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발견! - 인간의 과학 기술 발전에 영감을 준 식물 이야기 지식곰곰 19
클라이브 기퍼드 지음, 고시아 헤르바 그림, 박규리 옮김 / 책읽는곰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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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게시판에 여러 권의 책이 올라왔는데 난 이 책에 끌렸다. 내용이 딱 작년 과학수업에 나왔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굳이 이 책을 고를 필요는 없었는데... 왜냐면 그 수업을 다시 할 일은 이제 없을 거라서..... 그런데도 나는 이 책을 신청하고 있었다. 책을 받아보니 정말 알차고 탐스럽다. 아, 작년에 이 책이 있었다면 스캔해서 같이 보든 출력해서 나눠주든 해서 정말 재미있는 수업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

그때 수업주제는 ‘식물의 특징을 이용한 생활용품’이었고, 이 책은 그보다 좀더 범위가 넓은 ‘인간의 과학 기술 발전에 영감을 준 식물 이야기’다. 훨씬 흥미로웠고, 더 폭넓게 알게 되었다. 작년에 수업을 할 때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사례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도꼬마리(찍찍이)였고, 그 외 단풍나무 씨앗, 연꽃잎 등이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례가 있는 줄은 몰랐다. 알고 있었는데 막상 가르칠 때는 생각이 안 났던 것들도 있었다. 인간은 식물에게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고 도움을 받았구나.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건축, 로봇, 에너지, 건강, 지속가능성, 소재라는 6가지 분야로 인간에게 아이디어나 도움을 제공한 식물들을 소개한다. 설명도 흥미로운데다가 그림이 너어무 좋다. 75쪽에 달하는 분량에 그다지 자극적이진 않으면서도 다채로운 색감들의 그림이 가득하며 그림이 본문과 함께 이해를 도와준다. 판형도 꽤 커서 열어볼 때 정말 흡족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식물의 구조를 보면 충격을 흡수하거나 무게를 지탱하기에 아주 효과적인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을 건축에 응용하게 되어 튼튼한 구조물들을 짓게 된 것은 인류의 발전에 큰 도약이었다. 특히 강철케이블의 본보기가 된 덩굴식물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코코야자가 그렇게 쓰임새가 많은지도 처음 알았다. 로봇을 만드는 데도 식물의 특징에서 착안한 아이디어가 적용된다.

에너지 파트를 관심있게 찾아보았는데 식재료로 애용하는 다시마의 새로운 점(다시마가 파도에 흔들리는 모습을 본떠 파도의 운동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를 만들었다)을 알게 되었다. 사탕수수 장에서는 ‘바이오에탄올’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말이 사실인지, 경제성 등 현실 가능성이 있는 건지, 다른 문제점은 없는건지 궁금해졌다. 이어서 조류가 미래의 바이오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는데, 이것 또한 연구가 어느정도 진행되었으며 현실성이 있는 건지 궁금하다. 재생에너지는 워낙에 어려운 문제라서 말이다.

많은 의약품들이 식물의 성분을 원료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는 버드나무, 유칼립투스 등이 소개되어 있다.

지속가능성은 환경 문제라는 면에서 앞에 나온 에너지 파트와도 연관된다. 옥수수 장에서는 옥수수를 이용해 대체 플라스틱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것 또한 실효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잘만 된다면 좋을텐데. 플라스틱 문제는 너무 심각해 벌써 늦었다고 생각될 정도니까 말이다.

소재 장에서는 교과서에 대표 사례로 나왔던 벨크로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던 우엉씨(교과서에선 도꼬마리)가 역시 나왔고, 사라세니아, 과율 등이 나온다.

