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을 좋아한다.  비록 요즘은 기타도 피아노도 손을 놓은지 오래지만, 예전에 어릴 때, 가수가 하고 싶어 카페에서 노래를 할 때 주로 김광석의 노래를 불렀었다.  소위 뜨는 센스는 없었던 셈이지만, 96년 그의 추모제를 지낸 이래 내 덕분(?)에 김광석의 팬이 된 사람들이 좀 있으니 나름대로의 보람이다.  


에이핑크도 모르고 다른 무엇도 잘 모르지만, 정은지라는 가수는 안다.  바로 이 노래 때문이다.  가사는 조금 틀렸지만, 그녀가 부르는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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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6-07-07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늘 이 노래의 signifié가 가장 잘 구현된 커버는
제이래빗 버전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ㅎ
https://youtu.be/RRvo6A11TMA


transient-guest 2016-07-08 04:24   좋아요 0 | URL
괜찮네요. 다른 노래들도 좋구요. 젊은가수 = 아이돌 혹은 인디 정도의 공식에 식상했는데, 느낌이 좋네요. 그야말로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가 봅니다.ㅎㅎ 예전에 이 친구들처럼 하는건 꿈도 못꿨네요.
 

계획했던 일주일의 휴가는 결국 물건너간 상태로 주말을 맞게 되었다.  오늘까지 꼬박 일을 했는데, 오전에 계속 신경을 쓰고나면 오후에는 제대로 업무를 볼 수 없었는데, 아무래도 집중이 필요한 legal work는 미뤄진 탓이다.  게다가 밤늦게라도 한국의 고객회사와 긴밀하게 이런 저런 일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나면 상대도 나도 지쳐버리게 된 것이다.  한국의 주말이 시작된 오늘은 그래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 통의 전화도, 메일도 나누지 않았다.  책읽기를 놓을 수 없으니 계속 읽기는 했다만, 이상하게도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나마 운동하면서 읽은 '황금가지'에서 나온 SF는 그래도 괜찮았지만, 책에 관한 책 세 권을 연달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삼자범퇴로 나란히 그저 그렇게 넘어가버렸다.  책이 문제인가 사람이 문제인가는 언제나 상황에 따라 시기에 따라 답이 바뀌는데, 이번에는 내 문제도 반, 책의 문제도 반, 아니 굳이 깐깐하게 따지자면 7:3정도로 내 탓이 더 큰 것 같다.


이런 일상은 지난 금요일까지 이어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간 미뤄둔 보충자료 건을 열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꼬박 앉아서 20페이지의 커버편지를 작성했고, 조목조목 보충자료요청의 불필요성을 주장했다.  화요일인 내일 출근해서 한 시간 정도 관련자료를 보강하여 발송하면 끝이다.  토요일부터는 한 글자도 업무에 관련한 건 들여다보지 않았다. 일단 어디론가 좀 멀리 다녀올 기회가 생겼고, 그렇게 일박 정도 집을 떠나면서 노트북도 가져가지 않았는데, 다행히 특별히 급한 연락을 받지는 않았다.  물론 메일계정으로 들어가서 걸러진 메일을 찾아보면 아마 꽤 이런 저런 것들이 쌓여 있을 것이다만, 그건 내일부터의 일이다.  오늘 밤까지도 일부러 메일을 열거나 계정으로 들어가보지는 않을 것이다.  일주일간 널널하게 일할 생각이었는데, 결국은 토-일-월요일로 이어지는 연휴만 간신히 챙겼을 뿐이다.


내일, 그리고 수요일까지만 고생을 하면 어느 정도 내 선에서 할 일은 마무리될 것이고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주로 작성할 이런 저런 문서만 신경을 쓰면 되니까, 사실 내일의 일처리가 매끄럽게, 그리고 양적으로 잘 진행되면 당분간은 조금 괜찮은 스케줄이 될 것이다.  모두들 휴가를 떠나는 이 시기는 우리 업계의 특성상 상당히 slow 한 시즌이니까.


