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의 여성혐오, 대중혐오, 자연혐오등 읽기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글은 오묘한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노파는 아이에게 다가가 웃어주며 좋은 얼굴 표정을 해 보이려 했다. 그러나 아이는 이 늙어빠진 착한 여인이 어루만져 주는 데 겁이 나 발버둥치며 집 안이 떠들썩하게 울부짖었다.

그러자 착한 노파는 다시 그녀의 영원한 고독 속으로 물러나, 한쪽 구석에서 울며 중얼거렸다. "아! 우리 불행한노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어린것들조차 좋아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구나. 우리가 사랑하고 싶어도, 어린것들은 무서워하는구나!"
<노파의 절망 중>

--늙은 여인의 절망이 늙어빠진 육체에 대한 인간의 잔인성을, 또는 시간과 함께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시간의 위협에 대한 공포를 대신한다고 르메트르는 해석한다. (주석 중) - P27

끝없는 하늘과 바다 속에 시선을 잠그는 이 더없는 환희라니! 고독, 고요, 비할 바 없는 창공의 순수함! 수평선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하나의 조그만 돛, 그것의 작음과 고립은 돌이킬 수 없는 나의 존재를 닮았다. 물결의 단조로운 멜로디, 이 모든 것이 나에 의해 사고되거나, 반대로내가 그것들에 의해 사고한다. (왜냐하면 위대한 몽상 속에서, 자아(lemoi)는 곧 사라지는 법!) "그것들이 사고한다."라고 말하거늘. 그러나 그것은 궤변이나 삼단논법, 혹은 연역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음악적으로 그리고 회화적으로사고한다.
<예술가의 ‘고해의 기도‘> 중 - P30

각자 자신의 키마이라를


막막한 잿빛 하늘 아래, 길도 없고, 잔디도 없고, 엉겅퀴 한 포기, 쐐기풀 한 포기도 없는 먼지투성이의 황량한벌판에서 나는 등을 구부리고 걷고 있는 여러 인간들을 만났다.

그들은 모두 제가끔 등에 어마어마한 키마이라를 걸머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밀가루 부대나 석탄부대, 혹은 로마보병의 장비처럼 무거워 보였다.

게다가 이 괴물 같은 짐승은 움직이지 않는 짐이 아니었다. 탄력 있고 강한 근육으로 인간을 덮어 싸고 짓누르고있었다. 업고 가는 인간의 가슴에는 올라탄 짐승의 거대한두 발톱이 달라붙어 있고, 어마어마한 머리는 인간의 이마까지 넘어와 마치 적에게 공포를 주려고 옛 용사들이 썼던끔찍한 투구와도 같았다.

나는 그중 한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그들이 대체 어디로 그렇게 가고 있는지를. 그는 아무것도 모르며, 그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걸어야 한다는 어떤 욕구에 의해 떠밀리고 있으니까, 어디로인가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기묘한 일은 이들 나그네 중 어느 누구도 자신의 등에 붙어 목에 매달린 이 잔인한 짐승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마치 괴물을 자기 육체의 일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피곤하나, 진지한 모든 얼굴에는 전혀 절망의 빛이 보이지 않았다. 우울한 둥근 얼굴에는 전혀 절망 의 빛이 보이지 않았다. 우울한 둥근 하늘 아래로, 하늘 못지않게 황령한 대지의 먼지 속에 발을 잠근 채 그들은 영원히 갈망해야 하는 운명의 선고를 받은자 같은 체념의 얼굴을 하고 길을 계속했다.

그리고 이 행렬은 내 앞을 지나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갔다, 호기심 많은 인간의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 유성의 둥근 표면 저쪽으로.

