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스트레스를 반영하는 듯 금년에도 읽기는 무척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만, 역시 지금까지도 상대적으로 덜 복잡한 책을 주로 읽는 것을 보면, 필요한 건 고민과 성찰이 가득한 책 보다는 일상을 떠날 수 있게 해주는 활극이나 추리, SF, 판타지를 몸이 더 필요로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용은 다르지만, 기시감을 준다는 점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는 것 같다.  '너의 이름은'이 최근작, '초속 5센티미터'가 이전의 작품인데, 하나는 타임슬립과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몸이 뒤바뀌는 경험을 하는 과거와 미래의 남녀의 이야기라면 다른 하나는 어린 시절의 연애담, 둘 다 지나친 후의 어른이 된 남자의 관점에서 떠올리는 과거의 회상으로 전개되는데, 둘 다 결론을 보여주지는 않는 오픈엔딩이다.  가벼운 책이지만, 유명한 애니매이션이기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내가 남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좀더 큰 기시감을 주는 것 같다.  이런 특이한 연애경험을 모든 남자들이 갖고 있지는 않겠지만, 읽다보면 누구나 한번 정도는 이런 경험을 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   DC을 오가며 잘 읽은 책.


두 작품 모두 우치다 야스오의 소설인데, 나온 순서상 이들보다 뒤인 '덴카와 전설 살인사건'을 먼저 읽은 후 작가에게 흥미를 갖게 되머 마저 구해서 읽게 되었다.  역시 괜찮은 작품들이고, 재미 또한 쏠쏠했다. '고토바...'는 아사미 탐정이 등장하는 첫 작품인 듯 한데, 현재의 살인사건의 단서를 찾아가면서 8년 전에 죽은 그의 여동생의 죽음의 실마리를 잡아가면서, 범인을 찾아간다. 비교적 무난한 추리.  '헤이케...'는 보험사기에 가담한 사람들, 그리고 하나씩 죽어나가는 이들의 뒤를 캐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사미 탐정의 연애와 나름 기상천외하게 전개되는 뜻밖의 단서를 잘 따라가다보면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한 수준의 추리였다.  둘 다 나쁘지 않았고, 이야기가 어느 정도 흘러간 시점에서는 나도 용의자들의 범위를 좁힐 수 있는 수준의 트릭이라서 큰 부담은 없이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다.  


2017년 이내에 검은숲에서 나온 예쁜 이 컬렉션을 일단 모두 모아보기로 했다.  엘러리 퀸이라는 필명은 두 사람이 함께 소설을 쓰면서 탄생한 건데, 미국추리소설의 황금시대에 속하는 이름이 아닌가 기억한다.  '퀸 수사국'은 단편을 모은 소품집 같은건데, 엘러리 퀸이 창조한 명탐정 드루리 레인이 등장하는 작품은 없고, 실명으로 엘러리 퀸이 직접 등장하는 시리즈의 이야기들 중 비교적 간단한 놀이(?)를 선사하는 수준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역자의 말마따나 머리가 복잡할 때는 추리소설조차도 장편이나 진지한 이야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어, 이런 정도의 이야기가 딱이다.  검은숲은 북스피어, 모비딕과 함께 참 고마운 출판사가 아닐 수 없다.  근데 마쓰모토 세이초나 란포의 책은 더 안 나오는 건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경우에는 신작을 기다린지도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찍 잔 덕분에 일찍 일어났다.  주말일수록 어쩌면 하루를 길게 쓰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gym이 6시에 여니까, 이에 맞춰 나갈 생각이다.  날씨가 조금만 더 따뜻해지면 수영에도 도전해볼 생각.  조금 멀리 있는 다른 gym을 이용해야 하니 좀더 일찍 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weight후 가볍게 뛰어주고, 풀에서 땀을 식히는 것도 상쾌할 것 같다.  오늘의 오전 운동 후에는 역시 서점에 나가서 아침의 커피향기와 책냄새를 즐길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0대 중반을 지나면서 시간이 지나가는 속도가 무척 빨라졌음을 느끼기 시작했었다.  특히 이 시기는 내가 자영업자(?)로 돌아선 시점이기도 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자영업 2년차가 되면서부터는 정말 한 주가 빠르게 지나가는 걸 느꼈었는데, 6년차에 들어선 지금은 월-화-수요일까지 바쁘게 지나고 나면, 어느새 목요일 오전이 오고, 그럭저럭 버티고 하루를 마감하면 벌써 금요일이 오는 것으로 2017년의 1/3이 지나갔다.  더욱 열심히 살고, 열심히 좋아하는 것들을 해야만 후회가 적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커피도 많이 마시고, 책도 더 많이 읽고, 음악도 많이 듣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틈새시간을 찾아서 게임도 조금씩 하고, 그러다가 가끔 chunk로 시간을 떼어내서 여행도 가고, 가능하면 출장과 여행을 적절히 섞으면 좋겠는데, 이건 회사의 사이즈가 조금 더 커져야 가능하다.  아직 그 흔한 협회세미나 한번을 가지 못했는데, 보통 연례행사나 분기별로 잡히는 행사는 보수교육을 겸해서 mixing과 networking을 할 수 있고, 더 좋은 점은 통상 관광지 또는 관광지에 가까운 곳에서 행사를 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뉴올리언즈 hot한 지역, 샌디에고, DC 같은 곳, 겨울엔 잘 찾으면 스키리조트 같은 곳에서 3-4박 정도로 행사가 잡히는데, 일찍 예약하면 호텔도 좀더 낮은 가격에 잡는 등 혜택이 많은 것 같다.  언젠가는 가야지 하고 있는데, 경제적인 여유는 좀 나아졌지만, 시간을 낼 수가 없는 것이 문제.  이렇게 정리하는 것도 점점 밀리는 등, 아무래도 아나키스트가 장악하고 있는 내 시간경영을 국가주도의 계획경제나 공산주의로 바꿀 필요가 있겠다.