SF고전에 속하는 작품이다. 어릴 적 계림사 소년소녀문고집에 엮여 나온 것을 제목만 기억하는 '솔로몬의 동굴'의 동저자의 작품이다. 당시 서양사람들이 바라보는 이국문명에의 두 가지 관점 - 야만과 신비주의 - 이렇게 두 가지가 잘 버무려져있는 모험소설에 가깝다.  다뤄지는 주제도 신화, 아프리카의 모험, 야만족, 그들을 지배하는 신비한 여왕, 윤회, 부활, 너무도 아름다운 사악한 미 등등. 조금은 느리게 시작하는 이야기지만 읽기 시작하면 속도가 붙어 내려놓기 어려웠던, 다소는 촌스럽지만, 또 한편으로는 활극의 요소도 있기에 우리 시대의 눈으로 봐도 많이 떨어지는 작품은 아니다.  결말은 조금 황당하고 허무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작품이 나오던 시기의 독자들에겐 특히 큰 재미와 이국과 미지의 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음에 틀림이 없는 책.  



전문작가의 책도 한 사람의 책을 계속 읽다보면 일종의 plateau가 온다.  같은 의미로 이번의 '윤성근'님의 책은 그 울림이 미미했다.  '야밤산책'은 더더욱 나에겐 너무 가벼웠고, '남편의 서가'는 제목에 좀더 충실한 글들로만 모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영원히 떠나버린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책인데 니나 상코비치의 Tolstoy and the Purple Chair (혼자 책 읽는 시간)와 비교하면 어쩐지 니나 상코비치의 책만큼 그 절절함이나 주제의 일관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이건 내 개인의 의견이고 게다가 이 책을 다른 시기에 다시 읽는다면 어떤 맘으로 다가올지 알 수 없으니까, 어디까지 지금의 느낌으로 해둔다.



번역문학가이자 불문학박사/교수인 김화영의 산문집.  예전의 프랑스 유학시절을 다룬 '행복의 충격'의 시절에서 3-40년의 세월을 훌쩍 건너 이제는 거의 은퇴에 가까운 노학자로서 엑상 프로상스를 시작으로 자신의 과거 발자취와 그 시절의 고맙고 정다웠던 친구와 은사를 비롯한 지인들을 찾아가는 이야기. 어쩌다 보니 하루키의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와도 일면 겹치는 테제가 된다.  특히 그토록 다정스럽던 친구들 중 한 명은 이미 예전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을 알게되는 부분에선 내가 다 심란해 했는데, 성공한 사람이 되어 과거를 다시 짚어나가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이렇게 뜻하지 않은 부고를 고스란히 맘에 담고 앞으로 가야하는건 그 속에서 마주하는 현실이다.  저자 특유의 산문체도 좋고, 약간은 여행소개서 같은 구성도 나쁘지 않았다.  카뮈도 그렇지만, 이분의 책도 더 읽어볼 생각.



30년 전, 애리조나 하고도 벽촌 국경마을에 자리를 잡고 이민생활을 시작한 저자의 그림이야기.  처음에는 한국과의 끈을 잡고 싶어서 시작한 그림수집이 이제는 취미를 넘어 이렇게 책을 내는 경지에 다다른 것에 놀라고, 다른 경로로도 소개되었던 '간홍 전형필'의 저자이기도 하며, 그의 이름으로 나온 책이 꽤 됨에 더 놀라게 된다.  어쩌면 입신양명을 꿈꾸며 실리콘 밸리로, LA로 뉴욕으로 부나방처럼 몰려드는 대다수와는 달리 이민이 요즘 같지 않던 시절에 미국에 와서 시골에 정착한 덕분에 누리게 되는 시간과 저렴한 생활물가와 부동산 구매비용으로 이렇게 하나씩 작은 그림부터 사들이고, 미술잡지를 읽고 겔러리와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쌓인 노하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림에 대한, 그리고 수집에 대한 그의 철학은 온전히 보너스.  미술에는 까막눈이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그림을 너무 부담되지 않는 수준에서 그야말로 즐기기 위해, 심미안을 수련하는 방법으로 조금씩 구해서 걸어놓고 싶은 맘이 생겼는데, 조금은 더 미래의 이야기.  이런 것도 괜찮은 삶이구나 싶다.  비록 자조하듯, 피닉스에서도 3시간을 더 들어가는 애리조나의 국경마을 한 켠, 한인 30세대의 하나로 잡화점을 운영하고 산다고 말하지만, 저자의 삶에는 이곳처럼 부대끼는 곳에서 사는 사람과는 달리 여유가 느껴진다.  그것이 제일 부럽다는 건, 지금의 내 삶이 꽤나 팍팍한 탓일게다.


