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 생각연구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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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세계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당신은 감각 입력의 수동적수용자가 아니라 당신 감정의 능동적 구성자이다. 당신의 뇌는 감각 입력과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의미를 구성하고 행동을 지시한다. 만약 당신에게 과거 경험을 표상하는 개념이 없다면, 당신의 모든 감각 입력은 잡음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이런 감각이무엇인지도 알 수 없고, 무엇으로 인해 야기됐으며, 이것에 대처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개념을가지고 있으면, 당신의 뇌는 감각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 의미가 때로는 감정인 것이다. - P81

감정은 우리가 만들어낸다. 우리는 감정을 인식 또는 확인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러 체계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통해 필요할때마다 즉석에서 우리 자신의 감정 경험을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구성한다. 인간은 고도로 진화한 뇌의 동물적인 부분에 깊숙이 파묻혀 있는 가공의 감정 회로에 휘둘리는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경험의 설계자다. - P97

가슴에서 심장이 뛰는 느낌, 허파에 공기가 차는 느낌 같은 낯익은 감각과 전반적인 쾌감, 불쾌감,동요, 평온 같은 정동은 실제로 당신의 신체 안에서 유래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것들은 당신의 내수용 신경망에서 이루어지는 시뮬레이션의 결과다.  한마디로 말해 당신은 당신의 뇌가 믿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정동은 기본적으로 예측에서 비롯된다. - P160

또한 내수용은 당신이 현실로서 경험하는 것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성분 가운데 하나다. 만약 당신에게 내수용이 없다면, 이 물리적 세계는 당신에게 무의미한 잡음에 불과할 것이다. 당신의 정동을 산출하는 내수용 예측을 바탕으로 이 순간 당신이 마음 쓰는 것이, 즉 당신의 정동적 적소가 결정된다. 뇌의 관점에서 볼 때 당신의 정동적 적소에 있는 모든 것은 당신의 신체 예산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에 있는 그 밖의 모든 것은중요치 않다. 이것은 사실상 당신이 살고 있는 환경이 당신에 의해 구성됨을 의미한다.  - P169

그렇다면 당신이 범주화를 수행할 때 당신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당신은 세계 안의 유사성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창조한다. 개념이 필요하면 당신의 뇌는 당신이 과거에 경험한 개체군을 바탕으로 이리저리 짜맞추어 특정 상황에서 당신의 목표에가장 부합하는 개념을 즉석에서 구성해낸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다. - P184

간단히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내가 뱀을 보았기 때문에 그것의범주화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내가 도망쳐야겠다는 충동을 느꼈기 때문에 그것의 범주화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내가 심장이마구 뛰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그것의 범주화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내가 범주화했기 때문에 뱀을 보았고, 심장이 마구 뛰는 것을느꼈고, 도망친 것이다. 나는 이런 감각을 올바르게 예측했으며, 그럼으로써 이런 감각을 ‘공포‘ 개념의 사례로 설명했다. 이것이 바로 감정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 P215

"감정이 실재하는가?"라는 물음보다 더 나은 물음은 "감정이 어떻게 실재가 되는가?"라는 것이다.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원칙적으로 뇌와 신체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에서(지각하는 사람과 무관한 내수용 같은 감각에서) 일상의 통속적인 개념으로(우리가 살면서 늘 사용하는 ‘공포‘나 ‘행복‘ 같은 개념으로) 건너가는 다리를 놓는 데 있다.
감정은 사회적 실재의 전제 조건인 두 인간의 능력을 통해 우리에게 실재가 된다. 우선 ‘꽃‘, ‘돈‘, ‘행복‘ 같은 개념이 존재한다고동의하는 일군의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지식은 흔히 집단지향성collective intentionality이라고 불린다. 모든사회의 토대는 사람들이 굳이 관심을 갖지 않는 집단지향성으로이루어진다. 당신의 이름조차 집단지향성을 통해 실재가 되었다.  - P256

반면에 불쾌한 일을 곱씹는 행위는 당신의 신체 예산에 동요를일으킨다. 우울한 일을 반추하는 행위는 악순환된다. 예컨대 최근에 연인과 헤어진 일을 곰곰이 되새길 때마다 예측할 또 한 사례가추가되는 셈이고, 그러면 또 다시 반추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별의특정한 개념이, 예컨대 마지막으로 크게 싸웠던 일이 또는 연인이마지막으로 떠날 때의 모습이 세계에 대한 당신의 모형에 둥지를튼다. 보행자가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점점 깊게 패이고 굳어지는 산책로처럼 이런 개념은 신경 활동 패턴으로 당신의 뇌에서 점점 더 쉽게 재창조된다. 당신은 이러한 산책로가 굳어져 포장도로가 되는 것을 윈치 않을 것이다. 당신이 구성하는 모든 경험은 일종의 투자다. 그러므로 현명하게 투자하라. 당신이 미래에 다시 구성하고 싶은 경험을 가꾸어라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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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9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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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죽음과 함께 하는 사람의 삶에 대한 사색들.