이 책은 디지털 학습과의 연결도 꽤 유용할 것 같은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의 만듦새와 난이도는 어린이들에게 딱 적당하지만, 좀더 자세히 알고 싶은 내용을 검색해서 더 알아본다든가 인공지능과의 문답을 통해서 지식을 넓힌다든가 하는 식으로 확장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초등학교 학교도서관에 한권씩 마련해 두시길 추천드리고 싶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을 즐기는 가정이라면 소장용으로 아주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인간이 자연에게서 배우는 건 매우 마땅하고도 좋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겸손히 배우되 그 위에 올라서려는 만용을 부리지 말아야 지구가 보존된다. 제목의 '덕분에' 이 마음을 갖고 세상을 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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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바퀴, 둘레길 여행 - 도심 속 자연과 로컬을 즐기는 최고의 걷기 코스 60
이준휘 지음 / 링크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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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책의 리뷰를 쓸 줄이야. 이 책이 나온 걸 우연히 보고 오호, 해서 동네 도서관에 신청했다. 구입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대출해보니 아이쿠, 이런 책은 대출용이 아니라 소장용인 것 같다. 충분히 활용할 생각이라면 말이다.^^

내가 여기 관심 갖게 된 것은 유튜브부터였다. 재작년 가을이었나, 가는 날들이 너무 아쉬워 토요일 하루 한나절 산책 다녀올만한 곳이 있나 하고 찾다가 어떤 여행가의 채널을 구독하게 됐다. 거기서 보고 동구릉, 마장호수 등등을 다녀왔다. 그 뒤로 줄줄이 따라오는 알고리즘.... 지금은 한 분의 채널을 더 구독했.....지만 아직 다녀온 곳은 그닥 없다. 퇴직하면.... 이라고 생각만 하는 중?ㅎㅎ

저자는 여행 가이드 책을 이미 여러 권 내신 분인 것 같은데, 이번에는 서울만 다룬 이런 책을 내셨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며 멀리 다니기를 즐기지 않는 나에게 딱 고마운 책이다. 서울 여행도 다양한 컨셉이 있겠으나 이 책의 컨셉은 '걷기 여행'이다. <도심 속 자연과 로컬을 즐기는 걷기 코스 60>이라는 부제가 책의 성격을 딱 말해준다. 잠 안 올 때 유튜브를 보며 오호 여기도 좋네, 찜! 이렇게 생각하며 넘어갔던 코스들이 여기 다 담겨있다. 물론 내가 본 것 이상으로 (몇배로) 충분히 많은 코스가 담겨 있다. 크게는 3파트로 나눠져 있다.

Part 1. 한양도성 순성길&성곽마을길
여기에 내가 가야겠다 생각만 하고 아직 못간 곳이 다 들어있다. 당장 북악하늘길과 길상사코스를 다녀올 생각이다. 나머지(낙산구간, 남산구간, 인왕산 구간 등)는 내년에....

Part 2. 성저십리길
한양도성 외곽의 길들을 말한다. 우리집에서 멀지 않은 곳들이 많은데, 주로 강북 코스가 많기 때문이다. 초안산 나들길, 봉화산 둘레길, 배봉산 둘레길 등등. 여기에 나온 곳 중 안산 자락길을 올 가을에 다녀왔는데 즐거운 하루였다. 나머지 코스도 그렇기를 기대해 본다.

Part 3. 서울둘레길2.0
제목대로 서울둘레길 전 코스를 안내하고 있다. 이중에서 내가 걸은 길은 1코스(수락산둘레길) 뿐...^^;;; 스탬프 인증도 하면서 완주를 격려하니 참여자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인증이나 스탬프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는 성격이지만 좋다는 곳들을 찾아서 몇군데 가볼 생각이다. 물론 다 좋겠지만.

이렇게 크게 3개의 파트로 내용이 담겨져 있지만 그 사이사이와 부록에 그 이상의 내용들이 들어있다. 무장애숲길도 정리되어 있고, 숲속도서관이나 전통시장, 일부 맛집들도 들어있다. (맛집에 중점이 있는 책은 아니다)

