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재소장 후보를 보면서:

이건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  공안검사 출신에 이런 저런 부정축재 의혹도 모자란 그의 '개념'있는 발언을 보니 윤진숙이라는 듣보잡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를 능가하는 인선신공을 보여주는 듯.  미네르바 사건이 정당한 검찰의 수사였다는 그의 말을 듣고 나니 그의 전관예우추정대우가 전혀 놀랍지 않다.  이런 사람이 헌재소장, 아니 그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박근혜를 둘러싼 가신단의 시공간을 초월한 사고방식과 수준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 

 

윤진숙 후보:

무슨 말이 필요할까?

 

류현진 MLB 데뷔승:

잘 했다.  하지만, SF Giants와 붙을때는 지난 번 첫 게임처럼 좀 져주기를.  민족과 국가에게 부끄럽지만 내 지역 연고팀이 잘 하는게 더 좋다.

 

부정선거: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어낸 금번 선거는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법적으로 수사를 해서 배후를 밝히는 것, 재판, 이딴걸 넘어서 말이다.  박근혜씨는 하야해야 한다는게 내 기본적인 생각.  옛날 옛적.  Star Wars의 표현을 빌리자면 more civilized time이었다면 만백성이 들고 일어났을 만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어 놓는 관권선거 및 조작으로 간신히 2%를 넘긴 것.  멘붕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단순히 data상으로 이길 선거를 졌기 때문만은 아닐 것.  문재인이 당선되면 망할 조직과 인간들이 똥과 버무린 구더기처럼 뭉쳐서 치뤄낸 부.정.선.거.

 

로맹 가리:

그의 자서전을 보고 있는데, 참으로 이룬 것이 많은 인생이었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그 인생이 과연 자기의 인생이었는지 의문스럽다.  다 읽어야 결론이 나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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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3-04-10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ransient님을 다저스 커뮤니티와 우리나라 엠엘비파크 게시판에다 고발해야겠어요 ㅋ

transient-guest 2013-04-11 01:20   좋아요 0 | URL
핫!! 제가 야구를 잘 안보던 시절에는 박찬호만 응원했었습니다...최근 2-3년간 Giants가 World Series를 두 번이나 석권하면서 팬이 됐지요. 보니까, 야구는 덜 집중하면서 TV틀어놓고 딴짓하기 딱 좋은 스포츠더군요. ㅎㅎㅎ

saint236 2013-04-10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현진이 국대로 뛰는 것도 아닌데 자기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KBL에서도 우리 선수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팀 외국인 선수를 응원하잖아요. 같은 이치가 아닌가요? 미안해 하지 마시길...

transient-guest 2013-04-11 01:21   좋아요 0 | URL
그래도 류현진이라는 한 선수이상, 풀뿌리 스포츠가 거의 없고, 엘리트 체육으로 겨우 유지되는 다소 척박한 환경에서 MLB까지 왔으니까 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사실 데뷔전을 보는데, 잘 던져도 좋고, 못 던지면 Giants때문에 좋더라구요..ㅎㅎ
 

일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고, 아니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러하겠지만, 무엇인가 잘 안되고, 하기 싫어지거나 막힌다는, 즉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경우에는, 주로 앉아서 고민도 하고, 스트레스도 받고 하면서, 시간이 좀 지나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2-3일 정도를 낭비하기가 일쑤다.  하지만, 경험상, 이럴때에는 그저 아무 생각도 하지말고, quality에 대한 생각도, 효율에 대한 생각도 말고, 그저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일종의 grind out같은 것인데, 다른 때에 한 시간에 5페이지가 나올 것을 반 페이지밖에 못 쓰더라도, 일단은 계속 줄기차게, 끈기있게, 달려들어서 하나씩 메꾸어 가다보면, 무엇인가 그 action자체에서 나오는 힘이랄까, 의지랄까 하는 것들이 작용하여 종내에는 원하던 목적에 가까이 가게된다.  창의적인, 혹은 점수를 받기위한 일들은 이렇게만 해서는 물론 곤란하고, 어느 정도 다시 탈고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겠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같다고 본다.

