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다 이유가 있어 즐거운 동화 여행 203
이수현 지음, 정경아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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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육을 위해 열심히 책을 쓰고 강의하시는 이수현 선생님이 동화도 쓰고 싶다고 하실 때, 그 동화를 빨리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나올지는 몰랐다.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는데, 사람의 하루는 24시간으로 다 공평하지만 그 밀도는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나는 일이 한꺼번에 몰아닥치면 멘붕이 와서 사람구실을 못하는지라 되도록 일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다르더라고. 일이 다가오면 오케이 하면서 다 받아들인다. 그게 다 들어가다니 나로서는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어야 세상은 변화한다. 지금 이수현 선생님이 견고한 벽을 조금씩 깨나가고 있듯이.

이수현 선생님과 어떻게 페친을 맺었는지 시작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발달장애를 가진 두 아이를 키우며 부딪히는 어려움과 서러움, 그리고 장애 진단을 받고 방황했던 지난날의 아픔을 토해낸 글을 읽으면서 매우 인상적인 페친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픔을 넘어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그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남의 일이니까 짧다고 느끼는 걸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 변화는 눈부시다. 그 사이에 동화 공부도 하시고, 이렇게 책이 나왔다. 많이 읽힐 것을 예감한다.

3편의 단편이 들어있는 이 동화집은 모두 발달장애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단편집이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하지만 작가님은 일단 본인이 잘 아는 이야기를 먼저 하시기로 작정하신 것 같다. 작가님의 딸과 아들. 그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본 이야기가 여기에 들어있다. 엄마가 아니고서는 누가 그렇게 아이의 마음을 정성껏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겠는가. 엄마라고 다 들여다보는 것도 아니다.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 하는 부모도 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세심히 들여다본 마음은 이렇게 동화책이 되어 나와서 어린이, 부모, 교사 모두의 마음을 두드리려고 준비한다.

[넌 뭘 좋아해?]에서는 학교에 늦어 달려가는 지한이가 먼저 나온다. 헐레벌떡 달려간 교문 앞에서 담임선생님과 실랑이하는 민석이를 만난다. 솔직히 담임선생님의 어려움에 너무나 공감한다. 교실까지는 들어와야 가르치지, 이 아이 한 명만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교실에 나머지 아이들도 그림처럼 앉아있는 존재들이 아닌데 얼마나 난감하고 어려우실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으시고 도움을 요청하셨다. (이것도 용기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때 지한이가 같이 등교해 보겠다며 지원한다.

함께 등교하는 길에 지한이는 민석이가 좋아하는 것과 잘 아는 것을 발견한다. 그렇다고 해도 어려움은 남는다. 그래도 지한이는 중요한 경험을 했다.
「민석이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니, 내 말을 듣고 있는 것 같았어요. 말을 주고받지는 못했지만, 민석이와 친해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마도 친구와 가까워지는데 꼭 대화가 중요한 건 아닌가봐요.」 (26쪽)

이렇게 한 편의 동화가 끝나고 나면 주인공이 자신의 속마음을 설명하는 방식의 이야기가 덧붙여 있다. <민석이의 마음> 이런 식으로. 동화도 좋지만 자녀의 경험을 통해 수현쌤이 마음에 품었던 안타까움과 설명하고 싶은 마음속의 이유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이 부분도 매우 좋다. 이 책의 차별성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함께 부르는 노래]는 현우의 이야기다. 현우는 수업시간에 노래를 불러서 짝인 예준이를 불편하게 한다. 하지 말라고 화를 내면 그 말을 또 따라 한다. 예준이가 약올라서 미치고 팔딱 뛸 상황이다. 쉬는 시간 쏜살같이 뛰쳐나가 정글짐 꼭대기에 올라앉은 현우. (발달장애 아이들 중에는 높은 곳에 올라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들었다) 본의아니게 예준이는 없어진 현우를 같이 찾게 되는데, 예준이의 예상대로 정글짐에 있었다. (요즘은 놀이터에 정글짐이 거의 사라지고 없다. 위험한 것은 다 없애는 추세라서) 그 위에서 통하는 두 아이의 마음.

