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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음 지음, 장서영 그림 / 꿈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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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게시판에서 이 책 제목을 보고 잠시 망설였다. 제목만 봐도 뭔얘기 하려는지 알 것 같아서?ㅎㅎ 하지만 <강남사장님>을 썼던 작가님의 능청이면 너무 뻔하지 않게 쓰셨을 것 같아 신청해봤다. 예상대로 꽤 재미있다. 2학년쯤이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으면서 고학년에게도 시사점이 많아 읽을 만하겠다. 온라인서점의 분류로는 3,4학년용으로 되어있다. 분량이나 난이도 면에서는 적당하다. 하지만 유튜브로 대표되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인정 갈구'를 문제로 삼는다면 고학년에게 적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군신화를 가져와 이야기를 열고, 산속의 많은 동물들이 웅녀 할멈 도움으로 사람이 되었다는 설정을 하시다니 역시 능청의 스케일이 크다. 하지만 호랑이는 여전히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자존심이 목숨보다 중요하진 않으니.... 결국 호랑이도 굶주린 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웅녀할멈을 찾아간다.

점집을 해서 돈을 엄청나게 벌었다는 웅녀할멈의 건물은 지상 100층, 지하 100층이었다. 호랑이를 반갑게 맞은 웅녀할멈은 이런 점괘를 내놓았다.
"유튜브를 하거라."
실소가 터지는데, 왠지 흥미진진하고 기대도 된다. 이어지는 웅녀할멈의 말이 뼈를 때린다.
"사람이 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스마트폰이 있어야 한다. 둘째, 아이디가 있어야 한다. 셋째, 유튜브에 좋아요 100만 개를 받아야 한다. 알겠느냐? 이것이 사람들에게 사람으로 인정받는 길이다. 사람들에게 사람으로 인정받으면 짐승이라도 사람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은 사람이라도 짐승 취급을 받는 곳이 사람 사는 세상 이치니라."

이리하여 호랑이는 지하 100층의 구석방에서 유튜브를 시작한다. 좋아요 만개가 늘어날 때마다 한 층씩 상승하고 1층에 다다르면 인간이 된다! 어흥이라는 아이디로 먹방을 시작한 호랑이는 맛있는 걸 먹는 게 일인 그 생활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아울러 좋아요도 승승장구하는데.....

인기란 건, 사람들의 관심이란 건 물거품과 같은 것이어서 한순간에 꺼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오르락 내리락 여러 위기를 겪고 몸도 마음도 상해 가며 드디어 1층에 다다른 호랑이. 그런데 책이 거의 끝나 간다. 2권으로 이어지는 것. 호랑이는 사람이 되었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급한 마음에 대충 서명한 계약서(100쪽이나 된다) 어느 구석에 보니 계속 사람으로 살려면 좋아요 100만을 유지해야 한다니? 2권의 내용을 뻔히 알 것 같은 느낌이면서 역시 뻔하지 않을 것 같은 기대감이 동시에 든다.^^

<좋아요가 싫어요> 이 제목 또한 너무 뻔하면서도 그렇게 치부해버리기 어렵다. 나의 sns나 블로그는 조용한 편이지만 조용을 넘어 고요해져 버린다면 어떨까? 글이란 건(혹은 영상이든) 기본적으로 나만 보자고 쓰는 건 아니다. 소통의 욕망이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이다. 폰을 열었을 때 빨간 숫자가 뜨면 일단 기분이 좋고 아무 반응이 없으면 내가 뭘 잘못 썼나 하는 마음이 드는 것.... 이게 지나쳐서 소통의 욕망을 넘어 인정의 욕망으로 들어가면 여러가지 부작용들이 생겨난다. 2권에서는 이런 모습을 잘 보여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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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x4의 세계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41
조우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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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건 찐인데. 큰 게 왔다." 라는 작품을 가끔씩 만난다. 감수성이 떨어져서인지 그 주기가 갈수록 길어진다. 나름대로 괜찮은 작품은 자주 접하지만 이렇게 감탄하는 일은 드물다. 오랜만에 가슴에 안는 작품을 만났다.

