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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행
최은영 지음, 도아마 그림 / 나무의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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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열두 살에게
소복이 지음 / 나무의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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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탐정 강충- 사라진 고양이 체다를 찾아라
송라음 지음, 란탄 그림 / 사계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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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 코딱지 1 : 정의로운 일에 쓸 것
도대체 지음, 심보영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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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에 히어로는 무리지만
구로노 신이치 지음, 사타케 미호 그림, 이미향 옮김 / 한빛에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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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동화가 재밌게 느껴졌다. 다시 동화를 열심히 읽어볼 시기가 된 걸까, 아님 이 책이 좋았던 걸까.^^ 소재와 주제는 가볍다 할 수 없는데 경쾌하게 잘 읽히는 문체여서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 읽는다. 청소년 소설을 많이 쓰신 것 같고 특히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라는 책의 제목이 아주 익숙하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도쿄에서 살던 주인공 유즈하는 부모님과 같이 시골로 이사했다. 일본의 소설이나 동화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문제를 자주 보게 된다. (지역간 인구 불균형 심화, 촌락인구 감소, 저출산, 고령화 등) 여기도 고령화된 마을이고 전학온 학교에는 6학년이 한 반뿐이며 학생은 유즈하까지 9명 뿐이다. 그나마 6학년은 낫다. 1,2학년은 복식학급이다. 아래로 갈수록 저출산 현상이 심화된 모습이다. 우리랑 똑같네.

아빠는 도쿄대를 나와 은행에 다녔지만 이 마을에서 슈퍼를 하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유언을 남기자 기다렸다는 듯 은행을 관두고 시골로 내려왔다. 아마도 한계에 다다른 시점이었다는 것을 유즈하도 짐작했기에 군소리없이 따라왔다. 가족은 마을에 나름 잘 적응한다. 유즈하도 자전거로 배달을 돕는 등 열심이다.

문제는 여름방학을 지내고 2학기에 전입을 하면서 시작됐다. 도쿄 학교에서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존재였던 유스하가 수학시험을 잘보고 달리기에서도 1등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게 되어 졸지에 '히어로' 비스름한 위치가 되어버렸다. 어느날 반장 미키 외 두 여학생이 다가와 학급의 문제를 상의하며 해결사 역할을 요청한다. 난 유스하가 두각을 나타낼 때 시기와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건가 짐작했는데 의외였다. 생각해보니 박힌 돌들 사이에서 해묵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을 때, 굴러들어온 돌이 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것도 당연한 마음 같다. 그 문제란 역시 괴롭힘의 문제였다. 겐타라는 남학생이 졸개들을 거느리고 가오리라는 여학생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었다. 소그룹에서도 이게 가능하다니, 참 인간의 악한 본성은 집요하다.

그런데 인간의 악한 모습은 본성과 상황의 융합물인 것 같다. 각자마다 그 비율이 다르다. 그를 둘러싼 환경에서 결핍이나 상처를 찾아볼 수 없는데도 놀라운 악함을 보여주는 순도 높은 악인도 있고, 상황이 만들어낸 안쓰러운 악인도 있다. 다들 그 사이 어디쯤에 위치할 것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도 그렇다. 물론 순도가 높든 낮든 그걸로 합리화할 순 없다. 인간은 그저 자신의 행동과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할 뿐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작은 마을이다 보니 어른들의 관계가 밀접하게 얽혀있고 자녀들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겐타의 아버지는 지역에서 큰 영향력이 있는 '고토 개발'의 사장이었다. 겐타가 함부로 나대는 이유를 알 만하다.

결과적으로 유스하는 히어로 역할을 보란듯이 해내진 못했다. 제목처럼 말이다. 하지만 악한 모습에 분노했고 친구들과 함께 해결해보려 애썼다. 그러는 중에 자신의 부족함도 알게 되고, 함께 성장했다고 할까. 학급의 문제도 극적으로는 아니지만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그런 과정의 이야기다.

