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쓰는가?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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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폴 오스터'는 야구선수의 싸인때문에 작가가 되었다?
 

  소설 읽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입에서 '폴 오스터Paul Auster'를 좋아하는 소설가로 꼽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워낙 소설은 잘 읽지 않았던 터라 베스트셀러 작가가 또 한 명 있는가보다 정도로만 여겼었다. 새해에 읽고 싶은 책을 가득 모았다가 구입하면서 잔돈이 남아 편하게 읽을 소설을 찾던 중, '왜 쓰는가?'라는 제목에 회가 동~ 해 시셋말로 질렀다. 그리고 잘 찾아오지 않는 '지름신의 강령'에 감사해야 했다. 멋진 소설가 한 명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 [왜 쓰는가?]는 폴 오스터가 글을 쓰게 된 동기와 작가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솔직하게 쓴 자전적 에세이다. 차례를 더해 100 페이지를 꽉 채울 만큼 얇디 얇았지만 그의 인상적인 글과 글맛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페이지에 열 일곱의 빨간 줄, 한 줄에 직접 쓴 듯 삐뚤한 스무 글자. 모두 읽는 데 한 시간이 채 들지 않았다. 

 

 

가장 인상적인 글은 연필을 갖고 다니게 된 이야기. 여덟 살의 소년 폴 오스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였다. 소년이 열렬하게 사랑하는 야구선수의 싸인을 받게 된 기회를 얻지만 필기도구가 없어 결국 싸인을 받지 못한다. 그후 소년은 밖을 나갈 때면 연필을 가지고 나가는 습관을 갖게 되고, 그래서 소년은 작가가 되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세월은 나에게 이것 한 가지만은 확실히 가르쳐 주었다. 주머니에 연필이 들어 있으면, 언젠가는 그 연필을 쓰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크다. 내 아이들에게 즐겨 말하듯, 나는 그렇게 작가가 되었다."

  책 속의 이야기들을 통해 그는 '왜 쓰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지루한 듯 평범한 일상 속에서 드라마같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한데 그것을 잡아내고 기억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듯 했다. 전반부에 있는 독일 여자친구의 출산이야기, 친구 랠프의 죽음 등이 그랬다.
 

  '찰스 번스타인'이라는 말이 들어 있는 25개의 문장, 살만 루시디를 위한 기도, 펜실베니아 주지사에게 보내는 탄원서 등의 글을 통해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대답하는 듯 했다. 짧은 문장, 수려하지도 않은 필체. 하지만 기발하고, 독창적인 작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문장을 읽으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영상 때문이 아닐까? '글을 쓴 후 줄이고 줄여서 더 이상 줄일 것이 없을 때 훌륭한 글이 나온다'는 누구의 말을 떠올리게 했다.

  한마디로 흠뻑 빠졌다. 그의 작품들을 추적해서 읽고 싶은 충동에 한동안 사로잡혔다. 생각도 하지 않았던 우연한 만남이었기에 더욱 반갑기만 했다. 오늘 리뷰를 쓴 가장 큰 이유는  '난 오늘 멋진 소설가를 만났다' 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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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 이긴다 - 독서 고수들의 실용독서 비법
신성석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불안과 위기의 시대를 사는 직장인의 경쟁력, 독서에 있다!

  직장인의 하루는 굉장히 짧다. 콩나물 시루같은 지하철과 버스에 몸을 싣고 시간에 대어 출근하고 나면 열심히 일을 하든, 열심이 눈치만 보든 퇴근시간이 '땡'하기 전까지는 월급쟁이 직장인은 회사에 얽매인 몸이 된다. 하루중 제일 반가운 말, 퇴근. 퇴근후 그들이 만나는 세상은 재미나는 일들이 가득하다. 재미있는 영화와 드라마가 넘쳐나고, 밤을 새워도 다 못할 흥미진진한 게임들도줄을 세우면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가 될 만큼 많다. 그 뿐인가 ? 아름다운 선남선녀와 만나 데이트도 해야하고, 쇼핑을 권하는 빌딩들이 불야성을 밝히며 남은 시간을 유혹한다. 그런 직장인들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직장인의 하루중 남겨진 얼마 안되는 시간,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이 세상에 너무 많은 데 가만히 앉아서 '종이로 묶어진 책'을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기는 구시대적 사고인지도 모른다. 
  

