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 완주는 소생의 오랜 원망이었다. 처음 세계문학전집 완독에 도전한 때는 기억에도 가물하니 까마득하다. 아마 30대 초반이었을 것이다. 아아아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꽃같은 나이였다. 돼지를 닮은 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게 그렇다는 말이다. 범우사판 세계문학전집이었는데 30~40권 정도 읽은 것 같다. 도스토예프스키 선생 작품들도 이때 많이 읽었다. 아니 읽어내었다는 표현이 더 적당하겠다. 먹기 싫은 밥을 억지로 입속에 처넣듯이 아무생각없이 그냥 눈으로 글자들만 ‘꾸역꾸역’ 읽었다.

 

 

40대 초반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모으면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완독에 도전했지만 채 열권을 읽지 못하고 나가 떨어졌다. 그때는 뭐 황금의 꽃같이 굳은 맹서도 없이 충동적으로 시도했던 까닭에 소 여물 씹듯하는 그 ‘꾸역꾸역’이 잘 되질 않았다. 이제 반백을 바라보는 이 마당, 이 고지에서 다시 세계문학전집에 도전한다. 노익장인가? 참내.. 이번은 을유세계문학전집이다. 소생은 2017~2018년 양년에 걸쳐 을유세계문학전집을 다 읽어내겠다는 다짐을 알라딘 독자제현 앞에서 엄숙히 하는 바이올습니다. 참고로 밝히자면 소생의 계획은 다만 읽겠다는 것이지 읽고 리뷰를 쓰겠다는 것은 아니다.

 

 

소생이 을유를 선택한 데에는 몇가지 연유가 있다. 희디흰 그녀의 속살이 아니라 눈꽃 빙설 위로 줄줄 혹은 질질 흘리고 뿌려주시는 그 연유가 아니다. 뭐 다 아시겠지만 그냥 쓸데없는 소리 한번 해봤어요 네... 소생이 아는 혹자는 이 연유를 숟가락으로 국 떠먹듯이 하는데 보고 있으면 먹지 않아도 속이 달디달아 뒤집어진다. 그건 그렇고 어쨌든 소생의 연유는 세가지.

 

 

첫째, 을유는 수량이 적다. 민음사가 스코어가 350이 다되어가고, 문동, 열책, 펭귄도 뭐 살뜰이 헤아려보지는 않았지만 다 200은 넘는 것 같은데 을유는 아직 86번에 머물러 있다. 2018년까지 100권이 나온다해도 1년에 50권이다. 만만치는 않겠지만 해볼만은 하다.

 

 

둘째, 민음, 문동, 열책, 펭귄 들은 소생이 이미 소장하고 있는 책들이 많은 반면에 을유는 소장하고 있는 책이 거의 없어 한권한권 사모으면서 읽는 재미가 꽤나 있을 것이다. 이달의 우수사원 영업실적 똥작대기 그래프처럼 쑥쑥 자라는 장서의 수량이 소생의 독서력을 추동할 것이다.

 

 

셋째, 타 전집에 비해서 소생이 읽은 책이 별로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른 전집이라고 소생이 읽은 책들이 많은 것은 아니다. 소생이 계획하는 완주는 1권부터 끝번까지 빠짐없이 차례대로 읽는 것인 바, 완주를 하려면 이왕에 읽은 책도 다시 읽어야 하는데 읽은 것이 별로 없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어쨌든간에 소생은 한놈 두시기 석삼 너구리 차례차례 차차례대로 질서도 정연하게, 시선은 전방 15도 턱은 당기고, 똥배는 넣고 궁뎅이는 빼고, 보무도 늘름하고 발소리도 경쾌하게 착착착, 작두로 소여물을 썰듯 낫으로 벼를 베듯 싹둑싹둑 무심하게 쳐나갈 것이다. 궁뎅이 밖으로 비어저 나온 커다란 불알을 달랑이며 촐싹거리는 한심한 돼지의 꼴사나운 행보를 주시하시라.

 

 

<첨언>

을유 세계문학전집 1권은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다. <마의 산>은 옛날에 범우사판으로 읽었지만 그렇거말거나 다시 읽어야 한다. 어차피 거의 다 잊어먹었기도 했거니와 어쨌든 <마의 산>부터 시작이다. 레이스의 초반에 벌써 엄청난 산이 떡 버티고 있으니 생각만 해도 용이 씬다. 일단 이 산을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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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06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후년을 위해서 독서 계획 큰 그림 그리셨군요. 목표 달성 이루실 거라 믿습니다. ^^

저도 을유세계문학전집을 많이 읽지 않았어요. 이 책이 불편한 게 주석 배치였어요. 주석이 뒤에 있어서 본문과 주석 같이 읽을 수 없고, 번갈아 읽으니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붉은돼지 2016-12-07 15:11   좋아요 0 | URL
제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을유문학전집인 <유림외사>를 뒤적여보니 주석이 뒤에 붙어 있더군요...
(책만 사놓고 펼쳐보지도 않았다는 이야기 ㅜㅜ...)
저는 어떨때는 주석은 읽지도 않고 그냥 넘겨버린다는....ㅜㅜ

특히 로마제국쇠망사 읽을 때는 주석이 너무 많아서 주석은 반도 안 읽었던 것 같아요.ㅎㅎ

syo 2016-12-06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올 여름 저 또한 같은 이유로 을유를 정복하리라는 원대막대한 포부를 가지고 시작했으나 마의 산 상권 하나 읽고는 장렬히 전사하고 말았드랬습니다..... 붉은돼지님 화이팅입니다! 못다 이룬 제 꿈을 이뤄주세요.

붉은돼지 2016-12-07 15:12   좋아요 0 | URL
syo님 이제 부활하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마의 산 하권부터 다시 시작하심이 어떨지요 ㅎㅎㅎ

컨디션 2016-12-06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살다살다(저도 이제반백년이 되어가니 살만큼살았다고 봄직..으응?) 이렇게 야심차게 통큰계획은 첨 봅니다. 요즘 웃을일도 없고 기분 참 구린 나날 보내던 참에 진짜실컷 웃어봅니다.ㅎㅎㅎ 역시 뭘하시든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우리들 만인의 연인 불금돼지님!

붉은돼지 2016-12-07 15:17   좋아요 0 | URL
컨디션님도 이제 반백이시군요...사진으로 봐서는 반에반백 정도로 보입니다만...
계획으로야 뭔들 못하겠습니까?? 컨디션님~ 바야흐로 나날이 구린 나날들이지만 항상 커디션 잘 지켜나가시길 바라옵니다.

