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화답사기
위치우위 지음, 유소영 외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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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한달만에 쓰는 마이리뷰다. 3월 1일자로 본인이 호구지책으로 삼고 있는 직장에 인사가 있어 한동안 송별회다 환송회다 연일음주소일하고 또 업무파악이다 인수인계다 몇 일 지나고 그러는 동안에 애석하게도 독서에 시간을 도통 할애하지 못해 가슴이 답답하던 차, 어느날 문득 입안이 까끌까끌하여 거울을 들여다 보니 아니!! 입안 가득 가시가 돋아나 있는 것이 아닌가!!!!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이라.....보나마나 물으나마나 당근 뽕 되겠다. 옛성현들은 체질도 별났더라. 자고로 성인들은 스스로 즐겨 가시밭길로 내달리기도 했느니, 한심한 필부필부들은 단표누항의 괴로움을 견디어내지 못하건만 공문십철의 우두머리 안회선생으로 말씀드리자면, 한 대광주리 밥과 한 표주박 물로 버티며 더럽고 누추한 거리에서 근근히 붙어먹는 즐거움을 결코 버리지 못했으니, 아 드높아라 옛성현의 빛나는 성취여....

보통 한달에 5~6권의 책을 읽는 편인데, 삼월들어 읽은 책이라고는 중국문화답사기 한 권이 전부라. 몇자 독후의 소감을 끄적여 보자면......거리거리 골목골목에 온갖 색갈의 색종이 은종이 금종이가 마치 크리스마스 눈발처럼 어지럽게 흩날리는 가운데 화려현란한 가장행렬 관악대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눈부시게 높고 푸른 하늘에는 에드벌륜 아하 미국과 호주가 그들의 장엄한 200년 역사를 기념하고 자축하며 추억하고 있을 때 중국의 소주는 뒷방 늙은탱이 마냥 조용하게 군시렁 군시렁거리며 자신의 2500주년의 생일을 맞이하고 있었다는 뭐 그런 요지의 글을 읽는 순간 몇가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오락가락 하더라

작자의 중국 역사와 전통에 대한 은근한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겠고 또 일부 독자들이 지적했듯이 중화사상의 일단을 감지할 수도 있겠다. 소중화를 자부하는 유구한 반만년 역사의 우리도 가끔은 미국의 200년 일천한 역사를 들먹이며 깔보며 힘없고 돈없는 우리처지를 스스로 위안하기도 했었다. 만고풍상을 겪은 노옹이 반드시 지혜로운 것은 아닐진대 (너무 오래살면 노망이 들 수도 있다) 유장한 역사가 반드시 자랑거리만은 아닐 것이다.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개혁하고 미래를 설계하지 못한다면 반만년이 아니라 수만년의 역사를 가졌다 한들 무슨 의미와 보람이 있겠는가. 이런 말이다.......한때 북컬랙터의 소망을 품어보았던 당자 본인으로서는 한 장서가의 꿈이 수대를 걸치면서 펼쳐지는 천일각 스토리는 무척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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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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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감독의 영화를 불편해 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본인이 그의 영화를 직접 본 적은 없으나 일렁일렁 오다가다 주워 듣고 보기에 그렇다고 하더라. 그의 작품들은 과도한 폭력성과 변태적인 분위기, 여성비하적인 시각으로 항상 논란을 일으켜왔다는 이야기인데, 대개 그렇듯이 코쟁이들이 이런점에 있어서는 우리보다 훨씬 관대하고 또 관심도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고 보면 김감독의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소식이 그리 놀랍지는 않았던 것이다(아마 모르긴 몰라도 대종상은 절대 탈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고 하니, 목하 김훈의 소설을 열심 통독중인 본인이 그의 소설들(칼의 노래, 화장, 현의노래)을 읽으면서 일부분에 있어서 다소 불편함을 느끼고 있던 차에 김감독의 수상소식이 전해져서 본인이 김훈의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불편함과 일부 관객들이 김기덕의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불편함에 비슷한 점이 조금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비슷한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을뿐더러 보리밭에서건 뽕밭에서건 아무 관계 상관도 없는 것 같기도하고 하다는 그런 생각들이 뜬금없이 왔다갔다해서 몇자 끄적여 보는 바이오다.