그리고 나는 얼마 동안 집요하게 이 신비의 의미를 이해 하려고 애써보았다. 그러나 이내 거부할 수 없는 ‘무관심‘이 나를 덮쳐, 나는 괴물 밑에 있던 그들보다 휠씬 더 무겁게 짖눌리는 것이다. - P46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서 이 광경에 마음이 사로잡혀 나의 갑작스러운 고통을 분석해 보려고 애썼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방금 본 것은 한 늙은 문학자의 이미지다. 그는 한 세대를 즐겁게 해준 훌륭한 광대였으나, 그세대는 지나가 버린 것이다.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고,어린애도 없으며, 그의 빈곤과 몰이해한 대중으로 인해 망가진 늙은 시인의 이미지! 잊기 잘하는 세상 사람들은 그의 막사에는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늙은 광대> 중 - P94

"혼자 있을 줄 모르는 이 큰 불행!"라 브뤼예르는 어디에선가 이렇게 말했다. 틀림없이 자신을 혼자 감당할 수없는 것이 두려워 대중 속에 자신을 잊으려고 달려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수치심을 주기 위해서 한 말이다.
"우리의 불행은 거의 모두가 자신의 방에 남아 있을 수없는 데서 온다."라고 또 하나의 현인 파스칼은 말했다.
그는 이 말을 하며 명상의 독방 속에서 모든 미치광이들을떠올렸으리라 생각한다. 현대의 가장 그럴듯한 표현으로부른다면 우애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매음 속에서, 그리고법석 속에서 행복을 찾고 있는 저 모든 미치광이들을.
<고독> 중 - P147

마침내 내 넋은 폭발한다. 그리고 현명하게 나에게 외치는 것이다. "어느 곳이라도 좋다! 어느 곳이라도! 그것이이 세상 밖이기만 하다면!"
<이 세상 밖이라면 어느 곳이라도> 중 - P2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4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엘스티르의 작품과 대화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하는 마르셀과 바닷가의 소녀들에게서 느끼는 사랑스런 감정 표현들이 웃음짓게 한다.

해돋이는 삶은 달걀이나 그림이 든 신문, 카드놀이, 또는 배들이 아무리 애를써도 좀처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강물처럼 긴 여행의 동반자다. 어느 순간 내가 잠이 들었는지 확인해 보려고 조금 전 내 정신을 가득 채웠던 생각들을 열거해 보려 했을 때(또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한 불확실성조차 긍정적인 대답을 주려 했을 때 나는 차창 너머 작은 검은 숲 위로 부드러운 솜털 같은 부분이 장밋빛으로 고정되어 꼼짝하지 않는깊게 파인 구름을 보았는데, 그 빛을 흡수하여 물들인 날개의깃털이나 화가의 충동적인 몸짓이 칠해 놓은 파스텔처럼 변하지 않을 장밋빛이었다. 하지만 난 이 빛깔이 무기력하거나 변덕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필연성이자 삶 자체인 듯 느껴졌다. 이내이 빛깔 뒤로 빛의 공간이 몰려왔다. 그러자 빛깔은 더욱 선명해졌고 하늘은 살구색으로 변했다. - P31

그러나 엘스티르의 작품은 자연이 시적인 상태로 있는 드문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금이 순간 엘스티르 옆에 있는 바다 풍경에서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은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땅과 바다를 비교하면서 그 사이에 놓인 모든 경계를 삭제하는 은유였다. 동일한 캔버스에서 암묵적으로 끈질기게 반복되는 이러한 비교가 화폭에 다양한 형태의 강력한 통일을 부여했으며, 이 통일성이야말로 바로 그의 그림이 몇몇 애호가들에게 불러일으키는 열광의 원인이었는데, 그들 자신도 아직 명확히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 P324

 "젊은 시절 어느 한때는 생각만해도 불쾌해져서 할 수만 있다면 지우고 싶은 말을 하고 그런삶을 경험하는 법이라네. 하지만 그런 사실을 그렇게 후회하지 않아도 되는 게, 현자가 되기 위해서는, 가능한 일이라면,이 마지막 화신에 앞서 어리석고 추악한 단계를 모두 거쳐야만 하기 때문이지. 나는 명문가 출신 자손으로 중학교 시절부터 가정교사에게 정신의 고결함과 도덕적인 정중한 태도를교육받은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도 잘 아네. 아마도 그들 삶에는 버릴 게 하나도 없으며, 그들이 말한 모든 걸 책으로 발표하거나 서명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들은 교조주의자의 무력한 후손들로서 그들의 정신은 더없이 초라하고 그 지혜는부정적이며 불모의 것이라네. 지혜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라, 그 누구도 우리를 도와줄 수 없고, 면제해 줄 수 없는 여정을 통해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라네. 지혜란 사물을 보는 하나의 관점이기 때문이지. 자네가 감탄하는 삶, 고상하다고 생각하는 태도는 집안 가장이나 가정교사에게서 배운 것이 아니라, 삶의 주변을 지배하는 악덕이나 평범한 것의 영향을 받아 아주 상이한 출발점에서 만들어진 거라네. - P368