북프리쿠키 2016-12-06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음사 겨우 대여섯권 읽은 저에게 야망을 품게 해주시는군욤~그렇담 전 반백년전까지 민음사350권에 도전할까 합니다.
마의산은 상실의시대에서 첨 만나보았던 책인것 같네요~제목처럼 근사하게 읽어나가시길^^;

붉은돼지 2016-12-07 15:19   좋아요 1 | URL
북프리쿠기님의 민음사세계문학전집 도전에 열렬한 응원을 보냅니다. 우리는 우공이산의 정신으로 도전해야합니다. 중요한 것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 굼벵이처럼 ‘꾸역꾸역‘ 나아가는 것. 이라는 생각입니다.

stella.K 2016-12-07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이렇게 만인 앞에 선언하면 그걸 지켜야 한다는
모종의 책임 의식 같은 게 생기죠.
사실 사람들 거의 대부분은 잊지만 혹가다 한 둘은 기억하거든요.ㅋ

정말 을유에 도전할만 하네요.
저는 뭐 자유로운 책 읽기를 선호하는 편이라 세계문학 도전은 꿈도 꾸지 않습니다.
정상을 탈환하시면 2018년 마지막 날 막걸리 한 사발이라도 원샷 자축하십쇼.
응원하겠습니다!^^

붉은돼지 2016-12-07 15:24   좋아요 2 | URL
이렇게 알라딘 독자제현 전에 고해 올리고 나니
정말 은근 압박이 오는 것 같습니다......만
세상 모든 계획이 다 계획대로 된다면야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수정계획이라는 것도 있고 변경이라는 것도 있고.....또....뭐시냐... 원점에서 재검토 내지는....폐기 또는 취소 라는 것도 있고....아아 물론 일이 이렇게 되어서는 곤란하겠지요 ㅎㅎ
2018년말 마지막날 소생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군요...무슨 타임캡슐 같아요 ㅎㅎㅎㅎ

transient-guest 2016-12-15 0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마의 산...두 번 실패하고서 아직 시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번짼 처음보다 더 알고 더 많이 갔었는데, 토머스 만의 책이 대체적으로 좀 길고 지루한 면이 없지는 않아요..ㅎ good luck!

붉은돼지 2016-12-16 12:31   좋아요 0 | URL
지금 <마의 산(상)> 300페이지 가량 보고 있습니다. 지루하기 합니다만....그냥 꾸역꾸역 읽고 있습니다. ㅎㅎ
 

일전에 하이드님 서재에서 도쿠리와 사케잔을 보고 미혹하여 바로 주문을 넣었다. 소세키 전집을 2만원이상 구입하면 사케잔 1개, 3만원 이상 구입하면 도쿠리 하나, 잔 하나 이렇게 준다. 아내와 사이좋게 도꾸리에 소주라도 넣어 마시려면 도쿠리 하나에 잔은 2개가 필요한데 그럴러면 2만원 1번, 3만원 1번 이렇게 두 번 주문을 넣어야 한다. 도쿠리와 잔은 ‘명암’과 ‘마음’ 두가지 종류다. 랜덤이라고 한다. 소생은 ‘명암’ 세트를 원망하였으나, 역시나 마음 도쿠리에 마음 잔 하나, 명암 잔 하나 이렇게 왔다. 그래서 세상만사 모든일이 뜻대로야 되겠소만 그런대로 한세상 이러구러 살아가오. 노래를 불렀다오.

 

소생은 현암사 소세키 전집을 원래 8권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5권을 추가하여 13권이 되었다. 전집은 총 14권이라 한권이 빠진다. 꾸역꾸역 사모으기는 했으나 읽은 것이라고는 20여년 전에 읽은 <마음>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두 권 정도다. 뭐 차차 읽기로 하고....여기서 퀴즈가 하나 나갑니다. 현암사 소세키 전집 14권중에 붉은돼지가 가지고 있지 않은 책의 제목은 무엇일까여? 흐릿한 사진을 눈알빠지게 들여다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노안으로 고생하시는 알라디너님들을 위해 보기가 나갑니다.

 

1. 산시로, 2. 수시로, 3. 때때로, 4. 뽀로로, 5.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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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6-10-28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산시로!
그러지않아도 저도 장바구니에 넣고 째려보고 있는 중입니다~
11월 1일에 주문 넣기로 했습니다~

붉은돼지 2016-10-28 21:33   좋아요 0 | URL
빙고!
뭐 어차피 사야할 책 도쿠리 덕분에 좀 더 일찍 산 거 같아요..^^
상품이나 상금은 없습니다. ㅜㅜ

잠자냥 2016-10-28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건 제가 원하던 세트 모음 아닙니까! ㅋㅋㅋ 저는 딱 저렇게 마음 도꾸리 마음 잔 명암 잔 갖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ㅋ 역시 세상만사 뜻대로 되는 게 없어요~ 퀴즈 예문에 슬며시 웃고 갑니다! 파란색이 딱 안 보이네요. ㅎㅎ

붉은돼지 2016-10-29 23:27   좋아요 0 | URL
아 그렇습니까? ㅎㅎㅎㅎ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 다르고.... 참 세상만사 뜻대로 되는 게 없습니다만 역시 그런대로 꾸역꾸역 살아갈밖에요. ㅎㅎㅎㅎ

Conan 2016-10-28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도쿠리랑 잔을 받았습니다~ 저는 명암 세트로 왔나봅니다^^

붉은돼지 2016-10-29 23:27   좋아요 0 | URL
아아아 제가 명암 세트를 받고 싶었는데 말이죠 ㅡㅜ

단발머리 2016-10-28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8권 모으다가 중단했는데 완전체를 부르는 멋진 잔세트네요~~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붉은돼지 2016-10-29 23:29   좋아요 0 | URL
저도 8권까지 모았다가 이번 기회에 확 질렀씁니다...단발머리님도 그냥 확 지르시고 멋진 도꾸리와 또 멋진 잔으로 일잔 크윽~~ ㅎㅎ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16-10-28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 때문에 열심히 소세키전집이랑 도쿠리와 잔세트를 폭풍검색했습니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심하게 자제중인데 아~~힘들군요ㅜㅜ

붉은돼지 2016-10-29 23:30   좋아요 0 | URL
인생 뭐 있씁니까?? 그냥 확 지르시고 도꾸리에 소주 담아 사케잔으로 일잔 크윽 ㅎㅎㅎㅎㅎㅎㅎㅎ

AgalmA 2016-10-29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 세트 이벤트 보자마자 붉은 돼지님을 떠올렸었는데~ 명암 세트가 되지 못해 실망이 크실 거 또한 공감됩니다

붉은돼지 2016-10-29 23:31   좋아요 0 | URL
이 세트 이벤트에 혹하신 분들 많을 거 같습니다......뭐 제가 바라는 명암 세트는 아니지만 마음 도꾸리와 잔도 마음 고쳐먹고 보니 또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ㅎㅎㅎ

雨香 2016-10-29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가 가기 전에 소세키 읽기를 하려고 하는데, 붉은돼지 님 사진을 보니 현암사 소세키 전집 꽂아두기만 해도 멋지네요. 도쿠리 셋트라.... (11월 1일에 바로 주문넣을 것 같습니다.)

붉은돼지 2016-10-29 23:33   좋아요 1 | URL
네...소세키 전집은 뭐 꽂아두기만 해도 폼 좀 나죠.... 우향님 원하시는 도꾸리와 잔이 당도하기를 기원하옵니다. ^^

moonnight 2016-10-29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늘 생각하는데, 2만원 한번 3만원 한번 이렇게 사게 하지말고 일정금액 이상되면 도쿠리랑 잔 두개 넣어주면 좋겠어요. 알라딘 굿즈 받으려고 두번 세번 따로 주문하기 귀찮-_-;
하여간 부럽습니다. 책도 도쿠리 세트도요^^

붉은돼지 2016-10-29 23:36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말씀 지당하십니다...랜덤이라는 것이 사실 고객을 조금 무시하는 그런 느낌도 없지않아요.... 마음에 차지 않으면 주문 안하면 그만인데...그게 참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마음이 혹한 굿즈가 생기면 뭐 어쩔 수 없죠....ㅜㅜ

에디터D 2016-11-01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 보기를 보고 혼자 많이 웃었네요^^;

붉은돼지 2016-11-02 09:21   좋아요 0 | URL
보기 오지선다 만드는데 나름 신경 좀 썼습니다. ㅎㅎㅎㅎ

transient-guest 2016-12-15 0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구매한 탓에 저런 좋은 물건은 받지 못했습니다.-_-::

붉은돼지 2016-12-19 17:06   좋아요 0 | URL
제가 다 안타깝습니다....ㅜㅜ
 

경애하는 달걀부인님께

먼저 부인께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일전에 소생이 찾아보기로 했던 <리디아의 정원>이라는 책은 소생의 서가에는 없는 책이었습니다. 아둔한 소생이 착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아마도 크리스티나 비외르크의 <모네의 정원에서>나 아니면 <꼬마정원>을 <리디아의 정원>으로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역시 어린이용 도서이고 이 두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소녀의 이름이 ‘리네아’로 ‘리디아’와 발음이 비슷하기도 해서 혼동이 있었던 것 같다는 변명을 해 봅니다. 그러면 그 두 권의 책을 소생이 가지고 있나 하면.. 아닙니다. 아마 오래전 대방출시에 중고로 처분한 듯합니다. 제가 비외르크의 그림책 3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 <아빠와 함께한 베니스 여행> 한 권만 집에 있는 실정입니다.