그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우리 여성동무들을 다소 비하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고, 또 생명을 약간은 가볍게 다루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죽음을 너무 무심하게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혐의를 품어보기도 했던 것인뎁.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자면 여성이나 생명,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작가 개인의 감정이나 생각이 전혀 이입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너무나도 삼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인간에 대한 편애없이 정녕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만 인간을 다루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본인 멋대로 분석도 해보고 하고 했던 것인데 어쨋건 그런 생각들이 오락가락 들락날락 했다는 이야기

야로의 행위는 과연 무슨 개똥철학을 품고 있는 지 요령부득이고 - 우륵의 소리에 대한 대척점으로 야로의 쇠를 너무 부각시키려고 했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 비화가 꼭 뱀에 물려 죽어야만 했는지, 순장궁녀가 잡혀 죽는데 그를 보호한 우륵과 니문이 무사한 점도 의문이고, 이런저런 점에서 내가 소설을 소화해내지 못한점이 많아 통석의 념을 금할 길 없다. 일언이폐지하자면 칼의 노래에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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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회화사 삼천년
양신 외 5명 지음, 정형민 옮김 / 학고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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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이 책은 '주목할만' 했던 것이다. 본인으로 말하자면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부터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을 타고올라 승천할려고 버둥거렸으니 알라딘 보관함에 담아 놓은지 아마도 삼년은 넘었지 싶으다. 지금도 물론 별반 나아진 것이 없고, 로또에 당첨이 되지 않는 한은 앞으로도 더 이상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본인의 한심한 경제를 감안해 볼 때 십만원(비록 할인해서 팔만오천원이라고 하더라도)이라는 금액은 책 한 권 값으로는 상당 당당한 부담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이올시다.

중국 및 미국의 유수 미술관 박물관에 산재되어 있는 중국회화 중 정수만을 모았다는 300여편의 도판에 대한 관심과 각종 언론매체의 찬사와 - 세계적 미술 출판물이니 기념비적 저작이니 하는 - 예일대학 출판부가 한국의 인쇄술이 못미더워 홍콩에서 전량 인쇄했다는 신문보도를 보고 느낀 궁금증 등등이 본 서책에 대한 본인의 불타는 소유욕에 가차없이 풀무질을 해대고는 있었으나......니미.....싸늘한 바람 불고 찬서리 나리는 본인의 고단한 경제로는 실로 감당키 어려웠으니,,,,아 진실로 애닲구나 뜻은 있으나 길이 없음이여!!! 그 암담한 마음이 어둔 밤길을 등불없이 가는 듯 하더라 .

