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의 거울 - 장애를 마주하며 사람을 다시 바라보다
김인규 지음 / 푸른칠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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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교사 김인규 선생님에 대해선 꽤 오래전 누드작품 논란 때 알게 되었다. 작품인데 뭐가 문제야, 이게 시끄러울 일이야? 정도로만 생각하고 금방 잊어버렸던 것 같다. 그분을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책으로 만난 사람은 사건으로 접한 사람과는 완전 다르다. 책에는 그 사람의 인생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이 책의 제목이자 선생님의 셋째아들인 진우의 잉태 시점부터 시작된다. 그때 선생님은 화가로서의 삶에 중요한 과정으로 유학을 고려중이었기에,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이 기쁨으로 다가오기엔 너무 당황스럽고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 마음고생 끝에 유학은 포기했고 뒤늦게 다시 시작된 육아에 겨우 마음을 돌렸다.

그러나 그 육아가 보통 육아가 아니란 사실이 시시각각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발달장애를 인정하기까지의 과정은 독자에게도 쉽지 않다. 다른 분들의 책도 읽어보았지만 모든 사례들이 다 각각 별개의 아픔으로 다가온다. 다행인 건 내가 아는 모든 분들은 진단 즉시 인정하고 부모의 삶을 발빠르게 전환했다는 점이다. 그럴 수밖에 없어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식 일이라고 모두 그런 결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부부는 진우가 성장할 수 있는 최선의 상황을 만들어갔다. 서울같은 대도시에 살지 않으셔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진우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나는 여기에서 작가님과 같이 깨달아갔다. 정상의 개념은 무엇인가? 다른 인식의 세상을 느끼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소위 '정상'의 범주로 들어오라고 끌어당기는 것은 합당한가?

그러나 모든 것을 머리와 마음이 이해했다고 해도 여전히 남는 어려움은 있다. 몸의 어려움이다. 다른 말로 하면 '수고'라고 할까. 지원하고 돕는 수고 없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긴 힘들다. 이 수고를 누가 어떤 마음으로 하는가가 그 사회의 수준을 말해준다 하겠다. 우리나라도 옛날에 비한다면 많이 좋아졌다. 학교만 해도 충분하진 않아도 다양한 지원의 손길들이 있고 내가 본 바로만 얘기한다면 모두들 태도도 훌륭하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먼저 부모들이 자녀의 장애를 절망으로 여기지 말고 (남의 말이라고 쉽게 한다만ㅠ) 주변과 기관에서 좀더 허용적이고 환대하며 적절한 수고를 함께 해준다면 좋을 것이다. 함께 걸어가는데 짐을 나눠 지지 않는 건 참 이상한 모습이니까. 그래서 짐을 좀 덜어서 지고 걷지만 그것에 화내지 말고 슬퍼하지 말고 당연하고 동등한 모습으로 여기는 것. 그것이 선생님이 진우와 함께한 30년의 세월에서 소망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2장부터는 작가님이 화가이자 미술교사인 장점을 살려 진우를 비롯한 발달장애 학생들과 미술 활동을 해온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무엇인가를 가르치려고 하고 우리가 정해 놓은 어떤 기능에 도달시키려고 조바심을 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가 왔다. 하지만 그 일은 진우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그 가운에서 작가님의 시각과 생각이 바뀌어갔고, 그 생각은 장애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인간 자체에 대한 생각으로 발전되어 갔다. 그 생각의 흐름을 담담하게 서술한 것이 이 책이다. 담담하나 그 안에는 그동안 겪었던 깊은 슬픔,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뇌, 자식에 대한 절절한 사랑, 하는 일에 대한 열정까지 참 많은 것이 담겼다.