 

지난 주에 시간을 충분이 두고 어느 정도 진행이 가능했을 현재의 케이스를 미루기만 하다가 주말의 다른 일들에 치여서 결국 하나도 진행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책을 더 읽었거나 후기를 남긴 것도 아니라서, 일찍 엄마을 잃은 - 내 사촌 여동생 - 육촌 조카와 함께 몬테레이에 있는 수족관에 다녀온 것이 그나마 다행인 한 주의 마무리가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미적거리다보니 월요일인 오늘까지도 그저 그런 페이스로 일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슬슬 몰려온다.  정체된 상황을 타개하려고 다시 알라딘에 접속하여 되지도 않는 글이나마 끼적이면서 무엇인가 inspiration을 구하고 있는 나의 결과물이, 오늘의 글 되겠다.

 

리뷰를 남겼는지 가물가물하여 다시 써본다.  

동화란 것은 본디 좀 슬프고 잔혹한 면이 없지는 않다.  교훈을 주기위한 우화로 시작하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겠지만, 어쨌든 동화의 원형을 보면 상당히 슬프고 가혹한 당시의 현실이 묻어나온다.  굳이 한때 유행했던 잔혹동화류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그림형제의 동화집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거칠고 어렵던 당시 서민층의 생활상이 그대로 나오는데, 버려지는 아이들, 먹을게 없는 사람들, 가난한 이들의 생활고, 이런 것들이 주된 모티브가 된다.  

 

이런 전통(?)을 충실히 잇는다고 보이는 이 작품은 보는이에 따라서는 아름다운 환상을, 특히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몽환적이고 우주적인 풍경을 볼 수는 있겠다만, 사실 이 자체가 매우 슬픈 이야기가 된다.  가장 친한 친구와 가난하고 소외받는 주인공이 한 순간 함께 시공간을 거슬러 아름다운 꿈속의 여행을 하게 되지만, 그 아름다운 여행이 기실 주인공의 꿈속에서 이제는 다시 볼 수 없게된 친구와의 마지막을 나우는 것임을 알게 되는 결말에서, 다시 주인공이 처한 가혹한 현실과 슬픔을 보았다면 내가 잘못 읽은 것일까?  낭만적인 주제와 테마에 비해, 플랜더스의 개처럼 더없이 우울한 결말을 보게 될 줄은 몰랐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멋진 표지 일러스트는 은하철도 999의 영향인지도.

 

고리오 영감 이래 이어지고 있는 발자크 전작.  

루이 랑베르라는 한 천재의 삶과 죽음을 통해 천재성의 끝을 절대광기로 맺음한 발자크의 또다른 한 부분의 모습을 본다.  세상도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자신도 그를 온전히 지키지 못한 랑베르의 삶은 발자크가 생각한 자신의 한 부분을 극화시켰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발자크가 꿈꾼 아름다운, 그리고 부유한 귀부인, 미망인, 혹은 귀족영양과의 사랑, 지원 같은 테마가 이 짧은 작품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가 말하고자 한 주된 테마를 잡아내는 것에는 실패.  내 독서가 요즘 많이 산만하여 그렇다.  에세이류는 그나마 좀 잘 읽히지만, 진지한 문학을 읽기 위한 심적 환경이 좋지는 못하다.  매사 up and down을 반복하는 것은 우리네 삶이니까, 일도, 책도, 그렇게 좋을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사이를 무한반복하는 사이, 나의 인생도 지나갈 것이다.  

 

'일대종사'에서 엽문의 회고를 보면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하자면, 지금와서 보니 40대까지는 모두 봄이었던 것 같다'라는 말이 문득 서글퍼지는 건 왜일까.  그 말대로라면, 난 아직 봄이 한창인데.  

