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생각보다 자주 reading block이라는 것이 온다.  정해진 term은 아니고, 내가 그냥 생각해서 쓰는 표현인데, 책이 잘 읽어지지가 않는 것이다.  읽기 싫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해도, 집중도, 흥미도 떨어지는데 당사자로서는 아주 답답한 노릇이다.  강박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잘 하던 것이 그렇지 못하게 되면 매우 갑갑해지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무엇인가 패턴에서 벗어난 reading을 하려고 발버둥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대상은 SF, 장르를 가리지 않고, 특히 확 눈에 들어온 영어책, 무협지, 아니면 추리소설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내용을 너무 빤히 알고 있는 책들의 경우 이 reading block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 즉 예전에 많이 읽어서 내용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현재 가지고 있는 김용의 작품들이나 홈즈, 또는 일본의 괴 추리소설들은 도움이 안된다는 뜻.  생각다못해 캐드팰 시리즈를 이곳에서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 이번 달에 좋은 케이스를 수임했다는 이유로 - 주문할까도 내심 망설였지만, 그 값이면 한국에서 1.5배의 책 값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일단은 포기해버렸다.  그리고 서고 - 라지만, 사실은 내 사무실의 IKEA 책장 (예전에 사진으로도 보인) - 를 뒤지다가 보물을 발견한 것이니, 작년 연초에 구해놓고 읽는둥 마는둥 모셔놓았던 아르센 뤼팽 전집이 되겠다.  정통 추리물보다는 고전으로서 대접을 받는 작품이라서 그랬는지, 두어권을 읽다가 조금 흥미가 떨어져서 내버려두었던 것인데, 역시 책이란 사두면 언젠가는 읽게 되고, 때로는 요긴하게 쓰일 수도 있다는 나의 믿음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까치글방과 황금가지에서 각각 전집을 번역해 출판했고 - 홈즈와 마찬가지로 - 나는 홈즈의 인연에 따라, 그리고 책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들었기에 황금가지판을 가지고 있다.  지금보니 까치글방의 20권 전집이 약 10여만원에 세일 (40%)중이다.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당장 주문했을 것으로 매우 심하게 추정된다.  어쨌든, 지금까지 첫 두 권을 읽었는데, 간략하게 남겨두고 싶어서 페이퍼를 썼는데, 뜻밖에도 장황한 intro가 되고 말았다.

 

'괴도 신사 뤼팽'이 세상에 등장하는 순간이다.  예고된 탈옥과, 상대의 함정을 미리 알아보는 그의 행각, 그리고 기상천외한 도적질로 세간의 이목을 사로잡는 그는, 심지어 propaganda를 위한 신문사도 소유하고 있으니, 이 정도라면 괴도라는 칭호가 부끄럽지 않다고 하겠다.  하지만, 아직까지 뤼팽에게는 그런 그를 빛나게 해줄 호적수가 없다는 것이 아마도 불행이라면 불행일 것이다.  가니마르 경감 정도로는 절대로 라인하르트와 양 웬리같은 대결구도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니까. 

'신사'라는 부분은 매우 낮은데서 출발한 그의 컴플렉스를 보여주는 것일까?  어디를 봐도 '신사'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만, 작중에서, 적어도 대중앞에 나타나는 그의 겉모습은 그럴듯한 프랑스 신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때로는 매우 광폭하고 음험하다.  그런 의미에서 '신사'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낭만적이 이미지는 산산조각이 나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천명관 작가보다 먼저 일인칭과 삼인칭 시점을 오가는 작법이 살짝 신선하다가 혼란스럽다가 했다.  정리가 조금 덜 된 느낌이었다.

 

'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라는 부제가 붙는 두 번째 이야기는 말 그대로 뤼팽과 숌즈라는 영국의 명탐정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이야기.  누가봐도 홈즈의 오마쥬이고 르블랑이 선배인 코난 도일에 대한 존경을 담았다고 하는데, 난 그 말에 절대로 공감할 수 없다.  이 책에서 묘사된 숌즈는 홈즈의 장점을 모두 떨궈내고, 단점만 부각시킨 인물이다.  심지어는 허영과 거드름, 조급함까지 더한, 어쩌면 프랑스인의 시각으로 보이는 홈즈라는 '추리기계'에 대한 이미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data와 통계자료를 compute해서 이 둘의 가상대력을 분석하면 홈즈가 이길 것임은 분명하다.  이렇게 결점이 많은 숌즈가 뤼팽보다 약 반 걸음정도가 늦었다면 흠즈는 뤼팽의 머릿속에 들어있을 것임이 분명하니까. 

