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삶에 관하여'에 함께 딸려온 부록(?)인데, 창해 ABC나 시공디스커버리총서 같은 '총서'시리즈의 한 권으로 2011년에 나온 영화글모음인 듯 싶다.  공포영화, 그것이 고어장르든 귀신물이든 안보는 나에게는 매우 생소한 흥미분야가 바로 이것저것을 뭉뚱그려 칭하는 공포영화라는 장르이다.  고어장르는 무섭다기 보다는 더럽다고 생각되는데, 간혹 내재되어 있다는 시대나 세태풍자와는 무관하게 계속에서 나오는 빨간색, 그리고 그저 엽기적이고 잔인한 '썰기, 찌르기, 베기'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귀신물은 실재하는 공포의 존재로써 그것이 귀신이든, 악령이든, 마귀든 무엇인가 작용하는 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무서워서 이런 계통의 영화는 the Others를 끝으로 완전히 보이콧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다룬 작품들은 한국의 공포물들인데, 이들에게는 각별한 추억이 있기에 관심분야가 아니었음에도 흥미있게 보았다.  예전에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 '방화'라는 이름으로 금요일 저녁마다 한 편의 한국영화를 TV에서 보여주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여름이면 가끔씩 한국형 공포영화를 보여줄 때가 있었다.  그때 본 기억으로는 이 책에서 다룬 '여곡성', '깊은 밤 갑자기'외 몇 작품이 생각난다.  


컬러판 영화보다는 흑백영화가, CG가 등장하기 전의 일반영화작법이 기술적인 부족함을 상상력과 카메라기법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것을 종종 보는데, 이는 영화뿐만 아니라 게임에도 적용되는 것이 사실 지금의 리얼한 게임보다 고전게임들이 더 간단하고도 심오한 전개를 보이는 것을 종종 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예전의 영화들은 유치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작품'의 느낌, 그러니까 'product'이 아닌, 한 개의 piece의 느낌을 많이 준다.  간만에 어릴 때 기억을 할 수 있게 해준, 별 대단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재미있는 책이다.


두 권 모두 특정지역에서 머물며 돌아다닌 흔적을 남긴 듯한 글이다.  간혹 등장하는 고찰이나 명언(?)도 '파리의 장소들'에서는 별로 등장하지 않고, 곳곳의 포인트를 매일 돌아다니면서 본 것을 남기고 있다.  그나마 '프로방스...'는 좀더 사적인 이야기와 느낌을 남기고 있지만, '파리...'는 조금 심하게 말하면 장소의 나열같은 인상을 받기도 했는데, 문제는 내가 파리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어 어떤 공감대도 형성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앞서의 '파리를 생각한다'에서처럼 어떤 철학이나 사유를 보여주는 것도 없어 이번 '파리...'는 기실 진도가 매우 더디게 나간면이 없지 않은데, 정수복님의 글은 '책인시공'으로 처음 접했기 때문에 이렇게 fact랄까, 무엇인가를 있는 그대로 쓰는 글에서는 이전의 책에서와 같은 '맛'을 느끼기 어려웠던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언젠가 파리를, 그리고 프로방스를 여행하게 된다면, 여행중에,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조금은 더 몰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리 된 후라도 나는 내 여행을 떠올리고 싶지, 정수복님의 파리를 떠올리게 될지는 의문이다.  섣불리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는 writing이기에 조금 한가할 때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란 생각도 하고 있다.  


기발한 착상으로 사기를 치듯 독자를 다른 곳으로 보내면서 실상은 전혀 그 방향이 아닌 곳에 묻어두고서는 독자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작가의 발칙함이란...여기서 사용된 트릭은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사건사실과 단서를 추적할 것으로 요구하는데, 추리소설을 대체 얼마나 많이 읽어야 그런 out of box적인 발상이 가능할까?  


