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력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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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힘든 터널을 빠져나오나 했더니 다시 복병이 나타난다. 유럽의 재정위기. 이 녀석이 좀 뛰어보려는 경제의 발목을 잡고 놔주질 않는다. 힘이 든다. 암담한 현실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정말 앞이 캄캄하다. 다시 터널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추천한다는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뭔가 해법이 있을까 하고서.

 

 

 

 

 

타력他力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나 이외의 뭔가 커다란 힘이 내 삶의 방식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고방식입니다. 나 이외의 타자他者가 나라는 존재를 떠받치고 있다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꿔 말하면 타력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커다란 힘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커다란 에너지가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흐르고 있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자기 혼자 힘으로 했다는 생각은 얕은 생각으로, 그 밖의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이 내 운명과 관계되어 있습니다.

 

 

'타력他力''자력自力'은 각각 '타력정토문他力淨土門''자력성도문自力聖道門'이라는 대립개념으로 일본의 불교를 이분二分해왔다. 이후 '자력'은 각고면려刻苦勉勵를 슬로건으로 하는 유교적 윤리로 편입되어 왔기에, '타력'은 남에게 의지하는 소극적인 삶의 방식으로 오해되어 왔다.

 

저자 이츠키는 '타력'을 이야기하면서 지금과 같은 난세에 살아남으려면 '타력'을 한 줄기 빛으로 삼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약한 인간에게 '타력'의 은총이 찾아온다는 것이 결코 어리광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고민하고, 탄식하고, 분노하고, 웃고, 울어온 사람들의 내면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 책에는 100가지의 힌트가 수록되어 있다. 결국에는 '타력'이라는 한 가지로 수렴된다.

 

 

'타력'이라는 불가사의한 감각

 

사람은 누구나 평생 몇 번쯤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방황해야 하는 중병에 걸리거나, 명예나 지위를 한꺼번에 잃어버리거나, 일자리를 잃거나, 또는 사업에 실패하여 파산을 각오해야 하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들은 모두 시간이 지나가면서 완화되거나 소멸한다. 지나고 나면 기가 막히고 감탄하게 된다. 곧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세월이 흘러 멀쩡하게 우리들 앞에 당당하게 나타나는 경우를 왕왕 만난다. 인간은 정말 끈질긴 존재다. 이 불가사의한 힘은 뭘까?

 

 

'안 되는 건 안 된다'라고 생각한다

 

안 되는 건 안 되고, 못하는 건 못한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군대식 어거지는 결코 통하지 않는 법이다. 개개인의 노력이나 선의도 보답 받지 못할 때는 보답 받지 못한다.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형편 좋을 때 지인에게 경제적 도움을 줬는데, 본인이 막상 어려워져 손을 내밀었지만 외면하는 경우 말이다.

 

세상 살다보면 정직한 사람이 손해보는 경우도 있다. 노력이 보답받는 일 또한 드물지만 있다. 노력이 결코 헛되다는 것이 결코 아니란 말이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정직한 이는 대체로 손해를 본다. 또한, 노력이 보답 받는 경우도 거의 드물다.

 

 

'비상시'를 헤쳐나가는 강력한 사상

 

'비상시'"국가적 또는 국제적으로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이다. 일본은 대동아전쟁을 일으키며 전시 비상체제로 돌입한 적이 있다. 당시 먹는 걸로 투정부리는 아이들에게 일부 어른들은 전쟁터에 나가있는 병사들의 노고를 생각하라고 고압적인 설교를 했다.

 

작금의 경제적 위기는 나라의 '비상시'이지, 개인과는 상관이 없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지구촌 경제가 국가와 사회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자살, 이혼, 범죄, 파산, 실업 등의 사건들이 날로 증가하는 추세는 지금이 바로 '비상시'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비상시'에는 '비상시'의 사상과 삶의 방식이 있다.

 

 

'본원타력'이야말로 생명력의 진정한 핵심

 

'타력'이라고 하면 '타력본원他力本願'을 떠올린다. 타력본원은 일반적으로 '네가 하는 대로 내맡김', '남이 하는 대로 내맡김'이란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즉 '자력'의 반대말로 통용된다. '타력본원'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내맡기거나 무책임한 것이 결코 아니다.

 

이는 유달리 선명하고 강력한 세계관에 기초하는 대사상이며, 위기에 직면한 인간에게 가장 의지가 되는 힘이라고 해도 좋다. 굳이 종교를 논하지 않더라도 모든 현대인의 마음에 작용하는 격렬하고 큰 힘이 바로 타력이다. '비상시'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강하게 흔드는 에너지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을 실감하다

 

'염불'이란 '나무아미타불'이라고 외치는 것을 말한다. '나무'는 산스크리트어의 '나마스'를 한자로 바꾼 것이라 한다. 또 '나모'라는 말에서 연유된 것이라고 한다. 둘 다 존경과 신뢰를 의미하는 것이다. 인삿말 '나마스떼'와도 연결되는 듯하다.

 

'아미타'는 산스크리트어의 '아미타유스' 또는 '아미타바'와 연관되는 말이다. 중국인은 '아미티유스''무량수無量壽''아미타바''무량광無量光'으로 번역했다. 아미타유스는 '우주에 힘차게 흐르는 끝없는 생명의 에너지', 아미타바는 '세계의 모든 곳 구석구석을 비추는 진리의 빛'으로 이해하면 된다.

