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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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말들이 많은데, 난 좋게 읽었다. 정유정의 가장 큰 장점은 문장의 호흡과 맥박을 굉장히 잘 컨트롤 한다는 것이다. 너무 능란해서, 작가에게 끌려다니면서도 기분 나쁘지 않다. 아니 기분 나쁠 겨를이 없다. 단점을 찾으려 들면 물론 있겠지만, 문제 삼을 꺼리가 아니라는 판단하에 과감히 패스한다. 나로선 거리낄 게 없는 게, 국내 이만한 작가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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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08-13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야겠다 했는데 컨디션님 글에 `꼭` 읽어야겠다 가 되었네요^^

컨디션 2016-08-14 07:58   좋아요 0 | URL
제가 너무 극언에 가까운 칭찬을 했습니다^^ 사실 별다섯을 주고 안주고는 엿장수 아니 독자의 마음인데, 괜히 쓸데없이 기대감만 잔뜩 올려놓아서 생기는 부작용 같은 거, 이런 거는 절대 책임지지 않으려는 게 또 엿장수들 마음이지요ㅎㅎ

2016-08-14 0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08-14 08:00   좋아요 1 | URL
10월로 미루신 이유를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 책 같은 경우 한번 잡으면 다른 일 하기가 싫어지거든요.
날씨 진짜 장난아니네요. 아침인데도 별로 안시원해요.
 
은하계 최초 잡놈 김어준 평전
김용민 지음, 고성미 사진 / 인터하우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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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최측근(?) 김용민이 `뚝딱` 만들어낸 책. 아직 팔팔하게 살아있는 인물의 평전을 쓴다는 건, 그 인물의 차후 행보가 어떻든지간에 의미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 책을 기점으로(아마도?) 이제 우리 출판계에도 찬양일색이 아닌 후벼파는 방식도 가능하리라는 기분좋은 신호탄으로 보고 싶다.(아, 그렇다고 이 책이 뭘 대단히 후벼판 것은 없다. 기대와는 달리 너무 찬양조라서 에잇 뭐야 이거, 이랬다)
편집과 구성이 발랄해서 가독성이 좋다. 물론, 사소한 오탈자와 약간의 비문을 통해 가독성에 엿을 먹이기도 하지만, 뭐 트집잡을 걸 잡아야지 싶어, 빠르게 용서하게 만드는 이들의 귀염성이라니.
나꼼수 4인방의 활약은 여전히 왕성하지만 언젠가 완전체로 다시 뭉친 시즌2가 공중파를 타고 날아오르길 바란다. 너무 얼척없는 기대라는 걸 알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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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박선경 그림 / 마음산책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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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르는 당연히 소설이다. 워낙 초미니 분량이라 꽁트나 엽편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꽁트면 어떻고 엽편이면 어떤가. 말 나온 김에 더 나아가, 꽁트는 뭐고 엽편은 또 뭔지 알게 뭐람, 이런 심사가 든다.

어쩌면 작가 이기호는 이 시대의 보고서를, 세태를 말하고 시대를 논하는, 그런 만평이나 사설 등의 칼럼을 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소설가로서, 그러니까 소위 문학을 하는 사람이 지닌 감각과 감수성으로는, 세상을 향해 목청껏 핏대를 세우는 게 설마 역부족이었을리는 없다고 본다. 그냥 대놓고 나서기는 뭣 해서, 또는 대놓고 자처하기는 뭣 같아서 이런 형식을 택했을 지도 모른다. 소설의 외피를 쓴 시사잡담 쯤으로 넘겨버릴 이야기도 일부 없진 않고, 반전(감동의 포인트를 노린 듯한)에 너무 목을 맨다는 느낌도 떨쳐버릴 수 없지만, 이런 소재들로 이만한 문장력으로 이런 장르를 개척(?)한 작가는 이기호 밖에 없지 않나? 그러니 내가 아무리 삐딱선 기적소리에 끼룩대는 경향이 있기로서니, 이 책의 평점을 야박하게 매길 순 없는 것이다.

하지만 별 하나를 뺀 결정적 이유는 따로 있다. 아주 사소한 편집상의 문제인데, 각각의 소제목을 페이지 하단에도 적어놓았다면 이야기를 반추하고 기억하기에 더 좋았을 것 같다. 이런 나를 밴댕이 소갈딱지라 해도 할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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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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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이런 경우가 어디 한둘인가.

 

작가의 의도(메시지)를 독자가 단박에(까진 아니어도 어쨋든) 알아 챌 경우, 작가는 어느 정도 자존심이 상할까?

