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만 조금씩 읽는 일상이 사실상 계속 되고 있다.  중간에 다른 책을 읽기도 했지만.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은 이제 남은 세 권을 읽으면 완독이 되니까, 계속 읽겠지만, 캐드펠은 잠시 쉴 생각이다.  아무래도 같은 패턴으로 나가다보니까, 그 재미있는 책의 내용이 진부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조금 쉬면 다시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니까, 다른 책을 잡거나, 읽다가 놓아둔 몇 권을 마저 읽을 생각이다.  어쨌든 금년, 아니 앞으로 몇 년간은 한 권의 책을 더 사들이지 않고도 읽을 것들은 넘쳐나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조금씩 사들이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읽을 책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 손에, 내 눈에 딱 들어오는 책이, 복잡한 머리 탓인지, 나이를 먹는 탓인지, 쉽게 찾아지지 않는 것 뿐이다.  막상 읽으면 재미있게 읽고는 있지만.


단편을 모아놓은 책.  선인이 이기는 이야기도 있지만, 간간히 기괴한 결말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었다.  익숙한 이름들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고, 그저 단막극을 모아놓은 책인데, 마치 피츠제럴드의 단편모음을 읽는 것처럼 두서없이 시작해서 갑자기 끝나는 것이 재밌다.  이제 77-78-79까지 세 권이 남았다.  2013년에 시작된 이 긴 여행도 정말 거의 다 끝나간다.  2년 반 정도를 꾸준히 다른 책과 함께 읽어왔는데, 덕분에 추리소설에 대한 이해도 늘었고, 거장의 작품을 완독했다는 뿌듯함까지 얻게 될 것 같다.  


장사는 첫 번째도 자리, 두 번째도 자리라는 말이 있다.  비슷하게 범죄, 적어도 소설속의 범죄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동기, 좀더 구체적으로는 범죄로 인해 이득을 취하는 사람을 찾으면, 아무리 그가 논리적으로나 심정적으로나 범인일 수 없다는 정황이 있더라도, 미스테리의 주인공이 될 확률이 높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작품이 결과적으로 그랬다.  일단 이 시리즈는 당분간 멈추고 좀 다른 책들을 읽을 생각이다.  추리소설에 연초부터 너무 편중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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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1-27 0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ㅡ멋진 말이네요.장사는 첫째도 자리 둘째도 자리 ㅡ
그 이득을 위한 행위 ..
얻고자 하는 것이 드러나는 것의 대표적 예가 살인 ㅡ
강도 ㅡ절도 ㅡ같은 것 일테니...얼마나 교묘하게 틈을
잘 빠져나가느냐 가 늘 관건 ..그렇단 얘기죠?^^
잘보고가요~^^
좋은 날들 되시길 !!

transient-guest 2016-01-27 05:00   좋아요 1 | URL
장치가 많아서 주의가 산만해지지만, 나중에 그런 것들을 다 털어내면, 모티브만 남더라구요.ㅎㅎ 감사합니다. 님께서도 좋은 시간 보내세요.ㅎ

Forgettable. 2016-01-27 0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딱 장미나무 아래의 죽음까지 읽고 멈췄던 것 같네요. 아무래도 이 책이 함정인 거 인가.. ㅎㅎ
캐드펠 정말 매력적이죠? 작년 여름 프랑스에 있는 수도원에 갔는데 캐드펠 생각이 나며 영국 수도원도 방문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런던가서 쇼핑하다가 딴 건 안하고 해리포터 승강장이랑 베이커 스트릿만 딱 갔다왔는데 이제 유럽 관광은 뭐 할만큼 다 했고 이렇게 좋아하는 책 배경 방문하는게 은근 쏠쏠한 재미가 있더라구요. ㅋㅋ

transient-guest 2016-01-27 05:26   좋아요 1 | URL
딱 이 시점인가봐요, 뭔가 좀더 다른 것을 바라게 되는게.ㅎㅎ 캐드펠은 정말 재미있는 책이고, 시대배경도 흥미롭죠. 수도원도 그렇게 웨일즈도 그렇고, 별 멋이 없는 영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아지네요. Baker St.가셨군요.ㅎㅎ 승강장도. 내친김에 노팅힐도 가보심이..ㅎㅎ 정말 많이 다니시는 듯 합니다. 이담에 흐뭇할거에요.ㅎㅎ