 

 

정통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는 적지만, 가볍게 머리를 식히면서, 이 시대의 낭만과 함께 - 1905년이 작품의 원년이니 1차대전보다 먼저이다.  소위 말하는 황금시대의 막판이었을 듯 - 고전을 대하는 마음으로 한 권씩 읽어내려가면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캐드펠 시리즈 20권, 아가사 크리스티 전집 모음은 언제쯤 내 품에 안기려나?  크리스티 전집은 정말 기념비적인 출판물인데, 권 당 가격을 아무리 낮게 잡아도 40만원 이상이 필요하고, 60권이 넘는 책을 이곳으로 가져오는 것도 큰 고민거리가 된다.  일단은 마음속에만 담는 요망사항이 될 것 같다.

 

 

 

 

 

 

 

 

50권에 플러스 14권이 더 나왔다.  그런데, 벌써 품절된 상품들이 보인다.  조바심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나와 인연이 있다면 이 길에서 또 만날 날이 있겠지 하면서 달래본다.

 

 

 

사족: 뤼팽의 일러스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아이템들 중 하나는 외눈안경이다.  이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좋은 렌즈를 생산하는 것도, 그리고 많이 생산하는 것도 어려웠다고 하고, 또 렌즈 두 개를 연결하는 테를 만드는 기술, 나아가서 이 두 개의 렌즈의 형평을 맞추는 것도 어려웠다고 한다.  ergo, 외눈안경 (monocle). 그런데, 예전에 보니, 이걸 오래 쓰게 되면, 다른 한 쪽의 눈이 적응을 하느라고 자주 찡그리거나 작게 뜨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까, 장난으로라도 이제는 이런 것을 가지고 놀지는 않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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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탄생 - 고대 그리스 로마 문학 문학의 광장 1
시오노 나나미 외 25명 지음, 이목 옮김, 강대진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짧은 느낌으로는 창해 ABC나 시공사에서 나오던 작은 책을 크게 만들어 출판한 것 같다.  내용면에서 꽤나 충실하고 시오노 나나미 외 25인의 일본 작가들이 한 주제당 글을 쓴 것 같다.  즉 이런 책인데도 일본의 출판물을 그대로 번역하여 들여왔다는 것인데, 조금은 놀랍다.  요즘처럼 책이 잘 팔리지 않는 시대에 어떻게 보면 survey류에 가까운 이런 책을 들여온 출판사의 자존심 혹은 자본에서 뚝심보다는 시오노 나나미라는 일종의 브랜드를 본다. 

 

시오노 나나미라는 이름이 아니었다면 나의 책 검색에 올라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구매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이 책이 도달할 때까지, (1) 시오노 나나미 외 25인의 저작인줄, (2) 이런 survey계통의 책이라는 것, 그리고 (3) 가로 22 X 세로 27의 비교적 큰 책이라는 것을 몰랐다.  즉 사지 않았거나, 애시당초 눈에 띄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책인 것이다. 

 

이런 스타일의 책 답게, 고대 그리스부터 로마까지의 문학의 발전상을 다양한 글쟁이들의 관점에서 서술되어 있는데, background지식을 갖는데에는 큰 도움이 될 것 같고, 고대 작가들의 희곡을 찾아볼 때에는 좋은 reference가 될 것도 같다.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 아리스토파네스, 혹은 베르길리우스의 작품들을 일부 가지고 있는데, 이들을 읽기 전에 해당하는 부분만 찾아서 일독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시오노 나나미의 걸출한 입담을 기대했던 탓인지, 그녀가 쓴 유일한 부분인 율리우스 카에사르에 대한 단 역시 그저그렇게 느껴진다.  브랜드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적어도 이런 때에는.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좀 나쁘게 얘기하면 그렇다.  이 책이 아니더라도 여기서 커버된 내용의 지식정도는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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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부동산, 투자, 자기계발에 관련된 책들을 많이 보던 시기가 있었다.  대략 2007년부터 한 2-3년 가까이 그랬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한창 남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던 시절, 특히 2007년 한 해는 일을 배우고, 대접은 별로였던 그 힘든 시간만큼이나 책 속에서나마 다른 세상을 꿈꾸었던 것 같다.  정말 이런 저런 책들을 많이 읽은 덕에 이제는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이런 책들 중 그나마 좀 쓸모있는 것을 구별하는 안목이 생겼다 - 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역시나, 참 어려운 것이 책이다.  지난번 사이토 다카시의 책을 흥미롭게 읽었기에 그의 책들 중 - 수 많은 - 연동된 3권을 추려 주문해서 가지고 있다고 최근에 보기 시작했는데, 영 신통치가 않다.

