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Acquaintance Rape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로빈 월쇼 지음,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옮김 / 미디어일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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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전 PD수첩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죽음 부르는 데이트 폭력>이라는 주제로 데이트 폭력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이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영상을 보면서 상당한 충격에 휩싸였다. 어떻게 한 때는 사랑했던 사이에서 여자친구를 죽이고 토막낸 후 야산에 암매장 할 수 있을까? 보면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힘의 논리에서라면 일반적으로 남성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이 안에는 정서적, 성적, 언어적, 신체적, 경제적 폭력을 말하는 데이트 폭력은 살인으로 이어져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 문제도 여성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문제다. 신체적 결함을 가진 지체장애아나 지능이 유아에 머문 여자들을 대상으로 동네 사람들이 성폭력을 일으켜서 파장이 일으켰던 사건을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근데 연인 사이에서 상대방이 거부하는데도 강제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여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강간을 저지른다면 이건 책 제목처럼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닌 범죄가 된다. 성폭력 문제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데 특히 여성 독자일수록 수많은 사례를 통해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어떤 경우에 이런 폭력에 노출되는지 엿볼 수 있다.


특히 여성은 강간 이후 의도치 않게 태아를 생겨 낙태를 할 지 말아야 할 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한다고 한다.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폭력 예방 및 대처 그리고 처벌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선 이제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이런 사건들에 불안하기 마찬가지다. 만약 서로 사랑하던 연인들이 뉴스 사건 사고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어느 날 갑자기 돌변해서 나를 강제로 추행한다고 했을 때 느낄 심리적, 정서적 모멸감과 절망감을 무엇으로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을까고 고민해봐야 한다. 여전히 사회에서 여성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자 이런 강간과 같은 성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반부까지는 강간에 관한 풍부한 사례들을 들고 후반부에는 이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지침, 피해 예방과 사후 대처 방법에 관하여 설명해주고 있다. 


안전한 데이트를 위한 8가지 지침


1. 당신에게는 스스로 성적 한계선을 정하고 이에 대해 상대와 소통할 권리가 있다.

2. 당신의 결정과 선택에 확신을 가져라.

3.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라.

4. 새로 만난 데이트 상대에 대해 알아보라.

5. 통제력을 유지하라.

6. 스스로를 보살펴라.

7. 자신의 직감을 믿어라.