프레이야 2016-01-27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거사 전집을 몇년에 걸쳐 완독, 축하합니다. 끈기에 박수!

transient-guest 2016-01-27 08:49   좋아요 0 | URL
아이쿠..아직 세 권이나 남았어요.ㅎㅎ 그래도 이제 끝이 보이네요.ㅎㅎ

해피북 2016-01-27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애거서 시리즈는 2권까지 읽었는데79권까지라면 갈 길이 까마득하네요 ㅎㅎ캐드펠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는데 매력적이라고 하시니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transient-guest 2016-01-28 03:14   좋아요 0 | URL
천천히 가다보면 어느새 79권이 될거에요.ㅎㅎ 캐드펠도 참 좋은 책입니다.ㅎ

cyrus 2016-01-2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작 독서 대장장의 끝이 보이는군요. 한결같이 한 작가가 쓴 책들을 읽고 기록을 남기는 guest님이 존경스럽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01-28 03:15   좋아요 0 | URL
거의 다 왔어요.ㅎㅎ 한 작가를 다 읽는 재미가 있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ㅎㅎ
 

주말에 나와서 일하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집은 공간이 넉넉하더라도 온갖 잡다한 일상의 것들에 집중력을 빼앗기기 쉽다.  사무실도 물론 지금은 너우 책과 서류로 넘쳐나는, 간신히 숨을 쉬면서 하루의 업무를 볼 수 있는 곳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전화가 오지 않는 주말이라면 이런 저런 잡무도 좋고, 적게는 4시간에서 많게는 8시간 이상의 집중을 요구하는 업무를 처리하기엔 딱 좋다.  다음 주의 바쁜 스케줄과 케이스 처리의 강행군을 예상하여 오늘 한 케이스를 끝냈는데, 결과적으로 6시간 정도를 쓴 것 같다.  오후 12시를 넘어가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약간의 백색소음을 위해 켜둔 TV의 NFL 준결승전 게임이 순식간에 1쿼터에서 3쿼터 종료 5분을 남겨둔 것을 봤고, 다시 고개를 들었더니 4쿼터 종료 2분 정도가 남아있었다.  잡스의 reality distortion field는 아니지만, 난 time distortion field가 가능한 것 같다.  어쨌든 덕분에 이렇게 50페이지 정도가 되는 변호사편지를 끝낼 수 있었다.


연초에 상정한 1-4분기의 목표에서 네이버에 회사소개자료를 만들고, 영문 홈페이지를 런칭하며 이와 함께 한글 홈페이지를 전격적으로 개량하는 것이 있는데, 네이버 부분은 외주를 준 덕분에 꽤 순조롭게 지나가고 있어, 주중에 다른 업무를 진행하면서 컨텐츠만 정리해서 넘기면 기본적인 작업은 끝낼 것 같다.  영문/한글 홈페이지는 좀 까다로운데, 일단 기본적인 구상을 업자와 확인하고, 이에 맞춰 컨텐츠를 만들어 보내줘야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를 시작으로 해서, 잘 나오면, 이를 토대로 컨텐츠를 만들 생각이니까, 기본구상이 나오면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겠다.   열심히 진행해서 2월 중으로 넘겨주면 1-4분기의 런칭도 무리는 아니다.  이제 나도 천천히, 꾸준하게 몸집을 키울 때가 된 것이다.


아메리칸 항공에 휴가패키지로 지불된 금액의 1/7반환과 잃어버린 휴가 24시간, 및 거지같았던 경험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냈는데, 이 나쁜 놈들은 이런 것을 접수할 창구라곤 (1) 내용과 양에 제한이 걸려있는 온라인 박스 혹은 (2) 직접 편지를 보낼 주소밖에 없다.  전화번호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최소한 이메일 창구는 있어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워낙 악명이 높은 항공사라서 딱히 놀랍지는 않다.  망하지 않는게 신기한 항공사다.  


NFL 준결승 두 번째 경기를 보면서 간략하게 주말에 읽은 것을 정리하면 운동하러 갈 것이다.   이렇게 주중엔 복잡하고 피곤한 사무실이 조용한 주말엔 나의 man-cave로 바뀌는 모습이 참 재미있다.  


