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나니,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로맹 가리의 인생 내내, 어머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누가 보아도, 매우 성공한 그의 인생 - 참전용사, 국가영웅, 작가, 정치인 - 이 과연 그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아마도 자기 자신의 목숨을 버린 것이 거의 유일한 그 자신만의 인생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어머니의 유일한 희망이나 대리만족적인 존재로서의 삶의 결과가 이런 성공한 인생이었음을 아주 나이가 들어서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아닐런지?  아니, 그제서야 자각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기 인생에 자기의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음을. 

어머니의 강력한 자기암시의 예언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로맹 가리의 인생이었음은 비극과 희극적인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이제 그의 작품속으로 들어갈 준비가 되었다. 

 

읽는 내내, 줄거리가 낯익어서 혼났다.  분명 읽은 기억은 없는데.  그만큼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세계도 매너리즘에 빠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그의 작품에 너무도 익숙해 진 것인지.  처음에는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던 많은 기술적 요소들이 진부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의 탓만은 아니다.  한국에서 유독 잘 팔리는 작가들 중 하나라는 '오명'아닌 오명을 달고 있는 그의 다음 작품은 좀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유머를 소재로 하여 작가 특유의 입담은 여전히 대단하지만, 유머의 소재를 인터넷으로 제공받았기 때문인지, 예전에 최불암 시리즈에서 본 유머들까지 각색된 점은 pro인지 con인지 모르겠다.  아니, 그 유머의 시작이 최불암 시리즈였는지조차도 가물가물할 지경.  그래도 그의 애독자라면 소장할 가치가 있음은 충분.

 

우리 시대 최고의 글쟁이라고 - 작가보다는 - 생각되는 조용헌의 최근작.  조선일보에 쓴 칼럼을 모았는데, 한국신문을 보지 않는, 보더라도 조선일보를 볼 생각이 없는 나로서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  조용헌의 동양철학, 사주, 강호, 고수 등의 이야기는 일상을 탈출할 수 없는 나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언젠가는 나도 모든 것을 던지고 좀더 안빈낙도하는 삶으로 이사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보수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보수라고 하겠다.  그의 정치관은 알 수 없지만, 글로 먹고사는 사람으로서 글 앞에 솔직한 그의 모습이 좋다.  글고 혹세무민하는 사람들은 보고 배울지어다.

 

 

로쟈의 강의를 모은 책.  이번에는 글자의 크기가 너무 큰, 즉 상대적으로 내용이 짧다는 점이 좀 별로이다.  하지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그의 문학/책 강의에 참가할 수 없기에, 이런 것을 통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좋다. 

 

일부 이야기들은 새롭게 느껴지지만, 솔직히 다루어진 책과 강의수준은 나에게는 좀 낮은듯.  주부강좌나 책을 별로 읽지 않는 요즘의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강의수준이라고 생각되었다. 

 

로쟈의 강의에 직접 나가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점을 묻고 싶다.

 

 

Etc.

 

 

 

 

 

 

 

 

 

 

그 밖에 읽은 것들.  신의 물방울은 슬슬 지겨워 지는 듯.  한때 와인붐에 편승해, 와인더쿠를 양산하기까지 했었던 만화지만, 이제는 결말을 지을때가 된 것 같다.  도서관의 주인은 여전히 동심의 세계로 가는 길목.  동화를 구해서 읽어보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만화.  우라사와 나오키의 초기 단편 모음은 실험적인 아이디어와 습작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당분간 만화에만 눈이 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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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3-04-23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사적인 독서>가 이번 주문에서 밀렸어요. 일단 로자님 책은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미룬 거였는데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 정도인가봐요? 응? ;; 근데 트란님, 삘 받으셨다. 폭탄 페이퍼 막 올라오는데 다 만화 얘기다. @@

transient-guest 2013-04-23 14:09   좋아요 0 | URL
만화를 테마로 잡으니까 할말이 많더라구요..ㅎㅎㅎ 사적인 독서는 강연 모음?? 셰계문학 다시읽기 보다 조금 더 부실했다고 생각됩니다. ㅎㅎㅎ ㅎㅎㅎ

blanca 2013-04-23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로맹가리의 저 책은 로맹가리의 입문서로 좋은 것 같아요. 로맹가리 자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인듯 해요. 저도 생각보다 <신의 물방울>은 별로였어요. <도서관의 주인> 재미있겠어요.

