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미안의 네딸들 14 - 완결
신일숙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5년 6월
평점 :
절판


고삼때였지 싶으다. 야자시간이고 대입 원서를 쓸때여서 교실이 조금 두런두런 삼삼오오 어수선하기도 하고 했는데, 그 와글중에도 선견지명을 보지한, 향후 우리사회를 지탱할 탱탱한 동량임을 자부하는 모모한 넘들은 눈알이 빠져라 공부에 여념이 없었고, 천길 낭떠러지를 떨어져도 한참 덜 떨어진 한심한 넘들은 교과서에 침을 질질흘리며 엎드려 자느라고 잠꼬대에 두 손을 허우적 거리는 넘까지 있었던 거이다. 당연지사 본인은 정신없이 책을 보고 있었던 것인데, 굳이 시비곡직을 가리자면 그 책이 다름아닌 만화책이었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되겠다. 본인을 포함하여 교실 뒷자리 - 일명하여 대포석(대학포기석) - 에 앉은 4-5명은 그렇게 독서삼매경을 아득하게 헤매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 대포석 동학들도 처음에는 이현세, 허영만, 박봉성, 고행석, 이재학 등등의 남성 작가들을 좋아하고 또 즐겨봤던 것인데, 그러던 그 어느날(항상 그 어느날이 문제다) 한 넘이 문제의 순정만화 "아르미안의 네딸들"을 가져오던 바로 그날, 드디어 우리들은 눈이 확 트이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으니.....우리들은 모두 눈물을 철철 흘리며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 우리들의 책가방에는......성문종합이니 수학정석이니 무슨 사전이니 하는 것들은 제 자리를 잃어버리고, 대신에 황미나의 "일곱번째 봉인"(베르히만의 영화가 생각나누만).., "우리는 길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 김혜린의 "북해의 별" 등등 편편이 주옥같고 보석같은 불후의 명편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던 것인데........아~ 세월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아도 가슴이 벌러덩 벌러덩...뛴다..(하기사 가슴은 항상 뛰고 있다. 지금 이순간에도) 그 당시 우리들은 '황미나' '신일숙' '김혜린'을 일러 한국만화계의 '성스러운 여류 3인방'이라 부르며 흠모해 마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렇고 그러한데 순정만화는 다음편이 무지하게 늦게 나오는 것이 또 문제라면 문제였던 거이다. 길때는 서너달은 기둘려야 되고, 그러다 보면 전편 내용은 다 까먹어버리고......허참.... "아르미안의 네딸들"은 본인이 고3때부터 보기 시작하여 대학들어가서도 보고 군대갔다가 휴가나와서도 보고, 제대해서 또 보고........참 오랜 세월을 두고 봤던 것이었으니...(참고로, 그때 대포석 아새이들은 그래도 모두 대학에 들어가 지금은 장가들도 가고, 잘먹고 잘자고 그래저래 잘 살고들 있다....참고다..) 단맛을 조금 볼라치면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 되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심이 2004-05-28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저도 소장판으로 나와 있는걸 가지고 있지요.. 완결편이 있다는게 제일 뿌듯하더군요.
친구들이 한번씩 와서는 얼마나 좋아들 하는지.. 그시절이 기억나네요..

붉은돼지 2004-05-2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4권짜리 소장판 가지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명불허전이라 했던가! 自古로 빛나는 이름이 헛되이 전해지는 법은 없다고 했으니(물론 헛되이 전해진 이름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2003년도에 "지구영웅전설"과 "삼미..." 두편의 소설로 문학동네신인상, 한계례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말하자면 혜성처럼 나타났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흘러내리다 흐지부지리 사라지는 그런 유성이 아니라 그 공전주기가 족히 수백년은 되고 또 그 꼬리는 한정없이 길이 온갖 운석들과 작은 소행성들과 우주쓰레기들과 별별 가스 등등을 거느린 커다란 혜성말이다. 색안경끼고 긴머리 휘날리며, 쌍칼을 휘두르며 불현듯 한 무사가 무림에 새로이 출사하게 되었으니 그 쌍칼 맛을 조금이라도 본 강호제현들께옵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짝 놀라기도 했을 것이다. 

일단이단삼단간에 소설은 재미있다. 그 내용을 조금 냉소적이고 무례하게 요약하여 정리하자면 한심두심한 인생들의 딸딸이 같은 이야기라 하겠다. 인생의 패배자들과 삶의 낙오자들을 위로하는 쓸쓸한 연가라 할 만한 것이겠지만 그것은 다 허사(虛事)요 또 모두 허사(虛辭)다. 자기 스스로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남들이 어떻게 봐 주느냐도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언필칭 민주주의사회는 다수결의 원칙을 존중한다고 하니 남들이 다 실패한 인생이라고 주장하고 손가락질 하는데 자기 혼자 괜찮다고 한다고 해서 정말 괜찮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런 사람들은 진실로 득의한 사람이 아니면 자신을 속이는 위선자 중 하나일 것이다. 하루 한사발 물과 한그릇 밥으로 누추한 거리에 근근히 사는 것을 보통 사람들은 견디지 못하였으나 안회선생께옵서는 그 즐거움에 대해 말씀하고 계시니 이런분들을 일러 득의한 사람이라 하겠다. 조성훈과 나와 조르바가 과연 득의의 그 높은 경지에 도달했는지는 의문이다.
   