8. 학생들에게는 특별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일종의 판타지를 갖고 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힘으로 제압해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보통의 남성이라면 여성을 보호해야 하며 사랑하고 아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 강제로 제압한다는 건 양심과 도덕상 범죄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자신을 자제하고 욕구를 제어한다. 이 책이 충격적일 수 있는 이유는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람보다는 아는 사람들에 의한 강간에 높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성과 관련된 범죄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심리치료 및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제도적으로 시행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강간은 범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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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기억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9
윤이형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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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지그시 떠올려 본다. 영상과 이미지가 남아있기 때문에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개인적 기억이란 같은 일이라도 저마다 조금은 다르게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결국 기억은 개인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처럼. 우리가 모든 것을 기억해낼 수 있다면 행복 보다는 오히려 불행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 우리에게 주어진 행운은 망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망각은 잠시나마 불편했던 기억과 감정을 잊어버리게 해주고 기억에서 지워버리기 때문에 정신건강에 이롭다. 만약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할 수 있다면 그 기억때문에 힘들어질 것 같다. <개인적 기억>은 노벨라 시리즈 중 9번째 작품으로 소설 속 주인공은 과잉기억증후군을 겪고 있다. 지율은 사소한 것까지 모두 기억하다보니 주변 친구들은 그녀를 가르켜 마치 컴퓨터 같다고 해서 '머신'이라는 별명을 지어 부른다. 기억은 분명 사라져야 할 것들이 있는데도 지율에겐 모든 감정을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괴로운 일이 되버렸다. 그녀가 바라는 일은 모든 감정을 온전히 누리고 적당히 망각하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쉽게 잊어버려서 괴로운 은유가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바로 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일들만 기억한다는 점이다. 탤런트 박소현과 비슷한 면이 있는데 망각이 쉽다면 괴로운 순간이나 어떤 나쁜 일이 생겨도 기억에서는 리셋이 되어버리니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오로지 현재에만 충실하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근데 마지막 순간이 기억의 전부이다 보니 과거의 행복한 순간이나 반드시 남겨져야 할 추억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슬픈 일이다. 인생은 역시 뭐든 과하면 안되는 것 같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지만 그 기억들이 모여서 현재의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도 한 몫을 하고 있는데 소설 속에는 <픽션들>이나 <기억의 천재 푸네스>가 등장하고 이는 소설 전반에 깔려있는 메세지를 은연 중에 내포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내가 아는 세계는 매우 한정적이다. 기억과 관련된 증상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곤란함을 겪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해여 저자는 매우 깔끔한 문체로 정적인 상태에서 표현하고 있다. 때로는 이런 중편을 통해 일상의 소소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듯 싶다. 지율과 은유는 서로 다른 기억과 망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둘은 그것때문에 서로에게 매력을 느낀다. 이 소설은 이 둘의 사랑을 통해 개인적 기억이 단지 현재에만 머무는 것 아니라 서로 보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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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하루 - 하나님께서 출타 중이셨던 어떤 하루의 기록
옥성호 지음 / 박하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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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서초교회 잔혹사>는 일부 대형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리사욕에 눈 먼 성직자에 대한 비판을 담은 소설이었다면 이 책은 본인이 목사로 목회하면서 시간대별로 겪은 에피소드를 담아낸 책이다. 독특하게도 하루 동안에 벌어진 일인데 오전 4시 50분부터 오후 7시 5분까지 교회 내에서 경험하는 많은 것들을 작가적 개인서점에서 적아나갔다. 대부분 교회에 오랫동안 다닌 사람이라면 그 시간에 교회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대강 짐작이 갈 것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소설 형태를 띄지만 현재 교회의 현실을 꼬집어서 풍자한 책이다. 사실 새벽 집회를 열기 위해 부족한 잠까지 설치면서 준비하는 일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조금은 안다. 대부분 새벽 집회도 일주일 간 이어지기 때문에 매일 일찍 일어나는 일이 전혀 피곤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로지 믿음을 가지고 현실과 맞부딪히면서 신앙심을 오롯이 유지하는 일에 모순점이 많다는 것도 이 책에서 비판하는 내용 중 하나다. 한국 교회가 비판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겉과 속이 다른 모순된 행보때문이다. 겉으로는 오로지 믿음만 있으면 된다고는 하지만 그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선 돈이 들어갈 일들 뿐이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을 보면 교회도 일반 회사의 시스템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담임 목사는 사장이고 부목사 이하 재직자들은 직원인 셈이다. 교인수는 곧 실적과 연계되며 주일예배에 참석한 성도가 기준점에서 떨어지면 질책과 면박을 받는다. 교회에서는 절대 경박하게 굴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갈 정도로 큰 소리로 기도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오로지 거룩하고 경건하게 예배와 기도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집사의 기도는 매우 적나라한 속마음을 통성기도를 하는데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안고 싶어 미치겠다는 기도제목이었다. 오랫동안 교회에 다니면서 반드시 그래야만 믿어왔던 사실들의 실체가 드러날 때의 당황스러움은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다. 현실을 도외시한 채 교회가 얼마나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을까? 교회는 세상과 구별된 외따로 떨어진 섬이 아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버려면 적어도 교회 안에서만큼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목사인 자신의 딸이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가 절정인 것 같다. 세상과 점점 닮아가는 교회의 변질된 모습에서 많은 실망감을 느끼곤 하는데 종종 언론상에서 목사들의 부끄러운 행동에 낮이 뜨거워진다.


