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 - 나는 누구인가에서부터 경영은 시작된다!
찰스 핸디 지음, 강혜정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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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관리자의 [중년은퇴] 해법은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찾아라!
 
  가끔 책冊이 '계륵鷄肋'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모처럼 눈에 들어온 책을 두께나 가격에 질려 읽지 않고 피하자니 그 내용이 궁금하기도 하고, 읽고 난 후 손톱만큼이라도 변한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져버리는 것 같아서 또 누군가는 읽고 감탄했을지도 모를 이 책을 읽지 않는다면 하는 상대적인 빈곤감도 생겨 애써 무시하기가 마득찮고, 책을 집어 들고 읽자니 활자 속에 숨겨진 저자의 무궁무진한 지식의 정도나 현란한 글솜씨에 기가 죽어 지금껏 나는 무엇을 했고, 무슨 생각으로 살았나 하는 '자괴감 비슷한 무엇'이 나를 초라하게 만들어 배움의 크기만큼 자책의 크기도 큰 것도 사실이라 책읽기가 두려워지기도 한다. 발라먹기엔 시답잖고, 버리기엔 아까운 닭의 갈비, 계륵이 아니고 뭐겠는가?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것인 만큼 편하게 즐길 만도 한데, '시간과 공력을 들이는 만큼 하나라도 건져내야 한다는 배움의 강박'을 갖고 있는 미천한 내 독서에 대한 사고 탓도 없잖아 있다 하겠다. 조금이라도 내 마음을 흔드는 글을 발견하면 펜을 들어 줄을 긋고, 물결을 그리고, 핵심어에 동그라미를 새기며 읽어야 책읽는 듯 느껴지니, 게다가 그 버릇은 소설에까지 미치니 병중 큰병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때는 그 수고스러운 작업을 기꺼이 할 만큼 반가운 책을 만나기도 하는데, 구구절절 배움과 깨달음의 탄성을 짓게 만드는 글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책을 읽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새삼 깨닫게 되는데 소개하는 책 [포트폴리오 인생]은 그런 책 중 하나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매니지먼트 사상가Management Thinker 이자,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 짐 콜린스와 함께 세계를 움직이는 비즈니스 사상가 50인에 올라 있는 찰스 핸디Charles Handy의 이 책은 70대가 된 자신의 삶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사회생활의 절반을 차지한 포트폴리오 인생Portflio Life에 대해 2006년에 쓴 책으로, 원제목은 [ Myself and Other More Important Matters (2006)]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피터 드러커처럼 앞으로의 경제에 대해 미래을 내다보는 예언자적인 혜안을 제시하지도, 톰 피터스처럼 최고기업의 예를 들면서 "정신차려, 이 친구야!"라고 현재의 우리를 꾸짖지도 않는다. 자신이 살아온 70년 평생을 거슬러 돌아보고 잘잘못한 과거에 대한 후회와 반성을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앞으로 생을 살아갈 독자들에게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하는 인간 최대의 화두에 대해 답을 제시한다.
 
어려서는 아일랜드계 개신교도로서 영국에서 살아가면서 정체성으로 혼란을 겪기도 하고,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좋아하지도 않는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전공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리스철학을 접하면서 심취하게 되어 자신의 일생을 위한 기반이 되어주기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Golden Mean 을 통해 '족하다'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고, 덕德이란 지나침과 모자람의 양 극단 사이 중간지점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리스어로 행복이라고 번역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는 '상태'가 아닌 '행동'이라는 것을, 다시 말해 와인과 책을 들고 해변에 누워 있거나, 꿈에 그리던 이성과 질펀한 섹스를 즐기는 그런 것이 아니라, '번영' 또는 '가장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느끼는 만족이 바로 행복임을 알게 되었다. 그의 옥스퍼드 대학시절은 자신의 삶의 후반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타인의 인정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삶의 초점을 '행복', 가족, 친구에 조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한다.  
 
'인생학교'인 세계적인 정유회사 셸에서의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낯선 이국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에서 업무적으로, 개인적으로 힘든 직장생활을 하면서 '인간이 처한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모범답안이란 없으며, 사람마다 다르므로 스스로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하고 이를 옹호행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 '실업학교'로만 여겼던 경영학에 대해 미국 MIT 슬론대학원을 유학하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고, 자본주의에 대한 미국적 삶의 사고방식과 경영기법에 매료되고 이를 전파하기 위해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맡게 된 세인트 조지 하우스 학장생활을 하면서 직장생활자가 아닌 제 3자적 시각으로 본 영국경제의 현실은 기업들의 노동자 해고, 실업률 상승, 노동조합의 득세등으로 통합된 기업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는 것처럼 각박해지는 영국경제를 통해 그는 새로운 직업, 새로운 경력, 개인의 삶을 준비하는 새로운 방식이 대두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바로 포트폴리오 인생Portfolio life 가 그것이다.
 

