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렌디 이야기 2 : 호텔 발자르 노렌디 이야기 2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줄리아 사르다 그림,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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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도서관 방문에서 가장 큰 수확은 이 책이었다. 완전 심봤다 수준이었다. 케이트 디카밀로를 너무나 좋아하는데 책 출간은 바로바로 알지 못했다가 이렇게 도서관에서 발견하곤 한다. 나온지 석달 쯤 되었구나. 더구나 한꺼번에 두 권이 꽂혀있어서 이게 웬 떡인가 했더니 [노렌디 이야기]라는 3부작 시리즈라고 한다. 세 권 중 두 권이 먼저 나온 거다. 1권도 무척 좋았는데 2권인 이 책을 읽고 무척 흥분되어서 이 책 먼저 쓴다.^^

케이트 디카밀로의 책 중 국내에 출간된 책은 다 읽었다. 그의 책을 읽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두 권을 연달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작을 하는 작가는 아니어서 기다리다 잊을 때 쯤 (몇 년에 한 권씩 정도) 책이 나오기 때문이다. 읽어보면 변하지 않는 특유의 느낌이 큰 기둥처럼 자리하고 있고, 그러나 식상하거나 비슷하다고 느끼지 않을 인물과 서사가 새롭게 등장한다. 이야기는 아주 정교한 무늬로 단단하게 짜 나간 카펫의 조직 같기도 하고 잠자리 날개처럼 잡아당기면 찢어질까 두려운 연약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실크스카프 같은 유려한 부드러움도 느껴진다. 한 작품 안에 이 모든 조직을 함께 짜 넣을 수 있는 작가는 흔치 않을 것이다.

1권도 그렇고 이 책도 키워드를 뽑으라면 [이야기]라고 하겠다. 아마도 3부작 전체가 그럴 듯하다.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이야기. 세상에 이야기가 왜 존재하고 존재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 가치를 알고 지켜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훌륭한 창작을 하는 대작가가 아니라 연약하고 평범하고 때론 버려지고 잊혀진 존재들이 소중하게 지키고 기다려온 이야기. 결국 외면하지 않는 모든 존재에게 찾아올, 이어질 그 이야기.

이 시리즈는 그림도 훌륭하다. 흑백이지만 매우 다채롭고 이야기의 느낌과 잘 어울린다. 1권도 흑백인데 4B연필로 명암을 정밀하게 나타낸 느낌이라면 이 책은 가는 펜 드로잉이다. 멋진 젠탱글 작품처럼 정교한 느낌이 나는 삽화들이다. 3권도 흑백이면서 뭔가 질감이 다른 그림이라면 쭉 연결성이 있으면서 감탄스럽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목인 '호텔 발자르'는 이 책의 배경이다. 이 호텔의 좁은 다락방에 마르타와 엄마가 산다. 엄마는 이 호텔 청소부이고 마르타를 데리고 호텔에 취직하기 쉽지 않았을 거라 짐작한다. 그래서겠지. 엄마는 호텔의 그 어떤 것도 만져서는 안되고 누구와 말해서도 안되며 '조그만 쥐처럼 소리없이' 지내야 한다고 신신당부한다.

마르타는 엄마 말에 잘 따른다. 호텔 로비에서 무엇이라도 손에 닿을까 뒷짐을 지고 벽난로 위의 그림과 괘종시계를 바라보는 소녀의 뒷모습이 안쓰럽다. 한마디라도 나눠본 사람은 벨맨인 노먼 씨과 프런트의 알폰스 씨뿐이었다. 그렇게 호텔의 뒷계단을 혼자 오르내리며 하루를 보낸다. 그동안 아이의 마음 속에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고 있었을까. 어릴적 언니가 학교 가고 엄마는 빨래를 하고 유치원에도 다니지 않던 내가 골목에 혼자 나와 놀던 기억. 그건 아주 짧은 기억이었다. 하지만 그 강렬한 심심함의 기억은 외로움이었나. 그리 나쁘지 않았던 기억 같기도 하고.

