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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캐롤
토드 헤인즈 감독, 케이트 블란쳇 외 출연 / 기타 제작사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평점이 좋길래 뭔가 싶었는데, 보기도 전에 퀴어영화라는 얘길 들었다. 나의 첫 반응은 그래?(어머)였고, 곧바로 그렇구나(아이고)로 바뀌었다. 청소년을 자녀로 둔 엄마가 청소년들과 청불을 본다는 정말이지..무언가를 각오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각오해야 할 그 무엇이란, 당연히 베드신이다. 물불 안가리겠다는 어마어마한 마인드 컨트롤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더 효과적인 게 있다. 어머어머 어쩌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으로 이 영화를 봤다. 동성애를 나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두 명의 청소년과 함께.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한번 확인한 게 있다면, 이 영화가 왜 청불인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라는 아이들(큰딸)의 반응이었다. 사실 요 얼마전에 <브로크백 마운틴>을 같이 보긴 했었다.(그러고 보니 전적이 있었군:) 당연히 그래서 그랬는지 몰라도, 그러니까 그 영화가 이 영화에 대한 완충작용의 역할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지난 번 브로크백 마운틴이 훨씬 슬프고 임팩트 있어서 더 좋았다는 결론 외엔 딱히 그들의 감상평을 들을 수 없었다.(얘들 중간에 졸더라구요:)
퀴어영화라는 얘길 듣기 전, 그러니까 그냥 영화 포스터만 봤을 때의 나의 기대감은 사실 다른 데 있었다. 두 여자(모녀지간이 아닌 이상)를 나란히 투톱으로 내세운 영화는 이미 그 자체로서 드문데, 어떻게 스토리 라인을 잡았을까 하는 호기심. 나의 이 순전한 호기심에 찬물을 끼언듯, 뭣이라고라, 퀴어영화라고라. 이거 뭐 뻔한 거? 한풀 꺽고 들어가란 거네. 일단은 그랬었다. 그리고 위에서 구구절절(?) 말했듯이 그렇게 두 미성년의 딸들과 영화를 보긴 했다. 다들 잠잠했다. 난 웬일로 졸진 않았지만 이거 뭐 대단할 것도 없는 시시한 영화네. 그렇게 막을 내리나 싶었다. 그런데 웬걸? 며칠이 흘렀고, 방을 청소하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문득 캐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캐롤과 테레즈. 클로즈업 샷으로 내내 방출된 그들의 얼굴(엄밀히 말하면 영화배우의 얼굴)을 너무 뚫어지게 본 탓인가 몰라도 계속 눈앞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그들의 관계를, 그들의 로맨스와 사랑을, 어쩐지 다시 바라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번개처럼 왔다. 감독이 어떤 생각으로 이 영화를 찍었는지는 몰라도, 관객님들아 이 영화는 좀 다른 시각으로 봐주라. 단순한 퀴어로 볼 것만은 아니라니깐드루. 이런 속삭임(뭔 얼어죽을)이 내게로 왔달까.
더 쓰고 싶지만 그랬다간 뭔가를,(그 뭔가가 뭔지는 내가 너무도 잘 알지만 밝힐 수 없다. 왜냐면 누구나 짐작가능한 것이기에 밝히는 순간 유치짬뽕나가리가 된다) 탕진한다는 기분이 더럽게 엄습하므로 영화 얘긴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그래도 내가 얻은 이 영화의 메시지랄까, 그건 밝히고 끝내야겠지? 모든 사랑에는 권력관계가 작동한다. 이것이 내 결론이 올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