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딸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4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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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이사벨 아옌데의 <운명의 딸 2>를 이야기해줄게. 1권에서는 주인공 엘리사가 사랑을 찾아 칠레를 떠나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장면까지 이야기했잖아. 장거리를 배 타고 그것도 짐칸에 타고 가는 것은 무척 힘들었단다. 뿐만 아니라 엘리사는 임신까지 해서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배에 타자마자 몸에 탈이 나기 시작했어. 먹는 것도 제대로 못 먹고 병이 나서 쓰러지고 말았어. 동양의술과 서양의술을 모두 갖고 있는 타오가 없었더라면 배에서 죽었을지도 몰라.

안타깝게도 결국 임신했던 아이는 유산하고 말았단다. 대부분의 시간을 정신을 잃은 채로 캘리포니아에 도착한 엘리사. 이곳에 온 목적, 사랑하는 호아킨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했어. 그것보다 일단 몸부터 회복해야 했단다. 당시 캘리포니아는 여자의 몸으로 살아가기 어려웠어. 그래서 타오는 엘리사를 남장시키고 자신의 동생인 척 하라고 했단다. 타오는 뛰어난 의술이 소문이 나면서 돈을 버는데 어려움이 없었단다. 이번에도 타오는 엘리사를 도와주어 엘리사는 몸이 어느 정도 회복했단다.

호아킨이 사크라멘토로 갔다는 소문을 들었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엘리사는 남장을 하고 혼자서 호아킨을 찾으려고 길을 나섰단다. 아무리 남장을 했다고는 하지만 험난한 길일 텐데, 정말 사랑의 힘이 이리도 큰 것인지엘리사의 무모한 젊음인지

 

1.

한편, 엘리사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로즈는 난리가 났단다. 직접 낳은 딸은 아니지만, 로즈에게 엘리사는 살아가는 이유였는데, 사라졌으니 얼마나 허망하고 고통스러웠을까. 그런데 있잖니, 엘리사는 사실 존의 사생아였단다. 존이 풋내기 사랑으로 실수로 아이를 갖게 되었고, 그 아이의 엄마가 무작정 아이를 주고 갔다고 했어. 그 아이가 바로 엘리사였던 거야. 존과 로즈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제레미는 이번에 알게 되었단다. 제레미가 아무래도 큰 형이고 존이 혼날까 봐 이야기를 못했던 거야. 그래도 엘리사에게는 이야기를 해주지. 그렇다면 가족에 더 사랑을 가졌을 것이고, 캘리포니아로 무작정 떠나는 것도 좀 망설이지 않았을까?

로즈가 칠레의 발파라이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뿐이었단다. 존은 제이컵과 연락을 하며 지냈어. 제이컵 기억 나지? 1권에서 로즈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해서 영국으로 돌아간 사람. 제이컵이 지금은 미국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었어. 기자다 보니 아무래도 사람들 소식을 더 들을 수 있으니 엘리사의 소식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어.

엘리사는 홀로 남장을 하고 호아킨을 무... 찾아 나섰단다. 호아킨을 찾는다는 소문을 냈지만 고를 아는 이를 만나는 것 조차 어려웠어. 엘리사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별의 별일을 다 했단다. 칠레의 노동자들에게 편지를 대신 써 주기도 하고, 요리를 하고 그랬어. 그러다가 무시무시한 조와 악당 바발루가 운영하는 극단에 들어가게 되었단다. 우연히 엘리사가 피아노를 쳤는데 그 실력을 알아봤던 거지. 예전에 힘들게 신부 수업 때 배운 것들을 이곳에서 잘 써먹는구나. 심지어 타오에게서 넘겨 배운 간단한 치료 같은 것도 했어. 그래서 엘리사는 극단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었단다. 극단 사람들은 엘리사를 예쁘장한 남자 아이로 알았어. 엘리사는 주기적으로 타오에게 편지를 썼단다.

그런데 어느날 멕시코 사람인 잭이 찾아왔어. 손가락이 썩어가는 병을 갖고 있었는데, 그 손가락을 두면 점점 더 커져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어. 썩은 손가락을 잘라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 하지만 그곳에 의사가 있어, 병원이 있어, 아무것도 없었지. 엘리사가 나섰단다. 잭에게 술을 잔뜩 먹이고 사람들이 잭을 꽉 붙잡고 엘리사가 단칼에 잭의 썩은 손가락을 잘라냈어. 처음에는 고통스러웠지만, 잭은 회복하고 엘리사를 비롯한 극단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했단다.

그런데 이 잭이 성은 다르지만 호아킨이라는 사람을 알고 있다고 했어. 그런데 자신이 알기로는 호아킨은 멕시코계라고 했어. 엘리사는 호아킨이 국적을 숨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했어. 조그마한 희망이 생겨났단다. 호아킨을 만날 수 있다는


2.

시간이 갈수록 잭이 이야기했던 호아킨이 악당이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어. 방화와 도적질을 일삼는 악당의 우두머리라고 했어. 엘리사가 알고 있는 호아킨을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했지만, 소문에 들려오는 외모가 호야킨과 비슷했어. 호아킨이 유명해지는 데는 신문도 한몫 했단다. 제이컵은 호아킨이라는 인물에 흥미를 갖고, 신문을 통해서 그를 영웅시 했단다. 캘리포니아의 로빈후드이라고도 하고, 멕시코의 영웅이라고도 했어. 제이컵은 호아킨을 인터뷰를 하겠다고 했어. 그런데 호아킨의 행적을 아는 이가 드무니 제이컵은 무작정 길을 떠났단다.

….

어느날 타오가 엘리사를 찾아왔단다. 떠나보니 알았던 것이지, 자신이 엘리사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엘리사를 찾아오는 길에 타오는 사창가에 팔려왔다가 병에 들어 앓고 있는 중국인 여자들을 알게 되었어. 타오는 그들을 외면할 수 없어 치료를 해주었단다. 하지만 자신 혼자 역부족했어. 진료가 늦어서 죽은 이들도 있었단다. 이 일은 엘리사를 만나 이후로도 계속 했단다. 엘리사를 다시 만난 타오. 엘리사도 무척 반가워했단다. 타오는 엘리사에게 약간은 장난스럽게 에둘러서 청혼을 했단다. 1년 안에 호아킨을 못 찾으면 자신과 결혼하자고 말이야

한편 엘리사를 찾던 존은 우연히 엘리사의 물건을 가지고 있는 어떤 여자를 만났어. 추궁해서 물어보자 그 여자는 배에서 엘리사를 도와주었던 여자였어. 그래서 고맙다고 엘리사가 자신의 물건을 준 것이었지. 그 여자는 엘리사가 살아 있다면 그 물건을 빼앗아 갈까 봐 엘리사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했단다. 존은 크게 좌절했단다.

엘리사는 호아킨을 찾으려는 기자가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수소문 끝에 그 기자를 찾아가보니 깜짝 놀랐단다. 어렸을 때 자신의 집에 드나들었던 제이컵이었던 거야. 엘리사는 자신이 알아 본 것을 이야기하지 않고, 호아킨을 찾는데 도움 되는 답변은 듣지 못하고 헤어졌단다. 제이컵도 이 낯익은 이에 누구인지 뒤늦게 기억해냈단다. 헤어지고 나서야 말이야. 바로 존이 찾고 있던 엘리사였던 거야. 그래서 존과 로즈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단다. 죽은 줄만 알았던 엘리사가 살아 있다고? 로즈와 존은 다시 살아갈 희망이 생겼을 거야.

….

엘리사가 집 떠나온 지 4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호아킨을 만나지 못했어. 엘리사도 이제 철이 들었는지, 이제서야 4년만에 로즈에게 편지를 썼단다. 자신의 사진도 함께 보냈어. 그리고 타오의 마음도 받아주었단다. 사실 그 동안 엘리사도 타오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텄던 거야. 엘리사가 로즈와 다시 연락하고 타오와 함께 하니, 오랫동안 탈선했던 기차가 다시 자신의 궤도로 돌아온 것 같구나.