사무실을 차린 첫 2-3년은 월요병이 없었는데, 작년부터인가, 나에게도 어김없이 월요병이 찾아온다.  다시 처음의 그 벅찬 기쁨과 자유로움으로 돌아가려는 몸부림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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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7-05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의 서가> 저자가 故 최성일 님의 아내분이셨군요. 알라딘 알사탕 이벤트가 있었을 때 알사탕과 적립금을 꼬박 모아서 최성일 님의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합본을 샀습니다. 요즘은 3만 원 이상의 책을 사지 않아요. 그 가격으로 읽을 만한 중고책 두 세 권 사는 편입니다. ^^

transient-guest 2016-07-05 12:11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돌아가신 최성일님의 책을 읽어봤는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책은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부분이 있어 지금의 저에겐 그리 잘 다가오지 않더군요. 저도 좀더 헌책을 사보고 싶은데 이곳에 있으니 여의치 않네요.ㅎ

북깨비 2016-07-05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름의 묘약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김화영 작가님 문체가 낭만적이셔서 읽으면서 계속 프랑스 여행을 꿈꾸게 되더군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6-07-06 04:04   좋아요 1 | URL
제가 느낀 것이 딱 그렇습니다. 확실히 유행하는 프로젝트 여행에세이하고는 수준이 다른 것 같습니다.ㅎ
 

이제는 많은 것들이 내 뒤에 있다. 예전에 그렇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많은 것들은 다가올 미래에 있었고, 내 삶은 수많은 가능성으로 가득했다.  살면서, 일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일을 겪는다.  책을 맘대로 사들이고, 어느 정도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지금은 어른의 행복이 있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댓가는 책임과 의무로 늘 밥처럼, 옷처럼 나와 함께하고 있다.  행복은 그들의 중간 어느 즈음에 있을 것 같다.  


책도 무엇도 진심으로 즐기지 못하고 술로 밤을 달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어서 떨치고 일어나야 한다.  


This shall too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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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 2016-06-2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무엇보다 책을 즐기지 못할 정도의 고뇌가 제가 공감할 수 있는 가장 큰 고통 중의 하나인 듯 합니다. 예전에 노통이 힘들어 하셨을때 책을 읽지 못한다는 말에정치인이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에 공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힘내세요. 힘차게 떨쳐내서 책읽는 행복을 즐기시길..

transient-guest 2016-06-30 03:5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책을 읽고는 있는데 재미를 느끼지 못하니 이것도 죽을 맛이네요. ㅎ

북깨비 2016-06-2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쓰고 계시는 일들이 잘 해결되기 바랍니다. 어른의 삶은 정말 힘들어요. 책 사 볼 돈은 벌지만..

transient-guest 2016-06-30 03:5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해결될 것 같습니다. 어른의 삶이란 참..