현직 한인교회 목사로서의 고민이 책에 담겨있는 것 같다. 목사도 사람인데 마치 세상을 통달한 도인처럼 살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믿음을 지키면 지킬수록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실상과 마주하면서 결국 세상 속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도 알게 된다. 기독교는 태생적으로 모순을 안고 있다. 교회의 조직이 비대화되면 될수록 고착화되고 보수적이며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건 한국적인 특성인 것일까? 기독교의 불편한 사실을 드러내면 내 마음도 불편하기 마찬가지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해서 받아들이지도 않고 개인적인 비판으로 치부한다면 더 이상 교회는 점점 세상으로부터 외면받고 고립될 수밖에 없다. 교회가 부흥을 원한다면 뼈저린 반성과 개혁이 필요하다. 세상으로부터의 비판을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보다는 개선할 것은 개선하고 세상의 논리가 교회 내에 퍼져나가지 않도록 많은 기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교회도 온전한 믿음이 삶 속에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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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리뷰 - 당신이 생각하지 못한
김리뷰 지음, 김옥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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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뷰어의 길로 접어든 후부터는 리뷰를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은 리뷰의 종류도 다양하고 마케팅 차원에서 지원하는 리뷰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쓰는 리뷰들을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다. 나 역시 서평으로 시작했다가 맛집, 연극/뮤지컬, 영화, 체험, 여행까지 그 범위가 폭넓다. 리뷰의 원형은 워크샵 후기를 남긴 것이 처음이라면 처음인데 그 후기를 계기로 해서 나름 글쓰기에 흥미를 느껴 잔망스런 글빨로 꼼꼼하고 집요하게 글을 남긴 것 같다. 리뷰만 읽어도 대강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남기는 걸 원칙으로 했다. 리뷰를 쓰다보면 욕심이 생겨서 더욱 잘 쓰고 싶은 것이 사람 욕심이 아닌가? 리뷰를 쓰다보면 잠깐의 갈등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솔직하게 리뷰를 남길 것이냐 아니면 어느 정도 타협을 봐서 쓸 것인가이다.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부채감과 의리로 모든 것을 솔직하게 까발러서 불평 불만은 자재하려고 한다. 일종의 자기검열인 셈인데 김리뷰님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적는다고 한다. 그걸 적어나가다보니 어느새 한 권의 책으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나도 <세상의 모든 리뷰>에 대한 리뷰를 남기고 있는데 처음 책을 펼쳐 읽을 때 당황스러웠다. 리뷰에 대한 책인데 웹툰인지 잠시 헷갈렸다. 세상의 모든 리뷰를 취합한 책인지 아니면 리뷰를 잘 쓰는 비법을 알려주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내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책이었다. 정말 리뷰를 이렇게 쓴다는 것인가? 자신만의 개성과 느낌 그리고 재치로 쓴 리뷰를 읽으면서 내가 써먹을만한 부분은 어디가 있을지 혼란스럽기 마찬가지다. 리뷰를 남길 때 재밌으면 그만인가? 아무 생각없이 읽기에 딱 좋을만한 구성인데 간혹 글 중간에 들어간 저자의 생각들은 또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된다. 깨알같은 재미와 감동은 다른 사람과 달리 느끼기 어려웠는데 오로지 리뷰에 대한 부분에 치우쳐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리뷰 관련 카페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다보니 리뷰를 잘 남기고 싶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듣는다. 어떻게하면 리뷰를 잘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인데 그냥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내 생각을 옮겨 적다보면 그 진솔함이 곧 리뷰에 묻어나오지 않을까? 너무 겉멋을 들거나 미사여구를 총동원해서 쓰잘데기 없이  크기를 부풀리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볼 일이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문서에 속하지도 않는다. 그냥 에세이일 뿐인데 큰 고민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잡지스러운 편집과 B급 코드가 난무하는 배경 그림이 계속 이어지는데 리뷰에도 다양한 방법이 존재할 수 있으며, 역시 글은 재밌어야 읽는 맛이 난다는 걸 증명해보이고 있다. 글이 가볍지 않으면서 원하는 바대로 읽힐 수 있도록 신경을 참 많이 써야하는 작업이다. 글쓰기라는 점이 바로 그 정신노동의 산물인데 리뷰보다는 이런 생각으로 글쓰고 있다는 선에서 읽으면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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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래빗 시리즈 전집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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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느낀 것은 내가 정말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점이다. 어릴 적에는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글을 읽다가 헛점투성이에 환상을 깨버리기 일쑤다. 책 목차에서 제일 먼저 소개되는 피터 래빗은 토끼라서 귀엽지만 유럽에선 흔하게 볼 수 있던 생쥐는 아무리 귀엽게 그렸어도 귀엽게 보이지가 않는다. 근데 이 책에는 참 다양한 동물들이 나온다. 고양이, 오리, 여우, 돼지, 새, 고슴도치 등 각 이야기마다 주인공이 있다. 책의 눈높이도 딱 어린이들에게 맞춰져 있어서 어른이 읽는다면 싱거워보일 수 있다. 권선징악 형태의 미담이 주를 이루거니와 이 이야기에 관하여에 나오는 소개글들을 보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나온다. 대부분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동물로 대입시켜서 이야기를 꾸린다. 이 책이 쓰여진 시기가 지금으로부터 100여년전이니 참 오랜 역사를 지닌 동화다. 베아트릭스 포터는 어려서부터 동물을 자세하게 관찰하는 그리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그 영향 때문인지 책에 수록된 삽화들의 솜씨가 얼마나 뛰어난 지 알 수 있다. 아픈 노엘 무어를 위로해주기 위해 그림 편지를 쓰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 책을 컬러 삽화로 바꾸는 조건으로 1902년 프레더릭 원 출판사를 통해 <피터 래빗 이야기>가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 후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 100년이라는 시간동안 전세계로 출판되어 1억 5천만 이상 판매를 기록한 아동문학의 고전이 되었다. 


책을 읽다보면 아름다운 삽화와 함께 순수한 이야기에 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그 이야기에는 거짓이 없고 어떤 행동을 하면 사랑을 받고 어떤 행동을 하면 미움을 받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어릴 때 이런 동화를 읽으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기르고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오래간만에 순수한 글을 읽어서인지 아직은 어색하기만 하다. 대개의 책들이 그렇지만 이 책에 나오는 각 이야기마다 인간의 다양한 군상들을 볼 수 있다.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에겐 늘 도움의 손길이 미치는데 조금은 판타지가 들어가 있다. 특히 글로스터의 재봉사 이야기는 재봉사의 조카가 생쥐로 바뀌었을 뿐 기본적인 골격은 원 이야기와 동일하다. 사람을 동물로 대체하면서 친근감있게 다가설 수 있었고 친절한 이야기 전개는 책이 주는 교훈을 뚜렷하게 기억에 남길 수 있었다. 세상의 책은 권모술수나 처세술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이런 책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은 기교나 눈속임보다는 사람의 순수한 감정을 끌어올리는 데 있다. 귀여운 동물들이 주인공이라서 친근감이 있다. 그동안 어려운 이야기에 길들여져 있다면 국내 유일의 완역판으로 나온 <피터 래빗 시리즈 전집>을 읽으면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무엇이 소중한 지 깨닫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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