현상금이 천 달러까지 붙었던 호아킨이 죽었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어. 엘리사는 타오와 함께 효수된 호아킨을 보러 갔어. 그 사람이 맞냐는 타오의 질문에 엘리사는 나는 이제 자유롭다는 의미심장 말을 남기고 소설을 끝이 났단다. 해피 엔딩이긴 하지만 뒷이야기가 무척 궁금하게 끝이 났구나.  엘리사와 로즈는 다시 만났겠지? 엘리사와 타오는 행복하게 잘 살겠지?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단다. 이사벨 아옌데의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세피아빛 초상>에서 주인공은 아니지만, 엘리사와 타오가 또 등장한다고 하니 말이야. 이 책도 집에 있으니 언젠가는 읽겠지. 아빠가 올해가 가기 전에는 꼭 읽고 뒷이야기도 해줄게. 이사벨 아옌데의 작품들은 재미도 있으면서 역사 상식도 알려주고, 매력 있는 등장인물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구나. 그의 작품들을 더 찾아 나서야겠다. ,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엘리사는 토굴과도 같은 창고 안에서 죽어 가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엘리사가 타오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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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3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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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실망을 안겨주지 않는 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소설을 읽었단다. 몇 달 전에 읽은 <영혼의 집>과 앞으로 읽을 계획이 있는 <세피아빛 초상>과 함께 3부작으로 부르는 <운명의 딸>을 읽었단다. <운명의 딸> 2권으로 출간되었으며, 오늘은 1권을 먼저 이야기해줄게. 아빠가 지금까지 읽은 이사벨 아옌데의 책들은 모두 그의 조국 칠레의 역사를 담고 있는데, 이번에 읽은 <운명의 딸>은 그 전에 읽은 책들보다 좀 더 먼 칠레의 역사를 이야기를 주고 있단다.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으로 발견하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와 정착을 하고 나서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이야기. 칠레도 마찬가지로 유럽에서 많은 사람들이 건너와 정착을 했고, 그 중에 무역항인 발파라이소라는 곳에 사람들이 정착했는데 그 곳에서 소설의 이야기는 시작된단다. 그리고 북아메리카의 서부 지역에 골드 러쉬로 사람들이 몰려들게 되는데, 칠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북아메리카 서부 지역의 금광 소식이 전해지면서 캘리포니아로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캘리포니아도 이 소설의 주요 무대가 된단다. ,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볼게.


1.

주인공 엘리사는 갓난아기였을 때 버려졌는데, 소머스 집안에서 자라나게 된단다. 소머스 집안에는 삼남매가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영국 출신으로 1830년 말경 칠레 발파라이소에 와서 정착을 했단다. 첫째 제레미 소머스는 칠레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고, 둘째 존 소머스는 선장으로 일했어. 주로 배를 탔지만, 가끔씩 발파라이소의 있는 집에 왔단다. 그리소 셋째는 로즈 소머스였어. 먼저 영국에 살던 로즈의 식구들이 칠레로 오겐 된 사연을 이야기해줄게.

로즈의 아버지는 부자였는데 책 사 모으는데 정신이 팔려 재산을 탕진할 정도였대. (아빠도 좀 찔리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니까…^^) 이후 로즈의 아버지는 서점과 인쇄소를 하셨는데, 서점과 인쇄소에 관심 있는 자식은 로즈뿐이었어. 아무래도 아빠를 이해해 주는 것은 딸이 낫지.

얼마 안 있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장남인 제레미는 아버지의 서점과 인쇄소를 청산했단다. 로즈가 많이 아쉬워했을 것 같구나. 17살이던 로즈는 뛰어난 미모로 인기가 많았는데, 연애나 결혼은 뒷전, 성악에만 관심이 많았어. 그러다가 성악가 칼 브렛츠너를 만나 사랑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칼은 바람둥이에 애가 둘이나 있나 유부남이었어. 그것도 모르고 로즈는 칼과 밀애를 나누고 그랬는데, 어느 날 밀애의 현장에 제레미가 와서 칼의 실체를 이야기를 하면서 로즈를 데리고 왔어. 로즈는 충격을 받고 칼과 헤어졌어. 로즈는 사랑의 상처를 딛고 이전처럼 생활했어.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았겠지만, 무척 힘들었을 거야. 첫사랑의 깊은 상처 때문인지 로즈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것 같아. 칠레에 와서도 청혼을 받지만 결혼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거든. 제레미도 로즈의 상처에 대해서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어.

얼마 후 무역회사를 다니던 제레미가 칠레로 발령을 받고 칠레로 오게 된 것이란다. 그 때 가족들이 모두 칠레로 오겐 된 거야. 1830년 겨울 즈음이었어. 그리고 엘리사가 소머스에 집에 오게 된 것은 1832 3 15일이었으니, 그들이 칠레에 온지 일년 반 정도 되던 시점이었어. 엘리사를 주로 보살펴 주는 로즈였어. 로즈도 이제 스무 살이었단다. 스무 살의 처녀가 아기를 보살피고 있으니 안 좋은 소문도 돌았지만, 로즈는 정성스레 엘리사를 보살폈고, 유모인 마마 프레시아가 큰 도움을 주었단다. 엘리사는 소머스 집안에서 자라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어. 로즈와 마마 프레시아가 사랑을 다해 보살펴 주었거든. 엘리사가 크면서 로즈는 엘리사를 엄격한 영국식으로 가르쳤단다.

….

제이컵 토드라는 사람이 있는데, 영국에서 친구들과 술 먹다가 우발적으로 내기를 하나 했어. 칠레에 가서 성경책을 파는 내기였어. 칠레는 대부분 천주교였는데, 개신교의 성경을 팔아야 하는 내기였단다. 그 내기 때문에 제이컵은 선교사인 척 하면서 칠레에 왔단다. 제이컵은 제레미를 알게 되어 소머스 집안에서 여는 수요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고, 제이컵은 로즈를 보고 첫눈에 반했단다. 계속해서 로즈에게 청혼을 했지만 결혼에 얽매이고 싶지 않던 로즈는 거절했단다. 비록 로즈와 사귀지는 못했지만 제이컵은 소머스 집안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단다. 제이컵은 발파라이소에서 생활하면서 이곳 사회의 부조리를 알게 되고, 혁명의 목소리를 내고 그랬어. 아무래도 경찰에 체포될 것 같다는 생각에 존 스머스는 그를 설득해서 영국으로 돌아가게 했단다.


2.

로즈는 엘리사를 엄격한 영국식 교육으로 가르쳤다고 했잖아. 그 일환으로 신부수업도 받았어. 그리고 로즈는 엘리자의 짝도 직접 정해주려고 적당한 사람을 물색했단다. 그 중에 눈에 들어온 이가 해군장교 마이클 스튜어드라는 사람이었어. 그래서 마이클에게 잘해주고 엘리사와 함께 있는 시간을 갖게 하는 등 노력을 했어. 그런데 마이클은 로즈가 자신을 좋아하는 줄 알았고 마이클도 로즈를 사랑하게 되어 로즈에게 고백하면서 키스을 했단다. 로즈는 깜짝 놀라서 마이클의 고백을 거절하고 더 이상 만나지 않았단다.

그런 와중에 엘리사가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이가 있었으니, 가난한 청년 호아킨 안디에타란 사람이었단다. 호아킨은 제레미 소머스가 운영하는 회사에 말단 직원으로 일 때문에 소머스 집안에 오게 되었고, 엘리사가 그런 호아킨을 보고 사랑에 빠진 거야. 이렇듯 사랑이라는 것은 누군가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란다.

