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3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7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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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전쟁과 평화> 3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시간은 또 흘러 1812년 역사적인 해가 되었단다. 사실 아빠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1812년이 나폴레옹이 러시아 진격을 한 해인 줄 몰랐어.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프랑스와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많은 나라들에게 1812년은 의미 있는 한 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역사적으로다가 말이야. 그 이야기는 차차 해줄게.

1807년 러시아와 프랑스는 서로 조약을 맺고 사이 좋게 지내는 듯 했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틀어지기 시작하고, 1812년이 되어서는 프랑스가 러시아에 진군하기로 결정하였단다. 도대체 왜 이 전쟁이 일어난 것일까. 톨스토이는 여러 원인들이 모여서 전쟁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하고 있단다. 그런 원인 중에 하나만 일어나지 않아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어. 전쟁만 그랬겠니, 아빠와 너희들도 무수한 우연들 중에 하나만 삐끗해도 태어나지 못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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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

만약 나폴레옹이 비스와 강 건너편으로 후퇴하라는 요구에 화를 내지 않고, 군대에 진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전쟁은 없었을 것이고, 하사 전원이 재복무를 원하지 않았더라도 역시 전쟁은 없었을 것이다. 영국의 음모가 없고, 올덴부르크 대공이 없고, 알렉산드르가 모욕을 느끼지 않고, 러시아에 전제 권력이 없고, 프랑스혁명과 뒤이은 독재와 제정시대가 없고, 거슬러올라가 프랑스혁명을 유발한 여러 원인이, 기타 등등이 없었다면 역시 전쟁은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원인 중 하나만 빠졌어도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모든 원인-수십억 가지 원인-은 사건을 유발하여 우연히 동시에 겹친 것이다. 따라서 사건의 특정한 원인이랑 없으며,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몇 세기 전 인간 무리가 자신과 유사한 자들을 죽이면서 동에서 서로 이동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수백만의 인간이 자신의 인간다운 감정과 이성을 버리고 서에서 동으로 전진하며 자신과 유사한 자들을 죽여야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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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진군한다는 소식을 들은 러시아 알렉산드르 1세 황제는 나폴레옹을 만나서 전쟁을 막아보려 했지만 협상은 결렬되었단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상황이 좋지 않았어. 정치하는 사람들은 여러 개의 파로 나뉘어서 서로 티격태격했단다. 지은인 톨스토이는 그런 정치인들에게 쓴소리를 하나 던졌단다. 많은 파들 중에 99%에 차지하는 파는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들이라고오늘날 정치인들 중에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그런 인간들정치란 것이 예나 지금이나 겉으로는 백성을 위한다고 하지만,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 정치를 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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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1)

가장 많은 사람이 있는 여덟번째 파는 수적으로 다른 파들에 비해 99 1의 비율로 많았는데, 그들은 평화도, 전쟁도, 공격 작전도, 드리사든 어디든 방어 진지도, 바르클라이도, 황제도, 풀도, 베니히센도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오직 중요한 한 가지, 즉 자신을 위한 최대의 이익과 만족만 바라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황제가 있는 사령부를 돌러싼 얽히고설킨 음모의 진흙탕 속에서, 실로 다양한 범위에서, 다른 때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성공을 얻게 될 수 있었다. 어떤 자는 그저 자신의 유리한 지위를 잃지 않으려고 오늘은 풀에 찬성하고 내일은 반대파에 찬성하다가도 모레는 그저 책임을 피하기 위해, 그것이 황제의 마음에만 들었다는 이유로, 아무 의견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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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된 것 같구나.


1.

안드레이는 나타샤와 파혼의 아픔을 안고 다시 군 입대를 했단다. 황제의 측근에서 근무를 했는데 여러 장군들의 갈등을 직접 보고 나서 그는 환멸 같은 것을 느끼고 실전 부대로 전배 신청을 해서 그는 실전 부대에 배치되게 된단다.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드르 1세는 러시아의 군인이 프랑스보다 적다는 것을 알고 직접 모스크바에 돌아다니면서 민병대 모집 운동도 했단다. 그에 힘입어 민병대들이 늘어나긴 했어. 그렇게 자원한 이들 중에 니콜라이의 어린 동생 파탸도 있었단다.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이들은 아직 전쟁에 대한 실감을 느끼지는 못했단다. 그저 소문만 무성했어. 백만의 군대를 이끌고 나폴레옹이 모스크바를 향하고 있다는 등 이미 네만강을 건넜다는 소문도 있었어. 이런 전쟁에 대비해야 할 시간에 장군들은 여전히 각자의 소리를 내느라 바빴단다. 모스크바 사람들은 전쟁이라는 위협을 거부하고 싶었을 거야. 전쟁이 날 거라는 소문도 믿고 싶지 않았을 거야. 그래서 더 즐기려고 했고 말이야. 그것이 당시 모스크바의 모습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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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271)

닥쳐오는 커다란 위험을 알아챈 사람들에게 흔히 보이는 것처럼, 적이 모스크바로 접근해 오고 있는데도 자신들의 상황에 대한 모스크바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도 진지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경박해졌다. 위험이 닥쳐오면 인간의 마음속에서는 으레 두 개의 목소리가 똑같이 강하게 말하기 시작하는데, 하나의 목소리는 위험의 성질을 잘 파악해 벗어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무척 이성적으로 말하고, 또하나의 목소리는 모든 것을 예견하고 사건의 전반적인 움직임에서 달아나는 것은 인간의 힘에 부치고 위험을 생각하는 것은 괴롭고 고통스러우니 그것이 눈앞에 닥칠 때까지는 외면하고 즐거운 일만 생각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더욱 이성적으로 말한다. 혼자일 때 인간은 대개 첫번째 목소리에 따르지만, 집단사회는 두번째 목소리에 따른다. 지금 모스크바 시민의 경우가 그랬다. 모스크바가 이해만큼 흥겨웠던 적은 오래도록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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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는 안드레이와 약혼을 파기하고, 난봉꾼 아나톨에 속았다는 사실에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잖아그래서 몸이 많이 안 좋아졌단다. 심지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이야기도 했었어. 교회를 다시 다니고 기도하면서 종교에 의지를 하다 보니 그나마 건강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단다. 그런 중에 피예르가 매일 로스토프가에 방문하여 나타샤를 만나면서 나타샤를 사랑하게 되었단다. 하지만 피예르는 유부남.. 내적 갈등의 소유자


2.

러시아의 장군들의 분열은 노장군 쿠투조프를 재투입시키면서 봉합되는 듯 했단다. 이제 어떤 작전으로 프랑스 진군을 막아내느냐가 관건이었어. 이미 프랑스군은 모스크바에 가까운 스몰렌스크를 함락시키고, 빠른 속도로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고 있었단다. 스몰렌스트와 모스크바 사이의 리시예 고리에 있는 사람들은 피난을 가기 시작했단다. 리시예 고리에는 안드레이의 집이 있는데, 안드레이의 아버지 볼콘스키 공작그 무섭고 엄한 아버지그 볼콘스키 공작이 병으로 죽고 그 큰 집은 마리야 혼자 관리하고 있었단다. 안드레이는 전쟁에 참가하고 있었으니 말이야.

마리야도 피난 준비를 해야했어. 마리야는 창고에 있는 곡식들을 모두 가져갈 수 없으니까, 하인들과 지역 농민들에게 모두 나눠주겠다고 했는데, 이것을 잘못 해석한 농민들은 자신들만 버리고 간다면서 마리야도 가지 못하게 했단다. 시간이 더 지나면 반란이라도 일으킬 기세였어. 그 때 니콜라이가  리시예 고리에 도착을 했고 마리야가 어려움에 빠져 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니콜라이는 마리야의 피난길을 도와주겠다고 했단다. 여기서 니콜라이와 마리야와 살짝 썸씽이 있긴 했어. 아무튼 나콜라이가 마리야를 도와주어 마리야는 리시예 고리를 떠나 모스크바로 향했단다. 그리고 얼마 뒤 안드레이도 리시예 고리를 지나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과 나머지 가족들은 피난 갔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모스크바의 서쪽 보로디노에서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과 쿠투조프가 이끄는 러시아군의 대결전이 벌어지게 된단다. 보로디노가 무너지면 바로 모스크바까지 위험하게 되는 것이었어. 그야말로 러시아군으로써는 물러설 수 없는 혈전을 펼치게 된단다. 그런데 군인도 아니었던 피예르가 이 전쟁터에 나타난단다. 당시 이런 사람들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피예르는 전쟁을 구경하기 위해서 전쟁터에 왔다고 했어. 그곳에서 지인들을 만나기도 했어. 니콜라이, 보리스, 안드레이도 만났어. 나중에는 자신도 죽을 위기까지 겪고 말이야. 실제로 당시 이런 사람들이 꽤 있었나 궁금하긴 하구나. 안드레이도 실전에 참가한다고 했잖아. 그도 이 치열한 전투에 참가했다가 그만 배에 유탄을 맞고 중상을 입게 된단다. 그는 정신을 잃은 채로 병원에 후송되었단다.

이 보로디노의 전투의 결과는 어땠을까. 이 전투로 양측은 엄청난 군인이 희생되었단다. 어디도 승리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희생이 컸단다. 하지만, 러시아는 처음부터 수적으로 적다 보니,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후퇴하게 된단다. 그러면서 그들은 결정을 해야 했어. 모스크바에서 다시 한번 항전을 해야 하나, 아니면 모스크바를 두고 모두 떠나야 하나결국 쿠투조프는 모스크바를 두고 퇴각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단다. 이것은 군인들 뿐만 아니라,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백성들도 마찬가지였단다. 모스크바에 남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소수였고, 대부분 모스크바를 떠나게 된단다. 보로디노 전투가 끝난 며칠 뒤 프랑스군은 모스크바에 입성하게 된단다.