 

'불''부처'이다. '부처'의 원래 의미는 '깨어난 사람', '깨달은 사람'을 뜻한다. 따라서, 아미타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을 온몸과 마음으로 깊이 자각한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후 이 말은 석가모니의 대명사로 사용되었다. 본디 수많은 '부처'가 존재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저편에서 다가오는 것

 

오로지 염불하면 쉽게 왕생한다고 일본 정토교의 시조 호넨法然이 말한다. 진종眞宗의 확립자 신란은 한걸음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 아기처럼 순수하고 무심하게 '부처'에게 귀의하라는 것이다. '귀의'란 스스로의 결심에 의해서라기보다 오히려 '커다란 힘'에 저절로 이끌리는 것이다.

 

"염불만으로도 충분하다"

 - 호넨法然

 

"내 소관이 아니다"

 - 신란

 

호넨이라는 위대한 스님이 있다는 소문을 타인으로부터 듣는다. 이미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 좀처럼 스님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스스로 찾지 못하다가 친한 친구나 가족 중 누군가가 오늘 호넨 님의 법문이 있으니 같이 가보자고 권할 수 있다. 이는 '저편에서 다가오는 힘'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커다란 힘

 

자신의 능력으로 뭔가를 달성할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가지만 가능하고, 사실은 뭔가 보이지 않는 힘이 후원해주고 있다는 감각이 잇어야 가능하다. 스포츠 선수들은 누구나 기술을 연마코자 무한반복 연습한다. 막상 실제 경기에선 보이지 않는 힘이 우승을 결정한다.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했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그런 존재가 힘을 빌려주었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 구시켄 고지, 체조선수 <1984 LA 올림픽 개인종합우승>

 

타력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나 이외의 뭔가 커다란 힘이 내 삶의 방식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나 이외의 타자가 나라는 존재를 떠받치고 있다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운명론도 아니고 숙명론도 아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알 때 자기를 초월한 커다란 자유를 느끼게 된다.

 

 

사람들이 종교적인 것에 눈을 뜸으로써 안심입명安心立命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아무리 신앙이 깊어도, 인간으로서의 고민과 두려움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혼란한 시대에 살고있는 만큼 뭔가 고민이 될 때, 곁에 두고 이 책을 펼쳐 보자.

 

지독하게 고민하고 번민하는 인간만이 진정한 확신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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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장애는 왜 두 번 일어났을까? - 미즈호은행, 동일본 쓰나미 그 후 시스템 장애에서 얻은 교훈
[닛케이 컴퓨터] 편집부 지음, 이영희 옮김 / 한빛미디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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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 또는 소설에 의하면 인간이 만든 로봇과 기계 또는 전산시스템이 오작동되어 편익인 커녕 오히려 인간에게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온다는 내용의 경고성 스토리를 다룬다. 새로운 밀레미엄을 맞이할 즈음 국내에서도 소위 'Y2K' 문제로 모든 금융기관 내지는 기업들이 밀레미엄 버그를 방지하기 위해 선투자를 감행했다.

 

우리가 늘 사용하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에 갑자기 시스템 장애가 생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각종 스케줄 관리표가 사라져 허둥대야 하고, 고객들의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아 연락을 못하거나, 폰 뱅킹으로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용돈을 보낼 수 없는 등 황당한 경험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얼마전 사용하던 폴더형 휴대폰이 길바닥에 강하게 떨어지면서 부서지고 말았다. 바로 A/S센터를 찾아 수리를 부탁했다. 그런데, 이 모델이 오래된 구형이라 부품자체를 구할 수 없어 수선이 불가능하며 더 큰 문제는 휴대폰에 저장된 데이타도 전혀 복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때로는 아날로그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지금은 전화부에 일일히 기록해 둔다. 

 

이 책은 2002년과 2011년 두 번이나 대규모 시스템 장애를 일으켜 은행을 이용하는 수많은 고객들에게 불편을 초래했던 미즈호은행의 시스템 장애 사건의 적나라한 고발이며, 또한 이런 장애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 관리 방법과 경영 방식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1999년 8월 20일 다이치간교은행, 후지은행, 니혼코교은행의 총재 3명이 함께 '전면 통합'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통합으로 재탄생한 회사가 바로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이며 2002년 미즈호은행, 미즈호코퍼레이트은행, 그리고 미즈호증권으로 각각 분사했다.

 

'세 은행의 전면 통합'은 일본의 IT 역사에 반드시 기록될 것이다

 - <닛케이 컴퓨터> (1999년 9월 13일호) 중에서 

 

당초 세 은행은 IT를 재구축해 금융 비즈니스 세계에서 생존하자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는 달리 명확한 경영 전략과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기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합병이나 통합은 보통 '100일 승부'라고 말한다. 내부 의견 조율에 실패하여 허둥대다가 2002년 4월 1일 합병을 맞이했다.

 

통합의 최대 난관은 대형 컴퓨터를 사용하는 계정계를 비롯한 핵심 시스템이다. 계정계는 예금, 융자, 내국환이나 외환 업무를 처리한다. 세 은행이 합병되면 셋이던 계정계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더구나 비슷한 규모의 세 은행을 두 은행으로 재편하므로 화합보다는 오히려 갈등으로 대치하는 상황 때문에 정보시스템의 통합은 멀고도 먼 길이었다.

