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나요? - 나, 너, 우리를 향한 이해와 공감의 책읽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나와 겹치는 책은 딱 두 권. 책의 세계는 정말 넓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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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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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을 사이에 둔 부부. 살인누명을 쓴 한 명. 교묘한 글을 배치로 만든 트릭. 짧고 편하게 읽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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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엔 무척 더웠고 덕분에 조금 시원하다 싶은 in-door 공간은 모두 사람들로 넘쳐났었다.  극장 두 군데가 모두 sold out이었고, 결과적으로 여기 저기를 떠돌다가 안착한 곳은 동네슈퍼마켓에 해당하는 Safeway의 내부에 있는 스타벅스였다.  웃기는 건, 그렇게 사방을 돌아다니다가 도착한 곳이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 곳에 있었다는 사실.  카페에서는 보통 커피, 아이스커피, 아이스티는 한번 제 값을 내고 마시면 50센트를 내면서 계속 리필이 가능하다는 것.  덕분에 앉아서 그란데 아이스티를 세 잔을 마시고 속이 냉냉해질 무렵 머리속까지 시원해질 수 있었다.  이번 주 내내 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어서 가능하면 사무실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있는데, 오늘 저녁은 또 서늘하다.  곧 하지가 온다는 걸 잊고 있을 만큼 시원한 5월과 6월을 맞은 덕분에 잠시 여름을 잊었던 것 같다.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다시 온도가 조금 떨어져서 다음 주에는 대략 20-25도를 유지한다고 하니 확실히 2년 연속 비가 많이 온 겨울을 지낸 덕분에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저녁을 먹고 무료하였기에, 그리고 운동은 내리 3일을 한 터라 하루를 쉬는 기분으로 잠깐 서점에 나왔다.  역시 화요일 저녁이라서 사람이 별로 없어 상당히 쾌적하다.  잡지 몇 개를 뽑아서 아이스티를 마시면서 책을 보다가 들어갈 생각이다.  '잘 지내나요?'와 '대재앙 이후의 세계와 생존자들'이란 책을 들고 나와서 뒤적거리고 있다.  잠시지만 이런 순간순간들이 힘든 일상을 참아낸 후의 보람이다.  건강한 삶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들을 오래 볼 수 있기를,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그리고 내 능력이 계속 좋아져서 주변을 더 많이 챙길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이틀을 시달리다가 잠깐 편해지면서 현자타임이 오는 모양.


협력사가 한국의 사정으로 pay가 많이 밀려 있고 일도 조금 slow down된 2017년이지만, 또 감사하게도 내가 발생시키는 업무의 양도 기웃거리는 상담고객도 많이 늘어난 덕분에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게 버티고 있다.  처음에 사무실을 차린 한 해의 상담문의가 60여건, 그것도 아무것이나 걸려오는 전화를 다 모은 것이 그랬다면, 금년은 벌써 100건이 넘어가고 있다, 그것도 쓸데없는 전화는 거의 오지 않고 케이스로 연결이 되었거나 그럴 만한 것들, 최소한 유료로 상담을 하는 것들만 모은 것이 그렇다.  조금씩이지만, 나이를 먹는 서글픔에 비례해서 회사는 천천히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을 보다가 표지의 사진을 본다.  만약 저자의 사진이라면, 여러 가지로 보아 아담한 그런 모습을 갖고 있을 것 같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카페인이 슬슬 퍼지고 있는 것이다.


먹고 사는 일은 힘들다.  카페에 새로온 직원.  시작할 때만해도, 겨우 1-2개월 전인 것 같은데, 생생하던 그녀가 요즘 가끔 보면 얼굴이 피곤으로 찌들어 있다.  high tech일자리는 늘어난다고 하는데, 그 외의 모든 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젊은 친구들이 할 수 있는 일, engineer가 아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한줌만 남은 각종 행정관련 일자리와 이런 저런 서비스업 밖에 없어진 것 같다.  다가오는 10년, 60세가 될 그 후 10년의 미래가 궁금하고 두렵다.  얼른 벌어서 잘 갈무리해서 어디 조용한 곳에 칩거하고 남은 삶을 살아낼 궁리를 하다가 마음이 조급해지는 이유다.  