읽으며 가장 미개(?)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있었는데 체육복을 갈아입는 상황이었다. 내 눈을 의심하게 하는 상황이 펼쳐져서 엥? 이런 일이 있을수 있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초등에서는 보통 '간편복'으로 알림장에 써주고 설령 잘못 입고 왔더라도 그냥 수업하기 때문에 탈의 상황은 없는데, 생각해보니 중등에서는 어떤가? 확실히 모르겠다. 요즘은 대부분이 남녀공학이니 탈의 장소는 확보되어 있겠지? 이 대목이 옥의 티. (치고는 매우 컸다) 물론 문제장면으로 설정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의외였던 점은 마을의 개발에 대한 작품의 관점이다. 보통 작품에서는 이상을 추구하기 때문에 '개발'을 막아내고 마을을 고수하는 결말로 가지 않던가? 탐욕과 수호의 맞대결로 설정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개발에 찬성했다. 특히 노인들은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산골마을을 떠나 새로 지어진 '콤팩트 시티' 라는 노인 맞춤 거주지에 들어가게 됐다. 그곳이 매우 복지적이고 노인 편의를 배려한 곳으로 그려졌다. 이런 곳이라면.... 이라는 관심이 생긴다. 노인 문제는 바로 당면한 문제이자 미래이기도 해서 말이다. 이렇듯 개발 문제는 흑백논리로 풀기에는 매우 복합적이고 어렵다. 이런 문제야말로 순수하고 전문적이며 실용적인 시각에서 연구되어야 한다. 그런 눈이 우리에게 있기를.

마을에서 유즈하가 친하게 지낸 미즈하라 할머니의 말씀 중에 고개를 끄덕일 말씀이 많았다. 유즈하가 분노에 못이겨 꽃병을 지켜들고 자칫 대참사를 벌일 뻔했던 그날,
"그건 증오의 연쇄작용이라는 거야."
라는 할머니의 설명을 나도 기억해놔야겠다.
"이쯤되면 더이상 어느쪽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가 없어."
살면서 많이 본 상황이다.

또 하나는 어떤 행진곡을 부르시고 하신 말씀.
"행복은 우리에게 걸어오지 않아.
그러니 우리가 걸어서 가는 거야.
하루 한 발짝 사흘이면 세 발짝
세 발짝 내딛고 두발짝 물러나.
인생은 원투 펀치"
- 그래,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때로는 조금 후퇴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착실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거야.

인간세상 끔찍해 보일 때가 많지만 과거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 과거는 더 야만적이었기 때문에. 일부 추억을 빼고는. 그러니 세 보 전진 이 보 후퇴(결과적으로 일 보 전진)의 사이클을 믿고 희망적으로 살아도 되는 걸까. 작가는 독자들에게 그런 시각을 보여주려 하는 것 같지만. 그게 맞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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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5 - 편의점을 환하게 밝혀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5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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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냥 시리즈를 4권까지 읽고 멈췄었다. 1,2권이 나왔을 때 교실 아이들에게 읽어주자 아이들이 집에 가서 사달라고 졸라 “그 읽어주신 책 제목이 뭔가요?” 라고 학부모님에게 문의가 오기도 했었다. 이후로는 이 책이 엄청 유명해지고 도서관에도 빠짐없이 들어오고 하니 읽은 아이들이 많아 굳이 내가 다루지는 않았다.

그러다 얼마전 7권이 학교도서관에 들어온 것을 보고 다시 읽어볼 마음이 생겼다. 내가 어디까지 읽었더라? 아, 5권 읽을 차례구나. 5,6,7권을 한꺼번에 대출했다. 1권은 아파트 경비실, 2권은 피자집, 3권은 태권도장, 4권은 눈썰매장이더니 이번은 ‘편의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우리반 아이들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됐고 살짝 마음이 찔리기도 했다. 지난 한달 남짓 우리반 2학년 어린이들은 <마을>이라는 교과서를 공부했다. 참 진행하기 어려운 단원이었다. 특히 우리 학구처럼 대도시 변두리의, 녹지도 거의 없고 다가구 주택들이 밀집된 동네는 딱히 이렇다할 특징이 없었다. 기본조사를 위한 질문에 아이들의 답변은 거의 ‘편의점’ 일색이었다. 예를 들면
- 우리 마을에 대해서 궁금한 점을 써 보세요 (우리 마을에 편의점은 몇 개인가요?)
- 우리 마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을 써 보세요. (편의점)
- 우리 마을의 자랑거리를 하나 써 봅시다. (우리 마을에는 편의점이 많아요)
이런 식이었다. 나는 이 상황이 좀 안타깝고 답답해서 집에 가서 딸한테 푸념을 했다.
“2학년 아이들이 젤 좋아하는 장소가 편의점이라니 너무한 거 아니냐. 어휴.”
그러자 딸이 말했다.
“엄마, 엄마 학교 다닐 때 추억의 장소는 학교 앞 분식집이잖아. 요즘 애들한테는 그게 편의점인가부지.”

