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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일요일 아침 일찍 아들을 데리고 공중목욕탕에 가는 거야. 발가벗은 몸으로 탕 안에서 물장난도 치고, 아이를 끌어안고, 얼굴도 맞부비고 하는 거야. 그보다 더 좋은 스킨십, 깊고 뜨거운 정 나누기가 어디 있겠는가. 거리를 두고 사랑한다는 말 백번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크지. 그리고 아빠의 등을 밀게 하고, 아들의 등을 밀어주고 하면서 얘기를 나누는 거야. 우리 아들이 쑥쑥 잘 크네. 아빠는 매일 너랑 재미있게 살고 싶은데 회사 일이 바빠서 그렇게 못하는 것 알지? 아빠가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우리 아들이 잘 이해할 수 있지? 그런 말 한마디로 아이는 아빠의 속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그동안의 불만이나 서운함도 싹 씻겨나가는 거야. 그리고 떡뽁이 내기 배드민턴도 치고, 아이스크림 내기 축구도 하고, 피자 내기 농구도 하는 거야. 서로 몸 부딪치고, 땀 흘리고 하면서 아빠와 아들의 정이 얼마나 깊어지고 두터워지겠어.

 

(1-77)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       박노해

 

내가 부모로서 해줄 것은 단 세 가지였다

 

첫째는 내 아이가 자연의 대지를 딛고

동무들과 마음껏 뛰놀고 맘껏 잠자고 맘껏 해보며

그 속에서 고유한 자기 개성을 찾을 수 있도록

자유로운 공기 속에 놓아두는 일이다

 

둘째는 '안 되는 건 안 된다'를 새겨주는 일이다

살생을 해서는 안 되고

약자를 괴롭혀서는 안 되고

물자를 낭비해서는 안 되고

거짓에 침묵 동조해서는 안 된다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것을

뼛속 깊이 새겨주는 일이다

 

셋째는 평생 가는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자기 앞가림은 자기 스스로 해나가는 습관과

채식 위주로 뭐든 잘 먹고 많이 걷는 몸생활과

늘 정돈된 몸가짐으로 예의를 지키는 습관과

아름다움을 가려보고 감동할 줄 아는 능력과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홀로 고요히 머무는 습관과

우애와 환대로 많이 웃는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1-142)

언제나 공부하고 싶게 분위기를 만들었고, 어렸을 때부터 재미있는 놀이하듯이 함께 공부하고는 했습니다. 아내는 아이의 지배자나 통솔자가 아니라 협조자나 보조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습니다. 아내는 학교에서 교사 노릇을 할 때와 똑 같은 태도를 취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때부터 책을 많이 읽혔는데, 언제나 아내도 함께 읽었지요. 그리고 반드시 독후감을 토론했습니다. 그런 때는 저도 참석하려고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그 토론 시간이야말로 복합적인 교육 효과를 내는 최고의 방법이었습니다. 그 작품에 대한 이해력을 확대하고, 독해력을 증진시키며, 상상력을 자극시키고, 논리력을 구축해 하고, 언어 구사력이 신장되고, 발표력이 강화되고, 글쓰기 용구가 강력해지는 등 그 효과는 예상 이상이었습니다.

 

(1-144)

어린 자식이 있다면 최선의 능력을 다해 돕고 지도하고 보호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공간을 허용하는 일이다. 존재할 공간을. 아이는 당신을 통해 이 세상에 왔지만, ‘당신의 것이 아니다.   – 에크하르트 톨레

 

 

(2-14)

아니, 영어를 그렇게 한다고 자신이 잘된다는 보장이 있나?”

영어가 국제어니까 세계 어디서나 통할 수 있고, 그 능력을 갖추면 잘살게 된다는 계산인 거지.”

그거 좀 이상한 계산이잖아. 국민 모두가 영어를 쓰는 직업을 갖고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도 아닐 텐데.”

나도 잘 모르겠어. 어쨌든 역대 대통령 두어 명이 고맙게도 영어 조기교육을 외쳐대는 바람에 그 경쟁은 갈수록 심해진 것이 분명한데, 우린 그 고마우신 대통령들 덕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지.”