 

머리의 모드를 좀 바꾸기 위해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일단은 눈앞에 닥친 일을 좀 마무리해야 가능할 것 같다.  책을 꾸준히 읽는 것만큼이나 현실의 생활은 무시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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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3-04-09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정체된 것 처럼 보이지 않는 좋은 글인데요. 폭풍공감합니다. 저도 요즘 발자크의 나귀가죽을 읽는 중인데, 요즘이라기엔 너무 한달을 넘게 붙잡고 있는 ㅡㅡ; 속세의 수렁에 빠져서 이리저리 치이다보니 자꾸 뭔가를 잊고사는 것만 같아서 씁쓸해요.

transient-guest 2013-04-10 00:12   좋아요 0 | URL
아이구...감사해요. ㅎ 일이 많아지면 신경도 다른곳에 쏠리고, 그러다보니 책을 음미하기가 어려울때가 있네요. 끝이 없는 하나의 과정같아요, 우리의 독서도, 다른 그 무엇들도..

노이에자이트 2013-04-09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가가 절대미를 추구하면 무엇인가를 파괴해야 하죠.그 파괴대상이 자기 자신일 수도 있고요.그래서 유미주의 계열의 소설은 자살, 파괴 등 등 결말이 파국적입니다.

transient-guest 2013-04-10 00:13   좋아요 0 | URL
랑베르는 자기자신을 정신속에 가두어 놓은 상태로 죽은 것과 금각사에 불을 질러버리는 것과 같다는 것이군요. 그렇게 보니, 루이 랑베르가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이기도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3-04-10 17:11   좋아요 0 | URL
금각사 외에 <달과 6펜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도 그런 예죠.

saint236 2013-04-10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그렇습니다. 자꾸 미루고, 고민한답시고 끄적거리는 것도 멈추고...

transient-guest 2013-04-10 07:50   좋아요 0 | URL
삶의 무게인지요?ㅎㅎ 바쁘면 쉬엄쉬엄 가야겠죠 뭐. 가다 말다 하면서 가는게 사람 삶인 듯 합니다.

프레이야 2013-04-12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비슷한 느낌이에요. 이곳에 쓰는 가벼운 글마저 쉽지않게 하는 모종의 마음작용이ㅠ 무조건 써보는 것도 페이스를 잃지않기 위한 방책일 수 있겠군요. 소개하신 발자크의 책 눈여겨 봅니다.^^

transient-guest 2013-04-12 21:47   좋아요 0 | URL
행위 자체에서 무엇인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나오기도 하는 것 같아요. 예전부터 그랬어요. 잘 안되면, 그냥 손놓고 있지않고, 생각을 내려놓고, 손에 맡겨서...은근히 효과가 있더라구요.
 

이상하게도, 책읽기와 다른 것들을 함께 꾸준히 즐기는 것이 쉽지는 않다.  예를 들어, 게임과 TV, 영화 같은 것들은 얼마든지 함께 꾸준하게 즐길 수는 있어도, 이것들 중 하나와 책읽기를 함께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요즘, 일도 바쁘게 돌아가고 (다행이다...), 스타 2-2가 나왔고, 팟캐스트에서 딴지 라디오의 이런 저런 방송을 듣고, 야구 시즌이 시작했고, 등등의 일들로 주의가 많이 분산되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책이 들어갈 공간이 머릿속에 잠시나마 부족했던지, 책읽기도 뜸했고, 리뷰도 뜸했다.  뇌의 공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compartmentize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모조리 버려야 한다는 홈즈의 말을 살짝 실감한다.

 

스타 2-2를 하기 위해서 2-1을 끝내려고 게임에 치중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때늦은 PS3의 tekken 6의 온라인 대전에 빠져, 하루는 퇴근 후의 저녁 시간을 온전히 다 보내버리기도 했으니, 그간의 책읽기는 운동하면서 자전거를 타는 warming up시간, 그리고 매우 private한 몸을 비우는 시간에 주로 할 수 있었다.