일본의 소위 '신본격파'라는 추리소설장르의 개조 비슷하게 여겨지는 작가라는데, 이래저래 title을 붙이거나 의미를 부여하는데에는 특출한 능력을 보이는 일본인들의 습관외에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코미조 세이시을 잇는 작가라고 하니 그런가보다 할 뿐.  기본적인 인물의 셋팅이나 구도는 홈즈와 왓슨의 모티브를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 나름 신선하기는 하다.  어릴 때에는 아예 모르고 지나갔고, 유행이 되고서도 한참 후에 조금씩 읽고 있는 일본작품들은 비단 추리소설 뿐이 아니라 다른 장르도 꽤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번 주는 Thanksgiving연휴주간인데, 진행하고 있는 일 때문에 바로 놀지는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가족구성이 복잡해진 후 처음의 Thanksgiving인데 전~혀 smooth하지 않은 전초양상을 미리 경험했기에 머리가 아프고 피곤하기만 할 뿐이다.  세상만사 내 맘대로 되는 것이 많지는 않겠으나 참으로 이래저래 힘이 든다.  정말이지 조금 더 조용한 곳에서 조용하게 살면서 한 세상 지내다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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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5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7 0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작년 초에 한참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들을 열심히 읽었었다.  픽션도 재밌었지만 특히 일본의 정계와 우익세력 그리고 이들을 이용하고 조종하던 GHQ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런 저런 사건들의 배후를 추리하는 논픽션도 매우 흥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모름지기 작가라면, 그리고 제대로 된 사회라면 이런 식으로라도 흑막에 가려진 사건사실들이 활발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보는데, 한국의 현실은 제대로 된 사회가 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이슈들로 가득하다.  굵직한 것들만 해도 (1) 천안함 사건, (2) 저축은행사건, (3) 농협전산망마비사건, (4)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사건, (5) BBK사건, (6) 4대강, 그리고 (7)세월호참사 등 엄청난 사건사실들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과 금력, 그리고 민사소송과 형사고발을 이용하여 뜻있는 사람들과 국민의 입을 막아버리는 작금의 현실로 인해 그나마 책이라는 매체로 다루어진 이슈는 천안함 사건밖에 없음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자유도를 보여준다. 


작품을 읽는내내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작가를 가졌던 일본에 대한 부러움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갈망이 더욱 절실해진 것이 요즘의 내 심정이다.  우선은 충분한 자료를 모아 분석하면 글재주가 없는 이라도 뜻을 세워 한번 정도는 르뽀타쥬를 만들어 봄직하다.  글을 쓰고 책을 모아서 유명세를 만들고 강연으로 먹고사는 방법을 역설하는 자계서는 많고, 이를 읽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 왜 저런 공익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자 하는 이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꽤나 다양하고 유명한 작품들이 이미 시중에 번역되어 나와있으니 관심있는 사람은 구해서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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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복의 '책인시공', 그리고 '파리의 장소들'과 함께 파리 3부작을 이루는 책이 아닌가 싶다.  부제로 '도시 걷기의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단순한 파리관광이나 여행예찬이 아닌 걷고 사색하며 느끼는 장소로써의 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여행이나 단순한 방문을 통해, 또는 하릴없이 파리의 매력에 빠진 예찬으로 일관하는 글이기에는 정수복의 파리체류시기가 너무도 길고 또 다른 시대를 건너왔다고 생각한다.  그는 1980년대 유학을 와서 파리에서의 첫 7년을 보냈고, 이후 귀국했다가 다시 2002년에 파리로 왔다.  소소한 일상을 벗어난 산책을 통해 파리의 전 지역을 도보로 순회할 수 있었고 이 책은 그 행각을 통해 얻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고 있다.  


아직까지 파리를 가본적이 없는 나이기에 큰 공감을 얻기는 어렵고 '책인시공'처럼 파리이야기지만 책이라는 공통분모를 저자와 갖지 못했기에 더더욱 그때의 감동은 받지 못했다.  파리 곳곳에 대한 이야기와 다른 도시의 차별성, 그리고 찬사로 가득하면서도 이를 내면화한 이 책을 보면서 또한 한편으로는 사람사는 곳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유럽 특유의 폐쇄성이나 살색 외국인에 대한 무지에 대한 것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고, 때로는 저자의 잔잔한 말투와 파리 구석의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지기도 하는 등, 가끔씩 펼쳐서 저자와 대화하고 그를 이해해게 할 것만 같은 책이다.


갈수록 낮아지는 책의 판매량과 서점숫자에 비해 상대적은 높은 것인 독서에 대한 열망이나 방법론에 대한 책이지만, 엄밀히 말해 그것들은 자계서의 또다른 이름에 다름아닌 냄새가 강하다.  '독서'를 표방하고 있건만 결국은 '성공'이난 '관리', '경력', '인생' 등의 화려한 단어로 일관하는 이들과는 달리 정말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그것도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읽어봄직한 책이다.  