 

계정계시스템의 통합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완전히 새로운 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기존의 것을 전부 이관하는 것이다. 두 번째, 생존 기업의 시스템을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여기로 이관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방법이든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다가 마지막에 하나의 시스템으로 옮긴다. 여기서 복잡한 요인은 각 은행의 시스템이 다 다르다는 것이었다.

 

정보시스템의 통합 프로젝트는 통합후 새로운 은행이 어떤 전략을 채택할 것인가에 맞물려있다. 즉 새로운 시스템의 모습이 결정되면 기존 시스템에서 부족한 부분은 새로이 개발 보완되고 불필요한 것들은 하나씩 폐기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합 프로젝트를 진두 지휘하게 될 대표 총재인 후지은행의 야마모토 총재는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아보자. 왜냐하면, 그 어느 때보다 리더십이 요구되는 대형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합병이란 단순히 하나가 되는 산술이 결코 아니다.

 

"앞으로 시스템 통합과 전략 시스템의 개발 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기자회견 전에 시스템 부서장에게 서둘러서 검토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 야마모토.후지은행 총재

 

이 답변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정보시스템 통합 문제를 기술적인 문제로만 보고 경영적인 판단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과, 같은 업종의 컴퓨터라 쉽게 통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과, 시스템 부장에게 업무를 일임한다는 전략적 사고의 부재 등이 나타났다.

 

후지은행니혼코교은행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통합 비용, 제각각 진행되는 계정계시스템의 통합 작업, 미비한 프로그램, 온라인 처리를 위한 통신 프로그램의 난관 등을 안고 있었음에도 다이치간교은행의 시스템 담당 임원 CIO는 문제가 없다고 선언하면서 2002년 3월 29일 오후 10시 역사적인 신新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돌입했다.

 

계좌이체 처리가 원할하지 못했다. 3월 31일 분의 이체 처리가 완료되지 않아 계정계시스템 전체가 멈추게 되었다. 계좌이체가 종료되지 않아 확인 작업을 시작할 수 없는 '대기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하는 수가 없어 4월 1일 오전 7시에 계좌이체를 종료시키지도 않고 계정계시스템 전체를 풀가동했다. '모 아니면 도 였다'

 

시스템 장애와 복구 상황

 

4월 1일후지은행 이외의 ATM에서 구 후지은행 현금카드를 사용한 거래 불가

           직불카드 서비스 불가

           현금 인출이 안되면서 잔액만 줄어드는 147건의 문제 발생

 

4월 6일 이중 인출처리를 수정했지만, 미수정분 1,000건이 남음

 

5월 1일 계좌이체 결과 데이터를 일반적인 방법으로 전환하여 재개 

 

이후 계좌이체 장애를 처리코자 불철주야 수작업을 진행했다. 데이터 변환 작업을 2004년 7월에 끝내고 12월까지 이행 작업을 진행했다. 구 후지은행의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정보계시스템은 2004년 6월에 일원화를 끝냈다. 2004년 12월 미즈호은행은 정보시스템 일원화를 종료했다. 경영 통합 발표후 5년 4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2011년 3월 14일 미즈호은행에 의연금 이체가 몰리자 대규모 장애가 또 다시 발생했다. 동일본 대지진이 난 직후, 의연금 이체가 몰리자 미즐호은행의 계정계 시스템에 일일저장가능한 거래명세 건수가 상한값을 초과했다. 이 때가 오전 10시 16분이었다.

 

은행 통장을 이용한 사람은 쉽게 이해될 것이다. 통장 1행이 거래명세 1건이다. 그런데, 거래 건수가 상한값을 초과한 이유는 a계좌의 설정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송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계좌는 통지예금으로 등록한다. 이는 거래명세를 기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거래명세 건수가 상한값을 초과하는 일이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의연금 송금은 오후 3시가 지나도 계속 쇄도했다. 낮 동안 밀려든 a계좌의 송금 데이터를 처리하던 야간 배치처리도 오후 10시 7분에 비정상 종료되었다. 이 처리 건수도 상한값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처리 건수에 상한값을 두는 이유는 정보시스템의 처리 용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점은 시스템 담당자가 설정 처리의 존재를 몰랐다는 사실이다.

 

미즈호은행은 구 다이치간교은행의 계정계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STEPS'라는 이 시스템은 1988년에 가동된 것으로서 무려 23년 전의 정보처리 설계였던 것이다. 그런데, 설계상의 문제점을 23년이나 방치한 채 사용해왔고, 이것이 시스템 장애를 불러온 것이었다.

 

시스템 당담자는 17시간이나 지나서야 시스템 담당 임원에게 보고했다. 어느 조직이든 있는 일이지만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보고도 없이 해보다가 결국 안되면 나중에 보고하는 일이 왕왕있다. 담당 임원은 서비스 개시가 늦어지는 걸 막고 싶어서 온라인 처리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시스템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15일 오전 9시, 사과인사 하기에 바빴다.

 

"죄송합니다. 시스템 장애로 거래를 접수할 수 없습니다" 

 

미즈호은행은 '비정상 처리 시나리오'를 자동운용시스템에 적용하지 않았다. 운용 매뉴얼도 준비되지 않았다. 시스템 담당자가 즉흥적으로 비정상 처리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며 밤새 작업을 했다. 매뉴얼 부재와 즉흥적인 수작업은 오류를 양산하면서 장애는 더 확산되었다. 16일 아침 ATM 장애가 발생하고 말았다.