 
처음 IBM 중역들의 은퇴 준비 강연을 하면서 그는 비즈니스 라이프Business life로 뭉뚱그려지는 '일의 유형'에 대해 직장에서 '급여를 받는 일', 프리랜서로서 '수수료를 받는 일', 자원봉사등으로 '무료로 배푸는 일', 그리고 계산도 안 되고 보수도 지급되지 않는 '집에서 하는 일' 이 네가지의 일을 모두 포함하는 일'포트폴리오'라고 보았다. 그래서 포트폴리오 인생의 개념으로 보았을 때는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고 '일의 균형'이라고 봐야하고 이는 프리랜서 뿐 아니라 '전일제 근무 노동자'도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직장생활(대가를 받는 일), 공부와 자기계발(무료로 하는 일), 쇼핑-요리-청소(적당한 집안일)등 서로 다른 유형과 성격의 일을 섞어놓은 생활을 한다고 보면 우리는 모두 '포트폴리오 노동자'라고 부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은퇴후 중년의 '독립적인 포트폴리오 생활'의 자유로운 매력에 빠져들고, 스스로 포트폴리오 인생을 선택했다. 그리고 강연활동과 저술로 경제력을 지녀야하는 그의 포트폴리오 생활을 통해 직장생활에서는 알 수 없었던  '밥벌이의 두려움'을 알게 되고, '벌이', '부富',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된다.
 
그는 은퇴 후 20년, 은퇴 후 30년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지금의 '은퇴'라는 단어가 잘못된 단어라며 '또 다른 단계이며 사회적 번영이 가져다 준 예상치 못한 보너스'라고 말한다. 그리고 포트폴리오 인생을 살라고 주문한다. 
"천수를 누리고 죽어가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가장 친한 친구가 추도식에서 여러분을 위해 읽어주었으면 하는 송덕문頌德文을 짧게 써보세요." 70대가 된 그는 독자들에게 '나는 죽을 때 누구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어떤 개인적인 유산을 남기고 싶은가?' 하는 화두에 대해 그가 50대부터 실행해 온 아리스토텔레스의 '임종시험' 을 해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포트폴리오 인생을 살면서 해야 할 일은 바로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라고 강조한다.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사상가인 그가 생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자신을 돌아봄에 있어 '자신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학위'도, '자신이 펴낸 수많은 책'도 아닌 '사랑하는 가족과 몇몇 절친한 친구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이 전부일 것'이라는 그의 솔직하고 소박한 고백이 자못 충격이었다. 그리고 '중년의 은퇴는 포트폴리오 인생을 살 수 있는 또 다른 삶의 보너스'라는 그의 말에 위로를 얻게 되었다. 이제 숙제는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는 '삶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 다름아니고, 자신이 진정 어떤 사람인지, 진정 어떤 일에 재능이 있었는지를 끝내 모른 채 죽는다면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분리되는 자신만의 독립된 정체성을 구축하고 싶은 욕구는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유산을 남기고 흔적을 남긴다는 것은 결국 얼마를 벌어놓고 가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벌어놓은 얼마를 어떻게 쓰고 가는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영의 구루가 남기는 교훈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마음에 나를 남겨두고, 정직하게 살다가 좋은 곳에 유산을 남기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것이다. 나의 일과 삶 그리고 다가올 미래와 죽음에 대해 화두를 남긴 책이다. 그의 저서중 최고라도 단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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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매니지먼트 - 인간경영.감성경영을 넘어서는 21C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
제임스 오트리 지음, 권상술 옮김 / 열음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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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이 이익을 낳는다 - 보살핌의 리더십을 실천하라"
 
기업이 흔들리고 있다. 전후 이후 일본교육에 물들여진 경영자들을 통해 자연히 일본식 경영기법에 길들여져있던 한국기업이 IMF 외환위기로 인해 조직체계에서 회계에 이르기까지 서구식 경영기법으로의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받게 되었다. 10년이 지나 서구식 합리주의 경영이 자리가 잡혀갈 때가 되니 '감성경영'이라고 해서 또 다른 경영방식이 대세임을 감지하게 된다. 스스로 만들지 못하고 수입된 경영방식만을 추구하다 보니 절차적인 방법론에 치중할 뿐 그로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얻어왔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는 인간경영, 감성경영을 넘어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 요구된다고 하는 책이 있어 주목하였다. 소개하는 책, '러브 매니지먼트Love management'가 그것이다.
 
