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어떤 회사가 있다. LA에 있고 지점도 많이 거느린 중견기업수준의 규모를 자랑한다. 이민 일세대가 일구어낸 대단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부지런한 한국인이 세운 회사답게 법적으로 지정된 어지간한 연방휴일은 거의 지키지 않고, 오전에 30분 일찍 와서 오후에 30분 늦게 가는 것이 회사의 업무방침이다. 주말에도 토요일에는 오전근무를 시킨다.  아무래도 영어가 약하다보니 실력이 있어도 본토회사에는 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직원들의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 회사는 사람을 절대로 자르지 않는다. 그저 나갈 때까지 괴롭힌다.  온갖 업무적인 스트레스를 주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맘고생을 시킨다.  못 견디고 퇴사할 때까지 그렇게 기다려준다.  직원을 자르는 건 원래 at-will-termination계약이라고 해서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가능하다 (물론 불법적인 이유나 다른 사적인 건으로는 위법이다).  그런데 이렇게 직원을 자르면 그 직원은 6-12개월간 정부에서 일부를 지원하고 고용주가 평소에 적립하는 unemployment 연금을 신청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고용주는 결과적으로는 평소에 부담하는 적립금액이 조금 올라간다, 아주 조금.  불법적으로 오버타임을 강요하고 사람을 괴롭히면서까지 아낀 돈으로 이룬 이민 일세대의 성공신화. 눈물겹기 그지없다.


영리한 민족성을 보여주는 듯, 사장도 회사의 업무방침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걸 안다. 그렇기에 노동법전문 - 고용주의 편에서의 - 로펌을 하나 끼고 아예 고용과 노동법위반에 따른 문제를 위임해서 처리하고 있다.  역시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문제가 날 수도 있고 조용히 끝날 수도 있으니 마구잡이로 법을 위반하다.  그랬다가 가끔 당찬 직원이 퇴사 후 고용/노동법위반으로 민사소송을 걸면, 로펌을 통해 시간을 끈다.  대충 1-2년은 쉽게 질질 끌다가, 나중에 합의하면 그만이다.  바로 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사실 큰 건도 아니라서 sue하는 쪽이나 defense하는 쪽이나 결국 합의로 귀결될 것을 안다.  다만, 그걸 질질 끄는 것이다. 지쳐 나가떨어지거나 묻어두거나.  시간이 많이 지나간 후 만불정도로 낙찰을 보면, 변호사와 소송인이 나눠 갖게 되니 액수도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살다보면 흐지부지 되는 것이다.  


이 회사의 사장은 지금도 열심히 한민족의 위상을 드높이며 이민 일세대의 성공을 자랑하고 있다.


사례 2:


부띠끄로펌을 지향하는 한 로펌이 있다. 창업 당시부터 교묘한 감언이설로 여럿을 꼬셔 회사를 차리고 적은 월급으로 부려먹다가 자리가 잡히면서 다시 창업멤버들을 내보낸 회사다. 창업 때 함께 키워서 잘 살자고 쥐꼬리만큼씩 지분을 나눠주기는 했었고 그 가치를 엄청 부풀려 이야기를 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함께 클 수 없는 업무환경을 의도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결국 나머지 구성원들은 나가던가 낮은 대우를 감수하던가 두 가지 선택의 길만 주어졌을 뿐이다.  의도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나가던 시점에 하필이면 대표의 경영방만으로 회사의 전체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졌었고, 그나마 갖고 있던 지분의 값어치는 원래보다 훨씬 낮게 평가된 상태로 buy-out되었다.  여전히 돈이 되는 사람, 도움이 될 사람에겐 간과 쓸개를 내줄것처럼 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막 대한다는 소문이다.  전형적인 386으로써 자신이 보는 자기의 모습은 노빠, 하지만 남들이 보는 그의 행실은 MB에 가깝다는 이야기.  


이런 사례들이 한인성공신화의 대다수라고 말하면 무리가 있겠지만, 적지 않은 수라고는 단언할 수 있다.  사실 소상공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노동력착취는 어쩔 수도 없고 남에게 강요하는 것도 아니라서 크게 탓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마인드는 사업규모의 성장에 비례해서 함께 커져야 하는건데, 적지 않은 경우 마인드는 그대로 소상공인의 마인드에 머물러, 아니 자신의 대우는 높아지고 일은 적게하면서 직원대우는 소상공의 마인드를 가져가니 문제다.  