엘리사와 호아킨은 풋사랑이지만 서로 진심으로 사랑했단다. 엘리사도 호아킨이 로즈가 원하는 남편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몰래 만났어. 그런데 호아킨에게는 사랑도 중요하지만 돈도 중요했단다. 호아킨이 홀어머니를 모시는 가난한 청년이었거든. 그래서 금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캘리포니아에 가기로 했어. 몇 년 동안 큰 돈을 벌어 돌아오면 엘리사에게 정식으로 청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렇게 호아킨은 캘리포니아로 떠났단다.

호아킨이 캘리포니아로 떠나고 나서 엘리사는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게 되었단다. 큰 일이구나. 로즈에게는 이야기하지 못할 테고, 엘리사는 유모 마마 프레시아에게 솔직히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했어. 유모는 온갖 방법으로 아이를 유산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잘 안되었어. 엘리사는 캘리포니아로 호아킨을 만나러 가겠다고 했어. 사랑이 뭔지…. 엘리사를 정성스럽게 보살펴 키워준 로즈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아무리 사랑에 눈이 멀었다고 하지만, 로즈의 사랑도 좀 생각해 주지. 엘리사는 마마 프레시아에게 도움을 청했고, 마마는 자신이 막는다고 엘리사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여 도와주기로 했단다. 그리고 배를 타는 것은 얼마 전에 존 소머스의 소개로 알게 된 배의 요리사인 중국인 청년 타오 치엔에게 도움을 청했단다. 그렇게 마마와 타오 치엔의 도움으로 엘리사는 캘리포니아로 가는 배의 화물칸에 몰래 타게 되었단다.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인데, 타오 치엔도 주요 인물이니까 그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해 주어겠다.

타오 치엔은 중국 광저우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어. 그의 아버지는 넷째 아들인 타오를 노예로 팔았는데 타오는 우연히 늙은 한의사의 눈에 띄어 그의 제자가 되었단다. 그래서 한의학을 열심히 공부해서 한의사가 되었어. 몇 년 뒤 스승님이 돌아가시고 그곳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했어. 홍콩에서 떠돌이 의사로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 그곳에서 서양인 의사 홉스를 만나 서양의 의술도 배우게 되었어. 홍콩에서 린이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까지 했는데, 첫 아이를 임신한 린이 난산 끝이 사산하고 말았단다. 이 후유증으로 린도 얼마 못 가 병으로 죽고 말았단다.

그 충격으로 타오는 폐인 생활을 했어. 그러다가 강제로 선원이 되어 배를 타게 되었는데, 해본 적도 없는 요리사로 일하게 되었어. 배에서 아픈 사람들을 진료해주면서 그가 의술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요리사 일 말고 의사 일도 함께 했단다. 그러다가 존 소머스 선장을 알게 되어 존 소머스의 배를 타게 되었고 칠레까지 왔던 것이란다. 엘리사가 사랑을 찾아 캘리포니아에 간다고 했을 때, 린과 자신의 사랑이 생각났을까? 그래서 도와주겠다고 했을까? 타오는 엘리사를 화물칸 상자에 숨겨주었고, 때마다 먹을 것을 챙겨주면서 캘리포니아로 향했단다. 엘리사는 캘리포니아 잘 도착해서 사랑하는 호아킨을 만날 수 있을까? 그 이야기는 2권에서….

, 그럼 오늘은 이만할게.


PS,

책의 첫 문장: 누구든지 한 가지씩은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법이다.

책의 끝 문장: 존 소머스 선장과 타오 치엔은 처음으로 악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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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 제2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희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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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한겨레문학상이 벌써 스물여덟 번째로구나. 얼마 전에 알라딘 홈페이지에 올해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 보여서 클릭해보았단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읽은 책들은 나름 괜찮게 읽어서 클릭했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작이 선정되었고, 먼저 읽은 이들의 평도 좋아서 읽어볼 만하겠구나, 하고 주문을 했단다. 지은이는 김희재라는 분으로 영화 음향 관련된 일을 하던 사람으로, 이번 소설이 첫 작품이라고 하더구나. 첫 작품부터 큰 상을 탄 것을 보니, 재능을 숨기고 살고 계셨나 보구나. 지은이 이력을 자세히 보니, 우리가 재미있게 봤던 영화 <리바운드>의 음향도 담당하셨다고 하더구나. 아무튼 이래저래 기대를 하고 책을 펼쳤단다.

아빠가 얼마 전에 읽었던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누운 배>만큼의 재미를 기대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역시 책이라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 있는 것 같구나. 기대를 좀 했는데, 아빠의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던 소설이었단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흡인력 있게 진격한다는 심사평을 받기도 했지만, 어느 부분에서 그런 심사평이 나왔는지 아빠는 찾을 수가 없었단다.


1.

기대보다 다소 실망한 만큼 빨리 짧게 이야기해야겠다. 주인공 황영경과 손부경은 아빠가 다르고 엄마만 같은 이부자매란다. 나이 차이도 11살이나 난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나 보니, 어렸을 때는 친하지 않았단다. 그러다가 둘의 연결점이었던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자주 연락하곤 했어. 황영경은 외국계 중소회사에서 근무하던 중에 미국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그 때 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를 겪고 있던 시기였어. 그 곳에서 재미교포 루벤을 만났는데, 루벤은 영경에게 신비의 컨테이너를 소개해 주었어. 그곳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혹시나 그 컨테이너에서 소원을 빌어봤는데 진짜로 이루어진 거야. 그 컨테이너는 탱크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었단다. 영경은 루벤에게 부탁을 해서 우리나라에도 탱크를 설치할 수 있게 부탁했어.

그렇게 영경은 시골의 한 야산의 입구의 땅을 사서 컨테이너를 설치했단다. 그리고 탱크의 시대라는 커뮤니티를 만들러 예약제로 운영했어. 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을 이부동생 부경이 도와주었단다. 이 커뮤니티는 철저한 예약제로 이루어져 있고, 컨테이너에는 한 번에 한 명만 들어갈 수 있고, 예약한 사람과 시간을 넉넉히 두어 겹치기 않게 했단다.

….

그 탱크를 예약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희망이 간절한 사람들이겠지. 그렇다 보니 삶에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나와서 소설의 이야기가 좀 무거워지는 느낌이 있단다.

도선이라는 여자가 있었어. 대학 때 처음으로 써 본 시나리오가 크게 성공했단다. 그래서 얼른 대학을 졸업해서 본격적인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려고 했어. 그런데 영어 성적이 대학 졸업을 발목을 잡아서, 영어 학원을 다니게 됐는데 그 학원에서 제임스라는 캐나다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자신의 성공은 잠시 미루고 사랑에 진심이었던 도선은 제임스와 결혼을 하고 캐나다에서 생활을 시작했어. 지금까지의 기간이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틈틈이 시나리오를 더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 사랑만 했나? 첫 시나리오 이후 더 이상 시나리오는 쓰지 않았단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얼마 안되어 아이가 생기다 보니 시나리오를 쓸 시간은 더욱 없었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임스에게 배신을 당해 이혼을 하게 되고, 수입이 없던 도선은 양육권도 잃어 아이와도 헤어져 쫓기듯 귀국하고 말았단다. 이렇게 힘든 시기에 탱크를 알게 되고, 탱크에서 기도를 하기 시작했어.

양우와 둡둡이라는 퀴어 커플이 있단다. 젊은작가상 수상작에서 자주 보이는 퀴어 커플을 한겨레작품상 수상작에서도 보게 되는구나. 양우와 둡둡은 OTT 를 보면서 채팅 하다가 만나게 되었어. 둡둡은 닉네임이었어. 둡둡은 부모님과 무척 친했으나,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는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부모님 때문에 무척 힘들어했단다. 양우와 둡둡 다른 사람의 시선 등 쉽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었어. 그렇다 보니 탱크에 의지하게 되었단다.


2.