사실 이 책이 알라딘 메인에 떴을 때부터 사고 싶었다. 근데 슬픈 말이지만 난 지난 겨울 책정리를 일부 한 이후로 이제 책을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도서관만 이용하기로.... (이로써 난 진정한 독자의 자격을 상실했다. 어쩔 수 없지 뭐.ㅠ) 그러다보니 이제서야 이 책이 내 차지가 됐다. 읽으면서 약간은 후회가 되었다. 사서 읽어도 좋았을걸....;;;;

이 책의 세계는 크지 않다. 오히려 매우 작다. 기껏해야 4×4의 천장 패널만 하루종일 봐야하는 좁고 지루한 병실이다. 거기에 가로(본명 제갈호)가 입원해 있다. 이름이 가로인 것도 작가의 치밀한 계산이다. 왜냐고? 가로는 세로를 만나기 때문이다. (본명 오새롬) 세로 또한 그 병원의 장기 입원자로 보인다. 두 아이가 만나는 방식, 그게 내겐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것 같다. 아프고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 서로 얼굴도 모른 채 만나는 방식. 그게 재미있으면서도 눈물겹고 흥미로우면서도 애틋했다.

병원신세를 져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곳은 본인과 가족 모두에게 퇴원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게 만드는 곳이다. 평소 좋아하지 않았던 집이라도 애타게 그리워지게 만드는 곳. 나는 부모님 간병으로 잠깐씩 있어봤을 뿐인데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어린 장기 환자들과 그 아이들을 돌보는 보호자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호야(가로)는 돈벌어야 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할아버지가 옆에 붙어있다. 옆 침대 누나는 엄마와 매일 싸우고, 간병인이 붙어있는 아이는 하루종일 목소리 한 번 들어보기 어렵다. 좁은 공간 안에서 저마다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삭막한 공간 안의 이야기가 이렇게 노란색의 색조로 펼쳐졌다는 것이 작가님의 역량이라 생각한다. 노인경 작가님의 그림도 한몫한다. 보도블록 틈에서도 민들레가 피어나듯이, 좁고 괴로운 공간에 갇힌 아이들도 이렇게 노란빛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노란색 포스트잇을 사용해서.

그 매개가 책이었다는 점. 그중에서도 특히 <클로디아의 비밀>이었다는 점이 너무 반갑고 좋았다. 명작은 이렇게 끊임없이 되살아난다. 20여년 전, 내가 동화를 다시 읽기 시작하던 때 기름을 부어줬던 바로 그 책! 어린이병동 복도 구석에 간이도서관이 생겼다. 애용하던 호야가 그 책에 꽂혀 여러 번 가져다 읽다가 어느날 구석에 그려진 누군가의 흔적, 작은 강아지 그림을 발견한다. 그 표시에 한참 머물렀던 호야는 그 옆에 자신의 표시를 남긴다. 가로세로 세 줄, 열 여섯칸이 되는 그림. 강아지 그림의 아이도 그걸 봤다. 그리고 단번에 알아챘다. 그때부터 두 아이는 <클로디아의 비밀>에 포스트잇을 붙여 도서관에 꽂아두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손가락질 몇번이면 지구상 어디든 톡이 가는 세상에, 같은 병동에 입원해 있으면서 이 아날로그적 소통이라니!! 하지만 이 소통은 너무 귀엽고, 예쁘면서도 신선하고 설렜다. 지루한 시간을 기대로 채워주는 마법. 그게 어떤 면에서는 생존전략이라 할지라도 아름다웠다. 나도 힘들었던 시기를 돌아보면 지금 같으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몰입하곤 했었다. 그게 본능이라 해도 그렇게만 치부할 수 있을까? 더구나 자칫 절망만 남을 뻔한 이 어린이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의미와 기쁨을 찾는 이런 과정에서.