각 장소에 대한 내용은 최대한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코스 지도, 소요시간, 거리, 메인스팟들, 주차정보 등 필수적인 것들은 알차게 꽉꽉 들어있다. 여기서 코스를 선택하고 유튜브 검색해서 해당영상 찾아서 같이 보면 이해가 완벽하겠다. 나한테 엄청 유용한 책이 될거 같고, 비슷한 계획이 있으신 분들께 추천한다. 매주 한곳씩 도장깨기를 한다 해도 1년이 넘게 다녀야 한다. 서울만 해도 갈 곳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 그리고 나면 전국을 다니고.... 난 해외여행은 딱히 생각이 없는 사람이니 그건 일단 제쳐두고, 죽기전에 우리나라라도 다 다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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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특별판)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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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휴때 원작 없이 드라마만 보고 나서 뭔가 아쉬워 뒤늦게 원작을 찾아 읽었다. 아 역시 원작부터 읽었어야 했어! 보건교사 안은영도 한문선생 홍인표도 내 머릿속에서 먼저 그려보고 드라마를 봤어야 하는건데, 소설을 읽으며 정유미와 남주혁이 떠오르는 것은 좀 곤란했다.^^;;; 그래도 어쨌든 재미있게 읽었다. 귀신이니 퇴마니 하는 설정은 평소 나의 취향과 너무 거리가 먼데, 이 책은 왠지 무늬만 그런 듯해서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술술 잘 넘어가는 것은 요즘 책이 잘 안읽혀 짜증나 있던 나에게 너무나 고마운 장점이었다. 이렇게 잘 읽히는 책들을 쌓아놓고 읽고 싶다.ㅎㅎㅎ

초반부는 책과 드라마가 거의 일치하는 듯했으나 뒤로 가면서 차이가 많이 났다. 드라마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로 보이던 문소리 배우 역할이 책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큰 역할을 새로 만들었단 말이야? 매우 의외였다. 그리고 뭔가 거대한 음모가 깔려있는 느낌을 주는 세력, 일광소독이니 안전한행복이니 하는 집단도 책에선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냥 뭔가 있나보다 정도... 책 한 권으로 어떻게 드라마 6부작을 만들었을까 했는데, 이렇게 극적인 느낌을 높이는 요소들을 추가한 것이었구나. 양쪽에 장단점이 있겠으나 나는 소설 쪽에 한 표다. 훨씬 단순하고 경쾌하고 명랑하다. 뭔가 보이지 않는 음모가 짙고 깊게 깔린 가운데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이 소설 정도가 더 좋다.
그런가하면 안은영이 래디네 가족을 만나는 에피소드는 드라마에 나오지 않았다. 이걸 맨 뒤로 빼면서 우리 집에 좀 와주세요 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넣었다. 그 집에서의 에피소드 재미있었는데.... 왜 뺐지. 속편에 넣으려는 생각이었나? 하지만 속편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역사교사가 교과서 채택하는 에피소드도 드라마에선 못본 것 같다. 음 그게 좀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서 그랬겠지...? 책에선 이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다.

강선이를 보내는 가슴아픈 장면은 드라마에서 잘 표현한 듯... 정유미 배우가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학생일 때의 사연도 어른 되어서의 사연도 드라마에서 훨씬 더 세밀하게 다루었다. 이건 책과 드라마 둘다 좋았다.

결정적으로, 드라마를 보며 '아 둘은 로맨스 관계는 아니구나' 했는데, 아닌 게 아니었어. 그것 역시 속편을 위해 남겨둔 것이었나? 어쨌든 책에서는 로맨스 정도가 아니라 아예 둘이 함께 살며 마무리가 되는데 그런 과정 또한 담백하고 유쾌해서 좋았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 나랑 있어요.”
이런 프러포즈 왤케 따뜻하지? 둘다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드네. 마지막 문장, 은영의 얼굴이 인표의 ‘수면등’이라는 표현도 감탄했다.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으니까 소설가구나.

남을 도와야하는 성가신 운명 때문에 은영은 고달프지만 부수어야 할 것을 부술 때의 쾌감은 짜릿하다. 해로운 것을 없애고 무해한 것들로 채우는 능력이 좀 널리 주어졌으면 얼마나 좋아. 세상에 독기는 더욱 차오르고 있다. 은영이란 캐릭터 자체가 너무 순진한 것인지도 몰라. 군단 쯤 된다면 모를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 무해한 쪽에 있고 싶어진다. 어둠을 보태는 역할이 아니라 한귀퉁이라도 밝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진다. 실상 나는 이제 무엇에도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어서 나 자체가 어둠이 되지 않는지나 신경써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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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니 빠진 강경우 678 읽기 독립 16
소연 지음, 최민지 그림 / 책읽는곰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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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을 보고 책을 고르는 사람들도 있겠다 싶을 만큼 표지가 맘에 들었다. 그림에다가 글씨체마저도 귀엽다. 이어지는 본문의 삽화들도 재미있다. 그림책 작가인 최민지 작가님과의 협업은 이야기의 귀여움과 재미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쓱싹쓱싹 쉽게 그린 듯한 그림체인데 그게 훨씬 느낌을 잘 살린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누구나 인생에서 통과하는 이갈이의 경험을 소재로 한다. 더구나 경우는 첫 경험이니 그 느낌의 강도가 최강이다.