연이나, 역시나 선인들의 말씀은 틀림이 없었으니 지성이면 감천이라 국으로 죽어 자빠지라는 법은 없더라는 말이고...정녕 하늘이 돌보고 귀신이 도와 본인의 한심한 리뷰가 이주의 마이리뷰로 당첨되면서 상품권 5만원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던 것이었으니 아니 이기 왠 떡!! 이는 황량한 광야를 주린 배 움켜쥐고 방랑하던 서글픈 이스라엘 백성들 머리위로 눈처럼 떨어지던 만나에 버금이라. 마일리지 약간 보태(내 생돈은 거의 들이지 않고)이 책을 구입했던 것인데 동양화에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 쯤 읽어볼 만 하다는 생각이지만 굳이 코피 쏟아가며 무리해서까지 구입할 필요는 없을 듯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책 한권 쯤 책꽂이에 떡하니 뚝 꼽아 놓고 보는 것도 좋을 듯도 하고 그렇게 본인 생각이 대중없고 갈피없다. 홍콩 인쇄술이 뭐 어떻단 말인가. 책이 너무 커서 들고 읽을 수는 없지만 그림 감상하기에는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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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상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199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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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산문집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판이하다. 어디서 어느방향으로 바라보고 쳐다보는 풍광이 일품이라느니, 이 사탑은 이런저런 전설과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느니 하는 여행지나 유적에 대한 자상한 안내는 없다. 여행지와 관련된 문학, 역사, 예술 등 인문학적 궤적을 쫓는 산문집되겠다. 김훈의 글이 한글 산문미학의 한 경지에 도달했다는 평은 주지의 사실이겠거니와, 본인은 그 빛나는 수사와 화려한 언사에 눈이 부시고 머리가 어지러워 작가가 이야기하고자하는 의미를 정확하게 찾아내기에 조금 어려움을 느꼇던 것인데, 십분백분 당연하게도 본인의 얕은 공력탓이겠으나 무식한 놈도 나름의 핑계를 항상 준비하고 있는 법이니 하여 황송하옵게도 김훈선생께옵서 일견 수사에 골몰하시는 듯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단어 선택과 문장구성에 현학 취미내지는 낯설게 하기 의도를 다소 품고 계신듯도 하다는 혐의를 가져보았던 것이오다.

정약용의 유배지인 강진편은 정약용에 대하여 영화 <영원한 제국>에도 나오는 위풍당당하고 거칠것이 없는 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실을 전하고 있었다. 신유사옥때 정약용이 신부 주문모를 밀고하였고 카톨릭 신자 색출방안을 관청에 건의하였으며, 또 세례받은 적이 없다고 하자 이승훈이 자기가 세례를 줬다고 하는 등 형틀에 묶인 정약용, 이승훈, 황사영 등이 살아남기 위해 서로서로를 비방하며 울부짖었다는 대목을 읽고는 조금 놀랐다. 나중에 이승훈은 서대문밖에서 효수되었고 황사영은 능지처참 되었지만 정약용, 정약전 등은 목숨을 부지해 오랜 유배를 떠나게 되었으니 다산은 18년 유배생활동안 이 치욕에 대해서는 한마디 일언반구 없었다고 한다. 무어 할 말이 있었겠는가. 삼대구족이 위태로운 유혈 낭자한 그 형장에서 과연 누가 치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겠는가

후세의 시인 정일근은 그의 시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에서 정다산의 절망과 좌절과 치욕에 대해서 대신 이야기해주고 있는 듯하다 '......우우 소울음으로 몰아치는 하늬바람에 문풍지에 숨겨둔 내 귀하나 부질없이 부질없이 서울의 기별이 그립고, 흑산도로 끌려가신 약전형님의 안부가 그립다. 저희들끼리 풀리며 쓸리어 가는 얼음장 밑 찬물 소리에도 열 손톱들이 젖어 흐느끼고 깊은 어둠의 끝을 헤치다 손톱마저 다 닳아 스러지는 적소의 밤이여, 강진의 밤은 너무 깊고 어둡구나. 목포, 해남, 광주 더 멀리 나간 마음들이 지친 봉두난발을 끌고 와 이 악문 찬 물소리와 함께 흘러가고 아득하여라, 정말 아득하여라. 처음도 끝도 찾을 수 없는 미명의 저편은 나의 눈물인가 무덤인가 등잔불 밝혀도 등뼈 자옥히 깍고 가는 바람 소리 머리 풀어 온 강진 벌판이 우는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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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 2005-04-13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ool~!
 
