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너머의 세계
김탁환 지음 / 살림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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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탁환이 예전에 기고했던 평론을 모은것으로써 '방민호' '김병익' 그리고 그 외 다수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평론가들의 공격에 대한 일종의 반박글과 타 평론가들과의 대담을 모은 것인데, 솔직히 평론에는 별로 관심도 없을 뿐더러, 문학 뿐 아니라, 음식, 술 등등의 소위 '평론가'란 인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써는 매우 지겹고 생소한 분야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평론' 또한 당당한 하나의 장르로써 존재하는 듯 하여 의외다.  나의 매우 굴절된 의견으로는 평론이라는 것은 결국 특정한 분야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일종의 파생상품이라는 것은데, 이것이 하나의 장르로써 다루어지고 여기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매우 뜻밖이다.  

다른 내용보다 특히 공감했던 것은 김탁환을 공격한 두 평론가들의 평론이 작품을 제대로 읽지도 않은채 만들어진 것이라는 김탁환의 '반격'과 '일반화'에 대한 우려인데, 요즘 이런 평론가들은 꽤나 많이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평론이라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 주간지에 기고하며 먹고사는 부류들 중에는 정말이지 자기가 연결되어 있는 주간지나 매체의 'ism'의 충실한 대변자로서 문학평론보다는 이를 가장한 특정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난도질을 즐기는 부류가 최소한 하나 있다는 것을 '허수아비의 춤'이라는 작품에 대한 모 주간지의 평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각설하고, 김탁환의 작품을 전작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면 특별히 읽어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는 내용에 관계없이 전적으로 내가 이 분야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우연한 소득이라면 김탁환이 거론한 본인이 impressed된 몇 권의 책이 나열되 있었다는 것인데, 생각해보니 이는 naver에서 지식인의 서재 '김탁환'편을 출력하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바로 지금 하였다.  굳이 의미를 찾으려고 애쓴다면 두뇌의 단련이었다는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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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무런 생각없이 엑셀에 관한 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2007 MS Excel의 사용법에 대한 책인데 매우 간략한 설명과 도판만으로 되어있어 막상 참고하여 엑셀을 배워보려고 하면 번번히 실패하게 만들었던 책이다.  내가 엑셀을 사용하고 싶은 분야는 현재로써는 딱 둘인데 도서/DVD/CD/게임의 관리목록과 금전출납부이다.  그중 이 도서목록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인 것이 도서보유고가 1000을 넘어가면서 부터 가끔씩 중복구매의 risk를 느꼈기 때문인데, 그간 여러 방면으로 목록을 만들어 보았지만 만족스럽지 못했었다.  정확한 사용법을 모르니, 단순한 리스팅만 하다보니 그리 유용하지도 않고 멋도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약 4000여권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보유도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의 구성이 내겐 필수였다.

그런데, 드디어.  아주 단순하나마 내 맘에 쏙 드는 도서목록을 만들었고 현재 시범사용중이다.  아주 우연하게 알맞는 설명페이지를 읽고 따라한 것이 딱 맞아떨어진 것인데, 그 순간의 기쁨이란!  무엇인가 깨달음 비슷한 것을 얻었던 것 같기도 한 묘한 기분이었다.  모른다고 포기하지 말고 될 때까지 연습하고 연구하면 결국에는 한 가지씩 배우는 것이 늘어나고 그렇게 얻어진 것은 오롯히 자신만의 노하우로 바뀐다는 것. 

서림동도들은 모두들 이런 노하우를 하나씩 가지고 있을 터.  새삼 별것도 아닌 것을 자랑하는 것 같아 매우 부끄럽지만, 이 기쁨을 남겨놓기 위해 글을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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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신화와 성서의 무대, 이슬람이 숨쉬는 땅 타산지석 4
이희철 지음 / 리수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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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터키에 대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구매동기는 일종의 가벼운 여행책자를 읽고 싶은 마음에서였는데, 전혀 엉뚱하게 터기의 역사와 관련이슈에 대한 책을 사고 말았다.  뭐 가벼운 내용이긴 했고, 나름대로 내가 모르던 사실들을 읽게 되어 그리 나쁘지는 않았지만 읽는 내내 뭔가 찝찝하고 불쾌했다.  왜였을까? 