3.

피예르의 아내 옐렌은 여전히 페테르부르크 사교계의 유명인사였어. 옐렌은 왕자와 어떤 고관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고 있어서 누굴 골라야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단다. 남편이 버젓이 살아 있는데 말이야. 그래서 옐렌은 우선 남편에게 편지를 써서 이혼해 달라고 했어. 그때 피예르는 여전히 전쟁터에서 전쟁 구경을 하고 있었단다. 피예르도 죽을 위기가 있었지만 다행히 모스크바까지 오게 되었어. 모스크바에서 피예르는 아내의 편지를 받고 열 받아서 한 동안 잠적해 버렸단다.

모스크바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은 피난을 간다고 했잖아. 로스토프가 사람들도 피난 준비를 했단다. 로스토프 백작, 백작 부인, 나타샤, 소냐 등이 열심히 짐을 챙겼어. 두 아들 니콜라이와 파탸는 모두 전쟁에 참가했잖아. 파탸가 잠시 집에 들렀지만 이내 다시 전쟁터로 향했단다. 로스토프 백작의 부자답게 짐이 엄청 많아 수레도 수집 개나 되었단다. 그런데 부상병들이 도움을 청하자 갈등을 했어. 그들을 데리고 가려면 짐을 버려야 했거든백작부인은 반대를 했지만, 백작은 부상병을 구하기로 했어. 나타샤도 아버지의 편이 되어 짐을 다 내리게 하고 부상병을 모두 태우게 했단다. 그 부상병들 중에는 안드레이도 있었단다. 나타샤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

나중에 백작부인과 소냐가 안드레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되고 나서, 처음에는 나타샤에게 숨겼지만, 나중에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나타샤는 피난길 중에 안드레이가 일행 중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드레이를 찾아갔단다. 그리고 용서를 빌었어. 의식이 왔다 갔다 하던 안드레이는 나타샤를 보고, 용서를 해줄 것이 없다. 안드레이 자신은 여전히 나타샤를 사랑한다고 했어. 나타샤가 배신을 하긴 했지만, 그 원인 제공자인 안드레이도 잘못은 50%는 있다고 아빠는 생각해.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특별한 이유도 없이 왜 외국을 갔서 그 사단이 나게 했냐고그냥 그곳에서 1년 동안 알콩달콩 지내다가 결혼을 했다면 지금 그가 부상당하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야. 아무튼 그건 다 지나간 일이고, 지금은 나타샤가 정말 정성스럽게 안드레이를 간호해 주었단다.

모스크바를 점령한 프랑스군. 나폴레옹도 감개무량했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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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

러시아 사절단에게 나는 전쟁 같은 것은 원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고, 나는 오로지 그들 궁정의 그릇된 정치와 싸운 데 불과하고, 알렉산드르를 사랑하고 존경하며, 나와 나의 국민을 욕되게 하지 않는 강화 조건이라면 이 모스크바에서 받아들이겠노라고 말해주리라. 나는 내가 존경하는 황제를 모욕하기 위해 승리의 행운을 이용하고 싶지 않다. 귀족들에게도 말하리라. 나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내가 원하는 것은 평화와 나의 모든 신민의 안녕이라고. 하지만 그들 앞에 나서면 나는 분명 더욱 고무될 것이고, 언제나처럼 명료하게, 장중하게, 또한 당당하게 말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정말 모스크바에 있는 걸까? 그렇다, 저것은 모스크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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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군은 그곳에서 대충 정비를 하고 수도 페테르부르크를 치던지 군비를 확보하면서 장기전을 준비하고 그랬어야 했는데, 그들은 완벽한 약탈자들이 되어 있었단다. 호두를 쥔 원숭이처럼 하나라도 더 손에 넣으려고 했어. 그런데 실화인지 방화인지 모를 화재가 발생했단다. 이 화재로 목조 건물이 대부분이었던 모스크바는 걷잡을 불길에 휩싸이고 말았어. 멀리 피난간 이들에게까지 보일 정도로 모스크바는 대화재가 일어났단다. 끄기도 어려워 그냥 둘 수밖에 없었는데, 이 화재로 인해 프랑스군과 말들이 먹을 것들을 구하기 어려워졌어. 특히 말들이 먹을 것들이 없었단다. 프랑스군도 큰 일 났구나. 선택지가 별로 없었어. 거기에다 악명 높은 모스크바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어.

3권의 마지막으로 피예르의 나폴레옹 암살 기도 작전을 이야기하고 마무리할게. 모스크바가 무너진 것에 분함을 느낀 피예르는 완벽한 솔루션이 있는데, 아무도 그것을 하지 않는 것에 이해를 하지 못했어. 나폴레옹만 죽이면 될 것을, 왜 이렇게 됐는지 말이야. 그래서 자신이 직접 나폴레옹을 죽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길을 나섰단다. 권총을 가지고 가려고 했으나 권총은 숨기기 어려워, 단검을 몸에 숨겼어. 그런데 가는 길에 대화재 속에서 딸을 구해 달라고 하는 부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그 딸을 구해 주고, 약탈하는 프랑스 대위와는 시비가 붙어 엄청 싸워댔는데, 그 일로 인해 방화용의자로 체포되어 그는 감옥에 가고 말았단다. 엉뚱하긴 하지만, 그래도 인간적인 면을 살아 있는 사람인가 보구나.

3권은 이 정도에서 이야기를 정리하면 될 것 같구나. 3권에는 지은이 톨스토이의 역사와 전쟁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아빠가 느낀 점은, 톨스토이는 철저한 반전주의자라는 거야. 그렇게 생각한 글들을 두 부분 발췌해 보았는데, 아빠도 톨스토이 생각에 적극 동의한단다. 이런 생각을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같이 하면 좋겠지만,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끊이질 않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구나.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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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전쟁은 예의를 차리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역겨운 것이고, 우리가 이것을 이해해야만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걸세. 우리는 엄격하고 엄숙하게 이 무서운 필연성을 다뤄야 해. 요컨대 허위를 버려야 하는 거야. 전쟁은 어디까지나 전쟁이지 절대 장난이 아니니까. 그렇지 않으면 전쟁은 한가하고 경솔한 사람들의 오락거리가 되고 말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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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

전쟁이란 인간의 자유가 하느님의 계율에 따르는 가장 어려운 복종이다.’ 어떤 목소리가 말했다. ‘소박함은 하느님에 대한 순종이다. 하느님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그들은 소박한 것이다. 그들은 말하지 않고, 행동한다. 한 말은 은이고, 하지 않은 말은 금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 고통이 없다면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모를 것이고, 자기 자신을 모를 것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피예르는 꿈속에서 이런 생각을 한다기보다 들었다) 모든 것의 의미를 마음속에서 하나로 결합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결합한다?’ 피예르는 자문했다. ‘아니다, 결합이 아니다. 사상은 결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 모든 사상을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 연결해야 한다, 연결해야 하는 것이다!’ 피예르는 자기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이 말로써 표현되고, 자기를 괴롭히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느끼고 마음속 깊이 감격하며 혼잣말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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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1811년 말부터 서유럽의 무장 강화와 병력 집결이 시작되었고, 1812년이 되자 수백만의 병력이 (수송과 군대 급량을 맡은 자들까지 포함해) 러시아 국경을 향해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고, 러시아 병력도 1811년부터 그곳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모든 용의자 중에서 가장 의심받은 사람은 피예르였고, 이번에 새로이 영창으로 쓰게 된 주봅스키 성벽 위의 커다란 집으로 끌려가 모두 유치될 때도 피예르만은 엄중한 감시 아래 독방으로 들어갔다.


인간에게는 양면의 생활이 있는데, 하나는 생활의 흥미가 추상적일수록 자유로워지는 개인적 생활이고, 또하나는 자기에게 정해진 법칙을 좋든 싫든 실행해야 하는 자연력이 행사되는 집단적 생활이다.
인간은 의식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위해 생활하지만, 역사적이고 전인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무의식적인 도구 역할을 한다. 일단 실행된 행위는 돌이키지 못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른 이의 무수한 행위와 합쳐지며 역사적 의미를 띠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단계의 높은 곳에 설수록,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을수록 다른 사람에 대해 더 큰 권력을 갖게 되고, 또 개개 행동의 숙명과 필연성이 더 명백해진다.
- P17

어느 것도 원인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생명이 있는, 유기적이고 불가항력적인 사건이 일어날 때의 모든 조건이 일치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이 세포질의 분해 등등 때문이라고 하는 식물학자나, 내가 먹고 싶어 떨어지라고 빌었기 때문이라고 하는 나무 밑의 사내아이나 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폴레옹이 모스크바에 간 것은 그가 그것을 바랐기 때문이고, 그가 패망한 것은 알렉산드르가 그의 패망을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갱도가 뚫려 몇만 푸드나 되는 산이 무너지는 것이 마지막 갱부의 마지막 곡괭이질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처럼 옳기도 하고 옳지 않기도 한 것이다. 역사상의 사건에서 이른바 위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그 사건에 명칭을 부여하는 라벨이며, 원래 라벨이라는 것이 그렇듯 사건 그 자체와는 가장 관계가 적다. - P19

