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책 여러 권을 한꺼번에 조금씩 읽고 있다.  아직까지 다 읽은 녀석은 없지만, 오늘 아마존에서 주문한 몇 권과 함께 썰을 풀어본다.

 

영문으로 구해서 읽고 있는 이 책은 Bush와 니오콘의 전쟁민영화를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한 용병업계를 특히 부시전쟁 최대의 수혜자라고 볼 수 있는 Blackwater라는 회사의 비약적인 성장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살펴본다.  내가 구한 판본은 The George Polk Award를 수상한 후에 다시 업데이트해서 나온 것인데 BN에서 7불 정도에 구했다.  한국어 버전은 D/C를 해서 2만원 정도인데 드물게 미국에서 더 싼 값에 새책을 산 것이다.

 

부시전쟁의 억지나 문제점, 네오콘, 민영화 등 수많은 문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전쟁민영화의 관점에서의 이야기는 처음 접하는데, 이게 비단 미국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Blackwater의 비즈니스 모델을 삼성 에스원에서 도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니 늘 국지전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정규군의 교전수칙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 회사소속 용병단이 치안을 맡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강정마을에서 시위를 막는 조직이 경찰이나 미군이 아닌 Blackwater소속 용병이라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을 다 읽어야 결론을 짓겠지만, 지금 읽은 내용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하다.  

 

이 책이 내 페이퍼와 리뷰에 등장한 지도 어언 3년.  지금까지 필경 3-4번 이상은 무엇인가의 소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이 책은 진행형이다. 

 

잠들기 전 틈틈히 읽어가고 있는데, 아직도 예전에 읽었던 부분만큼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거북이는 이 책을 읽는 나를 볼 때 떠오르는 동물이다.  그나마 끈기있게 꾸준히 읽어나가면 좋겠지만, 이런 저런 일과 다른 책들에 흥미를 빼앗기는 바람에 늘 몇 페이지 읽지 못하고 덮곤한다.

 

게다가 다 읽고 난 후에 과연 책이 말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서 더욱 거시기하다.

 

History Channel이나 Science 또는 National Geographics Channel에서 나온 것으로 더욱 그 얼굴이 친숙한 미치오 가쿠 박사의 새 책이다.  The Big Bang Theory의 셸든처럼 이론물리학자인 그가 바라본 마음과 정신탐구, 그러니까 뇌과학에 대한 이야기인데, 앞서의 책을 보면서 조금씩 읽어보고 있다. 

 

아직까지 도입부를 조금 넘어간 정도라서 자세한 이야기는 어렵겠지만, 가쿠박사는 어려운 과학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게 쉬운 이야기로 풀어내는 재주가 탁월한데, 말을 참 재미있게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전에 평행우주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 사람의 책은 일종의 과학교양서적으로 모두 읽어볼만 하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말마따나 과거 인문사회나 언어학이 교양인의 상식이었다면 현대의 교양상식은 자연과학일 수도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이론물리학자가 모두 다 셸든 같았다면 참 모두 고생하고들 있을텐데, 가쿠박사같은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살짝 든다.

 

끝으로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없는, 어제 시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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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4-04-09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왕성하게 책 읽고 계시군요. 잘 지내셨나요? ^^

transient-guest 2014-04-10 00:59   좋아요 0 | URL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책읽기가 버거울 때도 있을 정도니 저야 좋죠.ㅎㅎ 벌써 사무실 연지 3년째가 됩니다. 이 계통에서 일한지도 8년째네요. 잘 지내시죠?ㅎ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최근에 읽은 책 한 권이 더 있다.  리뷰를 써본다고 하면서 그냥 잊고 지나갔는데, 그 기억조차도 믿지 못하기에 다른 창으로 서재를 띄우고 확인해보기까지 했다.  결론적으로 잊고 있었다는 것.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책과 여행을 맺어 함께 생각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책과 여행은 적대적이면서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아닌가 싶다.  여행을 하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 책을 읽기 위해 여행하는 사람, 책과 관련된 곳을 찾는 재미를 여행 틈틈히 느끼는 사람, 여행을 하면서 일상의 번잡함을 떠난 덕분에 더 많은 책을 읽게 된 사람 등등, 책으로 엮이는 것만 해도 꽤 많다는 것을 느낀다. 