마리타의 그 일상에 파문을 일으킬 손님이 호텔에 왔다. 많은 짐과 블리츠코프라는 앵무새를 데리고 온 이 늙은 여인은 스스로를 백작부인이라고 했고 숨어서 지켜보던 마르타를 바로 알아보고 자기 방에 찾아오라고 했다. 네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며.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인은 날마다 하나씩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딱 하나씩만이었고 질문도 받지 않았다. 이야기는 비현실적이며 환상적이기도 했지만 어떤 부분은 신기하게 나와 연결되기도 했다.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인가 했지만 또 그럴 수는 없기도 했다. 알 것도 같다가 절대 알 수 없을 것도 같다가 풀리는 것 같다가 다시 엉켜버리는 이야기들이 계속되었다. 부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호텔에는 왜 왔으며 왜 마르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일까?

첫날 부인은 마르타를 '나의 작은 빛줄기'라고 불렀다. (디카밀로의 이런 아름다운 표현들을 나는 좋아한다) 그런데 그 표현은 바로 아빠의 편지에 나왔던 표현이 아닌가! 1년 전부터 연락이 끊긴, 전쟁터에 나간 아빠. 다락방의 서랍장 위에 엄마가 소중히 올려놓은 아빠의 편지. 그 편지의 문체는 너무 아름답지만 전쟁에 대한 준엄한 질책이 들어있기도 했다. 세상이 아무리 발전해도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 대목을 모두가 읽는다면 이 책은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물론 이 책의 극히 일부 내용이지만.

"마르타, 전쟁은 항상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걸 알아두렴. 그것만이 전쟁의 목적이야. 단 하나의 목적이지. 누군가 다르게, 다른 방식으로, 그럴 듯하고 가치있게 전쟁을 설명하려고 하면, 절대 믿지 마." (36쪽)

시신과 쥐가 들끓는 전쟁터에서 아빠는 이 편지를 마지막으로 소식이 없다. 아빠의 편지는 그곳에서 썼다기엔 너무 아름답지만 또 그곳이니까 쓸 수 있었기도 하다.
"이 끔찍한 세상에서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빛나. 나는 별을 올려다보며 너와 엄마를 떠올려. 오직 그제서야 별들이 내가 알아볼 수 있는 별자리를 이룬단다. '마르타, 엘레나.' 하고 속삭이면, 아주 작은 빛이 더 밝게 빛나고 세상이 그나마 이해가 돼." (36쪽)

부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마르타가 모르는 아빠의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야기엔 장군도 나오고 마녀도, 서커스단, 앵무새, 수녀, 농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소년, 왕, 여우, 줄 타는 곡예사가 나왔다. 이렇게 여섯 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마지막 일곱번째 이야기를 남겨놓은 날 아침, 부인은 떠나고 없었다. 작은 마리타가 얼마나 절망했을까?
"그렇게 텅 빈 곳은 처음 보았어요." (138쪽)

그러나 여기서 끝일 리가 없다. 작가는 백작부인을 잠시 뒤로 빼고 마지막 이야기를 완성했다. 그건 지금까지의 고통과 외로움을 덮어줄 만큼 기쁘고 행복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도 끝이 아님을 알려준다.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일곱 번째 이야기는 지금 네가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말을 믿어줄래? 그건 최고의 이야기야. 온갖 역경 속에서도 다시 서로를 찾아가는 이야기. 그것은 사랑이 지속되는 이야기란다." (155쪽)

초등학생을 30년 가르쳐온 나는 언제부터인가 '자기 서사' 라는 말에 주목하게 되었다. 최대한 학생들이 배운 내용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교육. 그게 어떤 첨단 기능보다도 윗길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이 책에서 찾아서 매우 기뻤다.

내 삶은 내가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그걸 추악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시시한 건 괜찮아. 그 어떤 것도 시시하진 않으니까.
하지만 추악한 건 안돼. 아름답게 쓰자. 너의 이야기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것이다.