이건 여담이지만 본 책을 읽으면서 장정일이나 하루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1988의 베이스볼...어쩌고 하는 소제목은 하루끼의 "1973년의 핀볼"을 연상시키고, 조르바도 하루끼가 "우천염천"인가 "먼북소리"인가 어디선가 조르바형 인간, 비조르바형인간 운운하던 부분을 생각나게 한다. 3명의 애인과 7명의 섹스파트너를 거느린 여성동무와의 연애담도 물론 빠질 수 없겠다. 하루끼나 장정일 등은 파격적인 연애담을 무슨 청춘의 자랑이나 훈장처럼 생각하는 건 아닌지, 엽기적이고 파격적인 연애의 추억이 청춘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고 진정 고뇌하며 보냈다는 무슨 증명서쯤이나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삼미...에서 위 연애담이 꼭 필요한 지 의문이다. 별 시답잖은 위 연애담이 없었다면 소설이 더 산뜻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랬거나 말거나 어쨋거나간에 재미있게 읽었고, 명불허전이고, 그래서 마음이 허전하기도 하다.

소제목으로 등장하는 80년대 유행했던 대중가요 가사에는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것들이 찐득하게 붙어있어 어째 조금 쓸쓸하다. 그 옛날에는 번성했으나 지금은 잡초만 무성한 옛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며 시라도 한 수 읊고 싶은 그런 기분이다. 물론 나는 말탈 줄도 모르고 작시의 재주도 없다.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킬 빌 Vol.1 - [할인행사]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우마 서먼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쿠엔틴 타란티노가 오랜만에 내놓은 이 영화는 시종 경쾌한 편집과 놀라운 영상미를 자랑한다. 우마 서먼이 주인공을 맡았으며 루시 리우가 잊을 수 없는 연기를 선보인다. DVD에는 국내 개봉당시 삭제되었던 신들이 모두 수록되어 있다. 물론 이것은 본인의 감상이 아니라 알라딘 게시판에 나오는 dvd소개 내용 되겠다. 아시다시피 보시다시피 소개를 모두 믿을 수는 없다. 인간들의 취향이 각인각색이니만큼 감상과 평가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루시 리우의 잊을 수 없는 연기란 무엇을 말하는지....무엇을 잊을 수 없다는 걸까? 참 궁금하다. ....아마도 뚜껑열리는 장면은 아니겠지....

쿠엔틴 타란티노(무슨 공룡이름같다)의 펄프픽션을 그럭저럭 재미있게 본 본인으로서는 킬빌에도 적지않은 기대를 걸고 있었고, 펄프픽션에서 브이자 손가락춤을 추던 우마셔먼의 변신에도 관심이 기울어져 있었고, 게다가 디비디 구입시 오리지날 포스터 2장을 준다고 해서 얼른 구입했던 것인데(킬빌1,2의 대형 포스터 2장이 원통박스에 들어 보내져왔는데 그런대로 쓸만해서 어디 거실벽에라도 붙여놓을려고 보니 콧구멍만한 집구석이라 적당한 공간이 라고는 침실로 쓰는 방의 침대위  공간밖에는 없는데 그곳에 걸어놓을려고 하니 어째 침실이라는 공간과 과 영화 내용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며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일단은 그냥 통에다 넣어두기로 마음먹고 있음. 포스터 컬렉터들께옵서는 구입을 한번 숙고해보시길)......

팔, 다리, 목 등등 신체 각 부분이 본체로부터 분리 절단되고, 그 절단으로부터 유혈이 화면가득하고 - 아니 유혈낭자의 수준을 훨씬넘어 유혈이 분수처럼 힘차게 사방으로 팔방으로 흩어지고 뿌려지고 - 하는 그런 장면장면들이 과연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의문이고 또 불만이고 그리하여 영화보는 자리가 약간 불편하고 그랬다.(본인의 유약한 - 신체는 꽤 튼실해 보이지만 보기와 달리 심적으로 유약하다고 스스로 주장하는 - 마눌님께옵서는 얼굴을 찌푸리시다가 끝내는 자리를 뜨시고 말았으니...본인 생각에도 여성동무들이 보기에는 용기와 인내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기도 하더라..). 사지절단과 과다출혈로 영화전체가 빈사상태에 빠진 것은 아닌가 염려스럽다. 물론 최종판단은 2편을 보고한 후가 되겠지만 말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yonara 2004-05-05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밑의 서평 쓴 sayonara입니다. 저와 매우 비슷한 감상을 느끼신 듯 합니다.
저 또한 루시 리우의 어떤 연기가 인상적이라는 건지 의심스럽더라구요.
어설픈 일본어 발음?! 뚜껑(!) 열리는 장면?!