 

악순환이 지속되자, 미즈호은행은 마침내 두 가지 결단을 내렸다. 첫째, 정보시스템의 계획 정지다. ATM이나 인터넷 뱅킹 등의 서비스를 정지시켰다. 둘째, 연휴 3일 동안 ATM을 중지하는 대신에 지점을 오픈하여 현금 인출을 허용했다. 계좌 잔액이 확인되지 않아도 예금자를 위해 10만 엔까지 지불했다. 

 

'동작하지 않는 컴퓨터'를 없애는 십계명

 

경영진이 시스템 도입을 지휘하고, 전사의 이해를 바탕으로 프로젝트에 직원을 투입한다

여러 시스템 개발 회사를 비교하여 자사에 가장 정통한 업체를 선택한다 

시스템 개발 회사를 하청 취급하거나 개발비를 깍지 않는다

시스템 구축에 관한 능력을 파악하여 무리하지 않는 계획을 수립한다

사내의 책임 체제를 명확히 한다

설계나 요건 등 상위 공정에 시간을 투자하고, 요건 확정 후에는 변경하지 않는다

개발 진척은 자사에서 파악하고 테스트와 검사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시스템 가동시까지 포기않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도입한다

시스템 개발 회사와 유상 A/S 계약을 맺는 등의 방법으로 유지보수를 확립한다

'부주의로 인한 오류'를 경시하지 말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한다

 

 

장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위기 상황의 발생시에 경영진의 역할이 운명을 좌우하는 법이다. 따라서, 시스템을 모르면 차라리 집으로 보내야 한다. 미즈호은행은 시스템 장애가 두 번씩이나 발생했다. 단순한 '운영 오류'는 9년 전의 시스템 장애로 충분했다. 두 번째의 장애는 경영진의 '판단 오류'에 기인한다. 이러한 장애는 어느 회사에도 발생할 수 있음을 깨닫고 유비무환의 자세를 견지해야 비즈니스의 연속성이 보장된다 하겠다.

 

우리 회사 전산시스템은 안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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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힘 -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꽃피워라
조엘 오스틴 지음, 이은진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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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목사이며,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종교지도자인 조엘 오스틴은 당시 성도수가 6천명 정도인 초라한 레이크우드 교회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현재 약 4만 5천명의 성도를 확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그의 저서 <긍정의 힘><잘되는 나>는 국내에서도 익히 알려져 있다.

 

조엘 오스틴이 이 책을 출간한 목적은 매순간 행복을 선택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우리들 앞에 어떤 시련이 닥치든 여기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스스로의 선택 사항일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렸다.

 

호주에서 이뤄진 한 연구에서 인생의 목표와 선택이 몸의 화학작용이나 유전자 구성 못지않게 또는 더 크게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행복의 절반은 생물학 이외의 요소에 따라 결정되고, 10%는 삶의 환경, 40%는 인생을 살면서 우리가 내린 결정이 좌우한다는 것이다.

 

오늘은 월요일이다. 주말 휴일을 끝내고 모두 자신의 업무에 복귀한다. 월요병이라는 몹쓸 마음의 병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한 주의 문을 연다면서 이전보다 더 일찍 출근하여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하루를 시작할 때 우리는 승리를 준비할 수도 있고, 패배를 준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 하루도 허투루 쓰지 말자.

 

하루하루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우리는 대부분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이미 갖고 있다. 다만 우리는 이를 깨닫지 못할 뿐이다. 월요병으로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지금 회사를 그만 두고 무소득으로 한 달을 지내보라. 그러면 그 일을 다시 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할 것이다.

 

 

 

 

30년 넘게 벽돌공으로 일해 온 두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 만자는 늘 부정적이며 일에 대한 의욕이 없고 매사에 불평 투성이다. 일터로 나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다. 다른 남자는 정반대였다. 그는 매일 일하는 걸 즐거워하고 삶에 대한 열정과 믿음이 충만했다.

 

시내의 고층건물 신축 공사장에서의 일이다. 어느 날 한 사람이 건설현장에서 두 사람에게 무얼 하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한 사람은 불행스럽다고 느끼고 또 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느낀다. 일에 대한 시각이 다른 것뿐인데, 누구는 불행을 누구는 행복을 느낀다.

 

"30년이나 이 일을 하고 있자니 지겨워 죽겠어. 벽돌 위에 벽돌을 올리고 또 올리고"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건물을 짓고 있다니! 정말 신나는 일이야"

 

기차를 타고 가면서 한 여행자가 어느 남편에게 무슨 사업을 하느냐고 묻자 남편은 자동차 사업을 하는데 하나님이 도와 주시는 덕분에 사업이 아주 잘된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자신의 아내가 현재 제조업을 한다고 한마디 덧붙였다. 여행자는 궁금증이 생겼다.

 

"부인께서는 뭘 만드시나요?"

"아, 네. 제 아내는 불행을 만든답니다. 어딜 가든 늘 불행하지요"

 

곰곰히 생각해보자. 혹시 우리도 불행 제조업자가 아닌지 성찰해보자. 만약 그렇다면 지금 당장 그 제조업에서 손을 떼라. 두리번거리는 짓도 그만둬라. 상대의 잘못만을 찾아내는 습관을 버리고 오히려 좋은 점을 찾아보라. 오늘(present)이라는 선물(present)에 감사하라. 