美, [포천]誌 선정 500대 기업에 속한 메러디스Meredith 의 사장으로 있었던 저자 제임스 A. 오트리는 일은 금전적인 면뿐만 아니라 영적, 개인적 성장도 가져다주고, 직장은 새로운 이웃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추세에 기업가들이 일조를 하고 있다며 그가 생각하는 일에 대한 신념을 밝힌다. 또 훌륭한 경영은 대부분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데, 보살핌이라고 대체할 수 있는 말인 '사랑'을 지닌 경영은 사람을 교묘히 부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살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경영에 대해 일종의 소명Calling, 즉 삶의 의무로 받아들이는 경영자가 되어야 하며, 그들이 경영을 제대로 하면 자신이 갖고 있는 비전, 공감, 정직, 신뢰에 기술적, 행정적 스킬을 결합함으로써 사람들(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충만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공동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훌륭한 직무수행에서 나오는 심적, 금전적 보상을 함게 나누는 환경조성이 가능함은 물론이라고 덧붙인다.
그는 또 해마다 쏟아지는 첨단 경영기법에 대해 일부는 상당히 쓸만한 것들도 있지만, 재무적인 성장뿐 아니라 사람까지 성장시키는 환경을 만들어낼 만큼 훌륭한 기법은 없다고 말하며 그러한 첨단 경영기법을 뒤따라 다니거나 새로운 조직구조 개편에 신경쓰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경영이란 예술이며 유기적인 과정인데 이것은 시간이 정해져 있지도 않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도 없기 때문에 완벽한 경영에 이를 수 없고, 단지 경영을 연습할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성장과 보살핌이 이루어지는 일터를 만드는 방향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철학과 기예를 정렬해나갈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기업은 훨씬 더 나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의 새로운 경영방식을 살펴보면 경영학의 석학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 는 그의 책『미래경영(Managing for the Future)』에서 지식시대에서는 기업내에서 상사와 부하의 구분도 없어지며, 지시와 감독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리더가 부하들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부하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기존의 리더십 패러다임에서 리더가 부하들을 위해서 헌신하며 부하들의 리더십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 부분과 일치한다고 보여졌다.
저자가 강조하는 러브 매니지먼트는 위에서 말하는 피터 드러커의 서번트 리더십과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이 책 전반에 걸친 경영사례와 저자의 주장은 그린리프 연구센터(Greenleaf Center for Servant Leadership)의 연구소장인 스피어즈(Spears)가 제시한 서번트 리더의 주요 특성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은데, 서번트 리더의 주요 특성을 살펴 보자면  경청(Listening), 공감(Empathy), 치유(Healing), 스튜어드십(Stewardship), 부하의 성장을 위한 노력(Commitment to the growth of people),공동체 형성(Building community) 등이 그것이다.
 
다시 말해서 리더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경청을 해야 부하가 바라는 욕구를 명확히 알 수 있는데, 부하에 대한 존중과 수용적인 태도로 이해하는 것(경청Listening)이고, 리더는 부하의 감정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부하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내고 리드해야 하는데, 이는 차원 높은 이해심(공감Empathy) 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리더는 부하들을 이끌어 가면서 보살펴 주어야 할 문제가 있는가를 적극적으로 살펴야 하고(치유Healing) , 부하들을 위해 자원을 관리하고 봉사해야 한다(스튜어드십Stewardship). 그리고 리더는 부하들의 개인적 성장, 정신적 성숙 및 전문분야에서의 발전을 위한 기회와 자원을 제공해야 하고(부하의 성장을 위한 노력Commitment to the growth of people), 조직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하며, 봉사하는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한다(공동체 형성Building community)는 것이 서번트 리더십의 주요 특성이라고 하면, 이 책의 저자가 경영자에게 당부하는 부분들이 이와 일치함을 알 수 있었다.
 
즉 러브 매니지먼트Love management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으로 무장된 조직을 경영함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개념의 포괄성이나 예속성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21세기에 요구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인간(직원)의 감성을 수용하는 하이터치High-touch 경영'이라는 데에 힘을 실어주려 하는 것이다. 문제는 경영자의 경영마인드가 전사적全社的 분위기로 퍼질 수 있도록 만드는 중간관리자Middle manager들에게 얼만큼 수용되는가가 관건인데, 저자는 이 책에서 중간관리자의 책임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에 대한 실천방법을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21세기의 경영사조에 대해 우리나라는 낙관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외부의 시각들이 지금까지 우리 경영문화에 대해 문제점으로 지적해왔던 '온정주의'가 그것이다. '철저한 합리주의'가 익숙한 서구는 위에서 말한 서번트 리더십이나 러브 매니지먼트를 받아들이기는 우리보다 쉽지 않다. 저자는 러브 매니지먼트에서 '러브LOVE'는 '보살핌'이란 단어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것이 가족적 분위기에서의 손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대하는 온정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통제과 관리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상대를 대하는 시선의 측면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보살핌'의 시선은 우리가 그들보다 더 나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이 말하는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우리가 새로 배워야 할 기법이 아니라 지금껏 서구의 첨단 경영기법을 도입하느라 억제하고 애써 무시해 왔던 우리 본연의 '가족적 온정주의'를 다시 불러내기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리주의에 익숙해진 중간관리자와 젊은 직원들에게 어떻게 다가설까 하는 것이 경영자의 관건이겠지만, 이미 우리 기업의 경영자는 이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음은 사실이다. 경영자가 인간(직원)에 대해 보수로 맞바꿀 수 있는 활용자원으로 여기는가 아니면 내 가족 아니 나를 대신해서 기업을 운영하는 나의 분신으로 여기는가는 기업가의 재량에 달려 있는 문제다. 단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는 논어의 말씀을 항상 기억한다면 어떻게 그들을 대할 것인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 이익을 낳는다 - 보살핌의 리더십을 실천하라"고 강조하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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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는 CEO - 명화에서 배우는 창조의 조건 읽는 CEO 2
이명옥 지음 / 21세기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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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가 찾는 '창의력과 창조력'은 [미술가와 그들의 작품속]에 있었다!
 