다락방 2016-06-2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내세요..

transient-guest 2016-06-30 03:5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몬스터 2016-06-29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진부한 말이고 ,잘 아시고 계시겠지만 , 결국은 시간이 무엇이든 해결하더라구요 transient guest님. 30대 40대는 몇몇 소수를 제외하고는 행복하기 힘든 시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디서 봤는데 50대 즈음 되면 다시 행복 사이클이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린다고 하더라구요. ( 아마도 그렇겠죠? ) 그러하니 , 잘 기다리시면 좋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6-30 03:56   좋아요 0 | URL
단순하지만 진리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 그저 이번 해는 좀 빨리 지나갔으면 합니다. 제가 모르는 사이에 지나가고, 그 와중에 돌아보면 일처리가 다 풀렸구나 싶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물고기자리 2016-06-29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드는 건 쉬운데,
어른이 되어가는 건 참 힘들어요..

transient-guest 2016-06-30 03:5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어른이 되어 사는 건, 특히 몸만 어른 같은 저에겐 더더욱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06-30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01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번에 셋트로 구매한 것들에서 남은 두 작품을 이틀간 내리 읽었다.  좌백의 '비적유성탄'과 진산의 '대사형'.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우습게도 마지막에 읽은 두 작품이 하필이면 이들 부부의 작품이라니.  아무튼 책을 읽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글로 정리하는 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머리로도 정리가 안되는 문제가 있고, 금방 잊어버리기도 하고, 차분히 앉아서 글을 쓰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성공학적인 독서론으로 책과 글을 쓰고 강연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을 조금은 무시하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갑자기 그것도 다양한 삶의 방편들 중 한 가지,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림의 최고수 여덟 명이 각기 다른 날 같은 방법으로 청부살인을 당해 일곱은 죽고, 하나는 백치가 되었다.  더 황당한 건 이들이 당한 무기는 길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라는 것.  여덟 번의 암행을 끝으로 이 가공할 정체불명의 자객은 강호에서 사라진다.  항주에 나타난 이 은퇴자객은 평범하게 살고픈 그의 바램과는 달리 가는 곳마다, 하는 일마다 정확히 그 반대로 일이 풀리고, 금방 고강한 무공을 평범한 수법으로 드러내는 괴인으로 무림의 총아(?)가 된다.  그의 솜씨를 사기 위해 뒤를 따라다니는 해사방의 방주 강중행, 무림괴도 공손혜수까지, 중국을 무대로 하고는 있지만, 삐딱한 좌백의 작품답게 현대어와 현대적인 모티브가 난무하고, 사건도 그렇고 주인공의 궤적도 그렇고, 명문정파와 재자가인이 어우러지기 보다는 기인이사와 군소방파의 무리들이 주된 재료로 버무러진 재밌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내가 꼽는 좌백의 최고작품은 대도오인데, 이는 구할 방법이 없다.  이들의 뒷 이야기를 다룬 외전은 최근에 읽은 단편집으로 먼저 접했는데, 역시 무척 참신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부창부수라고 하면 정확한 표현이 아니겠지만, 암튼 진산마님이 다루는 소재와 이야기는 좌백에서 두 걸음은 더 나아간, 비주류의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많이는 못 읽어 봤지만, 문단에서 흔하지 않은 여류무협작가라서 늘 흥미를 갖고 있다.  장백쾌검문 미래의 문주이자 최고수로 여겨지던 대사형이 첫 강호행에서 꼼수와 암수가 곁들여진 음모로 만들어진 비무로 허망하게 죽고, 그의 뼛가루가 몰고 온 폭풍으로 사부와 거처를 모두 잃은 사형제들은 좋든 싫든 강호로 몰린다.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거나 제대로 풀리지 못한 부분이 좀 있어 호불호가 갈릴 듯.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으나 인과관계나 사건의 논리적인 flow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


예전에 다른 책으로 엮인 것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그게 full series인지, 아니면 이 책의 일부 이야기인지는 확실하지가 않다.  워낙 많이도 썼고, 이런 저런 에세이 모음에서 이합집산을 시켰고, 새로운 판본으로 책이 나오다 보니, 그의 책이라면 가급적 덮어놓고 지르는 나는 같은 이야기를 새로운 모냥새로 다시 접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아주 쉽게, 하루키의 시드니 올림픽 취재기 정도.  작가라서 다행이야를 연발하는 걸 보는데, 사실 하루키의 반 정도만 성공한다 해도, 정말로 '작가라서 다행이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도 이상할 것이 없는 요즘 대다수의 삶과 그 빡빡함이라니...