난 올해 저학년으로 내려왔는데, 작년처럼 4학년에 있었다면 이 책으로 온작품읽기를 하고 싶다. 어쩌면 이 책은 요즘 아이들처럼 말초적인 (미안한 표현인데 그런 경향이 강해짐) 독자들에겐 먹히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책의 정서는 요즘 아이들과는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어른들이 가슴을 감싸안을 동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기한 점은 함께 읽으면 감상 수준이 올라간다는 것. 이 책으로 아이들과 이야기의 가치를 이야기해보고 싶다. 그리고 자기서사의 귀함도. 그리고 그 서사에 대한 도전도. 하지만 이건 꿈으로 남겨두겠다. 나는 이제 열차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게 또한 인생이다. 누구나 아쉬움을 남기며 열차에서 내린다. 그리고 새로운 풍경 앞에서 잠시 눈이 부셔 손을 올린다. 또다른 이야기는 늘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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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쏙! 미술 - 질문하는 10대에게 질문하는 10대에게 2
박재연 지음 / 노란상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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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이 아주 괜찮은 책이다. 판형이 작고 두껍지도 않아 들고다니며 읽기에도 좋다. 미술 관련 책이라 이렇게 작은 책이리라곤 생각을 못했다가 받아보고 잠시 의외였다. 하지만 금방 이유를 알게 되었다. 책에 언급된 작품이 하나도 실려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까 그림을 이야기하는 책에 그림은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는 말이다. 엥.... 하고 실망하기는 좀 이르다. 첫장에 큐알코드가 있다. 딱 한 개. 거기로 들어가면 이 책에 언급된 작품들이 쭉 다 나온다. 이건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로 작품마다 큐알코드를 찍어보게 만들면 귀찮아서 짜증이 나는데, 한번만 찍으면 쭉 볼 수 있어서 좋다. 휴대폰으로 찍어놓고 책과 휴대폰을 같이 보는 경험도 나쁘지 않았다. 책을 읽다가 설명한 그림이 궁금하면 휴대폰을 본다. 이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둘째는 위에 말한 것과 같이 책을 아주 간소하게 만들어 준다. (아마 책값을 최소한으로 하는데도 기여했을 듯) 도록에 버금갈 듯이 작품들이 생생하게 들어간 책들도 나는 좋아한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책이 크거나 두꺼울 테고, 제작비도 많이 들 테고 책값도 비싸지겠지. 그래서 ‘이런 시도도 아주 괜찮은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의 가독성이 높은 것은 내용적인 면과 편집적인 면 둘 다 해당된다. 편집을 먼저 말해본다면 작은 판형에 글씨 크기나 자간도 적당하여 피로감 없이 읽게 되고 왠지 거뜬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준다. 책의 본문에는 딱 두 가지 색만 사용되었다. 글씨의 검은 색과 표지의 주 색조인 파랑색(하늘색에 가까운). 그 칼라는 제목, 소제목, 작품 제목, 미술가 이름 등 딱 중요한 것에만 사용되어서 마치 형광펜을 쳐준 것처럼 중요한 것들이 일목요연하게 보이는 느낌이라 집중하여 읽기에 도움이 된다.

내용적인 면으로는 궁금증을 일으키는 20개의 질문을 소제목으로 하여 20개의 짧은 장으로 내용을 이끌어간 면이 가독성 면에서 좋다. 호기심을 일으키는 소주제(질문)를 뽑느라고 저자께서 고민하지 않을셨을까 짐작해본다. 예를들면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세상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은 그림은?, 화가들은 왜 자꾸 벗은 몸을 그릴까?, 풍경화를 그리려면 꼭 밖으로 나가야 할까? 같은 질문들이다. 하지만 본문을 읽어보면 단지 사소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는 얕은 내용이 아니다. 알찬 정보가 가득 들어있다.