자주 앞서의 문장이나 표현을 바로 다음 페이지나 장에서 repeat하기는 했어도, 그리고 뭔가 좀 있어보이기 위한 책인 것을 팍팍 느끼게 해주었음에도 찝찔할 것 까지는 없었다.  자꾸만 터키와 우리를 "혈맹"이라고, 3년간의 동란 때 함께 싸워주었다고 강조하는데서 살살 기분이 이상했다.  엄밀히 말해 비극적인 전쟁이었고, 외세를 등에 업은 불필요한 전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와서 단지 "중공군"과 "소련군"을 상대로 싸워주어 "혈맹"이라고 자꾸만 강조를 하는 것이 심히 거슬릴 무렵.   

저자의 정치성에 대한 의심을 confirm시킨 한 표현이 눈에 들어왔으니 바로 5.16에 대한 묘사였다.  저자는 터키의 군부를 언급하면서 "사랑받고 존경받는"이라는 말로 군부의 정치개입을 존경스런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면서도 황급히 터키 군부는 쿠데타 (저자의 말에 따르면 혁명이란다)로 정치판을 한번 뒤짚고 바로 민정이양을 했다는 것으로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 하다.  그러다가 결국 일을 저지르는데, 뭔가 동일시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4.19혁명과 터키의 5월 민주혁명 그 뒤 각각 맞은 군부의 개입을 이야기하면서 터키 군부주도로 일어난 "혁명"과 같이 한국에서도 5.16의 군사혁명이 있었다고 표현한다.  무려 혁명이란다. 

난 도대체 4.19와 5.16이 같다는 사람, 대한의열단과 탈레반이 결국 같다는 사람, 이런 류의 사람들의 정신상태가 궁금하다 (아니 궁금하지도 않다).  물론 정치/역사는 개인의 의견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로 풀어질 수 있다.  하지만, 5.16이 군사혁명이라는 발언은 그야말로 발로 한 말이 아닐까 싶다.  심지어는 박씨의 암살사망 후 전씨가 다시 12.12사태로 정권을 잡은 것을 가지고 군부의 개입이라는 완화로 "혁명"의 뉘앙스를 풍긴다.   

저자의 약력을 보고 나니, 약간 이해가 가긴 한다.  그런 머리와 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하지만, 이런 political incorrectness는 역겹다.  특히 김-노대통령 시절의 개혁정치 (성향이 그랬다는 것이겠지)의 후폭풍에 따른 반동의 세월 (counter-reformation이나 counter-revolution 모두 역사의 과정이다.  이보전진 일보후퇴라고 할 수 있을까?) 에 따른 50-60대의 갑작스런 개념 change와는 다른 무엇인가 끈끈한 것이 느껴지기 때문인것 같다.  외교부에서 오래 계신 분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은데, reference material로써 일독하는 것도 괜찮겠다만, 굳이 이런 내용이라면 제대로 된 터키의 역사책이나 사회탐구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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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lict of Interest는 번역하면 대략 이해충돌내지는 이권충돌이라고 할 수 있는데, 법적인 개념으로 흔히 쓰이는 말이다.  예를 들면  

1. 변호사는 자신이 대리하는 클라이언트의 이익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지 못한다;   

2. 공기업의 구성원은 해당 기업 또는 주주들의 이익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지 못한다; 혹은

3. 정치인/공무원은 국민의 이익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지 못한다. 

