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공을 개인적인 요소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펴본 모든 사례는 어떤 것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꽉 움켜쥔 후, 그 특별한 노력이 사회 전체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는 시대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의 성공은 그들만의 작품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자라난 세계의 산물이다. - P84

IQ 근본주의자아서 젠슨(Arthur Jensen)은 1980년에 저술한 《지능검사의 편견(Biasin Mental Testing)》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IQ에 의해 분류되는 네 가지 주요 집단은 상당히 높은 확률로 그사람이 누구인지 구분할 수 있게 해준다. 정상적인 학교에 들어갈 수있느냐 없느냐(IQ 50), 초등학교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느냐 없느냐(IQ75), 고등학교 정규 과목을 성공적으로 습득할 수 있느냐 없느냐(IQ105), 4년제 대학에 들어가 대학원 수준의 공부를 하거나 전문적 지식을 익힐 수 있느냐 없느냐(IQ 115)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판이하게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115를 넘어서면 지능지수는 성공의 척도나 성취의 판단 요소로써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고 IQ 115와 150 사이에, 혹은 150과 180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성공을 판단할 때, 상위 레벨의 IQ지수 차이는 성격이나 인격 같은 요소보다 훨씬 덜 중요한 역할만 수행한다는 의미다." - P97

허드슨의 말은 IQ가 농구선수의 신장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키 160센티미터인 사람이 프로 농구선수가 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얼마나 되겠는가? 솔직히 희박하다. 적어도 180센티미터나 190센티미터는 되어야 하고,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190센티미터보다는 2미터인 편이 낫다. 그러나 특정 지점을 지나면 키는 더 이상 관건이 되지 않는다. 2미터인 선수가 그보다 5센티미터 작은 선수보다 저절로 더 뛰어난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마이클 조던은 195센티미터였다). 농구선수는 그저 충분할 만큼 키가 크면 된다. 이것은 지능도 마찬가지다.
<1대 100> 에피소드에서 아인슈타인의 IQ는 150이고 랭건은 195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랭건의 IQ는 아인슈타인보다 30퍼센트나 더높다. 그렇다고 랭건이 아인슈타인보다 30퍼센트 더 똑똑하다는 것은아니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물리학처럼 정말로 어려운 분야로 넘어오면 두 사람은 충분할 만큼 똑똑하다는 것뿐이다. 지능이 일종의 범위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 P98

우리는 지금까지 대학에서 자신의 경력을 위태롭게 하는 문제에 빠진 두 명의 명석한 학생을 살펴보았다. 랭건의 어머니는 재정 지원을요청하는 서류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았다.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지도교수를 독살하려고 했다. 이어 그들은 모두 자신의 상황을 대학 당국에 납득시켜야 했다. 결국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랭건은 장학금을 받지 못했고 오펜하이머는 심리치료사에게 보내졌다. 오펜하이머와 랭건은 모두 천재였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너무 다른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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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라면 리드 대학에서 학위를 따지 않았을까? 그러면 교수를 설득해 오전 수업을 오후 수업으로 바꿔주도록 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크리스 랭건보다 더 똑똑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그가 세상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데 필요한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랭건은 몬태나 주립대학에서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그들은 모든 학생이 초급 대수학을 들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저는 매우 건조한 어투로 사소한 것에 집착하며 가르치는 교수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저는 왜 그가 그런 방식으로 가르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질문을 했죠. 사실 저는 연구실까지 쫓아가 물었습니다. ‘왜 이런 방식으로 가르치나요? 이런 연습을 하는 게 대수학을 배우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죠? 비쩍 마른 몸매에 키가 크고 겨드랑이에 언제나 땀이 차 있던 교수는 뒤돌아서서 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어요. ‘자네가 똑똑히 알아둬야 할 게 하나 있어. 어떤 사람은 수학자가 되기에는 지적인 화력이 딸린다네."
교수와 우등생이 있었고 그 우등생은 자신처럼 수학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사실 이것이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수학 교수의 관심을 끌 만한 중요한 사실을 전달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랭건은 교수에게 자신이 대수학에 능하다는 사실을 전달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 P120