 

살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화내고 좌절하고 기분 상한 일이 생긴다. 당초 계획한 스케쥴에 차질이 생기거나, 사무실에서 누군가 무례한 행동을 할 때도 있고, 한 시간에 마칠 일이 세 시간이나 넘어서야 겨우 완수하는 경우도 생긴다. 인생은 온통 불편한 것들 투성이다. 통제불가능한 상황이나 방해물도 만나게 된다.

 

문제의 원인을 찾아라.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면 나를 변화시켜라. 다른 누군가에 그 원인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자신의 기쁨을 빼앗기지 마라. 공연히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지 말자. 누군가 나에게 쓰레기를 쏟아내려고 하면 그에게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들면서 가던 길을 계속 가라. 힘을 낭비하지 않고 자신의 인품을 갈고닦는 데 힘을 기울이면 인생은 훨씬 더 즐거워질 것이다.

 

미소는 삶을 대하는 태도를 좋게 만든다. 미소를 지으면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활기차고 다정하게 행동하면서 기분이 나빠지기란 쉽지 않다. 미소는 우리의 몸을 속여 기분이 좋아지게 만든다. 우리의 기분을 바꿔준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가 만나는 사람의 표정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즉, 나의 웃음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는 의미다. 웃음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연구에 의하면 자주 웃는 사람은 승진도 더 빠르고 높은 연봉을 받는 자리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만일 당신이 웃지 않으면, 당신은 은행에 백만 달러를 저금해두고도

한 푼도 쓰지 못하는 사람과 같다"

 - 서양 속담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긍정적인 믿음으로 웃어라.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바로 웃어라. 그러면 그 웃음에 어울리는 기분이 따라온다. 웃는 습관을 기르면 기분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기회도 덤으로 얻게 된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웃으면 복이 온다. 

 

 

행복을 꿈꾸지만 늘 불행한 사람을 위한

7가지 인생조율법 

 

매일을 금요일로 만들어라

무시할 건 무시하라

목발없이 살아가라

짐을 내려놓고 가볍게 여행하라

웃어라, 그러면 세상이 네게 미소를 지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승리하게 도와라

자신을 기쁘게 받아들여라

 

 

행복은 저 먼 곳에 산다는 파랑새가 아니다. 이미 파랑새는 우리의 손 안에 있지만, 단지 우리가 이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하늘이 내려주신 현재를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로 받아들인다면 파랑새와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하늘을 믿고 하루를 즐겨라. 그러면 매일이 '금요일'과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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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닝 Winning - 생존과 진화에 성공한 이기는 조직들
해미시 맥레이 지음, 안종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오랫동안 생존한 기업들은 자금력뿐만 아니라 탁월함과 다른 기업에 대한 존경

그리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능력에 힘입어

자신들만이 독보적으로 세상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을 위해 매진해왔다"

 

- 찰스 핸디/경영 전문가 & 저술가

 

이 책은 성공에 관한 사례를 다루고 있다. 호황에서의 성공과 불황에서의 성공 케이스 모두를 다룬다. 이 책은 10년 이상의 준비 끝에 출간되었는데 사람들로 하여금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변화가 있어야 성공의 열매를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조직은 예외 없이 깊은 사명감을 갖고 있으며, 시장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책은 레드 오션에서 살아남은 히든 챔피언 TOP 5, 국가 경쟁의 원동력인 위닝 시티 TOP 10, 그리고 불황에도 성장을 거듭하는 리딩 국가 TOP 5 등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 제시된 각각의 사례는 우리에게 유익한 교훈을 제공한다.

 

성공적인 조직에서 얻을 수 있는 10가지 교훈

 

낙관주의와 현실주의의 균형을 맞춰라

탁월성과 도덕성을 함께 갖춰라

공동체는 성공을 거두는 데 효과적이다

정부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인재를 끌어들이는 실질적인 환경을 만들어라

실패를 정직하게 인정하라

겸손하라

민첩하게 행동하라

시장에 귀를 기울여라

사명 의식을 가져라

 

지금까지 세계 경제를 이끌어온 대부분의 아이디어가 서구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축이 아시아와 기타 신흥국으로 옮아가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다른 신흥국과 더불어 미국, 유럽 그리고 일본보다 훨씬 훌륭하게 경기 침체기를 벗어났다. 좋은 아이디어는 점차 세계 전역으로 파급될 것이다.

 

우리는 서로 배워야 한다. 그렇다고 그대로 이식한다고 성공한다는 보장은 결코 없다. 중국에서 에든버러 축제를 만들 수 없듯이, 뉴욕을 도쿄처럼 안전한 도시로 만들 수 없는 것이다. 단지 우리는 문제점을 통해 유익한 것을 배우고, 이를 성공의 요소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레드 오션에서 살아남은 히든 챔피언

 

40년 전 선진국 사람들은 대부분 요리는 직접 했지만 가구만은 완제품을 구입했다. 지금은 외식으로 요리를 즐기고 가구는 DIY 열풍으로 직접 조립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조립식 가구하면 떠오르는 회사가 있다. 스웨덴 회사 이케아다.

 

조립 가구 혁명은 1950년대 유럽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있다. 남자들의 근로시간이 줄면서 여가와 함께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사람들이 일찍 결혼 또는 동거를 하면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아이들을 낳았다. 이들은 자신의 집을 가능한 적은 비용으로 세련되게 치장하고 싶어 했다.