라는 말들은 모두 Conflict of Interest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이것이 미국의 경우 실제 application으로 넘어가면 1의 경우 변호사는 자신의 클라이언트와 적대관계 혹은 충돌관계에 있는 모든 케이스 또는 타 클라이언트를 동시에 대리할 수 없고, 나아가서 변호사의 이익과 클라이언트의 이익이 충돌하면 변호사의 이익을 포기하던가 클라이언트의 대리를 포기하여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기업의 구성원은 단순히 기업/주주들의 이익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럴 소지가 있는 행동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끝으로 정치인/공무원의 경우, 흔히 자신의 개인적인 이권이 관련된 일에는 정치/공적인 업무에서 배제되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이 Conflict of Interest라는 개념은 거의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한다고 보면 되는데, 물론 자본주의가 매우 발달한 나라답게 언제나 이를 교묘히 manipulate하여 법망을 피해가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관련 이슈에 대하여 최근 미국의 법 해석에 있어 최고기관인 연방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왔다고 06/14/2011자 LA Times에 나와있다.  즉 네바다 주, 스팍스시의 시의원인 마이클 케리간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선거 캠페인 manager가 support하는 신규 카지노/호텔 설립에 대하여 vote한 것이 Conflict of Interest 에 대한 위반행위라는 것이다.  당연히 초기 단계에서 네바다 주의 Ethics Committee가 이의를 제기하였고 법적투쟁을 거치면서 기다/아니다가 오가다가 어제 결국 연방대법원에서 "기다"로 판결이 난 것인데, 난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내 조국인 한국의 법조인/기업인/정치-공무원을 생각하게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법률그룹인 모와모의 경우 같은 회사의 변호사들이 각각 팀을 이루어 대기업X와 대기업Y의 소송을 대리한다.  매우 흔한 일이다.  또한 대기업Z를 조사한 검사들이 사건종료 후 모두 한줄로 해당 대기업Z로 "이직"한다.  역시 매우 흔해빠진 일이다.  심지어는 국회/도/시/구 의회차원의 주요안건심사와 vote은 모두 해당 이슈/안건에 관계된 사람들이 처리한다.  즉, 한국에 있어 현실적으로 Conflict of Interest라는 Ethics의 개념은 없는 것이다.  오죽하면 감사팀과 감사대상자들이 "접대"차원에서 감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만나서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하며 술을 마시고 "2차"까지 가겠는가?   

부정부패로 얼룩진 대한민국 현대사.  제대로 정립된 Conflict of Interest개념과 이에 대한 시행이 아쉽다.  이는 비판이나 데모로 도입되고 enforce되지는 못할 것이고, 오로지 교육과 실천을 통한 slow-process로만 가능할 것이기에 더더욱 올바른 가치개념의 정립과 시행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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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광인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세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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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절, 정조대왕이라는 든든한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오르려던 개혁세력의 중심 백탑파도, 그들의 꿈도 모두 스러져가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실학을 탐구하던 그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이는 법이라고, 모두 쫓김을 당하게 되는데, 주인공 이명방을 둘러싼 인물들이 하나씩 죽어나가면서, 금부도사로서 수많은 공을 세운 그가 이제는 가장 유력한 살인용의자가 되어 조사를 당하는데, 과연 진범은 누구이며 그는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일까?        

여전히 역사소설을 넘어 추리소설로 가는 기막힌 clue와 두뇌대결을 기대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읽는 내내 쏠쏠한 재미를 준다.  하지만 여전히 독자에게는 부족한 clue때문에 추리의 재미는 거의 느낄 수 없다.   

백탑파 이야기의 마지막인 열하광인을 읽다보면 본문의 내용과는 별도로, 정조대왕의 배려로 한때나마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그러나 역시 정조대왕의 버림으로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스러져간 백탑파의 실학자들의 쓸쓸한 모습이 가슴아프다.  

시대를 바꾼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개혁의 의지와 실행 모두가 한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었던 왕정시대라면 더욱 그렇다.  결국 정조대왕의 개혁의지도 왕권복귀가 우선이었기에, 왕권을 부정할 수도 있게 되는 실학자들의 사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살아가던 시대의 틀을 깨고자 하였던, 그렇게 멀리 내다보았던 백탑파의 모습은 현재까지도 여러 혁명가들과 개혁가들의 모습을 타고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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