그간 북스피어와 모비딕에서 다양한 시리즈로 나온 마쓰모초 세이초의 책을 다 사들여 읽었다.  동서문화사에서도 같은 작가의 책이 몇 권 나온게 있는데, 나중에 북스피어나 모비딕에서 다시 만들면 아니 살 도리가 없다.  그런데, 이번의 책은 '낭만픽션'이라는 시리즈의 일부로 나왔으니까, 그간 꾸준히 출판되던 하얀 커버의 책들과는 배다른 형제인 셈이다.  그래서였는지, 여기서 소개된 단편들 중 최소한 몇 개는 굉장히 낯이 익다.  예전에 다른 곳에서 읽은 것이 거의 확실한데, 경로를 좀처럼 짐작할 수가 없다.  


책의 마지막에 나온 번역자의 후기에서도 말했지만, 이 단편들을 관통하는 테마는 displacement이다.  '무숙자'라고 번역하는데, 막부시절 관의 허락이 없이 고향을 떠난 사람들을 이렇게 부르고 있다.  범죄나 가난이 아니라도 다양한 사유로 법으로 금해진 사적인 이동을 하게 되면 다시는 양민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막부시대였으니만큼, 이 무숙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폭력과 괴롭힘에 노출되어 살아갔을 것이다.  특히 관의 괴롭힘이 무척 심했는데, 주기적으로 이들을 잡아들여 강제노역형에 처하기도 했고, 때로는 하급관리들의 사건조작에 휘말리기도 했던 것을 볼 수 있다.  이래저래 집을 떠나면 고생이라고들 하는데, 신분과 직업, 그리고 사는 지역으로 사람의 자유를 꽁꽁 묶어놓았던 막부시대의 폭압은 그 후 일본의 국민정서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라는 해석이 있을만큼 어떤 집단무의식을 형성했다고도 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일본인 특유의 성실함이나 장인정신, 가업을 잇는 풍토, 그리고 속마음과 상관없이 나오는 친절함의 기저에는 이런 폭압적인 정치도 한 몫을 했을지 모르겠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다른 책들도 꾸준히 나와주길 바란다.  그러고보니 요즘 요코미조 세이시의 신작이 번역되어 나오지 않고 있는데, '시공사'는 분발하도록.  물론 2월 중에 나올 것으로 보이는 '검은숲'의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에는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어쩌면 내가 갖고 있는 에도가와 단편집 세 권과 겹칠지도 모르는데, 소개를 보면 그간 접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이 포함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


변호사로 일하던 초기의 일이다.  상담을 할 때, 아니면 케이스를 진행하면서 보게 되는 고객들의 이런 저런 사연에, '왜 그랬냐'는 투의 질문을 던질 때가 있었다.  물론 금방 배워서, 그런 짓은 하지 않게 되었지만, 설사 의문이 있더라도 '왜 그랬냐'는 일처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질의가 된다.  말하자면, 지나간 일은 깊이 들어가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데, 성직자는 이런 부분을 잘 이해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던 교구신부가 죽고, 그 자리에 높은 곳에서 새로운 신부가 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여전히 왕과 황후의 전쟁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추리는 크게 어려울게 없었지만, 새로 부임한 사람이 어떻게 하면 금방 모두의 미움을 받게 되는가를 아주 쉽게 보여준 작품이다.  검은 수단을 펄럭이면서 흑단 지팡이를 들고 지나가는 이 신부의 모습은 마치 '갈가마귀'같다고 써놨는데, 어찌나 잘 들어맞는지.   사람과 그의 죄에 대한 연민과 배려 같은 덕을 빼면 모든 것을 갖춘 이 '갈가마귀'신부는 그에 걸맞는 이유로, 그 자신이 심판을 받아야만 하는 곳으로 영원히 떠나는 것이 이번의 '살인'사건이었는데, 교묘한 단죄랄까, 아무튼 맘에 든다면 그런대로 괜찮은 결말이었다.  


벌써 일요일 오후 다섯시가 다 되어가고, 게임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나가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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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6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7 0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니? - 김갑수의 살아있는 날의 클래식
김갑수 지음 / 오픈하우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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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매우 straight하게 말해서, 이 책은 참 지겨운 책이 되어버렸다.  몇 가지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들이 있다.  