실용 지능, 사회가 사랑하는 인간의 요건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Stemberg)는 폭력적인 랩 음악을 통해 자신의 인생관을 표현하거나 교수에게 수업을 오전에서 오후로 옮겨달라고 설득하는 데 쓰이는 특정한 기술을 실용지능(practical intelligence)‘이라고 부른다. 스턴버그에 따르면 실용지능은 ‘뭔가를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 언제 말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등을 아는 것‘을 포함한다.
이것은 방법에 관한 것이다. 뭔가를 어떻게 할줄 아는가와 관련되어있을 뿐, 자신이 그것을 알거나 설명할줄 아는 것과는 무관하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실천의 문제이다. 또한 이것은 상황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데 필요한 지식이다. 결정적으로 이것은 IQ로 추정되는 분석 능력과 분리되는 다른 종류의 지적 능력이다.
전문적인 용어를 빌려 표현하면 일반 지능과 실용 지능은 서로 독립적이다. 하나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른 하나도 반드시 가지고있다고 말할 수 없다. 엄청난 분석 지능이 있으면서 실용 지능은 매우 빈약할 수도 있고, 풍부한 실용 지능이 있으면서 대단치 않은 분석 지능만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로버트 오펜하이머 같은 행운아처럼 둘다 많이 갖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용 지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는 분석 지능이 어디서 오는지는 알고 있다. 그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유전자로부터온다. 크리스 랭던은 6개월부터 말하기 시작했고 세 살 때 읽는 법을 스스로 깨우쳤다. 한마디로 그는 똑똑하게 태어났다(born). 어떤 면에서 IQ는 선천적인 능력의 척도이다. 하지만 실용 지능은 후천적으로습득해야 하는 지식(knowledge)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지식을 대부분 가족에게서 배운다. - P124

중산층 부모는 대개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함께 이유를 찾아낸다. 단순히 명령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함께 협상하며 어른에게 질문하기를 바란다. 또한 부유한 부모는 자녀가 학교에서 잘하지 못하면 선생을 찾아가 상담을 하며 아이들의 문제에 깊이 개입한다. 라루가 취재한 한 아이는 영재반에 들어갈 실력이 되지않았지만, 아이 엄마가 따로 재시험을 볼 수 있게 조율하고 학교에 청원서를 넣어 결국 딸을 영재반에 넣었다.
반면 가난한 부모는 권위 앞에서 겁을 먹는다. 그들은 수동적으로 반응하며 뒤편에 물러서 있다. 라루는 한 저소득층 부모의 사례를 들고 있다.
"학부모-교사 간담회에서 매칼리스터(McAllister, 최종학력 고졸)는목소리가 작아졌다. 평소에는 사교적이고 활달한 성격이었지만 그날은 의자 깊숙이 앉아 재킷의 지퍼까지 올리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선생이 해롤드가 숙제를 해오지 않는다고 말하자 매칼리스터는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지만, ‘해롤드는 집에서 숙제를 했어요‘라고 말하는것이 전부였다. 그는 선생의 말을 추궁하지도 해롤드의 편에 서서 개입하지도 않았다. 그의 관점에서는 아들의 교육을 관리하는 것은 선생에게 달린 일이었다. 그것은 그들의 일이지 부모의 일이 아니었다."
라루는 중산층 부모의 스타일을 ‘집중 양육(concerted cultivation)‘이라고 불렀다. 이는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재능, 의견, 기술을 길러주고 비용을 대는 것을 말한다. 그와 대조적으로 가난한 부모는 ‘자연적인 성장을 통한 성취 (accomplishment of natural growth)‘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자녀를 돌봐야 할 책임은 지지만 아이들이 알아서 성장하고 스스로의 재능을 계발하도록 내버려둔다. - P127

"중산층 자녀는 자신의 개인적 선호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어떤기관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또한 그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관심을 요구하는 일에 편안함을 느낀다. 이들이 자신의 선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관심을 요구하는 법을 배우기때문이다. 더불어 규칙을 알고 4학년만 되어도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목소리를 낼 줄 안다. 심지어 선생과 의사에게 특별한 요청을 하기도한다."
이와 달리 가난한 계층의 아이들은 ‘거리를 두고 행동하며 신뢰하지 않고 저항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들은 어떤 환경에 놓이든 최선을다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혹은 라루의 환상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최적화‘하는 방법을 모른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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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로제토의 수수께끼
"그들은 제 수명을 다하고 늙어서 죽었다. 그게 전부다."