'고양이의 서재'로 접한 장샤오위앤 교수의 책.  '고양이의 서재'와 함께 한국에 번역된 그의 책은 이것이 전부.  좀더 흥미있는 책이 몇 권 있는데, 이거라도 감지덕지한 것이 현실이다.  survey형식으로 고대의 동서양의 점성학에서 현대의 천문학이라는 과학으로 넘어오는 과정을 factual하게 그려냈다.  교양삼아 한번 읽으면 좋고,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과 저자의 관점을 조금 엿볼 수 있다.



이덕일 소장과는 어떤 관계인지 궁금한 강단사학에서 의도적으로 또는 의도하지 않고 계승되는 식민지사학이 왜 그렇게 고쳐지지 않는지에 대한 또다른 관점으로의 접근을 보여주는 책.  결국, 현 시대엔 연구를 게을리하고, 파벌에서 머무는 탓에 한국사연구가 지금 이따위라는 것을 결론으로 얻었다.  이덕일 소장이 보여주는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훨씬 덜 personal하고, 점잖기까지 하지만, 결국 학자로서 식민지사학을 그래도 이어가며 기득권에 머무는 강단사학자들은 쓰레기만도 못하다는 결론을 주는 책이다.  일례로, (1) 연구를 하지 않는다, (2) 논문을 써야한다, (3) 국내논문은 좀 그러니까, (4)일본의 논문을 표절한다, (5) 하면서 이와 부합하는 윗대나 그 윗대의 논문을 각주로 단다, (6) 학파의 자자손손 대대로 (1)에서 (5)를 반복한다.  저자에 따르면 바로 이 과정에서 식민사학이 어떤 비판도 없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  심지어는 자기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천치 같은 자들이 작금 한국의 고대사학계를 지배하는 SKY를 비롯한 유수학교와 학계를 주름잡고 있다는 것.  덕분에 한일고대사연구세미나는 언제나 화기애애하다고.  특이한 과점도 그렇고 동 저자의 책을 몇 권 더 읽어볼 생각이다.


이번 주는 한 주를 푹 쉴 예정이었으나, 아마 아무리 못해도 내일까지는 달려야 하고, 어쩌면 목요일까지도 달려야한다.  C'est la 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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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28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열린책들 출판사의 <천일야화>를 읽고 있는 중입니다. 여섯 권짜리 책을 완독하기 위해서 지금 다른 책들은 아예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한 작품을 계속 읽는 게 힘겹네요. t-guest님은 그많은 아가사 크리스티 전집을 어떻게 다 읽으셨나요? 같은 작가의 책을 세 권 이상 읽으니까 지루합니다. ^^;;

transient-guest 2016-06-28 15:14   좋아요 0 | URL
비슷한 모티브가 이어지는 건 아무래도 피로도가 있죠. 다만, 크리스티 전집은 여러 주인공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오랜 시간을 두고 조금씩 천천히 다른 책을 읽으면서 함께 봐서 그나마 괜찮았던 것 같아요. 중간에 지루하거나 처지는 때도 있었구요.ㅎㅎ
 

갑자기 게을러졌기 때문일까.  잠시 책읽기가 주춤했었다.  간만에 게임을 잡은 것이 이유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주말에는 잠시 부모님을 모시고 어딜 다녀온 시간을 제외하고는 책을 붙잡고 있었다.


생각보다는 많은 일을 처리하지 못한 오늘.  운칠기삼의 의미를 또다시 되새긴 오늘.  한 일주일만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지내면서 푹 쉬고 싶다.  