밤 9시가 다 되었는데도 밖엔 아직도 늦은 저녁의 여운이 남아 완전히 어둡지 못하고 있다.  뭔가 어두운 밤이 다시 그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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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1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2 0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2 0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2 0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23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밤 7~10시까지는 쉴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져요. 10시 넘어가면 내일 출근 걱정에 잠을 설칩니다.. ㅎㅎㅎ

transient-guest 2017-06-23 14:58   좋아요 0 | URL
그래도 목요일 밤부터는 맘이 조금 넉넉해집니다 ㅎㅎ 목-금-토가 좋네요

cyrus 2017-06-23 14:59   좋아요 0 | URL
네. 금, 토요일 밤이 기분이 제일 좋아지는 시간입니다. ^^
 

우병우도, 정유라도 뭐도 똥도 닭도 개도 소도 모두 영장이 기각되는 뺑이치는 대한민국.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 빼고는 바뀐 것이 하나도 없는 나라 같다.  여전히 토건족은 삽질로 돈을 벌고 싶어하고 언론사의 기레기들도 납작 엎드린 시늉을 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고, 더 썩기도 힘들만큼 진물이 흐르는 군부는 그들대로 다양한 경로로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  검찰과 법원 또한 개혁의 대상인 바, 아직까지는 그들의 세력이 너무도 굳건히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 판사가 욕을 많이 먹기는 하지만, 검사가 제대로 기소장을 썼는지도 확인이 되어야 한다.  내가 볼 땐 좀 저속한 표현이지만 둘이 배가 맞았기에 영장이 기각된 것 같지만, 그건 어디까지난 추정일 뿐.  문재인 정부에 꾸준히 인내심을 갖고 힘을 모아주어야 하는 또다른 이유가 아닌가 싶다.  status quo가 바뀌려면 큰 일이 일어나야 하는데, 내 생각으로는 군부와 검찰, 법원을 한칼에 수술하고 정신없이 몰아쳐가야 원하는 개혁을 시작이라도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감사하게도 이 책을 읽고 나시 다시금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마음이 생겼다.  그만큼 읽은 책의 영향을 아니 받을 도리가 없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때문에 내 기준에서 조금 모자라는 내용으로 기대를 배신당하게 되면 한동안 비슷한 장르나 소재를 다룬 책을 멀리하게 된다. 잔잔한 일상의 에세이지만 오랜 시간 책읽기와 사들이기, 이 두 가지 행위와 함께 살아온 사람의 모습의 울림이 있다.  신변잡기적인 가족과의 이야기는 뭐랄까 한국 사회에서 50대의 남자가 차지하는 위치는 이런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등 조금 negative(?)한 영향이 있지만, 별 것 아닌 이야기로 생각할 것들을 던져주는 걸 보면, 역시 한 세월을 책과 함께 보낸 사람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벌이가 적당한 보통의 공무원이 의외로 평생 책을 읽으면서 살아가기에 나쁘지 않은 직업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걸 아주 이른 나이에 간파했던 이가 장정일 작가였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글로 성공한 덕분에 작가로 살면서 원하는 책을 맘껏 읽으면서 살아가고 있으니 역시 나같은 보통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무언가를 보는 자들은 저만치 앞서 나가는 것이다.  돈과 공간에 대한 고민은 늘어나는 책과 책읽기의 기쁨과 비례해서 늘어나는데, 책이란 것이 생명이 있다면 내가 책을 위해 일을 하고 살아가도록 교묘히 조종당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어쩌면 그렇게 매트릭스의 세상에서 살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건 망상이지만. 


한때 싸이홈피를 도배하던 그림들 중 하나의 작가가 아닌가 싶다. 다른 화가들도 많이 있었겠지만, 특정 한 시기를 분명 클림트의 그림은 좀 멋을 부리거나 머리에 뭔가 든 것을 피력하려는 듯한 이들의 홈피에서 볼 수 있었다.  이젠 다 옛날 이야기지만.  그때부터 늘 궁금했던 것 같다.  이 그림을 그린 이.  '클림트'라는 이름만 보면, last name인데도 그림그리는 여자를 떠올리곤 했는데, '구스타프'라는 이름을 알고 난 지금도 가끔 그의 그림을 보면 여자화가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소설을 통해 역사적인 사실이나 인물의 모습을 극적으로 들여다보는 건 늘 즐겁다.  그림을 감상하는 재주가 부족하기 때문에 중간에 조금 지겨운 부분도 있었지만, 괜찮은 이야기.