나는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서 미술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을 몹시 좋아하지만 미술관이나 전시장을 가는 일에는 그닥 열심이지 못하다. 하지만 발로 수고하는 것까진 못하더라도 책으로 보는 것은 좋아하는 편이라 가끔 관련 책들을 읽곤 하는데, 이 책으로 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을 다시 되살리기도 했고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해서 좋았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 (몹시 해박하지는 않은)들이라면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 성인들에게까지 두루 추천할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20장의 질문은 [우리에게 왜 미술이 필요할까?] 인데 여기서는 현대사회에서 미술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 무한함을 알게될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에서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모든 예술의 가치이기도 할 것이다. 예술은 종횡으로 인간을 이어주며 그 안에서 이해와 공감, 감동의 희열까지 이끌어낸다. 나도 삶의 풍요를 위해 예술을 더 알고 접하려는 노력을 해야하는 걸까. 그런 면에서 이번 독서는 꽤 의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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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하를 찾아서 초승달문고 55
차영아 지음, 다나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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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아 작가님의 책은 몇 년에 한권씩 나온다. <쿵푸 아니고 똥푸>로 혜성같이 등장하신 것에 비하면 느린 발걸음이라 느낄 수도 있다. 작가님 안의 그 아이를 빨리 세상에 내어놓으려 등떠밀지 않고 조용히 옆에서 귀 기울이며 함께 걸어간 기록 같다. 그 걸음은 느리고,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돌아가기도 하며 그러다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님은 그 서툴고 작은 발걸음을 세심히 살피며 함께 걸어간다.

그렇기에 책에는 '작은' 아이가 등장한다. 세상의 풍파에 맞서기엔 너무 부족해 보여 불안한 아이. 하지만 독자들은 그 아이 안의 신통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그것도 세상에 비한다면 보잘 것 없다. 그래도 아이가 용기내어 이 책의 표지그림처럼 걸음을 내딛고 한 개의 코스를 돌아서 도착했을 때, 앞으로 무수히 남은 코스들을 세어보며 한숨쉬기보다 그 완성한 코스에 박수치며 함께 기뻐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고보면 동화의 문법에 완벽히 충실한 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130쪽 정도의 저학년 동화다. 단편은 아니다. 작고 겁 많은 아이 상이와 애착인형 하하의 이야기다. 시점으로 치면 초등학교 입학식을 바로 앞둔 시점이다. 상이는 지금 입학이 두렵다. 잘할 자신이 없고, 하하를 데리고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론 유치원도 개인 인형을 지참할 수 없는데, 워낙 사정이 그러하니 상이는 예외로 해주신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초등학교까지 그럴 순 없다. 엄마는 '어린이가 될 시간' 이라며 상이를 설득한다.
"하하야, 우리 이제 어린이가 될 시간이래!" (19쪽)

어린이 독자들은 상이와 하하의 모험에 집중하겠지만 나같은 엄마 독자, 나이든 독자들 눈에는 상이 엄마의 사려깊은 애씀이 보인다. 이야기 중에 자세히 설명하진 않았지만 상이는 심장에 구멍이 난 채로 태어났고 100일도 안되어 큰 수술을 받아 아직도 큰 흉터가 가슴에 남아있다. 유치원에서도 뭐든 느리고 서툴렀다. 거침없는 아이들 틈에 끼어들지 못했고 우는 날도 많았다.

엄마가 얼마나 속상하고 애탔을까. 무엇보다 얼마나 불안했을까. 하지만 그 불안을 아이 앞에서 표출하지 않는 것이 양육자의 기본이자 의무이다. 이걸 못해서 함께 힘든 부모-자녀 관계를 너무나 많이 보았다. 그런 관계는 필히 주변 사람들도 함께 힘들게 한다.ㅠ 상이 엄마는 다그치기고 원망하기보다 용기를 심어주는 방법을 선택한다.
"잘 못하는 게 당연해. 학교는 잘하려고 가는 게 아니야. 배우려고 가는 건데?" (22쪽)
"똑똑, 용감 씨. 여기 있는 거 다 알아요. 어서 나오세요." (24쪽)
이처럼 부드럽고도 단단하게 말이다. 아이를 다 키워버린 나에게도 다가오는 걸 보니 이 책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딴 얘기가 길었다. 이 책은 이런 부분에 많이 할애하지 않았다. 다만 스쳐가듯 있어도 눈에 보일 뿐이다. 이 책의 대부분은 상이와 하하의 모험 이야기다. 입학하러 가는 날 아침, 이불 동굴 속에서 연결된 멋진 초원에서의 신기하고 통쾌하고 신나고 아슬아슬하면서도 따뜻한 모험 이야기. 그 안에서 상이는 하하를 잃었고, 또다시 찾았고, 그 사이에 다른 친구들도 만났다. 가장 인상적인 만남은 '가장 용감한 뿔' 이라는 누 대장과의 만남이다. 그 대장은 크지도 강하지도 용감하지도 않았다. 다만 '용감해야 할' 뿐이었다. 둘은 서로를 격려한다. 상이는 대장에게 엄마가 늘 자신에게 하던 말을 들려주었고 대장은 상이를 '깊은 상처를 이기고 살아남은 자' 라는 이름으로 불러주었다.
그 외 코끼리, 원숭이, 악어 등이 등장해 흥미진진한 모험을 완성한다. 마지막 이불동굴로 돌아오며 확인한 괴물의 정체는........