  취직전에는 우리 모두 책 좀 읽던 학생이었다. 졸업반 때 취직준비를 하면서 죽어라고 영어만 들고 팠지, 취업을 위한 책을 몇 권 읽었을까? 그때부터 책읽기를 관뒀는지 모른다. 아무리 따져봐야 얼마 읽지 않았다. 변명이 아니라 사실 말이지 9시 뉴스 보기도 힘든데 책을 볼 시간이 어디있단 말인가? 신문도 마찬가지다. 스포츠신문이나 축구와 야구를 좋아하고, 눈요기 거리가 많아서 매일 읽지만 일간지와 경제신문은 헤드라인으로 훑어 보기만 한다. 화제가 되는 책들은 온라인 '써머리 북'을 읽어서 아는 체를 하는데, 보고서나 기획안에 대충 들어갈 단어좀 익히는 수준이면 그만아닌가? 

하지만 고개를 들어보면 사정이 좀 다르다. 승진하고 성공한 사람들은 입을 모아 책을 읽으라 하고, 그들이 말하는 뽄새와 행동는 아무리 살펴봐도 확실히 좀 다르다. 좋다, 나도 책 한 번 읽어보자 하고 큰 맘먹고 서점을 가지만 무엇을 읽어야 할 지 정말 막막하고, 어떤 책이 좋은 지도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 읽은 내용을 어디에 써먹어야 할 지, 또 내 머리속에 저장된 지도 의심스럽다. 망설이고, 의심하다 보면 책읽기는 포기하게 된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의 책읽기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런 직장인들의 요구에 답하는 한 권의 책이 있다. 싸이월드에서 '직장인을 위한 책읽기- 비즈북BizBook' 이라는 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직장인에게 있어 최고의 자기계발법은 꾸준한 독서'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는 직장인 저자 신성석씨가 낸 세번 째 독서관련서 [읽어야 이긴다]가 그것이다. 현재 NHN(주)에서 글로벌 게임사업부 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불안과 위기의 시대로 대변되는 오늘은 자기계발의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할 시기이고, 가장 유용한 방법은 독서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어야 할 대상은 딱 한 부류 '직장인'들이다. 부연한다면 '좀처럼 책을 읽지 않았던 직장인을 위한 책'이라고 표현하면 좋겠다. 왜냐하면 이 책은 '직장인에게 독서가 왜 중요하고 필요한 지를 알려주고, 가장 효율적인 독서방법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읽어야 할 책 또한 직장인의 자기계발을 대상으로 한 만큼 '실용서 읽는 법'을 주로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신이 지금껏 독서생활을 통해 얻은 수많은 경험으로 우선 '직장인에게 실용서 읽기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와 인생에 있어서 독서의 중요성을 알리고(독서 전前-직장인과 독서전략 편), 실용서를 읽기 위한 실용독서를 하기 위해 어떤 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고, 그것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읽는 방법(독서 중中 - 직장인을 위한 실용독서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자신에게 유익한 실용서를 찾아 읽었다면 이젠 활용을 해야 할 차례다. 막연히 책읽는 행위를 즐길 것이 아니라(그것 만으로도 훌륭한 습관이겠지만), 책을 읽은 후 알게 된 내용과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 직장생활과 나아가 내 인생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독서 후後 - 직장인을 위한 독서활용의 지혜)에 대해서도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저자는 직장생활이 잘 풀리는 시기에는 오히려 독서하기가 쉽지 않다며, 회사가 자신의 비전과 맞지 않거나, 업무가 적성에 안 맞을 때, 직상상사나 동료 혹은 후배와 갈등이 생기는 등의 직장인이라면 어쩔 수 없게 맞게 되는 슬럼프가 생기는 경우 술 한 잔과 비난을 안주삼아 스트레스를 해소한답시고 세월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독서는 자신의 단점을 찾고, 이를 극복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면서 책 속에서 자신이 부족한 점이나 개선해야 할 점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직장인에게는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방법을 모르고, 용기가 없을 뿐이라며 책을 읽을 마음이 충분하다면 출퇴근길과 틈새시간, 그리고 주말에 두 시간만 있어도 일주일에 1,2 권은 읽을 수 있고, 이런 습관만 반복적으로 한다면 1년에 50권, 100권은 충분히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은 있으면서도 읽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책을 읽어서 과연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과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라는 구차한 변명으로 '읽는 행위 자체를 자포자기'하는 마음을 덮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이 책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저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싸이클럽 비즈북Bizbook에 쓴 컬럼에서 현재는 검찰에 구속된 미네르바가 진위 논란에 빠져 있지만, 초기 검거 직후 그가 검찰에 진술한 경제 예측 글이 검찰의 얘기처럼 혀를 내두를 정도인지 여부와 학력과 관련해서 무직, 전문대졸 학력이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느냐에 대해 모두들 놀랐는데, 그가 실제인물이라면 학력과 직장유무를 떠나 독서를 통해 정보독해력을 키우지 않았을까, 경제학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다 보니 인터넷이나 잡지 등의 정보에서 원하는 자료를 찾고 경제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 한 바 있다. 그러면서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사회인이 되어서 축적한 지식의 양과 질, 특히 20∼30대의 지식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것이다. 젊은 시절에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라."라고 주장한 세계가 인정한 다독가로 알려진 일본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왔건 간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 실제로 얻는 것은 독서를 통해서라고 덧붙인 바 있다. 