내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다짐한 것이 있다. 준비가 되어 제대로 사람대우를 해줄 때까지 함부로 다른 이를 데려다 쓰지 않겠다는 것.  저임금으로 사람을 데려다 부품처럼 끼워맞춰가면서 사업을 했더라면 나도 지금쯤은 직원이 2-3은 되었을 것 같다.  그랬으면 happy했을까?  모르겠다.  살면서 부조리와 비합리가 성공하는 걸 적지 않게 보다 보면 사람이 지치기는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내 이상을 실현할 날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아니면 그냥 이렇게 혼자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저런 일에 갑자기 보고 들은 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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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노 고지 일본환상문학선집 2
우노 고지 지음, 이현정 옮김 / 손안의책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작품 전체에 흐르는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장황한 서술이 환상적이다...-_-:: 작가는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되는 거라고 되어 있는데, 뭔가 아직은 잘 읽히는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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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의 검찰빨대 안모씨.

청문회에서 하는 꼴이 참 미웠던 사람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주나 다른 건 몰라도 관상이라는 것에 믿음이 가는 이유가 이 사람의 세숫대야다.  얼굴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되지만 해온 짓과 상판을 합치면 이번의 한국판 Me.Too의 첫빳따감이란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


이런 놈은 형사도 살고, 민사도 걸고, 법조인은 커녕 사회적으로 매장되어야 한다.  법무부장관보다 더 위세를 부리며 동료검사를 성추행했다면, 그 이상의 짓거리도 아마 엄청 쌓여있을 것이다.  상갓집에서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럴 정도면 아마 이 놈의 짓거리에 당한 법무부와 관계기관의 여직원들이 엄청 많을 것 같다는 이야기다.  


일단 광화문광장에서 공개적으로 거제부터 하면 좋겠다.  좀더 업계식으로 표현하자만 불까기 되시겠다.  한국적폐의 또다른 얼굴마담으로 등극하셨음을 축하하는 바이다.  


성추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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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2-01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굴이 참 칙칙하네요.ㅉ

transient-guest 2018-02-02 03:19   좋아요 1 | URL
살아온 인생이 그대로 녹아들어 배어있죠. 간증하고 죄사함 받았다고 하는데, 신적용서는 그런 의미가 아니죠. 사실 호도되는 부분이 많은데, 신의 용서 vs 사람의 용서에서 신만이 용서할 수 있고, 신의 용서를 받았으니 사람의 단죄를 받지 않겠다는 논리로 흐르는 경향이 많다고 봐요. 제 생각엔 진심어린 회개, 참회, 그리고 사과를 통한 인간의 용서를 구하고 그 다음이 신의 용서라고 봐요. 참 나쁜 사람들이 종교를 호도합니다.
 

이게 끝까지 나와줄지는 의문이지만, 이번에 이런 멋진 세트로 다시 묶여나오기 시작했으니 사력을 다해 구매일정을 맞춰 살 생각이다. 삼국지도 그랬고 내 삶엔 좋은 책이 참으로 많았지만, 예전에 해적판이지만 어렵게 구해서 읽은 은하영웅전설은 정말 인생의 책이다. 


내 중학교시절을 즈음해서 나온 마이컴이라는 잡지에서 소개된 게임으로 먼저 접했는데 당시엔 기껏해야 플로피디스크 2-3개 용량의 게임이 대부분이었기에 실제 게임보다도 그 소개와 그래픽이 훨씬 더 화려했고, 제국과 민주동맹, 이를 대표하는 두 영웅의 대립구도에 원작소설을 보거나 게임을 하기도 전에 이미 마술사 양웬리의 ANIME그림체가 기억에 또렷하게 남았다.  막상 책과 게임을 구한 건 훨씬 이후의 일인데도 내 기억속의 양웬리와 라인하르트 로엔그람 (폰 뮤젤)과 주변인물의 일러스트는 이 시절 마이컴의 부록에서 나온 그대로 기억되고 있다. 더 나중에는 ANIME를 모두 구했고 정말 열심히 볼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런 열정이 많이 사그라든 지금도 은영전은 출판된 두 버전을 모두 갖고 있으며 다나카 요시키의 책도 가능하면 모두 구하는 등 건담보다더 훨씬 더 나의 덕질의 대상이 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출판사는 모종의 책임의식을 갖고 끝까지 전권을 출간해주어야 마땅하다.