너무 오래전의 책이라서 요즘의 현실과 대입하여 생각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무엇보다 '성공'과 '자기계발'이 전부가 아니던 시대의 책이라서 좀더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최근에 빨간책방에서 이동진씨가 '월간 히가시노'라고 우습게 표현했을만큼 다작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인데, 추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살인자나 범인이 없다는 점이 매우 특이했다.  오히려 이 책에서 아주 나중에까지 감춰둔 미스테리는 전혀 다른 이슈였다는 것.


몇 작품은 나름대로 깊은 사회적 통찰 또는 다양한 인간성의 내면을 생각해보게 하는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재미있는 책을 쓰는 작가로서의 모습이 어떤 의미를 부여할만한 작품을 쓰는 글쟁이로써의 모습보다 더 강하게 어필되는 것 같다.  워낙에 다작이라서 아직 그의 작품들은 반도 못 읽었지만, 이렇게 기회가 될때 한 권씩 구해서 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다.


1993년에 나온 책이고, 주인공이나 주변인물들이 모두 고등학교 2학년 동급생들인데, 이들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30대 후반을 달리고 있을터이니 지금에와서 이 책을 읽는 기분은 마치 응답하라 1994를 책속에서 만나는 느낌이다.  


지금 한창 잘나가는 '글쓰는' 허지웅의 두 번째 에세이집.  블로그에 올라왔던 글과 함께 모은, 여전히 맛깔스럽고 때로는 시원하게 직설적인 허지웅의 글은 무엇인가 비주류이면서도 인정을 받는 사람의 자신감이 느껴지는데, 이 부분은 첫 에세이집을 읽을때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그전의 글을 보면서는 외부인의 비애랄까 싶은 점도 많이 보였다면 이번의 글들은 확실히 자신있고 강한 모습이다.  사실 그가 나오는 TV프로그램을 별로 본 적이 없어서 방송에서의 모습은 익숙하게 그려지지는 않지만, 그저 강용석 같은 사람과 함께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은 있었는데, 묘하게 그런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느낌도 이번의 어떤 글에선가 받았다.


어렵게 학교를 다니고 지금까지 살아온 그의 인생은 '버티는' 삶 그 자체였던 듯, 그의 메인테마가 되었는데, 지금처럼 방송을 타는, 제법 스타대접을 받는 요즘도 이는 변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듯하다.  어짜피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살면 욕을 먹는 것이 일상다반사가 되어버리는 것이 현실인데, 이렇게 맘편하게 할 말을 하면서도 생계를 이어가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재주가 아닌가 싶다.  언제나처럼 재미있게, 또 생각해볼 꺼리를 던져주는 그가 나보다 어리다는 것이 가끔 신기하다.


최민수 사건에 대한 글을 예전에도 읽고 한참 부끄러웠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 마음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최민수의 껄렁한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당시 신문에서 터진 가십성 기사를 보면서 '니가 그러면 그렇지'수준의 생각과 발언을 마구 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이 자리라도 빌어서 미안함을 표시하고 싶은 것이다.  나아가서 함부로 말하고 판단하고 재단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


이렇게 해서 또다시 최근에 읽는 네 권을 연달아 남겨보았다.  몸부림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읽을 책이 쌓여있으니 즐겁기 그지없다만 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일은 많아지는 것에 앞이 살짝 캄캄할때가 없다면 거짓말일것이다.  그저 이렇게 하루를 살아가면서 걸어가는 것으로 부지런함이나 열정을 대신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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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1-1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지웅`은 [마녀사냥]이란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보았고, 그 프로에서의 그가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그래서 저는 그를 `연예인` 부류에 더 끼워넣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연예인들이 그저 감성적인 글 몇 줄 적고 책을 내는 그 느낌 때문에 허지웅의 책도 그다지 관심 가지지 않았고요. 그런데 읽다가 내가 가진 생각을 바꿀 수도 있게 하는 글이라면, 차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주게 하는 글이라면, 그 글은 읽을 가치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허지웅에 대한 고정관념이 살짝 바뀌게 되네요, 이 페이퍼 덕분에요.

