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악마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5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문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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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일인칭으로 서술된 한 남자의 회고로 시작된다. 왜 그의 아내의 몸에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흉터가 있는지, 또 왜 그의 머리는 하얗게 샜는지.

이 이야기 역시 그간 읽어온 일본 추리소설 특유의 그로테스크함과 란포가 좋아하는 밀실트릭으로 가득 차 있는데, 특이한 점은 곳곳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장치들을 깔아놓은 것이다. 그 밖에도 동시대 우리나라의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동성애라던가 하는 것들을 교묘하게 깔아놓아 독자의 추리를 방해(?)한다. 다만 정통추리물에서는 볼 수 없는 기묘한 트릭, 즉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실행하기 위한 변칙적인 등장인물이나 스토리의 전개는 역시 애드거 알란 포의 오귀스트 뒤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upgrade버전이라고 할까?

일본 작품에서 즐겨 쓰이는 주제들로 이제 내가 recognize할 수 있는 것들은:

1. 건축양식에 따른 밀실이면서 밀실이 아닌, 즉 access가 가능한 일본식 집/방
2. 난쟁이, 변태 등 특이인물
3. 치정관계
4. 변태적인 성관계
5. 무위도식하는 학사나 박사

뭐랄까 클레식을 읽는 듯한 가벼운 마음으로 담담하게 전개를 볼 수는 있으나 특별히 추리를 즐기기는 어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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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울한 짐승 동서 미스터리 북스 85
에도가와 란포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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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는 일본의 대정시대에 활동했던 일본 추리/미스터리 소설의 선구자이다. 그 자신이 서구 미스터리 장르 대가들의 엄청난 팬이었던 그의 필명인 에도가와 란포는 에드가 알란 포를 일본식으로 개칭한 이름이다. 그만큼 당시 서구의 미스터리 작가들을 좋아했음이다.

란포의 작품의 묘미는 명석한 두뇌의 명탐정이나 형사가 오리무중에 빠진 사건을 파헤치는데 있지 않다. 일반적인 탐정물과는 다르게 란포의 작품은 등장인물의 기괴한 심리의 적나라한 묘사에 있는 것 같다. 총 10편으로 이루어진 이 단편집은 그러한 기괴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Bondage”에 빠진 등장인물들도 여럿이 나오고, 심지어는 아무런 이유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추리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큰 트릭이 없고 오히려 대부분의 clue, 나아가서는 모든 범죄 행위 자체가 독자에게는 모두 open이 되어있는 상태로 담담하게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은 란포만의 특징일까?

지금까지 읽은 몇 되지 않는 일본 추리소설 작가들의 작품이지만, 란포의 작품 같은 것은 없었다. 란포의 정신세계가 궁금하다.

그런데, 일본은 얼마나 서구화되어가고 있었길래, 또 얼마나 성적으로 개방이 되었었길래 그 시대에 벌써 S&M과 성적인 쾌락을 위한 목조름 같은 것이 소설의 소재로 쓰였던 것일까? 기껏해야 1920-30년대 사이인 작품의 시대배경인데 우리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기괴한 일이 거의 100여년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그 시대의 작가의 창작을 통해 이야기 되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추리소설, 또는 미스터리 장르의 팬이라면 란포의 책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홈즈나 루팡에서 보이는 로망이나 유쾌함은 없다. 일상사의 아주 평범한 인간들의 추악한 내면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것이 매우 서리얼하게 느껴지는 것이 이 책의 묘미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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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 전3권 세트 - 유재주의 초한지
유재주 지음 / 돋을새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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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접한 초한지는 정비석님의 소설 초한지다. 고려원에서 출판된 5권짜리였는데, 전국시대말기에서 유방의 중국통일, 그리고 그 후일담을 다룬 책으로써, 당시의 시가로 권당 15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 이런 책들이 한권에 만원에서 만이천원이고, 활자도 두배로 커졌으니, 지금 다시 나온다면 한 10권에서 12권으로 편집되어 권당 만원정도로 팔릴 책이겠다.

소설 손자병법으로 정비석풍의 역사소설 (정확히는, 역사소설을 표방한 통속소설 내지는 그 반대)에 한창 재미가 들렸던터라, 이 초한지는 못해도 열번을 읽었을 것이다.

삼국지는 여러 작가의 역을 읽어 보았으나, 초한지는 그렇지 못하다. 최근에 이문열씨가 평역한 본이 나왔다는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하던 차, 우연한 기회에 유재주의 초한지를 읽게 되었다.