BlackTower 2004-05-06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16 - 문벌정치가 나라를 흔들다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16
이이화 지음 / 한길사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부터 역사에 관심이 있어 읽을 만한 관련서적을 탐문하던 중 이이화선생의 <한국사이야기>를 아마도 신문지면을 통해서 소개받은 것 같다. 안그래도 반만년 (흔히들 오천년이라고 하지않고 반만년이라고들 말한다. 무슨 장수만세도 아니고 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길이 보다는 내용이 충실해야 할 것이고 지나간 역사보다는 현재의 삶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우리역사를 관통하는 통사를 한번 꼼꼼하게 통독하고픈 가당찮은 욕심이 없지 않았으나, 이미 출간되어 있는 한국사 통사라 할 만한 책들은 대학교재같은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읽는데 별 재미가 없을 것 같아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생각만 굴뚝이고 정작 한국통사 통독의 거사를 착수해내지 못해 전전긍긍 꿍꿍거리며 에라 니미 아무책이나 붙잡고 읽어볼까하는 생각도 하고 하던 차에, 한길사에서 나온 책 한권 한권이 500페이지는 족히 되고 전체 분량도 수십권에 달하는 <한국사>를 필생의 과업으로 삼아 한 번 시작해 볼까 하는 그런 생각도 하고 하던 차에, 여차저차 일차이차 하던 차에 본 <한국사 이야기>를 접하고는 올커니!!! 딱이군!! 무릎을 치며 쾌지나칭칭 쾌재를 불렀던 것이다. 뭐 진짜로 쾌재를 부르며 기뻐 날뛰며 깨춤을 춘 것은 아니고 자알 되었다 정도 되겠다. 그때가 2001~2002년도 어디쯤 될 것이다.

한국사이야기 16편은 정조임금 붕어후에서부터 강화도령 철종대까지를 다루고 있다. 유구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우리민족의 반만년 역사중 어느때인들 슬프고 안타까운 시기가 없었겠나만은 이 시기만큼 가슴아픈 시절도 없을 것이다. 왕조시대의 일이라 아주 오랜 옛날같지만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200년 안쪽의 일들이고, 이른바 조선왕조의 르네상스시기라고 불리우는 영정조 시절의 성과와 노력이 일시에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마는 암흑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조 역사를 읽다가 이 대목에 이르면 누구나 가슴이 답답해지고 속에서 천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게도 이 한심한 이야기들이 바로 우리자신의 역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마땅히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지만 어째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니오 크뢰거 / 트리스탄 /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
토마스 만 지음, 안삼환 외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토마스 만의 소설은 두어 해 전에 <마의 산>을 읽고는 처음이다. 지금 돌이켜 보니 소설의 줄거리도 감감하고 남아있는 특별한 느낌이나 감상도 없다. 골골거리는 환자들이 모인 무슨 요양원에서 벌어지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룬 소설인데 프리메이슨이 나오고 어쩌고 했던 기억만 조금 난다.

본인의 기억력이 한심한 수준을 넘어 걱정스러운 단계로 접입가경 접어 들었다는 것은 본인 당자로서는 비록 안타깝고 서글프나 어쨌든 거의 명명백백한 것처럼 보인다. <토니오 크뢰거>를 두세장 쯤 읽다가....우리의 주인공 토니오가 학교수업을 마치고 그의 연모하는 동성친구인 한스 짐머와 나란히 집으로 돌아가는 대목 쯤을 읽다가..... 문득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 슬그머니 드는 것이었는데, 책을 내려놓고 가만 곰곰 궁리를 거듭하던 차에 이문열세계명작산책에서 본 듯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서가에서 '성장과 눈뜸'이라는 부제가 붙은 3권을 꺼내어 펼쳐보니 아니나 다를까 거기에 떡하니 <토니오 크뢰거>가 올라가 있는 것이 아닌가. 본인이 이문열명작산책 10권을 3~4년전에 모두 읽은 것은 확실하니 그 안에 있는 토니오 킈뢰거도 읽었음이 분명한데 읽은 책의 제목도 되새기지 못하는 본인의 기억력으로 책은 또 읽으면 무엇하나 하는 슬픈 생각도 드는 것이었다.

본인이 중학교 다닐 때 수집한 영화포스터에 영화 <베니스에서 죽다> 포스터도 있었는데(영화잡지 스크린에서 주로 오려내었음) 그때는 이 영화의 원작이 따로 있는지 또 토마스만이란 작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몰랐다. 포스터에는 동그란 안경을 낀 조금은 소심해 보이는 분위기의 중년남성과 금발에 세라복 혹은 해군복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얼굴이 가름한 미소년(처음에는 여자인줄 알았다.)이 등장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중년의 남성은 변태 아센바흐이고 소년은 타치오 되겠다. 아센바흐의 타치오에 대한 사랑을 달리 말하자면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지경까지 와 있고 동서와 고금을 두루 살펴보건데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니 뭐 실제상황이라고 해도 미소년 남색 취양이 별 스러울 것도 없겠다. 아센바흐는 헛것을 쫓다가 헛되게 죽었지만 아름다움에 매혹되는 것은 빛나는 두 눈과 감수성을 지닌 인간의 숙명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