1. 힘겹게 쓰인 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내용을 억지로 채웠다는 뜻이 아니라, 달변가인 김갑수씨가 막상 글을 쓰면서는 생각보다 고심하고 고민하면서 조금씩 써내려간 것이 아닌가 싶다는 것이다.  아니면 말고.


2. 매니악한 취미.  그를 아는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음반과 오디오기기, 그리고 커피에 미쳐 살아가는 김갑수씨의 책이니만큼, 클래식 이야기와 가끔씩 커피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작업실'어쩌고 한 책보다 훨씬 더 음반과 가수, 작곡가, 연주가, 지휘자의 이야기로 두꺼운 책 한 권을 채웠는데, 이게 상당히 고난이도인 것이다.  독재정권의 근대공립학교 교육의 햇살을 받고 자라난 사람처럼 나도 대략의 유명한 이름은 알고 있다.  슈베르트, 베토벤, 슈만, 쇼스타코비치, 차이코프스키, 하이든, 모차르트 등등.  그런데 이분은 유명한 고전음악의 대가의 곡을 그냥 듣는 것이 아니다.  연주자나, 악단, 음반, 지휘자, label등의 변별요소들과 유명한 곡을 곱하면 나올 엄청난 종류의 음반에서 이것 저것 빼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게다가 흥미로운 그의 신변잡기는 거의 빼놓고, 음악이야기만 하니 정말 미치겠더라.  음악을 들으면서 읽는 것도 아니고, 도통 reference가 되지 않는 주제의 책을 읽어내는 것은 고역이었다.  물론 그의 탓이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워낙 모르는 것이 많은 내 탓이다.


3. 그의 상태.  끄트머리로라도 40대라고 주장할 수 없게된 50대의 늘어짐.  그의 지인이 아니라서 속사정을 알 수는 없겠지만, 그간 July Hall을 드나드는 인간들 중 일부에겐 꽤 여러 번 데인 것 같다.  'PS. 나이 들면 절대 연애 감정 풍지 말자. 야나체크처럼 망신만 당한다. 앞에서 웃고 딴데 가서 비웃고 흉보는 젊은 그녀들' pg. 209

아직 조영남처럼 완전히 모든 것을 던지지도 못했고, 그처럼 완변하게 자기자신에 빠져 있지도 못한 일견 순수해보이기까지 하는 김갑수의 속맘.  근데, 나이가 들면 사실 아리따움, 아니 어쩌면 젊음 그 자체에 끌려 어린 처녀들이 예뻐보이기는 할게다.  다만, 거기서 멈춰야지.  그녀들이 반한건 김갑수씨의 지식과 커피, 클래식 음악,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것들이 다 모여있는 그의 서식처, July Hall이지 김갑수씨가 아닌게다.


아! 이 매니악한 아저씨의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문학수 기자의 책을 들춰내다가 아마존과 알라딘에서 거금을 들여 reference된 CD를 주문했다.  스트리밍과 다운로드가 양분한 음반시장에서 점점 처리된 재고때문에 좋은 음반을 괜찮은 가격에 구할 수 있다고 한 김갑수씨의 말에 혹해서, 이리 저리 뒤적거리다가 결과적으로는 '괜찮은'가격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여러 음반을 사들인 것.  애꿎은 지갑만 가벼워졌다. 


정말 김갑수처럼 작업실을 하나 갖고 싶다.  여기에 내가 가진 책과 음반, 영화, 게임소프트를 몽땅 때려박아 놓고, 가끔씩은 두문불출하고 싶다.  fancy한 기기도 필요없고, 멋진 커피머신도 필요하지 않다.  그저 그렇게 세상에서 인공적이지만, 잠깐이라도 격리되어 지내고 싶은거다.  