간만에 일본추리소설을 읽었다.  서구의 고전이나 현대의 작품들과는 늘 다른 느낌을 주는, 너무도 일본적이고 일본의 색채와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이런 소설은 늘 읽는 내내 나를 즐겁게 한다.  후배를 심하게 괴롭히던 부장대리를 날려 버린 탓에 퇴사를 면하는 대시 유명한 방송인을 수행해서 출장을 다녀오게 된 주인공이 마주치는 연쇄살인사건.  폭설로 길이 끊긴 산장에서 전개되는 밀실트릭도 일품이지만, 그 기막힌 반전은 역시 사람을 쉽게 믿으면 sucker가 된다는 세상의 진리를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매사에 감성이 풍부하고 격정적인, 좋게 말하면 passionate한 주인공은 그 감정적인 면 덕분에 사고를 치고, 사고에 휘말리고, 엉뚱한 일을 당하게 된 것이라고 봐야 하는데, 이 사기(?)는 꽤 오랫동안 읽는 사람을 엉뚱한 곳으로 내모는 등 꽤 재미있는 트릭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노조활동에 대한 약간의 편견이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투쟁이 어느새 본질은 빠지고 싸움을 위한 싸움이 되어가는 모습을 잘 그려낸 것 같다.  스타인벡이 그렇다고 부르주아의 이념에 빠져 있던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늘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소재로 좋은 책을 써왔던 Salinas가 배출한 대문호라는 걸 생각하면 이 정도의 주관적으로 느끼는 편견은 좀 잊고 책을 즐길 수도 있겠다.  

아주 평범한 다수의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 중 공짜는 하나도 없었다는 새각을 많이 했다.  누군가가 우리보다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을 요구하고 희생을 했기 때문에 갖게 된 수많은 권리를 소중히 누리고 발전시키면서 이에 수반되는 의무 또한 이행하는 간단한 진리가 시민의식의 출발이 아닐까.


어쩌다 보니 머리를 식히려고 책을 마구 읽고 마구 써내버렸다.  일단 밀린 건 없다.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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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23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순실 징역 3년이랍니다.. 이대 비리 관련인 중에 가장 많은 징역 연수입니다.. -_-;;

transient-guest 2017-06-23 14:57   좋아요 0 | URL
이것이 시작이면 좋겠네요 같다 걸 수 있는게 많이 있을겁니다 그 전에 법원과 검찰의 청소가 필요하겠지만요

레삭매냐 2017-06-23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검찰 구형은 아마 7년이었는데 절반도 넘게 깎였네요. 이런 추세하면 항소 하면 무죄 도 가능할 판이네요.

transient-guest 2017-06-23 15:04   좋아요 0 | URL
문재인 정부는 사방이 적들로 둘러싸여 있네요 정말이지 판검사들 참 한심합니다
 

짧은 리뷰를 남기는 것, 그리고 몇 권씩 한꺼번에 페이퍼로 정리하는 것, 이렇게 딱 두 가지 법칙을 정한 건 이번 해가 시작되면서부터였다.  다른 이유는 없었고, 그저 읽은 책을 제때 정리하기 위해서 늘 페이퍼를 쓸 수는 없으니까, 우선은 읽고나면 바로 흔적을 남기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그런 맘이라서였는지 페이퍼를 쓰는 날 사이의 기간이 점점 더 길어지는 것이다.  거기에 요즘의 내 일상이라는 것이 그리 신나는 일도 없는 편이라서 책과 함께 쓸 이야기도 잘 떠오르지 않는 등 여러 가지로 쉽지 않는 것이 요즘 페이퍼를 쓰고자 할 때의 마음이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말을 달고 다닌다. 여기에 나중엔 조금 slow한 곳에서 평화롭게 남은 생을 살고 싶다는 말도 많이 하는 것 같다. 머리가 복잡할 때 늘 반복되는 패턴이 아닌가 싶다.  일도 삶도 심지어는 책읽기 마저도 어떤 정체기를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뭘 해도 자신감이 느껴지지 않는데, 나이만으로 따져보면 결국 나에게도 mid-age crisis가 온 것은 아닌가 생각하곤 한다.  어릴 땐 오히려 별로 관심이 없었던 쌔끈한 coupe이나 스포츠카 또는 classic한 아메리칸 머슬카를 하나 장만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는데, 그냥 뭔가 달라지고 싶다는 몸부림이 그렇게 표현되는 것 같다.  


