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작업 中, 물을 마시러 나오다 수조를 들여다 보니.. 귀동이가 푸드팬스에 매달려 있는 팽군을 뜷어져라 쳐다보며 팽팽하게 갈등을 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수조에 사료를 넣어주면 정신없이 몰려 들어 먹이를 먹지만, 귀동이는 규칙적인 자신의 생활패턴을 영유하는지라 먹이도 꼭 푸드팬스에 와서 먹곤 한다. 그런데 수조 청소를 목적으로 함께 키우는 자홍달팽이 부부인 팽군과 팽이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채 꼭 귀동이의 푸드팬스에 남은 사료를 먹으며 나날이 거대하게 자라는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푸드팬스를 이리저리 끌고다녀 항상 엉뚱한 곳에 있다. 귀동이는 그것이 못마땅하고 자신의 사료를 늘 가로채는 그 한쌍의 몰지각한 양태가 싫은 듯 싶다.  그리고 또 한가지, 가끔 거품을 만들어 놓으면 그 부부가 다가와 거품을 다 망가뜨리는 일이다. 베타라는 어종은 원래 조용히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 어종이고 거품을 짓는 일은 수컷이 산란후의 거품집에 매달려 있는 새끼들을 극진하게 보살피고 지키는 일이거나, 아니면 우리 귀동이처럼 솔로인 경우에는 고양이가 캣 그라스를 좋아하는 이유처럼 가끔 알몬드잎을 띄워 주면 너무나 기분이 Up!되어 거품을 만드는데 그 거품을 얼마나 애지중지 하는지 거의 하루의 대부분을 거품집 아래서 지낸다. 그런데 팽씨부부는 빈번하게 그 거품집을 망가뜨리니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어느날, 그런 불상사가 벌어진 날..귀동이는 팽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접전을 벌이다 달팽이의 더듬이가 나오는 순간 꽉, 물어 버렸다. 그 순간 팽군은 툭, 떨어져 버리고~^^  귀동이는 단지 자신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싶을 뿐인데 자꾸 개념없는 달팽이 부부가 자신의 영역을 침해하는구나.

 물고기라고 감정이 없겠는가. 식물도 감정이 있는데. 살아 있는 것들은 다 감정이 있는데.

 언제나 바른생활 물고기인 귀동이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하는 달팽이부부의 생활을 보며 문득, 우리 인간의 삶의 양태를 떠올려 본다.

 그래도 다행한 일은 그런 갈등상황만 지나면 그들은 다시 언제 그랬냐는둥, 함께 어깨를 맞닿고 평화롭게 물속 생활을 다정하게 영유하는 것이다. 참 다행이고 정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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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물에 밥을 말아서 마리아의 오이지랑 자꾸자꾸 먹었다.

 오독오독하고 짭자름하니 싱싱하다. 

 마리아는 지금 하늘에서 그녀의 오이지로 밥을 먹는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빙긋이 웃으며 바라볼 것 같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山에 갔던 사람. 그 산에서 첫 번째 투병에 회복을 하고, 이번 두 번째 투병에서 살고자 하는 불타는 의지의 끈을 놓고 이젠 하늘에서 편히 쉬고 있을 것이다. 늘 그녀를 볼 때마다 온갖 생의 시련들을 끈질기게 이겨내며 항상 최선을 다해 살다 간 그 사람 앞에서  늘,  "나는 왜 저토록 열심히 살지 못하는가?" 부끄러웠던 사람. 그리고 그녀의 집에 가서 화분과 오이지를 가져와서 무침을 해 내게 가져다 준 H와 함께 밥을 먹으며 우리는 그녀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조금만 더 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금만 더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다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얘기를 했다. 그녀의 이 오이지에는 소금을 듬뿍 넣고 절여서 아직까지도 무르지도 낡지도 않은 그녀의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삭아삭 오독오독. 이 오이지를 먹을 때마다 우리는 그녀를 많이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겠다는 아름다운 의지를 씹고 삼킬 것이다. 영혼의 오이지다. 마리아의 이 오이지는.

 문득, 顯彬을 임신하고 그해 여름에 신혼집에 오이지를 한가득 무쳐오신 엄마의 기막히게 맛있던 오이지도 생각 나고.  그리고 엄마도 이제 신입으로 이사 온 마리아와 하늘에서 편히 계시리라.

 마리아에게 선물 받았던 '제주난꽃향 그린티'를 마신다.