어느날 도선은 컨테이너가 있는 산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단다. 그날 탱크에 예약도 해 둔 상태였어. 영경과 부경도 산불 소식을 듣고 알아봤는데, 산의 반대편이라고 해서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어. 영경과 부경은 안일했던 것 같구나. 그래도 상황이 어떤지 산불 소식을 듣자마자 갔어야 했는데

도선이 켄테이너에 도착하자 아직 이전 예약자가 있었어. 원래 이런 법이 없는데 말이야. 그런데 한 명이 아니고 두 명이었어. 산불이 이미 이쪽 컨테이너까지 번지고 있어 위험한 상태였는데 그들은 나올 생각을 하고 않았고 심지어 한 명은 울부짖고 있었어. 둘은 바로 양우와 둡둡 커플이었단다. 둡둡이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하러 왔고, 뒤늦게 양우가 눈치채고 왔으나 늦었단다. 도선이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니,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어. 컨테이너를 오가는 길에 몇 번 마주쳐서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했거든. 그 이야기에는 둡둡의 사랑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고, 도선은 둡둡에게 허락을 받고 둡둡의 사랑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쓰기로 했단다.

도선은 그렇게 시나리오 작업을 다시 하게 해 준 이가 둡둡이었는데 컨테이너 안에 쓰러져 있었던 거란다. 도선은 대피하라고 소리쳤지만 양우는 이성을 잃고 있었어. 더 늦으면 도선도 위험할 것 같아서 혼자 도망쳤단다. 양우도 살아서 나오기는 했지만, 둡둡이 없는 세상에 양우는 모든 것을 잃은 듯했어. 회사도 결근을 많이 해서 결국 잘리고 말이야.

전소된 컨테이너에서 둡둡의 시신이 발견되었으니 영경과 부경은 조사를 받아야 했어. 영경은 사기죄로 감방까지 가게 되었단다. 하지만 영경은 그리 슬퍼하거나 억울해하지도 않았어. 영경은 탱크에 대한 믿음이 컸거든. 감옥에 있으면서 또 다른 탱크를 준비하고 있었단다. 아직 탱크라는 헛된 믿음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영경과 달리, 부경은 탱크의 믿음은 부질 없는 허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단다. 그래서 영경이 다시 탱크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일을 방해하기로 했단다. 또 다은 사람이 희생을 당할 수 있으니 말이야.

기어이 영경은 새로운 탱크를 설치했고, 부경은 라이터를 들고 가서 새로 설치된 탱크에 불을 질렀단다. 하지만, 이제 탱크는 영경만의 전유물이 아니었어. 여기저기 탱크가 생겨나기 시작했단다. 믿음과 희망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 우리 사회에 믿음을 돈벌이로 하는 것은 수지 맞는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소설은 끝을 맺었어. 이 소설의 평가를 다시 찾아보니, 재해, 퀴어, 종교, 청년 세태 등 오늘날 문제를 안고 있는 것들을 모두 다루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풀어갔다는 평가도 있더구나. 그런 것 같기도 하구나. 하지만 아빠가 생각하기에 현시점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권력과 정부가 아닌가 싶구나.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배출을 누구보다 반대해야 할 사람들이 그것을 옹호하는 발언들을 계속 하는 것을 보면, 도대체 저 사람들이 어느 사람인가 싶구나. 이 문제를 다룬 소설들이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구나. 정말 나라가 걱정된다. .


PS,

책의 첫 문장: 산불은 9 13분에 시작되었다.

책의 끝 문장: 인사를 하려고 든 오른손 위에서 작은 깃발이 조그맣게 팔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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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사 산책 4권 - 개화기편, 러일전쟁에서 한국군 해산까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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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강준만 님의 <한국 근대사 산책> 4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어느덧 이라고 해야 할까, 이제야 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4권이고, 여섯 권 남았단다. 4권의 부제는 <러일전쟁에서 한국군 해산까지>. 러일전쟁은 1904년에서 1905년까지 일어났고, 우리나라 군대 해산이 1907년이니까 2~3년에 있었던 이야기를 다루고 있겠구나 하고 책을 폈는데 러일전쟁 이전인 1902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이 시기에는 너희들도 알고 있는 을사늑약 등 참 많은 일들이 벌어졌단다.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지긴 했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가슴 아픈 일들이 대부분이라서 읽다 보면 답답함과 억울함과 분노가 심장을 때리더구나. 그럼, 4권에서 다룬 이야기를 짧게 전달해 볼게.


1.

1900년대 초반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를 식민지를 만들려고 하는 외국 열강들의 각축장이었단다. 나라의 재정은 점점 안 좋아지는 상황이었지. 그럼에도 1902년 고종이 즉위한 지 40년이자 태어난 지 50년은 기념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조정은 아주 성대하게 기념 잔치를 했단다. 이런 형식적인 것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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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나라는 외채 때문에 빚더미에 올라 오늘내일 하는 지경인데, 엄청난 예산을 들여 잔치를 벌이고 외국 사신을 초청하고, 그 때문에 새로 영빈관을 짓고, 광화문 네거리에 비각을 세웠다. 광화문 비각에는 이런 글이 새겨 있다. 신민의 간절한 소망에 부응하여 원구(圓丘)에서 하늘에 제사를 올리고 제위에 오른 뒤 천하를 소유할 칭호를 대한이라고 하고 연호를 광무라 하였다 이 얼마나 좋은 글귀인가. 대한이 천하를 소유하고 무()에 빛났다 하여 연호를 광무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글귀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었다. 1897년에 조선왕조가 허울 좋은 대한제국을 선포하여 겉으로는 면모를 일신한 것처럼 보였으나 6년 만에 1902(광무 6) 마침내 외채 위기를 맞게 되고 2년 뒤 러일전쟁 발발, 그리고 을사조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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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생활이 어려워지자 19세기 후반부터 조선인들이 간도로 많이 이전하게 되는데, 황무지 같은 곳을 개간하여 거주하게 되었단다. 국경이 불분명한지라 청과 간도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해서 1902년 이범윤이 간도관찰사로 파견되기도 했어.

나라 밖 사정도 좋지 않게 흘러갔어. 1902년 영국과 일본은 영일동맹을 맺고 영국은 한반도에서의 일본의 우위를 인정해 주고, 일본은 중국에서의 영국의 우위를 인정해 주었단다. 영일 동맹의 소식이 전해지자 고종이 충격을 받고, 대한제국을 어느 나라에도 얽매이지 않게 하려는 중립화 노력을 했대. 하지만 중립국 선언을 하기에는 당시 대한제국은 힘이 너무 약했어.

1904 2월 일본이 뤼순항에 정박해 있던 러시아 함대를 공격하면서 러일전쟁이 시작되었어. 당시 러시아의 국방력이 일본보다 월등했기 때문에 일본의 무모한 짓을 벌인 것으로 보였지만, 러시아 함대가 이곳까지 오기에는 너무 멀었어. 제물포 해전에서 일본이 승리한 것을 기점으로 뤼순을 점령하는 등 러시아 자신들이 밀리는 형세로 인해 충격을 받았어.

사실 미국이 뒤에서 몰래 일본을 도와주고 있었단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내부 사정도 좋지 않았어. 1905 1월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피의 일요일이라는 유혈사태가 벌어지면서 러시아 군의 사기가 떨어졌단다. 발트해에 있던 러시아 함대가 우리나라 근해까지 왔지만, 군비로 부족하고 사기도 떨어지고 만반의 준비를 했던 일본을 이길 수 없었단다. 이 이야기는 몇 달 전에 <썬킴의 세계사 완전 정복>을 읽고 이야기해주었는데 기억 나지?