일반적인 규칙을 넘어서는그 무엇, 아웃라이어

로마에서 동남쪽으로 100마일 정도 떨어진 이탈리아 포자(Foggia) 지방의 아펜니노(Appennino)산맥 기슭에는 로제토발포르토레(Roseto Valfortore)라는 작은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중세시대의 중후한 멋이 물씬 풍기는 그 마을의 중앙에는 거대한 광장이 있고, 광장이 마주보이는 곳에 그 지역 최대 지주인 사게세가(Saggese 家)의 마르케살레(Marchesale) 궁이 웅장하게 서 있다. 궁의 아치 밑으로 이어진 길을따라가면 마돈나 델 카르미네(Madonna del Carmine), 즉 ‘카르미네산의성모 라는 이름의 교회가 나온다. 그리고 언덕을 따라 낮게 깔린 돌계단양쪽으로는 붉은 타일로 지붕을 댄 석제 이층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 P10

이 수수께끼의 해답은 과연 무엇일까? 울프는 그 해답이 식생활이나 운동, 유전, 지역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밀은 로제토 마을 자체에 있었다. 브룬과 울프는 마을을 거닐다가 우연히 그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은 로제토 사람들이 서로를 방문하고 길을 걷다가 멈춰 서서 잡담을 나누며 뒤뜰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나눠먹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그 마을의 사회적인 구조 밑에 깔린 일종의 ‘확장된 가족집단‘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로제토 마을에는 한 지붕 아래 3대가 모여 사는 집이 꽤 많았고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카르멜산의 성모 교회가 사람들을 결속시키고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욱이 고작 2,000여 명이 사는 마을에 시민의 모임이 스물두 개나 되었고, 이들 공동체의 평등주의적인 정서가 부유한 사람들로 하여금 거들먹거리지 못하게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남부의 농노문화를 펜실베이니아 동부 언덕으로 옮겨온로제토 사람들은 현대사회의 압박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기에 충분할 만큼 강력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로제토사람들은 스스로 만들어낸 언덕 위의 작은 세계 덕분에 건강할 수 있었다. - P17

ㅇ 캐나다에서 하키선수를 선별하는 과정은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이 말한 ‘자기실현적 예언‘의 가장 완벽한 예시라고 할 만하다. 이는 "시작 단계에서 잘못된 정의를 내렸을 때, 다음에 나타나는 새로운 행동이 최초의 잘못된 정의를 올바른 것이 되도록 하는 상황을 말한다. 캐나다인은 9~10세 소년 중 누가 최고의 하키선수인지에 대해 잘못된 정의를 내린다. 그들은 그저 해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소년을 선별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 소년들을 ‘올스타‘로 대접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처음의 잘못된 정의가 옳은 것처럼 보이게한다. 이러한 자기실현적 예언의 그럴 듯한 타당성은 오류가 받아들여지는 상황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는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예언자가 마치 자신이 처음부터 예언했던 그대로인 양 행세하듯이 말이다. - P39

물론 하키와 축구는 선택된 소수와 관련된 것이지만, 이처럼 편향된결과는 좀더 넓은 범위에서도 발견된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이다. 예를 들어 연말에 태어난 자녀를 둔 부모는 이듬해에 아이를 유치원에보내야 할지 고민하게 마련이다. 다섯 살배기가 몇 개월 빨리 태어난아이들과 섞이는 것을 막고 싶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부분의 부모는 몇 개월 뒤처진 것으로 인해 유치원에서 겪는 불이익이 무엇이든 금세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건 하키와 마찬가지다. 연초에 태어난 아이가 누리는 아주 작은 이익은 연말에 태어난아이가 겪는 불이익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이어진다. 성취감과 낙담, 용기, 좌절이 일종의 패턴이 되어 그 아이를 수년간 묶어두는 것이다. - P42