 

 

실언에 대한 심심한 사죄의 의미로 <리디아의 정원>과는 별 상관도 없는 <아빠와 함께한...>에 대한 소개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생은 개인적으로는 베니스 여행기 중에서 이 책이 단연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딸이 있는 아빠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소생이 딸을 낳기 전에(뭐, 제 낳은 건 아니고 물론 아내가 낳았지만 말입니다. 하나마나한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이 책을 보면서 아! 나도 어서 딸을 낳아 함께 베니스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꿈을 품었고 그 꿈은 나중에 이루어지기는 합니다만 그 여행이 이 책에서처럼 그렇게 재미있고 훈훈하지는 않았습니다. 뭐 그건 그렇고 참고로 말씀드리면 <모네의 정원에서>, <꼬마정원>에 등장하는 ‘리네아’는 스웨덴으로 입양된 한국 소녀라는 설정입니다.

 

 

 

 

 

 

 

 

 

 

 

 

 

 

 

 

 

 

 

네마리 청동마상에 대해서는 전에 여러번 이야기한 적이 있어서 이 마생들의 그 구구절절한 인생유전 이야기는 여기서는 일단 생략하겠습니다. 이 마상은 1204년 4차 십자군원정시 베니스가 콘스탄티노플에서 약탈해 온 것인데, 출생시기는 대략 2~300년 경이라고 하니 말의 나이가 거의 2000살에 가깝습니다. 하여 아무리 청동이라해도 노쇠한 말을 풍찬노숙의 야외에 세워놓을 수가 없어 복제품을 산마르코 성당 2층 발코니에 세워놓고 진품은 성당 2층 내부에 있는 성물보관소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소생 오래전에 베니스를 방문했을 때는 성물보관소 입장료가 너무 비싼 것 같아서 그냥 패스했습니다.(성당 입장은 무료였습니다) 그때는 진품이 성물보관소에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생각할수록 안타깝습니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위 사진은 '해리의 바'입니다. 벽에 표시된 '성 마가 사자상'은 1966년 11월에 대홍수가 발생했을 때 물이 저 높이까지 찼다는 표시입니다. 해리의 바가 생긴 유래는 아래와 같습니다.

베니스의 어느 큰 호텔에 쥐세페 치프리아니라는 이름의 바텐더가 있었단다. 그 사림이 있는 바에 미국인 해리 피커링이라는 사람이 늘 단골 처럼바를 드나들었대. 그러던 어느날 그 미국 사람이 파산을 했다는구나. 호텔 숙박비도 내지 못하고 자신이 데리고 있던 검은 개인 페킨스와 함께 고국으로 돌아갈 차비도 없었던 거야. 그래서 친절한 치프리아니가 그 미국 사람에게 5천달러를 빌려주었대. 손님한테 빌려주기엔 너무 큰 돈이었지. 그 돈으로 피커링이라는 사람은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 하지만 부쳐 주겠다던 돈이 오질 않았대. 결국 치프리아니는 포기하고 말았지. 그런데 2년이 지났을까? 그 호텔 바 문 앞에 누가 서 있었는지 알겠니? 바로 해리 피커링이었어!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고 해. ‘여기 5천 달러를 가지고 왔습니다. 돈이 없어 쩔쩔맬 때 돈을 빌려 주셔서 그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 2만 달러를 더 준비했습니다. 다만 한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이 2만달러로 이 바를 사십시오. 그래서 ’해리의 바‘라고 이름을 바꾸어 주십시오.’ 그래서 치프리아니는 그렇게 했단다. (p78-79)

 

축생 홍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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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0-2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붉은 돼지님의 베니스 소개가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보다 재밌게 다가옵니다. 즐거운 토요일 오후 되세요^^:

붉은돼지 2016-10-23 09:46   좋아요 1 | URL
어린이책이 괴테선생에게 비할 바는 아니겠으나 나름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호랑이님 따님에게 읽어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10-22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걀부인 님은 좋이시겠습니다. 훌륭한 소생을 두어서 말이죠.. ㅎㅎ

붉은돼지 2016-10-23 09:49   좋아요 0 | URL
곰곰발님과 달걀부인님은 의남매지간이니... ㅎㅎ 소생은 뭐 곰발님의 소생이기도 하고....
나아가 알라딘 독자제위 무림 강호제현의 소생이라는...소생이고 싶다는 그런 소견이옵니다. ㅎㅎ

북프리쿠키 2016-10-22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니스의 지도를 보고 있자니
이탈리아내 또 다른 장화 하나가 보이네요ㅎ

베니스는
시오노나나미 여사의
<바다의도시이야기>
에서 많이 알게 되었는데 홍돈님 덕분에
이 책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ㅎ

붉은돼지 2016-10-23 09:51   좋아요 1 | URL
지도를 가만히 보니 그렇게도 보이는군요..ㅎㅎㅎ

이 책이 어린이용이어서 <바다의 도시이야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저는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

달걀부인 2016-10-22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글 제목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쨌든 ˝기억˝이란 재미있는 것 같네요. 그 기억이 이렇게 연결되어 착각을 일으키다니. 그래서 추억은 다시 그것이 현재로 반복되지않을때 아름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덕번에 얼결에 베니스여행 잘 다녀올것 같네요.

붉은돼지 2016-10-23 09:54   좋아요 0 | URL
기억이 이렇게 저렇게 연결되어 착각을 일으킬 수도 있긴한데요...이 착각을 사실이라고 굳게 믿어버리면 참 곤란한 일이 생길 것 같아요...

베니스는 무더운 휴가철말고 좀 조용할 때 한번 조용하게 다녀왔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은 하지만...그게...참 쉬운 일은 아니죠..

moonnight 2016-10-23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이 책이 이렇게 알찬 여행기라고는 생각도 못했네요. 그냥 그림책인 줄 @_@;;저도 읽고 싶습니다.
축생홍돈에서 소리내어 웃었습니다. 호호^^;

붉은돼지 2016-10-23 09:56   좋아요 0 | URL
아이와 같이 읽기에는 참 좋은 거 같아요...양에 비해서 알찬 내용인 것은 맞는거 같아요...베니스에 대해서 세세하게 자세하게 다 알져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중요한 부분들은 다 한번씩은 언급하는 것 같아요. ^^

양철나무꾼 2016-10-25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잼나요.
제가 달걀부인 님은 아니지만, 이토록 멋진 베니스여행이라면,
님을 백번도 용서할 수 있겠습니다~^^

붉은돼지 2016-10-25 14: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미천한 축생을 너그러우신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니 이 뚱땡한 몸을 어데 두어야 할지 고저 황망할 따름입니다. 호호호호호호호호호홍ㅇㅇㅇㅇ
 

강호제현께옵서 살펴 아시다시피 동방불패는 <규화보전>이라는 절세의 무공비급을 얻어서 용맹정진 수행한 결과 결국 초절정 무림고수가 되기는 되었으되 아뿔사 그만 불알이 떨어지고 말았던 것이니, 뭐 세상만사 천지만물 모든 것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뭐든지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내 줘야하는 것이 무림뿐만아니라 인간세 전체를 지배하는 이른바 ‘쎄미쎄미법칙’이란 것이다.