미술가들은 타고난 크리에이터Creator 이다.
자신만이 추구하는 스타일로 일단 손을 댄 작품에 대해서 그들은 창조주요, 조물주다. 작업중인 작품을 끝까지 마칠 것인지의 여부, 완성된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것인지의 여부는 온전히 예술가의 손에 달려 있다. 다른 이들의 조언과 충고는 있을 수 있지만, 또 세상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도 하지만 모든 판단은 미술가 스스로가 내린다. 그리고 모든 책임을 진다. 그래서 그들은 외롭고, 고독하다. 예술가를 설명하다 보니 그들과 비슷한 누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렇다. CEO가 미술가의 그것과 많이 닮은 데가 있다. 창의력이 요구되는 21세기의 기업가들이 그림을 읽는다. 제대로 구도가 맞는 제목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펼쳐 읽었다. 훌륭한 제목만큼 무궁무진한 내용이 담겨있는 책이었다.
 



미술관장대학교수 그리고 [명화속 이야기 시리즈]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저자는 예술을 대중에 친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번에 내놓은 책 [그림읽는 CEO]을 통해서는 명화 속에 숨은 이야기와 작가들을 이야기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그들로부터 창의력과 창조력을 배우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이 책 자체가 미술작품처럼 놀라운 창조력을 지닌 기획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창조의 조건을 세 가지로 구분하여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하는 '생각의 기술'편과 '끊임없이 새로움을 탐하라'고 요구하는 '창조적 혁신'편, 마지막으로 '내가 세상의 중심이다'고 생각하라는 '자기 재창조'편으로 구성하여 각 장마다 모두 55명의 세계적인 미술가들의 창조력을 소개하고, 그 산물인 작품들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270여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책 속에 55명의 작가와 작품 그리고 그들의 창조력을 설명한다는 것이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처음에 걱정되었다. 하지만 몇 장 넘기지 않아 나야말로 지나친 기우 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달랑 그림 한 장 만을 봤을 때는 보이는 그것 밖에는 전혀 알 수 없던 작품세계에 대해 저자는 우선 작가의 환경과 시대적 배경 그리고 작가의 이모저모를 통해 그런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작가의 독특한 창작력을 설명해준다. 그 후에 이어지는 작품의 설명은 마치 미술관에서 큐레이터가 관객들에게 하는 듯 해서 작품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비슷한 창조력을 지닌 일련의 작가와 작품들을 소개한 후 관객임과 동시에 독자인 나에게 작가와 작품을 통해 내가 그들에게서 배워야 할 그들의 창조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그 창조력을 찾을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정리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은 참으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예를 들면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지금까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추상화畫 ' 부분이었는데, 그 개념에 대해 주제나 내용을 식별할 수 있는 '구상화畫 '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추상이라는 말은 내면에 숨겨진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특성을 추출한다는 뜻이며, 선과 형태 그리고 색채 등의 조형적 요소로 작품의 의도를 표현했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진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림을 거꾸로 세워놓은 바람에 알게 된 색채와 순수한 형태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게 된 대표화가 칸딘스키의 [구성]을 통해 대상의 내면에 숨어 있는 사물의 정수를 표현하고, 인간의 감정, 생각, 말과 행동의 절제를 표현한 몬드리안의 작품, 또 그것을 패러디하여 말풍선을 넣음으로써 몬드리안에게는 없었던 생동감을 추가한 김정명의 [EMPTY], 얼핏 보기엔 펜꽂이같다고 밖에 이야기 할 수 없는 브랑쿠시의 [공간속의 새]는 날아가는 새의 모습 즉, 비행飛行을 형상화하기 위해 새의 깃털과 부리를 추출하여 형상화시켰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추상미술에 대해 관람객은 자신이 보는 것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으며, 친숙한 사물을 확인할 때의 만족감도 얻을 수 없지만, 자연은 인간의 눈에 보이는 구체적이고 정적인 면 이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고, 비물질적이니고 동적인 면도 지녔다는 진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미술 비평가 고르프리트 뵘의 설명이 이어지는 부분은 추상화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었던 내가 '아하~'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었다. 가장 압권은 작품세계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추상화'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세상 만물의 외양보다 이면을 들여다보고 본질과 핵심을 파악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물을 추상적으로 보는 훈련을 쌓으면 세부적인 형태에 눈을 빼앗기지 않고 겉모습보다는 본질, 혹은 문제의 핵심을 단숨에 간파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전한다.
 