과오의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폴레옹의 신념 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고, 그의 생각에 따르면 자신이 하는 행위는 전부 다 선한 것인데, 그것은 그 행위가 선악의 관념에 합치해서가 아니라 그 행위를 한 것이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 P50

전쟁에 참가한 수많은 사람도 모두 각자의 본성, 습관, 조건, 목적 등에 따라 행동했다. 그들은 두려워하고, 허영에 차고, 기뻐하고, 분개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또 그것이 자신을 위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들 모두가 의지를 갖지 않는 역사의 도구였으며,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이해가 될 일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실제로 활동하는 모든 인간에게 주어지는 불변의 운명이고, 인간 사회에서 계급이 높을수록 자유는 줄어든다. - P156

"모두가 원한다면 해야겠지, 도리가 없으니…… 하지만 여보게, 이건 정말이야, 인내와 시간, 이 두 용사보다 강한 건 없고, 이 두 가지가 모든 것을 해주지만, 조언자들은 그런 식으로 보지 않아, 그게 잘못이야. 누구는 좋다고 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하니,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는 대답을 기대하는 듯이 물었다. "그래, 자네라면 어떻게 하라고 하겠나?" 그는 깊고 총명한 빛을 띤 눈을 반짝이며 다시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가르쳐주지." 안드레이 공작이 대답하지 않자 그는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가르쳐주지. 의심 속에서는, 어보게,"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몸을 삼가라." 그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말했다. - P268

"천만의 말씀입니다. 각하, 승패를 판가름하기 어려울 때는 끈기 있는 쪽이 승리자가 되는 법입니다." - P380

‘정말 이것이 죽음이라는 걸까?’ 안드레이 공작은 풀과 쑥과 뱅뱅 도는 검은 공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의 흐름을 전혀 새롭고 부러움이 깃든 눈으로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는 죽을 수 없다, 죽고 싶지 않다. 나는 삶을 사랑하고, 이 풀과 땅과 공기를 사랑한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모두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상기했다. - P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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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17 0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에서 도스토옙스키에 이어 톨스토이 바람이 이어 불지도 모르겠군요. ^^
도선생이든 톨선생이든 어찌나 대작들인지 에휴 언제 찬찬히 앉아서 이 작품들을 볼까요. ㅠ.ㅠ

bookholic 2022-01-17 07:50   좋아요 0 | URL
네....
도선생님과 톨선생님의 작품들은,
심호흡 한번 크게 쉬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책을 펼쳐야 해요 ㅎㅎ
러시아 소설은 추운 겨울이 어울리는 것 같은데,
요즘 어떠세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66)

스페인 내란 소식을 접한 오웰은 즉시 보통사람의 존엄을 위해 싸우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1936 12 23일 런던을 떠나 26일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신혼생활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의 일이었다. 스페인에서는 공산당이 지지하는 정부가 공포정치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웰의 눈에 바르셀로나의 거리와 사람들 사이에는 평등이 넘쳤다.” 그 광경은 싸워서 지켜낼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그가 보이게 스페인 전쟁은 본질에서 계급전쟁이었다. 이기면 보통사람의 대의는 강화되고, 패한다면 지대수익자들이 환호하리라는 사실, 그 외에 나머지는 모두 거품이었다. 스페인에서 혁명전사가 된 오웰은 바르셀로나에서 일주일 머문 후에 POUM의 독립노동당 분대원으로 아라고 전선에 투입되었다.


(72-73)

귀국 즉시 스페인 반파시스트 진영의 내분, 정확히는 스탈린 공산주의 세력의 반혁명적 기회주의적 실상을 낱낱이 밝힌 <카탈로니아에 경의를>의 집필에 착수했다. 그런 작업은 좌파정치의 미래, 진정한 민주사회주의의 앞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지만, 오웰이 아니면 다른 누구도 그 일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 또한 진실이었다. 스페인 상황을 선별적으로 보도하던 좌파미디어는 결과적으로 소련의 입장을 그대로 따른 셈이었다. 오웰은 런던의 지식들이 결코 일어나본 적이 없는 사건들 위에 정서적 상부구조를 구축한다고 탄식했다. 그가 POUM을 강하게 지지한 것도 부분적으로는 자본주의 언론이 귀기울여주지 않고, 좌파언론은 오로지 중상만 해댔기 때문이었다. 이미 언급했듯이, 오웰이 스페인에 오기 전부터 POUM파시즘의 직접적 도구로 간주한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패권 혹은 권력 장악이 최고의 선이 되면서, 사회주의라는 대의는 너무도 쉽게 소실되었다.


(109)

조지 오웰에게 세인트 시프리언스 예비학교와 버마는 그의 삶 전체, 즉 가난과 전쟁의 체험뿐 아니라 글쓰기에 이르기까지 깊고도 넓게 영향을 미쳤다. 이 점은 무엇보다 오웰의 삶과 작품들이 웅변으로 보여주지만, 여러 계기에 걸친 그의 직접진술과 말년에 이를수록 빈번해지는 회상과 환기, 주변인물과 전기작가들의 증언이 확인해준다. 오웰에게 학창시절과 버마 시절은 삶과 글쓰기의 원체험이었다.


(116)

무엇보다 부자애들은 결코 매질을 당하지 않았는데, 오웰의 기억에 따르면, 연소득 2천 파운드 이상의 부모를 둔 아이가 매 맞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가난한 집 학생은, 일류 사립고에 진학하여 학교의 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학비가 감면됐고 따라서 입학이 가능했다. 학교의 명성이 금전적 이익과 직결되던 산황에서 장학금은 학교()편에서는 장기투자였던 셈이다. 우웰이 그 경우에 속했다. 그런데 공짜 점심은 정말 없었다. 반액장학생이던 그가 치러야 했던 비용은 주로 정신적인 모욕과 상처였다.


(133-134)

오웰이 제국경찰을 그만두고 7년이 지난 1934년에 출간된 <버마 나날들>은 오웰이 동양에 대해 쓴 유일한 반제국주의 소설이다. 그가 죽을 때까지 붙들었던 <끽연실 이야기>는 버마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만 미완성으로 남았기 때문에 그 의도와 내용은 추측하기 힘들다. <버마 나날들>은 영국제국주의의 실상에 관한 현장기록이면서 동시에 독자의 정치적 각성과 반성을 유인하기 위한 지식인 오웰의 행동이었다. 버마 체험에 대한 오웰의 회상들이 대체로 그렇듯, 책의 행간 곳곳에는 도저한 석벽(石壁)과도 같은 인종적 편견에 대한 다양한 기억들이 스며 있다. 오웰은 거기에서 제국주의가 현지인들뿐 아니라 지배자들의 일상에도 깊숙이 침투해서 모두의 싦과 의식을 어떻게 파멸시키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166-167)

세계가 전체주의로 흐르리라는 오웰의 예감은 전쟁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짙어졌다. 그는 조만간 모든 민족주의 운동은 초인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고, 히틀러가 떠난 자리에 스탈린, 영미의 백만장자 그리고 드골 유의 온갖 작은 독재자들이 들어설 것으로 보았다. 세계적 흐름인 중앙집권적 체계는 경제적으로는 기능적일지 모르나 정치적으로는 비민주적 카스트 체제와 같이 가기 마련이다. 거의 신적인 카스트가 꼭대기에 있고 밑에는 적나라한 노예들이 있는 위계적 구조에서 유례없는 자유의 박멸이 진행될 것이다. 그때 언론의 자유는 첫 번째 치명적 죄악이며 후에는 무의미한 추상이 될 것이다. 그것은 <1984>에서 윈스턴 스미스가 오브라이언의 주장에 따라 4개 손가락을 5개로 보듯, 지도자의 뜻대로 2+2=5가 되는 세상이다. 그때 자율적 개인은 존재가 말살되고 작가는 창조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오웰은 이런 유의 문명이, 나라들이 외부와는 완벽히 단절된 가운데 피차 끊임없는 유사전쟁을 벌이면서, 수천 년 동안 정체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것이 인류의 방향이었다.


(177)

특히 전쟁 발발 이전 즉 오웰이 아직 평화주의를 고수하던 때에, 자본주의하에서 민주주의란 파시즘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것은 보통사람들의 존엄이 구현되는 사회였다. 그는 인간이 지닌 본질적이고 태생적인 위험이 형제애에 대한 신뢰 그리고 보통사람들의 전통이 회복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평화주의를 떠난 이후에도- 저버린 적이 없었다. 보통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계하고 그것의 개선(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한 절망은 언어도단이었다.


(190)

오웰이 보기에 지식인은 권력을 지니거나 권력을 추구했으며, 늘 권력 주변에 서성댔다. 그가 지식인과 지배계급을 동일시했던 이유이다. 그는 지배층의 오만과 위선을 경멸하듯 지식층과 오만과 위선을 경멸했다. 그에게 지식인의 위선과 권력욕은 모두 가장 가동할 권력의 형식이면서 자본주의 외적 내적 발전형태인 제국주의와 전체주의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이었다. 따라서 오웰의 지식인 됨 혹은 지식인으로서의 삶은 그 자체가 가해자의 근원적 죄의식에 닿아 있었다. 그것은 그가 떠남내려감그리고 엄혹한 글쓰기 과정을 모두 개인적 속죄의 근거로 삼는 한에서만 비로소 스스로에게 정당화될 수 있었다.


(254-255)

노동계급 가정이야말로 유대와 평등이라는 동일한 가치가 배양되는 통합공동체의 기초였다. <위건 피어로 가는 길>에서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다.