이 책을 읽고 보니 딸 말이 딱 맞았다. 편의점을 찾는 아이들의 상황과 마음을 작가님은 나보다 훨씬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셨던 것이다. 간편식이나 인스턴트를 주로 사먹는 편의점에 어린이들이 몰리는 것은 다소 걱정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거기엔 또 요즘 아이들의 애환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님은 다섯 번째 장소로 편의점을 선정하신 게 아닐까.

밥값하는 츤데레 우리의 깜냥이 한 편의점 탁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탁자에 앉은 깜냥의 등장에 주인아주머니는 난감해 했지만 매정하게 내치지는 못했다. 그때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깜냥 특유의 그 제안,
“혹시 조수가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원래 일 같은 건 안 하지만 친절하신 분 같아서요.”
결국 주인에게는 급한 일이 생겼고, 깜냥은 조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는 이야기.

5권에서 독특한 만남은 깜냥보다 훨씬 먼저 그 동네에 터를 잡았던 하얀 고양이 ‘하품이’다. 늘 숨어 있어서 눈에 띄지 않았지만 깜냥 덕분에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동네를 잘 알고 개개인의 특성까지 잘 알고 있어서 깜냥에게도 도움을 많이 주는 캐릭터.

그리고 깜냥이 만난 편의점 손님들. 전편들에서도 그랬듯이 처음 만나는 인물은 어른이지만 결국 깜냥은 어린이들의 친구다. 풍족하지 않지만 예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 그래서 그 손님들에게는 원 플러스 원 같은 행사 상품들이 아주 중요했다. 하긴 돈 버는 나도 편의점 가면 그것부터 살펴보니까. 동생이 좋아하는 음료수를 사주고 행복해하는 아이. 그 오누이의 모습은 참 애틋했다. 부모님이 아주 바쁘시고 생활도 넉넉하지 않아 보이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빈 곳을 메우는 가족일 것 같다.

킥보드를 타고 등장한 두 소녀 이야기는 재밌다. 편의점 풍속도를 제대로 그려냈다고 할까. 매콤볶음면과 참치마요 삼각김밥의 환상 짝꿍을 포기할 수 없던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 그 조합을 무사히 먹게 될까? 덕분에 깜냥도 킥보드를 신나게 타봄.^^

생일파티 에피소드도 흐뭇했다. 그렇구나. 장소도 없고, 돈도 얼마 없는 아이들은 친구를 위해 이렇게 편의점을 이용하기도 하는구나. 우리반 아이들의 편의점 타령에 한숨을 쉬던 나는 이 대목에서 살짝 찡해짐.

손녀가 좋아하는 과자를 냥이들 덕분에 사간 할머니는 손녀딸 떠주고 남은 실로 냥이들 목도리를 떠 오시고.... 이렇게 마음을 주고받는 이야기가 펼쳐져 따뜻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깜냥은 갈 때가 되면 미련없이 떠난다. 깨끗이 정리하고, 바퀴달린 여행가방을 끌고.