 

 

 

 

 

 

 

 

 

 

 

 

 

 

참으로 많은 책을 쓴 저자인데, 이력도 훌륭하고, 그래서 그런지, 그 많은 책들이 다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어 있다.  그런데, 적어도 나에게는, 이 세 책은 별로라고 생각된다.  중요한 것을 끄집어내는 것은 대단하지만, 책의 내용이 그렇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일류의 조건'은 읽었지만, '질문의 힘'과 '공부의 힘'은 몇 페이지 정도 들여다 보고나서 덮었다.  아마도 이들을 다시 읽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고, 어떤 계기가 되지 않으면 책장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게 될 것이다.  저자의 내공이 내공이니만큼, 영 쓸모없는 내용으로 편집된 것은 아닐텐데, 왜 그런건지 지금도 모르겠다. 

 

다만, 이 책들을 보면서, 추천사에 이름을 올린 이가 공병호 박사라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가 좋아할만한 책들이구나 하는 생각 또한 계속 했다.  한때 유명세를 떨치던 예병일보다도 더 이런 분야에 있어 구본형만큼이나 많은 책을 내고 강연을 다니는 공병호씨는,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전문가는 아니다.  그의 MB지지는 - 워낙 나빠진 정권 말기 무렵에는 제한적이나 비판을 했지만서도 - 만약, 그가 주장했듯이 정치성향이 아닌 현실적인 판단에 기초한 것이라면, 그의 판단력은 나만큼도 못하기 때문이고, 십 여년전 그가 주장했던, 또는 예측했던 미래는 결국 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분간은, 아무리 속에 생각이 많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에 대한 생각이 들더라도, 이런 류의 책을 구매하는 것은 많이 많이 자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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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아 기행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5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글을 거의 다 썼다가 Back Space키를 잘못 누르는 바람에 싸그리 날려버렸다.  일이 그렇게 되려고 했는지, 마침 임시저장도 되어있지 않았기에, 말 그대로 싹 없어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일단, 쓰던 글을 다시 복제해내거나 되살리지 못한다.  그냥, 알라딘 사이트를 닫아버리는 것이다.  오늘도 그랬다. 그렇게 날려버린 글에 살짝 화가나서 이짓 저짓을 하면서 글을 살려보려고 하다가 결국은 임시저장 옵션만 매 일분간격으로 바꾸고 점심운동을 하러 나갔다 들어와서도, 한참 지난 후에야 다시 글을 써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은, 요즘에, 아니 이전부터, 아마도 블로그가 활성화되고부터는 더욱 많이 나도는 그런 시중의 여행기가 아니다.  멋들어진 사진과 개인적인 사연을 보면 책이 아니라 온라인에 훨씬 잘 어울리는 듯한 그런 책들, 혹은 특정 지역이나 그 지역 관광청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그럴듯한 제목의 책도 아니다.  제목부터가 심플하다 못해, 매우 일반적이기까지 한 '모레아 기행'이다.  '모레아'는 위키에 의하면 그리스 남부의 펠로폰네소스 반도 - 고대의 전쟁지역으로도 유명한 - 를 일컫는 말인데, 중세와 20세기 초엽에 이 지역을 부르던 말이라고 한다.  이 지역은 또한 한때 비잔틴제국의 일부이기도 했었다고 하니, 고대 그리스의 유적부터 동로마제국의 유적들까지 볼거리가 참으로 많았을 것이다.  이런 좋은 곳을 카잔차키스라는 대가와 함께 걸어다니면서, 그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이는 불가능하다, 아니 그와 함께 걸었다고 해도,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람의 생각속으로 실시간 체널을 통해 들어가는 것은, 내가 아는 한, 아직은 가능하지 않으니까.

 

사진이라고는 책 중반부에 실린 초라한 흑백사진들 몇 개가 전부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간 들여다본 많은 여행기들과 블로그들 중 단연 최고의 서술과 깊이를 자랑하는 이 책은, 역시 대가는 괜히 대가라고 불리우는 것이 아니구나를 느끼게 해준다.  일례로 '그리스인은 말라리아와 과대망상증이라는 두 가지 열병에 걸려 있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그리스인이 떠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말라리아는 좀 생소한 정보이지만, '과대망상증'이라 표현되는 그리스인들의 천박한 허영(?)은 낯설지 않다 (현대의 이탈리아인들도 좀 그렇지 않을까 싶겠지만, 그리스인들만큼은 아닐 것이다). 