이 밖에도 우리가 인생에서 필요한 창조적 덕목들 즉, 잠자는 상상력을 깨워라, 세상을 거꾸로 보라, 실체의 이중성을 파악하라, 무의식의 세계를 자극하라, 세상의 틈새를 노려라, 세상의 상상력을 자극하라, 잘 보는 것이 힘이다, 뇌의 무한한 가능성을 활용하라, 창조자의 끈기와 집념 마이웨이를 배워라, 끊임없이 변화하라, 전통에 도전하라, 끊임잆이 나를 홍보하라, 나는 브랜드다, 세상을 도발하라, 고난 앞에 무릎 꿇지 말라, 자연을 재발견하라, 자화상을 그려라 등을 주문하며 수많은 작가와 그들의 작품 속에서 그것을 찾을 수 있도록 설명하고 도와준다.
 

 
미술작품 속에서 그것들이 도출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왜 수많은 CEO들과 부자들이 미술작품을 좋아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이유를 이제야 조금 알 듯 하다. 그리고 거액을 주고 구입하여 그 작품들을 자신의 집무실과 거실에 두려고 하는 미술 애호가들의 수집벽을 이해할 것 같았다. 소장가치를 가진 재산으로서의 미술품만이 아니라, 그들에게 위안과 휴식을 제공하고, 창의력과 창조력을 낼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었다.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내놓은 놀라운 제품들 속에는 예술로부터 받은 영감과 창조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예술에 대한 저변이 그만큼 확대된 만큼 최고의 컨텐츠와 디자인으로 무장된 제품들이 쏟아지고, 상상하지 못한 경영전략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 일테다. 상대적으로 예술작품에 대한 접근이 흔하지 않은 우리에게 이런 훌륭한 책이 지금이라도 우리 손에 들려지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술가와 기업가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있는 저자였기에 이런 반가운 책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기업가들, 비즈니스맨들, 그리고  창의력, 창조력을 필요로 하는 많은 이들이 꼭 읽어야 할 놀라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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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 초밥장인 안효주의 요리와 인생이야기
안효주.이무용 지음 / 전나무숲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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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장인의 인생과 삶을 녹여 정성껏 꾸민 성찬!
 
"사람은 태어날 때 삼신할미헌티 제 명에 먹고 돌아갈 밥그릇수를 얻고 태어난겨.
그러니께... 제때마다 모두 잘 챙겨먹어야 하는겨.
안그럼 못얻어먹은 만큼 명을 줄여서 돌아가단말여. 알았냐?"
 
어린 시절, 밥때마다 도망다니는 나를 앉혀두고 할머니께서 하신 말이다. 어른이 되어 건강을 생각하고 언젠가부터 식사를 거르거나, 부실하게 먹는 동료들에게 이 말을 하게 되면서 그 때는 몰랐던 제때맞추어 제대로운 식사를 하는 것이 '섭생攝生 진리'임을 깨닫게 된다. '먹기 위해 산다'고 하는 이가 있으면 '살기 위해 먹는다'는 이가 있다. 무엇이 먼저일지 알 수는 없지만, 식食은 생生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건 알 것 같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Joseph Campbell 은 '삶은 죽여서 먹음으로써 남을 죽이고, 자신을 달처럼 거듭나게 함으로써 살아지는 것'이라고 말했고, '살기 위해 살아 있는 것을 죽여 먹는 것이 바로 밥이다. 밥벌이가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죽음을 먹고 삶이 이어지는 것이니 대충 살면 안되고, 힘껏 살아야 한다'고 변화경영가 구본형씨는 그의 책 '세월이 젊음에게'를 통해 말했다.
고단한 일상중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은 행복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가지고 정성을 다해 만들어진 음식을 먹으면, 오감이 행복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맛있게 먹었으니 모든 영양이 내 몸으로 갈테고 이윽고 건강해 질 것이다. 이른바 웰빙Well-Being이다. 건강과 행복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행복한 맛'을 전해주는 요리사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졌는데, 소개하는 [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이다.
 

 
이름보다는 '한국의 미스터 초밥왕'으로 더 잘 알려진 초밥장인 안효주씨가 자신의 일인 요리와 초밥만들기, 그리고 요리사로서의 인생를 내용으로 꾸며졌는데, 첫장부터 웃음가득한 미소로 반기는 그의 모습에서 신선한 바다내음과 시큼한 초밥내음을 느끼는 듯 하다.
 