노동계급 가정에서는 따뜻하고, 품위 있고, 깊은 인간적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쉽지 않다. 육체노동자는 (…) ‘교육받은사람보다 행복할 가능성이 더 많다. 그의 가정생활은 자연스럽게 더 정상적이고 보기에도 좋게 꾸려진다. 나는 종종 노동계급 가정의 실내가 독특하고도 손쉽게 완전성, 말하자면 완전한 대칭으로 꾸며져 있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299-300)

유럽대륙에 전운이 감돌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오웰의 성찰은 깊어졌고 과격해졌다. “우리는 영국이 민주국가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인도통치에서 보듯이, 겉으로는 덜 자극적일지 모르나 독일 파시즘 못지않게 악하다. 자신의 조국에서부터 자본주의를 전복시키지 않고 어떻게 파시즘에 대항할 수 있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웰이 보기에 파시즘이라는 경쟁제국주의에 대항하는싸움에서 자본주의-제국주의 정부와 협력한다면 이는 파시즘을 뒷문으로 불러들이는 것과 같았다. 적어도 경제체제에 대한 한 영국의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는 파시즘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때는 아직 전쟁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317)

오웰이 스스로 선택한 경험들은 시대상황에 대한 반응이라기보다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갔다는 점에서 보다 개인적이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일관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일관된 도덕적 힘이었다. 이데올로기는 개인의 선택을 강요하지만, 도덕적 힘은 개인의 선택을 추동한다. 오웰은 버마 행,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생활, 영국 북부와 스페인으로의 여정, 그리고 인생 말년의 고독과 불편함을 스스로 선택했다.


(352)

오웰은 이처럼 노동운동의 속성과 현실적 한계에 누구보다도 민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농계급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희망은 오직 프롤레타리아에 있다는 것, 그것이 오웰의 단순하고 일관된 주장이었다. 앞에서도 보았지만, 오웰은 스페인에서 지식인에 대한 불신뿐 아니라 노동계급의 뼛속 깊이 자리 잡은 평등의 본능에 대한 깊은 신뢰를 경험했다. 스페인 내전 당시 영국의 지배계급은 기본적으로 친파시스트적이었고 스페인을 프랑코에게 넘기는 것이 계급 이해를 위하는 길이라고 보았다. 영국이 독일과 전쟁에 돌입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었다.


(359-360)

오웰은 도저한 사회주의자였지만, 보통사람에 의해 보통사람의 가치와 정서가 구현되는 정치에 희망을 걸었던 민주적 사회주의자였다. 그의 입장은 왕왕 인기가 없었고 종종 시대에 뒤처지기도 했지만, 그는 그것을 견지하고 추구하는 데 추호의 망설임이 없었다. 무엇보다 그의 민주적 사회주의는 윤리와 함께 가는 것이었다. 오웰은 손수건 산업의 도덕성을 먼저 따진 후에야 코를 푸는 사람이었다.


(379)

오웰이 보기에 이 전쟁이 똑 같은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전쟁이 아니라는 점만큼 분명한 것은 없었다. 특히 노동계급에게 영국제국주의와 독일 나치즘 가운데 누가 승리하느냐는 중요한 차이를 만들 것이고, 따라서 사회주의자들이 영국의 전쟁노력을 지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물론 전쟁에서 중립이란 없으며, 한쪽을 돕든가 다른 쪽을 도울 수밖에 없다.” 부자들이 희망하는 타협된 평화는 결국 영국을 독일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만들 것이다. 설사 전쟁에 진다 하더라도 먼저 국내적 혁명을 일궈내면 완전한 패배로 볼 수 없거니와, 혁명을 추동했던 사상이 살아 있는 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싸우다 지는 것과 싸움 없이 항복하는 것의 차이는 그저 명예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웰은, 히틀러를 인용하여, 항복하는 것은 국가의 영혼을 파괴한다고 보았다. 타협도 정지도 없었다.


(431)

러시아 사회주의는 내적으로 전체주의화했고, 외적으로 제국주의화함으로써 사회주의의 본래 의미를 철저히 왜곡시켰다는 것이 오웰의 기본 시각이었다. “1930년 이래 나는 소련이 진정한 사회주의로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를 거의 보지 못했다. (…) 반대로 나는 그것의 지배자들이 여타 지배계급과 다름 없이 권력을 탈취하고 유지하려고 혈안이 된 위계적 사회로 전화되는 뚜렷한 증거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리하여 그는 소련신화를 몰락시키는 일이야말로 사회주의 운동의 부활을 위해 핵심적 과제가 돼야 한다고 단언한다.


(461)

오웰은 제2차 세계대전을 사상의 자유를 옹호하는 전쟁으로 간주했다. 영국이 독일보다 도덕적으로 반드시 우월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영국제국주의는 나치즘보다 더 사악하다 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들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말하고 출판할 자유가 독일보다는 영국에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점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오웰이 보기에 영제국의 가장 어두운 부분인 인도에도, 전체주의 국가에서보다 훨씬 많은 표현의 자유가 존재했다. 그러나 전체주의의 정신이 독일과 소련을 넘어 점차 확대되고 있었다. 이런 절박한 인식이야말로 작가로서 오웰이 전체주의에 결연히 맞서야 했던 배경이었다.


(503)

오웰에게 문학과 정치적 가치는 상충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말년에 자신이 지난 10년 동안 늘 가장 원했던 것이 정치적 글쓰기를 하나의 예술로 만드는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특히 스페인 전쟁 이후 자신의 모든 진지한 작품들이, 직간접적으로 전체주의에 저항하고, 그가 이해하는 대로 민주적 사회주의를 위해 써왔다고 말한다. “나는 어떤 동기가 가장 강력한지 확실히 말할 수 없지만, 어떤 동기가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안다. 내 작업을 돌아볼 때, 내가 생기 없는 책을 쓰고, 미사여구, 의미 없는 문장, 화려한 수사, 곧 눈속임에 위해 있을 때는 예외 없이 정치적 목적을 결여했을 때였다는 것을 본다.


(519)

오웰에게 나쁜 작가는 무엇보다 무책임하고 부주의한 스타일리스트였다. 특히 그는 테크닉에 치중한 문학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도 혹독했다. 그에 따르면, 새로운 문학운동은 통상 선배들에 대한 학살을 시도함으로써 시작되는데, 종종 그때 일어난 문학 테크닉의 변화는 정치적 변화와 긴밀히 얽혀 있었다. 쓸모없는 작품을 양산하는 문예사조도 후대의 기억에 일정한 자국을 남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제2차 세계대전과 1920년대의 천박한 상식에 대한 반발로 각각 태동한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는, 그것들의 생산해낸 작품들은 기교에 치우친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아직 기억은 된다는 점이다.


(545)

오웰에게 희망은 (민주적) 사회주의에 있다. 그에게 사회주의는 일종의 도덕적 자유주의이기도 하다. 거기에서 국가는 경제적 삶에 대한 궁극적 책임을 떠안음으로써 국민을 빈곤 실헙 등의 공포에서 해방시키지만, 국민 개인의 지적 삶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그때 예술은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시대에서처럼, 혹은 그보다 더욱, 번성할 터인데, 예술가는 더 이상 경제적 압박하에서 작업하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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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2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6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2, 이야기를 해 보자꾸나. 1권에서는 주인공들이었던 러시아 청년들이 프랑스와 전쟁을 하기 위해 국외로 떠나갔는데, 2권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보자꾸나. 할 이야기가 많으니 바로 소설 속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1806년이 되었어. 전쟁에 참가했다가 휴가를 받고 모스크바로 돌아온 니콜라이. 휴가 온 군인들이 그러하듯이 니콜라이는 젊음을 즐기자는 생각으로 군대에서 알게 된 친구들인 데니소프, 돌로호프 등과 함께 했어.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졸지에 갑부가 된 피예르 생각나니? 피예르는 아내 옐렌과 결혼하긴 했지만 그리 좋은 사이는 아니었어. 거기다가 옐렌은 행실이 바르지 못해서 다른 남자들과 염문설이 나기도 해서, 피예르는 마음 고생을 했단다. 피예를를 바라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도 갑자기 갑부가 된 것에 조롱하는 시선들이어서 기분도 안 좋았어. 그런데 옐렌이 염문설에 빠진 이들 중에 돌로호프라는 사람이 있었어. 피예르는 그런 돌로호프에게 결투 신정을 했단다. 옛날 유럽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결투를 하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벌어졌단다. 그렇게 죽어도 그건 불법이 아니었어. 결투가 인정되는 사회였던 거지.

이들은 이 결투를 증인들로 각각 친구들을 불렀어. 돌로호프는 니콜라이를 데리고 갔단다. 이 결투에서 피예르는 운이 좋게도 승자가 되었단다. 상대였던 돌로호프는 총에 맞고 중상을 입게 되었어. 다행히 죽지는 않았단다. 이 소식을 들은 옐렌은 자신을 믿지 못하냐면서 피예르에게 따졌고, 피예르도 격분하면서 이혼하자고 했단다. 그리고 혼자 모스크바를 떠나 페테르부르크로 가버렸단다. 아빠가 모스크바는 지금도 러시아의 수도니까, 대충 어느 지역에 있는지 알고 있었는데, 페테르부르크는 정확히 위치를 모르고 있었단다. 지도를 찾아보니 페테르부르크는 모스크바보다 더 위쪽에 위치하고 있더구나. 아참, 모스크바가 예전에도 수도였고, 오늘날도 수도였지만, 이 소설이 배경이 되는 시기, 즉 알렉산드르 1세가 황제로 있던 이 시기에는 수도가 페테르부르크였다고 하는구나.