transient-guest 2013-04-23 14:10   좋아요 0 | URL
유명인이나 앞서가는 분들의 독서이야기는 참고가 되기는 하지만, 역시 다 맞지는 않나봐요. 김영하 작가는 로맹가리의 책을 다 읽고 이 책을 읽으라고 했거든요..ㅎㅎ 신의 물방울, 아니 와인 자체가 이제는 신비스럽지 않죠.. ㅎ

야클 2013-04-2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에 계시면서 이 정도의 독서량이라면 국내에 계셨으면 엄청나게 읽으셨겠어요. 저도 반성 좀 해야겠습니다. 책 한권 잡고 일주일째. -_-

transient-guest 2013-04-23 14:10   좋아요 0 | URL
사들이기는 분명 엄청 사들였겠지만, 한국에 있었으면 저도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는 못했을 것 같네요. 아무래도 외국의 근무환경이 좋고, 전 더구나 자영업자니까요..ㅎㅎㅎ 남는건 시간뿐이네요..

Shining 2013-04-23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맹 가리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사람이에요. 다양한 이력도 그렇지만 어떤 모습은 눈물나게 관대한데 어떤 모습은 어리둥절할만큼 이기적인 말을 하거든요. 하지만 매력적인 작가이자 사람인 건 분명해요. 개인적으로 저는 로맹 가리를 작화증과 허언증이 좋은 쪽으로 발현된 아주 훌륭한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전 이 책이 가리의 소설 중 가장 좋아요. 어머니에 대한 부끄러움과 환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오이디푸스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가는 가리의 마음과 그 마음을 깨끗하게 비추는 문장들이요. 특히 나는 내 어머니의 해피엔드, 라는 문장. 최고예요.

transient-guest 2013-04-24 01:14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로맹 가리의 다양한 인생여정은 작가로서의 그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요.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어린 시절부터의 그, 전쟁 후의 그, 작가로서의 그. ㅎㅎ 저는요, '나는 내 어머니의 해피엔드'라는 문장이 명문이지만, 왠지 읽고 처연해지더라구요.. 저만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oren 2015-01-17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록 오래 전에 쓰신 글이지만 처음으로 이 글을 읽는 저 같은 사람이) 이 글을 읽으니 어느 소설가가 로맹 가리에 대해 쓴 글이 새삼 더 깊은 의미로 확 다가오는 듯하네요.
* * *
로맹 가리의 짤막한 문장의 유서는 이렇게 끝난다.
˝나는 마침내 완전히 나를 표현했다.˝

transient-guest 2015-01-18 01:00   좋아요 0 | URL
로맹 가리를 생각하면 아직도 안개속을 헤메이는 듯 한 느낌을 받습니다만, 죽음만이 온전히 자기의 소유였다고도 생각이 됩니다. 평생 자기의 정체성을 고민하지 않았나 싶은데 나중에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발표한 것도 그런 시도와 무관하다고 생각되지 않구요.
 

정말 간만에 만화를 이것저것 본 김에 살면서 이제까지 내가 재미있게 보았던 만화들을 모아보고 싶어졌다.  오전의 상담 몇 개를 끝내고, 이번 주중에 어느 정도 마무리 지을 일을 앞두고 있는데, 살짝 게을러 진 김에, 서재에 와서 놀면서, 그간 책 남기기에 게을렀음을 살짝 반성하고 있다.