마지막 삽화에서 상이는 초등학교 정문을 들어서고 있다.
'가슴을 펴'고 말이다.
이 장면이 많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용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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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조물 우동냥 큰곰자리 저학년 3
스케랏코 지음, 채다인 옮김 / 책읽는곰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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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서인지 전혀 모르고 읽었다. 작가 이름은 특이한 필명인 줄 알았다. 그게 아니고 일본 작가구나.... 하긴 우동이 일본에서 더 많이 먹는 음식이긴 하지. 이 책 내가 다른 건 장담 못해도 어린이들이 무척 좋아하겠다는 건 장담할 수 있겠다. 일단 만화고, 캐릭터들이 귀엽기 때문이다. 귀여움은 무엇도 못 이긴다....ㅎㅎ 그리고 아이들 대부분은 어찌나 만화를 편식하는지, 도서실에 데려가려면 만화에 대한 제한 원칙을 조금은 두어야 한다. 안 그러면 ****, ### 앞에서만 장사진을 친다. 뭐 그게 독이라는 건 아니지만 귀한 수업시간을 투자해서 가는 건데 그런 책만 읽다 오는 건 아깝잖아. “이런 책은 휴식용이에요. 그러니까 대출은 말리지 않겠어요. 집에서 편히 쉴 때 읽으세요. 학교에서는 좀더 수준 있는 책을 읽읍시다.”

그런데 이 책 정도는 읽는 걸 말릴 필요가 없겠다. ‘그림이 아주 많은 동화’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거기에 중간중간 숨은그림찾기, 다른 그림찾기 등도 들어있어서 플레이북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있겠다. 우리반에 앞에 말한 규칙을 적용하자 땅이 꺼질 듯 한숨을 쉬며 그럼 대체 뭘 읽냐고 투덜거리던 학생이 있었는데.... (그 책들 말고도 3만 권이 넘는 책이 있건만 그의 눈에는 그것들이 책이 아닌^^;;;) 그런 아이들에게 건너가는 중간책으로 이 책을 권해주어도 좋겠다. 교사보다는 부모가 권하는 것을 더 추천한다. 집에서 부모와 함께, 형제자매와 함께 놀면서 같이 보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도깨비 방망이 우동집’의 주인장 모란 씨는 맛있는 음식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도망쳐버리고 오지 않는 바람에 고민에 빠져있다. (이것은 모란 씨의 정체와 관련 있음) 어느날 맛있는 우동 먹고 힘내보자는 생각에 우동 반죽을 빚던 중 반죽에서 “우도~옹!” 하고 우동냥이 탄생했다. 귀여운 캐릭터에 하는 짓도 웃기다. 허당에다, 먹는 걸 보면 못참고 할짝할짝 하는 표정이 넘나 귀엽다.

우동냥의 제안으로 메밀국수를 메뉴에 추가하기 위해 반죽을 하던 중 이번에는 “메에밀!” 하고 메밀냥이 탄생했다. 두 냥이가 생김새도 성격도 달라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간다.