안드레이 공작은 프랑스 군에게 포로로 잡혀갔다고 했잖아. 그의 소식을 모르는 동료 군인들도 그가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전사했을 것이라고 가족에게 연락했어.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실종인데, 이미 아버지는 아들이 죽은 것으로 받아들였어. 안드레이의 아내는 임신을 하고 있었고, 몸도 좋지 않았잖아. 그런데 거기에 남편의 전사소식까지 들었으니 그 충격으로 몸은 더 안 좋아졌단다. 그리고 출산일이 다가와 아이를 낳게 되는데 오랜 진통으로 진이 다 빠져 있었단다. 그런데 그때 죽은 줄만 알고 돌아온 안드레이가 돌아왔단다. 하지만 몸이 많이 허약해진 리자는 아이를 낳다가 그만 죽고 말았단다.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엄마 없는 아이가 되었단다. 고모인 착한 마리야가 아기를 대신 봐주게 되었단다. 그러니까 임신한 아내를 두고 왜 전쟁에 참가를 했냐, 이 안드레이야.


1.

옐렌과 염문설이 났다가 피예르와 결투를 했다가 중상을 당했던 돌로호프는 이번에는 소냐에게 청혼을 했단다. 니콜라이의 사촌 소냐 있잖니, 소냐는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그의 청혼을 거절했단다. 소냐는 어렸을 때부터 니콜라이를 좋아하고 있었단다. 휴가를 나온 니콜라이가 신나게 놀았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만 카드놀이를 하다가 43천 루블이라는 거금을 빚지기도 했단다. 아버지가 간신히 메꿔주었고, 다시 군대 복귀를 했단다. 군인이 휴가 나와서 벌인 일인데, 뭐라 할 수도 없는 심정 아빠도 알지 ㅎ

한편 데니소프는 나타샤에게 청혼을 했는데, 나타샤의 엄마인 로스토프 백작부인은 나타샤가 너무 어리다는 핑계로 거절했단다. 데니소프가 마음에 안 들었나 보네. 니콜라이와 데니소프가 휴가 나와서 이 여자 저 여자 찔러본 거였나?

아내 옐렌과 한바탕 했던 피예르는 페테르부르크 가는 길에 프리메이슨 회원을 만나 그에게 설득 당하고 이후 프리메이슨에 푹 빠지게 되었단다. 그는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자마자 프리메이슨 형제단에 입단했어. 프리메이슨에 푹 빠진 피예르는 키예프에 있는 자신의 땅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해방한다며 이야기하는 등 프리메이슨의 사상인 박애와 평등을 실천하려고 했어.

========================

(166)

키예프에 도착한 피예르는 관리인들을 모두 가장 큰 사무소로 불러 그들에게 자기의 의도와 희망을 설명했다. 농노적 종속관계에서 농민을 완전히 해방하기 위한 방법을 즉시 강구할 것, 그때까지는 당분가 농민에게 지나친 노동을 시키지 말 것, 아이가 있는 부녀자에게는 일을 시키지 말 것, 농민을 원조할 것, 처벌은 훈계로 그치고 체형은 금할 것, 각 영지에 병원과 고아원과 학교를 설립할 것 등이었다. 몇몇 관리인은(그중에는 거의 문맹인 청지기도 있었다) 젊은 백작이 자기들의 관리 소홀과 돈을 착복하는 데 불만을 품은 거라고 해석하고 겁을 먹은 패 피예르의 말을 들었다. 또 처음에는 두려워하다가 피예르의 떠듬거리는 말투와 처음 들어보는 새로운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무리도 있었고, 주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그저 만족하는 세번째 무리도 있었는데, 총 관리인을 포함한 네번째 무리에 해당하는 가장 슬기로운 자들은 자기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를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깨달았다.

========================

피예르는 안드레이를 만나러 갔어. 안드레이는 앞서 이야기했지만, 적군에 잡혀 포로가 되었다가 간신히 탈출하여 집에 와서 쉬고 있었잖아. 안드레이는 다시는 군대는 안 가겠다고 다짐했고 앞으로는 군복무 대신 민병대를 관리하는 일을 하겠다고 했어. 지금은 어린 아들 니콜루시카를 보살피는 일을 도와주었어. 니콜루시카를 주로 보살피는 것은 여동생 마리야이고 안드레이는 옆에서 거들어 주는 정도였어. 피예르는 안드레이를 찾아와서, 프리메이슨의 사상인 박애와 평등에 관해 이야기를 했지만 안드레이는 처음에는 반대 입장을 보였단다. 하지만 나중에 내면의 변화를 느끼게 되고, 그가 비록 프리메이슨은 아니지만 박애와 평등을 실천하며 살게 된단다.


2.

니콜라이와 데니소프는 모두 군대에 복귀를 했어. 그런데 식량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2주째 고생을 하고 있었단다. 병사들은 산에서 독이 있는 식물들을 잘못 먹고 죽기도 했어. 그 뿐만 아니라 병으로도 죽었는데, 이런 것들은 전투로 죽는 이보다 많았단다. 데니스프의 직급이 소령이었는데, 그는 식량 부족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른 군대로 가는 보급 차량을 가로 채서, 자기 군대원들에게 먹게 했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나 엄연한 위법이니 군법위원회에 넘겨지기로 했는데, 전투에서 총상을 입고 군법위원회가 아닌 병원으로 호송되었단다. 니콜라이가 데니소프가 입원한 군 병원에 병문안을 갔는데, 시설이 너무나 열악해서 충격을 먹었단다. 제대로 치료 받는 사람들보다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죽어 가는 사람들이 더 많았어. 그리고 니콜라이는 데니소프가 한 행동을 충분히 이해를 했기 때문에 니콜라이는 황제에게 청원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으르렁거리면서 싸우던 알렉산드르 황제와 나폴레옹 황제가 강화협약을 맺고 전쟁을 중단하기로 했단다. 니콜라이는 심하게 회의를 느꼈단다. 이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죽었는데, 그렇게 협약을 맺을 거면 그런 젊은이들이 죽기 전에 했어야지. 지금 이 순간에서 전쟁에서 얻은 부상으로 고생하는 이들도 있는데, 알렉산드르 황제와 나폴레옹 황제는 웃음이 끊이지 않은 것을 보고, 니콜라이는 생각이 복잡해졌단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이란 말인가.

========================

(237)

로스토프는 이 모퉁이에 서서, 연회를 벌이는 사람들을 한참 동안 먼발치에서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도저히 결말이 나지 않는 괴로운 투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음속에 무서운 의혹이 일었다. 얼굴이 완전히 달라지고 아집도 사라진 데니소프, 팔다리가 잘린 사람들과 오물과 질병으로 가득한 병원의 광경이 떠올랐다. 그 병원에서 맡았던 시체 냄새가 아직도 너무 생생해서 대체 어디서 냄새가 나는지 사방을 두리번거렸을 정도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제 황제가 되어 알렌산드르 황제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손이 희고 자기만족에 빠진 보나파르트가 떠올랐다. 팔다리가 잘린 사람들이나 전사자들은 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까? 포상을 받은 라자레프와 처벌을 받고 사면되지 않은 데니소프도 떠올랐다. 그는 이렇게 이상한 상념에 잠긴 자신을 깨닫고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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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는 군대를 가지 않고 시골에서 2년 동안 지냈단다. 그러나 국제 정세에 대한 내용은 계속 보고, 책도 많이 읽곤 했어.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박애와 평등 사상을 바탕으로 농민해방을 실천하고 자유경작을 하게 했단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자신이 너 이상 이런 시골에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이제 그의 나이 고작 31살인데 말이야. 안드레이는 자신이 2년 동안 작성한 새로운 군규를 들고, 고위층을 만나려고 했어. 자신이 생각하기에 러시아군은 문제가 많고 이를 바뀌기 위해서는 새로운 군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 그는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는 내무부장관 스페란스키를 만나게 되는데 그와 친분을 쌓고 군규제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단다. 2년 간 강호 생활을 청산하고 세상에 다시 등장한 안드레이.

피예르는 페테르부르크의 프리메이슨의 핵심 회원으로 되어 열심히 활동했단다. 그리고 장모님이 찾아와 옐렌과 다시 함께 해달라는 부탁을 해왔어. 프리메이슨의 정신 때문인지, 피예르는 장모님의 말대로 했단다. 그래서 다시 옐렌과 함께 지내게 되었어. 하지만, 함께 지낼 뿐이지. 그 이전보다 관계가 좋아졌다고 할 수는 없었단다. 잠도 따로 자고 그저 같은 집에 있다 뿐이지. 옐렌은 예전부터 예쁘고 총명했기 때문에 금방 사교계의 유명인사가 되었단다. 옐렌이 유명해지다 보니, 피예르는 옐렌의 기이한 남편으로 알려지게 되었어. 프리메이슨을 제외한 다른 활동을 안 하다 보니 그런 소문이 날 수밖에

로스토프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어 로스토프 백작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떠나 페테르부르크로 이사를 왔단다. 그곳에서 베르크라는 훌륭하고 모범적인 군인이 첫째 딸 베라에게 청혼을 했고, 로스토프 백작 부부는 그것을 받아들였단다. 안드레이는 스페란스키와 함께 하다 보니 사교계에도 다니게 되었어. 어떤 무도회에서 나탸사를 처음 보게 되었는데 한 눈에 반해 버렸단다. 나탸샤도 안드레이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어.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긴 했지만, 그들은 서로 호감을 갖고 곧 정식으로 사귀게 되었단다. 그런데 이때 남몰래 배 아파하는 이가 있었단다. 피예르. 자신도 나타샤를 좋아했으나 자신은 유부남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안드레이와 나타샤가 사귄다고 하니그는 잊어야지, 별수 있니... 나타샤를 잊기 위해 프리메이슨에 더욱 정진을 하는 피예르. 하지만 그게 쉽게 잊혀지나. 스멀스멀 올라오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은 괴롭게만 하지.