요즘 책이 통 눈에 안들어오던 참인데 이번주에는 깜냥을 완독하며 보내야겠다. 다음 장소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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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문경민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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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문학을 할 수 없어서 신변잡기나 감상평 등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문학이란 뭐랄까, 남이 1을 느낄 때 10을 느끼는 사람이 쓰는 것이랄까. 해본 적이 없는 나의 짐작은 그렇다. 다른 작가님들도 다 그렇겠지만 문경민 작가님의 작품들을 읽을 때 이분은 참 남다르게 느끼시는구나, 이렇게 느껴서 좋으실까 힘드실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힘드실 것도 같다. 주인공들도 대체로 아프고 힘들다. 하지만 결말이 늘 풍파가 휩쓸고 간 뒤에 남아있는 것들을 붙들고 한발 내딛는 식이어서 위로받는다. 참혹한 결말을 싫어하는 나는 이래서 이 작가님의 작품들을 좋아하나보다. 살펴보니 작가님의 책들을 반은 넘게 읽었네. 어제도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잠깐 들렀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집어나왔다.

주인공들이 고교생들이니 청소년 소설로 봐도 좋겠다. 특별한 점은 첼로를 하는 예고생들이라는 점. 음악적 내용에 귀가 솔깃해지는 나는 이 소재 때문에라도 단번에 빠져들었다. 어떻게 이런 소재를 잡으셨지? 혹시 자녀분이 예고생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맨 뒤에 작가의 말에 보니 제자와의 만남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제자의 경험을 토대로 열심히 알아보신 게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 때 첼로를 잡고 사랑하게 된 인혜는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집중적인 연습과 레슨으로 예중에 들어갔고 일반적인 코스대로 예고까지 왔다. 얼핏 보기엔 누구나 부러워할 스펙을 쌓고 있는 중이지만 어디나 들여다보면 고통과 애환이 있다. 특히 예술이라는 진로에 들어선 경우에 천재가 아님 다음에는 (혹은 천재일지라도) 엄청난 내적 고통을 겪는 것 같다. 사랑하는 것이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경우다. 나는 예술에 근접해보지도 못했지만 어렴풋이는 알 것 같다. 다른 진로를 가면서 취미로 예술을 한다면 예술이 때로 위안이나 즐거움이 될 수 있겠지만 오직 그길을 가기로 작정했다면 예술인이 되기 위한 담금질을 견뎌야 한다. 하는 만큼 된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그 세계가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슬럼프도 찾아오고, 특히 천재의 벽을 느낄 때의 좌절감.... 내가 평범한 능력치로 살아와서 그런지 이런 마음에는 특히 공감을 할 것 같다.

게다가 인혜는 레슨비와 악기비 등의 걱정 없이 마음껏 꿈을 펼칠 형편도 아니다. 부모님은 걱정 말라고 하지만 빠듯한 집안 형편을 인혜가 느끼지 못할 리 없다. 첫장부터 실기시험장에서 나온 인혜의 모습을 비춘다. 연주는 형편없었고 자괴감은 어깨를 짓누른다. 인혜의 마음이 지금 복잡하고 괴로운 특별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인혜를 이해하고 함께 해주셨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서 중학교 시절 내내 인혜의 레슨 동행을 해주신 분이다. 고마운 할머니께 인혜는 마음 표현을 잘 못했고 그래서 지금은 죄책감에 빠져있다. 둘째는 그당시 레슨 선생님이자 악연이라 생각하는 엄정현 선생님이 실기시험장에 오셨다. 과거 그분의 레슨은 혹독했고 인연은 안좋게 끝났다. 다시 등장한 그분의 존재는 그러잖아도 너덜너덜해진 인혜의 마음을 더욱 짓누른다.

이런 내용 뿐이면 밋밋할 수 있는 이야기에 작가는 눈을 떼기 어려운 여러 가지 요소들을 넣었다. 인혜와 악연인 엄정현 선생님의 심사 부정에 대한 소문, 같은 학교 첼로 동기들간의 이야기, 그중 대호와 연수가 인혜도 모르게 인혜 할머니와 알고 지낸 사연, 거기에 덧붙여 엄정현 선생님까지 관련이 있는 사연들이 흡인력 있게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작가님의 작품에 의미있게 나오곤 하는 장애인의 존재도 있다. 할머니는 말년에 그 장애인의 활동지원사로 일하셨다. 예전에는 알지도 못하던 장애인 활동지원사라는 직업을 올해는 복도에서 자주 만나뵙게 된다.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직업이다. 이 직업을 아름답게 그려주셔서 감사하고, 그런 분들이 많아지길 빌게 된다.

