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의 계획을 세우는 날이다.  내일부터 다시 월요일, 바쁘게 시작하는 한 주간의 시간이 될 것이고, 무엇이든 부족했던 지난 주의 것들을 털어내고 다시 시작하는 시작이 된다.  요즘은 업무와 일상의 스트레스 때문에 술이 좀 늘었다.  임시로 한 주에 두 번 정도를 마시는 것 같다.  내 기준으로 대략 와인 한 병, 혹은 맥주 중 사이즈 서너병 정도를 한 번에 마시는 것이 보통인데, 안주만 조심하면 늘 운동을 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비교적 건강하게 식단을 짜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 주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지 싶다.  혼술이라는 점만 빼면 그럭저럭 알콜중독은 아닌 것 같다.  주종의 다양화는 아무래도 혼술에는 쉽지 않다.  소주나 더 독한 술은 덜 즐기는 편이고, 친구들이랑 떠들면서 마시지 않을 바에는 와인 아니면 맥주로 결론이 난다.  맥주나 와인이나 종류가 많아서 늘 선택의 순간이 즐거운 법인데 맥주는 나이가 들면서 덜 regular하게 마시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통풍이 무섭기 때문이다.  결혼도 하지 않고 방탕한 생활을 25년째 이어가고 있는 지인을 보면 그 무엇보다 통풍이 가장 무섭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나보다 어린 나이에 통풍이 오는 사람들도 꽤 있는 듯 하여, 더더욱 주종을 잘 고르고 술마시는 날 사이의 간격을 넓게 잡고, 물을 많이 마시고 운동을 할 수 밖에 없다.  


내년에는 금년만큼은 일이 유지될까?  크게 도약했었어야 할 2017년이 여러 가지 정책과 트렌드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겨우 현상유지만 할 수 있었고, 2018년이 더 나은 해가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정국이다.  상담은 작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으나 케이스로 수임되는 건수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았기에 이 부분이 화두같다.  어떻게 하면 더 attractive하게 client에게 어필할 것인가.  지지부진한 여러 계획들이지만 11월중에는 시작을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의 업무에서 굵직한 것들을 다 끝내야 한다.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생각했던 몇 개의 케이스들을 다시 진행해야 하는 등 쉽게 일이 풀리지 않지만, 이번 해만 잘 넘기면, 내년부터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적응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의 expectation도 2017년의 변화를 반영해서 다소 낮아지면 어느 정도의 정상화는 가능할 것 같은데 이걸 알 수가 없다.  


늘 조금은 불안하다.  이 긴장상태를 얼마나 더 이어갈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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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13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t-guest님보다 어린 제가 통풍에 당했죠... ㅎㅎㅎ 그래도 꾸준히 운동을 하면 저처럼 운동을 하지 않는 저보다 통풍 발병률은 낮을 거예요. ^^;;

stella.K 2017-11-13 16:20   좋아요 0 | URL
설마 방탕했던 건 아니겠지?
농담이다.ㅎㅎㅎ

cyrus 2017-11-13 18:59   좋아요 0 | URL
몇 년 전만해도 주말마다 혼술을 했어요. 몸속에 요산이 쌓여서 통풍이 생겼어요. ^^;;

transient-guest 2017-11-14 02:08   좋아요 0 | URL
땀을 많이 흘리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ㅎ 맥주는 다 좋은데 통풍이 무섭단 말이죠...물론 다른 술이나 음식도 그런 것 같은데, 유독 맥주와의 상관관계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_-:

transient-guest 2017-11-14 02:10   좋아요 0 | URL
Stella님:

ㅎㅎㅎ 아마 스트레스, 음식, 술 이런 것들이 모두 요인이 되었을 거에요..물론 술을 마시지 않아도 신장이 약해지는 행위로 인해 요산염-통풍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런닝맨의 모씨가 건강하게 먹고 술도 마시지 않고 운동을 많이 하는데 통풍이 있다고 해서 가끔 의심을 해보기도 합니다만, cyrus님...그건 아니겠지요??ㅎ

jangdokhan 2017-12-10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레터를타고 왔다가 일요일오전 서점에 앉아..라는제목이 와닿아 놀러왔습니다.저도 슬슬 월요일이 다가오는것을 생각할시간때네요 ㅋ내년에 좋은일들 많이 생기길빌게요^^

transient-guest 2017-12-11 09:4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즐거운 월요일 보내시고 계셨으면 합니다 ㅎ
 