 

합본으로 나온 것은 없는데, 아마도 예전에 '반항하지마'라는 한국 제목을 달고 이름을 모조리 한국식 음독으로 번역했던 작품을 '애장판'이라는 이름으로 원제로 풀어낸 듯.  원래 Great Teacher Onizuka라고 나왔던 작품이다.  같은 작가의 이전 작품인 '상남 이인조'의 주인공들 중 하나인 Onizuka Eikichi (이게 아마 영길로 읽히는 듯)가 5류급 대학인 유라시아 대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교사가 되어 벌이는 학교 모험담.  그 당시 일본의 심각한 문제였던 학원 왕따, 학대, 선생님 습격, 선생님의 범죄나 타락을 주인공의 근기와 깡으로 하나씩 바로잡은 학원 판타지라고 보겠다.  brain빼고는 모든 것을 갖춘 주인공의 활약은, 물론 실제로 가능할 수는 없겠지만, 매우 cool~한 대리만족을 주었었다.  주인공이 실제로 나이를 먹었다면 이제 대략 30대 중반을 넘어섰을 듯.  이건 영문판으로 모두 가지고 있는데, 나중에 세일로 한꺼번에 풀리면 구매를 고려할 것 같다.  드라마로도 나왔었는데, 이 작품은 전 세계에서 약 400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안다. 

 

20세기 소년의 작가인 우라사와 나오키의 초기작들 중 유명한 두 가지를 꼽으라면 나오는 작품들 중 하나.  지금은 대도숙 공도의 한국 지부장을 맡고 있는 류운 김기태님의 글에서 소개받아 구해본 책.  8-90년대 일본 여자유도의 간판스타인 다무라 료코를 모델로 해서 만든 유도 캐릭터 야와라의 일상을 유도와 함께 잘 녹여낸 작품.  유도만화라기 보다는 연애만화라는 류운님의 평도 있듯, 이 만화는 유도와 연애담을 두 개의 축으로 삼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스터 키튼' 역시 우라사와 나오키의 역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인데, 내 개인적으로는 야와라가 더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더 말이 필요없는, 그 당시의 기준으로는 살짝 야한 부분까지 더해서 성인만화로 분류되어 나왔던 작품.  주로 해적판으로 구해서 본 기억이 있는데, 예전에 한국에 머무를 때, 중고로 완전판을 구입했다.  폐점한 만화방에서 풀린 물건이었는지, 책의 staple자국과 진한 담배냄새가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이 완전판을 그야말로 십 수년만에 다시 본 덕분에 스토리의 모든 전모를 알게 되었다.  후속작인 Angel Heart는 animation으로만 접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구해볼 생각이다.  주인공의 이름을 '우수한'과 '사오리'로 만들었던 것이 기억난다. 

 

매우 80년대 스타일의 그림과 발상이 특이하다.  책도 그렇지만, 만화 역시 역사연구의 일차사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둘 다 말이 필요없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바람의 검심은 한때 세계의 많은 이들이 일본의 근대시대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고, 다소 미화된 관점까지 갖게 했을 만큼 영향력이 큰 만화였는데, 이 만화를 보면 일본인들의 숙명론이나 운명론에 입각한 인생관을 느낄때가 있다.  불교에서 차용된 이런 관점이 잘못 이용되면 2차대전의 만행이 당시의 시대에서 어쩔 수 없는 '숙명'적인 일본의 'role'이었다거나, 일본도 '피해자'라는 아스트랄함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배가본드는 실로 오랫만에 34권이 나온 듯.  영본과 한국본을 오가면서 읽었는데, 이제서야 겨우 업데이트가 된 것 같다.  사실 작가가 포기하고 안 그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무사시의 일반적인 결말은 간류지마에서 사사키 고지로오와의 한판승부가 되고, 더 길게 늘이면, 말년까지 갈 수 있으니, 과연 몇 권에서 끝이 날까 궁금.

 

주로 월간 보물섬을 통해 연재되었던 작품들인데, 어릴 때 너무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 시절 일본 만화는 다이나믹 콩콩인가 하는 출판사에서 가짜 작가를 내세워 대거표절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나름 이때는 국산 만화의 중흥기라고 본다.  월간 보물섬 외에도 어깨동무, 새소년, 소년경향, 소년중앙 같은 잡지에서 만화를 다루었고, 나중에는 르네상스를 필두로하여 순정만화 잡지가 나오기도 했었다.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축구를 주제로 한 '그라운드의 표범'도 좋았고, 권투만화나 '이겨라 벤'같은 만화도 좋았다 (다만, 풍산견이 실제로 보니, 전혀 다르게 생겼더라는 것.  그리고 투견만화의 '투견'은 참 나쁘다는 것).  다시 구해보고 싶어졌다.  이들도 그렇고, 옛날 어릴적의 잡지도 그렇고.  이러다가 오타쿠가 될지도 모르겠다.  책더쿠...-_-:

 

더 많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아서 이만 줄여야 하겠다는 생각.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른 만화 이야기를 올릴 생각이다.