 

소생이 이 이야기를 왜 하는고 허니, 소생이 연전에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라는 -일명 ‘동시십독법’- 비급을 얻어 땀을 비오듯 줄줄흘리며 열심 수행하여 몇 년째 시전 중이나 어찌된 심판인지 갈수록 초절정 독서고수가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상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운기행공의 잘못으로 인한 일종의 주화입마라고 할수도 있겠다. 그 부작용이란 것은 말하자면 ADHD 비슷한 것인데, 소생은 ‘집중력결핍 과잉독서장애’라고 이름을 붙였다. 뭐 하나 진득하게 읽지를 못한다. 이 책을 들어 10여분 보다가 다시 저 책을 펼쳐 10여분 읽고, TV를 보며 뒹굴다가 또 다른 책을 들어 20여쪽 읽다가 집어던지고는 또 다른 책을 펼쳐 10쪽 정도 읽고......침대에 누워서는 또또 다른 책을 읽는 것이다. 뭐 하나 내조지는 것은 없고 새로 시작하는 책은 부지기수다. 쌓이는 것은 책탑이요 온 집구석에 소생이 보다만 책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뭔가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생 나름의 소견이다. 십독법인지 뭔지 시연은 이제 그만해야할 것 같다. 계속하다가 혹시 불알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두려워서 그러는 건 아니다. 뭐 붙어있어봐야 거추장스럽게 달랑거리기나할 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물건이다.    

 

그건 그런데, 그렇다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금회 십독법 시연에 동원된 책들을 일일이 한번 불러 모아본다. 독후 혹은 독중 감상이라기 보다는 그냥 이때는 이런 책을 읽었다는 독서의 기록이다.  

 

<모던타임스 1>

521쪽까지 읽었다. 사람도 물론이지만 책과도 인연이 있는 모양이다. 이책은 사실 수년전에 구입은 했으나 읽지는 않았고 그후 중고로 팔아먹었던 책인데, 지금 다시 구입해서 읽고 있다. 저자가 거의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등장 인물들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등장 인물들은 뭐, 레닌, 스탈린, 처칠, 루스벨트, 히틀러, 뭐 등등 그런 사람들이다. 소생이 그 함자(銜字)야 숱하게 들었지만 뭐하나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그런 인사들이다. 이 것을 읽다보니 얼마전에 나온 ‘제2차대전(전3권)’을 구입하고 싶다. 아주 오래전에 소생 집에 ‘제2차세계대전’이라는 20권짜리 하드카버 전집이 있었는데 깨알재미가 아닌 깨알글씨의 두단락 세로쓰기였는데 그 책은 누구의 작품인지 궁금하다.

 

 

 

 

 

 

 

 

 

 

 

 

 

<식물의 사생활>

일찍이 법국(法國)에 소개되어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고도 하는 등등 하도 유명하다고 해서 읽어본다본다본다본다본다하다가 이제야 읽게되었는데, 소생이 어렴풋이 기대하고 생각했던 그런 식물의 사생활이 아니어서 조금 당황했다. 뭔가 소생과는 쿵짝이 쿵짝쿵짝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지 이상하게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시작한지 두달이 넘었는데 아직 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주인공의 형이 걸린 그런 해괴한 병이 정말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스코어는 87쪽

   

 

 

 

 

 

<사피엔스>

근자에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베스트셀러인데, 가당찮은 것이 뭔 생각인지 읽지않고 버티고 있다가 유시민의 <공감필법>을 읽고서야, 아아아 유시민 같은 인사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는데, 감히 축생 따위가...하면서 시작했다. 초반은 나름 흥미진중하고 중반 넘어오니 흥미가 좀 떨어진다. 연이나 이 책은 소생에게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소생은 (일례로) ‘아우슈비츠’ 같은 것을 겪고도 과연 인간의 역사란 것이 발전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항상 의문이었으나 하라리는 여기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거대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그러니깐 인공위성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그런 시점에서 볼 때, 수백만년에 걸친 인류역사는 분명하고 확실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312쪽까지 읽었다.

 

 

 

<자금성, 최후의 환관들>

목하 텔레비전에서 절찬리에 방영중인 ‘구르미 어쩌고’를 아내는 필사적으로 본방사수하고 있고 덩달아 혜림씨도 뭘 아는지 모르는지 역시 좋아라해서 월화요일 저녁이 되면 두 모녀가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입을 딱 벌리고 침을 질질흘리며 보고 있다. 소생은 이 드라마를 보지않고 있지만 역시 알게모르게 영향을 받았는지 어느날 문득 알라딘에서 <자금성, 최후의 환관들>, <서태후와 궁녀들>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구매하고 말았다. 지금 38쪽을 읽고 있는데 생각만큼 흥미있지는 않다. <자금성의 황혼>을 구입하면 한세트 완비되겠다. 이 책들 다 읽고 영화 <마지막 황제> 봐주면 더욱 깔끔할 것 같다. 펄벅여사도 서태후에 대한 책을 썼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기는 하나 거기까지 나아갈 여력은 없다.

 

 

 

 

 

 

 

 

 

 

 

 

 

 

 

 

 

 

 

 

 

 

<그리스의 끝 마니>

현재 132쪽까지 읽었다. 마지막으로 읽은 게 3~4주는 넘은 것 같다. 앞의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비잔티움의 부활’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장은 기억에 일부 남았다. 비잔티움의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누스11세의 후손에 대한 작가의 상상이 끝없이 펼쳐진다. 마니는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반도에서 삼지창처럼 생긴 세 개의 반도 중에 가운데 가운데 지역을 일컫는 지명이다. 그리스의 삼지창이라면 역시 아토스산이 있는 할키디키 반도가 정말 완전한 삼지창이다. 지도를 한번 보시라.

 

 

 

 

 

 

 

<공부의 시대>

‘집중력결핍 과잉독서장애’의 병중에도 이 세트 5권은 다 읽었다. 요건 분량이 적어서 금방 읽힌다. 다섯권이지만 사실 한권으로 만들어도 충분할 것 같다. 유시민의 <공감필법>을 읽고 <사피엔스>를 읽을 생각을 했고 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를 읽고 <바람의 열두방향>을 읽을 생각을 했다.

 

 

<부의 도시 베네치아 >

독서에 착수한지 한 두달은 된 것 같다. 현재 스코어는 179쪽이다. 베네치아가 아드리아해의 여왕으로 군림하게 되는 그 초석이 되었던 사건 제4차 십자군에 대한 부분을 읽고 있다. 제4차 십자군은 이교도를 물리치고 성지를 탈환하기 위한 신의 군대가 아니라 베네치아 1000년 역사에 있어 가장 놀라운 인물인 단돌로 도제의 손에서 놀아난 용병에 다름 아니었다.