작자미상,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 - 하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2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완결을 향해 달리는 책속의 책, 책 바깥의 책. 누가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테제로 구성된 추리소설을 읽은 기억이 있기에 결말은 조금 so 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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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미상,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 - 상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2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이토 준지 스러운 표지그림에 끌렸다. 책속의 에피소드가 하나씩 현실이 되어 읽는 이들, 그러니까 작가와 작가의 친구를 조여오는 이야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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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21-10-16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수술을 받고 두달간 병가인 중에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에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었는데 어째 다 나랑 안 맞는게..-.-;; 이것만 빼고 다 내보냈네요.

transient-guest 2021-10-17 23:26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읽는지 4년이나 됐네요. 한 두 권 재미있게 읽고 나머지는 별로인 작가들이 있긴 해요 ㅎ
 

목요일 오후. 비가 많이 내린 날씨, 거기에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연휴, 그리고 이번 해 내내 나를 괴롭혀온 업계의 트렌드와 일들 때문에 점심때가 되자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운동을 하고 땀을 흘리면 조금 더 긍정적인 마음이 마구 솟아나오는 걸 알기에 일단 gym으로 갔다.  그날의 루틴이었던 chest와 back, shoulder, 그리고 ab/core를 각각 여섯 종류씩 해주고, 원래는 트랙을 뛸 예정이었으나 비가 많이 오고 있었기 때문에 스피닝을 하기로 했다.  주중에 이런 저런 오더가 많이 도착했기 때문에 마침 읽을 책은 (늘 부족하지 않지만) 부족하지 않았고, 마쓰다 신조의 '괴담의 테이프'를 골랐다.


처음 읽는 작가인데 미스터리/스릴러에서는 꽤나 알려진 일본의 작가라고 한다.  읽고 난 후의 생각이지만, 작가의 이야기 (물론 이 또한 창작이지만), 창작, 다른 이들의 경험을 버무려 있음직한 기시감을 주면서 스토리를 꾸려가는 것이 주된 방식인 것 같은데, 결국 읽는 책이나 듣고 있는 것과 현실이 묘하게 뒤틀려 현실로 나타나는 뉘앙스로 겁(?)을 주는 것이다.  이야기 자체는 이미 나이를 먹은 탓인지 그리 호러스럽지 않았지만, 일본작가 특유의 서리얼함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어갔던 것 같다.  weight training 후에 하는 cardio는 보통 50분에서 60분 정도를 한다.  러닝머신에서 뛰다 걷다를 하거나 스피닝을 하는 것이 이 부분의 루틴인데 열심히 발을 구르면서 책을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묘한 고요함이 gym전체를 꽉 채우고 있었다.  


내가 gym을 들락거리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부터였고, 2008년부터는 꾸준하게 다녀봤기에 잘 알지만 gym은 아침부터 문을 닫는 그 순간까지 잠시도 조용할 수가 없는 곳이다.  물론 24시간 내내 영업을 하는 24 Hour Fitness의 경우에는 오전 12-2시 사이가 꽤 조용하지만, 보통 새벽 5-6시에 문을 열고 밤 10-12시까지 영업을 하는 대부분의 gym들은 weight가 움직이는 소리, 음악소리, 또 자전거나 러닝머신을 뛰는 소리 등으로 아주 잠시라도 고요한 적막감을 느끼는 것이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그런데, 그간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고요함이 내가 고개를 든 그 순간 약 1분 정도가 이어진 것이다.  gym 1층은 weight room으로 엄청난 공간에 각종 바벨, 벤치, 덤벨, 기계, 스퀏렉, 등등이 펼쳐져 있고, 2층은 남녀탈의실과 요가룸, 그 나머지 공간엔 스탭핑머신, 러닝머신, 자전거 등이 셋팅이 되어 있다.  어느 한 곳도 조용할 수가 없고, 둘 다 조용한 것은 정말로 말이 되지 않은 환경이란 말이다.  그런데, 그 한 순간은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내가 페달을 돌리는 소리 외에는 빗소리나 음악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고, 지나가는 사람도 한 명이 없었다는 말이다.  이건 뭐지 하면서 그 서리얼함에 황당해하다가 읽고 있는 책, 그리고 그 내용을 떠올렸을때의 그 엄청난 기시감이란...내가 정신을 차리고 사진을 찍었을 때에는 다시 부산스러운 gym으로 돌아왔고 계단으로 사람들이 오가고, 아랫층에서는 다시 weight plate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이 책을 읽고 있을때, 책에서 묘사되는 이상한 일이 지극히 우연하게도 나에게 일어난 것이다.  나이를 헛으로 먹지 않았는지 무섭다기 보다는 신기하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다.  