굳이 선발을 해야 한다면 기준일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찾아야 한다. 태어난 달에 따라 나뉜 두세 개의 하키리그를 운영할 수도 있다. 같은 달에 태어난 선수들끼리 뛰게 한 다음 올스타팀을 선별하는 것도 좋다. 만약 하반기에 태어난 캐나다와 체코의 하키선수들이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었다면, 체코와 캐나다 국가대표팀의 선택폭은 두 배로 넓어졌을 것이다.
학교에서도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1~4월생, 5~8월생, 9~12월생 단위로 끊어서 학급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면 같은 발육단계에 놓인 학생들끼리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수 있다. 물론 학생들의 등록과정은 예전에 비해 다소 복잡해질 수 있지만, 특별히 돈이 많이 드는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자기 잘못도 아닌데 주어진 교육제도 내에서 큰 불이익을 누렸던 학생들에게 기회를 넓혀줄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스포츠보다 훨씬 더 복잡한 영역에서조차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그럴까? 성공이란 그저 개인의 장점에 따른 결과이며 우리가 만든 규칙이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는 단순한 생각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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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 가벼운 호감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일들이 시작되는지. 좋아해서 지키고 싶었던 거리감을 한꺼번에 무너뜨리고 나서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겼는데, 어쩌면 더 좋은 기회가 온 것인지도 몰랐다.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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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극도로 정교하게 얽혀 있는 복잡성을 염두에 두고, 그것이 용불용의 원리를 통해 구축될수 있었는지 자문해 보라. 나는 그 답이 분명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렌즈는 투명하고, 구면 왜곡이나 색수차(色收差, 빛의 파장이나 초점 거리의 차이로 상의 가장자리가 채색되어 나타나는 현상  옮긴이)를 교정한다. 이런 정교한 구조가 단순히 자주 사용한 결과 구축될 수 있는가? 렌즈가 그것을 통과하는 많은 양의 광자(光子)로 씻겨져 투명하게 될 수 있올까? 자주 사용되거나 빛이 투과했다고 해서 더 우수한 렌즈가 될 수있을까? 물론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도대체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단순히 다른 색깔의 빛이 쏟아진다고 해서 망막의 세포가 색을느끼는 세 종류의 서로 다른 시세포로 분리될 수 있을까? 어떻게 그런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초점을 맞추는 근육이 존재한다면, 자주 사용할수록 근육은 커지거나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서 저절로 시각상의 초점이 적당하게 맞춰지는 것은 아니다. 용불용의 원리로는 가장 조잡하고 불완전한 적응밖에 이루어질 수 없음은 자명하다.
반면 다윈 선택은 모든 미세한 부분까지 남김없이 설명할 수 있다. 좋은 시력, 미세한 점에 이르기까지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예리한 시력은 동물에게는 생사가 달린 중요한 문제이다. 제비처럼 빠른 속도로나는 새는 렌즈의 초점이 잘 맞아서 색수차가 보정되는지의 여부가 벌레를 잡느냐 아니면 절벽에 충돌하느냐의 양 극단을 판가름해 준다. 해가 뜨자마자 곧바로 조리개를 닫아 홍채를 능숙하게 조절할 수 있다면 포식자를 발견해도 여유 있게 도망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눈이 부셔서 최후의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정교하고 내부 조직 깊숙이 묻혀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눈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개선은 동물의 생존과 번식의 성공에 공헌하고, 나아가 그 개선을 낳은 유전자의 증식에 공헌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윈 선택은 개선을 초래하는 진화를 설명할 수 있다. 다윈주의는 생존에 성공적인 장치의 진화를 그 성공의 직접적인 귀결로 설명하고 있다. 설명과 설명이 되는 대상 사이의 연결 관계는 극히 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직접적이다. - P489

변이와 선택이 공동 작업을 한 결과 진화가 일어난다. 다윈주의자의 주장에 따르면 변이의 방향은 개선을 향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의미에서 무작위적이다. 진화에서 개선을 향한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선택을 통해서이다. 우리는 진화라는 교의를 한쪽 극단에 다윈주의자가 있고 다른 한쪽 극단에 돌연변이론자가 있는 식의 일종의 연속체로 가정할 수 있다. 극단적인 돌연변이론자는 자연선택이 진화에서 어떤 역할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진화의 방향은 돌연변이의 방향에따라 정해진다. 예를 들어 수백만 년 동안 우리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일어난 뇌 용적의 증가라는 현상을 살펴보기로 하자. 다윈주의자라면이렇게 말할 것이다. 돌연변이에 따라 자연선택의 대상으로 제공된 변이 속에는 작은 뇌를 가진 개체도 있지만 큰 뇌를 가진 개체도 있었다. 그리고 자연선택을 통해 후자가 유리하게 된 것이라고 말이다. 한편 돌연변이론자에 따르면 돌연변이가 제공하는 변이는 이미 큰 뇌 쪽으로 방향이 기울어 있다. 변이가 제공되기 전까지는 아무런 자연선택도 없었다.(또는 자연선택이 일어날 필요가 없었다.) 뇌는 돌연변이에 따른 변화가 뇌를 크게 만드는 방향으로 편향된 이상, 계속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논점을 정리해 보자. 진화에 큰 뇌를 향한 편향이 있었다. 이 편향은 자연선택을 통해서만 발생할 수 있든지 (다윈주의자의 관점), 또는 오직 돌연변이를 통해서만 발생할 수 있을 것(돌연변이론자의 관점)이다. 이 두 가지 관점 사이에 어떤 연속체를 상정할 수 있다. 우리는 진화적편향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는 두 가지 원천이 거의 평형을 이루는 상태를 상상할 수 있다. 중립적인 관점에 따르면, 뇌의 거대화를 향한 돌연변이 쪽으로 ‘약간‘의 편향이 있었고 살아남은 개체군 속에서 이루어진 선택이 그 편향을 더 강화하게 되었다는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 P496