 

(2-42)

, 언어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말 고등학교 때 배웠지? , 언어는 인간의 영혼을 경작한다는 말도. 지금 한국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우리 미국의 문화식민지가 되려 하고 있어. 우린 얼마나 고마운 일이야? 벌써 그 현상들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그 많은 아파트들의 이름이 거의 다 영어고, 그 많은 상점들의 간판도 날마다 영어가 늘어나고 있고,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들의 브랜드도 거의 다 영어고, 심지어 텔레비전 프로그램 이름이나 한글 신문들의 지면 타이틀까지도 영어투성이야. 이런 식으로 한 20년쯤 가면 한국은 어떻게 되겠어? 자기네 글 천대하고 우리 영어 떠받드는 문화식민지로 변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 너와 나 같은 사람은 위대한 공헌자가 되는 거고.”

 

(2-55)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차량의 과잉 경호로 일반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서는 안 되니까 대통령 차도 일반 신호를 지키는 게 좋다이런 내용의 발언을 할 정도로 그는 민주주의의 처녀성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이었어. 그래서 마음먹고 시작한 것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환원 추진이었지. 그런데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도 경제 세력들과 보수 언론의 전면적 방해에 부딛쳤던 그는 그때보다 더 강한 적들을 만나게 되었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환원은 바로 대기업 집단인 재벌들의 재산을 축나게 하는 것이었고, 재벌 회사들의 광고로 언론 권좌를 누리고 있는 보수 언론들은 순식간에 똘똘 뭉쳐 한 덩어리가 됐어. 자본주의국가에서 그 두 세력의 일치단결은 대통령의 권한을 압도하는 거야. 대통령은 그 저항에 맞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절충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지.

 

(2-90)

교육이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실천이었다. 지식의 일깨움이나 전달은 그다음이었다. 그런데 세태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그 반대로 세찬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니, 그 반대라고 할 수도 없었다. 공부가 강조되고, 경쟁이 신봉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은 실종되어 그 자취가 묘연했다.

 

(2-213)

아무도 눈 여겨보지 않는 그 어린 청소년들은 어쩌면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같은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2-283)

공부란 그게 재미가 있어서 자꾸 하고 싶어지는 사람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지.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들까지 죽자 사자 매달린 필요는 없는 일입니다. 인생살이에서 공부란 취지에 따라, 필요에 따라 적당하고 알맞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무한 경쟁이라는 황당한 깃발을 내걸어놓고 서로 1등 하겠다고 혈안이 되어 교육 광풍을 일으키고 있지 않습니까. 어리석기 짝이 없는 체력 낭비고, 금력 낭비고, 인생 낭비입니다. 아이들의 인생은 아이들이 주인이고, 주인공입니다. 그들이 싫어하는 일을 강요하지 말고, 그들이 좋아하는 길로 가도록 도와주십시오. 그게 부모의 참된 역할입니다.

 

 

(3-320)

교문을 나서다가 송채연은 학교를 뒤돌아보았다.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준 보금자리…… 혁신학교의 3대 정신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경쟁 아닌 협력’, ‘주입 아닌 토론’, ‘배제 아닌 배려’, 그 세 번째 정신에 의해서 자신은 지옥에서부터 천당으로 구원을 받은 것이었다. ‘배제 아닌 배려’, 그것은 일반학교에서는 꿈꿀 수 없는 것이었다. 일반학교는 우열반을 편성해 공부 좀 못하는 학생들을 노골적으로 차별하고 배제시키는 일을 능사로 삼고 있다.

 

(3-330)

우리가 선망하는 선진국들 중에서 일본 하나만 빼고 그 어떤 나라가 이름표를 달게 합니까. 이제 우리는 우리 교육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일제 잔재를 제거하고 청산하는 차원에서도 이름표 달기를 폐지해야 합니다. 일제 잔재를 다른 분야도 아닌 교육계에서 해방 70년 세월이 흐르도록 이렇게 무신경하고 무책임하게 방치하고 답습하고 있다는 것은 민족적 수치이고, 교육적 자해 행위입니다. 우리 교육계에는 일제 잔재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름표를 붙이는 것과 함께 성적표에 석차를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것도 일본과 우리나라만 하고 있는 일제 잔재입니다. 달달 외우에 하는 주입식 암기 교육도 일본과 우리나라만 하는 일제 잔재입니다. 학생 지도로 체벌을 가하는 것도 일제 잔재입니다. 두발 길이를 제한하고 단속하는 것도 일제 잔재입니다. 교육을 꼭 입히는 것도 일제 잔재입니다. 학제가 6-3-3-4인 것도 일제 잔재입니다.