강경우라는 이름.ㅎㅎ 교사들은 딱 보자마자 느낀다. 얘는 어딜 가나 1번이겠구나. 강씨에다가 또 ㄱ이야.^^ 아니나달라, 경우는 1학년 1반 1번이다. 1번들의 운명은 뭐든 첫 테이프를 끊어야 할 때가 많다는 건데, 경우는 많이 긴장하는 성격이라 안타깝게도 1번에 제격은 아니다.

이갈이도 경우는 느린 편이다. 반 친구들 중엔 2개, 많게는 그보다 넘게 빠진 아이들도 있는데 경우는 이제 처음이다. 모두 알다시피 이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아프다. 게다가 친구들에게 들은 이빼기 무용담은 경우를 더욱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러다 경우의 귀가 번뜩 뜨인 사례는 나희의 경험이다. 나희의 조언은 '엄마한테 절대로 말하지 말 것'이다. 그러면 치과에 끌려가거나 억지로 빼게 될 테니까. 아주 많이 흔들릴 때까지 참고 오이랑 젤리를 먹으라고 했다. 경우는 나희의 조언을 실천하기 시작한다.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이 책은 한창 이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폭풍 공감을 주겠다. 난 올해 2학년 담임을 하고 있는데, 어느날 이 빠진 자리를 보여주며 웃는 아이들의 웃음이 예쁘다. 급식 시간 사과나 배 조각을 어금니로 먹으려고 사투를 벌이는 모습은 정말 귀여움의 끝판왕이다. "엇, 이가 빠졌어요!" 하며 들고 나오는 일도 아주 드물진 않다. 그러면 티슈로 꼭꼭 싸서 가방 앞주머니에 넣어 준다. 부모님 꼭 갖다드리라고.^^ 2학년도 이러니 1학년은 이갈이 사연이 더 많을 것 같다.

이갈이는 생물학적 현상이니 지구인 모두에게 경험이 있을 터, 어른들이 읽어도 추억을 돋게 하는 내용이다. 특히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과대 두려움'에 휩싸여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겐 더더욱. 나도 어릴적 채 빠지지 않은 어금니 밑으로 영구치가 솟아올라 그게 무슨 큰 문제인줄 알고 한동안 불안에 시달린 적이 있었는데.... 문제는 그럴 때 절대 말을 못하고 혼자 끙끙대는 성격이다. 경우도 약간 그런 성격인 것 같은데, 첫 이갈이의 경쾌한 경험으로 조금 대범한 사람이 되어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독자 어린이들도.

"앞니 빠진 자리로 바람이 살랑 지나갔어."
크, 마지막 문장이 너무 적절하다.
이 책, 교실에 두면 인기 폭발일 것 같다. 굳이 소개 안해줘도 눈이 보배인 애들부터 읽고 나면 삽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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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러너
임지형 지음 / 상상스퀘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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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왔을 때 마침 학교도서관에서 구입도서 신청을 받길래, 옳다구나 하고 교사용 도서로 신청했다. 그리고 나서 약간 후회를.... 도서관 구입 절차는 한 달이 넘게 걸린다. 이번주에야 도착했다는 메세지를 받고 대출해와서 주말에 읽었다. 가독성은 최고였다. 300쪽이 넘지만 두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다. 드라마 보듯이 편하게 읽으면 된다. 재미만 있다면 난 드라마보다도 책이 더 편하다. 아 그러고보니 이 책도 드라마로 나와도 괜찮겠다.