생각해 보면 우린 정말 살기 힘든 시대에 태어났어, 하고 그는 생각했다. 어느 시대도 지금보다는 살기 쉬웠을 거야. 인간은 어차피 고통과 싸우게 태어났으니 고생이 없을 수는 없지.
지나치게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은 이런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아. 하지만 이제는 어려운 결심을 해야 할 때야. 파시스트 놈들이 공격을 해 왔으니까 우린 결심을 한 거지. 우리는 살기위해 싸우고 있어. 하지만 아까 그 나무에 손수건을 비끄러매었다가 낮에 다시 가서 알을 찾고, 그 알을 암탉에게 품게 해닭장에서 꿩 새끼를 키우고 싶구나. 그렇게 사소하고 평범한것이 마음에 들어.
하지만 네게는 집도 없고 집이 없으니 안마당도 없지, 하고그는 생각했다. 네게는 내일 싸우러 갈 형제가 하나 있을 뿐가족도 없어, 바람과 태양과 공복을 느끼는 창자가 있을 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그런데 이제는 바람도 거의 없고, 태양도 없구나. 있는 것이라곤 주머니에 들어 있는 수류탄 네 개뿐인데, 그것도 던질 때밖에는 쓸데가 없지. 등에 카빈총을 메고는 있지만 이것도 남에게 총질할 때만 소용이 있어. 하지만 전달해야 할 보고서가 한 통 있잖아. 그리고 땅에 깔길 배설물을잔뜩 배 속에 넣고 있을 뿐이야, 하고 그는 어둠 속에서 히죽웃었다. 또 넌 그것에 오줌 칠을 할 수도 있어. 네가 가진 모든것은 죄다 남에게 줄 것뿐이구나. 넌 철학의 천재요 불행한 인간이로구나, 하고 그는 혼자서 생각하고 또 한 번 씁쓸하게 웃었다. - P220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할 일들을 얼마나 많이 모르고 있는가?
나는 오늘 죽지 않고 더 오래 살고 싶구나. 이 나흘 동안 삶에대해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운것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난 노인이 되어 진실로 삶에 대해 아는 사람이되고 싶어. 인간이란 언제까지나 계속 배워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마다 정해진 양밖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일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좀 더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 P243

그는 자신이 보잘것없다는것을 잘 알고, 죽음이 별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았다. 자신이아는 다른 것들 못지않게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며칠 동안 그는 또 다른 인간과 한마음이 됨으로써 자신이 정말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것이 예외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예외를 우리가누렸던 거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이 점에서 난 참으로 행운아였어. 어쩌면 내가 그것을 구걸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어졌는지도 몰라. 그건 빼앗기거나 잃어버릴 수 있는 게 아니거든. 하지난 그것도 이제 이미 지난 일이고, 오늘 아침으로 모두 끝난 일이지. 이제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곤 오직 임무뿐이야.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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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양영란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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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난해한 이야기에 읽기가 힘들었다.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난 이스마엘 카다레에 대한 흥미가 없었을꺼 같다.
다른 책들은 좋았는데...

로베나는 그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했다. 둘 사이 사랑의 시간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오해나 비극은 대부분 이 같은 종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낮과 밤, 여름과 겨울은 얼마든지 구별할 수 있지만,사랑의 시간에 직면해서는 장님이나 다름없다. 보이지 않으니때를 놓치는 것이다.
- P135