둘의 대면도 이루어진다. 병원 정원에서. 하지만 위기도 온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둘 다 아픈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가로는 근육병으로 걸을 가망이 사라져가고 있는 중이고, 세로는 아마도 암병동에 있는 것 같다. 세로가 많이 아파 편지를 쓸 수 없을 때, 대필해준 세로 엄마의 편지에 가슴이 뭉클했다.

가로의 병이 낫진 않았지만(낫는 병이 아니니ㅠ) 생활적응을 위해 일단 집으로 오면서 둘은 기약없이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뚱뚱해진 <클로디아의 비밀> 책에서 떼어낸 포스트잇이 방의 벽을 가득 채우는 것을 보면서 모든 것을 넘어설 것 같은 그들의 우정을 다시 느낀다. 이런 우정 요즘 학교에서 쉽게 볼 수 없었다. 어린이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우정에 대해 무엇을 느낄까.

그들의 노란 포스트잇은 편지이기도 했고 제목인 4×4의 빙고판이기도 했다. 빙고판에 쓰여진 그들의 취향, 그리고 소망, 그리고 마음..... 내가 이 책을 꼽은 첫번째 이유다. 나는 어린이책을 읽고 나서 독후자료를 만드는 취미가 조금 있는데, 이 책은 그럴 생각이 바로 나지 않을 것 같다. 그냥 독자들 옆에 앉아 그들 마음의 파문을 지켜보는 걸로 충분할 것 같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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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점심시간 다봄 어린이 문학 쏙 5
렉스 오글 지음, 정영임 옮김 / 다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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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작가가 쓴 자전적인 이야기다. 왜 점심시간이 불편한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바로 주인공이자 작가인 렉스가 빈곤층 학생이고, 무료 급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내용이 현실 그대로라면, 급식 면에선 미국보다 우리의 복지가 한 수 위라고 봐야겠다. 우리는 적어도 급식을 받을 때마다 무료급식 대상자라고 밝혀야 할 일은 없으니....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도 빈부의 차이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인가, 아니면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인가. 렉스는 빈곤층 가정의 자녀가 겪는 상처와 고통을 담담하지만 강렬하게 보여준다.

가난은 단지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없어 불편한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거주의 열악, 영양과 건강 등 기초생활 전반의 문제와 함께 자존감의 하락과 분노 등의 정신적인 문제도 가져왔다. 특히 심한 사람은 렉스의 엄마였다. 자신의 불만과 분노를 툭하면 렉스에게 쏟아놓으며 끔찍한 언어폭력과 심지어 신체폭력까지도 가했다. 보는 내가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불행이 왜 대물림되는지 너무나 이해되었다. 하지만.... 결국 대물림되지 않았다. 작가가 정상적인 어른이 되어 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 그리고 결국 이런 책까지 써낸 것을 보면.

휴.... 그렇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에 차오르는 분노를 보니, 내가 어린시절을 이런 부모 밑에서 보냈다면 절대로 정상적인 사람이 되지 못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불안과 우울질이 성격에 조금 깔려 있는데, 다행히 좋은 부모님과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그것들이 거의 발현되지 않고 살아왔다. 내가 렉스였다면 나는 나를 파괴하며 살아왔을 것 같다. 주변을 파괴할 깡은 없기 때문에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까. 한마디로 폐인이 되었을 것이다.

렉스가 모든 상황에서 당당하고 모범적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단하다고 느껴진 지점이 몇 군데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엄마의 발악 앞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그때 난 깨달았다. 엄마가 망가졌구나.』 (266쪽)
입장이 거꾸로 된 부모자식 관계가 많다는 사실이 슬프다. 왜 이런 생각을 자식이 해야 되냐고. 어쨌든 전에는 함께 분노 반응을 하기도 했던 렉스가 이 순간부터는 멈추었다. 그리고 엄마한테 먼저 손을 내민다. 그 엄마가 어느 정도였냐 하면, 멀리 사는 외할머니(엄마의 엄마)가 가끔 손자들을 위해서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서 방문하면 자식들이 반기고 좋아하는 꼴을 못봐서 난동을 부리고 결국에는 모든 것을 버리고 못쓰게 만드는 패악을 부리는 사람이었다. 그런 집에 붙어 사는 렉스가 신기해 보일 지경이었으니, 내가 그 상황이었으면 어떤 길로 갔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두 번째 렉스의 놀라운 점은 좋은 사람을 알아볼 줄 안다는 점이었다. 그 말은 나쁜 친구들하고 거리를 둔다는 뜻이기도 하다. 휩쓸려 들어갈 만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 결국 절친이 된 이단도 내 마음에 들었다. 둘이 어울리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환경은 전혀 다르지만.