이어지는 <현우의 마음>에서는 현우가 상동행동, 문제행동이라는 말을 한다. 우리가 쉽게 규정하는 말들에도 당사자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물론 느끼는 것이 다르니 타인을 100% 이해한다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다를 수 있다는 것, 이 책의 제목처럼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은 알고 인정해야 그 다음이 있지 않을까.

[나도 다 이유가 있어]는 정우의 이야기다. 이 편은 다른 편과는 달리 장애 주인공이 화자로 나온다. 정우는 나에게도 익숙한 아이다. 페북에서 자주 만나보았기 때문에. 정우는 웃는 얼굴이 예쁘고, 휴일 아침 엄마 아빠에게 진지한 모습으로 커피를 내려줄 만큼 다정다감하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머리를 감싸쥐고 ‘아아 나는 못해ㅠ’ 할 때가 있었는데.... 잠이 없고, 밤에 울거나 너무 일찍 일어나 가족들을 깨우며, 높은 곳에 올라가 아슬아슬한 자세를 취하거나, 감당못할 정도로 뭔가를 쏟거나 어지르거나 할 때.... 수현쌤 또한 그럴 때 고통스러운 마음을 굳이 숨기지 않고 눈물젖은 글을 올리기도 했었다. 다음날은 또 힘을 내서 역기를 드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러한 정우의 특성이 들어간 이야기가 몰입감 있게 펼쳐진다. 길을 잃었던 에피소드, 친구의 물건을 신기해서 만졌다가 거부당했던 경험 등이 모두 이야기에 녹아있다. 그리고 아주 따뜻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너무 동화적인가?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깜짝 놀랄 정도로 못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그래서 슬프고 실망스러웠던 적도 많지만) 대체로는 착한 모습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 방향을 잘 인도해 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2학년 우리반 2학기 온작품읽기 책으로 하려고 오늘 바로 품의를 올렸다. 미리 올릴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 눈으로 확인해보고 결정하려고.... 미리 올렸어도 좋았을 만큼 이 책은 아이들과 꼭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우리 학년에는 반마다 발달장애 어린이들이 있다. 나도 여러 번의 통합학급 경험이 있지만 발달장애는 처음이라서 고전하는 중인데, 어떤 때 보면 교사보다 친구들이 더 낫구나 하고 감동할 때가 있다. 원래도 잘 이해하는 우리반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공감하고 이해가 더 깊어질까. 벌써부터 감동이 오는 느낌이다.^^ 우리반 다 읽고 다른반에도 돌릴 생각이다.

학교는 장애이해교육의 의무가 있고,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그것을 해왔다. 지금의 내 생각으로 가장 깊이있는 방식은 바로 이 책을 온작품읽기로 함께 읽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동화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젯밥에 관심이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이렇게 활용도 면으로도 출중한 책이다. 아참!! 작가가 직접 제작한 워크북도 다운받을 수 있다. 나는 그동안 모든 온작품읽기 책의 워크북을 직접 만들었다. 간혹 공개된 워크북도 있었지만 남이 만든 건 방향이 좀 안맞아서.... 하지만 독자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작가 본인보다 앞설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 워크북 너무 좋다. 그대로 활용할 생각이다. (아싸 시간 아꼈다) 어린이와 부모님들께 널리 읽히고, 교사들에게도 많이 활용되는 책이 되길 바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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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최고야!
현단 지음 / 한울림스페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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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단 작가님의 그림책을 두 번째 읽었다. 첫 번째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였다. 그 책과 이 책의 공통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판형이 둘다 특이하다는 것이다. <무궁화꽃>은 이 책보다 더 길쭉하지만 옆으로 넘기는 책이었고, 이 책은 그 책보다는 덜 길쭉하지만 위로 넘기는 책이다. 말하자면 펼쳐놓고 보면 이 책이 더 길다는 뜻이다. 어떻게 이렇게 긴 화면에 내용을 담으실 생각을 했을까. 특이했지만 읽는 재미가 더욱 쏠쏠했다.