 

 

 

 

 

 

 

 

 

 

 

 

 

 

 

 

언더그라운드 시리즈는 하루키가 옴진리교의 사린가스 살포사건을 접한 후 느낀 바 있어 르포 형식으로 남긴 글이다.  첫 권은 피해자를, 두 번쨰는 옴진리교 신도들을 인터뷰하고 내용을 그대로 정리한 것인데, 인터뷰이를 잘 리드하며 말을 끌어내는 재주가 돋보이기는 하지만, 특별히 그의 생각이 많이 나오는 것은 없다.  권말에 그의 감상, 그리고 하야오와의 대담을 통한 일종의 토론과 분석이 이어지는데, 이 역시 내 나라/민족의 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지금으로써는 일본에 국한된 상황이었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아니, 많은 것은 운명이나 카트마에 슬쩍 던져버리는, 일본인 특유의 사고가 일부에 국한된 것이 아닌 집단 무의식에 녹아 있는 듯 하여 좀 역겹기까지 했다.  전쟁도 그런식으로 해석하는 국민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유형의 사고가 우리나라에서는 친일파들이 흔히 얘기하는 그땐 다 그랬다, 어쩔 수 없었다류의 변명과 통하는데가 있어 더더욱 맘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본 하루키의 글에서 가장 별로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  하루키는 우익이나 보수, 극우파와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도 말이다.

로맹 가리의 책을 먼저 읽고 그의 일대기를 읽으라던 김영하 작가의 말에 따르려고 했으나, 읽고 나니 오히려 그의 작품을 접하기 전에 그의 일대기를 읽고 충분한 background, 즉 그의 작품이 되는 수 많은 스토리들의 모티브를 알고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버그의 자살은 조금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나 로맹 가리는 자살히 확실한데, 왜 그랬을까?  전형적인 마더 콤플렉스로 평생을 살고, 많은 것을 이룬 그가, 세버그라는 여자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그리도 힘들었던 것일까?  그의 작품을 좀더 읽고나서 다시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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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순이고, 가져가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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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4-02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덕분에 영화 잘 보고 올게요.^^

transient-guest 2013-04-03 03:44   좋아요 0 | URL
즐감하세요..ㅎ
 

지난 주와 이번 주 초에 일을 많이 해놓은 덕분에, 지금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고, 내일까지 넉넉하게 끝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몇 가지 이유들을 떠올려 봤는데, 우선 마음이 바쁜 것이 큰 이유가 된다.  정신없이 집중해서 일을 끝내고 난 후, 휴식을 취하며 책을 펴보지만, 일처럼 빨리 단기간에 무엇인가를 뽑아낼 것 같은 기세로 책을 읽으니, 나도 모르게 속독 아닌 속독을 하고 있는 것을 본다.  이러면,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머리에 남지도 않기 때문에, 바로 내려놓게 된다.  또 하나는, 그간의 축적으로 인해, 읽을 책이 꽤 넉넉하게 확보되었다는 점이다.  책이 많이 쌓이다 보니, 읽어야할 것 같은 조바심은 커지는데 비해, 재미있게 한 권을 잡고 읽는 마인드가 생성되지 않고, 정신이 분산되어 이것저것을 집었다 놓았다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두 가지와 함께 이런 저런 일상의 일들로 인해, 내 독서는 사방으로 중구난방 난삽하게 흩어져 전혀 포커스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태로 근 2주 정도를 지낸 것 같다.  주말에는 여유를 잡고 한 권에 충실해봐야겠다.

 

김영하 작가의 데뷔작이며, 영화화된 적이 있다.  영화의 성공은 모르겠지만, 그 만큼, 김영하 작가의 인지도가 높다는 증명이 된다.  지금에는 그리 파격적이라고 생각되지 않겠지만, 책이 나왔던 1995년에는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무엇인가 의의를 끄집어내어야 할 필요는 없고, 그럴 수 있는 작품인지도 모르겠다만, 소재 자체의 파격성과 구성을 높이 쳐주었을 것 같다.