이처럼 우리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첫번째 시각의 오류를 깨달은 후에야 한 존재에 대한 정확한인식에 만약 이런 인식이 가능하다면 도달한다. 그러나 정확한 인식은 사실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 사람에 대한 우리 시각이 수정되는 동안, 그 사람 자신도 무기력한 대상이 아닌 이상 변하기 마련이므로, 그를 포착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마침내 그 모습을 보다분명히 보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우리가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믿은 그 이미지는 단지 예전에 포착했던 옛 이미지들에지나지 않으므로 더 이상 그를 나타내주지 못한다.
- P383

청소년기는 완전한 응고가 진행되기 전이라, 소녀들 곁에 있을때면 그 불안정한 대립 속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유희하는 형태가 주는 광경에 상쾌함을 느끼게 되고, 이대립은 우리가 바다앞에서 관조하듯, 자연의 기본 원소들이 끊임없이 재창조되는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 P4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유냐 존재냐 까치글방 114
에리히 프롬 지음, 차경아 옮김 / 까치 / 199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소유하는 삶을 살지, 존재하는 인간으로 살지 나는 언제나 선택할 수 있다.

"소유적 인간은 자기가 가진 것에 의존하는 반면, "존재적 인간"은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 자기가 살아있다는 것, 기탄없이 응답할용기만 지니면 새로운 무엇이 탄생하리라는 사실에 자신을 맡긴다.
그는 자기가 가진 것을 고수하려고 전전긍긍하느라 거리끼는 일이없기 때문에 대화에 활기를 가지고 임한다. 그의 활기가 전염되어대화의 상대방도 흔히 자기 중심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  - P59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가장 중요한 대상은 나의 자아이다. 자아는 많은 것을 포괄한다. 자신의 육체, 이름, 사회적 지위, 소유물(지식을 포함한), 그리고 스스로 품고 있고 타인에게 과시하고 싶은자신의 이미지 등. 우리의 자아는 지식이나 능력 같은 실질적 자질과, 실재하는 핵심의 언저리에 우리가 쌓는 허구적 자질의 혼합물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점은 자아가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느냐 하는 점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자아를 각기 소유물로 느낀다는점, 그리고 그 "사물"이 우리 자신을 확인하는 경험적 토대가 되고있다는 점이다. - P108

궁극적으로 "나(주체)는 무엇(객체)을 가지고 있다"는 진술은 객체를 소유하고 있음을 빌려서 나의 자아를 정의하고 있다. 나자신이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그것이 나를 존재하게 하는 주체이다. 나의소유물이 나와 나의 실체의 근거가 된다. "나는 나이다"라는 진술의토대가 되는 생각은 "나는 X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나이다"이다.
여기서 X는 내가 영속적으로 소유하며 지배할 수 있는 힘에 의해서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자연의 사물과 인간이다. - P116

존재적 실존양식의 전제조건은 독립과 자유 그리고 비판적 이성을지니는 것이다. 그 가장 본질적 특성은 능동성이다. 여기서 능동성이라고 함은 겉으로 보기에 바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힘을 생산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에서의 내면적 활동상태를 뜻한다.
이 활동상태는 인간에게 주어진 소질과 재능 -- 타고난 정도는 다르지만-- 천부적으로 갖추어진 풍요로운 인간적 재능의 표출이다.
다시 말하면 자기를 새롭게 하는 것, 자기를 성장시키고 흐르게 하며 사랑하는 것, 고립된 자아의 감옥을 초극하며,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이며 베푸는 것을 의미한다. - P130