글을 쓰다가 말다가 하면서 이어지니까, 이렇게 조각을 모아놓은 것 같은 페이퍼만 나온다.  다음 주에는 거의 모든 미국사람들의 휴가기간이니까 너무 스케줄이 나쁘지 않다면 나도 사무실을 조금 떠나서 있어볼 생각이다.


'우주 전쟁'은 어릴 때 소년소녀문고로 접한 이후 처음으로 다시 읽었다.  그간 영문으로 몇 번 읽은 적은 있는데, 국문으로 (미국에서 20년을 넘게 산 나에게 영어는 국어, 한국어는 모국어로 분류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읽은 건 대충 따져봐도 25년만에 처음이다.  


이렇게 어린 시절에 읽은 책을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면 간혹 '이런 책이었나' 싶을 정도로 다르게 다가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우주 전쟁'이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으면서 쌓인 생각과 경험, 그리고 HG 웰즈, 아니 SF 장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덕분일 것이다.  그러니까, 더 이상 그냥 '공상과학'썰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이야기.


사회적인 관점에서, 정치적인 관점에서, 혹은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등등 수 많은 다른 시각으로 이 책을 조명할 수 있는데, 이렇게 보면 이야기의 구성과 전개보다도 훨씬 더 그 해석이 복잡하고 다각적이다.  우주인을 만나게 되면 벌어질 수도 있는 하나의 이야기라는 점은 그 전보다 확실한데, 상대적으로 월등히 뛰어난 문명이 그렇지 못한 인류와 만났을 때 지금까지는 후자의 운명이 그리 밝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실 정말로 외계인이 있고, 차원이나 시공간이동이 가능한 문명이라면 그들과 우리의 기술적인 간극은 백인과 아메리카 인디언의 차이수준을 훨씬 뒤어넘을 것이고, 그들이 우리의 반의 반, 아니 그 반만 같아도 지구멸망은 거의 확실한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미지의 문명과의 조우에서 적대적인이 우호적인지도 판단하지 못하고, 아무런 정보가 없이 우왕좌왕하는 한 시기 영국의 타운사람들의 모습과 앞으로 다가올 지도 모를 이계와의 조우 때 우리가 보일 모습이 그리 다르지도 않을 것 같고, 오히려 그간의 인구증가와 도시확장을 보면 훨씬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일단의 외계인 신봉자들이 이야기하듯 초고도로 발달한 문명은 선할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극선이나 극악이나 초고도문명을 만들어낼 능력이 있다고 보고, 또 그들의 선과 우리의 선은 그 기준이 다를 수도 있기에 어쩌면 지금처럼 UFO는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편이 나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간만에 나온 하루키의 여행에세이.  언제나처럼 큰 임팩트는 없이 잔잔한 그만의 필체로 과거의 여행을 다시 밟아간 이야기.  재탕이 종종 이뤄지지만, 이번의 이야기는 그가 8-90년대에 방문했거나 잠시 살았던 곳을 비교적 최근에 다시 돌아보면서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고, 친했던 사람이나 즐겨찾던 장소를 찾는 등 다른 책에서 보지 못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어 더욱 반가웠다.  워낙 이전의 여행과 이번의 재방문사이의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없어진 곳도 있었고, 대를 이어 운영하는 숙박시절도 있었는데, 우조를 너무 많이 마시면 안된다던, 가끔은 생선을 손질해주기도 하던 친절한 모씨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만날 수 없었다고 하니, 맘이 착잡하기도 했을 것이다.  잘 나가는 작가란 직업이 부러운 건 무엇보다 이렇게 어디든 쉽게 떠날 수 있다는 점.  게다가 잘하면 책을 쓰는 조건으로 비용지원까지 받을 수 있으니까 금상첨화다.  하루키도 이제 60대가 되어버렸다.  그러므로 젊은 시절만큼 힘있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점점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여행기도 좋고, 잡문도 좋고, 그저 주기적으로 새로운 글을 써주었으면 한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읽을 땐 미처 몰랐는데, 윤성근씨의 글솜씨나 풀어내는 이야기의 소재들은 남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헌책방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부러움도 있고 해서, 그가 쓴 책을 모두 구해보게 되었다.  지금 배송중인 두어 권도 받으면 바로 읽어낼 생각이다.  전문작가의 글도 보았고, 상당히 이런 쪽으로는 많은 글을 읽어봤는데, 윤성근씨의 글은 (1) 작가들의 독서평론처럼 빛이 나는 점은 없지만, (2)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 일부 젊은이들이 시도하는 책출판경력서 따위의 글보다 훨씬 더 좋다.  책을 쓰기 위한 글이 아니고,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쌓인 것들이 술술 글로 풀려 모인 느낌이랄까?  한달 한번씩 심야책방을 열기도 한다는데, 아마 하루의 업무를 마친 늦은 밤, 혼자 조용히 책상앞에 앉아 낮의 번잡스러움과 벌이의 고달픔을 뒤로 하고 한땀씩 정성들여 새기지 않았을까?  특히 '탐서의 즐거움'에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아주 자연스럽게 혼자 부엌 한켠의 작은 식탁에 노트를 펼쳐놓고 글을 쓰는 모습이 떠오르게 하는 무엇인가가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그려낸 그의 모습이었다.