 

(3-337~338)

그래서 그들이 맨 처음 버리기로 한 것이 체벌이었다. (중략) 두 번째로 버리기로 한 것이 학생들이 가장 지긋지긋해하는 교문 지도라는 강압적 단속이었다. 이거야말로 식민지 백성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단속했던 일재의 잔재였다. (중략) 세 번째 버리기로 한 것이 생활지도부에서 선생들이 직접 나섰던 규율 위반 단속이었고, 이것은 학생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중략) 네 번째 버리기로 한 것이 반장, 부반장, 부장 등 학급 간부제였다. 그건 학급의 평화를 깨는 권력화였고, 동급생끼리의 인간 차별을 조장하는 병폐였다. (중략) 다섯 번째 버린 것이 모든 시상제였다. (중략) 여섯째 선생들이 전면적으로 작위적인 근엄한 얼굴을 버리고 언제나 모든 학생을 웃음으로 대하기로 했다. 일곱째 최소한 자기 반 아이들의 이름을 완전히 외워 성을 빼고 이름만 다정하게 부르기로 했다. 여덟째 학생들에게 무조건 명령하거나 시키는 일을 하지 말고, 학생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나무라거나 책임 추궁 같은 것을 하지 말고, “괜찮아”, “실수는 경험이야”, “담에 안 그러면 돼하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위로하고 격려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과거의 인위적 권위와 조작적 위신을 버리고 사랑과 인내로 자기를 낮추며 학생과 더불어 학교생활을 가꾸어 가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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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에르네스토는 과테말라에 이르렀을 쿠바의 다른 몬카디스타’(몬카다 병영을 습격한 사람들 옮긴이) 니코 로페스를 만났다. 그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처음 대화를 시작할 라고 말하는 습관이 있는 것을 보고 그에게 처음으로 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 대략 이봐, 자네 뜻하는 말이다.

(166)

민중의 영웅은 민중과 분리될 없으며, 우상으로 떠받들어져 민중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없다.

(329)

피델 카스트로와 만난 체는 자신이 필요한 곳에서는 어디서나 사회주의를 위해 싸웠다. 시에라 마에스트라에 있을 때나 나중에 아바나에 있을 때나 마찬가지였다. 그의 목표는 제국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었고, 그에게 제국주의란 저개발 국가들을 억압하는 전세계적인 자본주의 체제였다. 따라서 쿠바에서 투쟁에 참여한 것도 체에게는 그런 투쟁의 일환이었고, 그는 그것이 아메리카에 있는 다른 나라로, 그중에서도 특히 그가 태어난 아르헨티나로 확산되기를 바랐다.

(386)

사랑하는 일디타, 알레이디타, 카밀로, 셀리아, 에르네스토에게

혹시라도 너희들이 편지를 읽어야 한다면, 그건 내가 이제 너희들과 같이 있지 못하기 때문일 거야.

무엇보다도 세계 어디서든 불의가 저질러지면 그것에 깊이 분노할 알아야 한다. 그게 어떤 불의이건 어떤 사람에게 저질러진 불의이건 상관없이. 이게 혁명가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자질이란다.

아이들아, 영원히 안녕. 하지만 아직도 너희를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단다. 사랑을 듬뿍 담은 정다운 입맞춤과 포옹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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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4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5 0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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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인간은 누구나 전지전능하지 못하므로, 전적으로 권력욕에 좌우되는 삶은 조만간에 극복할 수 없는 장애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미치지 않고는 이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릴 수 없다. 물론 그 사람이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에게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는 사람을 가두거나 박해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이처럼 정치적 의미의 억압과 정신분석적 의미의 억압은 그 궤를 같이 한다. 따라서 정신분석적 억압이 명백한 형태로 발생하는 경우, 진정한 행복은 있을 수 없다. 적절한 한계를 지키는 권력은 행복에 크게 기여할지 모르나 권력을 삶의 유일한 목표로 삼는다면 비록 외면적으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내면적으로는 파멸을 맞게 된다.

