가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를 다시 평가하게 됐다.

 

현재 샤오미는 전 세계에서 가장 관심 받는 기업 중 하나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 세계 스마트폰 시장 4위를 기록 중이다. 웨어러블 기기 미밴드로 세계 시장 2위를 달성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공기청정기, 정수기, 스마트TV, 스마트 운동화, 에어컨 같은 분야로도 진출하는 한편 사물인터넷 시장에도 도전하고 있다.

 

샤오미에 대한 평가에 아직도 무시와 감탄이 엇갈리고 있다. 이는 마치 '내가 하면 연애, 남이 하면 불륜'과 같은 논리이다. 기적 처럼 짧은 기간에 쌓아올린 성공탑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장기적인 전망에선 평가절하하는 이런 태도는 샤오미의 성공 배경을 잘 모르고서 일방적으로 내린 오만의 극치일 뿐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필독을 권하고 싶다.

 

충성도 높은 고객들의 참여감은 시장에 거대한 태풍을 일으켰다. 그 태풍의 힘은 돼지도 날아가게 할 정도로 거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계획의 철학 - 미루는 본성을 부정하지 않고 필요한 일만 룰루랄라 제때 해내기 위한 조언
카트린 파시히.사샤 로보 지음, 배명자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자제력은 전기톱을 닮았다. 전기톱은 나무를 쉽게 베어내지만 자칫 잘못하면 벌목꾼의 다리까지 날려버릴 수 있다. 자제력이라는 말에 넘어가 자기 본성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맞지 않는 인생설계를 세웠다가는 크게 불행해질 수도 있다. 물론,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첫째 꼭 그래야 하는지 아직 증명된 바가 없고, 둘째 이런 경우가 적을수록 더 행복해진다. 요컨대, 우리는 끊임없이 계획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계획하고자 한다. - '서문' 중에서

 

 

오늘 꼭 해야만 하나?

 

모든 시작에는 망설임이 있다. 지금 서울 강남의 가로수길을 활보하면서 이곳저곳 쇼윈도우를 기웃거리는 젊은 여성들, 거실 소파에 앉아 인기 TV 드라마를 뚫어져라 시청하고 있는 중년 여성들, 그리고 서울 근교의 산행을 마치고 등산 동호회 회원들과 산 입구 음식점에서 부어라 마셔라 여흥을 즐기는 남성들은 아직 쓰레기 봉투를 내놓지 않았거나, 빨래를 마치지 못했거나, 우편함의 쌓인 우편물을 수거하지 않은 등 눈앞에 놓인 과제나 프로젝트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이들을 비난까지 할 필요는 없으며 그리고 그래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이들이 무조건 게으르고 나쁜 사람들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지 이들은 그 일을 잠시 지연시키고 있을 뿐이다. 사실 '미룬다'와 '지연'이라는 말은 같은 뜻임에도 불구하고 '지연'시킨다는 말이 왠지 듣기엔 편하다.

 

이 책의 공저자인 카르린 파시히사샤 로보는 당장 할 일을 '내일을 위해 남겨두는' 생활방식에 대해 'LOBO(Lifestyle Of Bad Organization)'이라고 명명했다. 즉 조직화에 형편없는 생활방식이라는 뜻이다. 지연행동은 특정 업무나 과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일상의 모든 일이 미뤄지고, 도저히 미룰 수 없어 보이는 일도 쉽게 지연된다.

 

여자든 남자든 똑같이 미룬다. 기혼자든 미혼자든 똑같이 미룬다. 일반인도 학자도 똑같이 미룬다. 특히, 직장인들은 자영업자보다 더 많이 미룬다. 미루는 성향은 일단 생기면 콧물감기처럼 지나가지 않고 견고하게 남아 성격적 특성이 되는 것 같다. 어느 연구에서 같은 피험자에게 지연행동에 대한 똑같은 설문조사를 몇 년 간격으로 두 번 실시했는데, 그 결과가 거의 똑같았다.

 

2003년 발표된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 구성이 지연행동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연행동의 유형을 봤을 때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확실히 더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안 좋은 조건에서(이를테면 대학에 다니며 시험을 치르고 과제를 내야 할 때) 더 많이 미루게 되지만, 세월이 흘러도 미루는 태도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다른 보상거리로 지연행동을 상쇄하는 능력이 발달할 뿐이다.

