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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반장 나우주 ㅣ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이나영 지음, 유시연 그림 / 우리학교 / 2024년 10월
평점 :
현실의 아주 구체적인 사례로 만들어진 동화는 솔직히 내 취향이 좀 아니다. 유통기한이 짧다?라고 내가 생각하는 모양이다. 말하자면 명작이 되기에는 보편성이 부족하다는 생각? 그런데 이 책은 공감하며 끝까지 읽었다.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소에 좀 '이건 아니잖아' 라고 생각하던 문제라서 그랬던 것 같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제목에 딱 나오는 '별점'이다. 이 별점은 이제 우리 생활에 속속들이 스며 있다. 소비자들에겐 판단을 도와주는 유용한 정보지만 이게 점점 양날의 검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별점이 익숙하다보니 교육활동에도 많이 적용된다. 특히 독후활동에서. 20년도 더 전에 활동지에 한줄평과 함께 이걸 넣으면서 난 꽤 신선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때는 영화평론가들의 한줄평을 보여주면서 설명하기도 했었는데 요즘엔 그럴 필요도 없다. 저학년도 보면 다 안다. 근데 난 올해 학년에서 함께 운영하는 '독서통장'에 처음에는 별점을 넣었다가 두번째부터는 빼버렸다.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 문제의식에 매우 공감이 되었다.
별점의 '양날의 검' 성격은 옛날에도 없진 않았겠지만 배달 앱이 확산되면서 폭발적으로 생겨났다. 물론 그 칼자루는 소비자가 쥐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사람인 바, 알다시피 세상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다. 제정신 똑바로 박힌 상식적인 사람만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겨난다. 너무 좋은 책이 알라딘에서 별점이 낮길래 왜지? 하고 봤더니 책의 내용과 아무 상관없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1점을 준 아주 손쉬운 100자평이 있었다. 이 쉬운 손놀림에 저자는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안타까웠다.
그 반작용으로 '별점 인플레' 현상도 생겨난다. 나같은 사람에게 해당되는데, 웬만하면 5점을 준다. 전에 정말 너무 맘에 안든 동화에 별 3개를 준 적 있었는데 자꾸 신경이 쓰여서 얼마 후 4개로 바꿔놓았던 적도 있다. 이 인플레 또한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인데, 소심해서 고치질 못하네.^^;;;
주인공 나우주와, 피자집을 개업하신 우주 부모님을 중심으로 별점 이야기가 두 줄기로 흘러간다. 피자집의 별점 이야기야 누구나 상상 가능한 것이고, 우주의 별점 이야기는 이런 거다. 평범한 우주는 그동안 학급 반장을 한번도 못해보았다. 유치원 때부터 친구였던 미나는 해마다 반장을 하고 올해도 1학기 반장을 했다. 미나엄마에게 부러움을 표현하는 엄마의 통화를 듣게 된 우주는 2학기에는 꼭 자신이 회장이 되리라 결심한다. 그리고 특별한 공약을 내세워 드디어 회장에 당선된다. 그 공약은 바로 "별점 반장" 이었다. 학급 홈페이지에서 익명으로 친구들의 별점 평가를 받겠다는 거였다.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우주는 우주대로 별점을 잘 받기 위한 고투가 이어진다. 부모님은 원래가 좋은 재료로 양심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분들인데, 별점에 신경을 쓰다보니 거기에서 그칠 수가 없었다. 결국 소진되고 원점으로 돌아온다.
우주의 고생 또한 말도 못한다. 자신의 모든 욕구를 넣어두고 친구들을 위해 일하지만.... 갈수록 일은 꼬이기만 한다. 여기서 담임선생님이 어떻게 그 상황을 모르고(온라인 게시판을 익명으로 하고, 게다가 관리와 개입도 안하시면 개판되는 건 당연지사), 제대로 된 코치도 해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동화니까 넘어가고.... 결국 손을 내민 건 얄미운 견제자인 줄만 알았던 미나였다. 진정한 우정의 모습을 여기서 볼 수 있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고, 그럼 이제 세상에 만연한 '별점'들을 없애야 할까? 작가님이 그런 뜻으로 이 책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느낀 것은 '남을 의식하지 않는 최선'이다. 나도 올해 어떤 상황 때문에 내가 남을 엄청 의식하는구나 알게 되었다. 그건 필연적으로 부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이어지고, 최선에도 어느정도의 독이 된다. 우주 부모님이 소신을 가지고 자신들의 음식을 변치 않고 만들기로 결심하신 것처럼 그러면 되는 것이다. 살다보면 똥도 밟을 수 있고 날파리가 입으로 돌진할 수도 있는 것인데 그것까진 어쩔 수 없지 않나.
학급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한 명의 헌신을 기대하는 학급보다는 전체가 고른 역할을 하는 학급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분량이나 주인공들의 학년을 볼때 4학년에 딱 적당하고, 위아래로 한학년 정도 오르내려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스토리가 어려서 그렇지 별점 문제의식은 어른들도 한번씩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