표지를 딱 보니 한 남자와 그의 반려견 이야기인 듯하다.
“우리 라이언은
눈만 뜨면 나를 찾아.
잠시도 나를
가만두지 않지.”
이렇게 시작되는 첫 장을 보고 대부분 ‘강아지 이름이 라이언인갑네’ 하지 않을까? 나는 그랬거든. 근데 그게 편견이었구만. 이 책의 화자는 뭉치라는 이름의 강아지고 ‘우리 라이언’이 사람이다. 견주인 젊은 남자다.

주인이 하도 들이대니까 뭉치는 짐짓 싫다는 내색을 하지만 속으로는 늘 함께하는 주인을 사랑한다. 헉헉댈 때까지 재미있게 놀아주고, 비가오나 눈이오나 산책시켜주는, 개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주인이다. 여행도 함께 하고 바다에서 수영도 같이 하는 걸 보니 정말 종만 다를 뿐 진정한 친구라고 할 만하다.

마지막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의 두 번째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건 앞에 복선으로 깔아놓은 ‘변신’이라는 낱말에서 짐작할 수 있다. (스포이긴 한데 소개글에 내용이 다 나와있으니 그냥 씀) 사람들은 그걸 변신이라고 표현하진 않는다. 뭉치이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할 수 있다. 다른 걸 따지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뭉치이기 때문에.

마지막 장에 이르면 이 책이 왜 이렇게나 긴 판형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다. 라이언 씨는 의자에 앉아 의족을 착용하고 우뚝 일어선다. 그때 뭉치가 하는 말.
“역시 라이언이 최고야!”
이 책의 제목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결국 이 책과 <무궁화 꽃>의 두 번째 공통점은 장애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 아무 편견 없이 함께해주는 친구들이 나온다는 점이다.

라이언 씨는 두 다리 모두에 의족을 착용한다. 하나는 무릎이고 하나는 그보다 더 위다. 하지만 라이언 씨는 앞에서도 봤듯이 비장애인들보다 더 철저히 반려견 산책을 시켜주는 사람이다. 뒷면지에는 라이언 씨가 뭉치를 데리고 산책하다 뭉치가 좋아하는 솜이라는 개와 그 견주를 만나는 한 장면이 나오는데, 라이언 씨는 반바지를 입고 있어 의족이 다 드러나 있다. 그걸 다시 돌아보지 않는, 수군대지 않고 무심히 대할 수 있는 우리가 된다면 많이 발전한 것일 텐데.

나는 근시가 심해서 안경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데, 안경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눈 나쁜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않아서 안경이 매우 특별한 경우라면 나도 장애인이겠구나 생각한다. 발달된 보조기구들은 지체 장애인의 활동 반경을 훨씬 넓게 한다. 장애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관련 과학기술들도 더욱 발전했으면 하는 희망적인 마음으로 이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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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주의보 - 제8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양양 그림 / 밤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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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님의 단편집이 도서실 신간코너에 꽂혀있길래 집어왔다. 역시 재미있고 잘 읽히네 생각하면서 읽다보니 전에 읽어봤던 이야기다. 어디서 읽었더라 생각하면서 읽다가 마지막 작품에서야 책 제목이 생각났다. 사료를 드립니다! 10년도 더 전에 읽었던 책이다. 그때 참 좋아서 추천 목록에도 넣었던 기억이 난다.

개정판인 이 책은 시대에 어색하지 않게 세부 내용들을 다듬었다고 하는데 오래 전에 읽은 거라 달라진 부분이 딱 보이진 않는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다듬었다는 뜻이겠다) 그리고 표제작이 달라졌다. 초판에선 [사료를 드립니다]였고 이번 책에선 [건조주의보]이다. 이번 표제작이 책 제목으로는 더 나은 것 같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좋은 작품을 꼽으라면 나는 [사료를 드립니다]!