하지만 일본도 피해가 컸다고 하더구나. 25만여 명이 죽었다고 하니이 때 질병으로도 고생을 했는데, 새로 개발한 배탈설사약이 잘 들어서 러시아를 이기는데 도움이 되었다고들 하는데, 러시아를 정복시킨 약이라는 뜻의 정로환(征露丸)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하고 미국의 중재로 포츠머스 조약을 맺게 되는데, 대한제국을 일본에 넘긴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가쓰라와 태프트가 만나 밀약을 맺었는데 일본은 대한제국을, 미국은 필리핀을 통치하기로 한 밀약이란다. 나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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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2007 8월 한승동은 우리는 아직도 걸핏하면 동아시아 안정을 들먹이는 가쓰라, 태프트들이 주도권을 쥔 세계에 살고 있다고 개탄하면서 당시의 망언들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가쓰라는 대한제국 정부의 잘못된 행태가 러일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해괴한 주장을 폈다. 그는 한국 정부를 방치해둘 경우 또 다시 타국과 조약을 맺어 일본을 전쟁에 말려들게 할 것이니, 일본은 한국 정부가 다시는 다른 외국과의 전쟁을 일본에 강요하는 조약을 맺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놨다. 태프트는 한국이 일본의 보호국이 되는 것이 동아시아 안정에 직접 공헌하는 것이라며 맞장구쳤다. 사실 태프트는 가쓰라가 그런 주장을 읊조리기 전에 먼저 필리핀에서 일본의 유일한 이익은 자신의 견해로는 미국과 같은 강력하고도 우호적인 국가에 의해 필리핀이 통치되는 데 있으며, 이 군도가 자치에 부적합한 원주민의 잘못된 정치 아래 놓이거나 비우호적인 몇몇 열강의 수중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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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러일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러일전쟁의 물자를 대기 위해서 일본은 1904 2월 한일의정서를 체결하여 한반도 내에서 병참기지를 사용하고 자원을 징발해 갔단다. 1904 8월에는 한일협정서를 강제로 맺었는데, 대한제국이 외교 업무를 진행할 때 사전에 일본에 이야기하고 협의를 해야 한다는 굴욕적인 내용이었단다. 을사늑약 이전에 이미 국운은 다 저물었던 것 같구나. 이런 소식들은 의병과 애국지사들의 피를 들끓게 했단다.

1904년 영국인 베텔 사장과 양기탁 총무가 함께 <대한매일신보>라는 신문을 창간했어. 영자 신문으로 기획해서 일본의 부당한 침략 행위를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노력했단다. 그랬다가 나중에는 국영문 혼용으로 바뀌었어. 박은식, 신채호 등이 이 신문을 통해서 활동을 했어.

1904년 고종은 정치범을 석방했는데 이때 이승만도 석방되었대. 이승만은 석방된 뒤에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는구나. 1902년 하와이로 이민을 가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도 하와이 이민은 계속 늘어나서 1902년부터 1905년까지 7226명이 갔대. 그리고 19054월에는 1031명이 멕시코로도 이민을 갔대.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서 갔는데 가는 동안에 400여 명이 사망하고, 멕시코에 가서는 반노예 생활을 했다는구나. 정말 안타까운 역사가 아닐 수 없구나.


3.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을 조선 침략에 거칠 것이 없었단다. 앞서 이야기했던 포츠머스 조약과 가쓰라 태프트 밀약을 했으니 말이야. 이토 히로부미가 을사늑약을 주도했는데, 고종을 협박하여 도장을 찍으라고 했으나, 고종은 마지막 자존심인지 책임을 떠 넘긴 것인지, 대신들에게 위임을 하겠다고 자리를 떴어. 그리고 을사5적으로 유명한 대신들이 도장을 찍음으로써 을사늑약이 강제로 맺어졌단다. 외부대신 박제순, 내부대신 이지용, 군부대신 이근택, 학부대신 이완용, 농상공부대신 권중현. 이들이 을사 5적이란다. 잊지 말아야지. 이 중에 이근택의 집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해주었단다. 이근택의 하인들의 온 백성들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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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160)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퇴궐한 이근택은 집안 사람들을 불러모아놓고 조약체결 광경을 설명하면서 내가 오늘 을사5조약에 찬성을 했으니 이제 권위와 봉록이 종신(終身)토록 혁혁(赫赫)할거요라고 자랑하였다. 순간 부엌에서 식칼로 도마를 후려치는 소리가 나더니 한 계집종이 마당으로 뛰쳐나오며 이 집 주인놈이 저렇게 흉악한 역적인 줄도 모르고 몇 년간 이 집 밥을 먹었으니 이 치욕을 어떻게 씻으리오라고 호통을 치고 나서 그 길로 집을 나가버렸다. 계집종에 이어 오랫동안 같이 지내오던 침모(針母)도 집을 나가버렸다. 조약체결 이듬해 2월 이근택은 취침 중 자객들의 습격을 받고 13군데나 찔리는 중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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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늑약이 체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열강들은 하나 둘 우리나라와 외교를 단절했단다. 일본을 인정해준다는 거지열 받는구나.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을사늑약의 무효를 주장했단다. 헐버트라는 사람은 고종의 밀명을 받고 워싱턴에 가서 을사늑약의 무효를 주장했었고, 민영환이 추가로 미국에 파견하여 우리나라 조정의 입장을 이야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단다. 프랑스의 프랑시스 레이라는 법학자도 한국 정부의 측의 동의 표시에 결함이 있고, 일본 측이 한국에 대해 확약하였던 보장 의무의 위반이라는 이유로 을사늑약의 무효를 주장했다고 하는구나.

국내에서도 장지연이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글을 황성신문에 실어 부당함을 주장했고, 민영환은 자살로써 부당함을 주장하였단다. 민영환 이후 연쇄적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대. 이 일로 민영환은 전국적인 영웅이 되었는데, 민영환이 나라에 충성한 것이 아니라 고종에 충성한 것 한뿐이라고 축소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는구나. 당시 <대한매일신보>에서 민영환을 영웅화한 것이라면서 말이야.

을사늑약 이후 일본은 한성부에 통감부를 설치하여 초대 총감으로 이토 히로부미가 취임을 했어. 우리나라에서는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 1906년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민 평화 회의에 고종의 밀서를 보내기도 했지만, 노력에 그치고 성과는 얻지 못했단다. 외교권을 빼앗겼으니 나라 전체를 빼앗기는 것도 시간 문제.. 지식인들 사이에서 교육을 통해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생각들을 가졌어. 그래서 사립 학교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고, 대한자강회, 서우학회, 한북흥학회 등 학회들도 많이 생겨났다고 하는구나.

한편 을사늑약 이후 의병의 활동들도 더 활발해졌는데, 74세의 노구를 이끌고 의병을 일으킨 최익현이 유명하단다. 최익현은 체포되어 쓰시마 섬으로 끌려갔는데 그곳에 단식을 하다가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1907년에는 빼앗긴 나라를 돈으로 다시 얻어오자는 국채보상운동이 대구에서 시작되었단다. 대구에 살고 계시던 갑부 서상돈이라는 사람이 시작했는데,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대. 을사늑약 이후 고종이 일본에 협조하지 않고,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려고 하자 일본은 고종에게 퇴위 압력을 계속해서 넣게 되고, 1907 9월 결국 고종은 왕자리에서 쫓겨나게 되었단다. 그리고 순종이 즉위하게 되는데, 조선의 마지막 왕이란다. 일본은 나라 빼앗기 절차를 하나씩 진행을 했는데 그 중에 군대로 해산시켜 버렸단다. 이제는 우리나라는 군대가 없는 나라가 되어버렸단다. 군대가 없는 나라를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4.

이 책에서는 서양인들이 바라본 조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어주었는데, 한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려 줄게. 서양인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 중에 호기심이란 것이 있었다는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인가에 많이 궁금해하고 호기심을 갖고 있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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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95)

런던은 1904 3 12일자 일기에서는 한국인의 왕성한 호기심을 지적했다.