 

PS. 쓰고 나서 든 생각.  깜빡했다.  내 시대 최고의 만화는 뭐니뭐니해도!

 

 

 

 

 

 

 

 

 

 

 

 

 

 

해적판과 아이큐 점프, 그리고 단행본이 함께 군웅할거를 하게 만든.  인터넷이 나오기 직전, 그리고 태동기를 평정한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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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3-04-23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해피도 진짜 좋았어요!! 바람의검심과 베가본드는 보통 둘다 좋아하거나, 둘다 취향이 아니거나, 그렇던데 전 베가본드만 좋더라구요. 베가본드 ㅠ
엄청 좋아해서 미야모토 무사시 열권짜리 책도 막 읽고 그랬었어요 ㅎㅎ

transient-guest 2013-04-23 14:07   좋아요 0 | URL
해피는 제가 모르는 것 같구요. 검심과 배가본드는 조금 다른 듯 합니다. 한창 유행때 검도장에서 일본 선배에게 물으니 아~~빠가본드...라고 하던게 기억나네요..ㅎㅎ

Forgettable. 2013-04-24 00:19   좋아요 0 | URL
해피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테니스 만화입니당 ㅎㅎㅎ
기회 되시면 한 번 보세요!

transient-guest 2013-04-24 01:15   좋아요 0 | URL
만화에 화두가 꽂히면 위험한데, 자꾸 만화도 더 모아들이고 싶어지네요.ㅎㅎ 보통 책보다 권당 가격은 낮지만, 권수가 무시무시하니까 이게 쉽지 않은데 말이죠..

saint236 2013-04-23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3개에 더해서 원피스도...

transient-guest 2013-04-23 14:08   좋아요 0 | URL
원피스는 좀 나중에 나왔죠...아직 안 봤습니다. 아무래도 어릴 때 보던 만화가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연식이 좀 되었나봅니다, 제가...ㅎ

saint236 2013-04-27 11:24   좋아요 0 | URL
세인트 세이야도 좋죠...^^
 
20세기 소년 + 21세기 소년 세트 - 전24권 (묶음)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늘 책을 덜 사고, 지금 가지고 있는 녀석들을 더 보자고 다짐하건만, 그리고 자주 욕구를 억누르기는 하지만, 결국 어쩌다 한번씩은 집단구매를 저지르곤 한다.  지난 주에도 이런 충동의 결과로 추리소설 몇 권과 함께 이 합본을 사서 읽었다.  결과적으로 주머니가 조금 가벼워지기는 했지만, 더 미루지 않고,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온지 꽤 지난, 그리고 세계멸망이라는, 책의 주제라기 보다는 하나의 장치로 쓰인 이 테마역시 유행이 지나가고 있지만, 시공간이 바뀌면서 진행되는 이 만화는 그야말로 하나의 드라마였다.

 

너무도 유명한 70-80년대의 어린이 만화 플롯 - 악당이 나타나서 지구정복 혹은 멸망을 획책하는데, 극적인 위기의 순간에 영웅이 나타나서 이를 물리치고 지구를 구한다는 - 을 이렇게 꽈배기처럼 꼬아놓고, 여기에 등장인물 하나마다 인간의 여러 모습을 하나씩 새겨놓은 이 작품은 단순히 만화가 아닌 것 같다.  책을 읽을 때 꼭 작가의 메시지를 찾을 필요는 없겠지만, 내가 느끼는 몇 가지 포인트는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보였던 것 같다. 

 

일단, 나비효과.  1970년, 어린아이들이 저지르는 일상의 단순한 일들이 이어지고, 여기서 파생된 결과물이 '친구'의 '세계정복'.  1970년에 몇 가지 일만 일어나지 않았거나 일어났어도 '친구'는 탄생되지 않았을 것 같다. 