 

맘에 드는 문장이나 묘사가 한 두 개가 아니었지만, 일일이 밑줄을 치면서 읽는 것보다 한 호흡으로 읽어내고 싶어서 자제했다.  그 덕에 쓸만한 문장들을 많이 놓쳐서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다음번에 그리스가 떠오를때 하루키의 '먼 북소리'와 함께 읽으면, 그 때에는 꼭 밑줄을 그어가면 읽을 것 같다. 

 

작년에 케이스가 수임될 때마다 조금씩 사들였던 책들 중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이 다수 들어있다.  앞으로도 그와 함께 러시아, 영국, 스페인, 그리고 지중해를 돌아다니게 될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별로 맘에 안들었다.  내가 동양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그 당시 조선의 위치에 맘이 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카잔차키스를 알게 된 것은 조희봉씨의 '전작주의자의 꿈'에서 나온 이윤기 작가의 번역경력에서 소개를 받은 것이 시작이고, 작품으로는 지금까지 '그리스인 조르바,' '알렉산드로스 대왕,' 그리고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을, 기행까지 포함하면 '천상의 두 나라'까지를 읽었다.  그 덕분에, 자주 인용되는 '조르바' 이야기, 특히 나꼼수에서 인용될 때, 이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당시 회사의 대표와 회계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인간성을 가진) 내심 우습게 보는 속물적 우월감에 기반한 소시민적인 기쁨을 느낄 수 있기까지 했다. 

 

역시 책이란 끊임없이 읽고 배우며 옮겨다니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서친님들의 책 소개와 이를 통해 알게 된 작가나 책들이 계속 쌓여가고 있는데, 이 행복한 여정을 죽는 날까지 계속 하려면, 열심히 일해서 자금줄을 잇고, 열심히 읽어서 눈과 마음을 채우고, 이렇게 써내려가서 자꾸 남겨야 하는 것이다.  부족한 살림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 책읽기를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훈련시켜 주신 부모님께 새삼 감사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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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하 2013-01-1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보고 저도 카잔차키스를 전작하고 싶다, 라고 생각했는데
우와! 정말 책이 '너무' 많군요. 이렇게까지 다작한 작가인 줄은 몰랐습니다.
카잔차키스는 '그리스인 조르바'로 유명하지만 사실 전 이윤기님의 에세이를 읽고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윤기님의 번역이라면 믿을만할 것 같아서.^^

보니까 여행기도 많은 편이던데, 읽게 되면 꼭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요.

transient-guest 2013-01-11 02:07   좋아요 0 | URL
'열린책들'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버전이 사이즈나 디자인, 내용 모두 마음에 들어서 계속 조금씩 구입하고 있습니다. 매우 다작의 작가라서, 시간이 좀 걸리네요. 조르바는 역시 이윤기 선생님을 통해 알려지는 경우가 때때로 있군요. 저도 사실상 이윤기->조희봉의 과정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까요. 꼭 읽으시고 같이 나눠요.ㅎ

아이리시스 2013-01-17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레아' 특이하네요. '그리스 기행'도 따로 있는 것 같던데. 저는<영혼의 자서전> 구입해서 묵히고 또 묵히고 또 묵히고 앞부분은 열 번도 넘게 읽은 것 같아요. 몰입해야 하는데 이것저것 겹쳐지다 결국 밀리고 밀리는 건데 절대로 밀릴 만한 문장들이 아니거든요. 제가 나빠요ㅠ.ㅠ

전작하고픈 작가에 저도 카뮈에 카잔차키스를 더하는데(단지 읽는 것에 그치는 의미보다 좀 더 큰 의미로) 종교, 여행 너무 폭넓고 많아서 하루는 날잡아서 책소개만 읽은 적도 있어요. 트란님 전작을 응원할게요!

transient-guest 2013-01-18 00:52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은 가끔씩 그의 문체가 dry하다고 느낄때가 있어요. 그러다가 어떤 때, 무엇인가 click이 되면, 깊이 빠져들게 되더라구요. 문장도 특이하지만, 문장마다 그의 경험, 철학, 성찰 이런게 녹아들어가서 뭐랄까 감칠맛이 나요. 카잔차키스는 여러번 읽어야 비로소 좀 보일 것 같아요. long-term project이지요. 응원에 감사해요.
 

예전에 어디에선가 읽은 일화 하나.  어느 소년이 루이 암스트롱에게 물었다고 한다.  무엇이 재즈냐고.  이게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네가 그것을 묻는 한 너는 재즈가 무엇인지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출전이 의심스러운, 어떻게 보면, 매우 뻔한 이야기인데, 놀랍게도, 그리고 내 관점에서는, 이 이야기에는 재즈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 고 생각하는데, 물론 과장이 왜 없겠는가?

