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아침에 눈을 뜨면 운동을 다녀와서 씻고 출근하는데 오전에 운동을 하지 않는 날은 그만큼 출근시간이 앞당겨진다. 7시나 8시면 회사에 나가있게 되는데, 업무량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오후 2시나 3시면 하루의 큰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다. 물론 남은 3시간 정도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는데, 이게 잘 안 되는 것이다. 일거리가 마구 밀려들던 2015-2016년에는 늘 자투리시간이라도 쪼개서 신나게 필요한 업무를 처리해야만 회사가 돌아갈 수 있었다. 그래서 보통 오전에는 중요한 일을, 오후에는 행정이나 서류작성 같이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업무를 보는 형식으로 하루의 시간을 사용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을 만큼 많이 slow해진 탓에 하루에 5-6시간이면 충분히 일을 보고 남은 일은 그 다음으로 미뤄도 큰 문제가 없게 된 것이다.  이런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힘들어서 어느 정도는 마음을 내려놨고, 연중에는 줄어든 업무로 늘어난 시간을 회사를 정비하는 일에 사용할 생각이다. 매출이 줄어든 만큼은 다른 곳에서 줄여야하는데 어차피 빚은 없고, 생활비는 낮은 편이라서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매사 뒷심이 부족한 듯한 생활을 하다보니 책읽기도 영향을 받는지 몇 권의 책을 끝내지 못하고 계속 조금씩 읽어가고 있다. 어려운 책도 아닌데 붙잡고 차분히 읽지 못하고 조금 보다가 다시 다른 걸 보고, 다른 일을 하고, 이렇게 한 권을 제대로 다 읽지 못하는데, 계속 이리되니 조금 거슬린다.  이번 주말은 푹 쉬면서 밀린 책을 좀 읽고 회사정비계획 같은 걸 만들어볼 생각이다.  


핏츠제럴드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늘 뭔가 아련한 향수를 느낀다. 내면의 무엇인가를 건드려서 한창 피어나던 젊은 시절을 다시 떠올리거나 하는데, 여기에 대공황이전 흥청망청 돌아가던 시대를 살아간 다양한 젊은이들의 모습과 함께 나의 과거가 버무려지는 것이다.  단편모음집인 이 책을 보면서 내내 그런 설레임과 울적함을 오가며 푹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공통된 테마는 '상실감'이라고 하는데, 과연, '상실의 시대'로 먼저 알려진 '노르웨이 숲'에서 하루키의 젊은 시절이 투영된 화자가 읽을만하다.  오늘의 현실에서 미래로 간 후 과거가 된 오늘 놓친 것들을 다시 얻거나 찾지만 좀처럼 그때와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이야기를 보면서 어릴 때 읽던 핏츠제럴드와는 다른 느낌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나저나 '제안들'처럼 수집수행에 더해질 '쏜살'시리즈를 알게 되었는데, 민음사에서 펴낸 판본으로 작은 판형과 레트로한 디자인이 무척 예쁘다. 이미 책이 많이 나와있기는 한데 가격이 괜찮아서 한꺼번에 사들일 생각을 하고 있다. 일단 장바구니에 담긴 '3X3 Eyes'를 한번 주문하고, 남은 4권을 마저 주문하면서 일차로 쏜살문고의 책을 사들일 생각이다.  


영화는 보다 말았다. 아무리 예쁜 얼굴도 연기가 떨어지거나 떨어지는 연기를 커버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는데 그런 면에서 '건축학개론'의 수지는 이런 것들이 잘 어우러졌기에 '국민첫사랑'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야기는 결국 반전을 어떻게 잘 장치해두는지의 문제였는데, 어쩌면 좀 허무한 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추리소설처럼 명쾌한 결말을 기대하지는 않았고 이미 김영하작가의 이야기구성에 어느 정도 익숙하기 때문에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었다.  치매속에 치매를 겹쳐 모든 것을 한꺼번에 엎어버리는데 문제는 이 또한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마치 Inception의 마지막처럼 찜찜함을 남기는데 영화에서 이런 걸 제대로 표현했는지 모르겠다.  워낙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라서 상대적으로 늦게 읽었기 때문에 조금 빛이 바랜 감이 없지는 않다.


이렇게 떠나고 싶다. 언젠가 고고학, 모험, 발굴, 탐험에 관한 책을 읽은 후로 모험가, 탐험가, 혹은 고고학자를 꿈꾼 시절이 있었다. 물론 현실은 인디애나 존스가 아니었으니 지금은 그저 과거의 기억일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 인생을 살면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고 하니 정말 부럽기 그지없다. 무섭기도 하겠지만, 자신의 확고한 의지와 목표가 있었고 무엇보다 수영실력, 그리고 손재주가 있었던 저자라서 가능했을 것이다. 나는 그저 막연하게 애팔래치안이나 존 뮤어트레일을 종주하는 것을 꿈꾸곤 하는데, 상당부분 다리에 의존하고 굳이 손재주라면 텐트와 장비를 꾸리는 정도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 이전에 물론 산티아고순례를 다녀오고 싶은데 아직은 나 자신에게 온전히 30일 정도를 고스란히 쓸 여유가 없어서 구체적인 계획은 못 세우고 있다.  한번 사는 세상, 왜 그리도 질러보지 못하고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받은 교육, 형성된 가치관, 타고난 성향까지 이럴 땐 맘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다.