:)

transient-guest 2014-11-19 03:37   좋아요 0 | URL
저는 허지웅이 TV에 나오는 것도 몰랐어요. 처음에 블로그와 책으로 접하고서 가끔 글을 읽는 정도였는데, 어느새 TV 이곳저곳에 나오더군요. 아마도 요즘이 원하는 어떤 코드가 맞어떨어진 결과였겠죠? 지금도 허지웅이 TV에 나와서 보여주는 모습은 잘 모르고 그저 그가 쓰는 글을 보면서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TV보다는 글에서 자기자신의 정체성을 갖고자 하는만큼 글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더 허지웅의 본질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다락방님의 고정관념이 조금이나마 바뀐다면 그것은 님의 open mind덕분이지요.ㅎ 소설을 읽으면서 자신을 그 스토리나 상황 또는 인물이 투사해서 생각하고 글로 남기는 다년간의 행각 때문이 아닐런지요? ㅎ

mira 2014-11-1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연예인 허지웅 인식때문에 글쟁이라는 느낌이 안들어서 읽을까 말까 고민해쓴데 이글을 읽으니 편견에 빠져있던 저를 반성하네요

transient-guest 2014-11-19 03:38   좋아요 0 | URL
반성이라니요.ㅎㅎ 조금 무겁잖아요. 제가 다 맞았을리도 없구요. 그런데 허지웅의 처음 에세이집을 보면 사실 비주류의 냄새가 확 풍겨서 TV에서 나오는 연예인 또는 패션모델같은 (사실 남자로서는 좀 징그럽게 말랐다능...ㅎㅎ) 모습이 matching되지 않네요.
 

신종 친일파들의 자손의 후례자식까지도 나대는 세상이다.  다카기 마사오의 행각으로 상징되는 시대의 배반은 그의 딸이 한국 땅의 모든 협잡을 한몸에 싸안고 대통령직을 강탈하는 것으로 절정을 찍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역사교육은 대입에서 한참 멀어진 후에도 끝없이 몰락하고 있는데, 문성근씨의 말마따나 여기에는 어쩌면 깊고도 무서운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국내에도 무수히 많은 항일전적지와 유적이 존재하지만, 만주는 특히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한일강제병합 후 일제의 잔인한 탄압으로 설 자리가 없어진 우리 교민들, 그들의 도움을 받아 독립운동을 하던 지사들의 피와 땀이 어린 이곳은 그러나 중국의 외교정책에 따라, 그보다 더우기는 한국 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돌봄을 받지 못하고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는 듯 하다.  


글쓴이는 박도라는 작가인데, 그의 책을 읽어본 바는 없으나 이런 취지의 책을 기획하고 쓴 것, 아니 그보다도 전에 만주와 중국 지역에 흩어져 있는 해방전쟁 유적지들을 살피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보고 한번 정도는 생각해보는 의미가 있겠다. 


한국 근현대사의 왜곡은 심각함을 훨씬 넘어선 수준이다.  고대사에 대한 부분은 좀 제껴두고라도 현 대한민국의 근간이 되는 항일전사만큼은 제대로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을 기리자고들 하는데, 광복절 외에 건국절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은 나쁘지 않은 듯 하다만, '건국절'이 될 수 있는 날짜는 딱 한개인데, 4월 13일 (4월 11일이라는 설도 있다), 바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날이 유일한 '건국절' 후보라고 하겠다.


같은 순간의 같은 이야기를 4인칭으로 각각 서술해가는 구성이 특이한 무라카미 류의 작품.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 딸, 전형적인 일본의 셀러리맨 아버지, 그리고 권태로운 어머니, 끝으로 히키코모리 아들.  


1970년대에도 간혹 발견된 현상이라고 하는데, 히키코모리는 일본의 장기불황시대 시절에 특히 대량으로 발생했다고도 한다.  사회전반에 걸친 피로감과 의욕상실이 개인의 대인기피로까지 발전한 현상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예전에 90년대 말 미국 신문에서 Parasite People이라는 term으로 이들을 다룬 기억이 있다.  