 

 

 

 

 

 

 

<이스탄불의 사생아>

소생의 관심사인 ‘이스탄불’ 때문에 구입한 소설이다. 혹시 이스탄불에 대해서 뭐 하나라도 더 주워들을 게 있나 싶어서 읽고 있다. 현재 45쪽. 내용은 도발적이다. 이스탄불에 사는 18세 여성이 산부인과에서 보호자도 없이 낙태를 하러 가는 이야기가 처음에 나온다. 스팍의 소설은 <40가지 사랑의 법칙>도 구입은 해 놓고 있다. 이슬람 신비주의 루미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의 서두에 등장하는 루미의 시 구절 한편을 소개한다.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빛과 와인, 석류꽃 향기가 가득하네요.

당신께서 오시지 않으시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요

그리고....

당신께서 오신다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요

- 루미

아아아아 이런 것이 이슬람 신비주의라면 누군들 빠지지 않으리오..

 

 

<바람의 열두방향>

17편의 단편이 장전되어 있다. <샘레이의 목걸이> 한편을 읽었다. 아름답고 고귀한 신분의 한 외계 종족 여인이 가문의 보물인 목걸이를 찾아 떠난 며칠간의 여행 혹은 모험에 대한 이야기다. 결론은 아름다운 보석과 십년 세월을 맞바꾼 것이니 문득 모파상의 소설 ‘목걸이’가 생각난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섬레이의 목걸이’는 바로 르귄의 헤인시리즈의 시작인 <로케넌의 세계>의 프롤로그가 되겠다. 이거 시작하면 한정없게 된다. 정말.

 

 

 

 

 

 

 

 

 

 

 

 

 <네 멋대로 읽어라>

처음에는 말하자면 팬심으로 시작했지만 읽다보니 재미가 점점 솔솔라라해져서 ‘집력결핍 과잉독서장애’의 발작 와중에도 지난 일요일 끝내 내쳐 다 읽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여러 작가들의 강연회 등에 쫓아다닌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강연회 같은 곳에서는 아무래도 책 내용이외에도 한두가지 더 얻어들을 것이 있는 법이다.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적지않아서 책을 다 읽고나니 왠지 스텔라님과 훨씬 더 가까운 사이가 된 듯하다. 물론 이건 소생 혼자의 생각이겠지만 말이다. 어쨋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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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10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의 유혹이 너무나 강해서 십독법 끊기 힘들 것 같은데요. 후유증인거죠. 제가 그 금단 현상을 느꼈어요. ㅎㅎㅎ

붉은돼지 2016-10-10 19:59   좋아요 0 | URL
이 책 저 책 순간적으로 흥미가 가는 책들을 마구잡이로 읽다보니 정리도 안되고 정신만 사나운거 같아요 ㅜㅜ
앞으로는 한 두 권 정도로 해서 다 읽고 다른 책을 시작해야겠어요 ^^

쿼크 2016-10-10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북으로 읽으면서부터 이런 증상들이 심해졌어요..ㅠ

붉은돼지 2016-10-10 20:39   좋아요 0 | URL
아 이북은 역시 더 그렇겠군요..인터넷 서핑하듯 이리저리 왔다갔다 할지도....

가넷 2016-10-10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붉은돼지님과 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네요. <바람의 열 두 방향>을 언급했다는 책의 저자가 김영란 대법관 말씀하시는 거죠? 어떤 맥락에서 언급한건지 궁금해지네요..^^ 그나저나 <바람의 열두방향> 재미있죠. 초판이 나온게 2004년도였는데 나오자 마자 용돈으로 구입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에 표지를 일신해서 나온 판도 구입을 했네요. ㅎㅎ

붉은돼지 2016-10-10 20:52   좋아요 0 | URL
그럼 전염병 ㅋㅋ
맞아요 대법관 김영란. 처음엔 르귄의 장편 `빼앗긴 자들` 들 이야기하다가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왔고 이게 열두방향에 수록되어있다고.....

yureka01 2016-10-10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협지 한편 쓰셔도 될듯^^.

붉은돼지 2016-10-11 12:02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요즘 무협지 생각이 나서...
그제부터는 봉신연의를 읽고 있습니다.^^

moonnight 2016-10-10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죄송스럽게도, `거추장스럽게 달랑거리기나 할 뿐`에서 크게 웃고말았어요 ㅎㅎ;;ㅜㅜ;;
제가 읽은 책이라곤 식물들의 사생활 밖에 없네요. ^^; 저도 여러권의 책들을 동시에 들춰보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한 권씩 한 권씩으로 돌아왔어요. 저와는 안 맞는 것 같아서요.
어려워보이는 책들을 즐겨 읽으시는 붉은돼지님. 존경합니다@_@;;;;
프랑스를 법국이라 하는 것도 첨 알았어요. 존경2@_@;;;;;

붉은돼지 2016-10-11 12:04   좋아요 0 | URL
역시 욕심을 내면 안되는 것 같아요...앞으로는 그냥 한권씩 한권씩 읽어야겠어요^^

독일은 덕국(德國) - 떡국이 아니고요 ㅎㅎ - 이라고 합니다.
뭐 별거아닙니다....중국어 조금만 배우시면 다 나옵니다.^^

마립간 2016-10-10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赤亥 님, 同時 十讀法에 依한 走火入魔에 대해 不敏한 閑良의 所見을 더하면 抄書라는 運氣調息을 통해 集中, 沒入, 三昧, 無我로 나아가면 能히 走火入魔를 克復하고 超絶頂 高手가 되실 것으로 思慮됩니다. 酒卒를 꿈꾸는 畏酒의 拙見입니다만.

웃자고 쓴 댓글입니다.^^

붉은돼지 2016-10-11 12:09   좋아요 1 | URL
아이고 마립간 님...해독하는데 몇날몇일 걸렸습니다. ㅎㅎㅎㅎ
주졸과 외주 관련해서는 인터넷을 뒤져보니 주도단계에 대하여 여러 학설들이 난무하더군요...
홍돈과 적해의 차이에 대해서 잠깐 또 생각해봤습니다만..역시 아둔한 축생의 소견이 가 닿지 못했사옵니다.

마침 알라딘의 짱구아빠 서재에 주도단계에 대한 페이퍼가 있어 옮겨 봅니다. http://blog.aladin.co.kr/713320193/551850

주졸(酒卒)의 단계

1단계: 不酒(불주) - 술을 못먹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안먹는 사람

2단계: 畏酒(외주) - 술을 마시지만 술을 겁내는 사람

3단계: 憫酒(민주) - 마실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4단계: 隱酒(은주) - 마실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지만 돈이 아까와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단계: 商酒(상주) - 마실줄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사는 사람

6단계: 色酒(색주) - 색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7단계: 睡酒(수주) - 잠이 오지 않아 술을 마시는 사람

8단계: 飯酒(반주) - 밥맛 돋구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9단계: 學酒(학주) - 술의 진경을 배우는 酒卒의 마지막 단계


주도(酒道)의 단계

10단계: 愛酒(애주) - 술을 취미로 마시는 사람 (酒道입문 - 1단)

11단계: 嗜酒(기주) - 술의 미에 반해 술을 즐기는 사람 (주객酒客 - 2단)

12단계: 耽酒(탐주) - 술의 진경을 터득해 술을 탐하는 사람 (주호酒豪 - 3단)

13단계: 暴酒(폭주) - 마구 마셔대면서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 (주광酒狂 - 4단)

14단계: 長酒(장주) - 오래 오래 마시면서 주도 삼매경에 접어든 사람 (주선酒仙 - 5단)

15단계: 惜酒(석주) - 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까와 하는 사람 (주현酒賢 - 6단)

16단계: 藥酒(약주) - 마셔도 그만 안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주성酒聖 - 7단)

17단계: 觀酒(관주) - 술을 보고 좋아하되 이미 마실 수 없는 사람 (주종酒宗 - 8단)

18단계: 廢酒(폐주) - 술로 말미암아 다른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 - 9단)


마립간 2016-10-11 12:54   좋아요 0 | URL
제가 친절하지 못했군요.^^

오히려 미야자키 하야오 紅豚과 구분하기 위해 적해를 사용했습니다. `돈`이 너무 구상적이라서요.

