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식사
사발에 담긴 둥글고 따뜻한 밥이 아니라
비닐 속에 든 각진 찬밥이다
둘러앉아 도란도란 함께 먹는 밥이 아니라
가축이 사료를 삼키듯
선채로 혼자서 허겁지겁 먹는 밥이다
고수레도 아닌데 길 위에 밥알을 흘리기도 하며 먹는 밥이다
반찬 없이 국물 없이 목메어 먹는 밥이다
울컥, 몸 안쪽에서 비릿한 설움 치밀어 올라오는 밥이다
피가 도는 밥이 아니라 으스스, 몸에 한기가 드는 밥이다
-제27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시인 시선집, 이재무'길위의 식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