이 책을 쓰시는데 그런 전략을 쓰신 것 같지는 않지만 만약에 전략이라면 정말 탁월하게 세운 전략이다. 일단 러닝이라는 소재. 요즘 이거 안하면 대화에 못 낄 정도로 열풍이다. 그만큼 효과가 보이니까 그런 게 아닐까. 지금 사람들이 한창 신나있는 소재를 다룬 소설, 안 집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두번째는 30대, 미혼, 구직자라는 인물의 상황. 이건 같은 연령대를 당연히 끌어당길테고, 그 부모 세대 비슷한 나까지도 읽어보게 만들었다. 조금 앞두고 있거나 막 지나온 연령대도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말하자면 이 책에 끌릴 대상이 매우 폭넓다는 뜻이다.

지난 연휴때 하루 반짝 개었던 날에 난 안산 자락길을 걸으러 갔었다. 그 종착지가 바로 이 책에 자주 나오는 홍제폭포이고 그 하천이 바로 주인공 연희가 달리는 코스인 홍제천이다. 여기를 가봤던 건 이 독서를 위해 아주 좋은 일이었다. 가본 곳을 묘사하니 책이 훨씬 잘 넘어가고 실감났다. 폭포까페도, 거기서 고개를 약간 돌리면 보이는 물레방아도, 겨우 한 번 봤다고 반가운....ㅎㅎ 그러니 같은 홍제천 러너들에겐 엄청 사랑스러운 책이 되겠다.

작가님과 페친이어서 아는 바, 작가님 자신이 러닝을 몹시 사랑하는 사람이고 오랜 경험을 가진 분이다. 주인공의 연령대나 상황을 약간 바꾸었을 뿐 본인의 경험이 그대로 투입된 이야기가 아닐까 짐작한다. 후반부에 가서 연희는 하프마라톤에까지 도전하게 되는데, 이또한 작가님의 경험이다. 연희는 시작이지만 작가님은 이미 그 단계를 지나 노련한 경력자라는 점이 다를 뿐.

지방대를 졸업하고 취업을 위해 서울로 올라와 '연희동'에 자리잡은 도연희가 화자이고 고교동창인 두 친구가 자주 등장한다. 그들은 요즘 젊은 세대가 겪는 방황과 어려움의 표상이다. 그중 연희가 취업전선에서 가장 쓴맛을 많이 봤고 상처도 많다. 하지만 완전히 최악으로 끝나지 않는 것, 아무리 힘든 세대라 해도 희망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 책의 소재 덕분이다. <연희동 러너> 이 제목은 작가님과 연희를 동시에 지칭한다.

소설이지만 꽤나 실용적인 효과도 있다. 러닝에 대한 정보들이 자연스럽게 잘 녹아있다. 또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한없이 침잠해 들어가던 연희의 초기 상황과 심리 묘사도 매우 공감이 갔고, 때문에 연희의 떨쳐 일어남을 함께 응원하는 마음이 되었다. 연희의 구직 과정의 다양한 에피소드들도, 경험이 전무한 나에게는 참고가 됐다. (누군가들에게는 엄청난 공감이 되겠지) 우연히 만나 연희의 달리기를 돕는 지훈의 존재도, 살짝 피어나는 로맨스도 약간의 판타지 같지만 빠지면 아쉬운 필수요소라고 하겠다.^^

천신만고 끝에 들어간 회사에서 맞닥뜨린 인간관계의 살벌함 또한 어떤 직장인이든 공감할 일이다. 그중 하팀장의 반전에도 공감한다. 드라마에서 많이 본 캐릭터 같아 기시감이 있으면서 애틋함도 생기는 캐릭터다.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쉽게 믿어버려도 안되지만 섣불리 혐오해서도 안된다는 점을 다시 상기한다. 직장에서도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니까.

이 책은 몹시 건강하다. 달리기를 소재로 삼았으니 오죽하랴. 그런데 요즘은 어쩐지 건강한 이야기는 가벼운 이야기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인간사의 비참함과 인간 본성의 끔찍함을 보여주어야 높게 쳐주는...? 물론 그런 작품도 귀하다. 하지만 이렇게 읽고나면 기분좋은 의욕이 솟아나는 책이 어찌 안 귀할소냐. 이런 책도 수많은 문학 중에서 한자리에 반드시 꽂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독립한 아들이 오랜만에 와서 밥 먹인 후 이 책을 손에 들려 보냈다.
"이거 도서관 책이야. 담주에 꼭 가져와!"
이런 걸 일석이조라고 한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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