 

저자는 내 나이정도에서 보면 참 깜찍해 보이는 이십대 처자다.  특이한 인생유전 때문인지 어린 나이에 인도로 가게 되었고, 다시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히말라야 인근의 기숙사 학교로 갔고, 거기서 어쩌면 다가올 앞으로의 인생의 방향을 보여줄 도서관, 그것도 무엇인가 비밀스러운 승원결사의 장경각과도 같아보이는 지하 도서관을 발견한다.  그 후, 그녀의 일상에서 책은 항상 함께하는 친구가 되었고, 여행을 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 정적인 행위 하나와 동적이 행위 - 것을 즐기면서 세상을 여행하고 읽은 것에 비추어 사유한다.  도입부는 조금 믿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젊은 사람이 쓴 책임에도 불구하고 가식적인 면이 거의 없다.  굳이 비교하자면 예전에 본 젊은 작가가 '책'에 '미쳐' 보냈다는 '청춘'이야기보다는 훨씬 기획의 냄새가 덜 난다.  내용 그 자체로는 대단한 신선함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것이기를 바라는 오랜 사색의 내음 덕분에 잘못하면 매우 generic했었을지도 모를 책에 저자만의 그 무엇을 넣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쓰고 나니 나도 많이 늙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젊은 시절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여러 문명의 이기 덕분에 이렇게 책을 쓰고 출판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은 일이 되었고, 역시 내 젊은 시절 갖 유행이 시작되던 해외여행이 이제는 보편화 되어 어쩌면 학창시절에 유럽여행 정도는 다녀와야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럴수록, 그렇게 변화가 다가올 수록, 한 편의 나는 바깥으로 돌고 싶고, 변화에 순응하면서 살아가고 싶은 반면, 다른 내면의 나는 세상 한 귀퉁이에 내 자리를 찾아 나의 책들과 음악과 함께 숨어들고 싶어진다.  인터넷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으니 진정한 잠행과는 한참 멀지만, 그렇게 조용하게 사그러드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처음에 제목을 잘못 읽고서는 '독거노인'이라고 쓴 줄 알았다.  서평집 같은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는 책의 제목이 희안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독서독인'인다.  책읽기와 책읽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데, 주로 그 평이 좋게 남지 못한 사람들의 책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의 이야기를 섞는다.  여기서 독서의 독인은 그 어감의 외로움이 남는데 저자의 인생관, 또는 사고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것을 비판하는 사람은 외롭다.  독서도 무엇도 다 비판의 대상이 된다면 더구나 그 독성에서 오는 피로감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그래서인지 힘이 들었다.  기실 신화화 된 인물이나 사건의 본질을 살피면 허탈할만큼 알려진 내용과 많이 다른 것은 종종 본다.  문제는 이런 것들에 눈뜨는 것에서 더 나아가서 매사를 비판적인 눈으로 보게 되면 세상살이가 힘들어 진다는 것이고, 덩달아 모든 것을 비딱하게 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인데, 그 자체로써 문제라기 보다 삶이 힘들 수도 있는 것이니까 사실 개인의 선택이다.

 

박교수님의 말씀처럼 모든것을 상대화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어디에서 그 선을 그어야 하는지는 개인이 판단해볼 문제다.  나아가서 나쁜 사상이나 사건사실을 왜곡하거나 곡해하는 책이 아니라면 읽은 사람이 좋은 부분을 추려서 양식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인데, 이 책의 내용을 중간중간 보면 나오는 저자의 극단적인 순혈주의와도 같은 순결성은 조금 버겁다.  가끔 강신주 박사의 강연을 들을 때에도 느끼지만, 나 빼고 다 이상한 놈이라는 논리로 흐를 수도 있는 부분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자신부터 상대화 하고 볼 일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이렇게 광야에서 부르짖는 이들이 있다면 세상에는 그만큼 더 희망을 가질 수 있겠다.  진중권처럼 이런 분들은 툭하면 입바른 소리를 해서 모든 이의 빈축을 사는데, 그런 외로움을 딛을 수 있다면 독야청청한 흉내라도 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이런 사고는 나의 노선은 아닌 것 같다. 

 

간만에 자기 캐릭터가 확실한 책을 읽었는데, 그 반가움 만큼이나 불편함이 남기도 했고 무엇보다 책의 마무리, 그러니까 끝맺음이 맘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그런 것은 겉멋으로 치부할 지도 모르겠지만, 한 권의 책을 읽은 독자로써, 그리고 이를 사들인 장서가로써 불만인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두 권 모두 푹 빠져서 읽었는데, 장정일의 의견을 차용하면 이 두 권은 매우 열정적으로 쓰여진 책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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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7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28 0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ZEMK-485C-0B72

 

즐감하세요.  전 어제 Captain America 2를 봤네요.  첫 편보다는 훨씬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들 왜 스칼렛 요한슨의 hair style이 맘에 안든다고 했는지 알 듯 하네요.  갑자가 확 늙은 모습도 조금은 안쓰럽기까지 한데, 너무 허스키해진 목소리와 dry한 피부를 볼 때 무리한 스케줄과 흡연이 의심스럽네요.ㅎㅎ