 
첫 번째 일, 안효주 요리로 교감하다 에서는 자신의 초밥집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손님들과의 에피소드들이 소개된다. 일본만화책 [미스터 초밥왕]의 작가 테라사와 다이스케를 만나고 그의 책에 직접 실린 이야기로부터 그의 스승님과의 인연,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훈훈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평소 과묵하기도 한 그는 손님에게 마음을 담은 요리로서 교감하는데, 초밥은 인생과 닮아서 초밥에 들어가는 초양념이 되지 않은 초밥은 전화 한 통 없는 연인에 비유하며 초양념은 연인사이를 잇는 전화를 닮았다고 말한다. 고추냉이[와사비]는 밥과 생선을 이어주므로 소개팅 주선자를 닮았다고 하며, 간장은 없으면 허전한 친구처럼 초양념이 된 초밥이라 할지라도 간장이 없으면 뭔지 모르게 싱거워 그 맛이 밍밍해진다고 한다. 친구, 연인, 가족 등 개성강한 사람들이 어울려 제 3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듯, 밥알, 고추냉이, 초양념,생선,그리고 간장이 조화를 이룰 때 최고로 맛있는 초밥이 된다고 한다. 자신의 일에서 인생의 참맛을 찾아내는 부분에서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는 요리이야기를 읽는 이유를 제대로 찾아낸 것 같아 반가웠다.
 



두 번째 일, 안효주 맛의 드라마를 연출하다 에서는 손님이 요리사에게 메뉴의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뜻의 일본말, "오마카세!お任(まか)せ!" 를 메뉴로 하여 독자를 손님으로 앉히고, 그가 만드는 초밥의 세계로 안내한다.     
 입 속에 바람 한 줌 광어를 필두로 고소함의 긴 여운을 지닌 방어, 담백함과 고소함의 사이에 앉은 도미, 고소함의 절정 참치뱃살, 단맛의 이중주 성게알과 단새우, 오도독 고소한 맛 전복, 진한 담백미 학꽁치, 촉감으로 먹는 조개관자놀이, 녹진녹진한 고소한 장어구이, 심해의 맛 고등어 등 순한 맛 광어를 시작으로 진한 맛의 고등어까지 실제 초밥을 먹는 순서를 예를 들면서 저마다의 훌륭한 맛과 풍미를 '신의 물방울'의 주인공 칸자키가 와인의 맛을 설명하듯 직접 그 맛을 글로 풀어냈다. 먹음직스러운 사진과 설명으로 시장기는 가득하고, 입에서는 연신 침이 고였다. 마지막으로 단 하나뿐인 초밥을 소개하는데 천하일품 요리도 세끼만 계속 먹으면 물렸다고 싫어하고, 세 끼만 굶겨놓으면 밥에 소금만 뿌려도 맛있다고 달려드는 간사하고 순진한 손님의 혀에 맞춰 '진짜 확오는 느낌의 맛'을 찾아주기가 힘들고, 또 즐거운 작업임을 고백한다.
 

 
초밥의 기본과 초밥의 매너를 말하는 세 번째, 네 번째 일에서는 손님의 한 끼 식사를 책임지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기도할 때의 간절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요리를 임하는 자세와 정성을 다해 만들어진 최고의 초밥을 가장 맛있고, 훌륭하게 먹을 수 있는 고객의 매너에 대해 소개한다.
여러 번 쌀을 씻고, 그 때마다 씻는 방법을 달리하며, 계절마다 쌀을 불리는 시간을 달리하는 것이 예전에는 없던 공정이라 번거롭지만 그땐 몰라서 못했던 것이라며 '일에 있어서건 인격에 있어서건 세월이 지나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헛산 것이고, 하루하루 새로워지고 발전해나가야 그게 사는 맛이고 사는 의미'라고 말한다. 그리고 세상의 그 어떤 요리사가 낼 수 없는 맛은 어머니의 손맛이라며 어머니의 손맛을 볼 때 누구나 느끼는 '마음이 쑥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온 느낌'이고 그것은 나의 혀가 기억하고 있는 어머니의 사랑과 어린 시절의 추억이 함께 음미되기 때문일 것이라 말한다. 그는 요리를 통해 인생을 알게 되었고, 다시 그 인생의 참맛을 요리로 만들어 손님에게 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다.
 
위생을 생각해 열흘에 한 번씩 짧은 머리를 만들고, 영업시작전 칼을 쓰기 전 한번 갈고 하루를 마감하고 또 칼을 갈며,  최고의 초밥을 만들기 위해 초밥의 재료인 쌀 그리고 소금을 찾아다니는 그의 노력에서 초밥장인의 면모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 장인이면서도 평생을 노력해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밥알뭉치 속 공극孔隙사이로 하늘이 담기는 경지에 오르기 위해 계속 노력하려는 그의 의지에서 정진홍씨가 그의 책에서 말했던 '완벽에의 충동'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행복한 요리사를 꿈꾸는 다섯 번째 일 에서는 세계 챔피온이 꿈이었던 그가 밥벌이 수단으로 일했던 일식집이 인연이 되어 요리사가 되었고, 인고와 노력의 나날을 보내 호텔의 일식당의 책임주방장이 되고, 마침내 자신의 식당을 차리게 되는 과정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최고가 되고 자신의 점포를 가진 후 자신에게 밀려드는 욕심, 어리석음, 유혹을 떨쳐버리는 힘은 열정이라고 말하며 열정이 없으면 적당한 기술로 적당히 먹고 살려고 마음먹게 되는데 그 순간부터 멈추게 된다고 말한다. 이 멈춤은 사실 후퇴와 다름 없는데 내가 멈춘 동안 시간은 나를 앞질러 가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의 요리로 다투면서 들어와서 요리를 먹고 웃으면서 나가는 손님들의 표정을 보며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 이것이 요리사로서 자신의 행복이라 힘이고, 언제까지고 요리와 손님 사이에서 행복한 요리사로 남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말에서 최고라 인정받는 장인이 갖는 한가지 목표가 '손님을 기쁘게 하겠다'는 가장 순수한 진리임을 배울 수 있었다. 
 