작가님이 깨달은 것 중에는 ‘안 되는구나’가 꽤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인간이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하듯이 누군가의 안에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영역. 그걸 인정하는 데는 많은 아픔이 따랐지만 어찌보면 정작 본인이 그러지 않는데 주변인들이 그리 슬퍼하고 있을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미술활동만 가지고 보아도 발달장애인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자신 안의 즐거움에 몰두할 때, 비장애인들은 바깥에 놓인 타인의 시선 앞에서 즐거움을 향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정한다. 나도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정상값’은 어디에서 어디까지인 걸까. 노력하면 해낼 수 있는 것과 닦달해봤자 상처만 남는 것은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누구나 나름의 한계가 있다. 그것이 장애라면 일종의 장애다. 나는 이런 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참 불공평하게도 인간의 역량은 공평하진 않더라고. 신체의 기능도 마찬가지고. 거침이 없는 분들은 이해를 못하겠지만 한계를 되도록 눈에 띄지 않게 감추며 살금살금 살아온 나는 나의 ‘장애’를 많이 인식하며 살아간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분의 글에 더 많이 공감하는 것 같다.
“결국 장애의 문제란 모든 사람의 문제라는 사실, 아니 모든 사람의 문제가 결국 장애의 문제였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은 내가 진우와 함께 애쓰며 살아온 종착점이었다.” (12쪽)
“생각해 보면 나의 영역이란 그런 것이다. 그것은 타인이 어떤지 세상이 어떤지와 상관없이 고유하고 독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거기에는 더 낫고 못한 것이 없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더라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런 자신의 영역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을 타인들의 모습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그 빛을 잃어가는지도 모른다.” (180쪽)

부디 이 사회가 지탱할만한 사회이길 바란다. 나 또한 남과 함께 하는 걸 꺼리고 귀찮아하는 성격이라 이런 말 할 자격이 심히 부족하지만, 손잡지 않고는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이 많은 이들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길, 그 파문이 번져가길 바란다.

(표지가 단순하면서도 특별하다. 손에 들기 좋은 판형과 적절한 글씨 크기 등도 가독성을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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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마지막 손님 보름달문고 101
임정자 지음, 이인아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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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50대가 좀 남았는데, 아니 요즘엔 60도 노인으로 치진 않는데 마음과 껍데기의 괴리에 다소 우울해진 나는 요즘 이런 책들을 보고 있다.
- 노년을 읽습니다 (서민선)
- 미리 슬슬 노후대책 (마녀체력)

닥친 후에는 늦는다는 점에서, 지금 읽어야 하는 책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어렵진 않지만 빨리 읽어치울 책은 아니라서 조금씩 읽고 있다. 그러던 중 무슨 우연인지 이 동화를 읽게 되었다. 넘기며, 어 이 책 읽은 거 같은데? 어 분명히 읽었는데? 하여 책정보를 확인해보니 개정판이었다. 구판은 10년 전에 나왔었다. 그때 내가 읽었나보다. 그때보다 지금이 더 사무치는 것은 위에 쓴 이유로 당연한 일이겠다.

임정자 작가님은 내게 좀 특별하다. 작가님은 수많은 기억 중의 하나라 특정할 수 없으시겠지만 15년도 더 전에 내가 처음 주관했던 작가와의 만남에 강사로 모신 분이었다. 그때 우리반 아이들은 <무지무지 힘이 세고, 대단히 똑똑하고, 아주아주 용감한 당글공주>라는 책을 읽었고. 그때는 작가님이 멀지 않은 곳에 사셨던 기억인데, 작가의 말에 보니 지금은 전남 강진에 거주하신다고 한다. 그곳에서 할머니들의 생애 이야기를 듣고 채록하는 일을 하셨다고. 그 할머니들 또한 이 책의 할머니 못지않게 한많은 세월을 살아오셨다. 현대사의 비극들은 할머니들의 삶에 그대로 아로새겨져 있다. 온몸으로 그것을 받아내며 살아오신 할머니들.