처음 읽었을 때도 참 좋았지만 적어놓지 않았으니 이번 기회에 적어보려고 한다. 첫작품 [건조주의보]는 가족 안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건우가 ‘건조증’이라는 공통점을 찾고서 기뻐하는 이야기다. 공부를 아주 잘해서 부모님의 기대와 시중을 한몸에 받는 고등학생 누나는 안구건조증, 엄마는 구강건조증, 아빠는 피부건조증. 건우는 어떤 건조증을 발견했을까? 건우가 느끼는 소외감은 심각한 것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따라서 이야기도 귀여운 느낌으로 읽었다. 하지만 귀여운 수준이 심각한 수준으로 바뀌는 것도 한순간이니. 같은 상황에 있는 아이들에게 큰 공감을 줄 만한 이야기다.

[닮은꼴 모녀]의 민지네 엄마는 학습지 선생님이다. 교실에서 글쓰기 발표를 하던 날 알게 된 충격적 사실. 몰래 좋아하던 영민이가 엄마의 방문 학생이고, 영민이는 그 선생님(민지 엄마)를 매우 좋아하고 존경한다는 사실. 그런데 영민이가 보는 선생님과 민지가 보는 엄마는 과연 동인일이 맞나?ㅎㅎ 남의 자식 앞에서 멋진 척하기는 쉽다. 이상적인 말을 하기도 쉽다. 하지만 내 자식 앞에서는 본능과 욕심이 앞서는 법....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이 작품을 읽어보면 그중 한쪽만 그사람의 모습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요술 주머니]는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을 행운을 그렸다. 누군가를 도와주었는데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니어서 요술이 들어간 보답을 받는.... 이 작품에선 그게 요술 주머니. 화수분처럼 그 안에 넣은 것을 불려주는 주머니였다. 그런데 효과는 단 한 번. 지유는 그걸 모르고 섣불리 넣은 것을 후회하지만.....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지만 ‘세 가지 소원’ 이야기와도 공통점이 있다. 행운과 행복의 관계는? 이렇게 우리는 우리 안의 요술주머니 판타지를 정돈해본다.

[이상한 숙제] 이 작품은 전에 읽은 것보다 더 강하게 느낌이 왔다. 아마도 그동안에 내 경험과 생각이 조금 더 쌓인 것이겠지. 해빈이네 선생님은 ‘아름다운 사람’을 찾으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이리저리 찾아도 어려웠던 그 숙제는 어느날 예기치 못한 곳에서 예기치 못한 사람을 만나면서 해결되었다. 장애인을 돕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일 수도 있고 장애인이 아름다운 사람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동안 전자에 더 초점을 맞춰온 것은 아닐까. 장애인의 마음은 서툴고 일반상식과 다른 행동 때문에 묻히기가 쉽고. 그런 점을 해빈이의 눈으로 보여준 이 작품이 왠지 고맙게 느껴진다.