 

 

 

39.

사랑은 음악이나 산에서 보는 해돋이, 보름달 밑에서 보는 바다와 같은 최상의 모든 쾌락을 더욱 훌륭한 것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존중된다.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이와 같은 아름다움을 즐겨본 적이 없는 남자는 이러한 일이 줄 수 있는 마력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사람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랑은 생물적 협력의 형식이며, 이 형식에 있어서 각자의 감정이 상대방의 본능적 목적을 실현시키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에 자아의 굳은 껍질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이다.

 

40.

참된 사랑은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꽃이다.

병들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싸늘해지지도 않으며

자기 자신을 배반하지도 않는다.

 

 

64-65.

어느 정도의 단조로운 생활을 참는 능력은 어린 시절에 길러야 한다. 현대의 부모들은 이 점에서는 크게 비난받아 마땅하다. 현대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쇼라든가 맛있는 음식 따위의 수동적인 오락을 지나치게 제공하는 반면, 특별한 때를 제외하고는 다른 날과 변함없는 하루를 보내는 일이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즐거움은 주로 약간의 노력과 창의력에 의해서 어린이 스스로가 자신의 환경으로부터 찾아내는 것이라야 한다. 예컨대 영화 구경처럼 자극적이지만 육체적 노력이 전혀 필요없는 즐거움은 아주 드물게 주어져야 한다.

 

 

65.

자극은 본질적으로 마약과 같아서 점점 더 많은 양이 필요하게 되며, 흥분하고 있는 동안의 육체적 수동성은 본능에 어긋나는 것이다. 어린이는 어린 식물처럼 같은 토양에 그대로 놓아둘 때에 가장 잘 자란다. 따라서 너무 잦은 여행, 너무 다양한 인상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으며, 그들이 성장했을 때 유익한 단조로움을 참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70.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를 피로하게 만드는 또 한 가지 것은 낯선 사람과 늘 대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자연적 본능은 낯선 상대를 만났을 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할 것인지 적대적인 태도를 취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경계심을 갖게 된다. 러시아워에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본능을 억제하지 않을 수 없고, 그로 인해 그들은 우연히 접촉하게 되는 모든 낯선 사람에게 일반적이며 폭넓은 적의 느낀다. 게다가 아침 일찍 차를 타려고 서두르다 보면 소화불량이 되기 쉽다. 따라서 사무실에 도착하여 하루의 일과를 시작할 때 월급쟁이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져 주위 사람들을 불쾌하제 여기게 된다.

 

 

72.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걱정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때에도 그들은 걱정거리에 매달려 끊임없이 고민한다. 남자들은 사업상의 고민을 잠자리까지 끌고 들어간다. 내일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원기를 회복해야 할 밤에도 몇 시간씩이나 당장 어떠한 행동을 취할 수도 없는 문제에 대해 곰곰이 되풀이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도 내일의 행동을 위한 건전한 지침을 만들어내는 생산적 방식이 아니라 불면증 환자의 어수선한 상념처럼 반미치광이 같은 방식으로 고민하곤 한다. 밤새 그렇듯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매달린 걱정은 아침에도 그대로 남아 있어서 그들은 판단을 흐려놓고 기분을 상하게 하여 사사건건 격분하게 만든다.

현명한 사람은 걱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만 자신의 문제를 고민한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다른 일을 생각하며, 더군다나 밤에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73.

줄곧 과도하게 문제를 생각하고 있는 대신 오히려 적절한 때에 적당하게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정돈된 심리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행복과 능률이 얼마나 증진되는가를 알면 놀라울 정도이다. 곤란하거나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에는 필요한 자료를 이용할 수 있을 때 즉시 그 문제에 정신을 집중해 결정을 내리도록 하라. 일단 결정을 내린 다음에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 않는 한 결정을 재고하지 말라. 우유부단보다 더 피곤한 것은 없고 또 그것만큼 무익한 것도 없다.