 

인간은 누구나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약한 존재라는 점.  그러나 이런 약한 존재들이 모여 하나의 힘을 낼 때 사회를 바꾸고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점. 

 

극단적인 조작과 세뇌를 통한 민중통제는 현 시대,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  민주/독재국가, 동서양, 빈부를 막론하고 이런 조작은 어디에서든 일어나고 있다는 것.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이자 미스터리는 시공간의 연결 이상, virtual reality와 과거/현재/미래의 연결. 

 

백문이 불여일견.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았겠지만, 아직까지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구매를 고려하는 것도 좋겠다.  세일이니까.  난 이런 합본 세일을 좋아한다.  신간을 구매해서 읽을 때 느끼는 설레임도 좋지만, 모두 끝난 작품을 이렇게 한꺼번에 구해서 볼 때의 느긋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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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3-04-24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켄지....나오키는 참 대단한 작가. 그런데
이 만화의 영화판은 거의 '재앙'...이더군요.

transient-guest 2013-04-23 14:06   좋아요 0 | URL
일본애들이 보면, 만화의 드라마화는 좋은데, 영화화는 좀 약하더군요..ㅎ
 
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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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책을 보면 어김없이 기획의 냄새가 난다.  즉 진중권과 정재승이란 두 학자들이 어떤 대담을 하거나, 이슈를 가지고 이야기한 것을 책으로 꾸몄거나, 아니면, 원래 흥미를 갖고 있는 이슈들에 대한 의견을 책으로 써냈다기 보다는, 출판사 차원에서 이런걸 한번 만들어 보면 잘 팔리지 않을까 하는 마스터 플랜을 짜고, 거기에 진중권과 정재승이 각각의 주제마다 각자의 학술적인 풀이를 가지고 글을 썼다고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틀렸을 가능성도 매우 높지만, 어쨌든 내가 받은 impression은 그렇다.  일례로, 주제선정도 그렇지만, 각 주제에 대한 해석에 있어 이미 정해진 결론을 놓고 해석을 짜맞춰간 느낌이 많이 난다는 것.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를 구체화하면서 글을 써나가는 것 보다는, 특정 주제와 해석이 나온 상태에는 이를 각기 과학/미학적인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풀어나간 시도의 냄새가 폴폴 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꽤나 재미있다.  가끔씩 나오는 fact의 오류는 조금 거슬리지만, 그래도 일종의 오차범위내에서의 오류로 보이니까 그런대로 참을만 하다.  그리고 정재승은 몰라도 진중권이라는,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흔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에 역시 참을 수 있다.  진중권 같은 사람은 하고 싶은 말, 아니 하여야 할 말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뱉어내는 사람이기에 귀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심형래도 황우석도 한창때에는 진중권 말고는 함부로 비판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 비판 덕분에 엄청난 인신공격까지 당했지만, 결론적으로는 그가 옳았다고 생각되기에, 진중권 특유의 다소 '재수없는', 무엇인가 늘 가르치려 하는 말투 역시 참을 수 있다.  혹자는 변희재를 진중권의 대착점에다 놓고 이야기하는데, 내가 볼 때 그건 어림도 없는 수작이다.  사람과 응가를 견주는 것은 바보같다는 생각.

 

그런대로 쉽게 읽히고 좀 유명한 주제들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을 - 설사 그것이 결론에 맞춰진 냄새가 나더라도 - 볼 수 있는 책이다.  다만, 미디어에서 띄운만큼의 재미는 느끼지 못하였다.  So Caveat Empto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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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중동을 비롯한 유사언론사의 신문은 우연한 기회에라도 보지 않는다.  하다못해 포탈뉴스에서조차 이들을 거부한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지만, 어쨌든, 조중동이 만들어내는 소설은 그리 재미가 없고 문학적인 가치도 없기에 그렇다.  그나마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한겨레 같이 그래도 덜 이상한 신문은 아이폰 앱으로 중간중간 보는 정도.  그런 내가 보는 뉴스매체는 이곳의 지역신문과 CNN 그리고 딴지일보 정도라로 하겠다.  딴지일보가 과연 뉴스매체인가 하는 부분은 일단 넘어가기로 하고, 최근의 홍석동씨 납치사건, 또 필리핀에 억류중인 한국인 선장, 더 멀게는 외국 어디에선가 살인 용의자로 몰려 오랜 수감/재판 끝에 풀려난 유학생까지 굵직한, 그러나 정부와 조중동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사건들의 해결의 중추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딴지일보는 나에게는 뉴스매체이고 사회활동과 참여가 어우러진 참 언론사이다.  일단 여기까지.