이 고찰들은 인간의 내부에는 두 가지 성향이 있다는 결론을 허용한다. 그 하나는 소유하고자 하는, 자기 것으로 하려는 성향으로서궁극적으로 살아남고자 하는 생물학적 소망에서 뻗어나온 힘이다.
다른 하나는 존재하고자 하는, 나누어가지고 베풀고 희생하려는 성향으로서 인간실존의 특유의 조건에서, 특히 타자와 하나가 됨으로써자신이 고립을 극복하려는 타고난 욕구에서 나온 성향이다. 모든 인간의 내부에는 이 두 가지 상반된 성향이 있으므로 사회의 구조와가치, 그리고 규범은 두 가능성 중에서 어느 한쪽을 우세한 것으로보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 소유지향, 즉 소유적 실존양식을 조장하는사회는 인간의 전자의 잠재성에 근거하며, 존재와 나눔을 장려하는사회는 인간의 후자의 잠재성에 근거한다. 우리는 이 두 잠재성 가운데 어느 것을 개발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며, 아울러 우리의 결정은그 어느 한쪽 성향으로의 해결을 조장하는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구조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 P1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의 꽃 민음사 세계시인선 1
보들레르 지음, 김붕구 옮김 / 민음사 / 197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알바트로스

자주 뱃사람들은 장난삼아
거대한 알바트로스를 붙잡는다.
바다 위를 지치는 배를 시름없는
항해의 동행자인 양 뒤쫓는 해조를

바닥 위에 내려놓자, 이 창공의 왕자들
어색하고 창피스런 몸짓으로
커다란 흰 날개를 놋대처럼
가소 가련하게도 질질 끄는구나.


이 날개 달린 항해자가 그 어색하고 나약함이여!
한때 그토록 멋지던 그가 얼마나 가소롭고 추악한가!
어떤 이는 담뱃대로 부리를 들볶고,
어떤 이는 절뚝절뚝, 날던 불구자 흉내낸다!


시인도 폭풍 속을 드나들고 사수를 비웃는
이 구름 위의 왕자 같아라.
야유의 소용돌이 속에 지상에 유배되니
그 거인의 날개가 걷기조차 방해하네.
- P18

원수

내 청춘 한갓 캄캄한 뇌우였을 뿐
여기저기 눈부신 햇살이 뚫고 비쳤네.
천둥과 비가 하도 휘몰아쳐내 정원에는
빠알간 열매 몇 안 남았네.


나 지금 사상(思想)의 가을"에 닿았으니,
삽과 갈퀴 들고 다시 긁어 모아야지,
홍수가 지나며 묘혈처럼 곳곳이
커다란 웅덩이를 놓았으니.


누가 알리, 내가 꿈꾸는 새로운 꽃들이
모래톱처럼 씻긴 이 흙 속에서 
활력이 될 신비의 양분을 얻을지를?

---오 괴로워라! 괴로워라! <시간>은
생명을 파먹고, 심장을 갉는 정체모를 <원수>는
우리 흘리는 피로 자라며 강ㄷ거해지는구나! - P24

인간과 바다


자유인이여, 언제나 너는 바다를 사랑하리!
바다는 네 거울이니 너는 그 파도의
끝없는 전개 속에 네 넋을 관조하노니
네 마음 또한 그보다 덜 쓰지 않도다.


너는 즐겨 네 영상 품안으로 뛰어나니
눈과 팔로 그것을 포옹하며 네 가슴은
그 길들일 수 없는 이성의 비판소리에
때로 자신의 들끓음을 잊는구나.


그대들 둘이 모두 침침하고 조심스러워,
인간이여, 아무도 네 심연 바닥을 측량 못했고
오 바다여, 아무도 네 속의 재보를 모르나니,
그토록 그대들 악착스럽게 비밀을 지키는구나.


그런데도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두고
그대들은 무자비하고 가책없이 서로 싸우니,
그토록 살육과 죽음을 사랑하는가
오 영원의 투사들 어쩔 수 없는 형제여 - P30

흡혈귀

신음하는 내 가슴에
비수의 일격처럼 박힌 너.
마귀떼처럼 억센 것이,
치장하고 지랄스럽게 와서,


내 정신을 네 잠자리
네 영지로 만드는 너.
중죄수가 사슬에 매이듯이
내가 매어 있는 더러운 계집아,


끈질긴 도박꾼이 도박에 매이듯,
술주정뱅이 술병에 매이듯,
구더기에 썩을 짐승 시체가 매이듯,
- 망할 년, 망할년아!