렉스의 동네 친구들 중에는 목을 조르는 기절놀이를 하다가 병원에 실려가는 한심한 아이들도 있었는데.... 렉스는 절대로 그런 일에 합세하지 않았다. 기절놀이, 우리나라 뉴스에서도 자주 본 일인데 지금 우리 청소년들 중에는 그런 류의 넋빠진 아이들이 많을까 렉스같이 마음에 중심이 잡힌 아이들이 많을까. 후자라고 믿고 싶다.

마지막으로 대단한 점은 동생에 대한 책임감이다. 동생 포드는 친동생도 아니고 아빠가 다른 동생이다. 엄마가 팽개친 그 동생을 렉스가 돌본다. (엄마도 믿는 구석이 있으니 그렇게 팽개쳤겠지. 그래서 더 괘씸해) 나라면 엄마가 미워서라도 절대로 내가 떠맡진 않을텐데.... 그랬다면 동생까지도 망가져서 더 최악의 가족이 되었겠지.

책의 90% 정도까지 이렇게 독자를 숨막히게 하더니 마지막 10%에서 엄마가 괜찮은 일자리를 잡게 되고 정상적 가정이 되어가는 과정이 너무 급격하게 느껴지긴 했다. 그래도 다행이라는 마음이 더 컸다. 저 미친 것 같은 엄마도 절박함에서 벗어나니까 꽤 정상적인 사람이 되네? 라는 발견. 그러니 구렁텅이에 빠진 사람을 사회가, 주변의 사람들이 돌아보는 건 사회의 안정을 위해서도 참 필요한 일이겠다 싶었다.

그리고 당사자 또한 잘 버티는 게 중요하다. 작가는 오랜 세월 자신의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회피하는 마음이었다고. 하지만 세상은 잘 변하지 않았고, 작가는 결국 자신의 경험을 나누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만약 여러분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제 조언은 단순해요. 포기하지 마세요. 시간은 지나가요. 강하게 버티세요.』
나 또한 그런 상황에서 렉스처럼 했을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자신을 지키라고. 수많은 이유로 몸부림치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며 호소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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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와 친구들 - 한여름 밤의 대소동 바람그림책 164
김고운 지음 / 천개의바람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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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앙~ 덥썩 안고 싶게 너무너무 귀여운 그림책이다. 애견인들에게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선물로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주인공 개들은 집사가 떠받들며 키우는 왕자 공주견들은 아니다. 소위 '시고~르자브종'들이다. 솔직히 이 말을 처음 듣는데, 보자마자 딱 알 수 있었다. 책 속 개들은 똥개라는 말보다 이 말이 더 맘에 든다고 한다.^^

개 팔자가 몇십년만에 많이 바뀌었다. 나 어릴적 외갓집에도 시고르자브종 개들이 있었다. 걔네들은 주로 개집에 묶여 있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사람이 산책을 시켜준다? 생각도 못했다. 그뿐인가. 다음 해에 내려가보면 없다. 보신탕 행이 된 것이다. 그냥 그런가보다 했던 시절이다.

