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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사냥꾼
세라핀 므뉘 지음, 마리옹 뒤발 그림, 성미경 옮김 / 분홍고래 / 2025년 12월
평점 :
나와 아주 멀리 떨어진 곳, 아마도 내가 평생 가보지 못할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만난다면 친구가 될 수 있을 그런 사람들도 만날 수 없으니 모르는 채로 살아가지.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 책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바이칼 호수 근처에 사는 유리라는 아이를 만났다.
시베리아의 환경은 혹독하다. 그런 곳에서도 환경에 적응한 동식물들이 있듯이 사람들도 추위를 견뎌내며 살아간다. 하지만 편리함과 안락함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자신이 살던 터전은 더 이상 절대적일 수 없다. 하나둘씩 사람들이 떠나간다. 유리의 이웃들도 그렇게 떠나갔다.
“유리가 사는 곳에는 새로 이사 오는 사람이 없어요. 거기서 태어나 쭉 살거나, 아니면 떠나가죠.”
이 책은 자연 다큐멘터리 그림책이라 할 만하다. 아름답고 광활한 대자연의 모습과 그곳의 생태를 잘 소개하고 있어서 정보책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한다. 그러면서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있다. 혹독한 환경이지만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지구의 가장 중심부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에 비하면 나는 주변부에서, 아니면 껍데기에서 깨작깨작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얼음 사냥꾼’이라는 일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일은 바이칼 호수의 얼음을 잘라 집집마다 날라 주는 일이다. 겨울 동안 수도를 쓸 수 없는 이곳 사람들은 이 얼음을 녹여 생활용수로 사용해야 한다. 불편하고 힘들겠지만 물은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하다. 바이칼 호수는 지구에서 가장 큰 담수 저장고라고 한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거리가 서울-부산 거리보다 기니 정말 바다 같은 호수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겠다. 윗 문단에서 표현한 지구의 ‘중심부’에는 이렇게 깨끗한 자연이 아직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 너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위태롭겠지? 여기까지 침투한다면 그냥 지구는 폭싹 썩어 문드러진 것이겠지. 제발 그렇게 되진 않기를 이 책을 보면서 비는 마음이 되었다.
호수 속에서, 호숫가에서, 호수 위 하늘에서 살아가는 동물들도 소개해주어서 좋았다. ‘오물’이라는 다소 어감이 안좋은(?^^) 물고기 이름도 처음 알게 되었다. 새끼들을 품고 잠든 담비, 북극여우, 눈산양 등 동물들의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다.
유리가 부디 그곳에서 행복하게 오래 살기를, 주변부에서 깨작거리며 사는 내가 부디 그들의 삶에 피해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책에서 만난 친구로서 유리와 이웃들에게 안녕의 인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