 

김영하 작가 혼자만의 팟캐스트를 들을 때에는, 그리고 그의 글을 볼 때에는 몰랐지만, 빨책에 나와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김영하 작가는 확실히 이제는 젊은 작가가 아닌, 비교적 중진의 대열에 들어가는 작가의 냄새가 난다.  무엇인가,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 익숙하고 스스럼없어 보이는, 그런 냄새가 느껴지는 것이다.  또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매우 대단한 구라쟁이 내지는 학원강사같은 달변을 보여준다.  역시 책을 읽는, 다소 어눌하고 어두운 목소리로는 추측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말을 잘 한다라기보다는, 내 표현 그대로 구라쟁이 같은 느낌을 받는다.  좋다 나쁘다의 이야기가 아닌,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느낀 내 기분 그대로 그런 것이다.  그의 작품을 하나씩 읽는데서 데뷔작이니만큼 빠질 수 없는 작품이었다.  데뷔작이니만큼 뒷날의 작품에서 보이는 세련미나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전개는 기대할 수 없지만 말이다.

 

전 세기 초에 하버드 총장이 구성하고 실현한, 그 당시 지식인의 교양을 얻기 위해 추려진 책을, 저자는 하나씩 읽어냈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다소 이상하거나 부족해 보이는, 또는 왜 포함되었는지 모를 책들도 있지만, 교육의 기회를 잡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엘리트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지성과 교양을 위해, 최소한의 권수로 인류 인문학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을 모았다는 고상한 목적이 참 마음에 든다.  그 이상, 이런 시도가 제대로 사회에서 받아들여졌었다는 것은 아련한 추억마저 느끼게 한다.  모든 인간의 지상목표는 취업이 되어버린 우리 시대에는 볼 수 없는 모습.  저자의 말에 의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대의 잔상을 보는 것 같다. 

 

책 자체는 썩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저 이런 책들이 있구나, 이런 것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정도?  저자의 글이나 위트도 평이하다고 느꼈고, 죽어가는, 그리고 죽은 이모의 이야기와 책읽기를 오버랩할 때는 문득 '혼자 책읽는 시간'이 생각나기도 했었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조만간 기회가 되면 이 하버드 인문학 서재의 책을 구해서 일년 project를 삼아 하나씩 읽어볼 생각이 들었다.  amazon에 보면 used로 대략 350-700불이면 전 권을 구할 수 있다.  당장 사들여봐야 읽지도 못하고, 부모님 댁 한켠에 쌓아놓게 될 터이니, 신중하게, 정말 읽을 수 있을때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그 전에 사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지만).  

 

다 읽고나서 큰 교양을 기대하기보다는, 어려운 단어가 가득한 책들을 읽어내면서 개발될 뇌의 능력이 더 기대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프로젝트가 나왔으면 좋겠지만, 상아탑이 취업학원으로 바뀐 오늘날에는 무리일 것이다. 

 

책을 좀 읽고 싶다.  주말에는 정말이지 다 던져놓고, 한적한 카페에 한 나절 앉아서 책을 읽도록 해야겠다.  여유도 어쩔때에는 일부러 내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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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3-03-29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읽어보지 못했는데 영화 <주홍글씨>의 원작인가요? 김영하는 사실 젊음과 만나야 하는 코드가 있는 것 같아요. 기발한 상상력이 세월과 만나면 더 잘 익을지 쇠퇴할진 잘 모르겠어요. 팟캐스트 한번 들어봐야겠어요^^

transient-guest 2013-03-29 21:29   좋아요 0 | URL
이름 그대로의 영화가 있더라구요. 정보석이랑 누가 나왔던가 하는데 그리 흥행되지는 않은 듯 합니다. 팟캐스트는 처음보다는 정성을 덜 들이기는 하네요. 최근의 것들은 주로 책을 읽어줍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수면 팟캐스트라능...ㅎㅎ

알케 2013-03-29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수없는 소리지만 ㅎㅎ 저는 김영하가 늘 별로였어요 ㅎㅎ 에피고넨같아서.

transient-guest 2013-03-29 21:30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정확하게 유추하는지는 모르지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