무라카미 류의 작품을 보면서 느끼지만, 이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왜 이런 책을 썼는지 궁금하면서도 좀체로 알기 어려운 면이 있다.  내게는 읽어야 할 또 하나의 일본작가이지만, 한국에서도 꽤 많은 책이 번역되었고 일본에서도 유명한 작가로써 분명히 이런 저런 메시지를 던지는 해석을 본 기억이 있어 더더욱 궁금하다.  지금까지 3-4권 정도의 작품을 읽었는데, 딱히 무엇인가 깊은 감명을 받거나 격한 공감을 하지는 못했다.  일종의 project같은 독서.


도서정가제인지 뭔지를 시행한다는 난리통에 잔뜩 겁을 먹고서 세 번에 나누어서 필경 800불어치 정도의 책을 새로 주문해버렸다.  연말까지 열심히 일해야할 것이다.  이들 중에는 그간 벼르던 크리스티 전집의 나머지, 77권으로 끝나는 열 댓권도 들어있는데, 이제 35권을 읽고 있으니 그간 사들인 추리소설만해도 reserve가 필경 80권 정도는 될 것이다.  긴 겨울밤 문학도 좋지만, 인간본성을 예리하게 파헤치는, 아니면 그저 단순한, 그것도 아니면 그냥 그로테스크한 추리소설을 한 권씩 읽어나가는 것도 좋다.


단순한 추리소설의 살인사건이라는 패턴을 벗어나 가끔은 이렇게 국제적인 음모가 얽힌 이야기도 흥미가 있다.  물론 그 중심은 추리와 추론이지만, 1차대전 중 미국참전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루시테니아호의 침몰에서 시작되는, 또다른 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사라진 문서를 둘러싼 국제조직의 음모와 이를 저지하려는 '정의'의 편에 선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숨막히게 전개되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크리스티와의 두뇌게임에서 지고 말았다.  이번에는 진범을 일찍 발견할 수 있는 확률이 50%나 되었는데도 말이다.


이 책에서는 범인이 '나는 범인이다'라고 처음부터 당당히 공표하고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트릭에 걸려 결국은 끝에서야 범인임을 알 수 있었다.  앞서처럼 운동을 하면서 틈틈히 읽은 것도 아니고 집에서 편하게 보았음에도 좀처럼 단서를 찾지 못했다.  이것도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의 하나려나?


이런 간단한 것도 알아보지 못했으니 지금 읽고 있는 35권의 트릭은 더더욱 기대할 수 없겠다. 


밀리니까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읽은 직후에 리뷰를 남기지는 못하고 있다.  지금도 약 3-4권 정도가 더 밀려있는데,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미 많이 잊어버렸기 때문에 또다시 졸렬한 글이 나올 것 같다.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지만, 남기는 글이 그렇다고 뭐 대단한 것도 아닌 무엇인가 계속 시도만 하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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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구입해서 잠시 다른 책을 내려놓고 바로 읽어냈다.  그만큼 친숙한 구성과 전개, 결말, 쉬운 단어 및 문장이 법률스릴러의 무협지같은 존 그리샴 소설의 매력이나 한계가 아닌가 싶다.  


주인공 사만다는 뉴욕의 top 로펌의 부동산/회계분과의 3년차 변호사이다.  주당 100시간대의 billing hour는 기본인데, working hour가 아닌 billing hour가 주당 100시간이라면 working hour는 최하 120시간대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full-time에 해당하는 40시간을 billing하려면 기실 50시간대 이상의 업무시간은 나와야 그 정도를 순수하게 client billing hour로 쓸 수 있는데, billing이 100시간이라면 지난 3년간 사만다의 인생은 회사와 아파트를 오가는 생활이었다는 것.  그렇게 열심히 일하면서 누구나 원하는 Partner로의 신분상승을 꿈꾸던 그녀는 다른 수천명의 associate변호사들과 함께 2008년 리만브라더스의 파산과 함께 다가온 불경의 희생양이 되어 회사를 임시휴직하게 된다.  임시휴직의 조건으로 1년간 법률자문봉사를 하기 위해 애팔라치아 깊숙한 coal country로 들어간 그녀는 거기서 인생의 전화점을 맞게 된다.  