 

올 여름에 줄줄이 Marvel의 super hero물이 포진되어 있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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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4-04-08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제가 가져갑니다 ㅎ 왠지 염치없는 거 같지만 ; 고맙게 잘 쓸게요 :)

transient-guest 2014-04-09 00:18   좋아요 0 | URL
즐감하세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ㅎ

몬스터 2014-04-22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신 Michael Collins 영화 잘 봤습니다. 전 별점 세개 ( out of 5 ). 아일리쉬 엑센트에 시작 부분에서 조용히 미소 지었습니다. 감사합니다.

transient-guest 2014-04-23 02:24   좋아요 0 | URL
완성도는 좀 떨어지지만, 개인적으로는 감명깊게 봤지요. 리암 니슨은 아일랜드 출신인 걸로 알아요. 엑센트가 정확하던가요?ㅎ
 

어제 쓴 글의 연장선상에서 정도전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한 최근의 출판붐을 살펴 보았다.

 

다음의 책들은 모두 2014년에 출간 또는 재출간 된 것들이다.  알라딘에서 정도전으로 search를 하면 약 5-6개의 리스트가 나오는데 가장 첫 리스트에서만 이만큼을 찾은 것이다.  드라마를 제작하기 전 consulting이나 기획단계에서 정보가 나왔고 이에 발빠르게 대응했다고 하면 억측이 지나친 것일까?  흥미가 가는 만큼 신중하게 고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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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누구에게 보여주거나 또다른 특정 목적이 있는 독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권수에 집착하게 되는 때가 종종 있다.  원래 이런 버릇은 없었는데, 2007년 부터인가 연간 읽는 책의 권수를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것 같다.  좋은 점이라면 물론 지금까지의 독서현황을 특히 이 서재에 남기는 행위와 함께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은 읽은 책의 권수가 해당 권수에 도달한 날짜에 마킹되어 꽉 찬 달력을 보면서 웃다가 반대의 경우로 텅 빈 달력을 보면 조급해지기도 하거나 내용이나 질보다는 권수에 집착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등의 단점도 많다.  

 

누구나 일상은 바쁘고 정신없이 지나간다.  돌이켜 보면 학생 때에는 그나마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지만, 이는 심한 추정과 기억의 파편을 종합한 "그땐 그랬지"수준의 회고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학생 때에는 오후 5-6시가 지나도 공부를 하러 가는 일상에 대해 생각할 때면, 미래에 직장을 잡고 일하는, 그러다가 종이 치면 퇴근하여 머리 스위치를 꺼버리는 단순반복을 그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즉 갖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버린 시간 또는 다가올 미래의 긍정성만 바라보는 인간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에 어쩌면 나의 사는 모습은 늘 비슷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결국 남는 것은 지금의 나, 매사 지나가버리는 지금이라는 순간순간의 나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점점 시간에 쫒기는 하루를 보내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여유가 나지 않는 시간을 보면서 자칫하면 나의 독서가 또다시 암흑기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약간의 위기의식을 느낀다.  그렇게 버릇처럼 책을 사들이면서 읽지는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은 모든 독서광이나 장서가들이 조심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어제 그런 의미에서 마음을 잡고 몇 권의 소설과 역사강의를 읽어 내려갔다.  마중물을 부은 것이리라. 

 

지난 번에 찾아보니 "R"시리즈는 일종의 reboot으로써 새로 나온 시리즈 같다.  그러니까 이번에 다 읽은 15권은 오리지널인 셈이다. 

 

한국의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은 소위 대본소 소설과 한국적인 정착시도 사이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일례로 많은 사람들이 이영도의 '드레곤 라쟈'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전민희 작가 외에는 다소 폄하하는 것을 보는데, 내 개인적으로는 이들 사이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세계관이나 구성은 초기 D&D에서 많이 빌려왔고, (이는 나중에 D&D에서 copyright를 주장하고 도용방지공문을 보내게 했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읽은 것 같다) 이름을 비롯한 서양적인 용어는 기실 서구적이기보다는 한국적이기까지 할 만큼 얕은 언어학적 지식과 상상의 결합물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차원적인 부분이나 신계의 복잡한 구성 등은 동양적 사고에 기반에 창작으로 보이는데, 흠이라면 확고하게 다듬어지지 않아 적어도 이 시기의 '가즈 나이트'는 PC통신 수준을 크게 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재미있게 읽었고, 그 희소성이나 가치를 볼 때 노골적인 대본소 소설을 지향한, 이름도 생각나지 않은 작품들이 아니라면 앞으로도 계속 볼 생각이다. 