책에서 언급된 것들은 정말 좋은 음반일것이다.  김갑수씨의 안목을 아니 믿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상당히 주관적이지만, 요즘 세상에 그렇게 전투적으로 음반을 듣고, 클래식을 호흡하면서 사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는가?  일전에 문학수 기자의 책을 바탕으로 5-6장의 CD를 사들여 해당하는 항목에 맞춰 정리했다.  꽤 재미있는 작업인데, 다음 주에 resume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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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1-23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투적으로 음반을 들으면서 클래식을 제대로 호흡하려면 현실에서 그에 필요한 노력, 시간과 비용 등과 비례하는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할텐데 저자는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네요. 결국 자신이 선택하는 문제로 귀결될 수 있겠지만…

transient-guest 2016-01-23 09:59   좋아요 0 | URL
이분은 다른 취미가 없고, 돈이 생기면 음반, 기기, 커피에 지출된다고 하더라구요.ㅎㅎ 김갑수씨의 레벨이 되면 취미보다는 삶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전 그의 세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어요.ㅎㅎ

oren 2016-01-23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흔치는 않지만 `클래식에 미쳐 사는` 사람들이 결코 생각보다 적지는 않을 꺼라는 짐작도 해 봅니다. 클래식을 즐기는데 무슨 엄청난 `물적 설비`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니까요. 물론 엄청난 설비를 갖춘 사람들도 더러 있긴 하더라구요. 제 친구 한 녀석은 `음악 감상`이 여의치 않은 자신의 사무실에만 하더라도 고급 외제차 두 대를 사고도 남을 만큼의 돈을 들인 장비를 갖춰놨더군요. 그게 10년 전쯤 얘기인데, 그 녀석은 결국 자신이 주업으로 하는 일 말고도 `명품 오디오 기기 수입 판매업`까지 병행하고 있더군요. 저는 그 친구보다는 `장비`가 훨씬 허접해도 수천 장의 LP판을 자랑삼아 보여주던 또다른 친구가 더 부럽더라구요. 가끔씩 막걸리나 쏘주를 몇 잔 걸치고 나면 `**야, 울 집에 음악 들으러 올래? 보고 싶다, 자슥아~` 하던 그 친구는 `자기만의 방`이 따로 없어 좁은 거실을 온통 앰프와 스피커와 턴테이블과 CDP와 음반들로 가득 채워 놓고 살거든요. 몇몇 오래된 희귀 음반들은 벌써 한 장에 `돈 백만 원` 가까이 나가는 녀석들도 있어서, 나중에 돈이 다 떨어지더라도 막걸리 사먹을 돈은 충분하다면서 너스레를 떠는 녀석이지요. 저는 요즘엔 TV를 도통 거의 보지 않아서 김갑수 님을 잘 모르는데(얼핏 본 듯도 하구요..) 님의 글을 읽으니 이 책에 급한 관심이 생기네요... 제겐 이 글이 마치 `어떻게 이 책을 사지 않을 수 있겠니?` 하는 다급한 호소처럼 거꾸로 들리네요.... 거 참...

transient-guest 2016-01-23 10:05   좋아요 2 | URL
김갑수씨의 책을 보면 꽤 많더라구요, 그 정도 수준으로까지 클래식에 미쳐있는 분들이요.ㅎㅎ 다만 이분의 책에서 다뤄지는 분들은 물적설비도 대단한, 취미 이상으로 소리찾기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았지요. 저도 클래식을 즐기지만, 미니컴퍼넌트도 좋고, 라디오 기기에 붙은 CD player만 되어도 행복해합니다.ㅎㅎ 물론 작년엔가 구입한 휴대용 턴테이블에 LP를 올려놓고, 잠시 빠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음악이 최고입니다만.. ㅎㅎ 연장선상에서 좋은 기기와 LP만을 고집하는 것도, 또 엄청난 지식과 감별능력을 갖게 되는 것도 대단한 것 같아요. 길라잡기 책으로는 문학수 기자의 책이 저는 더 차분하고 친절하게 느껴져서, 그 책에서 소개된 음반을 하나씩 모아서 책과 비교하면서 듣고 있어요. 김갑수의 `지구 위의 작업실`도 추천합니다.ㅎ 지인 말씀하시니 예전에 소리를 찾다가 LP에서 오디오 카세트로, 방송용 테이프로, 거기서 LP를 비디오테이프에 녹음해서 듣던 누군가가 생각나네요.ㅎㅎ 가장 아날로그적으로 완벽하다고 하면서..ㅎ