 

이케아 창업자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스웨덴 농촌 지역의 우편 주문 가구를 제작할 때 가구 조립 부품을 상자에 담아 운송하면 물류 비용이 감소하고, 창고 비용도 줄어들고, 배송 시의 파손도 훨씬 줄어드는 이점이 생긴다는 디자이너 일리스 룬드그렌의 아이디어를 수용했다. 이후 이케아는 모든 가구에 이 방식을 적용해 다른 대륙에도 진출했다.

 

캄프라드는 17살인 1943년에 이케아를 설립했다. 당시 그는 우편 주문을 받아 싸게 구입하여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1951년 처음으로 카탈로그를 제작했고, 1953년에 첫 전시장을 열었다. 1955년 조립 가구를 발명하고, 1958년에 비로소 첫 판매장을 오픈했다.

 

이케아는 특정 제품을 가장 싸게 생산한 덕분에 성공을 거둔 기업이다. 가구에 관한 한 유럽판 월마트인 셈이다. 저렴한 가격도 중요하지만 스타일과 문화 그리고 교육도 매우 특징적이다. 이케아는 북유럽의 평등주의 문화라는 토대를 적용했다. 자신이 직접 조립한다는 것이 이를 의미한다. 이런 문화적 요소가 미국에선 잘 먹히지 않는다. 1985년에 처음 진출하여 현재 36개의 매장으로 독일 다음으로 큰 시장이긴 하나 성장이 더딘 편이다. 스웨덴은 생산비용이 많이 드는 곳이다. 그래서 숙련공이 풍부한 폴란드에 눈을 돌려 그들에게 기술을 가르쳤다.

 

이를 통해 우리는 몇 가지 교훈을 얻게 된다. 첫째, 이케아를 그대로 모방할 수 없다. 둘째, 다음 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셋째, 대단한 부자가 아닌 사람들도 세련된 제품을 이용할 수 있고 또한 이용해야 한다. 

 

상품을 팔지 말고 생활양식을 팔아라

고객을 교육하고 공급자를 가르쳐라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국가 경쟁의 원동력 위닝 시티

 

관객들을 뒤로 물리는 경고 소리가 크게 들리고, 연기자의 입에선 거센 불길이 치솟는다. 은색으로 몸을 색칠한 배우들이 야간 공연 안내지를 나눠준다. 재즈 밴드는 재즈 음악을 연주한다. 모든 배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소리를 외쳐댄다. 에든버러 예술 축제다.

 

"와서 보세요! 최고의 공연입니다!"

 

매년 8월이면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예술 공연들이 펼쳐 진다. 세계 도처에서 수많은 예술 축제가 진행된다. 에든버러는 다른 곳에 비해 그 규모가 족히 세 배는 된다. 따라서, 영국 예술계는 물론 대중 매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이 축제에 참가한다.

 

유독 이 축제만 성공하는 비결은 뭘까? 에든버러의 성공은 서서히 이루어졌다. 이곳의 예술 축제는 하나의 축제가 아니라 열 개의 축제로 이루어진다. 각각의 페스티발은 서로를 도와준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축제는 바로 '페스티발 프린지'이다.

 

프린지는 매년 시 당국이 무료로 제공하는 수천 개의 예술 공연 행사다. 이것이 세계 다른 곳의 축제와 차별이 되는 이유다. 다른 곳에서 이를 모방했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암울한 전후 분위기에 활력과 즐거움을 주려고 유럽은 노력을 기울였다. 칸 영화제가 부활되고 1946년 아비뇽과 1947년 에든버러가 각각 예술 축제를 시작했다. 축제는 보통 시민과 예술 분야 지도자들이 공연 단체를 초청하고, 이들에게 보조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일대 사건이 발생했다. 초청받지 못한 8개 단체(스코틀랜드 6개, 잉글랜드 2개)가 자발적인 참여를 결정한 것이다. 스스로 장소를 물색하고 장소 대여료를 지불하면서 공연을 했던 것이다. 이 사건 이후 프린지의 흐름이 형성되었다. 초청받지 못한 공연자들이 축제에 참석하고 공연자들은 극장 사용료를 부담하는 것이었다.

 

프린지는 1958년 협회가 결성된 후 승승장구했고, 1992년 세계 최대 예술 축제로 <기네스 북>에 등재되었다. 2009년에는 19,000명의 연기자가 265개 장소에 설치한 2천개가 넘는 공연장에서 34,000개의 공연을 펼쳤다. 190만 장의 티켓이 팔렸고, 7500만 파운드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

 

우리는 몇 가지 교훈을 얻게 된다. 첫째, 완전히 개방된 시장을 허용하고 창출하겠다는 의지이다. 둘째, 하향식 접근법과 상향식 접근법을 결합했다. 셋째, 시장의 요구에 맞춰 변모하고 프린지의 발전을 허용하여 새로운 페스티발을 환영하는 등의 경청 자세를 유지했다. 

 

열린 시장을 창출하라

하향식 접근 방식과 상향식 접근 방식을 결합하라

경청하라. 그리고 실패를 더 큰 성공의 일부로 받아들여라

 

 

불황에도 성장을 거듭하는 리딩 국가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수출국가이다. 2008년 독일은 자국보다 인구가 훨씬 많은 미국, 중국, 일본보다 더 많은 제품을 다른 나라에 수출했다. 더구나 전자 산업 분야에서 특별히 강하지도 않은데도 불구하고 거둔 실적이라 놀라울 뿐이다. 인근 유럽 국가들이 불황으로 저성장을 겪고 있는 문제도 해결했다.