대부분의 걱정은 그 문제가 대단치 않은 것임을 깨달으면 감소될 수 있다.

 

 

73.

나는 내가 강연을 잘하든 못하든 상관이 없으며, 잘하든 못하든 우주에는 변화가 없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리하여 강연의 성공 여부에 개의치 않으면 않을수록 강연이 덜 서툴러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덕분에 점차로 신경의 긴장이 감소되어 결국엔 거의 긴장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77.

어떤 불행이 닥쳐왔을 때 진지하고 신중하게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보라. 일어날지도 모를 불행을 직시한 다음에는, 그 불행이 그렇게 두려운 재난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를 열거해보라. 그런 이유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나빠보았댔자 내 한 몸에 일어나는 일이 결코 우주적 중요성을 갖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당신이 얼마 동안 최악의 가능성을 갖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당신이 얼마 동안 최악의 가능성을 응시한 후, 진정한 확신을 가지고 좋아, 그까짓 것 별 문제 아닐 거야라고 자기 자신에게 말했을 때 당신은 당신의 걱정이 놀라울 정도로 감소된 것을 알게 되리라. 이러한 과정을 몇 번은 되풀이해야겠지만 아무튼 당신이 최악의 사태를 직시하는 데 있어서 아무것도 회피하지 않게 되었다면 당신은 당신의 걱정이 말끔히 사라지고, 그 대신 일종의 쾌감이 생긴 것을 알게 될 것이다.

 

 

115.

높고 고상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서서히 모든 권력을 장악한 정치가는 그는 이러한 목적 때문에 안락을 포기하고 공공 생활이라는 무대에 들어선 것이다. – 민중이 그를 반대할 때 민중의 배은망덕에 놀란다. 그는 그가 하는 일에 공공적 동기 이외의 다른 동기가 있었을지도 모르고, 또 일을 추진해나가는 즐거움이 어느 정도 그의 활동을 고무하였을 것이라는 점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120.

다른 사람에게 너무 지나친 기대를 갖지 말라는 것이었다. 병든 부인이 적어도 자기 딸 중 한 명은 자신을 간호하기 위해 결혼을 포기할 정도로 완전히 스스로를 희생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사람에게 이성에 어긋나는 정도의 이타심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타주의자의 손해가 이기주의자의 소득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 특히 가장 가깝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늘 잊기 쉬운 것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인생을 생각하지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56.

옛날에 돼지고기를 진미의 소시지로 둔갑시키는 희한한 소시지 기계가 두 대 있었다. 이 기계 중의 하나는 돼지고기에 대한 열의를 가지고 있었고 소시지를 무수히 생산해냈다. 다른 기계는 와 돼지고지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야? 내가 하는 일은 돼지고기보다는 훨씬 재미있고 놀라운 일이란 말야라고 말했다. 그는 돼지고기를 거부하고 그의 내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원료인 돼지고기가 들어오지 않게 되자, 그의 내부는 기능을 멈추었고, 그의 내부를 연구하면 할수록 그에게는 내부가 더욱더 공허하고 어리석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지금까지 진미의 소시지를 만들어내던 교묘한 장치는 모두 정지했고, 그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당황하게 되었다. 이 두 번째 소시지 기계는 열의를 상실한 사람과 같고, 첫번째 기계는 열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같다.

마음은 마음속에 들어오는 여러 재료를 가장 놀라운 방법으로 결합시킬 수 있는 이상한 기계이다. 그러나 외부 세계로부터 들어오는 재료가 없으면 이 기계는 무력하다.

 

 

179.

모든 형태의 조심성 가운데서도 사랑에 대한 조심성이 참된 행복에 있어 가장 치명적인 것이리라.

 

 

197.

나는 부모의 사랑을 매우 높이 평가하지만, 흔히 내리는 결론, 즉 어머니는 자녀를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해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이 문제에는 인습적인 관념이 있다. 할머니가 젊은 여자에게 전수하는 비과학적인 잡동사니 이외에는 자녀의 보육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시대에 이 관념은 매우 훌륭한 것이었다.