cyrus 2016-01-23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분이 쓴 <지구실의 작업실>인가요? 아무튼 그 책을 군대에 있을 때 읽었습니다. 이 책 때문에 군대 밖에 있는 것들이 많이 그리웠습니다. 너무 그리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ㅎㅎ 저자의 생활이 제가 원하는 삶의 방식과 유사했거든요. 군 생활 동안 읽은 책 중에 읽어서는 안 될, 위험한 책이었습니다. ㅎㅎㅎ

transient-guest 2016-01-23 17:37   좋아요 0 | URL
정말 힘드셨겠네요.ㅎ 저도 딱 맞아떨어지는건 아니지만, 이렇게 저만의 공간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저 맘편히 혼자 숨어들어갈 수 있는 곳...ㅎㅎ 그런게 하나 필요해요.

몬스터 2016-01-23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문불출에 제 맘이 그냥 콱...

transient-guest 2016-01-24 09:34   좋아요 0 | URL
가끔 그렇게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하죠. 저는 하루의 일정한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싶네요.ㅎㅎ
 

주문한 책이 또 왕창 도착하여 다시 사무실 정리가 필요해졌다.  넓은 곳으로 가면 방 하나 정도를 책창고로 쓰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그야말로 '노망'사항일 뿐.  연휴가 겹쳐 짧은 한주를 보내고 있는데, 휴가를 다녀온 탓에 엄청난 업무량에 정신없이 뛰고 있다.  물론 내가 이렇게 앓는 소리를 해도,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내 동년배들, 아니 대다수의 직장인들의 고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수준의 업무량이고, 게다가 난 나 자신을 위해 일하고 있으니, 그저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맘 같아서는 나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다 데리고 대탈출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건 내 능력 밖의 일이고, 그저 내가 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을 통해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게 지금 내 역량의 한계이다.   머리가 터질 듯한 일상을 보내니, 다른 책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열심히 캐드펠 수사의 일상을 따라가고 있다.


두 권을 내리 읽었다.  '고행의 순례자'에서는 포로로 잡혀 있는 왕을 대신해 거병한 왕비의 군대와 황후의 군대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을 무대로 하고 있다.  수도원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기적을 바라고 모이는 사람도 있고, 순례자도 있고, 한 몫 잡아보려는 협잡꾼들도 있는데, 이들 중에 얼마전에 벌어진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알 수 없는 사연과 함께 묻어들어와 있다.  '반지의 비밀'에서는 십자군에서 돌아온 기사 출신의 수도사, 그 수도사를 수발하는 젊은 수도사를 둘러싼 비밀과 로맨스가 주제인데, 이 책의 트릭은 아주 초기에 간파하였기 때문에 읽으면서 대략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여기서는 왕비의 군대가 승기를 잡아 황후를 몰아내고 있는 중이다.  


어제 받은 김갑수의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니?'와 애거서 크리스티 76도 계속 읽고는 있다만, 1-4분기에 마무리하기로 목표를 잡은 것들과 업무를 진행하면서 근근히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연초부터 참 바쁘게 지내고 있는데, 작년의 연장에서 더욱 빠른 한 해가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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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01-22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쁜 와중에도 책을 열심히 읽으시네요. 전 요즘 책을 펼쳐도 눈에 잘 안 들어오네요. 짧게 부분부분은 읽는데 한 권을 계속 읽진 못하네요.

바쁜 시기에도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transient-guest 2016-01-23 03:17   좋아요 0 | URL
그런 때엔 이렇게 추리소설이나 다른 가벼운 책을 읽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엊그제 꿈 같았던 휴가에서 돌아왔다.  Big Island는 다음에 푹 쉬고 싶을 때 다시 찾아갈 것이다.  대도시인 Honolulu가 있는 Oahu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특색이 가득한 곳이었는데, 사진은 정리가 되면 조금씩 올려볼까 생각하고 있다.  사진을 잘 찍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 여행의 몇 가지 멋진 풍경들은 사진으로 남기기 잘한 것 같다.   저녁에 와서 자고 다음 날이 일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밀린 일처리에 일단 사무실에 나갔었고, 연휴인 오늘도 그렇게 반나절을 보냈다.  이쪽의 본토와는 2시간의 시차밖에 나지 않았지만, 여행에서 다녀오면 늘 가서, 또 와서, 한바탕 약간이라도 적응기를 거쳐야한다.  이번에 돌아와서 찾아보니 Maui에도 끝내주는 스노클링 장소가 있어 다음엔 Maui를 가야할 것 같다.