많은 오해와 미스테리가 풀리고, 인혜는 인혜대로, 친구들(연수와 대호)은 친구들대로 자기 앞의 삶을 씩씩하게 걸어나가려 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그리고 작품의 첫머리와 마무리에 등장하는 소재,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브릿지’의 의미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네 줄의 현을 떠받치고 굳건히 서 있는 작은 브릿지가 어쩐지 자신의 모습 같다. 곧 시작될 연주를 기다리다 인혜는 깨닫는다. 슬픔은 건너가는 것이라는 걸.
고요가 흐르듯 허물어지며
인혜가 예감한 정확한 그 순간에

첫 음이 시작되었다.』

이 책이 나에게 준 소득이 하나 있다. 첼로곡들을 찾아서 들어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책에 나오는 「재클린의 눈물」. 들어보니 익숙한 선율이고 제목도 처음 듣지는 않는데, 이곡의 사연은 검색해보다 알게 되었다. 오펜바흐의 미발표곡이었다가 오랜 시간 후에 이 제목이 붙어 연주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목의 재클린은 당대를 휩쓴 첼로 연주자였으나 온몸이 굳는 불치병으로 사랑하는 사람도 첼로도 떠나보내야 했다. 그 고통과 슬픔이 어떠했을지 감히 짐작하기도 어렵다. 이 곡과 함께 “어떻게 하면 삶을 견딜 수 있냐”고 그녀가 물었다는 글을 읽자니 그동안 전혀 몰랐던 사람의 삶의 고통의 끝자락이라도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지휘자인 그녀의 남편과 제작했던 음반을 듣는 것으로 남은 인생을 보냈다고 한다. (남편은 다른 사랑을 찾아 그녀의 곁을 떠남) 인생사 남을 쉽게 비난할 수는 없고, 하여간 나는 뒤늦게 알게된 「재클린의 눈물」에 젖어서 이 저녁을 보낸다.ㅠㅠ

또 한가지는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를 찾아보게 된 점인데, 이 악기도 유튜브에서 본 적은 있으나 제대로 찾아서 곡을 들어보기는 처음이다. (이 책에서 연수가 반도네온으로 연주한 ‘리베르탱고’를 찾아서 들어봄) 이런 식으로 뭔가 더 찾아보게 되는 책이 나는 좋다.

이렇게 하여 이 책을 읽고 내 마음에 가장 남은 사람은 비운의 첼리스트 재클린?(이 책에서는 곡목만 나올 뿐 그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데^^) 그렇기도 하지만 인혜와 친구들, 할머니, 레슨 선생님들, 그리고 부모님까지 모든 등장인물들에 이렇게 저렇게 마음이 간다. 그냥, 사는 거 다들 어렵구나. 서로 응원합시다, 이런 마음이다. 휘어진 브릿지처럼 애써 지탱하고 버티는 모든 인생들에 대한 격려. 이 책이 주고자 하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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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학년 신체 활동의 모든 것 -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맞춘 함께 걷는 교육 22
한희정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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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하는 실천가 한희정 선생님이 이번에는 신체활동에 대한 책을 쓰셨다. 바로 전 책은 <느린 학습자를 위한 국어수업>이었는데 이번 책은 통합교과 중 신체활동 수업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딱히 어떤 교과가 특기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 교과에 능통하다. 본인이 팔방미인인 이유도 있겠지만 비고츠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처럼 어린이의 발달 단계에 대한 탄탄한 지식을 바탕으로 각 교과의 교수법에 대한 연구와 실천을 충실히 해왔기 때문이다.

저자와는 다르게 나는 자신 있는 과목이 따로 있고 자신 없는 과목도 있으며 그 격차가 극명하다. 가장 자신없고 부담되는 과목이 바로 체육이다. 교직 초반에는 그냥 열심히 했고 아이들은 운동장에 나가주는 것만으로도 좋아했기 때문에 특별히 나의 부족함을 몰랐는데, 어느 순간부터 학생들의 요구수준이 높아지고 내가 그걸 맞춰주기 힘에 부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점점 기능이 어려워지고 승부욕이 과열되기 십상인 고학년 체육 수업에 점점 부담을 갖게 되었다.