'미래의 문학'시리즈는 고장원의 SF 가이드 총서를 읽으면서 구하게 된 SF시리즈다.  익숙한 작가도 몇인가 있지만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내온 명작과 이를 만든 작가들을 소개 받는 재미가 쏠쏠하다.  '타임십'은 H. G. 웰스의 타임머신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재단의 인증된 후대의 시퀄이라고 한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주인공이 미래의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 위나를 구하기 위해 다시 떠나려는 순간이다.  작품이 쓰여진 시대에만 해도 그 상상력의 출중함으로 말하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웰스 같은 대가라도 양자역학이나 시간의 다중성, 타임패러독스 같은 개념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기에 당연히 주인공 또한 앞으로 달려가면 그가 두고 온 미래와 같은 엘로이 (일로이라고도 읽는다)와 몰록을 또다시 만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이미 미래는 바뀌어 있고 그가 만난 몰록을 닮은 생물들은 아득히 먼 미래에 살면서 매우 높은 문명과 과학을 이룩한, 인류의 까마득한 후손이었다.  그 미래에서 머물며 시간의 다중성과 오염된 과거로 인해 바뀐 미래라는 개념 등 새로운 것을 익히는 것도 잠시 이 과거에서 온 '야후'는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탈출을 감행하고 함께 올라탄 몰록과 함께 자신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지만, 과거 또한 그가 떠나온 과거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이후의 모험은 이들을 먼 과거로 보냈다가 다시 미래로 보내고 시간과 공간의 극을 돌고 돌게 하는데, 결국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는다.  아무래도 요즘의 작가가 쓴 것이라서, 그리고 이미 어느 정도의 결말을 정해놓았던 듯한 뉘앙스가 중간중간 짜증이 나게 하지만, rich한 현대문학과 소설의 세계가 정립되어 있기에 이런 멋진 개작도 나오는가 싶어 부럽기 짝이 없다.  과거의 장편소설이나 대하소설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 한국의 문학/소설계는 다양한 실험을 하고는 있지만, 멋진 장편이 나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싶다.  한 권짜리 소설이라고 해야 글자크기와 간격을 보면 예전의 중편에 가까운데, 책을 워낙 덜 읽는 환경, 출판사의 이익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더 이상 멋진 대하소설이나 외국의 온전한 400-500, 길게는 1000페이지 가까운 이야기가 단권으로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외국소설을 무턱대로 찬양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 많은 책을 읽고 사들여온 독자의 입장에서 말할 때 지금 한국의 소설/문학계는 확.실.히. 뭔가 묘하게 왜곡되어 있다.  거기에 소위 '문창과'라는 것이 생긴 이후, 그 탓인지 아닌지는 내가 함부로 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확실히 어떤 획일화가 생긴 느낌이다.  문학상/출판사, 그리고 특정 작가출신 교수들의 분파에 따른 몇 가지 다른 작풍, 하지만 그 또한 획일화로써의 다양성.  한국소설과 문학에 애정을 갖고 꾸준히 관심을 갖고자 하여 기회가 될 때마다 근대문학을 조금씩 사들이고 현대소설을 모아들이고는 있지만, 확실히 손이 덜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일단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사들이고 읽었으면 좋겠다.  여기에 맞춰 한국의 작가들도 보다 더 다양한 시도, 아니 그 이상 더욱 길고 복잡한 구성을 연구하여, 좋은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지난 번 이야기에서 월인과 가니메데인의 발견에 이어 이번엔 아주 먼 과거에서 돌아온 가니메데인과 지구인의 조우를 그린다. 단권으로 나온 작품인줄 알았는데 계속 이어지려는 것 같다. 아주 긴 이야기의 시작을 겨우 하는 것처럼 그렇게 막 첫걸음을 걷는 듯한 생각이 든다.  아주 먼 과거, 가니메데인의 문명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멀리 떨어진 항성에서 행한 실험의 결과 일단의 가니메데인들은 한 우주선에 갇혀 뒤틀린 시공간속에서 수십년간 여행을 하게 되었고, 지구인들과 만나는 시점은 그들의 시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먼 미래가 된다.  수퍼컴퓨터를 이용해서 대화도 하고 서로 교류하면서 지구인의 과학기술은 더 큰 발전을 하게 될 것을 예측하면서, 가니메데인들은 다시 자신의 동족을 찾아 떠나는 것으로 이번의 이야기가 끝나지만, 읽는 내내 나를 조마조마하게했던 갈등이나 폭주는 아마도 더 먼 훗날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계속 흥미를 주는 책.


모두 네 종류의 "Z의 비극"이 현재 서점에 존재하는데 내가 예전에 본 계림사의 책까지 모두 세번을 읽은 책.  드루리 레인의 추리이상 돋보이는 건 섬 경감의 딸 Faith인데, 결국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을 파헤치는 것도 그녀이기 때문.  추리활극은 여전히 즐!