한국인의 특성 가운데 비능률적인 점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두드러진 특성은 호기심이다. 그들은 기웃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말로는 구경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들에게 구경거리는 우리 서양 사람들에겐 일종의 연극관람이며 회의참석이며 강론경청이며 경마구경이며 동물원 나들이며 일종의 산책과도 같은, 그러니까 그 외에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것의 아주 큰 이점은 값이 싸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구경거리는 최고의 즐거움이다. 아주 사소한 어떤 사건이라 할지라도 구경거리에 해당되므로 몇 시간이 걸려도 기웃거리느라고서 있거나 구부리고 앉아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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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학창시절에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이 <혈의 누>라고 배웠단다. 요즘도 그렇게 가르치는지 모르겠지만, 이인직의 <혈의 누>는 논란이 많은 소설이라고 하더구나. 일본 군인을 미화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말이야. 아빠도 그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 몰랐는데, 알고 나니 참 부끄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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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254)

저는 왜 자꾸 그런 소설이 시험에 나는지 모르겠어요. 참 부끄럽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혈의 누>를 보면 평양성 안에 살던 김옥련이라는 처녀의 어머니 최 씨 부인이 청일전쟁으로 쑥대밭이 된 시내를 헤매다가 어떤 남자한테 겁탈당하려는 찰나에 일본 헌병이 이 부인을 구해주는 내용이 나옵니다. 소설을 그냥 읽으면 아, 참 재미있다,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여자가 구해졌구나 하고 박수를 치겠지요. 그런데 그것은 다 의도된 내용이에요. 왜 다른 사람도 많은데 하필 일본 헌병이 구해주느냐 말입니다. 이것은 일본에 대한 적대감을 무장해제시키는 거예요. 그 다음에 그 딸 김옥련이 어머니, 아버지, 가족을 다 잃고 헤맬 때 이를 구출해주는 사람도 역시 일본 군의관입니다. 일본 군의관이 데려다 친딸처럼 잘 대해줍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일본 군의관이 데려갔으면 첩으로 두었겠지 친딸처럼 대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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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박에스더라는 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마치려고 한다. 이름은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어떤 일을 했는지 말 모르는 분이었어. 본명은 김점동이고, 선교들의 도움으로 미국에 유학을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노동자 박씨와 결혼을 해서 미국식으로 남편의 성을 따르게 되었대. 남편은 막노동을 하면서 외조를 했지만, 그만 일찍 돌아가시고 박에스더는 의사가 되어 국내로 돌아오셨어.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셨지. 박 에스더는 귀국해서 가난한 이들을 치료했는데 10달 동안 3000명의 환자를 진료하셨대. 그렇게 과로를 하셔서 그만 병에 생겨서 34살의 젊은 나이에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대

정말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던 시절이구나.

….

, 여기까지가 <한국 근대사 산책> 4권의 이야기란다. 아빠가 중간중간 많이 빼먹고 이야기를 해서 역사의 흐름이 잘 이어지지 않은 것 같은데 이해해 주길 바라고… 5권을 읽게 되면 또 이야기해줄게.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점점 더 가중되는 외세의 지배하에서 대한제국의 외부대신은 있으나마나 한 자리였다.

책의 끝 문장: 먼 훗날 세계에서 가장 살벌한 경쟁체제를 갖게 되는 한국의 대학입시 전쟁은 바로 그런 교육구국론을 외쳐야 했던 세월이 너무도 길었단 탓에 한()으로 유전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그(김옥균)는 우선 조선의 불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일찍 들으니, 외국 사람이 우리나라에 왔다 가면 반드시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조선은 산천이 비록 아름다우나 사람이 적어서 부강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도 사람과 짐승의 똥오줌이 길에 가득하니 이것이 더 두려운 일이다’라고 한다. 이것이 어찌 차마 들을 말인가? 우리나라는 관청에서부터 민가의 마당에 이르기까지 물이 번지고 도랑이 막혀서, 냄새가 사람을 핍박하여 코를 막아도 견디기 어려움의 탄식이 있으니, 실로 외국의 조소를 받을 일이다."
- P81

을사늑약의 부당성은 조약 체결 즉시 제기됐다. ‘을사늑약이 완전히 무효’라는 첫 번째 주장은 1906년 프랑스 파리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이며 국제법학자인 프랑시스 레이(Francis Rey)의 <대한제국의 국제법적 지위>라는 논문이었다. 레이는 두 가지 문제를 지적했는데, 하나는 한국 정부 측의 동의 표시의 결함, 다른 하나는 일본 측이 한국에 대해서 확약하였던 보장 의무의 위반이었다. 레이의 주장은 1927년 미국 국제법학회가 하버드대학교에 국제법 법전화작업을 의뢰하여 1935년에 조약법을 정리, 공포하게 되었을 때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 P165

1907년 1월 29일, 대구지역의 갑부 서상돈(1851~1913)이 지역 유지들 모임인 ‘문회’에서 "나랏빚을 갚아 국권회복을 도모하자"며 즉석에서 800원을 내놨다. 이에 인쇄소인 광문사 김광제 사장도 석달치 담백값 60전과 의연금 10원(당시 80kg들이 쌀 한 가마 6원)을 선뜻 내놨으며 모임에 참석했던 다른 회원들도 동참해 이날 하루 만에 2000원이 모였다. 그해 2월 21일, 대구 시내 북후정(현 시민회관)에서 수천 명이 모인 군민대회가 열렸다. - P283

이와 관련해 노주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제 정세에 어두워 러일 비밀협상이 진행 중인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고종은 니콜라이 2세와 러시아의 변함없는 우정만 믿고 3인의 밀사를 파견했던 것이다. 결국 밀사들은 황제접견은커녕 외무장관도 만나보지 못했다. …… 지금까지 러시아가 적극 후원한 헤이그 밀사 파견이 일본의 집요한 방해공작에 의해 무산됐다는 학설과는 달리 헤이그 밀사 사건은 대한제국과 만주, 몽골을 맞바꿔친 러시아의 냉혹한 국제외교의 부산물이었음이 증명된 것이다."
- P303

이승원은 "’피’를 통해야만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시대였다. 피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피를 흘리느냐 마느냐가 중요했고, 그 흘린 피를 머금고 세상은 격변하기 시작한 것이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은 피바람의 회오리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선생들이 학생들 앞에서 솔선하여 단지를 하고, 그 피로 혈서를 썼다. 학생들은 선생의 뒤를 따라 단지의 대열에 합류했다. 일본 헌병들은 학교를 예의 주시하며 감시했고, 단지를 한 학생을 의병 관련과 내란선동죄로 잡아들였다. 그러나 한 번 흩뿌려진 피는 그칠 줄 몰랐다. 학생들은 계속해서 단지동맹을 결성했고, 그들이 흘린 피가 전국을 붉게 물들였다."
-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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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들 -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루시 쿡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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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책제목은 잘 지어야 하는 것 같구나. 이번에 읽은 <암컷들>이란 책은 강렬하면서 약간은 자극적인 제목에 끌린 것이 사실이란다. 영어로는 <Bitch>라고 했는데, 한국어 제목도 잘 지은 것 같구나. 지은이는 동물학을 전공한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자인 루시 쿡이라는 분이란다.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가 스승이었대. 동물학을 공부하면서 다윈의 진화론이라는 것이 위대하긴 하지만, 그것은 남성과 수컷 중심으로 되어 있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것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거야. 그래서 지은이는 이 책의 첫 문장을 자신이 서글픈 부적합자라고 선언을 했단다.

기존의 진화론에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거지. 시작 부분에 대충 이 책의 성격을 적고 있단다. 다윈 시대에 만들어진 진화론의 편견에 반기를 든 것이야.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내용들을 책 전반에 설명해 주고 있단다. 동물학 석사까지 공부를 했지만, 영화제작자로 일하고 있어서 그런지 글들이 딱딱하지 않았단다. 다만 아빠가 이 책에 내용들을 요약해서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버거울 뿐이란다. 아빠가 동물학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라서, 메모를 해두긴 했지만, 괜히 잘못된 지식을 전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책에서 발췌된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줄게.