"골잡이가 골로 자신을 증명하듯, 나는 초밥으로 나를 증명한다. 초밥은 내 인생의 증거다."
라고 그는 자신의 일과 인생을 동일시 했다.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알고, 그 속에서 인생의 묘미를 알며, 자신을 찾는 손님을 즐겁게 해 줌으로 자신도 행복해 하는 삶. 직업은 곧 놀이가 되고, 놀이를 즐겨서 행복할 줄 아는 사람들이 '프로 비즈니스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밥장인의 인생과 삶을 녹여 정성껏 꾸민 성찬. 오랫만에 정말 맛있게 먹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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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 이노베이션 - 경쟁자가 못하는 것을 하라
노나카 이쿠지로 외 지음, 남상진 옮김 / 북스넛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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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대리, 과장들이 혁신적인 '기업의 주인이요, 주체'다!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던 어느 대기업은 기업승계를 위한 편법증여가 문제가 되어 인구에 회자되고 구설수에 오르더니, 주춤하던 사이 경쟁력을 잃어 최고의 헤게모니를 주변국들에 순위를 내주고 있고,  가격경쟁력과 초다투기식의 기술수준의 업그레이드로 명맥을 유지하는 국내의 기업들은 현재 '뉴 비지니스'를 찾으려 혈안이 되고 있다. 외국의 선진경영기법을 도입하여 기업혁신을 추구하지만, 환경과 실정에 맞지 않는 그들만의 방법을 답습하기는 아버지의 외투를 입은 다섯살 짜리 꼬마의 형국이다.
 
급변하는 소비자의 니즈와 시장환경의 현시점에서 가격경쟁의 악순환으로 고심하고 있는 우리 기업이 살아남을 방법은 경쟁없고, 추종자 또한 없는 전인미답의 시장을 개척하는 이노베이션Innovation밖에는 없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시장을 개척하여 시장과 수요자를 창출하는 방법만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기업의 유일한 생존방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누가 모르는가? 혁신방안에 대해 수많은 이론이 쏟아지고 실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시장에서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우리는 과연 불가능한 것인가?
 
이 책 [씽크 이노베이션]은 유교문화가 뿌리내린 한국의 기업은 규율이나 서열에 따른 질서가 조직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높여 경쟁력의 원천이 되어왔지만, 한편으로는 '창조성'을 높이는 데에는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최고의 기업들은 어떻게 이노베이터를 확보하고 양성하는가?"에 우리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바로 외부로부터 기술이나 지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비약적인 성장을 추구할 뿐 자신들의 손으로 이노베이션을 일으킬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도외시 해왔음을 시인하는 것이라 말하면서 한국기업이 지식창조에 의한 이노베이션 전략과 미래창조 전략에 관심을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노베이션을 일으킬 수 있는 이노베이터Innovator 란 누구인가?
 
 '양'이 아닌 '질'로의 전환, '연속'이 아닌 '비연속'의 허용, '비슷한 물'에서의 경쟁이 아닌 '다른 물'로의 도약, 현재의 '연장'이 아닌 새로운 '미래창조' 등의 이노베이셔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을 이노베이터라고 이 책은 말한다. 그리고 이들이 일으킨 기업에서의 이노베이션은 기술 혁신에 그치지 않고 생산방식, 영업방식, 조직이나 제도의 개혁 등 모든 분야에 관련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최근 일본에서 획기적인 히트상품이나 대성공을 거둔 사례들을 살펴보고, 그 중 리더 역할을 담당했던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 특성을 자세히 살펴 이노베이터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나 조건을 제시하고자 했다. 다시 말해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힛트상품이나 대성공의 대표자들을 소개하는 여느 성공서와는 다르게 이노베이션을 일으키는 것은 어니까지나 지적知的 자본으로서의 인간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여 실제로 이노베이션을 일으키는데 참여했던 중간 관리자들인 이노베이터의 인터뷰를 모아 이노베이서의 인간상으로 무엇이 필요한가를 살폈다는 것이다. 놀라운 점은 실제로 크게 성공한 이노베이터 일수록 지금까지 경영학이나 비즈니스 세계에서 유용하다고 간주되어온 방법이나 사고방식에 정면으로 위반하는 도전을 과감히 감행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13 편의 성공한 이노베이션 사례들을 소개하는데 이노베이션의 대상은 기업뿐 아니라 수산연구소, 라면박물관 심지어는 포장마차촌을 포함시킨다. 세계 최다 판매 스포츠카로 명성을 날린 마쓰다의 로드스타는 '더이상 소형 스포츠카 시장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략적으로나 채산상으로 마쓰다에는 필요하지 않은 차다'라는 회사내의 반발에 맞서 '가장 좋은 스포츠카'를 만드는 것이 그들에게 최고의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현장의 개발 리더 히라이에 의해 탄생한 로드스타에서는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하는 이상을 개념화하여 타인을 설득하고 끌어들이며 이노베이션을 탄생시키는 이노베이터의 삶과 태도에 주목했다.
 