  필자도 한때는 책이라고 하면 막연히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종이에 쓰여진 글자'만 봐도 하품이 나거나 졸음이 쏟아지는 습관이 있었던 때도 있었고, 책이라면 그 무엇이든 학창시절 '교과서 또는 참고서'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달달 외워야 하는 학습도구' 혹은 '시험을 보기 위해 읽지 않으면 안될 몹쓸 것'으로 여겨 책을 '조금 더 배운 치들이 마구 토해 놓은 배설물'이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로 폄하했던 적도 있다. 그랬던 필자가 졸업과 동시에 창업을 하면서 '누구에겐가 배우지 않으면 당장 망할 것'같은 위기감에 어느 날 집어든 것이 책이었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지금까지 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잘 살아가고 있다.  
 

  20세기를 마감하면서 미래학자들은 '종이로 만든 책'은 '전자책'에 바통을 넘기고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e-book이라는 전자책이 종이책과 혼재하고 있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상품을 오감으로 느껴야 만족하는 인간에게 e-book은 '종이책'이 주는 만족감을 이기지 못한다. 또한 초기 전자상거래의 사업모델 중에서 최고로 뽑혔던 온라인 사업체 아마존Amazon의 CEO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이 다룬 상품이 '책'이어서 가능했다고 말한 바 있다. 지구상에 나무가 존재하는 한 '종이책'은 존재할 것이다. 책을 만들 수 있는 나무의 개체수가 적어진다면 종이책은 부자들의 몫이 될 지도 모르지만 종이책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은 존재할 것이다. 직장인에게 있어 자기계발은 필수이고 자기계발의 가장 효율적인 도구가 독서라면, 직장인인 한은 단 하루라도 빨리 읽기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내게 누군가 좋은 책을 소개해 줬더라면, 내가 오늘날 독서를 즐기기까지 이렇게 고생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버트런트 러셀이 말했던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진작에 좀 나와주지...'하는 아쉬움이 생길 만큼 이 책에는 '실용독서법'에 대한 노하우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저자도 이 책에서 언급했었지만, 나 역시 공병호 박사가 썼던 '핵심만 골라 읽는 실용독서의 기술'을 실용서를 읽는 법에 대한 최고의 책으로 여기고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도 하며 추천해 줬었다. 하지만 한 권더 추가해서 추천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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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oojinsohn의 생각
    from doojinsohn's me2DAY 2009-01-20 09:31 
    불안과 위기의 시대를 사는 직장인의 경쟁력, 독서에 있다! - [읽어야 이긴다 - 독서 고수들의 실용독서 비법] - Richboy's Library (리치보이 서재)
 
 
 
독서 -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 읽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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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책과 함께 놀고 있는 어느 할아버지의 이야기!
 
 
"할아버지, 뭐해?"
뭐하긴 뭐해? 책 읽지.
 
"책 그게 뭔데? 그렇게 재미있어?"
그럼, 재미있고 말고. 얼마나 재미있는지
책을 읽다 보면 잠도 잊고, 밥도 잊는 걸?
 
"우와! 그게 그렇게 재미있어? 그럼 책 이야기 해 줘."
책 이야기라...좋아. 이 할애비가 해 주지.
이바구 떼바구 강떼바구...
 
 
  나이 칠십 하고도 절반을 넘게 산 할아버지가 자기의 가장 친구 이야기를 한다. 그 친구는 손으로 마루바닥을 치며 배가 아프도록 웃음을 주는가 하면, 신새벽 남에게 들킬까봐 이불자락을 깨물며 끄억끄억 눈물을 빼기도 하고, 인생의 진리를 이야기하는가 하면, 고결한 사랑의 참맛도 느끼게도 한다. 할아버지의 친구는 이다. 주인공인 할아버지는 다름아닌 '한국학'의 석학으로 잘 알려진 독서가 김열규 교수이고, 칠십 평생 함께 한 친구인 책을 [독서讀書]를 통해 이야기했다. 그는 책 읽기, 즉 독서에 대해 '삶이자, 앎이고, 배움이다'고 이 책에서 정의하고 있다.
 
