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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가디언 ㅣ 책 읽는 샤미 42
이재문 지음, 무디 그림 / 이지북 / 2024년 12월
평점 :
문학상 수상작이었던 <몬스터 차일드>를 강렬한 느낌으로 읽었고, 작가님이 교사라는 사실에 잠깐 놀라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지나는 길에 잠깐 들른 도서관에서 허둥지둥 책을 고르다 작가 이름만 보고 일단 집어왔다. 흥미롭게 잘 읽었다.
이 책은 청소년기에 진입하려 하는 초등 고학년들의 '관계' 문제를 담았다. 주인공들은 여학생이지만 남학생의 문제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여학생이 더 관계지향적인 면이 있으므로 주인공으로 더 적당한 것 같다. 독자들 눈에 '분명하게 잘 보이게' 하고 싶어서였는지 주인공 캐릭터들을 극단적으로 잡으신 느낌이 있다. 제일 못돼먹은 애와 제일 속터지는 애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보면서 짜증남ㅋ) 하지만 이 양상 자체는 매우 흔한 것이다. 극단적 캐릭터라고 했지만 이보다 더한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제는 나이 들어 지쳤는지, 학급에 이런 아이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설득하거나 내 말로 훈계하지 말고 이 책을 권해주거나 같이 읽거나 하고 싶다. 선이 분명한 그림처럼 상황과 캐릭터가 복합적이거나 입체적이지 않고 매우 분명하다.
1. 다미 : 이 책의 최고 빌런. 예쁘고 친화력도 좋아 인기가 많다. 독점욕이 강하고 권력추구형이다. 관계적인 폭력을 예사로 저지르는데 그 수위가 보통이 아니다. 하지만 아주 지능적이진 못한 느낌.
2. 은하 : 이 책의 화자. 혼자 고립되었을 때 손잡아준 다미를 구원자로 생각하고 자발적 노예가 됨. 때로 고개를 갸웃할 일이 있어도 다미의 한마디에 녹아버림. 다미 없는 세상을 상상 못할 만큼 다미의 그늘에 있기를 추구함.
3. 지은 : 다미가 원수같이 여기는 아이. 무슨 사정인지 다미랑 싸웠고, 관계 권력을 잡고 있는 다미의 공작으로 지금은 혼자 지냄. 하지만 개의치 않고 꿋꿋하고 당당함.
이 책은 당연하게도(!) 은하가 다미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을 다룬다. 그 과정에 많은 진통이 있었고, 보는 독자는 혀를 차며 짜증을 참아야 한다.^^;;; 다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은하를 끌어들였고, 함께 해야만 친구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예를 들면 화장을 한다든지, 자기 취향의 옷을 똑같이 산다든지. 은하는 의미없는 일에 돈과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거절을 하지 못한다. 나는 평소 학생들에게 이것을 지표로 제시하곤 한다. "그친구가 하자고 하는 일이 싫을 때 '거절'할 수 있나요? 그러고도 문제없는 친구라면 건강한 관계일 확률이 높아요. '거절'하기가 두렵나요? 그러면 그 관계를 다시 돌아봐야 합니다."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내가 어떤 제안을 했는데 친구가 그건 안되겠다며 거절했어요. 약간 서운은 하겠지만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나요? 아니면 괘씸한 마음이 드나요? 그럼 내 태도가 폭력적일 가능성이 많아요. 돌아봐야 합니다."
은하는 좀처럼 '거절'을 하지 못한다. 필연적으로 관계에서 질질 끌려다닌다. 심지어 지은이를 괴롭히는 악행에까지 가담하게 된다. 보면서 속터졌지만 이런 아이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은하의 경우 다시 고립된다는, 다미라는 하늘을 잃는다는 두려움이었다. 이 또래 아이들에게 관계란 이렇게 절대적인 것인가? 그렇다고 한다........... 사실 나는 70퍼 정도는 '왜저뢔?' '어휴' 하는 마음이지만 30퍼 정도의 마음은 이해를 하는 것 같다. 고립이란 본능적인 두려움이기도 하니까.
다미의 악행은 수위를 더해갔고 자신 외의 다른 친구와 관계 차단, 조종, sns 저격 등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은하가 못먹는 매운 음식을 억지로 퍼먹이는 장면에선 미간에 내천자가.... 얘 은하야, 그정도는 거절해야지 이건 니가 더 문제다! 게다가 자신의 유일한 특기이자 자부심인 춤에서 센터자리까지 뻔히 두 눈 뜨고 뺏기는 은하. 짜증나서 더이상 못보겠네 할 즈음에 은하의 반격이 시작된다.^^
다미는 은하와 지은이의 접촉을 광적으로 싫어했는데 결국 둘은 가까워졌다. 둘의 공통점을 확인하고부터였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아이돌 그룹인 '가디언스'를 좋아한다는. 책 제목인 '마이 가디언'은 그들의 대표곡 제목이었고 그들의 노래 가사에는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모두가 날 버려도, 세상에 혼자 남아도, 끝까지 날 사랑할 사람. 바로 나."
진통이 끝나고 홀로서기에 성공한 은하가 지은이와 절친이 되는 결말이 유력하지만 그렇지가 않더라는 ...ㅎㅎ 그 결말도 맘에 들었다. 따로 또 같이! 얼마전 읽었던 <우리 사이에는> 이라는 그림책에서도 관계 자체에 집착하지 말 것을, 적당한 간격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는데 은하와 지은이의 관계가 바로 이런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우리 안의 다미를, 은하를 발견하고 자신의 모습을 건강하게 만들어가는데 이책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