 일본에서 최근 가장 많이 팔린 음료, 산토리 이에몬의 사례에서는 자신이 개발에 직접 담당했던 중국 숙성차인 숙차熟茶의 패배를 딛고 이에몬차로 재기를 한 식품 사업부 과장인 오키나카 나오토를 이노베이터로 정하고 경쟁사의 제품의 특성을 'A는 좋으나, B가 부족하다'로 판단했을 때, 우리는 'A는 그대로 추구하고 결점인 B가 아닌, C로서 차별화한다'는 '분석적인 경쟁전략의 발상'과 같은 '평면적인 포지셔닝'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은 고객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고, 그러한 상대가치가 아닌, 제품에 대한 절대가치를 추구하는 시선을 이노베이터의 조건으로 꼽았다. 그리고 전작에서 실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도전하는 개발자의 입장에서 기업의 임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수단을 가리지 않고, 배짱있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마키아벨리적인 방법론 또한 이노베이터가 되기 위한 조건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밖에도 포장마차 산업으로 지방도시의 부흥을 일으킨 기타노 포장마차의 사례 , 30년 연구 끝에 흑참치의 완전양식에 성공한 킨키대학의 수산연구소의 사례, 만년 1위인 NTT도코모의 독주를 제치고 최고가 된 KDDI의 휴대폰 인포바, 세계 최초로 물로 굽는 오븐 샤프의 헤르시오 등 모두 13가지의 성공사례들의 숨은 주역인 이노베이터들을 찾고, 그들을 성공에 이르게 했던 핵심점을 주목하여 이것을 이노베이터로서의 조건으로 만들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곳은 혁신적인 리더들의 공통적인 요소 15 가지를 소개한 마지막 장 '성공의 본질'은 이 책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노베이터의 조건이란 한정된 사람만이 지닌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얼마나 자신이 믿는 이상을 추구하는가? 그것을 어떻게든 실현하겨는 집념을 가질 수 있는가? 언뜻 보기에 모순처럼 보이는 이상과 현실을 자기 속에서 우선 시작해 보고 그것을 자신의 삶을 확립하는 일에도 연결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이상의 추구는 존질을 간파하는 눈을 단련하고, 실현에 대한 집념은 지식과 지식을 연결시킴으로써 꼭 지녀야 할 능력을 연마하게 해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의 핵심이자 주인공이었던 이노베이터들은 모두 미들매니지먼트 사람들(중간관리자)였다고 말하면서 이론과 학습으로 무장되어 분석은 탁월하게 잘하면서도 방관자적인 자세로 일하며 주관적인 당사자의 의식이 결여된 미들매니지먼트 층사람들(중간관리자)을 가리키며 경고한다.
미들매니지먼트는 단순히 경영층의 지시나 철학을 부하들에게 전하거나, 부하들의 의견을 상부에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파이프 역할만 하는 종래의 소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 아니라, 경영층에 대해서는 제안뿐 아니라 경영층을 움직이며, 부하들에 대해서는 단순히 그들과 그들의 업무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역할을 부여하고 좋은 일을 하도록 이끌어주며 미래의 지도자로 육성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 다시 말해 기업의 주인이며 주체라는 것이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가 "현장을 제대로 아는 몇 안되는 경영학자중 한 사람이다"고 저자 노나카 이쿠지로를 극찬했듯이 저자는 이론적 개념으로만 알고 있던 '이노베이션'을 실천적 혁신 사례로 현장감있게 설명했고, 그것이 있게 한 이노베이터들을 분석해 이것이 누구에게나 수행될 수 있고, 우리에게 가까이 있으며, 우리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이 책이 인식시켜주었다.
 
 책을 펼 때 배움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충분히 충족시키고 흥분과 열정에 차도록 만들어준 놀라운 책이었다. 기업의 중간관리자들 그리고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 이노베이션을 일으키고 싶은 미래의 이노베이터들에게 꼭 읽혔으면 하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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