영문판으로는 이미 12권을 모두 구했는데, 한국어판이 이가 빠지는 바람에 정작 가격이 좋은 문고판을 구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차, 이렇게 고가의 덕질품목이 나와버렸다.  건담은 그 세계관으로 하나의 역사를 이룰만큼 엄청난 시리즈라서 반드시 구하고 싶다만 줄어든 일거리에 비례해서 나날이 늘어가는 생활비를 생각하면서 입맛을 다시고 있을 뿐이다.  내가 준비되기 전에 절판되는 비극은 없어야 할텐데...















내 덕질은 로도스도전기를 빼고선 말할 수 없다고 할 만큼 Vampire Hunter D와 함께 고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접한 일본 ANIME의 세계로 나를 끈 작품이다.  VHS는 누굴 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무척 아깝게 생각하고 있다.  DVD로는 미국 OVA, 영웅기사전을, 한국판으로는 OVA를 갖고 있고, 만화책도 소설도, 심지어는 일본어를 하지 못하면서도 슈패미로 게임을 구해서 갖고 있으며 디아블로스럽게 만들어 나왔었던 드캐버전의 게임도 갖고 있다.  판타지성이 다분한 기사이야기하면 이 작품을 떠올릴만큼 여러 번 감상한 작품.


덕질의 세계란 넓고도 깊은 것이라서 이런 이야기는 끝이 없다.  RPG게임의 세계도 쏠쏠하게 재미있는데, 이건 요즘에 자꾸 새로운 게임들이 멋진 모습으로 나오는 바람에 STEAM에 주기적으로 상납을 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나중에 한번 기분이 내킬 때 다시 정리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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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8-01-31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국 이런게 나오는 군요...삼국지와 더불어 최고의 책이자 게임이었던...
저도 요즘 덕질로...밀프라 덕질을 오랫만에 시작했다가 겨울 본드냄새 맡기가 싫어서 잠시 건프라로 갈아탔습니다. 그러다가 건담 애니도 시작을....

transient-guest 2018-01-31 12:06   좋아요 0 | URL
오랫만입니다 saint236님. 잘 지내셨나요?
건프라나 밀프라 모두 좋아요. 저는 워낙 손재주가 없어서 즐기지는 못하지만 잘 만든 프라모델은 보는 걸로도 즐겁습니다. 이번엔 은영전 만화책이 제대로 끝까지 나와줬으면 좋겠네요.ㅎ

cyrus 2018-01-31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네 만화방이 문 닫아서 만화책을 접하기가 어려워졌어요. 그렇다 보니 ‘만화 세트를 지를까’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예전에 동네 만화방이 있었을 땐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어요. ^^;;

transient-guest 2018-01-31 12:49   좋아요 0 | URL
그쵸. 사실 제대로 된 만화방이 하나만 있으면 어지간한 만화는 다 볼 수 있죠. 꼭 사고 싶은 좋은 작품만 골라 모을 자유가..ㅎ 예전에 인턴쉽하면서 학원가/유흥가 (왜 꼭 붙어있죠??) 부근에서 원룸을 얻어서 잠시 있을 때 그곳이 전철역하고도 가까워서 그랬는지 끝내주는 만화방이 있었어요. 6천원이면 하루종일 볼 수 있고 24시간에 밥도 시켜먹을 수 있었기에 시간이 날 때 열심히 이용한 기억이 납니다.ㅎㅎ 그게 벌써 아득한 상고시대의 영역 같이 느껴집니다. 이젠 그저 곁에 두고 즐기고 싶어요.ㅎ

깐도리 2018-01-31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래곤볼 만화 세트를 사촌에게 빼앗겨서 ㅠㅠㅠ

transient-guest 2018-01-31 14:13   좋아요 0 | URL
저도 어릴 때 갖고 있던 것들 지금 그대로 갖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ㅎㅎ
 

일에 모든 힘을 다해도 쉽지 않은 것이 비단 이 바닥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사람이란 본디 자기중심적이라서 그런지 항상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내가 실수를 해도 커버해주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직의 뒷받침 같은 건 기대할 처지가 아닐뿐더러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도 없기 때문에 일을 생각하면 늘 예민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직업적인 특성이라서 더욱 그런게 아닌가 싶다.  