3.

안드레이는 나타샤에게 청혼을 하기 전에 아버지의 허락을 받기로 했어. 안드레이의 아버지 볼콘스키 공작은 엄청 무섭고 엄한 아버지라고 했던 거 기억나지? 볼콘스키 공작은 심하게 반대를 했단다. 그런데도 하고 싶다면 1년 뒤에 하라고 했어. , 착한 안드레이지금의 사랑이 영원할 거라 믿나. 안드레이는 나타샤에게 1년 뒤 결혼을 하는 조건으로 청혼을 했단다. 나타샤는 실망을 했지만, 1년을 기다리겠다고 했어. 그들은 양가 가족들만 비밀로 한 약혼을 하게 되었단다. , 왜 비밀 약혼으로 했을까. 나타샤에게 남자들이 접근할 여지를 왜 남겨두었을까. 안드레이가 사랑에 서툰 것인가? 결혼까지 했던 사람인데

심지어 안드레이는 일년간 외국 여행을 떠났단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예정되었던 외국 여행이긴 하지만, 나타샤를 만나서 상황이 바뀌었는데, 외국 여행을 한다고? 허허, 나타샤에게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구나. 나타샤를 믿은 것일까? 나타샤를 시험하는 것일까?

군 복무 중이던 니콜라이는 집안 경제적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안을 일으켜 보겠다고 귀환 요청을 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서 그는 페테르부르크에 돌아왔단다. 니콜리이가 와서 이런 저런 일을 해보았지만 집안의 재정은 나아지지 않았어. 백작부인은 니콜라이를 부잣집 딸과 결혼시킴으로써 재정의 어려움을 이겨보려고 했어. 니콜라이도 어머니의 말을 들으려고 했으나, 소냐를 보니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소냐라는 것을 깨달았어. 어렸을 때는 장난처럼 좋아했던 것이지만 이제는 정말 사랑을 하게 되었단다. 니콜라이는 엄마에게 소냐와 결혼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가난한 소냐와 결혼은 절대 안된다고 못을 박았단다. 불쌍한 소냐.

...

그리고 나타샤에게 접근하는 이가 있었으니, 옐렌의 오빠인 아나콜이었어. 아나콜은 이미 몇 년 전에 결혼한 유부남인데, 총각행세를 하면서 사교모임에 나왔어. 식구들을 빼고는 그가 유부남이란 것도 대부분 몰랐어. 그런 아나톨이 나탸샤에게 접근을 했고, 이별에 힘들어하던 나타샤는 금방 아나톨에 마음을 주고 말았단다. 나타샤는 한동안 안드레이와 아나톨 사이에게 갈등했지만, 이내 아나톨을 선택하고 아나톨과 함께 몰래 도망치려고 했어. 이 계획을 소냐가 알게 되고, 이걸 사교계 부인 중에 한 분인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한테 이야기했어. 당시 로스토프 가족들은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 부인의 집에 묵고 있었는데,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 부인은 나탸샤를 감금해서 도망 못하게 했단다.

이 소식을 들은 피예르는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 부인을 찾아왔어. 피예르는 아나톨의 진짜 모습을 알고 있던 사람 중 한 명이었거든. 피예르는 아나톨이 유부남에 파렴치한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고, 이 이야기를 들은 나타샤는 자살 소동을 벌이기도 했단다. 뒤늦게 귀국한 안드레이는 나타샤의 소식을 듣고, 나타샤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접었단다. 안드레이, 사랑에 관해서는 참 답답한 사람이네… <안나 카레니나>의 레빈과 비슷한 스타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여기까지가 대충 2권의 이야기란다. 2권에서는 전쟁보다는 사랑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구나. 그래서 읽기가 다른 권들보다는 쫌 편했단다. 싫어할 수 없는 사랑 이야기잖니. 그 사랑이 늘 해피엔딩이 아니라서 그렇긴 하지만 말이야.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사랑은 약간은 서툰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직 나이들이 어려서 그런지 서툴고, 그렇다 보니 시행착오도 하고, 그리고 또 아파하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뭐 사랑의 여러 가지 모양이지만 말이야. 3권은 아빠가 부지런을 좀 떨어서 얼른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 텐데바쁘네.


PS:

책의 첫 문장: 1806년 초 니콜라이 로스토프는 휴가를 얻어 귀국했다.

책의 끝 문장: 피예르는 그 별이 새로운 생활을 향해 활짝 꽃펴 부드럽고 고무된 그의 영혼 속에 있는 무언가를 화답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루이 16세도 죄인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처형당했지만, 일 년 후 루이 16세를 처형한 자들 역시 죽임을 당했다. 무엇이 나쁜 것인가? 무엇이 좋은 것인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미워해야 하는가? 무엇 때문에 살고, 나는 대체 무엇인가? 삶이란, 죽음이란 무엇인가? 만물을 지배하는 힘은 무엇인가?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그러나 이러한 의문들에 단 한 가지 대답도 얻지 못했고, 한 가지 대답이 있긴 했지만 논리적이지 못하고 또 모든 의문에 대한 대답도 되지 못했다. 그 한 가지 대답이란 ‘죽으면 모든 것은 끝난다. 죽으면 모든 것을 알게 되거나, 더 이상 그런 의문을 갖지 않게 된다’였다. 그러나 죽는 것은 무서웠다. - P113

‘봄, 사랑, 행복!’ 떡갈나무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희는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이 부질없고 무의미한 기만에 싫증을 내지도 않는거냐. 언제나 똑같고, 언제나 기만할 뿐인데! 여기에는 봄도, 태양도, 행복도 없다. 봐라, 저기 짓눌려서 죽은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는 전나무들이 있을 뿐이고, 나고 꺾이고 상처 난 내 손가락들이 등에서건 옆구리에서건 제멋대로 뚫고 나가 돋는 동안 이렇게 서 있어야 할 뿐이다. 나는 너희의 희망과 기만을 믿지 않는다.’ - P246

"예전 같으면 내가 이런 사랑에 빠질 거라고 누가 말했더라도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안드레이 공작이 말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야. 지금 내게는 온 세계가 둘로 나뉘어 있어. 하나는 그녀가 있는, 온갖 행복과 희망과 빛이 있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그녀가 없는, 우울과 어둠뿐인 곳이지……"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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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15 08: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의 줄거리 정리 너무 좋네요. 읽었던 기억이 막 되살아납니다~!!
옐렌, 아나톨 남매는 너무 짜증나고 나타샤는 어리고, 안드레이는 답답하고, 베주호프는 귀엽고 ㅎㅎ 3권도 기대가 됩니다~!!

bookholic 2022-01-16 03:56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만, 자세히는 읽지 말아주세요~~^^
앞뒤 문맥 잘 안 맞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ㅎ
 















(22-23)

나는 엄마를 말리는 데 애를 먹었다. 엄마는 베개에 몸을 기댄 채 내 눈을 바라보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보다시피 매가리가 풀린 게야. 너무 피곤하고 진이 다 빠져버렸어. 내가 늙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단다. 하지만 내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며칠이 지나면 일흔여덟이야. 완전히 늙어 버린 셈이지. 그러니 준비를 해야겠구나. 인생의 책장을 한 장 넘기려고 해.”


(34)

. 그런 것 같았다. 심지어 암인 게 분명해 보이기까지 했다. 눈언저리에 든 멍이며 살이 빠지는 것 하며. 그런데 의사는 암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이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아들이 미쳤다는 사실을 가장 나중에 인정하는 이는 부모고, 어머니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가장 나중에 인정하는 이는 자식이기 십상이다. 엄마는 평생 동안 암에 걸리지 않을까 두려워해 온 만큼 나와 내 동생은 엄마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걸 믿지 않곤 했다.


(58)

자기 생각을 스스로 반박해 보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자주 많은 걸 얻게 된다. 하지만 어머니는 전혀 다른 경험을 했다. 자신의 뜻을 거스르며 살았던 것이다. 다양한 욕망을 품고 있었지만 그것을 참아 내기 위해 엄마는 온 힘을 쏟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분노를 느껴야만 했다. 엄마는 유년 시절 내내 규범과 금기라는 갑옷을 두른 채 몸과 마음, 정신을 억압당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끈으로 옭아매도록 교육받았다. 그런 엄마의 내면에는 끓어오르는 피와 불 같은 정열을 지닌 한 여인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여인은 뒤틀리고 훼손된 끝에 자기 자신에게조차 낯선 존재가 되어 버린 모습이었다.


(79)

사실이었다. 전문가들이 내린 진단과 예측, 그리고 결정을 무력하게 따를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악순환에 갇힌 셈이었다. 환자는 의사들의 소유물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니 그들의 손아귀에서 환자를 빼내 와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수요일에는 수술과 안락사 중 양자택일을 해야만 했다. 당시로서는 굳어 가던 심장이 다시 힘차게 뛰게 되면 엄마가 장폐색증을 견디면서 지옥을 맛봐야 하는 처지에 놓일 게 뻔했다. 의상들이 안락사를 거부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지난 수요일 아침6시에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랬다고 해도 용기를 내서 N박사에게 그대로 돌아가시도록 어머니를 내버려두세요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내가 어머니를 괴롭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말하고자 했던 바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러나 N박사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아는 자 특유의 거만한 태도를 보이며 나를 냉대했다. 의사들은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어머니에게서 몇 년 더 사실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셈입니다라고. 내가 엄마를 죽게 내버려 두라는 말을 하지 못한 것은 그래서였다.