 


 
 
"인생에는 무수한 가닥 길이 나 있다...인생은 '모름'으로 시작해서 '모름'으로 이어지고 또 이어지곤 한다. 모르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일지도 모른다...삶은 앎이 되려고 무진, 무진 애를 쓴다...삶은 앎을 향한 행보行步이다. 아니 아예 삶을 앎이라고 해두는게 좋을 것 같다...읽기는 나를 위해서 세계 속으로 길을 안내해준다. 그래서 읽기는 아직 잘 모르는 삶의 길을 가는 사람에게 나침반이 되고 이정표가 된다...독서讀書는 삶이자 앎이자 배움이다."
 
  김열규 할아버지에게 책은 나무의 다른 모습인 종이로 엮은 것들 만은 아니었다. 할머니의 무릎팍에 누워 듣는 '이바구'도 책이 되고, 어머니가 제사날에 가신 분을 기리는 '제문'도 책이 되었다. 교회에서 들려주는 듣기 교실도 책이었던 것을 보면 할아버지에게 있어 책은 이야기로 된 모든 것이었다. '사람이 말해주는 사람사는 세상의 이야기'가 '책' 아니던가? 어릴 적 할아버지는 책을 듣고 자랐다.
 
  소학교에 들어가 배운 글자는 가나문자인 일본어. 하지만 사관과 주체의식이 있을 리 만무한 소년 김열규에게는 그 어느 문자였더라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기쁨 하나였으리라. 그에게도 문자가 있는 유사有史시대가 열린다. 소리내어 읽고, 외워 읽고, 누워 읽고, 책상앞에서 책상다리로 읽었다. 일본인이 만든 일본 이야기를 일본글로 읽으며 그는 삶의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더욱 깊이 책에 빠지게 된다. 소년이야 태어난 제 땅이 남의 나라에 속해 있었으니 어쩔 수 없다지만, 오늘날 인성이 채 길러지지도 않은 어린 아헤들을 돈보따리 싸매어 일부러 파란 눈의 나라로 보내서는 자랑하는 판국이니 소년을 두고 안타깝다고 말할 것도 없겠다.
 
"정말 탐독했다. 정신이 나가고 넋이 나가도록 읽고 또 읽었다. 내가 위대한 정신을 읽어내고 위대한 영혼을 읽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어슴푸레 하게나마 들곤 했다. 그때 읽은 그들의 작품 대부분은 지금도 그 느낌은 물론이고 줄거리까지 훤하게 기억난다."
 
  광복 후 소년이 도떼기시장에서 흘러 나온 책들에 탐독하게 되는데, 책의 저자들이 하나같이 토마스 만, 헤르만 헤세, 한스 카로사, 앙드레 지드, 아나톨 프랑스 도스토예프스키 등의 문호들의 고전들이다. 필자에게 언급된 저자들의 책들을 읽었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몇 권 뿐이다. 그렇다면 이 소년을 부러워해야 할까? 그 또한 아니다. 지금처럼 낙점을 기다리는 수만 권의 책들이 쌓인 보물섬이 그득그득한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소년은 없어서 못 읽었고, 안줘서 못 읽었건만 책장에 켜켜이 쌓인 책들을 두고도 '읽을 시간이 없다'고 애써 위로 하며 외면하는 필자가 부끄러워진다. 저자의 소년시절이 오늘날이었다면 어떠했을까? 과연 더 많이 읽었을까? 얄궃은 질문도 던져 본 부분이었다.
 
"읽기 반, 생각 반, 그런 읽기를 계속하다 보면, 책을 자주자주 엎어두어야 했다. 팔짱 끼고 고개 숙이고 눈 감고 침사沈思에 빠져들기 일쑤였기 때문이다...책을 읽다가 어느덧 빠져드는 꿀맛 같은 잠! 그건 단상집이나 명상집에서 얻을 수 있는 엉뚱한 수확이었다. 그 쾌적한 수면제, 단잠을 불러오는 달콤한 수면제! 그 때문에도 단상집이나 명상집은 모두 명작이고 걸작이 아닐 수 없었다."
 
  저자는 단상집斷想集 읽기를 쾌적한 수면제로 비유하며 책을 읽다가 잠드는 나른한 경험을 이렇게 말한다. 한여름 낮에 모시 속옷을 입고 사방 뚫린 대청마루에 턱을 괴고 책읽다가 간간히 불어 속살 만지고 가는 산바람에 소름 떨며 잠에 빠진 경험을 한 사람들을 알리라. 대여섯 살 아헤가 밥든 수저를 들고 단잠에 빠진 그 형국과 다름없다. 책은 때로 최고의 수면제가 되기도 한다며 할아버지는 그 또한 책 읽기의 맛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번죽도 좋으시다.
 