 

 

200.

일을 행복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 또는 불행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는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이다. 확실히 대부분의 일은 지나치게 따분하며, 과도한 노동은 언제나 매우 고통스럽다. 그러나 일이 그 양에 있어서 과도하지만 않다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덜 고통스러우리라고 생각한다.

일의 성질과 일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단지 권태를 덜어주는 것으로부터 가장 시원한 기쁨을 주는 것에 이르기까지 일에는 온갖 단계가 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은 대체로 일 그 자체로 흥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일에도 커다란 이점이 있다. 우선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메워주므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시간을 쓸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면 해볼 만하고 보람이 있으며 충분히 즐거운 일을 생각해내느라 쩔뻘맨다. 그리고 그들이 결정을 내렸을 때에는 다른 일이 좀더 유쾌하지 않을까 하는 의혹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208.

현대 지식인들의 불행의 원인 중 하나는 대부분의 지식인들, 특히 문필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재능을 독자적으로 발휘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속물이 경영하는 부유한 회사에 고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속물은 그들이 치명적인 넌센스라고 생각하는 것을 산출하라고 강요한다.

……

나는 이러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수 없다. 굶주림은 그 대가로서는 너무나 심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혀 굶주리지 않고 건설적 충동을 만족시켜주는 일을 할 수 있음에도 일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보수가 많은 일을 선택한다면, 그는 그 자신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충고를 받아야 마땅하다. 자존심 없이는 진정한 행복이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자신이 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은 대체로 자존심을 갖지 못한다.

 

 

209.

삶을 하나의 전체로 보는 습관은 지혜와 참된 도덕의 본질적인 부분이며 교육을 통해 장려되어야 할 일 중의 하나인 것이다. 시종일관 한 목적만으로 행복한 삶이 이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행복한 삶의 거의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그리고 시종일관한 목적은 주로 일에서 구체화되는 것이다.

 

 

226.

체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절망에 그 근원이 있고 또 하나는 누를 길 없는 희망에 근원이 있다. 전자는 나쁘나 후자는 좋다. 일찍이 진지한 성휘의 희망을 포기할 만큼 쓰라린 실패를 겪은 사람은 그로 인해 절망적 체념을 배울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는 모든 진지한 활동을 포기할 것이다. 그는 종교적인 관용구나 명상이 인간의 참된 목적이라고 하는 이론으로 그의 절망을 위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내면의 좌절을 숨기기 위해 어떠한 위장을 했든 간에 그는 본질적으로 무용하며 근원적으로 불행한 사람이다.

 

230.

능동적인 사람들은 대체로 조금이라도 체념의 기색을 보이거나 보잘것없는 유머라도 나타내면 그들이 하는 일에 기울이는 정력과 그들이 믿는 바에 따르면 성공을 달성시킬 수 있는 결의가 손상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이는 물론 바람직한 생각이 아니다. 일의 중요성이나 또는 그 일의 쉽고 어려움에 대해 자기를 기만하지 않는 사람만이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기만의 도움을 받아야만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일을 계속하기 전에 우선 진실을 감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다.

 

 

236.

당신 자신에게 고통스러운 진실을 매일 적어도 한 가지씩은 받아들이도록 하라. 그러면 당신은 그것이 보이스카우트의 매일매일의 친절한 행동만큼이나 유익하다는 것을 알게 되리라. 당신이 덕이나 지성 면에 있어서 당신의 친구들보다 월등하게 탁월하지 않더라도 물론 탁월한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인생은 살 만한 보람이 있는 것이라고 당신 자신에게 가르쳐주라. 이러한 훈련을 수년 동안 계속한다면 당신은 자신에게 가르쳐주라. 이러한 훈련을 수년 동안 계속한다면 당신은 결국 주저하지 않고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며, 이와 같이 되면 매우 광범한 분야에 걸쳐서 공포의 제국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237.