(96)

엄마가 다른 이들에게 내 영혼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는 대신에 나를 조금 더 믿고 내게 마음을 더 써 줬더라면 우리 관계가 좀 더 좋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엄마가 그러지 못했던 이유를 이제는 알겠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에는 다른 사람들을 향한 복수심이 너무나 컸고, 치료해야 할 상처가 너무나 깊었던 까닭이다. 무언가를 할 때면 엄마는 늘 스스로를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감정을 느끼는 것조차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하물며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길 거부해 온 엄마가 어찌 나를 이해해 보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겠는가? 우리 사이가 나빠지지 않도록 태도를 꾸며 내는 데 있어서도 엄마는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린 때면 엄마는 무척 당황하곤 했는데, 이는 이미 주어진 틀 안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하고 느끼도록 교육받은 탓이었다.


(106)

푸페트는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로 지냈다. 나 역시 혈압이 높아 얼굴이 붉어진 상태다. 우리는 엄마가 임종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회복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걸 보는 게 괴로웠다. 또한 그걸 지켜보면서 모순적 감정을 느끼는 우리의 처지로 인해 특히나 힘들었다. 고통과 죽음 사이에 경주가 벌어지는 가운데 우리는 죽음이 이기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죽은 듯 잠든 엄마의 얼굴을 바라볼 때면, 우리는 시계를 매달아 둔 검은색 리본이 미미하게나마 움직이는지를 확인하게 위해 엄마가 입고 있는 하얀색 실내복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조심스레 관찰하곤 했다. 이게 마지막 경련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위가 쪼그라들 정도로 괴로워하면서.


(136-137)

그러나 엄마의 죽음이 늦춰진 결과, 어떤 면에서 우리는 얻은 게 있었다. 그 덕분에 거의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중한 누군가를 읽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수많은 후회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그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독자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죽음을 계기로 그는, 자신의 부재로 인해 완전히 소멸하는 동시에 반대로 자신의 현존 덕분에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이 세계만큼이나 거대한 존재가 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는, 우리 삶에서 더 크고 많은 자리를 차지했어야 했던 존재, 극단적인 경우에는 우리 삶 전부에 해당하는 존재로까지 여겨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그가 다른 이들 중 한 사람에 불과한 존재라는 사실을, 정신을 잃을 전도로 아찔함을 자아내는 이 사실을 외면하고자 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스스로 부과한 한계-물론 한계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내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로서는 누군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기란 절대로 불가능하다.


(151-152)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사랑, 우정, 동료애가 죽음이 야기한 고독을 능가할 때가 있다. 하지만 겉에서 보는 것과 달리, 내가 엄마의 손을 잡고 있을 때조차 나는 엄마와 함께 있지 않았다. 엄마를 속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속고만 살아온 엄마를 거짓말로 끝내 다시 한 번 속이고 있다는 사실이 끔찍했다. 엄마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는 운명과 공모한 셈이었다. 하지만 나는 죽음을 거부하고 죽음에 맞서 싸우던 엄마와 세포 구석구석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엄마의 패배로 나 역시 쓰러지고 말았다. 다른 사람이 임종하는 자리에는 세 번씩이나 참석했던 나는 정작 엄마의 임종은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도 나는 엄마의 머리맡에서 얼굴을 찡그리고 조소를 머금은 채 음산하게 춤을 추던 죽음의 신을 보았다. 한 손에 낫을 든 채로 문을 두드린다는, 밤새워 듣던 이야기에 나오는 그 죽음의 신을, 낯설고도 끔찍한 모습을 하고서 머나먼 다른 곳에서 찾아온다는 죽음의 신을 나는 보았다. 죽음의 신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입을 활짝 벌리고 턱뼈를 드러내며 웃던 엄마의 바로 그 얼굴을 하고 있었다.


(153)

자연스러운 죽음은 없다. 인간에게 닥친 일 가운데 그 무엇도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 지금 이 순간 인간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 이는 그 자체로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하지만 각자에게 자신이 죽음은 하나의 사고다. 심지어 자신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인간에게 죽음은 하나의 부당한 폭력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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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5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 겨울에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면서, 내년 겨울에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단다. 러시아 소설은 겨울에 읽어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일 년은 금방 휙 지나가고겨울이 되어 묵혀두었던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꺼내 들었단다. 두께부터 엄청나구나. 아빠가 읽은 것은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양장본인데, 한 권이 거의 600페이지모두 합쳐서 2400페이지에 육박하고, 누가 세었는지 모르겠지만 등장인물이 559명이나 된다고 하더구나. 그러니 얼마나 방대한 소설인지 알겠지?

아빠가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너희들이 아빠 뭐 읽어?” 물어봐서 아빠는 전쟁과 평화”. 며칠 뒤 다시 아빠, 오늘은 뭐 읽어?” 아빠는 다시 전쟁과 평화또 며칠 뒤 아빠, 전쟁과 평화 다 읽었어?” “아니, 오늘도 전쟁과 평화야. ㅎㅎ그렇게 페이지 수가 엄청난 <전쟁과 평화>. 읽기 시작하기 전에 큰 마음 먹고, 심호흡 한번 하고… 1권을 꺼내 들었단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러시아 소설은 이름 때문에 애를 먹는데, 다행히 책 앞에 주요 인물들을 집안 별로 정리가 되어 있단다. 초반부는 새로운 인물들이 나올 때마다 앞의 인물 소개 부분을 왔다 갔다 하면서 보았단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 책을 톨스토이가 30대에 썼다고 하더구나. 유전자가 남달랐던지, 외계인이던지 그랬을 것 같구나.

<전쟁과 평화>는 단순히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란다. 19세기 초 프랑스와 러시아 사이에 벌어진 전쟁에 관한 지은이의 철학적 인문학적 고찰에 대한 내용도 있고,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지은이에 내용도 가득 담겨 있었단다. 그러니까 아빠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능력은 없다는 거야. 이 책은 소설과 인문학이 잘 버물려져 대작인 것 같구나. 아빠는 주로 이 책의 소설 부분, 그러니까 스토리 쪽 위주로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줄게.


1.

때는 1805. 러시아 모스크바 일대프랑스 나폴레옹 황제가 전 유럽을 들쑤시고 있던 시기란다. 프랑스 나폴레옹은 영역 확장을 하던 시기인데 서쪽에서 동쪽으로 그 영역 확장의 방향을 틀던 시기였단다. 나폴레옹은 독일, 오스트리아 땅까지 점령을 했어. 프랑스와 러시아의 전쟁의 전운이 돌던 시기였단다.

러시아의 한 연회장에서 소설은 시작된단다. 러시아 귀족들이 모인 연회장에서 요즘 돌아가고 있는 국제 정세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어. 대부분이 나폴레옹이 나쁜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일부 젊은 귀족, 특히 파리에서 오랜 기간 유학을 하고 돌아온 이들은 나폴레옹을 옹호하기도 했단다. 그들 젊은 귀족들에는 안드레이와 피예르가 있단다. 등장인물들이 많아서 다 소개해주기는 어렵고, 주요 집안의 사람들만 이야기를 해줄게.

위에서 이야기한 안드레이의 아버지는 볼콘스키 공작이라는 사람인데, 아버지가 엄청 엄격하고 무서운 사람이란다. 안드레이는 리자라는 사람과 결혼을 한 유부남이고, 리자는 임신을 하고 있었어. 안드레이의 여동생은 마리야라는 사람이고 아직 결혼하지 않았단다. 그리고 피예르의 아버지는 베주호프 백작으로 엄청난 부자란다. 그런데 피예르는 적자가 아니고 서자라서 집안에서는 그리 대접을 받지는 못했어. 하지만, 베주호프 백작이 병으로 죽으면서 그 많은 재산을 모두 피예르에 남겼단다. 사실 자식이 없었거든베주호프가 병이 위중하자 유산을 좀 받을까 싶어 그의 친척들이 모여들기도 했지만, 거의 모든 재산이 피예르에게 갔단다. 그런 먼 친척 중에 바실라 공작이라는 사람이 있었단다. 베주호프의 모든 재산을 피예르에게 넘어가자, 바실라 공작은 이번에는 작전을 바꿔서, 자신의 딸 옐렌을 피예르와 결혼 시키려고 했어. 옐렌은 누구나 알아주는 미인이었는데, 피예르는 자신의 타입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만남을 가지면서 자신도 옐렌을 사랑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얼떨결에 피예르는 옐렌과 결혼을 하게 되었단다.

또 하나의 주요 집안인 로스토프 백작 집안이 있단다. 로스토프 백작은 자상한 아버지상으로 생각하면 된단다. 그에게는 아이가 아들이 둘, 딸이 둘이 있었단다. 첫째 니콜라이, 둘째 베라, 셋째 나타샤, 넷째 페탸. 그리고 조카딸 소냐도 함께 살고 있었어. 니콜라이는 소냐와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나타샤는 보리스라는 소년과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단다. 나타샤의 나이가 이제 열세 살이니 심각한 관계는 아니었어. 보리스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엄마 안나 미하일로브나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이 집안은 몰락한 가문으로 앞서 이야기했던 베주호프 백작의 친척 중 하나였단다.

, 대충 주요 등장 인물 소개를 다 한 것 같구나.