 

한국의 전 국토가 시멘트로 덮혀가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 역시 한국에 살던 시절에는 아파트 외의 다른 주거형태를 생각하기 어려웠고, 잊을만 하면 터지던 단독주택에서의 범죄사건을 보면서, 아파트는 그래도 안전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동굴처럼 앞문만 제대로 막고 수비하면 들어갈 수 없는 구조의 아파트가 단독주택보다는 안전하기는 하다.  너무 안전해서 이웃과의 소통도 필요없고, 외부와도 철저하게 차단된 구조라는 점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점점 진화해가는 아파트 건축기술, 특히 아파트가 집단거주시설임이 무색할 만큼, 구조적으로도 비교적 독립을 보장하는 요즘의 모습을 보면 이는 오히려 소비자들의 기호를 반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는 다른 입주자와 이웃하거나 마주보는 대문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미 실수요를 따져보면 3:1로 공급이 넘친다는 선대인 소장의 말도 있듯이 이 아파트 열풍은 너무 심한 정도는 넘어선지 오래인 듯 하다.  땅이 좁고, 수도권에 인구의 30%이상이 몰려있다는 것을 가정해도 재개발과 뉴타운으로 상징되는 아파트 건축붐은 심한데가 있다. 

 

그래서 그랬나?  작년에 이런 저런 일로 한국을 드나들면서 그전까지는 덜 다니던 내부순환도로를 타고 인천공항을 오가던 나는 종종 가벼운 멀미에 시달렸었다.  내가 원래 그런 체질이라면 신기할 것도 없겠지만, 나는 멀미가 없는 사람이다.  8시간이든 16시간이든 차, 비행기, 배, 어떤 것을 타더라도 멀미는 하지 않는다.  하물며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멀미를 할 턱이 없다. 

 

내가 가볍게나마 멀미를, 어쩌면 더 정확하게는 일종의 조급증/답답증을 느낀 이유는 다름아닌 이것들...

 

 

사진으로 보고만 있어도 눈이 가물가물하고 토가 나올 것 같은 이 풍경들 때문이었다. 

 

내가 태어나 오래 살았던 인천은 바다에 면한, 산이 그리 많은 곳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히 약산, 문학산, 청계산을 비롯해 크고 작은 산과 언덕이 꽤 많이 있었던 도시로 기억한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개발과 rebate열풍, 그리고 가카의 치세로 이어진 분양 first 건축 second 입중 whatever whenever정책에 힘입어 지금 인천에는 산이란 산은 거의 모두 사라진 상태이다.  산 중턱에 건축을 하는 것을 넘어, 아예 얕은 산은 다 깎아내버리는 공법을 통해 평지로 만들어진 곳에 20층이 넘는 아파트들을 지어댔기 때문이다.  아마도 거기서 나오는 막대한 자재이익은 땅주인에게 환원되지 않았을 것은 분명하고.  사진의 저런 풍경은 수도권 어디에든지 눈을 돌리면 보이는 지금의 한국 거주자에게는 매우 익숙한 풍경일 것이다.  물의 온도를 조금씩 높혀가면 자기가 삶아지고 있는것을 모르고 cook되는 솥단지안의 개구리처럼 그 환경에서 사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이런 것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갑자기 펄펄 끓는 물속으로 던져진 개구리 같았던 모양이다. 