그럭저럭 급한 불은 끄고, 둔화된 업계의 경기 덕분인지 월요일인 오늘 오후 정도에 계획한 일을 모두 끝내고 말았다. 퇴근까지는 3-4시간 정도가 더 남은 시점이라서 뭔가 다른 일을 하려고 뒤적거렸으나 아침부터 곤두서있던 신경을 좀 끄고 싶었기 때문에 노닥거리면서 40대의 귀중한 한 시간을 그렇게 더 늙어버렸다.  그러다가 뭔가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었던 기분에 남은 시간동안 읽을 책을 찾았는데, 그것이 돌아가신 구본형선생의 '일상의 황홀'이란 책이다. 


뭔가 의미있는 글을 찾으려는 마음이 앞선 탓이었을까, 그러나 독서는 생각만큼 즐겁지 못했고, 주로 예전에 읽으면서 밑줄을 친 부분을 중심으로 그렇게 금방 한 권을 읽어냈는데, 문득 채우는 독서가 아닌, 이제는 비워가는 의미로 책을 대해야할 시기가 온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슨 개똥철학과 소주마시는 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무엇을 찾기 위한 독서는 이제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책에서 길을 찾는 건 30대가 마지막이란 그런 의미. 40대엔 더 이상 무엇을 배우기위해, 준비가 부족해서 등등이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그런 비슷한 걸 갑자기 생각한 것 같다.  그것이 이 책을 처음 읽었던 30대 중반과는 다른 느낌으로 40대 초반의 독서로 남은 것 같다.  이제는 여유를 갖고 매사에 임할 나이도 되어가는데, 나이를 거꾸로 먹는지 더 성질이 급해지고 다혈질로 바뀌어가는 것 같다.  좀더 차분하게 산처럼 진중해져야할텐데.  정신이 젊은건 좋아도 man-child로 남는건 싫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범위는 무척 넓은데 주종인 SF를 비롯해서 다양한 에세이, 과학서적, 입문서, 추리소설, 거기에 성서까지 건드리지 않은 분야가 거의 없는 이 위대한 작가의 책은 번역서든 영문서적이든 크게 겹치지 않는 수준에서는 가능하면 모두 구하고 있다. 어린 시절 소년소녀문고의 축약본으로 읽은 그의 책을 찾아서 원어로 모두 읽었고, 예전에 구한 Foundation시리즈도 몇 년전에 완결본으로 나온 국역본을 사서 잘 모셔두고 있다. 언젠가 읽을 날을 기다리면서 마치 좋은 와인을 묵히고 있는 듯, 그렇게 함부로 열지 못하는 맘이다.  '영어 이야기'는 자투리테마로도 얼마든지 즐거운 읽을꺼리를 만들어내는 아시모프의 실력을 유감없이 볼 수 있었던 책으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끝낼 수 있었던 흥미로운 주제들로 가득했다.  그리스신화에서 시작된 유럽의 문화가 로마의 라틴어문명을 거쳐 로망스언어권에 남아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었는데, 익히 알고 있었던 어원 외에도 이 책에서 처음 본 이야기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아는 것들을 다시 보는 수준을 넘어 은근한 공부가 되었다고도 생각한다.  물론 이 책에서 읽은 이야기는 흥미진진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요즘 세태 + 내 나이가 겹치면 완전 아재투머치토커로 등극할 조건을 갖추는 셈이니 속에만 고이 간직하고 들을만한 circle이 아니면 함부로 싸지르지는 않을 생각이다.  아시모프의 책은 구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읽을 수 있을 때 모조리 하는 것이 좋다는 건 변함없는 생각이다.