이 정도면 매우 흔한 그리샴 소설의 플롯이 된다.  지난 번에 읽은 Litigator처럼 큰 회사에 다니던 전도유망한 일반직 변호사가 어떤 계기로 다운타운 마천루에서 갑자기 길거리로 떨어지는 시작은 요 근래 그리샴 소설의 일반적인 시작이 아닌가 싶다.  점점 세상과 사람에 눈을 떠가면서 새로운 사명감이 생기는 주인공은 그러나 다른 작품들보다는 조금은 차별되어 책 후반부까지도 어떻게든 맘속 깊은 곳에서 오는 calling에서 멀어지고 싶어한다는 점이 조금은 다르고, 중간의 shocking한 대반전, 그리고 open-ended인 결말까지 약간은 기존의 작품들과 다르긴 했다.  그리샴 특유의 justice is served의 결말이 아니라서 조금은 아쉽기도 하지만, 그 나름대로는 계속 써먹은 플롯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봐줄 수 있겠다.  


무협지라고 말했듯이 매우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책인만큼, 한번 읽고 나면 남는 것은 많이 없지만, 늘 덩치 큰 bully와 싸우는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점이 맘에 들거니와, 초기작들처럼 오래 가는 스토리는 아니라도 기본에 충실한 재미를 주는 책이다.  아직은 번역되어 들어오지는 않은 듯 한데, 곧 한국어로도 출간이 될 것 같다.  


흔하게 나오지는 않는 편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중고 몇 권을 구입한 관계로 지난 책에 이어 읽게 된 작품이다.  추리소설을 이런 방향으로도 구성하여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는데, 특정인물의 기억이 타인에 의해 재구성된다는 기본플롯은 유독 일본의 소설에서, 추리소설이 아니라도, 또는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듯한 느낌이다.  무엇인지는 확실하게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일본인 또는 문화 특유의 오리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리학도 주인공은 오래전 헤어진 여자친구의 부탁으로 함께 어떤 장소로 함께 가게 되고, 그곳에서 잊혀진 기억을 찾기 위한 과거사건의 재구성을 하게 된다.  단서는 집, 동네, 일기장, 오래된 물건.  옛날에 있었던 어떤 사건을 계기로 재구성 또는 재배치 또는 리셋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기억을 찾아가는 것이 이 추리의 주안점이다.  여기에는 특별한 사회적 이슈나 살인자가 등장하지 않지만, 괴괴하니 오래된 빈 집, 그것도 예전에 있었던 오리지널의 레플리카로써의 빈 집에서 이루어지는 과거사냥이 나름 괴기스러운 느낌을 준다.  역시 쉽게 읽은 책인데, 시간을 때우기에는 더없이 좋은 책이다.


연말로 접어들면 내가 하는 일은 말 그대로 연말모드에 들어가는데, 남은 2개월간 line-up된 project가 몇 개 있기는 하지만, 별다른 일이 없다면 이렇게 남은 한해가 흘러갈 것이다.  자영업 3년차인데, 계속 자라나는 업무량이 즐겁기만 하다.  힘들면 힘든대로 모두 내 하기 나름이고 나의 일이니 싫은 사람과 일하는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은 큰 플러스가 된다.  덕분에 이번 해에도 무난한 목표량을 채울 듯 싶다. 책을 너무 많이 사들였다는 건 역시 다시 반성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골프 같은데 돈과 시간을 물쓰듯 하는 내 나이또래의 한인 남자들의 삶을 보면, 책읽기는 점잖고 남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취미라고 하겠다.


최근에 아마존을 통해 구한 Shirer의 책들 다수가 사무실에 있어 당분간은 다른 책들과 함께 이들을 보고 있을 것 같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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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ia 2014-11-05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존 그리샴 소설에 관심이 가요. 전에 어떤 분이 `독서도 취미가 될 수 있다`하신 기억이 있는데 저도 이제 생존 차원이 아니라 취미 차원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일이 자라나는 것 같으시다니 저도 좋네요. 싫은 사람과 같이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부럽구요. 다행히 전 아직까지 nice한 사람들을 만나서 회사생활에 만족하고 있지만요. 문득 책읽기가 취미인 사람과 사는 사람은 어떨까,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transient-guest 2014-11-06 03:55   좋아요 0 | URL
쉽게 읽히는 소설이고 가끔은 통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들이 많아서 그리샴 소설은 즐겨 읽습니다. 즐기는 독서의 맛과 공부로써의 독서의 맛은 많은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물론 이 두 가지의 경계가 허물어진 옛 선비스러운 독서는 많은 분들이 지향하는 지점이기도 할 것이구요. 끝으로 사람이 사는 모습은 제각각 다르면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