 

독일에는 BMW, 지멘스, 폴크스바겐 등 훌륭한 기업들이 많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성공을 거둔 중소기업들이 많다는 점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 1~2위를 점하는 기업이 다수다. 독일의 중소기업연구소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민간 기업 총고용의 2/3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수출액의 1/3을 생산한다.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들 중소기업은 가족 중심으로 대를 이어 업을 계승하며, 주로 제조업에 종사하여 고도로 전문적인 중간재를 생산하며, 고객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작은 소도시에 위치해  지배적인 고용주 역할을 한다는 특징을 가졌다. 헤르만 시몬의 <히든 챔피언>에는 450개 이상의 숨겨진 기업에 대한 분석과 설명이 수록되어 있다.

 

중소기업 베바스토Webasto는 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다. 차와 관련된 대부분의 부품은 이 회사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까지 세계 선루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기도 했다. 지금은 중국의 등장으로 점유율이 1/3 수준으로 하락했다.

 

세단형 자동차를 위한 접이식 지붕을 발명했던 이 회사는 가족이 기업을 운영했다. 자동차용 히터, 버스용 히터, 전철용 선루프, 파킹 히터 등을 생산한다. 다양한 자동차 지붕 제품, 에어컨, 히터, 환풍 장치등이 주제품인데, 직원은 약 7천 명이며, 2007년 매출액은 24억 달러다.

 

독일의 중소기업이 우리에게 전하는 교훈은 첫째, 시장 지배력의 중요성이다. 둘째, 틈새시장이다. 셋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품 제조로 계속 구매토록 만든다. 넷째, 살아남기 위해 민첩해야 한다. 다섯 째, 훌륭한 규율과 관리 시스템 아래에 운영된다.

 

자세가 정책보다 중요하다

시장 지배력이 중요하다

상향식 혁신 방법을 장려하라 

 

 

이 밖에 잉글랜드의 시티오브런던의 금융 서비스 산업, 자동차 없는 천국 코펜하겐의 교통 관리,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는 법을 가르치는 취리히의 마약 중독자 재활 사업, 인도의 방갈로드 첨단 산업, 우여곡절이 많은 두바이의 부동산 개발, 떠오르는 금융 중심지 상하이의 비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거대 도시 도쿄의 공동 안전 등의 사례들이 펼쳐진다. 저자 해미시 맥레이는 유감스럽게도 한국에 대해 충분히 아는 바가 없어 사례에 포함시키지 못했지만 세계 굴지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아프리카 대륙에 눈독을 들이는지도 설명하고 있다.

 

"낙관적이지만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면서도 예리하다. 해미시 맥레이의 냉철한 분석과 전망이 돋보이는 이 책은 성공과 실패 원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필독서이다" 

 -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 팀 하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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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황소
션 케니프 지음, 최재천.이선아 옮김 / 살림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소는 지금으로부터 1만 5백 년 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처음 가축화되어 오늘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동물이다. 오랫 동안 인간과 함께 살아왔기에 우리는 이 동물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저자 션 케니프는 지적인 황소를 통해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소를 생각하면 대개는 한우 소고기, 불고기, 육회, 쇠고기국, 안심, 등심구이 등 먹거리를 생각하거나 연자방아를 돌리고 쟁기질을 하는 등의 일하는 모습도 연상할 것이다. 한편, 청도 소싸움이나 스페인의 투우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살아선 일꾼이고, 죽어선 몸 보시까지 하는 충직한 짐승이다.

 

'에트르'란 이름을 가진 황소가 이 책의 주인공인 화자話者다. '에트르'란 '존재'를 뜻하는 프랑스 말이다. 에트르는 사람의 말도 알아듣고 이해할 뿐만 아니라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또한, 이를 토대로 스스로 어떻게 행동할지도 고민한다. 심지어 냇물에 비친 황소가 자신이라는 사실도 안다. 자, 황소 에트르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엉프"

"앙프"

 

 

 

 

에트르가 살고 있는 목장의 주인은 크릴리다. 그의 아들은 자크다. 이들은 항상 개와 함께 다닌다. 에트르는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배에 닿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키를 가졌지만 항상 으르릉거리며, 무리를 이탈하지 못하도록 자신을 몰아부치기 때문이다.

 

축사에 들어간 암소들은 어떤 먹이를 먹는지 금새 크고 뚱뚱해진다. 시간이 흘러 만족할 만큼 통통해진 암소들은 슈트 컨베이어로 안내되고 이내 그들은 사라지고 만다. 에트르는 암소들과 그리 친하지 않기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농장엔 닭들도 많다.

 

검은 황소가 이 목장에서 왕 노릇을 하고 있다. 처진 엉덩이를 가진 늙은 소이지만 힘이 세고 덩치가 가장 커서 다른 소들은 아예 싸움 상대가 되지 못한다. 넓은 목장 안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다른 황소의 도전을 기다리지만 누구도 그를 공격하지 않는다. 

 

어느 날 연한 분홍색 얼굴을 가진 어린 암소를 만났다. 우윳빛 엉덩이와 머리엔 검정 무늬가 있다. 엉덩이가 작은 걸 보니 새끼를 낳아 본 적도 없는게 분명하다. 에트르는 콧김을 내뿜으며 암소에게로 다가갔다. 엄마 이후로 암소에 대한 특별한 감정은 처음이었다.