그는 이젠 너무 늦었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고, 조락하는 땅을 밟고 싶지는 않았다고, 아직 해가 떠 있는 곳을 발견하고 싶었다고. 에우리디케를데려오기 위해 지옥에 내려간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는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어야 해. 가령, 죽은 건 에우리디케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식의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오르페우스는 사랑을 되찾아오고 싶었던 거야. 하지만 어딘가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너무서두른 나머지 결국 사랑을 잃고 말지.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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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1998 제1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문학과지성 시인선 220
황지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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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1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어머님 문부터 열어본다.
어렸을 적에도 눈뜨자마자
엄니 코에 귀를 대보고 안도하곤 했었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침마다 살며시 열어보는 문:
이 조마조마한 문지방에서
사랑은 도대체 어디까지 필사적인가?
당신은 똥싼 옷을 서랍장에 숨겨놓고
자신에서 아직 떠나지 않고 있는
생을 부끄러워하고 계셨다.
나를 이 세상에 밀어놓은 당신의 밑을
샤워기로 뿌려 씻긴 다음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빗겨드리니까
웬 꼬마 계집아이가 콧물 흘리며
얌전하게 보료 위에 앉아 계신다.
그 가벼움에 대해선 우리 말하지 말자. - P37

발작

삶이 쓸쓸한 여행이라고 생각될 때
터미널에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짐 들고 이별에 내린 자여
그대를 환영하며
이곳에서 쓴맛 단맛 다 보고
다시 떠날때
오직 이 별에서만 초록빛과 사랑이 있음을
알고 간다면
이번 생에 감사할 일 아닌가
초록빛과 사랑 이거
우주 기적 아녀 - P38

11월의 나무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 이 생이 마구 가렵다
주민등록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
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일정 시대 관공서 건물 옆에서
이 쪽으로 을 강하게 때리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 그림자 위에
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
나이를 생각하면
병원을 나와서도 病名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렇게 자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등뒤에서 누군가, 더 늦기 전에
준비하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 P81

어느 날 나는 흐린 에 앉아 있을 거다

초경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줄 수도 없고생이 끔찍해졌다
딸의 일기를 이젠 훔쳐볼 수도 없게 되었다
눈빛만 형형한 아프리카 기민들 사진:
"사랑의 빵을 나눕시다"라는 포스터 밑에 전가족의 성금란을
표시해놓은 아이의 방을 나와 나는
바깥을 거닌다. 바깥
누군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
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버리고 싶은 생
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글쎄,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그러므로, 어느 날 나는 흐린 酒에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
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부대를 걸치고
등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주면서
먼 눈으로 술잔의 수위만을 아깝게 바라볼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름다운 폐인을 내 자신이
견딜 수 있는가, 이리라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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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02-0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안부>.....!

몽이엉덩이 2024-02-02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찡하죠

그레이스 2024-02-02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황지우 시인 좋아하는데,,, 이 시는 정말 그의 가슴을 그대로 도려내 보여주는듯한
말로 느낌을 전한다는 게...이렇게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뇌리에 남는 시입니다
 
낙원의 이편 펭귄클래식 11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화연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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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혼자 여기로 나올 때가 많았어. 아, 석 달 전에 말야. 그럴 땐 방금 지나온 저 네거리에서 항상 걸음을 멈췄지. 거기 서면 지금처럼 갑자기 눈앞에 숲이 나타났거든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그림자도 있는데 사람 소리는 없었어. 당연히 난 숲에다 온갖 무시무시한 것들을 채워 넣었어. 지금의 너처럼. 내 말 맞지?" - P212

절통하여라내 심장은 아들의 심장 속에 있고내 인생은 아들의 인생 가운데 있어사람이 두 번 젊어질 수 있는 것은오로지 자식의 인생을 통해서이다. - P253

에이머리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너는 너무 자기 자신 안에 싸여 있어." 누군가의 말이 들려왔다. 그리고 다시
"나가서 뭔가 현실적인 일을 해."
"걱정은 그만하고."
그는 자기라면 이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그래---젊었을 때 난 에고티스트였는지도 몰라. 하지만 얼마 안 가서 알아차렸어. 나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다가는 병적이 된다는 걸 말야‘ - P393

"글쎄요." 에이머리가 말했다. "전 제가 불안한 세대의 변덕스러운 정신의 산물이라는 걸 말씀드릴 뿐입니다-정신과 펜을과격분자들에게 던져버릴 이유가 충분한 거죠. 제가 우리 모두는 시계추의 흔들림 한 번과 같이 유한한 세계의 맹목적인 분자라고 마음속 깊이 생각한다 해도 저나 저와 같은 사람은 전통에반항해서 투쟁하겠지요. 최소한 낡은 유행어를 새것으로 갈아치우려 하겠지요. 인생에 대해서 제가 옳다고 생각한 건 여러 번이지만 신념을 갖기란 어려웠어요. 한 가지는 알아요. 산다는 게성배 찾기가 아니라면 빌어먹을 재미난 놀이일지 모른다는거죠‘ - P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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