이제 격변의 세월, 나와 가족의 목숨을 장담하기 어려운 그 시절은 지나갔으나 할머니에게 남은 것은 병든 육신과 외로움이다. 할머니는 딸이라고 자식 취급도 받지 못하고 자라다가 (이름도 그냥 가이나) 맞은편 섬으로 시집을 갔다. 가난하지만 따뜻한 남편을 만나 잠시 행복하게 사는 듯했으나.... 이념의 혼란 속에서 남편도, 시부모도, 아주버님도 다 잃고 자식들의 목숨이라도 부지하려고 깨져가는 배를 필사적으로 노저어 지금의 섬으로 도망쳐 왔다. 윗동서와 조카들까지. 여자들과 아이들만의 탈출이었다. 윗동서는 충격에 정신줄을 놓아 바닷가를 떠돌다 결국 바다에 빠져 죽었고, 배우지도 못한 할머니의 손에 자식들과 조카들의 목숨이 달려 있었다. 평생 죽어라 일만 하며 살았다.

살아남는 일이 끝나자 이제 떠남의 시절이 되었다. 든든하게 성장한 아들마저 바다에서 잃고 할머니는 어떻게 살았을까? 딸은 딸대로 떠나고, 큰조카도 죽고, 작은조카는 온갖 원망을 할머니한테 다 퍼부어놓고 떠났다. 독자가 보기엔 그런 배은망덕이 없는데 "다 내 죄랑께"만 되뇌이는 할머니.ㅠ 그래도 남은 손자를 키워야하기에 살아야 했다. 손자는 할머니를 사랑하며 잘 자랐지만 장성했으니 보낼 수밖에 없는 것. 그래서 지금 바닷가의 집엔 할머니 혼자다.

할머니는 '손님'을 기다린다. 각 장마다 시작에 할머니의 이 노래가 반복된다.
"오실랑가 오실랑가
우리 손님 오실랑가
기별 없이도 오는 손님
오늘은 오실랑가"
이 '손님'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반가운 손자와 증손주들일 수도 있지만 결국 할머니가 기다리는 손님은 '그것'이다.

그것을 이렇게 자면서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다면 그만한 복이 없다고들 한다. 결국 할머니는 일평생 복쪼라기라고는 없었지만 가는길은 복을 받았다고 해야 하려나. 비록 손자가 도착하여 하루만 더 일찍 올걸, 지난주에 올 걸 하며 대성통곡을 하더라도 (거기까진 책에 나오지 않음) 할머니로선 잘된 일이다.

요즘 존엄사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의 논의가 횔발하다. 어느나라는 된다는데 우리나라는 꿈쩍도 안하고 앞으로도 되기 힘들 거라고들 한다. 왜 그렇게들 다른지 모르겠다. 죽을 일밖에 남지 않은 극심한 통증 환자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조금 편안하게 돕는 것이 그렇게 안될 일일까. 법을 세심하게 만들 수는 없는 걸까. 존엄사의 가능성만 열어둔다면 노후가 훨씬 덜 두렵고 노년의 삶을 조금더 안심하고 영위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의료의 발전이 질병의 치료, 수명 연장에 이어 죽음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가는 건 좋은 일 같은데... 내가 뭔가 모르는 점도 있겠지만.

할머니의 모습을, 옆에 무심히 선 다정한 관찰자가 써나가듯 묘사한 이 작품에서 찡했던 표현이 몇군데 있다. 그중의 하나는 갯가에서 할머니가 갯돌을 만지며 예뻐하시는 장면이다.
- "사람은 늙으면 쭈그렁 망태기가 되는디, 갯돌은 갈수록 동글거린당께. 그래서 이쁘당께."
할머니는 오랜 세월 그토록 차가운 파도에 쓸리면서도 견뎌내어 마침내 동글동글해진 갯돌이 기특하고 예쁩니다.-

갯돌은 하나같이 이쁘지만 인간의 말로는 모두 그렇진 않다. 그 많던 고난 속에서도 갯돌처럼 살다가신 할머니. 나도 그저 누구의 가슴에도 못박지 않고 "애썼다." 로 마감을 할 수 있는 인생이면 좋겠다. 최고의 행복이라는 그것. 땅에서의 그 깨끗한 끝이 나의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큰 욕심인 건 알지만 그래도 워낙 간절하기에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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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발견! - 인간의 과학 기술 발전에 영감을 준 식물 이야기 지식곰곰 19
클라이브 기퍼드 지음, 고시아 헤르바 그림, 박규리 옮김 / 책읽는곰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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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게시판에 여러 권의 책이 올라왔는데 난 이 책에 끌렸다. 내용이 딱 작년 과학수업에 나왔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굳이 이 책을 고를 필요는 없었는데... 왜냐면 그 수업을 다시 할 일은 이제 없을 거라서..... 그런데도 나는 이 책을 신청하고 있었다. 책을 받아보니 정말 알차고 탐스럽다. 아, 작년에 이 책이 있었다면 스캔해서 같이 보든 출력해서 나눠주든 해서 정말 재미있는 수업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