세월이 흘러 개팔자가 사람보다 좋은 세상이 됐다. 우리집에도 말티푸 한 마리를 키우는데 주로 딸이 꼬박꼬박 시간들여 산책을 시킨다. 아프면 병원 데려가느라 누구는 돈을 누구는 시간을 쓴다. 가족이 모이면 서로 자기 옆에 두려고 다툰다. 아주 자존감이 뿜뿜하다. 주인이 필요한거 하나 물어다주는 일도 안하면서 먹고 자고만 있으면 모든 예쁨을 다 받는다.ㅎㅎ

그렇다고 요즘의 개들이 행복할까? 그건 개들한테 물어보지 못했으니 확실치 않다. 옛날 외갓집에서 본 개들보다야 낫겠지만.... 내가 볼 때 가장 행복한 개들은 이 그림책에 나오는 개들일 것 같다. 마당에서 키우지만 묶여있지는 않고, 주인들의 사랑도 받지만 적당히 나다니면서 자유시간도 즐기는..... 요즘에는 시골에서도 이렇게 나다니게 키우는 집은 별로 없다고 들었다. 말하자면 최상의 상황을 그려낸 책? 그래선지 책 전체에 귀여움과 행복, 미소가 뚝뚝 떨어진다.

시골의 마을길과 집들은 하나같이 너무 예쁘고, 깨끗하고, 마을 어른들은 모두 마음씨 좋고 사이도 좋으며 똥개들을 하나같이 예뻐한다. 심지어 개들끼리도 모두 사이가 좋아. 이름은 옛날에 많던 해피와 뽀삐를 비롯하여 장군이, 바둑이, 감자, 그리고 제목의 동구가 있다. 모두가 다르게 생긴 잡종들이다. 제일 큰 뽀삐는 리트리버가 섞인 것 같고 제일 작은 장군이는 푸들, 감자는 시바견이 섞인 것..... 같아 보이지만 그게 뭐가 중요해. 하여간에 이 귀여운 녀석들은 주인들이 농사일에 바쁠 때 자기들끼리 알아서 산책을 다니다 주인들이 남겨주신 참을 먹기도 한다. 오늘 먹은 것은 수박! 너무 맛있어! 더 먹고 싶다고 입가를 핥던 녀석들은 발칙한 모의를 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부제인 '한여름밤의 대소동' 이다.^^

이 책의 행복은 모든 일들이 좋은 일로 수렴된다는 거야. 하긴 개들이 수박을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어.
"햇볕이 쨍쨍한 여름
우리는 달고 시원한 수박을 실컷 먹었다."
그리고, 개는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에요. 개들은 주인들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어하는 존재들이거든요. 마지막 쪽을 보세요. 그래서 이 책에 행복이 가득한 것.

앞표지엔 앞모습, 뒷표지엔 뒷모습 여섯 마리 시고~르자브종을 만나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그림책. 소중히 간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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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가디언 책 읽는 샤미 42
이재문 지음, 무디 그림 / 이지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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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작이었던 <몬스터 차일드>를 강렬한 느낌으로 읽었고, 작가님이 교사라는 사실에 잠깐 놀라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지나는 길에 잠깐 들른 도서관에서 허둥지둥 책을 고르다 작가 이름만 보고 일단 집어왔다. 흥미롭게 잘 읽었다.

이 책은 청소년기에 진입하려 하는 초등 고학년들의 '관계' 문제를 담았다. 주인공들은 여학생이지만 남학생의 문제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여학생이 더 관계지향적인 면이 있으므로 주인공으로 더 적당한 것 같다. 독자들 눈에 '분명하게 잘 보이게' 하고 싶어서였는지 주인공 캐릭터들을 극단적으로 잡으신 느낌이 있다. 제일 못돼먹은 애와 제일 속터지는 애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보면서 짜증남ㅋ) 하지만 이 양상 자체는 매우 흔한 것이다. 극단적 캐릭터라고 했지만 이보다 더한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제는 나이 들어 지쳤는지, 학급에 이런 아이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설득하거나 내 말로 훈계하지 말고 이 책을 권해주거나 같이 읽거나 하고 싶다. 선이 분명한 그림처럼 상황과 캐릭터가 복합적이거나 입체적이지 않고 매우 분명하다.
1. 다미 : 이 책의 최고 빌런. 예쁘고 친화력도 좋아 인기가 많다. 독점욕이 강하고 권력추구형이다. 관계적인 폭력을 예사로 저지르는데 그 수위가 보통이 아니다. 하지만 아주 지능적이진 못한 느낌.