오늘은 여기까지만 써야할 것 같다.  이번에 나온 존 그리샴의 최신작의 모티브가 되었던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기사, 그 음모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은데 정리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  그리고 기왕이면 지금 읽고 있는 마쓰다 신조의 '작자 미상'을 다 끝내고 싶기 때문이다.  토요일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고, 나는 늘 주말이 아쉽다.  자영업자생활 첫 두 해는 Monday blues가 없이 지나갔었는데 이젠 마치 남의 일을 하는 양, 목요일부터 즐거워지고, 일요일 오후부터 우울해지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다시 즐거움과 희망을 찾고 싶은데 time is against me 같은 느낌의 아재인 것이 현실이다.  밤엔 간만에 밀맥주를 마시면서 self위로라도 하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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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12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대학생 때 글 잘 쓰는 대학생들끼리 모인 적이 있었어요. 그때 그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하더군요.

˝혹시 문창과나 신방과에 나오셨어요?˝

그때 기자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전 그 질문을 듣고 질문한 학생들이 ˝문창과, 신방과 학생은 글 잘 쓴다˝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transient-guest 2017-11-13 03:05   좋아요 0 | URL
제 편견인지는 모르지만 기술적으로는 잘 교육을 받아도 뭐랄까 창작의 다양성에 있어서는 확실히 문창과의 도입은 득보다 실이 많은 것 같아요. 뭔가 정형화된 느낌.
 

오전에 치과예약이 있어서 다녀온 후 잠깐 사무실에서 잡무를 처리한 후 gym에서 오늘의 운동을 마쳤다.  원래의 계획에는 field에서 간만에 달리기를 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런 30분간의 집중호우로 뛸 맘이 가셔버렸다. 나이가 있기에 괜히 미끄러지거나 삐는 등 부상도 걱정이 됐고 온 하체에 물을 튀기면서 뛰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시간도 그렇고 해서 요즘의 골치아픈 일상에서는 갑자기 unafforable한 취미가 되어버린 서점과 커피가 그리워 그리로 차를 몰았다.  서점에 거의 도착해서 마침 내 신호를 받고 우회전을 하려다가 길을 건너려는 사람을 보고 차를 세워 그녀가 지나갈 수 있도록 수신호를 한 찰나, 갑자기 백미러를 보니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차, 그리고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를 들었고, 바로 기어를 움직여 차를 조금이라도 앞으로 빼려고 했으나 접촉사고를 피할 수는 없었다.  결론적으로 범퍼가 살짝 상한 정도였고, 무엇보다 사고를 낸 차와 차주를 보니 문제를 만들고 싶지가 않았다.  피자배달을 하는 사람인데,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 영어도 잘 못하고, 딱 계산이 나오더라.  가난한 이민자, 그것도 아마 나이가 꽤 들어서 미국으로 온 동유럽 아니면 페르시안계 이민자.  경찰을 부르거나 보험처리를 하는 것이 내 평소의 지론인데 사실 사고로 입은 데미지는 종종 나중에 드러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보내기로 했다.  


다만, 이 사고보다 더 기분이 드러웠던 건, 내가 길을 내준 보행자의 태도였다.  자기를 기다려주다 사고가 났고, 내가 그런 배려를 할 이유도 없었고, 무엇보다 그 사고를 바로 눈앞에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나한테 고맙/미안하다는 제스추어를 날린 후 그냥 가버린 그녀.  통상의 반응이라면 일단 내 사고를 목격한 사람으로서 최소한 내가 괜찮은지, 자기의 증언이 필요한지 등을 묻는 것이 예의가 아니었을까?  다시금 느끼지만 세상엔 참 많은, 갖가지 종류의 인간들이 산다.  


그간 읽은 책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날씨탓인지, 연휴라서 그런지 서점에 사람이 많아서 편히 앉을 자리가 없다.  물론 지금 앉아있는 의자는 무척 편한, 이곳에서만 보는 의자지만, 책읽기엔 편리해도 책상이 없으니 노트북으로 뭘 하는 건 좀 어렵다.  어제 '괴담의 테이프'를 읽다가 경험한 혹은 경험했다고 느낀 이상한 순간의 정적도 좀더 떠올려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오늘은 아닌 것 같다.  


SF나 LA같은 대도시는 조금 다르지만 켈리포니아는 대체로 보행자에게 많은 양보를 한다.  따라서 앞으로도 가능하면 계속 양보를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기분은 조금 씁쓸하다.  그래도 어려운 사람에게 크게 클레임을 하지 않고, 경찰도 부르지 않는 등 '보호'를 해주었다는, 즉 보다 더 큰 선행의 기회를 잡았고, 이를 헛되이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위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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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12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급작스러운 상황을 겪거나 목격하면 상대방의 감정을 살필 여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

transient-guest 2017-11-13 03:05   좋아요 0 | URL
뭐 갈길 간거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