그때 수업주제는 ‘식물의 특징을 이용한 생활용품’이었고, 이 책은 그보다 좀더 범위가 넓은 ‘인간의 과학 기술 발전에 영감을 준 식물 이야기’다. 훨씬 흥미로웠고, 더 폭넓게 알게 되었다. 작년에 수업을 할 때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사례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도꼬마리(찍찍이)였고, 그 외 단풍나무 씨앗, 연꽃잎 등이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례가 있는 줄은 몰랐다. 알고 있었는데 막상 가르칠 때는 생각이 안 났던 것들도 있었다. 인간은 식물에게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고 도움을 받았구나.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건축, 로봇, 에너지, 건강, 지속가능성, 소재라는 6가지 분야로 인간에게 아이디어나 도움을 제공한 식물들을 소개한다. 설명도 흥미로운데다가 그림이 너어무 좋다. 75쪽에 달하는 분량에 그다지 자극적이진 않으면서도 다채로운 색감들의 그림이 가득하며 그림이 본문과 함께 이해를 도와준다. 판형도 꽤 커서 열어볼 때 정말 흡족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식물의 구조를 보면 충격을 흡수하거나 무게를 지탱하기에 아주 효과적인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을 건축에 응용하게 되어 튼튼한 구조물들을 짓게 된 것은 인류의 발전에 큰 도약이었다. 특히 강철케이블의 본보기가 된 덩굴식물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코코야자가 그렇게 쓰임새가 많은지도 처음 알았다. 로봇을 만드는 데도 식물의 특징에서 착안한 아이디어가 적용된다.

에너지 파트를 관심있게 찾아보았는데 식재료로 애용하는 다시마의 새로운 점(다시마가 파도에 흔들리는 모습을 본떠 파도의 운동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를 만들었다)을 알게 되었다. 사탕수수 장에서는 ‘바이오에탄올’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말이 사실인지, 경제성 등 현실 가능성이 있는 건지, 다른 문제점은 없는건지 궁금해졌다. 이어서 조류가 미래의 바이오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는데, 이것 또한 연구가 어느정도 진행되었으며 현실성이 있는 건지 궁금하다. 재생에너지는 워낙에 어려운 문제라서 말이다.

많은 의약품들이 식물의 성분을 원료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는 버드나무, 유칼립투스 등이 소개되어 있다.

지속가능성은 환경 문제라는 면에서 앞에 나온 에너지 파트와도 연관된다. 옥수수 장에서는 옥수수를 이용해 대체 플라스틱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것 또한 실효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잘만 된다면 좋을텐데. 플라스틱 문제는 너무 심각해 벌써 늦었다고 생각될 정도니까 말이다.

소재 장에서는 교과서에 대표 사례로 나왔던 벨크로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던 우엉씨(교과서에선 도꼬마리)가 역시 나왔고, 사라세니아, 과율 등이 나온다.

이 책은 디지털 학습과의 연결도 꽤 유용할 것 같은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의 만듦새와 난이도는 어린이들에게 딱 적당하지만, 좀더 자세히 알고 싶은 내용을 검색해서 더 알아본다든가 인공지능과의 문답을 통해서 지식을 넓힌다든가 하는 식으로 확장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초등학교 학교도서관에 한권씩 마련해 두시길 추천드리고 싶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을 즐기는 가정이라면 소장용으로 아주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인간이 자연에게서 배우는 건 매우 마땅하고도 좋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겸손히 배우되 그 위에 올라서려는 만용을 부리지 말아야 지구가 보존된다. 제목의 '덕분에' 이 마음을 갖고 세상을 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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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바퀴, 둘레길 여행 - 도심 속 자연과 로컬을 즐기는 최고의 걷기 코스 60
이준휘 지음 / 링크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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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책의 리뷰를 쓸 줄이야. 이 책이 나온 걸 우연히 보고 오호, 해서 동네 도서관에 신청했다. 구입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대출해보니 아이쿠, 이런 책은 대출용이 아니라 소장용인 것 같다. 충분히 활용할 생각이라면 말이다.^^