돌연변이가 무작위적이지 않았을 것임을 알려 주는 다섯 번째 측면이 있다. 동물의 생활에 대한 적응성을 개선시키는 방향으로만 체계적으로 편향되어 있는 돌연변이를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상상은 가능할지 몰라도, 이러한 편향이 어떤 수단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는지 분명하게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진정한 다윈주의자가 돌연변이란 무작위적이라고 주장한 것은 바로 이 다섯 번째 측면, 즉 ‘돌연변이론자‘의 관점에 대해서뿐이다. 돌연변이는 적응적 개선의 방향으로 체계적으로 편향되어 있지 않으며, 이 다섯 번째 의미에서 무작위적이지않은 방향으로 돌연변이를 유도하는 어떤 메커니즘도 (온건하게 표현하자면)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돌연변이는 다른 모든 측면에 대해서는 무작위적이지 않지만 적응적 유리함이라는 측면에 대해서만 무작위적인 셈이다. 진화를 유리함이라는 측면에서 무작위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는 힘은 선택, 오직 자연선택뿐이다. 사실 돌연변이설은 틀렸을 뿐 아니라 결코 옳을 수도 없다. 그 이론은 근본적인 원리에서 진화가 가져오는 개선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돌연변이설은 어떤 의미에서도 다윈주의를 반증한 경쟁 이론이 아니며, 경쟁 이론이 될 자격조차 없다. 그런 의미에서 돌연변이설은 라마르크주의와 같은 선에놓을 수 있다. - P503

 무(無)에서 눈을 진화시키는 데에는 1,000 단계의 진화가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즉 아무것도 없는 피부의 일부분이 눈으로 바뀌기까지는 연속된 1,000 단계의 유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가정이 논의의 편의를 위해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이오모프 나라의 용어를 사용하자면, 피부에 아무것도 없는 동물에서 눈을 가진 동물이 탄생하기까지 1,000걸음의 유전적 거리가 떨어져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1,000 단계를 제대로 거치면 그 결과 우리가 알고 있는눈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자연선택에 따른 설명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가장 단순한 형태로 축약시켜 이야기하자면, 1,000 단계 하나하나에 대해 돌연변이가 몇 가지 대체물을 제공했고, 그중 오직 하나만이 생존에 도움이 되었다는 뜻이 된다. 이 진화의 1,000단계는 1,000개의 일련의 선택점을 나타내고 있고 그 각각의 선택점에서 대부분의 대체물은 폐기되고 만다. 현재의 눈이 가지고 있는 적응적 복잡성은 1,000회에 걸친 무의식의 ‘선택‘ 과정에서 성공을 거둔 최종 산물인 것이다. 종은 어느 특정한 길을 따라가면서 무수한 가능성이라는 미로를 헤쳐 나왔다. 이 길을 따라 1,000개의 분지점이 늘어서 있고, 각각의 점의 생존자는 우연히 시력의 향상으로 통하는 모퉁이로 접어든개체였다. 그 길을 따라 숱하게 늘어선 1,000개나 되는 각각의 선택점의 잘못된 모퉁이에는 제대로 길을 찾지 못한 개체들의 시체가 즐비한 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눈은 연속된 1,000회에 걸친 자연선택적인 ‘길찾기‘에 성공을 거둔 최종 산물인 것이다. - P504