먼저 이 책을 쓰게 된 목적을 적은 부분이 있어. 기존 학계에 만연한 수컷 중심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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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기존 학계의 지배층이 동물계를 수컷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남성들이었고 또 많은 분야에서 지금도 그렇다는 사실이 문제를 악화시켰다. 연구에 영감을 주는 질문 역시 남성의 관점에서 던져졌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암컷에는 일절 관심이 없었다. 수컷은 사건의 중심이자 모델 생물이 되었으며, 암컷이 존재하는 토대이고 종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엉망진창인 호르몬에 좌우되는 암컷은 주요 사건과는 상관없이 주변부에서 산만하게 얼쩡대는 이상치이므로 수컷과 동일한 수준의 과학적 검토를 받을 필요조차 없었다. 암컷의 몸과 행동은 조사되지 않았다. 그로 인한 데이터 공백이 급기야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었다. 암컷은 언제까지나 수컷의 노력을 보조하는 무기력한 존재로 취급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연구된 적이 없으니 들이밀 결과가 있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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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물들은 대부분 암컷과 수컷의 성()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학창시절 배운 기억에 의하면 성염색체란 것이 있고, 성염색체가 XX면 암컷, XY면 수컷으로 결정된다고 배웠어. 이것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는구나. 어떤 동물은 XY 염색체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암컷과 수컷의 성 구별이 뚜렷하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Y염색체는 앞으로 점점 사라지고 있고, 사람도 450만년 이후 Y 염색체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렇다고 해서 남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남자와 여자는 있을 것이라고 하는구나. 왜냐하면 성결정 유전자는 여전히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런데 기후위기로 지구가 계속 폐허가 되어 가는데, 인류가 450년이나 버틸 수 있을까 싶구나.

….

진화론자들은 여성이나 암컷들은 정절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진화를 했다고 했어. 하지만 이것은 진실이 아니라고 하는구나. 암컷은 본능적으로 바람둥이라고 했어. 동물의 세계에서 일부일처인 동물은 극히 드물어 7%도 안 된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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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동물의 왕국에서 암컷은 수컷에게 빼앗긴 성적 운명의 통제권과 알의 친자 결정권을 되찾기 시작했다. DNA 검사 기술로 도마뱀에서 뱀, 바닷가재까지 다른 암컷들의 정절이 속속 철회되었다. 일처다부의 경향은 모든 척추동물에서 발견되었고 무척추동물에서도 예외가 아닌 표준으로 선언되었다. 한편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함께하는 진정한 성적 일부일처는 극히 드물어 지금까지 알려진 종의 7퍼센트 미만에서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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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도 사실 다른 암컷과 비슷한데, 그것을 막기 위해서 윤리라는 이름으로 정절을 중시하고 일부일처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하더구나. 자연스러운 것이 좋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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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134)

여성의 성적 취향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400~500만 년 동안 어떻게 변해왔는지 추측의 영역이다. 인간은 오늘날 사회적으로 일부일처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건 동부요정굴뚝새도 마찬가지다. 데이비드 M. 버스 같은 진화생물학자는 모든 여성이 아이들을 가장 잘 부양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일부일처를 추구한다는 생각을 즐길지도 모르지만, 만약 정절이 여성의 타고난 자질이라면 왜 그렇게 많은 문화에서 여성의 성생활을 통제하려고 애를 쓰겠냐고 허디는 묻는다. 통제 수단이 비방의 말이든 이혼이든 심하게는 할례이든 간에, 그 이면에는 여성을 방치하면 성적으로 난잡해진다는 보편에 가까운 의심이 깔려 있다. 허디가 지지하는 새로운 관점은 여성이 가진 성적 성향의 잠재력을 억제하고 제한하기 위해 가부장적 사회 체계가 진화했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는 여성의 정절이 대단히 유연하게 작용한다. 처한 환경과 다양한 선택지에 따라 달라질 뿐, 아무리 유행하는 패러다임이라도 배우체의 숙명으로 여성의 정절을 예측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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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암컷들도 있구나. 암거미의 경우 짝짓기를 하고 나면 수컷을 먹는다고 하는구나. 짝짓기를 하는 동안 에너지를 소진했고 2세를 낳기 위해서도 에너지가 필요해서 그렇게 진화를 했을 텐데, 그렇다면 수컷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짝짓기를 한다는 이야기인데, 좀 불쌍하기도 하구나. 수거미들도 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는데 쉽지 않다고 하는구나. 그럴만한 것이 암거미의 덩치가 수거미의 보통 수십 배가 된다고 하는구나. 심지어 검은낚시거미의 수컷은 짝짓기를 하고 나서 자살을 한다고 하네. 암컷의 먹이가 되기 위해서 말이야. 문득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봤던 내용이 생각나는구나. 이 모든 것이 유전자들의 조정에 의해서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암컷은 유능하기도 해서 강제로 짝짓기를 시도하는 수컷들로부터 수정되지 않도록 생식기가 진화한 동물들도 있다는구나. 암오리의 경우 생식기가 나선형으로 꼬여 있어서 원치 않은 수컷이 짝짓기를 시도할 경우 제대로 짝짓기를 못한다고 하는구나.

생각과 달리 암컷들이 험악하고 무서움이 느껴지긴 하지만, 새끼를 임신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유전자가 조종했는지 모르겠지만 찐한 모성애가 생기는데 그것은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생성되기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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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옥시토신은 근본적으로 엄마가 되는 실질적인 생리 과정과 연관되어 있어요.” 로빈슨이 내게 설명했다. 이 호르몬은 부드러운 근육 수축제로 작용하여 포유류에서 자궁이 아기를 밀어내도록 자극한다. 옥시토신이라는 명칭도 그리스어로 신속한 출산이라는 뜻에서 왔다. 또한 옥시토신은 유두에서 젖이 나오는 것도 촉진한다. 분만의 물리적 과정은 혈류에 있는 옥시토신에 의해 자극된다. 그러나 출산 중에 자궁경부가 확장되고 질이 늘어나면 그때부터 뇌에서는 전능한 옥시토신이 물밀듯이 쇄도한다. 그 결과 이 천연 아편제는 초보 엄마가 세상에 갓 나온 아기와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단단히 준비시킨다. 아기가 젖을 빨기 시작하면 엄마의 뇌는 옥시토신에 흠뻑 적셔져서 아기를 돌보는 일에 중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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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물을 주제로 한 영화나 만화를 보면 무리를 이끄는 리더는 주로 수컷이 맡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것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대. 대표적인 영화로는 <마다가스카르>라는 영화인데, 이 영화에서 알락꼬리여우원숭이 무리의 리더는 수컷으로 나오는데,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은 늘 암컷이 지배를 한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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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