내가 여기 관심 갖게 된 것은 유튜브부터였다. 재작년 가을이었나, 가는 날들이 너무 아쉬워 토요일 하루 한나절 산책 다녀올만한 곳이 있나 하고 찾다가 어떤 여행가의 채널을 구독하게 됐다. 거기서 보고 동구릉, 마장호수 등등을 다녀왔다. 그 뒤로 줄줄이 따라오는 알고리즘.... 지금은 한 분의 채널을 더 구독했.....지만 아직 다녀온 곳은 그닥 없다. 퇴직하면.... 이라고 생각만 하는 중?ㅎㅎ

저자는 여행 가이드 책을 이미 여러 권 내신 분인 것 같은데, 이번에는 서울만 다룬 이런 책을 내셨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며 멀리 다니기를 즐기지 않는 나에게 딱 고마운 책이다. 서울 여행도 다양한 컨셉이 있겠으나 이 책의 컨셉은 '걷기 여행'이다. <도심 속 자연과 로컬을 즐기는 걷기 코스 60>이라는 부제가 책의 성격을 딱 말해준다. 잠 안 올 때 유튜브를 보며 오호 여기도 좋네, 찜! 이렇게 생각하며 넘어갔던 코스들이 여기 다 담겨있다. 물론 내가 본 것 이상으로 (몇배로) 충분히 많은 코스가 담겨 있다. 크게는 3파트로 나눠져 있다.

Part 1. 한양도성 순성길&성곽마을길
여기에 내가 가야겠다 생각만 하고 아직 못간 곳이 다 들어있다. 당장 북악하늘길과 길상사코스를 다녀올 생각이다. 나머지(낙산구간, 남산구간, 인왕산 구간 등)는 내년에....

Part 2. 성저십리길
한양도성 외곽의 길들을 말한다. 우리집에서 멀지 않은 곳들이 많은데, 주로 강북 코스가 많기 때문이다. 초안산 나들길, 봉화산 둘레길, 배봉산 둘레길 등등. 여기에 나온 곳 중 안산 자락길을 올 가을에 다녀왔는데 즐거운 하루였다. 나머지 코스도 그렇기를 기대해 본다.

Part 3. 서울둘레길2.0
제목대로 서울둘레길 전 코스를 안내하고 있다. 이중에서 내가 걸은 길은 1코스(수락산둘레길) 뿐...^^;;; 스탬프 인증도 하면서 완주를 격려하니 참여자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인증이나 스탬프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는 성격이지만 좋다는 곳들을 찾아서 몇군데 가볼 생각이다. 물론 다 좋겠지만.

이렇게 크게 3개의 파트로 내용이 담겨져 있지만 그 사이사이와 부록에 그 이상의 내용들이 들어있다. 무장애숲길도 정리되어 있고, 숲속도서관이나 전통시장, 일부 맛집들도 들어있다. (맛집에 중점이 있는 책은 아니다)