  할아버지의 칠십여 년의 세월만큼이나 책읽기의 방법도 다양하고, 그 방법마다 나는 책읽는 맛 또한 쏠쏠함을 이 책에서 구할 수 있었다. 친한 친구가 있다. 손 뻗으면 나타나고, 원한다면 하루 종일 만날 수 있고, 만날 때 마다 다른 이야기를 해주며 둘이 낄낄깔깔 댄다면, 그런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와 함께 함은 무엇일까? 놀이다. 할아버지의 책읽기는 책과 함께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니는 놀이 즉, 소요유遙遊 라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여느 책이 말하듯 '학문의 보고'이고 '선사의 말씀'이고 '지식의 창고'가 아닌 그저 편한 '친구'라고 말씀하신다. 배움에는 지침이 있지만, 친구와의 놀이는 지칠 줄 모른다. 배우고, 느끼고, 공감하는 책읽기를 '친구와 함께 하는 놀이'쯤으로 여겼으니 평생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할아버지가 책과 함께 제대로 놀았고, 지금도 놀고 있음을 여실히 알 수 있는 곳이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내 것이 되어버린 책들 - 작품 읽기'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 생활자의 수기], 체호프의 [내기],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릴케의 [말테의 수기], 슈테판 츠바이크의 [에빈스무스 전기] 등 그가 사랑하다 못해 제 것이 되어버린 책들은 하나같이 대문호의 위대한 작품들. 하지만 그는 마치 시골 마을의 농부가 소꼽친구였던 대통령을 소개하듯 아무렇지 않게 작품을 논하고 평하고 있다. 온전히 제 몸을 책 속에 던지지 않았다면 나오지 못한 글들, 서평을 쓰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보물이다.
 
"한 작품을 읽을 때마다 나의 세계는 하나씩 늘어갔다. 나는 이미 점이 아니었다. 나의 존재성은 점으로 찍히고 말 것은 아니었다. 나는 좀 더 넓은 무엇인가로 변모해 가고 있었다. 내가 읽는 작품 속의 세계는 모두 나의 영지고 영토가 되어갔다. 나의 존재는 드넓은 공간, 확대된 공간으로 그 영역을 넓혀갔다. 그건 훗날 대학에 가서 읽게 된 릴케Rainer Maria Rilke의 말대로 나의 '순수 공간'이고, 나만의 '세계 내 공간'이었다.
숲과 호수, 그 자연 속에 작품이 있었다. 나 또한 다만 '읽는 자'로서 자연 속에 있었다. 어느새 읽는 일이 사는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롭게 변해가는 세상에 '시간을 잊고 책읽기'가 시대를 역행하는 '짓'은 아닐까 고민하곤 했다. 필자가 한 권의 책이 보여주는 세상에 탐닉하는 만큼 세상을 등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걱정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열규 할아버지는 '책을 읽는 것이 나라는 존재의 공간을 넓히는 행위'라고 말씀해 주신다. 무리 속의 '내'가 아니라, 스스로 선 '내'가 택한 세상을 살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2050년의 미래를 이야기한 리처드 왓슨의 책 [퓨처 파일Future Files]에서 이야기한 책의 미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책의 장르와 책을 읽는 방법은 바뀔 수 있지만 지금 보다 다양한 책이 쏟아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오늘날 세상은 '스토리'가 있는 제품을 사랑하고, '스토리텔링'이 도입되어야 시선을 끌 수 있다. 세상이 디지털화 될수록 이야기에 주목하는 것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보다 사람다운 삶을 살고 싶어서는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은 영원할 것이고, 책읽기는 세상을 읽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세상에 뿌려진 책과 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책과 보다 잘, 보다 재미있게 노는 방법은 이 책이 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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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 세계 유명 작가 32인이 들려주는 실전 글쓰기 노하우
몬티 슐츠.바나비 콘라드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 유명 작가 32명의 스누피 작가만들기 대작전!
 
  스누피가 글을 쓴다고? 정말 뜬금없는 소리였다. 그 말은 '개 풀 뜯어먹는 소리'와 견줄 만큼 황당한 소리였기 때문이다. 다른 책을 찾다가 우연히 재미있는 제목과 귀가 솔깃한 부제에 끌려 선택한 이 책을 읽고 보면서 스누피의 개집 지붕에 타자기가 있었단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책을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누피가 작가 지망생이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지금껏 스누피와 피너츠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머슥해지는 순간이다. 스누피를 창조한 아버지 찰스 M. 슐츠의 아들이면서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몬티 슐츠와 스누피가 엮은 책,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이다.
 