 

'정도전'이 큰 화두다.  드라마의 시작을 전후로 하여 이런 저런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많은 작가나 학자들이 섭외가 되었던 것 같고 여기에 착안하여 기획된 많은 책이 드라마와 거의 동시에 나오게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즐겨 읽는 김탁환의 책은 아직 구하지 못했고, 일전에 주문한 이덕일의 강의록을 어제 읽었다. 

 

분명히 기억하지만 내가 어릴 적 정도전은 고려를 무너뜨린 '나쁜 꾀'를 낸 사람, 그리고 이성계에 붙어 '좋은' 군왕감이던 왕자 이방원을 몰아내기 위해 측실의 아들을 왕으로 추도한 '모리배'로 그려졌었다.  내가 지금도 갖고 있는 역사개론서 또는 그 시절의 책에서 그리는 정도전의 최후 또한 간신이 모략을 성사시킨 후 기분 좋게 술이나 마시고 놀다가 갑자기 기습당하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반만 맞는 것 같다. 

 

저자가 말하는 정도전은 사대부의 통치에 의한 이상국가를 꿈꾼, 아마도 우리 역사에서 흔하지 않는 소위 큰 판을 볼 줄 아는 책사였다.  대체로 우두머리에 의해 주도되는 우리 역사에서 책사의 위치는 딱 그 정도까지였다고 하는데, 일견 틀린 말 같지는 않다.  특히 조선시대 이후 현세까지도 우리에는 과연 '왕'을 움직여서 경세지략을 현실화하는 '책사', 그러니까 '킹메이커'말고, 자신의 사상이 확고한 '왕사'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는데, 이렇게 정도전이 부각되는 시대상은 결국 '정도전' 같은 책사를 원하는 세태의 반영이라는 것인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영웅을 원하는'시대는 '불행한'시대이니 적어도 작금의 대한민국의 '불행'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아직 정도전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여 그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겠다.  게다가 이제까지 충신으로 배운 최영장군이나 정몽주에 대한 이야기 또한 정도전을 재평가하면서 잘해야 시대에 뒤쳐진 자들, 심하면 수구세력으로 다시 이야기되는 것 또한 심히 혼란스럽다.  아무래도 요즘에 나오는 책들 이상 과거의 책들, 그리고 평설이나 통사 형태의 책에서 다룬 정도전 또한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어쨌든 요즘의 화두와도 같은 '정도전'에 대한 한 갈래의 이야기로 보고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덕일의 사관은 잘못 보면 국수주의적일 수도 있고 혹자가 폄하하듯이 만선사관의 계승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고토회복이나 한국 민족주의관점에서의 역사회복과 단순한 만선사관과는 큰 차이가 있는데, 이런 부분은 이덕일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애써서 외면하는 것 같다), 이덕일은 적어도 기득권에 붙어 학자로서의 양심을 포기한 파충류의 뇌를 가진 그들에 비해 순수하고 그들보다 더욱 정확한 사료적 관찰과 해석에 입각한 것이기에 그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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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04-03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즐겁게 읽으시기를 바라요.
즐겁지 않으면 책읽기가 아니니까요.
오늘도 즐겁게 읽고 누리며
생각을 글로 조곤조곤 풀어내시리라 믿습니다.

transient-guest 2014-04-03 08:59   좋아요 0 | URL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것이 참 어렵네요. 자주 쓰다가 지우는 일이 많습니다.ㅎ

몬스터 2014-04-04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조금 독서란 이래서 재밌는 거구나 하고 있지만 여전히 습관이 안되서 오래 집중하기가 힘들어요. 멍청하게도 , 중고등대학교때 교과서만 주구장창 외워댔구요 그리고 정말 멍청하게도 소설을 읽는게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어요. 차면 넘친다고 , 늦었지만 많이 읽어보려구요. 어떻게 읽는지 , 쓰는지 잘 모르지만 , 언젠간 저만의 방향이 생기겠죠.

transient-guest 2014-04-04 01:59   좋아요 0 | URL
천천히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이어가시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책 한 권을 거뜬히 읽게 됩니다. 그저 관심이 가는 책을 사 모으고 읽어나가세요. 나이가 들어서 접하게 되는 소설세계에는 그만큼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good luck!!

몬스터 2014-04-04 0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주로 읽을 수 밖에 없어서 (?) 선택폭이 거의 단거리 달리기 수준이예요. :-) 가끔 한국에서 책 소포 받으면 며칠 꼬박 밤새워가며 읽어요. 활자에서 이렇게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게 요즘 좀 신기해요.

transient-guest 2014-04-04 07:42   좋아요 0 | URL
예전에 미국에 처음 왔을때만 해도 한국책을 구하기가 참 힘들었던 때가 있는데, 그때가 생각나네요. 그렇게 계속 읽어가시면서 좋은 얘기 올려주세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