 

책은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미루고 딴짓을 하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작품을 탄생시킨 사례들은 미루기, 게으름, 무계획과 같은 부정적인 행동이 인간에게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게 해 창의성의 원동력을 만들어 준다고 알려준다. 독일의 소설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카트린 파시히와 광고, 상품 기획자인 사샤 로보는 이같은 인간의 미루는 습성을 부정하거나 쓸데없이 자책하거나 강박에 사로잡히지 말고, 자신의 의지와 선호도에 따라 할 수 있는 일만 제때 해내라고 충고한다.

 

 

환경이 만들어내는 부담

 

사무직과 연구직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직업군에서 업무와 요구사항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는 경제 및 산업의 전문화와 기술화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부담을 주고 그들로 하여금 인위적 압박을 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 꼭 기술 발전 때문만은 아니다. 이보다 더 피하기 어려운 사회적 '노동열의'라는 문제가 있다.

 

노동열의 때문에 힘든 것은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들은 너무 많이 일한다. 여러 프로젝트가 무질서하게 쌓이고, 재정 압박이 과도한 업무로 이어진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변호사나 건축가 같은 대표적인 자영업자들의 업무 시간이 가장 긴 편이다. 변호사협회와 건축가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주 70시간 근무도 흔하다고 한다. 자영업자가 누릴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 안배라고 해봐야, 딱 하루 어느 요일에 야근을 하지 않을지 정할 수 있는 게 전부다.

 

전문지식과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적응력에 대한 요구 역시 커지고 있다. 점점 더 다양한 과제, 요구 조건,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적응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자칫 자책에 빠질 수도 있다.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은 다들 잘 해내고 있잖아!" 이렇게 자신을 남과 비교하게 되는데, 이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내적인 감정 상태가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은 무시된다.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도 저녁에 이불 속에서 남몰래 괴로워하며 뒤척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LOBO들은 어떤 과제에 부담을 느끼고 뒤로 미루는 것이 모두 자기 탓이라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쉽게 좌절한다. 그들의 능력에 비해 요구 사항이 너무 과한 경우에도 말이다. 널리 만연돼 있는 이런 자책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LOBO들이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일은 하나뿐이다. LOBO들에게는 자기 능력에 맞는 환경을 찾거나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노련한 미루기를 위한 조언

 

더 늦기 전에 지연행동 연습하기

늦잠 자기

너무 적게 계획하지 않기

모든 걸 동시에 시작하기

그냥 놔두기

생산성 향상 방법을 조언하는 블로그 멀리하기

 

합리적 이성의 소유자라고 자부하는 자기계발서 저자들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특정한 한 가지 일에 들어가는 '비용', 즉 그 일을 준비하고 착수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정해져 있고, 일에 따라 그 비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 이다. 이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고 식사 때 먼저 밥을 다 먹고, 그 다음에 채소 반찬을 다 먹고, 그다음 고기 반찬을 다 먹어야 할까? 수영장에서 한 시간 동안 다이빙만 하고 그다음 한 시간 동안 아이스크림만 먹어야 할까?

 

로버트 레빈<시간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는가>에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모노태스킹은 과제의 마무리를 중시하는 대부분의 서구문화권, 즉 '시각 문화time culture'에서 생긴 특별한 습관이다. 반면 과제의 시작을 중시하는 '사건시 문화event-time culture'에서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다중시간형 계획을 선호한다.

 

"다중시간형 계획을 세우면, 우선 한 가지 일에 집중하다가 다른 일에 관심이나 호감이 생기면 그 일을 하고 다시 다른 일에 흥미가 생기면 그 일을 한다. 중간에 갑자기 쉬게 될 수도 있고 계획에 없던 새로운 일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처음에 집중했던 일에 다시 흥미가 생길 수도 있다. 다중시간형 계획에서는 모든 일이 각 각 조금씩만 진행된다"

 

심리학자 로버트 레빈은 다중시간형 계획과 단일시간형 계획을 유연하게 변환하라고 조언했다.