 아, 사는 일은 이렇듯 사랑의 빚을 잔뜩 지고 가는 길이구나. 나는 나중에 어떤 사랑의 기억을 남길 것인가. 조금이라도 더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당신이 걷고 또 걸으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길이라고 부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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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퀵 서비스/ 장경린

 


  봄이 오면 제비들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씀바귀가 자라면 입맛을 돌려 드리겠습니다.

  비 내리는 밤이면

  빗소리에 발정 난 고양이 울음소리를 담장위에

  덤으로 얹어 드리겠습니다 아기들은

  산모의 자궁까지 직접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자신이 타인처럼 느껴진다면

  언제든지 상품권으로 교환해 드리겠습니다

  꽁치를 구우면 꽁치 타는 냄새를

  노을이 물들면 망둥이가 뛰노는 안면도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돌아가신 이들의 혼백은

  가나다순으로 잘 정돈해 두겠습니다

  가을이 오면 제비들을 데리러 오겠습니다

  쌀쌀해지면 코감기를 빌려 드리겠습니다

 

 

         -장경린,<토종닭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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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손님들이 끝도 없이 오십니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오십니다. 짜장이 너무 맛있어서 찾아오셨다는 분이 많습니다.

 

매주마다 "동천홍"이라는 유명한 서울 압구정동의 중국음식점에서 사장님께서 직접 민들레국수집으로 가져오십니다. 참 맛있습니다. 벌써 2005년부터입니다. 우리 손님들이 짜장 맛을 아시곤 기다리십니다.

 

그 많던 짜장이 다 나갔습니다

.

오늘 마지막 손님은 부천에서 오신 손님입니다. 건설현장에 막노동을 하는데 며칠 째 일을 하지 못했답니다. 다음에 일을 하게 되면 꼭 맛있는 것 사 가지고 인사하러 오겠다고 합니다.

 

전주 성심치과 선생님께서 오늘 민들레 치과 진료를 하셨습니다. 십여년 동안 앞니가 빠져서 자신감이 없었는데 오늘 드디어 틀니를 했습니다. 인물이 완전 달라보입니다. 좋아서 어쩔 줄 모릅니다. 베로니카께서 인사돌 한 통을 선물했습니다.

 

서울에서 오신 손님이 다 떨어져 너덜거리는 배낭을 보여주면서 배낭 하나 얻을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마침 어제 자원봉사자께서 선물해 주신 새 배낭을 드렸더니 감동! 좋아서 어쩔 줄 모릅니다. 꼭 자기 마음에 드는 배낭이라고 합니다.

 

87세 된 할머니가 쌀을 가지러 오셨습니다. 자식도 둘이나 있고 며느리도 있는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하 단칸방에서 삽니다. 쌀만 있어도 안심이라고 합니다.

 

71세된 할머니는 며칠 전에 몇 년 동안이나 중풍으로 고생하셨던 할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냈습니다. 미안해서 쌀을 가지러 못 오신답니다. 자원봉사자께서 머리에 이고 집에까지 가져다 드렸습니다.

 

미국 천주교 신자 모임인 콜롬부스 가사단에서 쌀을 100킬로 선물해 주셨습니다.

 

국수집이 끝날 무렵에 차가 한 대 서더니 쌀을 한 포 내려놓고 가십니다. 7503번입니다. 연이어 7575번 차량이 쌀 한 포 내려놓고 가셨습니다. 희한합니다. 손님들께 대접하고 이웃에 나눠드려도 쌀이 남았습니다.


                                  -민들레 국수집, 민들레소식/ 2/12 짜장이 너무 맛있어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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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계정을 보니 못 보던 적립금 50,000원이 들어와 있었다.

 번쩍, 이게 뭐지? 발생내역을 보니 /소셜북스토어 오픈 이벤트, 최우수 활동이라 나와 있는데

별 활동도 안 한 것 같은데 좀 의아했지만 그래도 50,000원의 적립금이라니 뭔진 모르지만 좋구나, 좋아. 그래서 바로 질러 버렸다. 김애란 소주잔이 탐나, '죽은 군대의 장군' '활자 잔혹극' '끝나지 않은 노래' '솔섬1'을 구매해  '두근두근 내 인생' 잔에다 두근두근..음주를 하게 되었다~ㅎㅎ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미있을 것 같은 '조선의 탐식가들'까지. 그리고 이제 그 책들이 막 내 손에 도착했다.

 망설이던 책들을 부담없이 읽게 해 준 알라딘의 깜짝 이벤트에 깊이 감사드리며~~ 흐믓한 주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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