막판에 트릭이 밝혀질 때의 허무함이라니.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장치라서 약간은 정도를 벗어난 느낌이다. 그렇게 인물을 바꿔치기 하는 건 추리보다는 연상퀴즈의 영역이 아닌지.  사건의 혐의자로 보이는 몇을 배치하면서 교묘히 핵심을 벗어나는 방향으로 독자를 유도하면서 정작 범인의 정체가 결국 identify theft를 통해 세탁된 사람이었다는 건 뭔가 받아들이기 힘들다.  어차피 구할 수 있는 노리즈키 린타로는 다 읽은 듯하니 잠시 작가와는 안녕이다.















한 편의 영화처럼 장면장면이 눈앞에 그대로 펼쳐지는 듯한 소설. 작가의 본업과 무관하지는 않을 터이니, 영화로 나온다고 해도 그닥 놀라지는 않을 것이다.  SF는 늘 영미-유럽권인데 한국을 무대로 한 SF이고 모든 면에서 한국적이면서도 아주 그럴 듯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time paradox는 어떻게 하자는 건지 모르겠지만, 결말도 특이하고 아주 신선하게 잘 읽었다.  곰탕이라는 음식을 갖고 이런 이야기를 꾸려낸 작가의 다음 책이 기대된다.  


6월의 둘째 주 월요일인 내일부터는 더 열심히 여러 가지를 다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간 내가 너무 모르던 것들이 많은데 차근차근 하나씩 익혀나갈 것이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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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6-11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한 번 다녀오고 싶은데, 거기가 그저 일주일 휴가로는 갔다오기 힘든 곳이라서 도대체 언제갈 수 있나..생각만 하고 있어요. 이 회사를 그만둬야 가능할텐데, 그런데 회사를 관둘 즈음이면 순례길을 다녀올 체력이 될까..싶고요.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실행에 옮겨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과, 지금 이 밥벌이를 그만두는 건 어렵다, 라는 생각이 매번 싸웁니다. 결과적으로는 밥벌이가 이기지만요...

transient-guest 2018-06-12 01:44   좋아요 0 | URL
가끔 다 때려치고 지금까지 모은 걸로 그냥 몇 년 살면서 그때 그때 일하다 말다 하면서 여행다니고 싶어요. 이걸 20대때 했어야 하는데 지금 하고 싶어하니 문제네요.ㅎㅎ 결국 좋은 것들은 모두 은퇴 이후로 미루고 사는게 생각해보면 참 슬프네요.

stella.K 2018-06-11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영하 소설은 아쉽다기 보단 나도 그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뭔가 모를 만만한데가 있더라구요.
그런데 그의 말빨은 정말 빨려 들어갈듯한 마력이 있더군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글이 약한 걸까요?ㅋ

곰탕은 대체로 그런 평가가 많더군요.
그렇다면 영화로 보는 게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transient-guest 2018-06-12 02:02   좋아요 1 | URL
사실 한국의 현대소설은 뭐랄까, 글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제가 글로 표현이 잘 안 되는데, 한국현대소설에 대한 생각이 여러 가지로 복잡합니다. 특히 ‘문학‘으로 분류되는 범주는 오히려 ‘소설‘보다 복잡하기는 한데 구상이나 재미, 참신함이 오히려 딸리는 느낌도 자주 받습니다. 김영하작가는 사실 재미있기는 한데 조금 개똥철학과 궤변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어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습니다.
 
곰탕 2 - 열두 명이 사라진 밤,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 천명관작가 이후 이런 기분은 처음. time travel을 다루는 이야기는 항상 time paradox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의 문제인데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적절히 아이러니를 섞어 잘 마무리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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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7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오쿠다 히데오 소설모음집. 간만에 읽는 오쿠다 히데오는 여전히 즐겁고 쉬우면서도 뭔가 생각할 것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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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쏜살 문고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1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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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감은 핏츠제럴드의 소설을 관통하는 테마라고 한다. 워낙 그를 좋아하기에 잘 읽은 책. 민음사에서 나온 작은 판본의 책인데 ‘쏜살‘이라는 시리즈로 나온다. 모두 갖고 싶을만큼 예쁜 판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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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국에는 '전문대학교'로 오역이 되는 'Community College' 혹은 'Junior College'라는 것이 미국에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중간이라고 보면 되는데 '대학'이라기 보다는 대학교에 편입하거나 직업교육, 또는 한국에서 사설학원이 맡은 역할을 city나 town차원에서 지원되는 공립학교에서 맡기 위한 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외국어를 배우고 싶거나 사진을 배우고 싶다면 학원이 아니라 근처의 JC를 찾아서 등록하고 학기에 한 과목씩 수강하는 것이고, 보다 더 보편적으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여러 가지 이유로 정규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2년간의 JC과정으로 교양과목과 편입에서 요구되는 특별과목을 수강하고 그 성적을 바탕으로 4년제에 편입하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편입보다는 직업교육을 역할이 더 큰 JC도 있는데 결국 그 지역에서 가장 필요한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취지라고 보면 된다.  