각 장소에 대한 내용은 최대한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코스 지도, 소요시간, 거리, 메인스팟들, 주차정보 등 필수적인 것들은 알차게 꽉꽉 들어있다. 여기서 코스를 선택하고 유튜브 검색해서 해당영상 찾아서 같이 보면 이해가 완벽하겠다. 나한테 엄청 유용한 책이 될거 같고, 비슷한 계획이 있으신 분들께 추천한다. 매주 한곳씩 도장깨기를 한다 해도 1년이 넘게 다녀야 한다. 서울만 해도 갈 곳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 그리고 나면 전국을 다니고.... 난 해외여행은 딱히 생각이 없는 사람이니 그건 일단 제쳐두고, 죽기전에 우리나라라도 다 다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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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특별판)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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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휴때 원작 없이 드라마만 보고 나서 뭔가 아쉬워 뒤늦게 원작을 찾아 읽었다. 아 역시 원작부터 읽었어야 했어! 보건교사 안은영도 한문선생 홍인표도 내 머릿속에서 먼저 그려보고 드라마를 봤어야 하는건데, 소설을 읽으며 정유미와 남주혁이 떠오르는 것은 좀 곤란했다.^^;;; 그래도 어쨌든 재미있게 읽었다. 귀신이니 퇴마니 하는 설정은 평소 나의 취향과 너무 거리가 먼데, 이 책은 왠지 무늬만 그런 듯해서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술술 잘 넘어가는 것은 요즘 책이 잘 안읽혀 짜증나 있던 나에게 너무나 고마운 장점이었다. 이렇게 잘 읽히는 책들을 쌓아놓고 읽고 싶다.ㅎㅎㅎ

초반부는 책과 드라마가 거의 일치하는 듯했으나 뒤로 가면서 차이가 많이 났다. 드라마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로 보이던 문소리 배우 역할이 책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큰 역할을 새로 만들었단 말이야? 매우 의외였다. 그리고 뭔가 거대한 음모가 깔려있는 느낌을 주는 세력, 일광소독이니 안전한행복이니 하는 집단도 책에선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냥 뭔가 있나보다 정도... 책 한 권으로 어떻게 드라마 6부작을 만들었을까 했는데, 이렇게 극적인 느낌을 높이는 요소들을 추가한 것이었구나. 양쪽에 장단점이 있겠으나 나는 소설 쪽에 한 표다. 훨씬 단순하고 경쾌하고 명랑하다. 뭔가 보이지 않는 음모가 짙고 깊게 깔린 가운데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이 소설 정도가 더 좋다.
그런가하면 안은영이 래디네 가족을 만나는 에피소드는 드라마에 나오지 않았다. 이걸 맨 뒤로 빼면서 우리 집에 좀 와주세요 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넣었다. 그 집에서의 에피소드 재미있었는데.... 왜 뺐지. 속편에 넣으려는 생각이었나? 하지만 속편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역사교사가 교과서 채택하는 에피소드도 드라마에선 못본 것 같다. 음 그게 좀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서 그랬겠지...? 책에선 이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다.

강선이를 보내는 가슴아픈 장면은 드라마에서 잘 표현한 듯... 정유미 배우가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학생일 때의 사연도 어른 되어서의 사연도 드라마에서 훨씬 더 세밀하게 다루었다. 이건 책과 드라마 둘다 좋았다.

결정적으로, 드라마를 보며 '아 둘은 로맨스 관계는 아니구나' 했는데, 아닌 게 아니었어. 그것 역시 속편을 위해 남겨둔 것이었나? 어쨌든 책에서는 로맨스 정도가 아니라 아예 둘이 함께 살며 마무리가 되는데 그런 과정 또한 담백하고 유쾌해서 좋았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 나랑 있어요.”
이런 프러포즈 왤케 따뜻하지? 둘다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드네. 마지막 문장, 은영의 얼굴이 인표의 ‘수면등’이라는 표현도 감탄했다.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으니까 소설가구나.

남을 도와야하는 성가신 운명 때문에 은영은 고달프지만 부수어야 할 것을 부술 때의 쾌감은 짜릿하다. 해로운 것을 없애고 무해한 것들로 채우는 능력이 좀 널리 주어졌으면 얼마나 좋아. 세상에 독기는 더욱 차오르고 있다. 은영이란 캐릭터 자체가 너무 순진한 것인지도 몰라. 군단 쯤 된다면 모를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 무해한 쪽에 있고 싶어진다. 어둠을 보태는 역할이 아니라 한귀퉁이라도 밝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진다. 실상 나는 이제 무엇에도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어서 나 자체가 어둠이 되지 않는지나 신경써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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