2.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러시아와 프랑스 전쟁이 감돌고 있던 시기라서, 많은 러시아 청년들이 자원해서 전쟁에 가기로 했단다. 임신한 아내를 두고 전쟁에 자원한다는 것이 지금의 기준으로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당시 러시아에서는 많은 젊은이들이 자원해서 군대를 갔단다. 전쟁에 참가하는 여러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안드레이가 전쟁에 참가하려는 이유는 좀 이해하기 힘들구나.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나? 지금 자신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전쟁에 참가하겠다고 하니 말이야.

===========================

(54-55)

모두가 자기 신념에 따라서만 전쟁을 하고자 한다면, 전쟁은 없어질 걸세.” 그는 말했다.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죠.” 피예르는 말했다.

안드레이 공작은 피식 웃었다.

정말 좋겠지만, 그런 일은 결코 없거든……”

그럼, 당신은 뭐 때문에 전쟁에 나가시는 겁니까?” 피예르는 물었다.

뭐 때문이냐고? 나도 모르겠어. 그래야 하는 거니까. 또한 내가 전쟁에 나가는 것은……” 그는 말을 멈췄다가 이었다. “지금 여기서 보내고 있는 나의 삶이, 내 삶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야!”

===========================

군대를 입대하면서 임신한 아내 리자를 혼자 두기 어려우니, 아버지가 살고 있는 시골 집에서 지내게 했단다. 기억나지? 그 아버지가 얼마나 무섭고 엄격한 지를그나마 안드레이의 동생 마리야가 착한 사람이라서 다행이구나. 리사는 몸이 좋질 않았어. 거기에 무서운 시아버지 볼콘스키 백작와 함께 지내니 얼마나 더 스트레스를 받겠니. 착한 시누이 마리야가 보살펴 주긴 했지만, 참 불쌍하구나.

안드레이는 군대 입대해서 러시아 총사령관 쿠투조프의 부사관 업무를 하게 되었단다. 쿠투조프는 실존했던 인물로, 이 책에는 쿠투조프뿐만 아니라 많은 실존인물이 나온단다. 나폴레옹 황제도 나오고, 당시 러시아 황제였던 알렉산드르도 나오고 그런단다.

로스토프 백작의 첫째 아들 니콜라이도 경기병으로 군대에 입대를 했단다. 그곳에서 알게 된 친구 데니소프와 친하게 지냈어. 니콜라이가 전쟁터에서 겪는 이야기를 하면서, 전쟁의 생생한 묘사를 하게 되었단다. 당시 프랑스와 러시아가 격돌한 곳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땅이었어. 그러니까 프랑스 대 러시아, 독일, 오스트리아 연합군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어. 전쟁을 직접 겪으면서 니콜라이는 왜 이런 전쟁을 하는가?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이 사람들은 왜 여기에 왔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점점 성숙해 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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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384)

이 사람들은 누구지? 무엇 때문에 왔지? 이 사람들한테 무엇이 필요한 걸까? 그리고 언제쯤 이런 것들이 모두 끝나는 걸까?’ 눈앞에서 변하고 있는 그림자들을 바라보면서 로스토프는 생각했다. 팔의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졸음이 엄습했고, 눈 속에서 빨간 동그라미들이 튀었고, 이 목소리들, 이 얼굴들이 주는 인상과 통증이 고독감과 하나로 녹아들었다. 이 사람들, 부상하거나 부상하지 않은 이 병사들이 그의 힘줄들을 으스러뜨리고, 짓누르고, 비틀고, 부러진 팔과 어깨의 살을 지지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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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러시아 황제는 젊은 알렉산드르 황제였는데, 전쟁터까지 직접 와서 군인들을 격려를 했단다. 그러니 젊은 군인들은 이 젊은 황제를 다들 좋아했단다. 안드레이도 총사령관의 부사관으로 황제를 만나기도 했단다.

계속 되는 전투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그랬단다. 이 소설의 주요 인물들도 그런 것을 피할 수는 없었어. 안드레이는 어떤 한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정신을 잃게 되었어. 나중에 눈을 떴을 때는 주변에는 러시아군인들이 시신들만 있었고, 살아 있는 이들은 프랑스군들이었단다. 그는 그렇게 프랑스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나중에 다행이 풀려나게 된단다.


3.

전쟁터에서는 사람들이 죽어가지만, 모스크바에는 아직 평화로운 일상의 날들이었단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전쟁이 국경 밖에서 진행되고 있으니 말이야. 전쟁터에서 아들들이 나간 부모님들은 애가 타겠지만 말이야. 가끔씩 오는 편지를 통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겠지만, 얼마나 마음을 조아리겠니니콜라이의 어머니 로스토프 백작부인도 그런 심정이었어. 갓난 아이였던 아들이 장성해서 군인이 된 것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늘 걱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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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

아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을 거쳐 요람에서 나와 어른이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온 세계 공통의 오래된 모든 경험도 백작부인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성장의 각 시기에 있었던 아들의 변화는, 그것과 똑 같은 길을 밟고 성장한 무수히 많은 사람이 마치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 그녀에게는 언제나 신기한 것이었다. 스무 해 전 그녀의 심장 아래 어딘가에서 숨쉬던 조그마한 존재가 응애응애 울기도 하고 젖을 빨기도 하고 옹알거리기도 한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 존재가, 편지로 미루어보건대 강건하고 용감한 사나이가 되어 세상의 아들들과 사람들의 귀감이 되었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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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리 공작은 딸 옐렌을 부자인 피예르와 결혼시키는 것에 성공을 했잖아. 그는 이번에는 아들 아나톨을 볼콘스키 백작의 딸 마리야와 결혼시키려고 했어. 그래서 아들 아나톨을 데리고 볼콘스키 백작의 집에 방문을 했단다. 마리야는 아나톨이 자신보다 식객으로 머무르고 있는 프랑스 여인 부리엔을 좋아하는 사실을 알고, 청혼을 정중히 거절했단다.

대충 1권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란다. 중간중간 메모를 간단히 해 둔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빠진 내용이 훨씬 많단다. 이해 바라고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묵직해서 말이야. ㅎ 그럼 오늘은 여기서 마치고 2권에서 이어서 이야기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그것 보세요, 공작. 제노바도 루카도 보나파르트 일가의 영지, 영지나 다름없이 되어버렸잖아요.

책의 끝 문장: 결국 안드레이 공작은 회복될 가망이 없는 다른 부상자들과 함께 그 지방 사람들에게 맡겨져 보호받는 몸이 되었다.


아버지는 행군이니 진격이니 하시면서 나로서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만 하고 계십니다. 그제는 평소처럼 마을의 거리를 거닐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에서 소집되어 군대에 보내지는 신병들이었습니다…… 나는 출발하는 사람들의 어머니, 아내, 아이들이 비탄에 잠긴 모습을 보았고,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이 오열하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인류는 우리에게 사랑과 모욕에 대한 용서를 가르쳐주신 구세주의 율법을 잊고 서로를 죽이는 기술 속에 자기들의 주요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P186

‘산 자와 죽은 자를 갈라놓은 것 같은 이 선을 한 발짝 넘어서면 미지와 고통과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누가 있을까? 이 들과 나무와 태양에 빛나는 지붕 저쪽에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알고 싶다. 이 선을 넘는 두렵다. 그러나 넘어보고 싶다. 그리고 머지않아 이 선을 넘어 거기에, 이 선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은 죽음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결국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지금 힘이 넘치고 건강하고 쾌활하고 흥분해 있고, 나와 똑같이 건강하고 활기차고 흥분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적과 마주보고 있는 사람들은 똑같지는 않아도 다들 이렇게 느끼고 있었고, 이 느낌은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에 특별한 광채와 즐겁고 날카로운 인상을 주고 있었다. - P280

안개가 자욱한 밤, 달빛이 안개 속으로 신비롭게 비치고 있었다. ‘그렇다, 내일이다, 내일!’ 그는 생각했다. ‘내일, 어쩌면 나의 모든 것이 끝날지도 모른다. 이런 추억도 모두 사라지고 더 이상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아마도 아니 확실히 내일이다, 내 역량을 남김없이 발휘할 순간이 마침내 처음으로 찾아온 것이다.’ - P509

그러나 내가 이러한 것을 원하고, 명예를 원하고,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고, 남들에게 사랑받는 것을 원하는 것. 내가 오직 그것만을 원하고, 오직 그것만을 위해 살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죄는 아니다. 그렇다. 그것만을 위해서인 것이다! 나는 절대 누구에게도 이런 말을 하지 않겠지만, 그러나 아아! 명예와 사람들의 사랑 외에 내가 사랑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죽음도, 부상도, 가족을 잃는 것도 나는 전혀 두렵지 않다. 많은 사람-아버지, 누이, 아내는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다-이 아무리 소중하고 사랑스럽더라도 명예의 한순간을 위해, 사람들에게 승리를 자랑하는 한순간을 위해, 내가 알지 못하고 앞으로도 알 일이 없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나는 아버지와 누이와 아내를 지금 당장이라도 버릴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아무리 무섭고 부자연스러운 것이라 해도 나는 상관없다. - P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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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09 11: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 랑 <안나 카레니나> 아닌가요? ^^ 이 책은 너무 방대해서 리뷰 쓰기도 힘들거 같아요 ㅜㅜ 등장인물 소개를 보니 저도 재독하고 싶어집니다~!!

bookholic 2022-01-09 21:22   좋아요 1 | URL
리뷰 쓰기 겁날 정도로 방대하죠...^^
그냥 주인공들 줄거리만 따라 이야해주듯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