날쌘 검의 일격이 내 자유를
전취해 주도록 나는 빌었고
믿지 못할 독약에게 내 비겁함을
구해달라고 나는 말했지

오호라! 독약과 검은
나를 멸시하여 말했어----
[저주받은 노예생활에서
널 끌어낼 보람도 없어]

[머저리야 ----만약 우리 애써
널 그년 질곡에서 해방시킨다면,
네 입맞춤으로 네 흡혈귀의
송장을 되살려놓을 게다]

- P60

음울

오랜 권태에 사로잡혀 신음하는 마음 위에
무겁게 내리덮인 하늘이 뚜껑처럼 짓누르며,
지평선의 틀을 죄어 껴안고, 밤보다도 더욱
처량한 어두운 낮을 우리에게 내리부을 때.


대지가 온통 축축한 토굴감옥으로 변하고
거기서 <희망>은 박쥐처럼 겁먹은 날개로
마냥 벽들을 두들기며, 썩은 천장에
머리를 이리저리 부딪치며 떠돌 때,


내리는 비 광막한 빗발을 펼쳐
드넓은 감옥의 쇠격자처럼 둘러칠 때,
더러운 거미들이 벙어리떼를 지어
우리 뇌 속에 그물을 칠 때면


별안간 종들이 맹렬하게 터져 울리며
하늘을 향하여 무시무시한 고함을 지르니
흡사 고향을 잃고 떠도는 정령들이
끈질기게 울부짖기 시작하는 듯

---그러곤 북도 음악도 없는 긴 영구차 행렬이
내 넋 속을 느릿느릿 줄지어 가는구나
<희망>은 꺾여 눈물짓고 잔인 난폭한 <고뇌>가
내 푹 숙인 두개골 위에 검은 기를 꽂는다 - P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스타샤
조지수 지음 / 베아르피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민자로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조지.
어떤 삶의 목적도 의미없는 하루를 보내는 조지에게 온통 인생의 모든 것이 된 나스타샤를 만나 온전한 사랑을 펼치는 조지의 이야기.

우리 모두는 늙어간다. 정념과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남은삶이 회상과 추억에 의해 아름다워질 때, 젊은 시절의 방황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준다. 어떤 느낌인가를 우리를 고통스럽게 했던그 방황은 어두운 창밖을 내다보면 수많은 영혼들이 나에게 말을 건다. 나는 속삭인다.
"그렇다. 우리는 힘겨웠다. 모두가 무엇인가를 위해 애섰다. 그러나 그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적어도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가 함께했다는 것 - 이것들이 중요하다. - P173

나를 힘들게 한 것은 환상과 희망과 무지였다. 나는 무의미에서의미를 찾으려 하는 헛된 시도 가운데 불행했다. 누군가 가르쳐주었어야 했다. 삶이란 살아가고 있는 너 자신 외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구원은 없고 구원을 추구하는 너만 있을 뿐이라고 죽음은 없고 죽어가는 네가 있을 뿐이라고. 내가 이것을 이 우크라이나의 낯선 여자에게 말해줄 수 있을까? 이 여자는 절망을 저항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폐허 위에서 새로운 건설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녀는 감당할수 있을까? 단지 건설을 위한 건설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노역을. - P265

나스타샤는 삶이 얼마만큼 소중할 수 있는가를 내게 가르쳐주었다. 나는 나스타샤를 사랑하게 되면서 삶이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알게 되었다. 거기에는 내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그렇지만 그것이 없었다면 죽은 삶일 여러 가지가 있었다. 두근거림,열정, 충족,안타까움, 위안, 공감, 이해, 존경, 동정. 이러한 것들이 사랑을 통해나스타샤가 내게 가르쳐준 것이었다. 나는 나스타샤를 통해 비로소물질에 대한 정신의 우위를 알게 되었다. 우리의 탄생이진흙으로부터라고 해도 생명과 사랑은 그 위에 불어진 숨결에 의한 것이었다.
나스타샤가 내 뺨에 숨결을 불어넣지 않았더라면 나는 단지 진흙 덩어리였을 것이다. 그 숨결은 기계에 흐르기 시작한 전류였다. 나스타샤를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나는 비로소 나의 무목적적인
발걸음이 생명을 얻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 P4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