행복한 생활은 매우 광범한 면에 있어서 올바른 생활과 동일하다. 전문적인 모럴리스트들은 자기 부정을 지나치게 중요시해왔고 그러다가 잘못된 점을 강조하게 되었다. 의식적인 자기 부정은 사람들을 자기 도취에 빠지게 하며 자기가 희생을 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기억하도록 만든다. 그 결과로 의식적인 자기 부정은 흔히 직접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못하고, 거의 언제나 궁극적인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 필요한 것은 자기 부정이 아니라 관심을 외부로 돌리는 것이다. 그러면 자기 자신의 덕을 추구하는 데 전념하는 사람이 의식적인 가지 부정에 의해서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자발적이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된다.

 

238.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야 하며 이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자신의 행복과 맞바꾸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239.

행복한 사람은 이와 같은 통일을 이루는 데 실패해서 고통받는 일이 없는 사람이며, 또한 그의 인격이 인격 자체에 대항하여 분열되어 있지도 않고 세상에 대항하여 다투고 있지도 않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은 자신이 우주의 시민이라고 느끼며 자유롭게 우주가 주는 장관, 우주가 주는 환희를 즐기고, 또한 자기를 뒤이어 오는 사람들과 자신이 실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에 죽음을 생각할 때에도 크게 괴로워하지 않는다. 이처럼 생명의 흐름과 본능적으로 깊이 결합될 때, 우리는 가장 큰 환희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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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위대한 사랑을 못 해본 사람들이 하는 소리다.

위대한 사랑을 하게 되면, 첫 순간부터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아이로

변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의구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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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란 개인적인 모험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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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도란 인간에게 뜨거운 기운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죠.

법도의 역할은 사람들에게 안정성을 제공하는 거예요.

비록 허울뿐일지라도 영속성을 제공하기도 하죠.

그러니까 법도는 냉기에 뿌리를 박고 있어요.

무엇인가를 보존하려면 찬 기운이 필요한 법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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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고독한 벌레야.

고독한 벌레 중에서도 가장 심하게 굶주린 벌레지.

나도 곧 그놈에게 먹힐 거야.

나는 놈에게 뭘 바치지?

내 벌레는 무엇을 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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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에게 무엇을 줄 때는 줄 만하니까 주는 것이다.

그러니 삶에서 모든 것을 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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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삶의 한 영역이다.

이 영역에서는 경험이 많아도 아무 쓸모가 없아.

경험이 도리어 방해가 될 수 있다.

새로운 것에서 느끼는 감동, 그 아찔한 기분이 사랑의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상대를 만날 때마다 세상의 첫날 아침을 맞는 기분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사랑을 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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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세월 가고 세월 가면 사랑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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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누가 쓴 책이든, 무엇에 관한 책이든 비판적으로 읽는 게 기본입니다. 정치인만 그런 게 아니라 기업인, 교수, 평론가도 거짓말을 하거나 틀린 주장을 하니까요. 책은 모두 사람이 쓴 겁니다. 가방끈이 얼마나 길든, 하는 일이 뭐든, 사람은 다 비슷한 결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잘 속이고, 쉽게 속아 넘어가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빠지고, 감정과 충동에 휘둘리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고 하는 동물, 오리는 모두 그런 불완전한 존재로서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그래서 누가 쓴 어떤 책이든 다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겁니다.

 

(50)

글 쓰는 사람을 위협하는 것이 욕망만은 아닙니다. 훌륭한 이상을 추구하는 종교와 사상도 조심해야 합니다. 이념과 종교의 교조가 도덕적 미학적 직관을 질식시키기도 하거든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역사 사례가 있습니다. 중세 교회가 자행한 마녀 사냥과 십자군전쟁, 유럽인들의 북아메리카 원주민 대학살, 히틀러의 홀로코스트, 스탈린의 독재와 대숙청, 크메르루즈의 킬링필드, 북한의 우상숭배와 3대 세습, 소위 이슬람국가(IS)의 민간인 참수와 같은 어리석음과 죄악의 배후에는 그것을 정당화한 지식인의 말과 글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말과 글로 만든 이념과 종교의 도그마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목 졸라 죽였기 때문에 그런 비극이 벌어진 겁니다.