 




 
  책이 참 재미있다. 스케치 북 모양의 긴 가로모양의 책도 그렇거니와 한 쪽 면 가득 스누피가 글을 쓰는 그림들로 채워져 있어 그림책을 보는 듯 책을 읽는 듯 한 기분이 든다. 자신의 집 지붕 위 끝에서 끝을 걸어다니며 고민하고, 심사숙고 하는 열 칸 정도의 장면에 스누피가 쓴 글은 딱 한 문장. "어둡고 바람부는 밤이었다." 그러면서 스누피는 느낀다. '역시 글을 잘 쓰는 건 힘든 일이야.' 몇 장을 넘기자니 역시 스누피는 글을 쓸 준비를 하고 구상을 하고 있었다. 잔뜩 인상을 쓰고 짜낸 단어는 '바로'. 그리고 또 혼잣말을 한다. '훌륭한 작가라면 적절한 단어 하나를 찾는데만 몇 시간씩 허비하는 법이지.' '개가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어쩌면 이 우주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물체 중에서 가장 뛰어난 까닭'이라는 엄청나게 긴 제목을 본 루시가 한마디 거들었다. "이렇게 긴 제목이 어딨어?" 그러자 스누피는 이렇게 말한다. "'어쩌면'을 빼야겠군."
 
  전혀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은 초보자 스누피가 글을 쓰는 모습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나의 글쓰기 작업을 닮았고, 개집 지붕위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며 창작의 고통에서 신음하는 모습도 도대체 무엇부터 써야 될 지 감이 잡히지 않아 고민하는 나와 닮았다. 말도 되지 않는 몇 줄을 써놓고는 우쭐대는 모습, 팔랑거리는 귀를 가져서는 주변 사람들의 한마디에 혹해 가차없이 손질해대는 줏대없는 모습 또한 나였다. 목언저리까지 쳐진 귀만 갖지 않았을 뿐 나를 보는 듯해 재미있지만 뜨끔하기도 했다.
 
  얼마를 썼을까? 스누피는 얼마의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되는 꿈도 잠시 출판사로부터 답장이 왔다. "투고자(스누피)귀하. 보내주신 원고는 잘 받았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한테 보내신 거죠? 우리한테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겁니까?"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쓰고 원고를 보냈다. 그러자 또 답장이 왔다. "투고자 귀하, 원고를 돌려 드립니다. 우리 출판사와는 맞지 않는군요. 멍청하기 짝이 없는 소설이더군요. 또 보내지 마세요. 제발, 제발, 부탁합니다." 그러자 스누피는 하늘을 보며 흐믓해 하며 이렇게 생각한다. "편집자가 사정할 때가 있네?"
 
 

 

 

 
 
  이렇게 작가 지망생 스누피가 어떠한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글을 써서 원고를 만들어 출판사에 보내는 낯두꺼운 뻔뻔함과 끈질긴 근성은 작가될 자질을 갖춘 듯. 하지만 써도 써도 늘지 않는 실력에 대해 이 책이 준비한 것이 있다. 시드디 셀던, 잭 캔필드, 다니엘 스틸 등 세계 유명 작가 32인이 스누피의 습작에 관한 에피소드를 보고 '실전 글쓰기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다니엘 스틸은 글쓰기는 엄청나게 힘든 일이라며 어느 때에 떠오르는 영감에 기대지 말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습작하라고 조언해 준다. 미국 미니 시리즈의 대가였던 시드니 셀던은 자기가 정말, 진짜로 좋아하는 글감을 택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글감을 발전시키고, 모든 단어들이 빛을 발할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다시 쓰는 것. 이것이 베스트셀러를 쓰는 공식이라고 말해준다. 레슬리 딕슨은 글을 쓰든가 죽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사생결단을 내라고 말하고, 캐서린 리안 하이드는 출판사의 편집자를 일러 '거절하기 위해 원고를 읽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그들 손에 의해 작가가 될 확률은 복권에 당첨되는 확률 보다는 높다고, 그렇지만 '차라리 많은 복권을 사라'고 충고한다.
 
 

 

 

 

 

 
 
  귀여운 그림과 생각을 던지는 그림 속 글, 게다가 세계적인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유머러스한 조언이 결합해 수업같은 분위기가 흘러야 할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는 꽁트를 생각나게 한다. 번번히 루시의 태클에 굴복해서 종이를 구겨버리는 스누피의 표정과 독백은 그림을 보는 맛을 더한다. 전체적으로 책의 주인공인 지망생 스누피를 통해 창작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고통을 알게 되고, 맛깔난 스토리로 독자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글쓰는 이들이 벌이는 하루하루의 투쟁을 엿볼 수 있었다.
 