영화 <마다가스카르>에서 아프리카의 이 커다란 섬은 줄리언 대왕이라 불리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가 지배한다.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들이 사실주의적 묘사로 유명한 건 아니지만 줄리언 대왕이 실제 마다가스카르 출신이라는 점에서 독자는 그를 신뢰할 만한 인물로 판단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영화 속 줄리언 대왕의 설정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다. 실제로도 마다가스카르에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가 많이 살지만 그들의 리더는 왕이 아니라 여왕이다. 영화 제작진은 자신들이 만든 영화에서 남성을 지배자로 내세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꼈을지 몰라도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사회를 지배하는 성은 단연 암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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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건 알락꼬리여우원숭이의 세계만 그런 건 아니란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이라고 하는 보노보도 암컷이 지배하는 모계 사회라고 하는구나. 인간과 이렇게 가까운 보노보가 암컷이 지배하는 사회인데 왜 인간은 남자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을까. 그것은 유전학적 진화가 아닌 사회적인 이유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지은이는 이야기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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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결국 인류 과거에 대한 가장 적절한 재구성은 침팬지와 보노보의 특징을 섞은 형태일 것이다. 그것이 침팬지에 더 가까웠는지 보노보에 더 가까웠는지는 영원한 논쟁거리가 될 수 있고 아마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게 아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것이기에 바꿀 수 없다. 그러나 미래는 다르다. 보노보 사회가 영감을 준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보노보 이야기는 우리에게 남성이 공격적으로 여성을 지배하는 것은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 행위와 능력은 환경적, 사회적 요인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여성에게 힘을 부여한 핵심적인 요소는 압제적인 가부장제를 무너뜨리고 좀 더 평등한 사회를 꾸려나가는 데 필요한 자매결연의 힘이다. 여기에서 자매란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까지 모두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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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배란주기를 가지고 있어 주기적으로 마법에 걸리곤 하는데, 그것이 어느 나이가 지나면 더 이상 마법이 걸리지 않게 되는 폐경이 오는데 아빠는 이것이 모든 포유류들이 그러는 줄 알았어. 자연적으로 완경(完經)에 이르는 동물들은 이빨고래류 4종과 인간들뿐이라고 하는구나. 하기야 종족번식을 잘 하기 위해서는 평생 아이를 낳을 수 있으면 좋겠지. 그러면 이빨고래 4종과 인간은 완경을 하도록 진화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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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

진경한 완경(完經)은 생식기관의 노화와 신체의 노화가 분리될 때 일어난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생식기관은 몸의 다른 부분보다 더 빨리 늙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동물원에서 폐경을 경험한 고릴라는 공짜 식사와 건강 관리로 수명이 인위적으로 연장되었다. 야생에서 고릴라 암컷은 35~40년을 살지만 사육 상태에서는 60년까지도 살 수 있다. 몸과 뇌가 난소의 나이를 넘기는 것이다. 5000종의 포유류 중에서 야생에서 자연적으로 완경에 이른다고 알려진 종은 이빨고래류 4종과 인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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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산알바트로스라는 새가 있는데 이 새는 알을 한번에 알을 하나만 낳는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둥지에 알이 있다면 하나만 있는 게 정상이래. 그런데 간혹 둥지에 알이 두 개인 경우가 있어 의문이 들었대. 계속된 관찰을 통해 그 비밀이 풀렸다고 하는구나. 그것은 알이 두 개 있는 둥지는 동성연애를 하는 레이산알바트로스들의 둥지였대. 그들은 종족번식을 위해 다른 수컷과 짝짓기를 했지만, 암컷 둘이 한 둥지에서는 평생을 지낸다고 하는구나. 이것도 유전자의 장난? 그렇다면 이건 어떤 이유에서?

너희들도 학교 과학 시간에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을 배우게 될 텐데, 무성생식을 하는 동물들은 주로 단세포 등 적은 세포로 이루어진 동물들이 대부분이란다. 그런데 점점 무성생식(단성생식)을 하는 종들이 늘어난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계속 무성생식을 하는 것은 아니고 유전자의 다양성을 위해서 10~20세대 중 한 번은 양성생식을 하기도 한대. 작은 동물들이 아닌 상어도 단성생식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구나. 다행인지 포유류는 생물학적으로 단성생식이 불가하다고 하네. 그리고 흰둥가리나 따개비 중에는 자라면서 성전환하기도 한대. 이런 사실은 다윈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주장한 성선택설 때문에 일부러 배제했다고 하더구나.

이 정도로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았어. 이것들의 공통점은 그 동안의 과학이 암컷을 배제하거나 왜곡되어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었단다. 지은이는 이런 노력들을 하면서 동물들의 세계를 편견을 가지고 바라본 것을 깨닫고 앞으로는 공정한 시각으로 바라보자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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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

과학이 동물의 암컷을 얼마나 왜곡해왔는지를 책으로 쓰겠노라 처음 마음먹었을 때, 그 이야기가 이렇게 커질 줄도 몰랐고 내 대상이 이토록 문화적으로 오염되어왔는지도 몰랐다. 나는 막연하게 과학이란 당연히 과학적일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이성적이고 증거에 기반하여 실험을 통해 추론되고 오염되지 않은 지식이라고 말이다. 내가 대학에서 복음처럼 배운 진화생물학의 기본 개념들이 편견에 의해 왜곡되어왔다는 것은 충격적 깨달음이었다. 그 덕분에 자신의 편견에 맞서게 되었고 과연 우리가 개인적 인지의 족쇄에서 벗어나 동물의 세계를 진정 공정한 눈으로 볼 수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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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과 수컷은 다른 점보다 비슷한 점이 더 많다는 것도 알아주고... 여자와 남자도 반대말이 아니고 비슷한 말인 것.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동물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서글픈 부적합자가 되었다.

책의 끝 문장: 생물학적 진실을 밝히는 싸움은 우리가 지구와 그 위에 사는 모든 것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합심할 수 있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나갈 때 반드시 필요하다.


X 염색체와 비교했을 때 Y 염색체는 가장 약한 녀석이다. 제대로 크지도 못했고 유전물질도 훨씬 적게 갖고 있다. 그러나 염색체에서는 크기보다 그 안에서 무엇을 암호화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실제로 Y 염색체에는 SRY(Sex-determining Region of the Y, Y 염색에의 성결정 지역)라는 아주 중요한 성결정 유전자가 자리 잡고 있다. - P54

조직개념은 테스토스테론의 전능함만을 강조해왔지만 에스트로겐 역시 강력한 호르몬이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에스트로겐은 앞에서 본 것처럼 개구리의 성을 전환하는 능력과 함께 테스토테론만큼이나 발생 초기에 동일한 조직에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드러났다. 또한 크루스는 에스트로겐을 차단하여 발생 중인 도마뱀 암컷의 성을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에스트로겐은 분명 암수의 성 발달을 조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또한 이후에도 성적 행동을 활성화하는 근본적인 책임을 맡고 있다. 이 ‘여성’ 성 호르몬은 정소와 정자를 만드는 데 필요할 뿐 아니라 일부 종에서는 수컷의 교미 행동을 자극한다고 밝혀졌다. - P74

엄마가 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진화적 영향력을 가진 대단히 까다로운 일이다. 이처럼 어미가 아닌 다른 개체와의 사이에서 형성되는 유연한 애착 관계는 엄마로 하여금 유일한 부모상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을 덜어주고 훨씬 넓은 범위의 돌봄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버려진 새끼를 입양한 회색물범의 경우처럼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애초에 공동 양육이 진화한 종도 있다. 이는 ‘이중 업무’, 소위 투잡을 뛰어야 하는 동물의 어미에게 엄청난 이점이다. - P250

레이산알바트로스는 스테로이드에 심각하게 중독된 갈매기처럼 보인다. 22종의 알바트로스 중에서 체구가 가장 작을지 모르지만 날개를 활짝 펴면 농구계의 거인 르브론 제임스도 꼬마처럼 보일 정도다. 이 바닷새의 특별한 체격은 역동적인 활공에 최적화되어 해양의 상승기류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 날개 한 번 움찔대지 않고 푸른 지구를 수천 킬로미터나 항해할 수 있다. 알바트로스는 물갈퀴 달린 발로 한 번도 땅을 밟지 않고 바다에서 몇 년을 보낼 수 있다. 지구력만큼 이길 자가 없는 이들은 선원과 시인과 신화 창조자들에게 똑같이 신성시되었다. - P379

"저는 학계의 테러리스트예요." 러프가든이 농담처럼 내게 말했다. "영욱에서 다윈은 일개 과학자가 아닌 국가의 영우이죠. 다윈의 업적을 칭송하는 것은 영국 정체성의 일부입니다. 그 바람에 영국 진화생물학계는 보수적인 성향이 아주 강하게 되었지요." -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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