 

수도권 곳곳에 이제는 일년 내내 볕이 들지 않는 구간이 많이 있다.  기존에 5층 단지가 들어서 있던 곳을 20층 이상의 단지, 그것도 훨씬 더 빽빽한 구조로 조성된 고층 빌딩단지 덕분이다.  무리하게 건설사를 먹여살리는 중앙정부의 정책과 지방정치를 장악한 건설토호들의 분탕질에 국토의 시멘트화는 적어도 당분간은 더 가속화 될 것이다.  4대강을 시멘트로 덮고 천문학적인 액수의 국가예산을 사이좋게 나눠먹은 가카새끼 일당도 모자라서, 이제는 지류를 시멘트로 덮겠다고 나서는 3050을 보면서 내가 알던 한국의 모습은 어디에서 찾을까 착잡하다. 

 

지방도시, 아니면 현지인들이 외면하는, 개발을 빙자한 파괴의 손길을 피해서 살아남은 곳들만이 내가 추억하는 한국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개발 그 자체의 호불호를 떠나서 국민 대다수와는 관련이 없는 미친 파괴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개발만이 경기부양의 모델이 되는 것은 아니다.  construction이 아닌 restoration, 친환경, 친사람, software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더 많은 고용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고, 그 효과는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다.  이런 간단한 원리를 애써 무시하는 21세기 한국의, 변기모양을 로고로 삼는 신빨갱이들이 참 밉다. 

 

*사진은 딴지일보에서 퍼온 것으로써, copyright에 문제가 된다면, 당장 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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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4-18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천에는 '산'이 999개 있었다는 이야기 있어요. 높지는 않아도 골고루 오르내리는 조그마한 마을이었겠지요. 그 모든 마을 다 판판하게 깎아 저렇게 '서울 곁 잠집(베드타운)' 만들었지요...

transient-guest 2013-04-18 08:25   좋아요 0 | URL
부평에서 인천공항까지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어디가 어딘지 이제는 하나도 알아볼 수가 없더군요. 예전에는 멀리서 보아도 알 수 있었는데 말이죠. 먼지도 많고, 칼바람도 많고, 고층으로 꽉 찬 다 거기서 거기인 풍경들 뿐이죠.

야클 2013-04-1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 신경 써야하는게 아파트 보나는 많지만 저도 단독주택이 좋아요. 마음대로 뛰어다녀도 층간소음 신경 안써도 되는... ^^

transient-guest 2013-04-19 00:4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한국에 산다면 아파트보다는 차라리 다세대 주택을 사서 주거공간, 서재공간 나눠서 쓰고 싶네요. 물론 현실은 쉽지 않겠지만요..ㅎㅎ

댈러웨이 2013-04-1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행기로 인천공항 진입할 때 아파트밖에 안 보이잖아요. 기내에서 외국인들은 진풍경이라고 감탄하고. 하긴 저에게도 늘 진풍경이긴 해요. --; 사진 보니까 눈이 팽글팽글 도네요. 요즘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면 서로 현관이 마주보게 안 짓나봐요? 미드 간혹 보면 자기 집 앞에서 열리는 것처럼 그런건가요?

transient-guest 2013-04-19 00:49   좋아요 0 | URL
요즘 구조는 그렇더라구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문을 통과하면 양쪽으로 한 unit씩 있는 구조를 봤습니다. 대문이 양 끝으로 복도를 바라보면서 한 구간에 두 unit이 있는거에요.

댈러웨이 2013-04-19 06:02   좋아요 0 | URL
어떤 구조인지 알겠어요. 그리고 이거 인천공항이 아니라 김포공항인가봐요. 그렇게 다녔으면서도 인천이 어땠는지 생각이 안 나네요. 괜히 아는척했다. --; 오늘도 날씨 쌀쌀해요? 코끝 매운 아침공기 좋으네요. :)

transient-guest 2013-04-19 06:23   좋아요 0 | URL
김포공항은 인천공항 생기고나서는 안 가봤네요. 아마 심할듯. 아침 저녁으로는 춥구요, 낮에는 해가 뜨거워서 더운 편이네요. 인천공항 위치가 영종도라서 착륙할 때 진입방향때문에 좀 덜해보여요. 하지만, 내려서 고속도로에 올라오면 장난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