이들의 과제는 어쨌거나 망해가는 우동집을 살려내는 것이다. 그게 가능할까? 정체가 궁금한 모란 씨의 배경에는 어떤 사연들이 있는 걸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읽다가 맛있는 음식 메뉴와 그림에 군침을 삼키며 응원하다 보면 어느새 책은 끝난다. 나는 우동보다는 짜장면이나 냉면을 더 좋아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군침을 삼켰다. 아 튀김우동에 바삭한 새우튀김과 쫄깃한 면발~~ 특제전골 맛있겠다~~ 이와 같이 먹는 걸 소재로 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 강점이 있다.^^

머리 식힐 때나 편한 마음으로 재밌는 걸 읽고 싶을 때 딱이다. 2권도 충분히 나올 것 같은 이야기인데 책에 그런 단서는 없었다. 일단 나온다에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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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다 이유가 있어 즐거운 동화 여행 203
이수현 지음, 정경아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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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육을 위해 열심히 책을 쓰고 강의하시는 이수현 선생님이 동화도 쓰고 싶다고 하실 때, 그 동화를 빨리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나올지는 몰랐다.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는데, 사람의 하루는 24시간으로 다 공평하지만 그 밀도는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나는 일이 한꺼번에 몰아닥치면 멘붕이 와서 사람구실을 못하는지라 되도록 일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많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다르더라고. 일이 다가오면 오케이 하면서 다 받아들인다. 그게 다 들어가다니 나로서는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어야 세상은 변화한다. 지금 이수현 선생님이 견고한 벽을 조금씩 깨나가고 있듯이.

이수현 선생님과 어떻게 페친을 맺었는지 시작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발달장애를 가진 두 아이를 키우며 부딪히는 어려움과 서러움, 그리고 장애 진단을 받고 방황했던 지난날의 아픔을 토해낸 글을 읽으면서 매우 인상적인 페친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픔을 넘어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그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남의 일이니까 짧다고 느끼는 걸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 변화는 눈부시다. 그 사이에 동화 공부도 하시고, 이렇게 책이 나왔다. 많이 읽힐 것을 예감한다.

3편의 단편이 들어있는 이 동화집은 모두 발달장애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단편집이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하지만 작가님은 일단 본인이 잘 아는 이야기를 먼저 하시기로 작정하신 것 같다. 작가님의 딸과 아들. 그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본 이야기가 여기에 들어있다. 엄마가 아니고서는 누가 그렇게 아이의 마음을 정성껏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겠는가. 엄마라고 다 들여다보는 것도 아니다.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 하는 부모도 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세심히 들여다본 마음은 이렇게 동화책이 되어 나와서 어린이, 부모, 교사 모두의 마음을 두드리려고 준비한다.

[넌 뭘 좋아해?]에서는 학교에 늦어 달려가는 지한이가 먼저 나온다. 헐레벌떡 달려간 교문 앞에서 담임선생님과 실랑이하는 민석이를 만난다. 솔직히 담임선생님의 어려움에 너무나 공감한다. 교실까지는 들어와야 가르치지, 이 아이 한 명만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교실에 나머지 아이들도 그림처럼 앉아있는 존재들이 아닌데 얼마나 난감하고 어려우실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으시고 도움을 요청하셨다. (이것도 용기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때 지한이가 같이 등교해 보겠다며 지원한다.

함께 등교하는 길에 지한이는 민석이가 좋아하는 것과 잘 아는 것을 발견한다. 그렇다고 해도 어려움은 남는다. 그래도 지한이는 중요한 경험을 했다.
「민석이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니, 내 말을 듣고 있는 것 같았어요. 말을 주고받지는 못했지만, 민석이와 친해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마도 친구와 가까워지는데 꼭 대화가 중요한 건 아닌가봐요.」 (26쪽)