 

빗소리에 잠이 깬 에트르는 진흙탕을 벗어나 목초지 가운데에 위치한 언덕으로 향했다. 전에 본 암소가 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앙탈을 부리던 암소와 결국 친해졌다. 암소는 에트르의 몸에 기대어 자신의 가죽을 비벼 대었다. 비가 그칠 때까지 나무 아래에서 서로 의지한 채 쉬었다.

 

"이랴, 이랴, 이랴!"

"멍, 멍, 멍, 멍, 멍, 멍!"

 

개가 소 떼 주위에서 반원을 그린다. 개는 으르릉거리며 소 떼 가운데로 파고들어 두 무리로 갈라놓았다. 한 무리가 사라지고 나머지 소들은 케일이 무성한 목초지에 남겨졌다. 목장 주인은 소들이 케일을 많이 먹고 빨리 살찌기를 바란다. 에트르는 그 암소가 그리웠다.

 

매일 저녁 무렵이면 에트르와 암소는 노을을 뒤로하고 걸어서 목초지 가장자리까지 갔다. 매일 밤 그들은 풀밭 위에 누워 가죽을 맞댄 채 새벽까지 잠을 잤다. 에트르는 풀과 케일로 충분히 배를 채워도 여전히 뭔가 부족했다. 살집이 올라 분홍빛의 엉덩이를 실룩대는 암소 때문이었다. 그런데, 검은 황소도 이 암소에게 무척 관심이 많았다.

 

"검은 황소 넌 절대로 그녀를 가질 수 없어!"

"내 암소라고! 넌 절대 그녀를 가질 수 없어!"

 

결국 숙명적인 대혈투가 벌어졌다. 덩치가 훨씬 큰 검은 황소를 이기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검은 황소가 공격하자 밤하늘이 대낮처럼 붉게 물들었다. 에트르의 몸은 검은 황소에게 이리저리 짓밟히고 겨우 목숨만 부지했다. 이를 계기로 에트르와 암소는 사랑을 나누었다.

 

에트르의 암소는 새끼를 낳았다. 숫놈이었다. 엉덩이의 넓이는 18인치, 엉덩이 높이는 42인치 정도로 꽤나 큰 녀석이었다. 계절이 많이 흘렀다. 검은 황소도 이젠 둘을 괴롭히지 않았다. 에트르"엉프", 암소는 "앙프"라고 소리내면 새끼 송아지는 "음매"라고 맞장구쳤다.

 

마침내 슈트 컨베이어에서 에트르의 암소는 죽음을 맞이한다. 목이 잘리고, 앞다리 두 개가 잘리고, 뒷 발이 잘린 후 배는 길게 잘리고 가죽도 벗긴다. 내장을 도려내고 텅 빈 몸이 트롤리에서 빙글빙글 돌고있다. 고기는 길고 날카로운 칼로 뼈에서 떼낸다.

 

에트르는 어린 새끼를 찾아 여기서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그의 암소가 송아지를 낳던 곳 인근 풀숲에서 잠자고 있는 송아지를 발견했다. 송아지에게 다가가 아버지임을 인식시키려하나 사뭇 경계 태세이다. 송아지가 실컷 공격하도록 내버려두었다.

 

"송아지야, 넌 지금 여기를 떠나야 해" 

 

에트르는 철망을 들어 올린다. 철사가 그의 살을 찔러 피가 뚝뚝 떨어진다. 송아지를 구멍 밖으로 밀어내어도 철망에 발굽을 걸치고 끝까지 버틴다. 총이 발사되었다. 에트르는 철망을 밟고 넘어가 숲으로 향했다. 새끼도 따라나선다.

 

"함께 가자, 소들아. 사는 것처럼 살자!"

 

송아지는 케일이 먹고 싶을 것이다. 또한, 목초지의 풀도 먹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로 돌아갈 수 없는 곳이다. 송아지는 목장 생활의 익숙함이라는 덫에 빠져 이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익숙함에서 결별해야만 자유와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그들은 며칠 동안 길을 따라 걸었다. 송아지는 앞다리가 발굽까지 부어올라 걷기가 쉽지 않다. 힘들게 몇 발자국 걷더니 넘어지며 옆으로 뒹군다. 송아지는 일어서지 않는다. 호흡이 빠르고 희미하며 입술은 창백하게 말라 있다. 눈빛은 희미해져 간다. 송아지는 숨을 멈춘다.

 

에트르는 송아지의 몸을 머리로 밀어 나무 아래로 옮기고 가시나무 가지를 덮어 주었다. 독수리가 송아지의 살을 쪼아먹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송아지를 숲에 남겨두고 햇볕이 내리쬐는 풀밭으로 나아갔다. 에트르는 절벽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수천 마리의 소들이 울타리 속 목초지에서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유기견을 비롯한 동물 보호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이효리 씨가 제인 구달 선생을 시애틀에서 만나도록 주선한 사람이 이 책을 번역한 최재천 교수다. 그는 서울동물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는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돌이에트르 모두 인간이 만든 비극의 산물이다. 고통받는 동물을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생존을 위한 황소의 투쟁이 우리의 투쟁과 다르지 않다.

 

"울타리 밖을 내다보기보다는 울타리 안을 바라보며 사는 편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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