  글쓰기는 참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지금 글을 쓰기는 고사하고 독서 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내가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들기며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행위 면에서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멍청하기 그지없던 내가 하니까.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소질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내용이지만 말을 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말하는 것은 녹음이나 녹취를 하지 않는 이상 듣는 이의 귀에 남겨질 뿐 담배연기처럼 사라져 버리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그것이 기록으로 남겨지게 된다. 이 '내가 생각한 것의 결과물이 남겨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람들로 하여금 말은 잘 하면서 글쓰기는 주저하는 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는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오늘 하루에도 많은 글을 썼을테다. 내 휴대전화에 온 문자에 대해 최소한의 용량에 맞게 적절한 단어를 써서 답장을 보냈고, 내 홈피에 들린 사람들의 댓글에도 리플을 달았다. 온갖 메일과 서류를 작성했고, 보고서도 올렸을 것이다. 독자들도 이미 어떤 의미에서는 '글쓰는 사람'인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직접 얼굴을 대하며 생활하던 시대를 넘어 말과 함께 글로써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웹 2.0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글쓰기의 괴로움이 사로잡힌 독자라면 나와 같이 분투하는 스누피를 만나 보기를. 스누피는 개 밥그릇에다 개밥을 만들 때는 물을 먼저 부을 수도 있고, 마지막에 부을 수 있는 '어짜피 개밥'에 대한 요리비법에 대한 책도 고심하여 쓰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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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리딩 - 100배의 이익을 창출하는 다독의 기술
혼다 나오유키 지음, 김선민 옮김 / 미들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숭배하지 말고, 편하게 놀이를 하듯 마음껏 이용하라! 
 
  책이 좋은 줄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읽는 사람은 읽고, 읽지 않는 사람들은 읽지 않는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 중에는 '약국에서 파는 수면제보다 책이 더 큰 효과를 일으킨다는 수면형을 제외하고는 '시간이 없어서' 읽지 못하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다. 세상에는 독서 말고도 해야 할 많은 일과 하고 싶은 더 많은 일이 넘치기에 '시간이 없어서' 읽지 못할 수는 있다.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읽고는 싶지만 무엇을 읽어야 할 지, 그리고 과연 읽어서 도움이 될 지에 대해 궁금해하기 때문에 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면 스스로 '책을 읽어 볼까나?' 하고 시도해 볼 '잠재 독서가'들이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읽는 사람들' 대부분일 것이다. 어떻게 아냐고? 나도 그랬으니까.
 
  책은 더 이상 학문이나 교양을 위한 교과서가 아니다. 책은 '대화수단'이다. '대화수단으로서의 책'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특히 더욱 그런 경향을 띠게 되는데, 요즘 소위 뜬다 하는 인기드라마와 영화는 '책'을 원작으로 만들어지고 있고, 개인홈피의 글이나 블로그의 글과 그림, 그리고 소설이나 사진들이 이른 바 블룩[Blook = Blog + Book]이라는 형식으로 '책'으로 만들어지고, 이들은 다시 '컨텐츠'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고 있다. 작가들이 포털이나 온라인서점에 소설을 쓰는 세상이 되었으니 형태와 장르의 경계는 모호해진 지 벌써 오래인 것이다. 
 
  영화를 즐겨보고, 드라마를 즐겨보면서 왜 '책'은 즐겨 읽지 않을까? 그것은 책의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니 독자들 스스로가 문턱이 높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작가가 아닌 중고교 학생이 소설을 써서 책을 내고, 요리전문가가 아닌 일반 주부가 요리책을 내는 세상이 되었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작가는 선생先生이라고 칭하며 '대단한 사람들'로 여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무나 글을 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은 한편 아무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장르와 난이도를 가진 책들이 수만 권의 책이 쏟아지는 우리나라의 출판시장이 그리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은 비즈니스 맨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독자들의 수준을 탓하기에 앞서 '책은 함부로 읽는 것이 아니라고 가르친 교육체제'에게 문제를 돌려야 한다(지금도 중고교 일선에서는 논술을 위한 책읽기를 교육하고 있는중이다). 
 