 

 

일에서의 문제

 

스위스 종교개혁가 울리히 츠핑글리는 긴 시간의 고단한 노동을 신에 대한 공경이라 여겼고, 프랑스 종교개혁가 장 칼뱅은 한 술 더 떠 이 신앙의 전제조건으로 자본주의가 막강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저자는 이렇게 출발한 이념들이 현대인의 노동 업무뿐만 아니라, 가사노동, 개인의 사생활까지로 확장돼 많은 압박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현대인은 회사나 집에서 일을 덜 해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은 양심의 가책을 받고 불안한 심리와 자괴감, 자책감까지 느끼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저자는 끊임없는 노동 압박감의 실체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불필요한 양심의 가책과 업무를 걸러내 꼭 필요한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의무라는 명칭으로 교묘히 포장된 것을 잘 가려내어 꼭 필요한 것 외에는 과감히 거부하고, 꼭 해야 하지만 능력이나 시간이 부족하다면 업무나 일상과 관계없이 남에게 위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가사家事 문제

 

옛날엔 참 살기 좋았다. 식탁보에 코만 안 풀어도 청결한 사람으로 통했다. 빨래는 1년에 한 번만 했다. 셔츠 한 장, 접시 하나, 나무상자 하나가 살림살이 전부인데 얼마나 많이 어질러놓을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아름답고 정돈된 집을 소개하는 잡지가 많아지면서, 비를 막고 온기를 주는 것이 본연의 임무였고 한때 동굴이면 족했던 집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 오늘날 사태는 더욱 심각해져서 무질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기계발서는 한결같이 관리, 청소, 그리고 독일 가정들이 보유하고 있는 평균 1만 5000개나 되는 물건들의 상세한 정돈 방법을 소개한다.

 

LOBO라고 해서 모두가 난장판인 집 때문에 괴로워하는 게 아니다. 어떤 LOBO는 혼자 감당할 수 없음을 미리 깨닫고 청소부를 미리 고용한다. 또 어떤 LOBO는 업무만 미룰 뿐 집안 청소는 쉽게 끝낸다. 학술적으로 연구한 바에 따르면, LOBO의 90퍼센트가 정리정돈과 청소를 미룬다. 정리정돈과 청소는 딱히 급한 일도 아니고 재미도 없기 때문에 미루기에 좋다.

 

 

데드라인의 위대한 힘

 

영리한 프리랜서나 프로젝트 리더는 필요한 비용, 인원, 기간을 예상할 때 '2배수에 약간 더 추가하기' 방식을 취하는데, 현실적인 예상 수치에 2를 곱하고 여기에 다시 만약을 대비하여 약간을 더 추가한다. 그러면 관리자나 의뢰자는 후자의 방식을 취해 제시된 수치를 다시 반으로 줄인다. 이제 양측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협상안이 결정된다.

 

자신의 예상을 두 배로 늘려 제안할 생각을 하지 못한 왕초보의 경우만 아니라면 말이다. 직장이나 일상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런 협상 게임이 벌어진다. 의뢰하는 사람과 의뢰받는 사람이 데드라인을 결정할 때도 같은 원리로 합의에 이른다. 의뢰하는 사람은 아무리 늦어도 3월 1일까지 끝내야 한다고, 그게 지켜지지 않으면 회사가 망할 거라고 과장한다. 사실은 12월까지 끝내도 넉넉한데 말이다. 의뢰받는 사람은 알겠노라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 후, 2월 말쯤 콜라를 쏟는 바람에 컴퓨터가 고장났다고 거짓말을 한다. 사실 왜곡은 어느 정도 민주주의와 비슷하게 기능한다. 즉, 특별히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른 것보단 낫다.

 

 

벼락치기가 집중력을 높여준다

 

화가이자 건축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기하학을 하느라 궁정 화가로서 맡은 <모나리자> 제작 업무를 주어진 시간 내 끝내지 못했다.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는 <도둑까치> 서곡을 최종 리허설 날 스칼라극장 계단에서 썼다고 고백하며 자신이 쓴 명곡들이 사실은 미루기와 벼락치기로 완성됐다고 토로한다. 세계적인 온라인 이미지 공유 사이트 '플리커'의 개발자는 당시 맡았던 게임 개발 업무가 너무 싫어 딴짓하다가 세계 어느 곳, 어떤 장치로도 사진을 업로드, 편집, 공유할 수 있는 플리커를 개발하게 됐다.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미루고 딴짓을 하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작품을 탄생시킨 사례들은 미루기, 게으름, 무계획과 같은 부정적인 행동이 인간에게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게 해 창의성의 원동력을 만들어 준다고 알려준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라는 금언에 지나치게 함몰되지 말자. 벼락치기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인간의 미루는 습성을 부정하거나 자책하는 대신에 자신의 의지와 선호에 따라 할 수 있는 일만 제때 해내라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자신의 본성과 흥미'를 제대로 파악해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