마립간 2016-10-11 13:05   좋아요 1 | URL
조지훈 선생님의 주도 18단계는 바둑의 별명을 본떠 지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단 수졸守拙, 2단 약우若愚, 3단 투력鬪力, 4단 소교小巧, 5단 용지用智 6단 통유通幽, 7단 구체具體, 8단 좌조坐照, 9단 입신入神

시이소오 2016-10-10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 소생과 축생은 붉은돼지님의 전유군요. 부럽사옵니다 ^^

붉은돼지 2016-10-11 12:11   좋아요 0 | URL
처음에는 소생으로 시작했사온데.....진화 대신 퇴화를 거듭하여 언제부턴가 축생이 되고 말았습니다. ㅜㅜ
시이소오님도 지성을 지성으로 드리시면 후생에는 아마 축생으로 환생하실 수도 있을 것이옵니다. 호호호

2016-10-11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1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10-13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 십독법을 버리시는 건가요ㅠ? 함께 수련을 연마하던 맹우가 떠나는 듯한 아픔입니다. 저도 요즘 다시 십독법의 부작용을 느끼고 있습니다. `주의력결핍 과잉독서장애` 를 겪고 있습니다ㅠ

붉은돼지 2016-10-14 10:58   좋아요 2 | URL
저야 뭐 능력이 안되어서 포기하는거구요....고라님께서는 부디 포기하지 마시고 용맹정진하시어 무림 최강고수가 되시길 기원하옵니다. 만독불침의 금강불괴지신이 되시길...말이 되는 소린지??? ㅎㅎㅎㅎㅎ

레삭매냐 2016-10-18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니, 그리스의 끝> 구해서 오래 전에 읽다가
접어서 다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네요.

피에 피를 씻는다는 혈수 그리고 죽음을 애도하는
애가 정도가 기억에 남는 것 같슺니다.

자극 받아 다시 조금씩이라도 읽어야지 싶습니다.

붉은돼지 2016-10-19 09:29   좋아요 1 | URL
이 페이퍼 쓴 이후로 `마니`는 더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어요
또 다른 책을 시작한 것도 한두권 되고 해서
이 `마니`는 그만 포기해야만 할 것 같아요 ㅜㅜ
어쩌면 한두달 뒤에 이어서 또 시작할지도 모르구요..ㅎㅎㅎ...
아 정말 중구난방으로 책 읽은 습관을 좀 고쳐야겠어요...

transient-guest 2016-10-21 0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인 서태후` 좋습니다. 저도 다독을 하는 편인데 법칙은 따로 없고, 가끔 눈이 가는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다른 책을 건드리지 않기도 합니다.ㅎㅎ

붉은돼지 2016-10-21 11:02   좋아요 2 | URL
`연인 서태후` 표지는 좀 유치한데 내용은 좋은 모양입니다. 저도 이제 님처럼 뭐 하나 정해서 정주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종목을 하나 정하고 곁가지로 에세이 같은 거 같이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돼지 귀가 워낙에 팔랑귀여서 뭐 하나 주워들으면 참지 못하고 냉큼 또 사서 봐야하니.....

고양이라디오 2016-11-10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립니다ㅎ 안 읽은 글인가 싶어서 왔다가 읽은 것을 확인하고 갑니다^^ 제가 기억력이 한 달이 안가네요ㅠ

붉은돼지 2016-11-16 13:0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고라님....저는 한 달을 채 못 버티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ㅜㅜ

서니데이 2016-11-10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립니다.^^

붉은돼지 2016-11-16 13:0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
 

동물원 기행을 읽었다. 제목이 동물원 기행이어서 독자들은 아마 세계 유명 동물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동물원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가이드 같은 소개를 기대하면 헛다리를 짚게된다. 이 책은 동물원이 아니라 바로 동물에 대한 이야기고 특정 동물과 이런저런 사정으로 연결된 온갖 문학, 예술, 음악, 정치 등에 대한 이야기여서 읽어보면 재미가 솔솔하다. 아하!!! 이런 것도 있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책은 목차를 일견하시면 아시겠지만(존칭을 이렇게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일견하면 아시겠지만이 맞는 것도 같고...) 런던동물원, 파리식물원, 베를린 동물원 등 세계 유명 동물원 14곳을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이 책에는 돼지, 거북이, 고릴라, 오카피, 북극곰, 코뿔소, 토끼, 고양이, 너구리, , 캥거루, 비둘기, 고래(모비딕), 늑대, 당나귀, 판다, 백로 등의 짐승들이 출연하고 이들과 꿍짝이 된 온갖 기이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작가 나디아 허는 소생과 연배가 비슷한 대만의 여성 작가인데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 찾아보니 번역된 것이 없는 것 같다. 재미있는 동물 이야기 몇 개 옮겨본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에 등장하는 모비딕은 수컷 향유고래다. 오늘날에는 가장 위대한 미국소설로 평가받고 있지만 멜빌 생전의 평가는 아니다. 멜빌 사후 17년이 되어서야 드높은 문학적 지위를 인정받았다. 모비딕 출간 첫해에는 달랑 다섯권이 팔렸다고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벅스’의 상호는 포경선 피쿼드 호의 일등항해사인 스타벅에서 가져왔다.(스벅 로고에 등장하는 봉두난발의 여인은 아시다시피 사이렌으로 바로 에게해 바다에서 오딧세우스를 유혹하던 그 앙큼한 바다의 요정이다. 오딧세우스는 돛대에 묵여있어 어쩔 수 없었지만 보통 뱃사람들은 사이렌의 노래에 혹해 모두 불귀의 객이 되고만다. 뭐 사이렌의 주술때문은 아닐 것이나 어쨌든 스벅에 혹한 사람들 많긴 하다.) 미국의 세계적인 뮤지션 리처드 멜빌 홀의 예명이 모비라고 한다. 음악에 문외한인 소생은 금시초문의 인사다. 이름중에 멜빌에 주의하시라. ‘모비는 허먼 멜빌과 먼 친척 관계다. 모비의 고조할아버지의 친형제가 바로 허먼 멜빌!!!이다. MTV 시상식에서 한 사회자가 당신은 딕(영어에서 남성의 생식기를 뜻하는 비속어)이 없는 모비구만 크크크힌소리를 하기도 했다. 모비가 1999년에 발표한 <플레이>는 전세계적으로 1200만 장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일본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해적선은 모비딕 호다.(‘모비딕의 부활’ P273-281)

 

    

 

 

 

 

 

 

 

 

 

 

 