대부분의 우매한 독자가(잘못된 말인 건 알지만 바꾸지 않겠다, 왜냐? ....할말없음으로 대신한다. 난 그야말로 독자일 뿐이니까) 그러니까 어떤 대다수의 누군가가, '아 정말 이 작품 모르겠어. 도저히, 도무지 이해가 안돼' 이런 식으로 독자가 나자빠진들(?) 눈 하나 깜짝할 작가가 있을까? 있겠지.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글을 쓴다는 건 정말 나쁜 일일 테니까. 하지만 독자를 의식하는 순간 자신의 목소리를 잃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작가도 있겠지. 이래서 작가는 두 가지 기로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겠지. 이쪽이냐, 저쪽이냐. 어느 길을 갈 것이냐. 이럴 때 흔히들, 중간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이런다. 이게 가장 나뿌다. 차라리 의식을 완전히 말소시켜버리고 새롭게 부팅하는 게 맞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있을까? 있겠지. 그러니 위대한 작가가 여전히 나오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 책의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는, 아니다. 아직 멀었다(라고 하기엔 이미 나이를 먹었네? 죄송..)

 

어떤 의도로 글을 썼는지는 알겠는데, 그녀에겐 아픔이 없다. 아픔을 승화하는 순간, 가장 최악이 된다. 소설가가 더이상 누군가의 삶을(수많은 독자겠지만)를 관찰하는 것만으로 모든 걸 다했다고 말하지 마라. 함부로 개입하지 마라. 잘난 펜대의 힘으로 우리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라. 왜냐면, 위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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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6-07-2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었을 때 쓴 작품이라 그런 것 아닐까요?

컨디션 2016-07-21 07:39   좋아요 1 | URL
아, 그런 이유로 그럴 수 있겠군요. 꿀꿀이님 덕분에라도 오츠의 작가연보를 찾아, `그들` 이후의 작품은 뭐가 있나 관심을 가져봐야겠어요.^^

책읽는나무 2016-07-2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소설이 참 재밌어서 많이 읽혔거든요 특히 한국소설을 참 사랑했었는데~~요즘 소설이 잘 안읽히고 좀 따분하고?
그래서 소설 안읽은지가 꽤 됩니다
그래도 읽으려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내가 나이 먹은 탓인가 싶은??^^

많이 무덥지 않나요?
건강하게 잘 보내시길~~^^

컨디션 2016-07-22 08:30   좋아요 0 | URL
책읽는나무님의 소설 읽기 근황(?)을 들으니 구절구절마다 공감이 됩니당.

최근 어느 계간지에 장정일이 이런 말을 했대요. `무릇 소설은 2만부만 팔려도 족하고 서른 살을 넘긴 성인에게는 필요치도 않다. 다만, 25세 이전에 무시무시한 문학작품 100권을 챙겨읽어야 한다˝
앞뒤 맥락 자르고 인용한 부분이라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어 덧붙이자면, 장정일의 요지는 이런 것 같아요. 이제 우리사회는 논픽션으로 가야한다, 그것이 공공의 가치를 지키는 데 필요한 무기다.. 이런 취지의 글인듯요. 제가 지금 장정일의 저 글을(녹색평론 148호) 끝까지 안읽고 댓글부터 달고있지만, 픽션 따위 필요없다는 식의 극언을 하기 위함은 아닌 것 같아요.
(아 이거 댓글 달기 위해 책 펼쳐보기도 거의 처음인듯요ㅎㅎ)

요즘 날씨 정말 덥네요. 여름 지대로 즐긴다는 기분으로 살지않으면 불지옥에 떨어진 거나 다름 없을 정도로. 방학을 맞이한 귀여운 아이들과 즐거운 나날 보내시길요.^^

2016-07-21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07-22 08:33   좋아요 1 | URL
내일 비올지도 모른다는 기상청 소식을 이렇게 전해들으니, 정말 비가 올 것도 같고요..^^ 아무쪼록 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어여쁜 나날 채워가시길요.
 

과연 무엇을 필요로 할까.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난 이 질문에 뭐라도 답하고 싶다. 어리석은 자문자답이 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말할 수 없다.

내게(도) 김훈의 산문집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지라, 그의 여전한 문체와 단정적 문장과 동어반복성 주제의식과 별반 달라진 게 없는 세계관과 결코 감지되지 않는 유머감각 등등을 놓고, 이거 뭐 재탕이잖아? 그런 생각도 하긴 했다. 그렇다고 그게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는다는 게 신기하다. 하나의 사안과 사물과 현상과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붙들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 책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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