이렇게 한 편의 동화가 끝나고 나면 주인공이 자신의 속마음을 설명하는 방식의 이야기가 덧붙여 있다. <민석이의 마음> 이런 식으로. 동화도 좋지만 자녀의 경험을 통해 수현쌤이 마음에 품었던 안타까움과 설명하고 싶은 마음속의 이유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이 부분도 매우 좋다. 이 책의 차별성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함께 부르는 노래]는 현우의 이야기다. 현우는 수업시간에 노래를 불러서 짝인 예준이를 불편하게 한다. 하지 말라고 화를 내면 그 말을 또 따라 한다. 예준이가 약올라서 미치고 팔딱 뛸 상황이다. 쉬는 시간 쏜살같이 뛰쳐나가 정글짐 꼭대기에 올라앉은 현우. (발달장애 아이들 중에는 높은 곳에 올라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들었다) 본의아니게 예준이는 없어진 현우를 같이 찾게 되는데, 예준이의 예상대로 정글짐에 있었다. (요즘은 놀이터에 정글짐이 거의 사라지고 없다. 위험한 것은 다 없애는 추세라서) 그 위에서 통하는 두 아이의 마음.

이어지는 <현우의 마음>에서는 현우가 상동행동, 문제행동이라는 말을 한다. 우리가 쉽게 규정하는 말들에도 당사자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물론 느끼는 것이 다르니 타인을 100% 이해한다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다를 수 있다는 것, 이 책의 제목처럼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은 알고 인정해야 그 다음이 있지 않을까.

[나도 다 이유가 있어]는 정우의 이야기다. 이 편은 다른 편과는 달리 장애 주인공이 화자로 나온다. 정우는 나에게도 익숙한 아이다. 페북에서 자주 만나보았기 때문에. 정우는 웃는 얼굴이 예쁘고, 휴일 아침 엄마 아빠에게 진지한 모습으로 커피를 내려줄 만큼 다정다감하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머리를 감싸쥐고 ‘아아 나는 못해ㅠ’ 할 때가 있었는데.... 잠이 없고, 밤에 울거나 너무 일찍 일어나 가족들을 깨우며, 높은 곳에 올라가 아슬아슬한 자세를 취하거나, 감당못할 정도로 뭔가를 쏟거나 어지르거나 할 때.... 수현쌤 또한 그럴 때 고통스러운 마음을 굳이 숨기지 않고 눈물젖은 글을 올리기도 했었다. 다음날은 또 힘을 내서 역기를 드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러한 정우의 특성이 들어간 이야기가 몰입감 있게 펼쳐진다. 길을 잃었던 에피소드, 친구의 물건을 신기해서 만졌다가 거부당했던 경험 등이 모두 이야기에 녹아있다. 그리고 아주 따뜻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너무 동화적인가?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깜짝 놀랄 정도로 못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그래서 슬프고 실망스러웠던 적도 많지만) 대체로는 착한 모습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 방향을 잘 인도해 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2학년 우리반 2학기 온작품읽기 책으로 하려고 오늘 바로 품의를 올렸다. 미리 올릴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 눈으로 확인해보고 결정하려고.... 미리 올렸어도 좋았을 만큼 이 책은 아이들과 꼭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우리 학년에는 반마다 발달장애 어린이들이 있다. 나도 여러 번의 통합학급 경험이 있지만 발달장애는 처음이라서 고전하는 중인데, 어떤 때 보면 교사보다 친구들이 더 낫구나 하고 감동할 때가 있다. 원래도 잘 이해하는 우리반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공감하고 이해가 더 깊어질까. 벌써부터 감동이 오는 느낌이다.^^ 우리반 다 읽고 다른반에도 돌릴 생각이다.

학교는 장애이해교육의 의무가 있고,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그것을 해왔다. 지금의 내 생각으로 가장 깊이있는 방식은 바로 이 책을 온작품읽기로 함께 읽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동화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젯밥에 관심이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이렇게 활용도 면으로도 출중한 책이다. 아참!! 작가가 직접 제작한 워크북도 다운받을 수 있다. 나는 그동안 모든 온작품읽기 책의 워크북을 직접 만들었다. 간혹 공개된 워크북도 있었지만 남이 만든 건 방향이 좀 안맞아서.... 하지만 독자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작가 본인보다 앞설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 워크북 너무 좋다. 그대로 활용할 생각이다. (아싸 시간 아꼈다) 어린이와 부모님들께 널리 읽히고, 교사들에게도 많이 활용되는 책이 되길 바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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