판다는 육손이라고 한다. (육손하면 삼국지의 영웅 관우를 잡은 동오의 어린 천재 육손이 먼저 떠오른다.) 판다는 식육목에 속하는 동물이지만 대나무만 먹는데, 대나무를 먹기 위해 원래 있던 다섯 손가락 말고 특별히 엄지 손가락을 하나 더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 엄지는 진짜 손가락은 아니고 요골종자골이라고 하는데 곰과 동물에게도 있지만 판다만 특히 길게 뻗어나와 윗부분에 살이 붙으면서 미끄러운 대나무를 꽉 움켜쥘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해서 판다는 대나무를 깨끗하게 먹어치울 수 있게 되었다. 스티븐 제이 굴드 판다의 엄지라는 유명한 책도 있다고 하니 참 축생의 무지가 부끄럽다. 힘내라 티라노사우르스(이건 아닌데...)’여덟마리 새끼 돼지 어쩌고하는 책을 가지고는 있으나 아직 읽어보진 못했다. 힘내야 겠다. 분발해야겠다. 판다의 작명에 무슨 짝짝이 쿵짝 원칙이라도 있는건지 왜 판다의 이름은 모두 밍밍’, ‘핑핑’, ‘텐텐’, ‘쟈쟈이런 식으로 짓는지 모르겠다. (‘판다의 정치인생’ P335-342)

    

 

 

 

 

 

 

 

 

 

 

 

 

낙타 편을 읽다가는 낙타의 외형은 광활한 사막처럼 크고 고요하며, 단순하고 신비롭다. 어른 쌍봉낙타는 혹까지 치면 키가 2미터 이상이고 눈동자에는 가늠할 수 없는 이슬람의 깊이가 서려있다.”는 대목에 이르러 소생은 그만 소생의 퉁실퉁실한 궁뎅이를 찰싹찰싹하고 세게 때리고 말았다. ‘가늠할 수 없는 이슬람의 깊이가 서려있는 눈동자라니...아아아아아아앙 너무 멋진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나디아 허가 942년 고려에서 있었던 비극적인 낙타학살사건을 알았다면 반드시 언급했을 것이다. 뭐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942년에 거란이 낙타 50마리를 고려 태조 왕건에게 선물로 보냈는데 왕건은 이 낙타들을 개성의 만부교 다리 아래에서 굶겨죽였다. (국사시간에 배웠다. 거란과 고려는 원수지간이다. 왕건의 그 훈요십조에도 나온다.) 그때 억울하게 죽은 낙타의 원한이 수백년 시간을 뛰어넘어 이 남조선에 메르스 사태를 유발했다는 것은 물론 혹세무민하는 괴담일 것이나 굶어죽은 낙타가 불쌍하긴 하다. 말없는 짐승이 무슨 죄인가. 참고로 링크를 걸어봅니다. 소생의 한심한 페이퍼 만부교 사건과 영국개 소동http://blog.aladin.co.kr/733305113/7675178 (‘흐느끼는 낙타’ P297-301)

 

첨언 : 이건 낙타에게 심히 모욕적인 비유일 것이나(어쩌면 낙타가 보람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낙타 개개의 취향에 따라 감상이 다를 수 있겠다.) '낙타눈깔'이라는 오묘한 물건이 있다. 모양이 낙타의 눈썹과 눈을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일 것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아 이것이 과연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궁금하신 분들은 황석영의 단편집 <삼포가는 길>을 보시면 되겠다. 그 안에 '낙타누깔'이라는 단편이 있다. 일독하시면 궁금증이 확 풀릴것이오다. 소생이 고딩 때 저 소설을 읽고 아아 낙타누깔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정말 많이 궁금했었는데(소설을 읽으면 대충은 알 수있지만 세세한 모양 같은 것은 알 수 없다.) 나이를 점점 먹고 견문이 차차 넓어(?)지다 보니 자연 알게되었다. 더불어 인생 뭐 너무 안달복달할 필요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린왕이라는 코끼리의 인생유전도(아니 축생유전이라고 해야하나)도 구구절절 구절양장 꼬인 인생이 기구하다. 코끼리 린왕(林旺)19171029일에 태어났다. 국민당 군대가 중국과 인도 국경의 산악지대에서 일본군이 남긴 한 무리의 코끼리를 발견했는데 그 중 한 마리가 린왕이다. 이 코끼리들은 국민당 군대에 편입되었고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쓰촨까지 걸어서 갔다. 총포와 양식을 운반했고 광저우의 항전열사기념비를 세우는 일도 도왔다. 서커스 공연까지 했다. 타이완의 장군 쑨리런의 명령으로 군용선을 타고 타이완에 왔을 당시 동료 코끼리 12마리는 모두 사망한 상태였다. 1954년에 위안산동물원에 입주했고 미얀마에서 온 세 살짜리 어린신부 마란과 결혼도 했다. 나이 차이가 무려 서른 네 살이었다. 이 퇴역 군인(린왕의 몸에는 살주발모(殺朱拔毛)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주덕을 죽이고 모택동을 제거하자는 뜻이다..)에게도 좋은 시절이 오는가 싶었는데 대개 그렇듯이 곧 병이 왔다.

 

대장에 혹이 생겨 1969년에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당시의 의학수준으로 거대한 코끼리를 전신마취할 방법이 없어 꽁꽁 묶어놓고 그냥 생짜로 수술을 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린왕은 성격이 몹시 포악해져서 수의사와 사육사만 보면 거의 미쳐 날뛰었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동남아에서 온 어린 신부를 발로 걷어차 도랑에 처박기도 했다. 박복한 동남아 신부 마란은 늙고 괴팍한 남편의 폭력과 폭언 때문인지 2002년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일 년뒤인 2003년에 린왕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6. 세계 최장수 아시아코끼리로 기록되었다. 헤밍웨이는 '흰 코끼리 같은 언덕들'이라는 아주 짧은 단편 소설을 썼는데 이는 단편집 여자없는 남자들에 수록되어 있다. 하루키는 여기서 제목을 받아와 역시 단편소설집 여자없는 남자들을 출간했다. 모두 읽어보지 못했다. 소생이 전에 페이퍼에서 언급했듯이 조선에도 린왕 못지않은 기구한 팔자의 코끼리가 살았는데 역시 나디아씨가 알았다면 참지못하고 소개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링크합니다. 소생의 한심한 페이퍼 코끼리를 부탁해http://blog.aladin.co.kr/733305113/7675518 (‘코끼리 린왕의 고단한 삶’ P372-375, ‘런던거리의 붉은 코끼리’ P268-272)

 

 

 

 

 

 

 

 

 

 

 

 

일종의 데이트 폭행사건도 있었다. 1996년 베를린동물원에서 태어난 고릴라 보키토는 체중 180kg, 180cm의 건장하고 늘름한 설버백 고릴라로 성장한다.(설버백은 일종의 위계를 나타내는 말로 성년 숫컷을 뜻한다. 열두살이 되어야 등의 털이 은백색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후 거쳐를 옮겨 네덜란드 로테르담동물원에 들어간 보키토는 20075월 어느 햇살 따뜻한 휴일, 4미터 높이의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한 여성을 공격했다. 여인을 물고 때리고 내동댕이치고 몇 십미터 끌고 다니기까지 했다. 여성은 전신에 다수의 골절상을 입고 물어뜯긴 곳이 100군데가 넘었는데도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신기한 일이다. 이 여성은 일주일에 평균 네 차례나 동물원을 찾아와 유리를 사이에 두고 고릴과와 애정어린 눈빛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사건후 한 인터뷰에서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제가 미소를 보이면 그도 저를 향해 웃었어요 우리 둘은 마음이 통하는 사이였어요호사가들은 보키토가 마치 저 영화 속의 킹콩처럼 인간 여성과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유리너머의 그녀를 차지할 수 없어 분노가 폭발하였다는 것이다. 동물원장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보키토가 이 여성에게 감정적 영향을 받은 것은 확실하다고 인정했다. “왜냐하면 그 여성이 늘 보키토에게 등을 돌린 채 자리를 떴기 때문입니다.” 이런 행동이 보키토에게 큰 좌절을 느끼게 했고 좌절이 쌓여 분노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분노가 엄청났던 모양이다. 4미터의 울타리를 뛰어넘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고릴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위험하다고 하여 이른바 보기토 안경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 안경은 그해 칸 국제광고제에서 프로모션 상품 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사랑에 빠진 실버백 고릴라' p110-115)