저자는 군더더기를 떨어내고, 기존의 초한지와는 조금 더 다른 관점으로 스토리를 풀어 나간다 (이는 저자가 책머리에 밝힌 바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 자체도 전국시대의 통일이 아닌, 시황제가 죽기 거의 직전부터 시작하고, 전개도 매우 빠른 편이다. 스토리 전개가 빠르니만큼, 작은 이야기들에 얽매이지 않고 굵직한 줄거리들을 중심으로 하여 단 3권에, 그것도 요즘 활자크기의, 초한지의 gist를 담아내고 있다. 여기까지는 장점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후세에 나온 term이나 사상이 버젓이 유방시대의 사람의 것으로 둔갑하여 나오는 것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유협에 대한 정의 같은 것인데, 전국시대 말기의 사람의 입에서 사마천의 사기에서 define한 유협에 대한 정의가 술술 나온다, 순서까지 거의 비슷하게. 이런 부분들이 여럿 눈에 띄기 때문에 소설의 시간적 사실감을 많이 떨어뜨리는 것 같다. 즉, 누군가 벌써 결론을 알고 소설을 구성하여, 그 결론에 맞는 모드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냄새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역사소설이던 일반소설이던, 이는 피할 수 없는 creation의 운명이겠으나, 그 냄새가 너무 심해서, 스토리가 저자의 결론을 뒷받침하는 것 외의 다른 생명성이 보이지 않는 것은 좀 심하다.

또한 저자가 밝힌 집필 관점에 충실하기 위하여 유방에 대한 부분은 많이 깎아내리는데, 이는 사실에 충실하기 위하였기 때문이라고 하나, 너무 과하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역시 소설의 사실성이나 역사성을 훼손하는 부분이다.

Focus를 유방의 신격화 무너뜨리기에 맞추다 보니, 다른 전투나 전략에 대한 묘사도 많이 떨어진다. 물론, 기존의 초한지의 “뻥튀기”도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중국을 두고 일전을 벌였던 초나라와 한나라의 중심들인 범증, 장량, 한신등 당대 최고의 모사들과 명장이 어떻게 전략전술을 운용하고 용병을 하며, 모략을 꾸미는지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없는 것이 너무 아쉽다.

끝으로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과정에서 스토리의 중요한 연결부분들 마저 같이 덜어진 것은 아닌지 절로 생각해보게 되는 중간중간의 미약한 전개상의 인과관계가 부족하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주요부분의 맺음이 매우 허무하고 갑작스럽다.

초한지는 오랜 세월 동안 동양삼국의 여러 작가들이 평역, 번역 등을 통하여 서술해온 고전이다. 이런 고전들이 어떤 보편적인 형태와 내용, 그리고 전개를 가지고 있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을 작가가 임의로 용감하게 편집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로써는 의미가 있지만, 서객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정말로 잘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상당히 불만스러울 것이다. 내가 진순신의 책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이유라고도 하겠다.

이렇게 쓰고 나니, 유재주님이 열심히 쓰신, 처녀작도 아닐, 이 책이 매우 볼품없이 느껴진다. 하지만, 쉽게 읽혀지는, 또 하나의 초한지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어 볼만하다. 떠드는 것이란 원래 창작보다는 훨씬 쉽다는 점, 그리고 이 떠들어 대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의견에 바탕한 점이라는 것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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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차 그리고 여행 - 어느 날 문득 떠난 무난한 청춘들의 사소한 일본 여행기
심청보 지음, 김준영 사진 / TERRA(테라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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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특별하지는 않고, 사진과 잔잔한 에세이로 이루어진 두 남자의 일본 여행기이다. 곁들여지는 사진과 에피소드는 사실 나에게 큰 감동을 이끌어 내지는 못한다. 약 30일간 이어지는 이 투어는 미리 책을 낼 것으로 기획을 하고 만들어진 듯하다. 그렇다고 알찬 여행정보들로 가득 찬 것도 아니고. 소위 화보집 같은 여행기를 겨우 면한 정도의 내용과, 가끔씩 시도한 소설 같은 내용이 있을 뿐이다. 보면 볼수록 출판사의 기획으로 태어난 것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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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거미 클럽 동서 미스터리 북스 92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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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엘러리 퀸즈 미스터리 매거진 (EQMM)이라는 미스터리 잡지에 기고 되었던 12편의 단편을 모은 책인데, 추리보다는 공상과학소설로 더 잘 알려진 아지모프의 책이다. 소위 “안락의자탐정”류인데, 독자에게 간단하고 명쾌한 추리운동을 선사한다. 이 책이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은 모든 clue들이 독자에게도 제공된다는 점이다. 그 덕에 나도 등장인물들과 함께 매 편마다 같이 추리를 해 볼 수 있었고, 심지어는 맞추기까지 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아지모프의 외도라고나 할까?  

이 책을 더욱 재미있게 하는 것은 최근에 운 좋게 구입하여 읽은 아지모프의 자서전 - 헌책방 logos에서 출판되기 전의 리뷰어용 카피를 구해서 읽었다 - 에 모든 behind story가 나와있기 때문이다.  물론 흑거미 클럽을 읽고 한참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 소설의 구성인물들이 모두 실제 인물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매우 재미있다.   

아지모프는 천재적인 유태계-러시아계 미국 작가인데, 죽을 때까지 거의 500여편의 책을 저작 또는 편집한 것으로 알고 있고 관심분야도 공상과학, 추리소설, 과학, non-fiction등 여러 장르에 걸쳐 있었던 20세기의 대작가이다.  한글로 번역된 다른 책들과 구매가 가능한 영문 책 모두를 구해서 나중에 책장 하나를 아지모프의 책으로만 채워보고 싶다.  500여편이면 6단짜리 책장 하나로도 부족할 것이다만 그 과정이 매우 즐거울 것 같어 벌써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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