2. 은하 : 이 책의 화자. 혼자 고립되었을 때 손잡아준 다미를 구원자로 생각하고 자발적 노예가 됨. 때로 고개를 갸웃할 일이 있어도 다미의 한마디에 녹아버림. 다미 없는 세상을 상상 못할 만큼 다미의 그늘에 있기를 추구함.

3. 지은 : 다미가 원수같이 여기는 아이. 무슨 사정인지 다미랑 싸웠고, 관계 권력을 잡고 있는 다미의 공작으로 지금은 혼자 지냄. 하지만 개의치 않고 꿋꿋하고 당당함.

이 책은 당연하게도(!) 은하가 다미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을 다룬다. 그 과정에 많은 진통이 있었고, 보는 독자는 혀를 차며 짜증을 참아야 한다.^^;;; 다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은하를 끌어들였고, 함께 해야만 친구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예를 들면 화장을 한다든지, 자기 취향의 옷을 똑같이 산다든지. 은하는 의미없는 일에 돈과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거절을 하지 못한다. 나는 평소 학생들에게 이것을 지표로 제시하곤 한다. "그친구가 하자고 하는 일이 싫을 때 '거절'할 수 있나요? 그러고도 문제없는 친구라면 건강한 관계일 확률이 높아요. '거절'하기가 두렵나요? 그러면 그 관계를 다시 돌아봐야 합니다."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내가 어떤 제안을 했는데 친구가 그건 안되겠다며 거절했어요. 약간 서운은 하겠지만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나요? 아니면 괘씸한 마음이 드나요? 그럼 내 태도가 폭력적일 가능성이 많아요. 돌아봐야 합니다."

은하는 좀처럼 '거절'을 하지 못한다. 필연적으로 관계에서 질질 끌려다닌다. 심지어 지은이를 괴롭히는 악행에까지 가담하게 된다. 보면서 속터졌지만 이런 아이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은하의 경우 다시 고립된다는, 다미라는 하늘을 잃는다는 두려움이었다. 이 또래 아이들에게 관계란 이렇게 절대적인 것인가? 그렇다고 한다........... 사실 나는 70퍼 정도는 '왜저뢔?' '어휴' 하는 마음이지만 30퍼 정도의 마음은 이해를 하는 것 같다. 고립이란 본능적인 두려움이기도 하니까.

다미의 악행은 수위를 더해갔고 자신 외의 다른 친구와 관계 차단, 조종, sns 저격 등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은하가 못먹는 매운 음식을 억지로 퍼먹이는 장면에선 미간에 내천자가.... 얘 은하야, 그정도는 거절해야지 이건 니가 더 문제다! 게다가 자신의 유일한 특기이자 자부심인 춤에서 센터자리까지 뻔히 두 눈 뜨고 뺏기는 은하. 짜증나서 더이상 못보겠네 할 즈음에 은하의 반격이 시작된다.^^

다미는 은하와 지은이의 접촉을 광적으로 싫어했는데 결국 둘은 가까워졌다. 둘의 공통점을 확인하고부터였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아이돌 그룹인 '가디언스'를 좋아한다는. 책 제목인 '마이 가디언'은 그들의 대표곡 제목이었고 그들의 노래 가사에는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모두가 날 버려도, 세상에 혼자 남아도, 끝까지 날 사랑할 사람. 바로 나."

진통이 끝나고 홀로서기에 성공한 은하가 지은이와 절친이 되는 결말이 유력하지만 그렇지가 않더라는 ...ㅎㅎ 그 결말도 맘에 들었다. 따로 또 같이! 얼마전 읽었던 <우리 사이에는> 이라는 그림책에서도 관계 자체에 집착하지 말 것을, 적당한 간격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는데 은하와 지은이의 관계가 바로 이런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우리 안의 다미를, 은하를 발견하고 자신의 모습을 건강하게 만들어가는데 이책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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