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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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누나가 대학2∼3학년때였으니까 나는 아마도 국민학교 6학년이었거나 중학교 1학년쯤 되었지 싶다. 누나는 꼬부랑 영어가 가득 쓰여진 복사지 몇 장과 삼중당 문고 한 권, 그리고 영어사전, 필기도구 같은 것들을 밥상위에 어지럽게 펼쳐놓고(자고로 일 못하는 넘이 옷은 제일 많이 더럽히고 공부 못하는 것이 책은 온 방에 어지럽게 펼쳐 놓는 법이다.) 머리를 끌적이며, 볼펜을 입에 물었다, 귀에 꼽았다, 손위에서 빙그르르 돌렸다하며 꿍꿍거리며 무슨 번역 숙제같은 것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누나의 밥상을 기웃거리다가 어깨너머로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오만과 편견>되겠다. 그 첫 만남이후로 그러다 저러다 문득 20여년이란 세월이 훌러덩벌러덩 지나가 버렸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뒤 돌아보는 세월은 정말 금방이고 한방이다. 순식간이자 찰나같지만 지나간 시간이나 앞으로 올 시간이나 그 양과 길이가 여일하다는 것은 만고풍상에도 변하지 않는 수학적 진리되겠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 책의 제목을 오래 기억하고 있었고 또 머지않아 이 책이 영문학사에 길이 빛나는 위대한 고전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되었지만 마음먹고 펴들기까지는 보시다시피 아시다시피 오랜시간이 걸렸다.

이건 삼천포로 들어서는 이야기지만 문득 떠오른 생각이 섭섭해 할 것 같아 한마디 하고 넘어가고 싶으다. (잘나가다가 엉뚱한 소리 주께는 것을 흔히 '삼천포로 빠진다'고 하는데 삼천포 사시는 분들이 언젠가 신문같은 데서 항의한 기억이 난다. 이런 항의가 과연 적절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얼른 판단이 서질 않는다. 어쨌든 간에) 누나가 그때 보던 그 삼중당 문고. 크기는 손바닥만 하고 종이질은 누리끼리 나빳고 글짜는 정말로 깨알같아 흔들리는 버스같은 데 앉아서 읽자면 눈알이 다 툭 튀어나와 거의 빠져버릴 지경이었지만, 그 목록만은 동서고금의 기라성같은 작가들의 주옥같은 명편들로 빽빽하게 넘쳐났던 것으로 기억되는 그 삼중당 문고. 서점마다 빼곡하게 꼽혀있던 그 많던 삼중당 문고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이 시점에서 결정적으로 장정일의 시 '삼정당 문고'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삼중담 문고에 바치는 그의 헌사다.
......

150원 했던 삼중당 문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두터운 교과서 사이에 끼워 읽었던 삼중당 문고
위장병에 걸려 1년간 휴학할 때 암포젤 엠을 먹으며 읽은 삼중당 문고
간행목록표에 붉은 연필로 읽은 것과 읽지 않은 것을 표시했던 삼중당 문고
경제개발 몇 개년 식으로 읽어 간 삼중당 문고
급우들이 신기해 하는 것을 으쓱거리며 읽었던 삼중당 문고
깨알같이 작은 활자의 삼중당 문고
검은 중학교 교복 호주머니에 꼭 들어맞던 삼중당 문고
......

각설하고, 이 책의 줄거리를 말하자면 대강 이렇다. 이해심 많고 선량하지만 오만한 한 남자와 재치있고 발랄하지만 편견에 사로잡혀있었던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이다. 남자는 돈 많은 귀족출신이지만 여자의 집안을 별 볼일 없고......둘이 만나서 처음에는 오해도 하고 하다가 결국은 서로의 진심을 알게되어 잘먹고 잘살았다는 그런 이야기다. 그녀의 언니와 그 남자의 친구인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도 부록으로 첨부되어 있다. 그래서 그렇고 그런 연애소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읽어보면 다르다. 등장인물들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을 무슨 족집게로 흰머리카락 골라내듯이 적절한 단어와 문장으로 똑 떨어지게 표현한 문장들과 재치있는 대사들을 읽는 것은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고, 당시 영국 사교계의 분위기(그들의 생활방식이며, 초청하고 초대를 받아들이는 방법이며, 그 과장된 친절과 배려로 포장된 대화 등등)를 조금이나마 알게된 것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라면 보람이다. 르네젤위거의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오만과 편견>의 현대판 리메이크라고 한다. 맞나?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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