올해 오랜만에 2학년을 지원했다. 나에게 저학년 수업은 고학년보다 더 어렵지만 체육수업 면에서는 훨씬 좋았다. 정식 구기경기가 아닌 비교적 단순한 게임에도 아이들은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매시간 준비운동으로 하는 줄넘기 활동, 교과서에 나오는 본 활동, 본 활동이 재미없을 때를 대비한 변형 활동 1가지, 언제든 비상시에 할 수 있는 놀이 1가지, 이정도만 준비하면 언제나 아이들의 웃음과 함성이 넘치는 수업을 할 수 있다. 이런 수업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오면 마음이 홀가분해지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니 나의 신체활동 수업이 그저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식의 수업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번주 수업 뭐지? 아 이 활동? 이게 재미가 있나? 이거 좀 심화나 변형 놀이는 없을까? 구독해놓은 훌륭한 선생님의 유튜브 채널을 둘러보다 괜찮아 보이는 활동을 찾으면 반색을 하며 추가한다, 이런 식.... 하지만 저학년의 사랑스러움은 웬만하면 다 재밌어한다는 것이어서...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운영해오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이 나온 것을 보았다. 저자의 이전 책들과 마찬가지로 ‘1학년’을 특정해서 나온 책이다. 저자의 1학년 책들은 2학년에도 많이 참고가 된다.

특히 이 책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맞춘’ 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현행 교육과정의 단원과 차례 그대로 서술되어 있다. 1학년 교사라면 지도서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단순히 활동 방법과 팁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1학년의 발달 단계에 대한 이해와 함께 가고 있기 때문에 활동의 이유와 의미를 이해하며 수업을 준비할 수 있어 훨씬 단단한 수업을 설계할 수 있다. 교과서 활동이 좀 어렵거나 하면 적당히 변형하는 팁도 알려준다. <느린 학습자를 위한 국어수업>에서도 그랬듯이 쉬운 활동부터 단계별로 나아가며 다양한 발달 단계를 아우르는 수업을 추구하는 것도 저자의 특징이다.

올해 초등 체육의 대가 중 한 선생님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자주 보다보니, 이 책을 읽으면서도 영상과 병행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 만으로는 아쉬운 면이 있지만 책과 병행하면 상호 보완이 딱 적절하다. 역할이 막중하여 바쁘신 저자가(공모교장이면서 1학년 수업지원까지 하고 계신 듯) 동영상 편집까진 안하셨으면 좋겠고, 누군가 담당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에 영상이 전혀 없는 건 아니고 큐알코드가 첨부된 활동도 군데군데 있긴 한데, 전체적으로 쭉 있으면 활용도가 훨씬 높을 것 같다.

현행 1학년에 특화된 책이라는 점이 1학년 교사들에게는 엄청난 장점이다. 연수도 계획하고 계신다는 것 같은데, 연수까지 듣고 나면 교사들도 기다리는 놀이 수업 시간이 될 것 같다. 2학년인 나도 해보고 싶은 활동들이 많았다. 내가 얻은 점은 이 책에 나온 다양한 활동들과 함께, 단순히 노는 듯이 보여도 그 수업 안에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필요한 움직임과 신체기능들이 들어있다는 깨달음이다. 그걸 딱히 몰라도 놀다보면 들어가 있다는 것이 고마운 점이지만, 그래도 염두에 두면서 전체를 조망하고 수업을 설계하면 훨씬 좋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런 눈을 키워주는 책이기도 하다.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신체활동이 점점 위축되는 시대다. 이 부분은 교사들을 탓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한다. 할 말이 많지만 참겠다. 이런 시대에 저자는 위험을 회피하기보다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는 수업을 추구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동의한다. 교사들만 동의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이, 특히 보호자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신체 놀이가 수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러운 활동이 된다면 수업과 상승작용을 하며 학생들의 신체기능이 훨씬 고르게 안전하게 성장할 것이다. 저자와 함께 나도 그런 방향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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