내전은 이어지고, 이 와중에 일단의 웨일즈인들이 수녀원을 습격하려다 오히려 수녀원을 지키려는 농민들과 이들을 지휘하는 한 수녀에 막혀 포로를 남긴다.  약간은 덜렁대는 끼가 있는 이 신분이 낮지 않은 웨일즈인 포로는 자신들이 적으로 돌린 지역 행정과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았고, 협정에 따라 포로교환도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그렇게 진행되면 이 책이 추리소설일 수가 없겠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돌아온 행정관은 누군가의 손에 침대에서 죽고, 유력한 용의자는 둘.  그들 각각 충분한 모티브가 있다...는 무슨, 순전히 fake였다, 언제나처럼.  대단한 추리는 필요없었고, 돌아가는 상황에서 이미 범인을 유추해낼 수 있었는데, 결말 또한 언제나처럼, 인간의 법보다 더 중요한 것을 찾으려는 사람들에 의해서 '도덕적'이고 '실리적'인 해결책으로 끝난다.  


법과 질서가 엉망이고 약탈과, 살인, 강간, 방화가 일상이던 시절이라서 그랬는지, 명예를 건 약속에 꽤나 큰 무게를 얹어두고 있는 사고방식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이 시절의 특징들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식으로라도 약속을 지키고 협의를 할 무엇인가를 만들어냈어야 하는 시대였을 것이니까.  


또다시 낚였다.  사이토 다카시의 책을 괜찮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망설이다가 샀는데, 역시나.  내가 성장하고 나이를 먹은 것인지, 저자의 내공이 빠져, 왕년에 힘쓰는 가닥으로 버티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아무튼 이제 사이토 다카시의 신작을 읽지는 않을 것 같다.  결론을 끄집어내기 위한 무리한 인용과 대입은 모든 성공학과 자계서의 어떤 공식과도 같다는 생각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그랬고, 이 책을 읽지 말고, 니체를 사서 읽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니체의 책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을 빼고는 본 적이 없고, 꽤 난해하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입문서도 아니고, 어록도 아닌 이런 어정쩡한 책으로 필요한 구절을 뜯어다가 저자가 말하는 바와 함께 버무려, 니체가 이랬네 저랬네 하는 억측으로 가득한 책을 더 읽어야할 이유가 없다.  젠장.


내가 한국인의 피를 가진 사람으로서 일본의 근대문학을 파고드는 이유는 생각해보면 자주 말하는 사라진 우리의 근대화에 대한 환상을 찾는 것 외에 한 가지 더 있다.  그것은 이들의 문학에서 나타나는 사회상과 식민지 조선과 조선인에 대한 시각, 당시 뻗어나가던 일본의 팽창과 점령에 대한 일반 일본인들의 사고나 생각 같은 것들을 찾고, 증거로도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입만 열면 나오는 '일반대중은 모두가 피해자'라는 둥, '그땐 다 그랬다'는 둥, 아니면 '그런 적이 없다'는 둥의 회피성 발언과 입장에 대한 냉정한 증거는 당시를 살았던 사람을 붙잡에 녹취라도 해야 남길 수 있겠지만, 그 이상 좋은 것은 이렇게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들이 남긴 글에서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화모음과 단편모음인데, 동화를 보면 참도 열심히 서구화하려고, 서구의 방식을 따라가려고 발버둥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기법도 그렇고, 일본과 무관한 소재를 사용한 점도 그랬다.  단편의 경우 번역자의 이름 옆에 '외'를 붙인 후, 각각은 자신의 학생의 번역으로 충당했는데, 무성의한 것인지, 원래 그 바닥이 그런 것인지?  단편 하나마다 번역자가 이런 저런 해석을 달아놓았는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반발심만 불러일으킨 것은 내가 비딱한 탓인지?  


책도 열심히, 운동도 열심히, 일도 열심히, 규모를 키우는 것도 무엇도 열심히.  이번 해는 그렇게 아주 빨리, 그러니까 엄청 빨리 지나간 작년보다도 훨씬 빨리 지나갈 것이다.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정해놓은 목표는 잘 이루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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