마지막 [사료를 드립니다] 이 작품이 가장 생생하게 기억난다. 장우네는 유학을 떠나며 장군이를 보낼 곳이 마땅치 않았다. 더구나 장군이는 대형견(시베리안 허스키)이었다. 임시보호자를 구하는 광고에 두 아이의 아빠라는 사람이 지원을 했고, 여러 가지 주의사항과 신신당부와 함께 장군이를 보냈다. 사료도 택배로 보내주기로 했고, 아저씨는 언제든 보러 와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급한 사정 때문에 돌아온 장군이가 찾아간 곳에 장군이는 보이지 않았고 열악한 상황만 펼쳐져 있었다. 특히 꼬박꼬박 보내준 사료를 동네 수퍼에서 다른 생필품으로 바꿨다는 대목은 모든 견주들이 부르르 할 만하다. 우리 딸만 해도 개 먹이는 거 엄청 따지거든.... 하지만 장우는 또다른 사실을 발견하고, 눈물을 삼키며 돌아선다. 이 대목이 슬프면서도 대견하고 뭔가 희망차기도 하고 그랬다. 그래서 난 이 작품이 가장 좋았나보다.
『장군이가 아이들과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한눈에도 장우네 있을 때보다 여위고 털이 거칠어진 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썰매를 끌며 시베리아 벌판을 달리던 자기 조상들처럼 늠름해 보였다. 아이들을 지키는 든든한 호위무사 같기도 했다.』
반려견을 다룬 작품들이 무수히 많지만 단연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10여년 만에 다시 읽은 책이지만 새롭게 좋았다. 이제보니 새롭게 나온 역사소설이 있네. <거기, 내가 가면 안돼요?>를 잇는 작품인 것 같다. 동화와 소설을 넘나드는 이금이 작가님의 필력을 믿고 그 책도 읽으러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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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마그다 가르굴라코바 지음, 야쿠브 바초릭 그림, 윤신영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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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게시판에 올라온 책들 중에 요즘 핫한 동화책도 있어서 평소 같으면 그걸 덥썩 골랐을 텐데 왠지 이 책이 궁금했다. 다리? 평소에 관심있는 주제가 아닌데.... 1학기 끝무렵에 세계의 자랑거리(랜드마크)라는 주제로 수업을 해서인가.... 어쨌든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있을 것 같아서 신청했다. 큰 판형에 각장마다 흥미로운 내용이 구석구석 담겨있다. 건축 쪽에 흥미있는 아이들이라면 여러 번 반복해서 볼 것 같다. 나처럼 평소 관심사가 아니었어도 눈길을 끌 만한 내용이 많이 들어있다.

다리. 좁은 주제의 책이겠다 생각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다리는 아주 넓은 주제다. 다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도 볼 수 있고 건축의 핵심 분야이고, 문화 예술과도 관련이 있다. 문명을 앞당긴 인류의 중요한 발명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다리가 없다면’ 이라는 상상을 잠시만 해봐도 바로 알 것이다. 인류에게 다리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다리가 인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그 단어가 상징과 비유로 얼마나 많이 사용되는지를 봐도 알 수 있다. 다리는 연결, 소통 등을 상징하고 다리가 되다, 다리를 놓다 등의 비유로도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작품의 소재나 배경이 되기도 한다. 다리를 가지고 할 이야기는 정말 많구나 새롭게 깨달았다. 이 책은 그것들 모두를 자세하게까지는 다루지 못했어도 모두 포괄해서 넣기는 했다. 어린이들 수준에서는 가히 ‘다리 백과’라고 해도 될 만하다.

이 책을 읽으며 다리의 발전 과정을 보기도 했고, 세계의 멋지고 신기한 다리들을 보며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다리의 종류가 참 많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되고, 가장 긴 다리나 가장 높은 다리 등을 보면 아찔하면서도 인간의 기술에 감탄하게 된다. 생각해보니 집에만 있는 생활이 아니라면 다리를 건너지 않는 하루는 드물 것 같다. 차를 타고 조금 멀리 가면서 지나가는 다리를 다 세어 본다면 어느 정도 가다가 포기할 것 같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 다리는 많고, 그만큼 필수적인 것이다. 이 책을 보고 여행을 한다면 다리들이 예사로 보이지 않겠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줄곧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머리속에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젊은 날의 가장 충격적인 사고 중 하나였기 때문일까. 다리의 종류를 보면 성수대교는 무슨 종류의 다리였을까, 다리의 구성요소를 보면 성수대교는 이 중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런 생각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읽다보니 후반부에 [실수가 알려준 귀중한 교훈]이라는 챕터도 있었는데, 설계 결함, 과적, 유지보수 소홀 등 다양한 이유로 무너진 다리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여기에 성수대교가 소개되었다면 더 속상했을 것 같은데 다행히(?) 나오진 않음...ㅠ 인간의 건축물이 영구적일 수는 없는 바, 이 엄청난 대자연 속에 다리를 건설한 것도 대단하고 그걸 안전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도 엄청 대단한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멋지게 소개한 대로 인류의 역사 속에 다리는 계속 발전해 왔다. 앞으로도 다리가 아름답고 안전하게 이곳과 저곳을 연결해 주면 좋겠다.