돌연변이가 무작위적이지 않은 첫 번째 측면은 다음과 같다. 돌연변이는 분명 물리적 사건에 따라 야기된다. 다시 말해서 저절로 일어나는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돌연변이는 이른바 ‘돌연변이원‘ (간혹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해서 위험하다.) 때문에 유발된다. 예를 들어 X선이나 우주선,
방사성 물질, 그 밖에 여러 가지 화학 물질, 더욱이 ‘돌연변이 유전자라 불리는 다른 유전자 등이 돌연변이원이 된다. 두 번째로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모든 생물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염색체 내의모든 유전자 자리는 저마다 특정한 ‘돌연변이율‘을 가지고 있다. 예를들자면 중년기 초기의 사람들을 죽음에 몰아넣는 헌팅턴무도병의 유전자를 만들어 낼 돌연변이율은 약 20만분의 1이다. 연골발육부전증(우리에게는 난쟁이증후군으로 알려져 있고, 팔다리가 몸통에 비해 지나치게 짧은바셋 사냥견이나 닥스훈트가 가진 특징이다.)이 나타날 수 있는 확률은 그보다 10배나 높다. 이러한 비율은 통상적인 조건에서 측정된 것이다. 만약 X선과 같은 돌연변이원이 존재한다면, 일반적인 돌연변이율은 급증하게 된다. 염색체의 어느 부분은 높은 유전자 전환율을 가진 소위 ‘핫스폿‘이어서 국부적으로 극히 높은 돌연변이율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로 염색체상의 각 유전자 자리에서는, 그곳이 핫 스폿이든 아니든 간에, 특정 방향의 돌연변이가 그 역방향의 돌연변이에 비해 쉽게 일어날 것이다. 이것은 동시적인 현상을 일으키거나 혹은 인도된 진화라는 형태에서 이 장에서 고려되었던 다른 이론들에 돌연변이설이 합류하도록 만들었다. - P513

누적적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이야말로 우리가 아는 한, 조직화된 복잡성의 존재를 원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이론인 것이다. 비록 증거상으로는 다윈주의가 불리하더라도, 그 증거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최상의 이론은 ‘역시‘ 다윈주의이다. 사실 증거는 다윈주의의 편이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그러면 문제 전체의 결론에 귀를 기울이자. 생명의 본질은 거대한 척도에서 볼 때 통계적인 불가능성에 있다. 따라서 생명에 대한 모든 설명은 우연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의 존재에 대한 진정한 설명은 분명 우연에 대한 반명제(反命題)를 구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대로이해한다면 우연에 대한 반명제는 무작위적이지 않은 생존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 무작위적이지 않은 생존은 우연의 반명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우연이 될 것이다. 이러한 양극을 연결하는, 즉 1단계 선택에서 누적적인 자연선택에 이르는 연속체가 있다. 1단계 선택이란 순수한 우연의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바로 이것이 내가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무작위적이지 않은 생존이라는 것이다. 느리고 점진적인 ‘누적적인 자연선택‘ 이야말로 생명이 가지는 복잡한 설계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으며, 더욱이 지금까지 제안된 이론들 중에서 유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설명이다. - P514

우연을 ‘길들인다‘는 말은 바꾸어 말하자면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일을 그보다는 가능성이 덜 희박한 작은 구성 요소로 잘게 나누어 잘 배열하는 것을 뜻한다. 가령 X가 단 하나의 단계를 거쳐 Y에서 발생하기는불가능하더라도 둘 사이를 무한소(無限小)로 분할할 수 있는 연속된 중간물을 통해 X와 Y를 연결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다. 대규모적인 변화는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작은 변화는 그것보다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충분히 세분된 연속적인 중간형으로 이루어진 충분히 큰 계열을 전제한다면 천문학적인 불가능성을 피해 어떤 것에서 다른 무엇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중간형을 끼워 넣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만 있다면, 우리는 분명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특정한 방향에 따라 매 단계를 인도하는 메커니즘이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그렇지 않으면 각 단계의 계열은 폭주를 시작하고 끝없는 무작위적인 방황을 계속할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단서를 모두 만족시키는 느리고 점진적인 누적적 자연선택이야말로 우리 존재에 대한 궁극적인 설명이라는 것이 다윈주의에 토대를 둔 세계관의 주장이다. 느린 속도의 점진설을 부정하고 자연선택의 중심적인 역할을 부정하는 진화론의 이설(異說)이 있다면 그런변종들은 특정한 경우에는 사실일 수 있지만, 결코 완전한 진실은 아니다. 그 이유는 그러한 이설들이 진화론의 핵심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진화론의 힘은 천문학적인 불가능성을 해소하고 믿을 수 없고 기적처럼보이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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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늘 기분 좋게 건조한 사람."
"그건 너무 단순한 설명인데요."
"그런데 잘 없어요.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사람에대한 기준을 각자 세우게 되잖아요? 제 기준은 단순해요.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 마음의 마개가 잘 닫혀 있느냐 덜컥거리며 쏟아지느냐. 상대방을 고려 않고 감정을 폭주시키는 걸 너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많아요. 선하면서 스스로를 다잡는 사람, 드물고 귀해요."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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