  시장에 나와있는 '책읽기를 권하는 책'들은 모두가 '독서찬양론' 일색이다. 나는 책읽기의 위대함을 말하기에 앞서 '책은 더할 나위 없이 이용하기 쉽고 즐거운 물건'이라는 것을 먼저 이야기해줬음 하는 바람이다. 책을 통해 인생을 새로 개척할 수 있고, 성공을 이룩할 수 있고,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즉,  '180도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사람들은 '큰 마음'을 먹고 공부하듯 읽어야 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듯 책을 읽으며 즐기고, 놀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줘야 한다. 영화광이 드라마폐인이 되어 '고수'가 되었을 때 최고의 영화와 드라마를 고를 수 있듯이, 책을 읽으며 놀다 보면 어느새 내게 맞고, 어울리는 책 즉 나만을 위한 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레버리지 리딩]은 여태까지의 독서법에 관한 책에 대해 느꼈던 갈증을 풀어주었다. 저자 혼다 나오유키는 '100배의 이익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책을 대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서두에 "이 책은 독서가를 위한 책이 아니다. 교양을 위한 독서나, 그저 단순히 책을 빨리 읽기 위한 방법론을 소개한 책도 아니다.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확실한 목적을 지닌 사람을 위한 책이다." 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철저한 실용서를 위해 책을 읽고, 읽은 내용을 실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으라'고 전한다. 그래서 읽는 법도 특별하다.
 
  저자는 우선 읽어야 할 책을 정하기에 앞서 '나는 어떤 책이 필요한가?' 스스로 물어보고, 책을 정했다면 '이 책에서 내가 뽑아내야 할 것이 무엇인가?' 하고 목적의식을 가지라고 말한다. 즉  독서를 통해 인생의 지렛대 효과를 얻고자 한다면 빨리 읽기보다는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포인트만을 잡아 내용을 이해하고 읽은 내용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읽기에 있어서는 첫 페이지에서부터 끝까지 읽으려 하지 말고 내가 필요했던 내용만 골라서 읽을 것이며, 필요한 부분은 찾았다면 밑줄치며 표시하고, 해당 페이지를 접어 Dog ear(삼각형으로 접은 개의 귀모양)으로 만들고, 특히 중요하다면 한 번 더 접어 기억하기 좋게 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행동으로 옮겨야 할 필요했던 내용을 따로 메모해 두어 언제든 그것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들라고 조언한다. 저자가 실제로 제시한 자신의 메모 내용을 살펴보면 '한 줄 혹은 두세 문장 정도'의 메모들이 가득했는데, 수십 권에서 뽑아낸 자신의 실천사항들은  A4 용지 한장 정도의 내용들이었다. '실천을 위한 투자로서의 책읽기'의 진면목이 보여지는 대목이었다. 저자는 주로 책을 반신욕을 하면서 읽어서 책이 젖기도 구겨지기도 하는데, 어디까지나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에 책이 망가지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직접 구입해야 한다'는 전제를 붙였다.
 

"지식에 경험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된다. 그 전까지는 단순히 '알고 잇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보사회가 되어, 지식편중시대가 도래하여 '알고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 듯한데, 그것은 커다란 오해이다. '할 수 있는 것'과 '알고 있는 것'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 차이를 메워주는 것은 바로 현장에서 쌓은 경험이다. "
 
  저자는 교세라 명예회장인 이나모리 가즈오씨의 저서 [살아가는 법]에 나오는 문구를 빌어 레버리지 리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에서 얻은 노하우를 레버리지 메모로 정리, 반복하여 읽음으로써 그것을 조건반사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끔 되는 것, 그래서 괄과적으로 그것을 실전에서 활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읽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짖 않는 것은 물론, 단지 읽기만 할 뿐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책읽기는 '시간낭비'일 뿐인 것이다.
 
  실용서의 한계는 독자가 실천할 수 있는 '실행력'을 심어줄 수 있는가의 여부에 있다.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어 시도할 수 있다면, 그래서 독자가 변화됨을 느끼게 된다면 그 실용서는 제 값을 톡톡히 한 것이다. 하지만 단지 '좋은 것을 말한 책'으로 남는다면 그것은 제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용서를 읽기에 앞서 목적의식을 가질 것', 그리고 '정말 필요한 부분만 따로 적어 습관이 되도록 암기할 것'등 구체적으로 활용법을 되도록 쉽게,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제 값을 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저자 추천 필독 비즈니스 20' , '원리원칙에 관한 책10', '2006년에 읽은 필독 비즈니스서 10' 등은 유경험자만이 선사할 수 있는 선물이리라. 좋은 책들이 많이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방법대로 이 책을 레버리지 메모한다면 '책을 만만하게 대하고,놀이를 하듯 마음껏 활용하라'는 것이다. 업무를 위한 책읽기를 시작하려는 비즈니스 맨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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