 

 

(59)

정치적 글쓰기에도 예술성이 중요합니다. 예술성은 문장의 아름다움과 아울러 독창적인 논리의 미학을 요구합니다. 그런 글을 쓰려면 생각과 감정에 자유와 날개를 달아 놓아야 해요. 고정관념과 도그마에 갇히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글을 쓸 수 없거든요.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이, 다수 학설로 통하는 이론과 인식 방법을 답습하면 상투적이고 진부한 글을 쓰게 됩니다. 현실은 빨주노초파남보인데 흑백필름으로만 사진을 찍어서 현실이 그와 같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지요.

 

(60)

고정관념과 이념의 교조에 생각과 감정이 묶이면 글이 진부해집니다. 빤한 글, 지루한 글, 첫 문장만 보아도 마지막 문장을 짐작할 수 있는 글을 쓰게 됩니다. 독창적인, 기발한, 창의적인, 흥미로운, 반전이 있는 글을 쓰지 못합니다. 진보냐 보수냐? 내 이념을 어떻게 글쓰기에 반영할까? 창의적인 글을 쓰고 싶다면 이런 헛된 질문을 털어 버리고 오로지 아름다운 것과 옳은 것만 생각하면서 글을 쓰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렇게 씁니다.

 

(96)

늘 잘되는 건 아닙니다만, 저는 먼저 이견을 가진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할 수 있는 만큼 공감을 표현한 다음 제 생각을 말합니다. ‘나는 이런 사실이 중요하고, 이런 해석과 판단이 옳다고 생각한다그렇게 말하는 것이지요. 누구든 상대방이 자기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느끼면 그 사람의 말을 더 진지하게 경청합니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으신가요?

 

 

(153)

독서는 타인이 하는 말을 듣는 것과 같습니다. 책을 쓴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 그 사람이 펼치는 논리, 그 사람이 표현한 감정을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겁니다. 평가와 비판은 그 다음에 하면 됩니다. 저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고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글 속으로 들어가 더 많이 배우고 느끼고 깨닫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읽어야 평가와 비판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이입해서 책 속으로 들어갔다 나온 다음, 자기 자신의 시선과 감정으로 그 간접 경험을 반추해 보는 작업이 비판적 독해라는 말이지요.

 

 

(162)

독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공감할 수 없는 책은 올라갈 길이 없는 산과 같습니다. 아무리 대단하고 아름다워도 소용이 없습니다. 길이 있다고 해도 너무 크고 높은 산은 오르기 어렵습니다. 히말라야 봉우리를 아무나 오를 수는 없어요. 감정을 이입하는 독서를 하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책을 골라야 합니다. 저는 완전히 재미없고 난해한 책은 읽지 않습니다. 어렵지만 읽을 가치가 있다는 평을 듣는 책이라도 도저히 감정 이입을 할 수 없으면 덮어 둡니다. 제가 아직 그 산에 오를 만한 내공이 더 생기고 나면 그 책에 다시 도전해 봅니다. 그래도 안 되면 나중을 기약하면서 또 덮어 둡니다.

 

 

(167)

벌써 7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고 존경했던 분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슬픔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죽이고 싶을 정도로 누군가를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다가온 책이 소설가 김형경의 에세이 <좋은 이별>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느끼는 슬픔을 어떻게 대면해야 하는지 저는 몰랐습니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슬픔과 분노의 실체가 무엇인지 몰라서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좋은 이별이란 제목이 눈을 찌르듯 다가왔어요. 그 책을 읽으면서 저는 그 길었던 여름을 견뎠습니다.

 

 

(237)

원페이퍼든 상세보고서든, 슬 때는 독자의 눈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보고서는 보통 윗사람이 읽습니다. 쓰는 사람마다 나이가 많고, 경험도 많고, 시력은 나쁘고, 업무 범위는 넓고, 의사 결정권은 크고, 일반적으로 변화에 둔감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는 많습니다. 그런 사람의 시선으로 문제를 살피면서 보고서를 써야 합니다. 읽는 사람이 잘 아는 문제는 간단하게, 중요한데 잘 모를 수 있는 것은 자세하게 써야 합니다. 지적 호기심이 적은 사람이라면 원페이퍼에 가깝게,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라면 상세보고서에 가깝게 쓰는 편이 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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