 

보키토 안경이다. ㅋㅋㅋㅋ

 

이외에도 베를린 동물원의 유명한 북극곰 크누트 이야기, 한 아종의 종손으로 200여년을 살다가 홀로 멸문지화를 감당한 외로운 거북이 조지 이야기,  ‘핑크 플로이드의 열 번째 앨범 애니멀스의 표지에 나오는 분홍색 돼지 이야기, 헤밍웨이와 투우이야기,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과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에 등장하는 늑대 이야기, 돈키호테도 타고 예수도 탔던  나귀’(왜 아름다운 백마가 아니라 볼품없는 나귀인가???)에 대한 이야기 등등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소생은 너구리편을 읽다가 관한경의 <원잡극선>을 읽어볼 마음이 불현듯 동해서 서둘러 장바구니를 펼쳐서 담기도 했다. 동물애호가라면 반드시 이 책 <동물원 기행>을  일독해야한다. 동물애호가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결코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뭐 실망한다고 해도 소생이 어찌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인간도 결국은 동물이어서 그런지 동물들을 우리에 가두어놓고 구경하는 것에는 어떤 불편한 느낌이 있다. 교육, 연구, 보호 또는 보존의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야생의 동물들을 특정한 공간에서 인위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이 불편하다. 이건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언젠가 돌고래 쇼를 보면서 아아아아아아아 돌고래들도 먹고 살기위해 참 열심히 일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쇼 관람이 즐겁지만 않았던 기억도 난다. 희귀동물 또는 멸종위기 동물 보존에(나아가 생태계 보존에) 기여하고 있다는 논리도 무슨 제국주의가 식민지의 산업, 경제, 정치 발전에 일조하였다는 그런 주장과 비슷한 거 같아 역시 마음에 썩 내키지 않는다.

 

잔혹한 인간들의 무자비한 밀렵으로 참혹하게 죽어나간 동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뿔만 잘린 코뿔소의 사체들(만병통치약으로 잘못 알려져 일부 지역에서는 금보다 더 비싸다는 코뿔소의 뿔은 인간의 손톱과 비슷해서 아무런 약효가 없다. 금보다 싸게 줄테니 누가 내 손톱 좀 사갔으면 좋겠다....) 지느르미만 잘린 채 죽어자빠진 상어들, 상아가 뽑힌 코끼리, 오로지 쓸개를 파내어 먹기 위해 곰을 죽이는 쓸개빠진 인간들........ 항상 그렇듯이 탐욕 때문에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도 인간이고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도 인간이다. 한쪽 구석에서는 서로 쑤시고 찌르고 피와 살이 사방으로 튀고 그야말로 유혈이 낭자한데 다른 한쪽 구석에서 서로 끌어안고 참회하고 용서하고 헌신하고 희생하며 눈물 콧물이 철철 줄줄 넘쳐흐른다. 참으로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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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2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팅 글읽기는 죽죽 내려 갑니다만, 흥미와 재미가 있네요..그런데 생각할 것들도 등달아 올라오네요. 벽이론이죠.. 어느 한쪽은 벽을 쌓고 ,,다른 한쪽은 벽을 허물고.. 탐욕과 박애의 교차선상에서 서 있는 인류의 존재가치가 뭘까 생각해보게 하는 책 포스팅입니다..잘 읽었습니다~ㄷ

붉은돼지 2016-09-28 18:46   좋아요 2 | URL
벽이론이라고 하는군요...인간은 정말 알 수 없는 동물이에요... 호모 사피엔스를 동물원에 가두어놓고 연구를 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ㅋㅋㅋ

nomadology 2016-09-28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소개 언제나 감사합니다.

붉은돼지 2016-09-28 21:30   좋아요 0 | URL
개인 취향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아마 실망하시지는 않을 거에요. 우리도 동물이라 그런지 동물싫어하는 사람 별로 없더라구요 ^^

고양이라디오 2016-09-28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어 보이는 책소개 감사합니다^^ 보키토 안경 갖고 싶네요ㅎ

붉은돼지 2016-09-29 08:44   좋아요 1 | URL
인터넷에 보니 우리나라 동물원에서도 저 보키토 안경을 판매한 적이 있더군요. ^^

고양이라디오 2016-09-30 16:02   좋아요 0 | URL
보키토 안경을 쓰면 모두가 한가족처럼 보이는군요... 지구촌을 하나로 묶을 아이템이 틀림없습니다. 저거 하나면 모든 반목과 다툼이 없어질 것 같습니다ㅎ

단발머리 2016-09-29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 돼지님~~~
책소개인데 내용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요.
아침부터 즐겁습니다ㅎㅎ

붉은돼지 2016-09-29 08:45   좋아요 0 | URL
한번 읽어보시면 재미나고 안타깝고 슬프기도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컨디션 2016-09-29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두번에 나눠 읽었는데(어젯밤은 너무 졸린 나머지) 쾌감이 상당합니다. 참고도서는 붉금돼지님의 저변을 보여주는 듯 하고, 링크는... (아직 타고 들어가질 못해서 오늘 저녁에 보기로~) 더 기대됩니다 ㅎㅎ

붉은돼지 2016-09-29 08:59   좋아요 0 | URL
소생의 페이퍼는 그냥 뭐 <동물원 기행>에 나오는 몇 편의 이야기를 요약해 놓은 것입니다. 참고도서들도 거의 전부 이 책에 나오는 것들이구요...돼지의 저변은 아니에요.... 소생의 저변이 저리 고상할리는 없습니다. 소생의 저변은........ 뭐 다 똥밭이죠 ㅋㅋㅋㅋ(축사에 가보셨죠.....으윽......)

이 책에 나오는 돼지에 대한 부분 조금 소개해 드리죠...뭐 저하고는 조금 다른 점도 많은 것 같습니다만....
사람이나 돼지나 먹는 걸 좋아하지만 돼지는 절제를 모른다고 합니다. 사지가 골절될 때까지 먹어댑니다. 호색은 당연이니....일년에 세 차례나 새끼를 낳는다고 합니다.(저도 처음 알았어요..) 피곤하면 바로 누워버리고, 땀샘이 없어 덥기만 하면 진흙탕에 뒹글어야 상쾌해하고, 오르가슴을 30분 동안 느낀다고 합니다.(정말인가???) 그리고 돼지는 정말 똥오줌을 잘 싼다고 합니다......

아침부터 지저분한 이야기를 해서 송구하옵니다. ^^

붉은돼지 2016-09-29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황석영의 단편소설 한편이 생각나서 낙타부분에 일부 첨언을 하였습니다.

비로그인 2016-10-0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책에 대한 글 언제나 감사합니다.
붉은돼지님 좋은 하루되세요.

붉은돼지 2016-10-04 10:15   좋아요 0 | URL
알파벳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3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비 음악 즐겨들었는데 모비가 멜빌과 친척 관계였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 내용이어서 눈이 휘둥그레졌슺니다.. 그렇구나 1

붉은돼지 2016-10-04 10:18   좋아요 0 | URL
소생은 워낙에 음악에 문외한인지라 모비는 금시초문입니다.
혹 오다가다 주워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떵인지 된장인지 모르니 역시 안들어거는 마찬가지..
앞으로는 풍악에도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