특별한 느낌은 없고, 왜 '별에서 온 그대'에서 테제로 김수현이란 잘 생긴 녀석이 계속 들고 있었는지는 알겠다.  솔직히 이런 테마나 구성은 예전에도 접한 기억이 있는데, 약간은 몽환적인 느낌이 좀 특이했다면 그렇다고 하겠다.  뭔가 짠한걸 기대한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도서관에서 빌려서 본 것이 좀 다행이란 생각도 하고, 대략 그렇다.  나쁘진 않았지만, 내가 사서 보았을 만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근데, 다른 이들이 보면 또 더 좋은 것을 느꼈을 수도 있으니 이건 뭐라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다.  표지는 참 맘에 드는데, 그 외엔 달리, 더구나 지금에 와서 떠오르는 건 없으니 참 나의 독서란 것도 이렇게 금방 잊혀지는 것이라서, 한심한 점이 없지 않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투에서 공성전이나 시가전은 여러 모로 가장 참혹할 수 밖에 없다.  현대전에서 성이 갖는 의미는 거의 없으니, 사실 시가전이 거의 독보적으로 끔찍한 형태의 전투가 되는데, 대개의 경우 민간인이 모두 소개되지 않았고, 오히려 이들을 방패 삼는 점, 침략군과 방어군 양쪽에서 두들겨 맞는 것이 민간인이라는 점, 그리고 거점파괴나, 중군을 함락해서 끝나는 전투가 아닌, 시작도 끝도 없고, 밤낮이 따로 없으며 전방과 후방이 없이, 그렇게 계속 피와 고름이 나는 상처처럼, 계속 이어진다는 점, 그런데 무기는 현대식이라서 대량살육과 무차별폭격이 가능하고, 소규모부대로 편성된 타깃형태의 공격과 방어가 가능하기에 거의 전천후적인 살인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에서, 게다가 스탈린그라드라는 상징성, 무능한 소비에트 정권의 수뇌, 히틀러의 광기와 집착, 이에 맞먹는 스탈린의 무능과 집착이 빚어낸 2차대전 최고의 분기점이자 참혹했던 전투였던 것.  읽는 내내 책을 내려놓기 힘들 정도로 이 두꺼운 책이 잘 읽혔고, 앞서 읽은 같은 저자의 '스페인 내전'보다는 더 나은 번역이라서 훨씬 부드럽게 넘어갔다.  홀로코스트가 종전 직후엔 그리 big issue가 아니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뿌리깊은 서구의 반유대주의도 있었겠지만, 그 이상, 소비에트의 경우 추산 2000만에서 3500만명 이상이 희생되었던 탓에 600만 정도는 상대적으로 대단한 숫자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물론 특정민족을 타깃으로 하여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대량학살이란 점에서 홀로코스트는 그 특유의 비극성을 갖고 있지만, 다른 의미로 스탈린그라드 공방전에서 상징적으로 보여진 동부전선의 비극은 사상자 숫자의 면에서, 그리고 이후 야기된 소비에트의 복수로 인한 추가사상자발생의 면에서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른 건 사실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히틀러가 서부전선에 치중했다면 아마 소비에트의 동부유럽과 함께 유럽을 양분했을 것이고, 동화작업을 통해 하나의 제국을 이룰 수 있었다면 우리가 아는 세계는 상당히 달라졌을 것 같다.  2차대전의 아이러니가 여기에 있는데 히틀러라는 희대의 미치광이를 상대하기 위해 운명적으로 영국의 처칠, 프랑스의 드골, 그리고 소련의 스탈린 같은 단순무식하고 고집이 센 리더가 역사의 중심에서 활약했다는 점이다.  역사를 공부하고 책을 읽다보면 이런 아이러니를 보는 것이 참 즐겁다. 


아직 정리할 책이 여섯 권 정도 남았는데, 일단 성격이 비슷한 것들을 따로 모아서 하나씩 주말에 써봐야겠다.  이젠 퇴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속 5센티미터 신카이 마코토 소설 시리즈
신카이 마코토 지음, 김혜리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전한 기시감. 과거를 돌아봄은 나이든 사람의 일. 누구와 맺어질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헤이케 전설 살인사건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김현희 옮김 / 검은숲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아사미 탐정의 두 번째 이야기 정도가 되려나? 묘한 트릭으로 단순한 보험사기추리극을 좀더 높은 수준의 미스터리활극으로 만들었다. 역시 초기 등장인물이 모두 죽는 시점에 몇 가지 ‘기정사실화‘된 배경을 의심했고, 3/4정도에 범인을 확신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토바 전설 살인사건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중반을 넘어가면서 나의 보잘것 없이 추리로도 범인을 유추해낼 수 있었는데, 단서가 적절히 잘 주어진 것 같다. 아사미 탐정의 첫 등장에 이런 비극적인 과거가 있을 줄은 몰랐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