새로운 지식에 호기심을 갖는 어린이들에게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아주 멋진 책이다. 도서관에도 한권씩 꼭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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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그린이에게
유순희 지음, 오승민 그림 / 반달서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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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희 작가님의 책을 좋아하는데, 오늘 도서관에서 비교적 신간(작년에 나옴)을 발견했다. 표지가(책등이) 어둡고 책이 얇아서 눈에 안띌 뻔했다. 펼쳐보니 <우주호텔>과 비슷한 판형과 두께이고, 그림도 같은 작가님(유승민)이 그리셔서 상당히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또야?라는 느낌이 아니고 '아 나 이거 그리웠어'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내용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다른 느낌과 비슷한 느낌이 동시에 들어있다.

샛별빌라 3층에 엄마와 그린이 단둘이 이사왔다. 1층 세차장 소음 때문에 월세가 싸서 들어온 거라 하니 그럴 사정이 있을거다. 돈도 없고 딱히 능력도 없고 주변에 든든한 사람도 없는 연약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따뜻하고 아름답게 쓰시는 작가님이 바라는 세상을 나도 같이 바란다.

그날따라 늦는 엄마를 기다리다 그린이는 혼자 울고 있는 엄마를 발견한다. 엄마는 오늘 처음 나간 식당 청소 일에서 잘렸다. 게으르거나 꾀를 부리는 사람도 아닌데 엄마는 늘 이런 식이다. 딸을 지켜야 하는 사람인데 작고 허약하다. 하지만 작가님은 이 상황을 절망으로 끌고가지 않았다.

엄마는 막막하다고 했다. 그게 뭐냐고 묻는 그린이애게 '아주 크다는 거'라고 대답했다.
"어떤 게 엄마 앞을 가로막고 있는데 너무너무 커서 넘어갈 자신이 없어."
하지만 그린이는 숲에게 "네가 숲보다 크지." 라는 말을 듣는다. 그린이의 가까이에 숲이 있는 건 너무나 다행이다. 그린이는 의식하지 못했겠지만 숲이 있었기에 다시 채워지고 회복되었다. 그린이 또한 조용하고 작은 아이다. 하지만 엄마를 세울 수 있었다. 두 존재는 서로 기댄다. 그래도 된다. (한쪽만 너무 오래 그러는 건 좋지 않지만)

엄마를 가로막은 '큰 것'이 그린이라고 없었을까. 유독 그린이를 괴롭히는 아름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크기'는 어느새 달라보이기도 한다. 엄마도 그럴 수 있을 거다.

새로운 희망은 숲을 그린 그린이의 그림에서 솟아나온다. 겁보 청설모를 그린 처음 그림부터, 교실 어항의 사라진 물고기들이 솟구치는 그림, 그리고....

엄마는 결국 취업에 성공했다. 그 직업을 보는 순간 이게 실제도 아니고 내 일도 아닌데도 와락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구청 소속의 거리 정원사. 출퇴근길에 잘 조성된 공영 화단을을 보면 누가 이렇게 잘 가꾸시는 걸까 생각하곤 했는데, 그린이 엄마가 그 일을 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작은 이들이 힘을 내는 이야기가 내 마음을 채워주는 건 우리들 대부분이 그렇기 때문이 아닐까. 빛나는 능력을 가진 이들은 극히 소수다. 빛나기 때문에 눈에 잘 띄는 것 뿐이다. 세상에 작은 이들이(나포함) 자책하지 말고 막막한 길을 한걸음씩 잘 걸어갔으면 한다.

숲과 아이, 그리고 그림
세 개의 키워드가 엮어낸 이야기다. 제목을 다시 읽어본다. 여러가지 의미가 담겼다.
숲을 그린이에게.

이 책 또한 그림이 큰 역할을 한다. 유승민 작가님의 그림은 삽화 이상이다. 다른 그림으로는 대체할 수 없을 것 같은 큰 역할이다. 짧지만 큰 이야기와 거칠고도 따뜻한 그림이 결합, 우주호텔과 다르면서도 비슷한 밝음과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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