츠바이크의 책을 여러 권 사들여 모아둔 덕분에 아직도 읽을 그의 책이 여러 권 남아 있다.  '마젤란'의 이야기를 보면 인생이 참 무상하다는 생각도 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신의 섭리'나 '도의' 같은 것도 냉정한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생각도 했다.  갖은 역경을 이겨낸 끝에 어이없는 싸움에 말려 죽자마자 개판이 된 그의 team은 결국 스페인에 귀환할 당시 정말 공이 있는 사람들보다는 그저 살아남은 것이 덕인 자들이 모든 걸 차지한 막장코미디 같았다.  냉정한 서술이 돋보이는 책.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는 칼뱅의 무시무시한 공포정치에 맞선 시대적 양심을 다뤘는데, 내가 개신교도가 아니라서 그런지 루터나 츠빙글리 같은 초기의 개혁가들보다 더 높게 평가되는 칼뱅의 위업(?)을 이해할 수 없다.  원체 비판적인 사람이라서 가톨릭이든 불교든 나쁜건 나쁜거다라는 자세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칼뱅은 정말 개막장같은 종교독재자였고 신앙의 자유를 위해 들고 일어선 끝에 그 자유를 실행할 힘을 쟁취하자마자 모든 자유의 불을 꺼뜨린 (츠바이크의 표현) 광신적인 독단과 독선의 소유자였을 뿐만 아니라 아마도 무척 새디스틱한 경향의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가 보인 형벌의 성격과 강도 또한 무시무시했다.  이 희대의 종교살인마를 신주단지처럼 떠받드는 일련의 행태는 기괴하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지금 나의 마음이다. 끝내 살아서는 복권되지 못한 시대의 양심들에게 건배라는 지금의 말이 위로가 될까??  자기가 살던 시대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 그 자신에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상위 1%가 결국 친일파의 후손들, 그리고 군사정권의 부역자들이라는 현실이 새삼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강의를 그대로 책으로 엮은 걸 덜 좋아한다. 책으로 쓰여진 글과 강의를 그대로 글로 엮은 건 형식만 같을 뿐이지 완전히 다른 종류라고 보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강연이나 대담집을 엮은 책은 늘 그저 그렇다.  비록 별은 많이 매겼지만 (사실 내 별은 큰 의미가 없다만) 전에 읽은 그의 서평집만큼 임팩트가 있게 다가오지는 못했다.  하지만 워낙 탁월한 강연, 강의, 해박한 지식, 그리고 신선한 관점이 맘에 들었기 때문에 읽으면서 다뤄진 작가들의 책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다행히 도스토옙스키도, 톨스토이도, 조이스도, 로렌스도, 체홉도 조금은 알고 있는 작가라서 어느 정도 말하는 걸 알아들을 수 있었던 덕분이기도 했다.  그래도 책의 호흡이 적당하지는 않았던 듯, 열정적으로 다가와주지는 않더라.  YouTube에서 찾아본 강의스타일은 조금 의외.  로쟈선생의 서평모음집을 기다린다.



중국하면 고전, 고전하면 중국을 넘어, 중국의 현대소설작가들이 상당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현대문학에 대한 관심도 세계적으로 높아진 건 그간 높아진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큰 이유라는 생각을 아직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한때 서구권에서 일본문화가 아시아의 대표인듯 부상하던 시기가 90년대 초반까지 피크를 치던 일본의 경제부흥시절이었던 걸 생각하면 관련성을 완전히 부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원래 문화적인 자산이 풍부하고 땅이 넓으며 물산이 풍부했고 사람이 많은 나라의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그간 읽은 위화, 모옌, 쑤퉁 등 유명한 몇 작가들의 성공이 단순히 국가의 팽창을 등에 업었다고 보는건 역시 무리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간 등한시했던 중국의 현대소설 - 사실 존재를 안 것도 비교적 최근 - 은 꾸준히 읽어갈 대상이다.  요즘 중국의 SF도 상당히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여러 가지로 부럽다.  얘기가 사잇길로 빠졌는데, 이 책은 '선봉파'라는 ("선봉파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출연한 실험정신과 탐구정신으로 무장한 일련의 젊은 작가군을 일컫는 말이다"라고 어디엔가 나와있다) 이들의 단편을 모아놓은 책이다.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의 책을 사면서 함께 구했다.  


책을 읽는이, 쓰는이 모두 그 시야를 넓게 갖고 깊이 있는 글을 마음 속 깊은 울림으로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1월 중으로는 바쁜 일이 대충 마무리가 될 것 같으니 이제부턴 밀리지 않도록 다시 맘을 다잡을 것이다.  일을 주도적으로 가져가지 못했고 다른 외부요인과 겹쳐 2017년은 한 해를 슬럼프속에서 보낸 것 같다.  2018년도 외부요인은 크게 나아지지 못할 것이니 결국 이런 시기에는 바깥을 보지 말고, 시선을 내부로 돌려 당장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으로 불기운을 쏟아내야 탈이 없다.  그렇게 다진 힘은 언젠가 다시 바깥으로 뻗어나갈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기에.  이런 말을 하기엔 좀 늙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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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1-30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이 <너의 운명을 달아나라>보다 조금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을 훑어봤는데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다룬 5강에 현대미술을 언급한 내용을 보면서 ‘이 책, 한 번 읽어도 이해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transient-guest 2018-01-31 05:07   좋아요 0 | URL
알듯 말듯 했습니다. 기존의 평론과는 좀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것 같았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