엘러지가 심해지니까 여느 기침감기와 다를 바가 없다.  1-2분에 한번씩 기침을 하고 그렁그렁하게 맺힌 가래를 닦아낸다.  좀더 심각한 증상일까봐 걱정이 되는건 확실히 나이를 먹은 탓이다. 가라앉지 않으면 조만간 다시 병원에 가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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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6-06-23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루키 진짜 읽고 싶네요 ㅋ 기침 조심하세요 ㅠ 저도 가래가 너무 심해서 금연약 치료 받아서 챔픽스 먹으며 금연하고 있어요 담배를 안 피니 괴롭네요 ㅋ 알러지가 좀 없어지시면 좋겠어요

transient-guest 2016-06-24 00:5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요즘은 어디가 아프면 확실히 예전보다는 만성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aging...이죠..ㅎ 저는 담배를 피지 않고, 유일한 vice는 술이랍니다. 사실 술을 끊으면 만사형통인데 말이죠..ㅎㅎ 건강관리는 필수입니다.

cyrus 2016-06-23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 감기가 제일 무섭습니다. 지난주에 통풍이 무릎, 손목에 재발했는데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몸이 아프면 책 읽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집니다.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드러눕고 싶습니다. ㅎㅎㅎ

transient-guest 2016-06-24 00:57   좋아요 0 | URL
저는 5-6월엔 알러지가 심해질 때가 있어요. 증상이 심해지면 감기나 진배없어서 의사한테 가도 잘 모르더라구요.ㅎ 요즘 제가 딱 그래요. 만사가 귀찮고..책더미를 디벼서 읽기 쉽고 신나는 막소설을 찾아 읽어야할 것 같습니다.ㅎㅎ 통풍은 정말 괴롭죠...약을 먹으면 멍해진다고 한창 고생하던 선배가 말하더라구요. 식이요법과 다이어트로 극복하고 꾸준히 관리해야한다고 들었습니다. 통풍이 치료되었으면 합니다.

호서기 2016-09-02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방금 우주 전쟁을 읽었습니다. 임종기 씨가 옮긴 2005년 책세상 판으로요. 다큐멘터리 같았다는 님이 표현이 아주 적절한 것 같군요. 오죽하면 라디오 오페라를 듣던 사람들이 실제 상황인지 착각했겠나 싶더라구요. 암튼 전에 몰랐던 깊이가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9-03 03:04   좋아요 0 | URL
SF를 흔히 어릴 때 읽는 책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우리나라엔 특히 강한 것 같습니다. 저도 늘 그렇게 생각했었구요. 그런데 알고 보면 세태풍자나 미래예측, 사회상을 반영하는 등 수준이 높은 소설이 많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다시 읽는 SF의 맛이 더욱 각별한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