예전에 고등학교 때 JC에서 몇 과목을 수강하면서 알게 된 한국유학생들을 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한국에서 대학진학이 어려워서 JC를 통해서 미국대학교로 편입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나이도 보통 25-28사이의 형들이 많았던 것 같다. 2년이 아니라 3년 혹은 4년도 넘게 JC에서 성적관리를 했고 공부가 어려워서 성적위주로 과목을 찾기도 하는 등 다양한 꼼수를 부려가면서 비교적 좋은 학교들로 편입들을 했는데, 그래도 그 또한 노력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정신적 여유랄까, 너그러움이 나에게도 생긴건 세월과 함께 쌓인 경험이 아닌가 싶다. 


모항공사의 조모씨의 인하대학교편입을 둘러싼 부정의혹은 이와는 조금 다른데 한국언론에서 누락된 설명을 하기 위해 서론을 길게 썼다. 조모씨가 미국에서 다닌 학교는 JC다. 여기서 2년을 수강하고 편입을 했으려면 미국에서 했어야 했다. 그런데 2년을 다니면서 제대로 수강과목을 채웠는지, 성적이 맞는지도 의문이라고 하니, 미국에서도 편입을 어려웠을것이다.  그런 JC 2년수강으로 한국의 4년제 대학교에 편입을 했다는 건 심각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일단 외국의 4년제 대학교를 다니다가 3년과정을 마친 상태에서 학점이수와 다른 요소에 따라 편입이 되는 것이니 Junior College에서의 2년수강은 기본적인 자격부터 미달인 것이다.  언론사에서 굳이 2년제 대학교를 다녔다고, 그러니까 '대학교'라는 term에 방점을 찍는데, JC는 한국에서 생각하는 개념의 '대학교'가 아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고등학교 졸업장과 돈만 있으면 갈 수 있는 것이 JC라는 말씀. 외국학생은 토플이 필요하지만 이 집안의 사람들은 모두 미국사람이거나 영주권자니까 토플점수 없이 고졸로써 그냥 돈만 내고 2년간 놀다가 인하대로 유턴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당시 책임자들, 교수들, 행정, 경영까지 싹 다 형사고발되어 재판을 받고 불명예스럽게 모가지가 날아가야 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 그런 대가리로 3남매가 똘똘 뭉쳐 재벌기업을 주무르고 있으니 모양새가 그 꼴인 것이다.  사실 한진일가만 뉴스화가 되는데, 대한민국의 대형기업, 아니 그냥 일개 돈 많은 부자들은 안 그러고 살까?  거기서 거기고, 돈과 힘에 비례해 더 나쁜짓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다.  


JC는 훌륭한 제도이다. 돈이 없는 학생, 고등학교과정까지를 여러 가지 이유로 망친 학생, 늦게 학업에 눈을 뜬 학생들, 나이가 들어서야 공부할 여유가 생긴 사람들이 고졸-대입의 tech tree에서 인생의 방향이 결정지어지지 않고 언제든지 더 공부하고 더 좋은 학교에 가고, 더 좋은 곳에 취직할 수 있는 교육기회를 일반대학교에 비해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미국으로서는 드물게 사민주의적인 제도인 것이다.  실제로 돈이 없어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이 JC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심지어 아이비리그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주 단위의 명문학교에 가는 경우도 아주 많다.  JC출신들은 아예 공립4년제에서 3학년편입숫자에 일정한 쿼터를 만들어 주기도 하는 등 차별받지 않도록 법적으로 장치를 마련하는 경우까지 포함해서 매우 좋은 제도를 abuse하는 인간들이 없지는 않은데 그 중 하나가 조모씨였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뉴스기사가 떠올라서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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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6-06 19: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국은 계급에 상관없이 실력이 있으면 누구나 교육받을 수 있는 교육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잖아요.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미국과 비교하면 너무 획일적이고 단순해요. 학습 결정의 선택권이 없는 아이들은 ‘(4년제)대학교‘ 중심의 입시제도를 따를 수밖에 없어요. 우리나라에도 JC 같은 제도가 많아져야 해요. 물론, 조 뭐시기처럼 실력 없는 사람들이 거저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실력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transient-guest 2018-06-07 00:31   좋아요 0 | URL
한국보다는 그런 mobility가 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가난하고, 늦게 깨우쳤고, 젊은 시절 방황했다고 해도 어느 시기든지 맘을 먹으면 인생을 재설정할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이 있습니다. 한국은 공부로 모든 것이 결정되고 심지어 취업도 시험을 쳐서 성적으로 들어가니 더더욱 모든 것이 일찍 정해지고 사람은 금방 꺾입니다. 한국에 JC제도가 도입되면 근데 전문대학교와 사설학원들이 난리가 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