 

지인들에게는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 나는 내가 재즈를 듣기 시작한 순간의 매우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1998년 4월, Washington DC에서 버지니아로 넘어가는 metro line의 마지막 DC 정거장인 Foggy Bottom역 근처.  당시 우리 프로그램을 lead하던 정치학 교수의 자취방.  저녁 7-8시 사이로 넘어가던 그 날. 

 

당시 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 학기를 Washington DC에서 살면서 강의와 인턴쉽을 함께 하고 있었더랬다.  DC 중심부에도 볼거리가 많지만, 맛집과 좋은 pub들은 외곽에 더 많이 있는데, 특히 Georgetown 대학교가 있는 곳에 있는 Chadwicks는 꽤나 유명한 곳이다.  (아직도 있는데, http://www.chadwicksrestaurants.com 를 참고하시라)  이곳의 단골이던 당시 교수와 내 친구랑 셋이서 맥주를 마시러 교수의 자취방에 잠시 stop-by하게 되었었다.  음식도 꽤 유명하고, 대학가의 pub 답게 좋은 가격, 그리고 젊은이들로 꽉 찬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맥주를 마시기 위해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동부의 날씨는 서부와 매우 다르고, DC는 특히 한국의 사계절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이때에도 본격적인 우기는 아니었지만, 갑자기 퍼붇는 소나기로 인해, 우리들은 잠시 교수의 자취방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빗소리에 섞여 내 귀에 들려오던 잔잔한 선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그 선율이 재즈라는 것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 만큼, 재즈의 풍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이다, 내가 알 수 있었을 정도로.  하지만, 이때의 재즈는 평소의 내가 그냥 흘려 보내던, 그저 그런 sound와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졌는데, 이 x factor는 바로 이른 봄의 밤에, 도시에 내리던, 아니 울려퍼지던 빗소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일부러 해보려해도 이때와 똑같이 재연되지는 않는 빗소리와 은은한 재즈의 - 곡명도 뮤지션도, 심지어는 악기도 기억할 수 없지만 - 앙상블. 

 

이 기억이 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가 재즈를 듣게되는 유일한 이유라고 하면 과장일런지?  얼마전에 아파트에 박스째 가져다 놓은 CD들을 뒤져서 재즈 CD를 모두 꺼내어봤는데, 생각보다 적은 양이라서 놀랐다.  오히려 클래식 CD가 더 많을 정도.  역시 재즈의 본격적인 팬이라기보다는 기억속의 재즈를 찾는 초심자에 가까운 것 같다, 나라는 사람. 

 

대략 이런 저런 뮤지션들의 CD 20여개에 예전에 탤런트 이요원이 시집가기 전에 당시 유행에 따라 찍어낸 Blue라는 재즈 모음집 (CD 10개)이 내 초라한 컬렉션의 전부.  하지만, 요즘은 하루키의 안내에 따라 조금씩 내가 모르던 뮤지션들의 음반을 Logos에서 매우 저렴하게 구하곤 한다.  어제 하루키의 재즈 재인열전(?) 두 번째 책을 읽은 기념으로...

 

그런데, 글을 다 쓰고 나니, 문득, 이 얘기는 페이터 어디엔가 쓴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나이가 들면서 오는 기억력의 감퇴라는 것은 무시할 수가 없다.  특히 재생이 잘 되는 동년배들과의 대화는 뒷날이 무서울 정도이다.  이제 반생을 향해 가는 지금이 조금은 서글프다.  저녁때, 비는 오지 않겠지만, 잔잔한 재즈에 위스키라도 한 잔 해야 이 기분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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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3-01-0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CD 200장이라고 읽었어요 처음에. --; 이런 음악 얘기도 좋으네요. 저도 재즈 심하게 좋아하는데 잘 아는 것도 아니라서 또 '심하게'라는 표현을 쓰기는 그러네요... 그냥 선율이 좋아서 다른 음악들보다는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보사노바도 좋아하구요. 그런데 트란님, 반생이라 함은? 반생은 오공 아닌가요? 와!

transient-guest 2013-01-10 01:41   좋아요 0 | URL
ㅋㅋ제가 재즈는 좀 늦게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가요 LP사고, CD사고, 그러다가 클래식이랑 재즈하고 팝을 좀 듣게 됐죠.
니어링 부부처럼 건강하게 장수해도 대략 80세를 전후로하면 완전히 노인이 되는거니까, 80을 기준으로 하여 그렇다는 것이죠...-__-: 제가 대학교를 다닌게 벌써 십수년 전이라고 생각하니까, 급 늙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