책읽기와 운동, 그리고 가끔 보는 영화와 즐기는 게임으로 위안을 삼는다.  신통방통한 책읽기는 그래도 꾸준히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새로운 것들을 깨닫게 해준다.  평생 읽어도 다 못 읽을만큼 많은 책을 쌓아놓고 싶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동진 DJ가 약 17000권의 책을 모았다고 하는데, 난 그 1/3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벌써 책을 보관하는 것이 큰 문제인데, 이건 차차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한다.  가장 유력한 방법은 결국 사무실을 확장할 때 여유공간을 조금 확보해서 서고로 쓰는 것이다.  늘 보는 책과 신간으로 조금 추려서 집에 두고, 나머지는 한 군데에 보관하면 좋을 것 같다.  이사할 때마다 포장과 옮기는 걱정, 다시 배치하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게다가 책은 이젠 거의 대부분 관심을 두지 않는 물건이라서 게임소프트나 영화처럼 남들의 손을 많이 타지도 않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누가 훔쳐가는 걱정도 상대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The Great War.  유럽의 관점에서만 보면 사실상 그들이 아는 문명세계 전체가 전쟁에 휩싸인 대규모의 전쟁.  우리가 아는 역사상 인류 최초로 온갖 신무기로 서로를 죽인 전쟁.  최초로 전방과 후방의 개념이 무너지기 시작한 전쟁. 여기에 무능 그 자체였던 지도부의 집착으로 모든 군대가 현대식무기를 들고 재래식전투를 벌인 전쟁. 당시의 무기체계로 볼 때, 수비가 공격보다 훨씬 유리했던 전쟁. 


대충 생각을 해도 이렇게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War of Cousins.  각국의 황실과 지도층이 이런 저런 혼맥으로 모두 친족관계였기에 마지막 순간까지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으나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모두가 낭만적인 열정에 사로잡혀 head-on collision으로 달려든 전쟁.  그리고 제국과 함께 구체제의 몰락으로 끝난 전쟁.


이 한복판에 던져진 러시아의 페시코프 형제, 윌리엄스 남매, 듀어 일가, 울리히 일가 등 각계각층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한 소설적인 즐거움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그리고 여러 계층과 이념을 대비하는 인물들의 말과 행동에서, 때로는 모순에서, 때로는 드라마 그 자체로써, 역사를 보여준다.  여성의 권리나 노동자계층의 정치적인 성장을 비롯한 사회개혁과 변혁은 결국 평화로운 시기, 모든 것이 status quo의 시기에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종전과 함께 불길한 다음 시대를 예고하는 듯, 히틀러가 가십거리로 등장하여 맥주홀폭동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끝나는데, 동성애자인 로베르토가 유대인을 패배의 탓으로 돌리면서 그와 같은 이념을 추종하는 사회민주당원으로 등록하는 모습은 또 하나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히틀러가 정권을 잡고 완전한 철권통치를 하려는 전야에서 시작되는 20세기 3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는 모드와 발터, 그리고리 형제, 윌리엄스 남매 등 1부의 청춘들의 자식들의 관점에서 시작된다.  


2차대전의 전초전이었던 스페인내전의 비극, 공산당의 전횡, 나치스가 어떤 방식으로 정권을 잡고 유지했는지, 유도된 무관심, 적절한 수준의 폭력과 일상으로의 복귀를 반복하면서 things are not bad라는 관념이 대중들의 머릿속에 이식되는 과정, 영국의 계급투쟁, 파시즘을 지지하던 일단의 세력, 미국의 무관심, 그리고 마침내 일어나는 전쟁속에서 그려지는 2세대의 삶까지.  어떤 의미로는 한국의 막장드라마처럼 1부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이어져 내려가는 얼키고 설켜 펼쳐지는 드라마적인 요소까지도 매우 매력적이다.  1부와 마찬가지로 곳곳에서 당시의 시대상을 볼 수 있고, 조금은 멀게 느껴질 수도 있는 사료의 관점이 아닌 극화형식에서 오는 현장감이 대단하다.  역시 끝은 3부의 테마가 될 인권운동과 냉전의 조짐을 보여주면서 막을 내린다.


사실 2부를 먼저 읽고 1부를 읽은 덕분에 1부를 읽는 것이 다소 괴롭기도 했었다.  용감하고 멋진 발터 울리히의 최후라던가, 이런 부분이 그랬던 것이다.  역시 시리즈는 순서대로 보아야 한다.


전쟁이 끝나고 동서내전이 시작된 후 10년 정도가 지난 시점인 1960년대가 시작.  1-2부에서 이어지는 3세대의 이야기.  지금으로 보면 딱 베이비부머의 청춘시절이 아닌가.  냉전시대의 대립과 미국의 인권운동, 케네디, 그리고 냉전이 끝나는 상징적인 이벤트였던 베를린장벽의 붕괴까지 숨가쁘게 달려간 후 2008년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을 끝으로 3부작이 마무리된다.  역시 끝이 없이 재미있는 이야기속에서 지나간 반세기, 그리고 불과 9년전에 있었던 감동적인 오바마의 취임까지 정신 없이 달려오게 만들었다.  잠시 생각하니 2008년은 꿈 같다.  트럼프로 상징되는 일부의 오만함, 무능함, 무지함까지 지금은 악몽의 시간이다.  


 밖에 자투리 시간에 읽은 나머지 책.  '처절한 정원'의 감동, 'No Middle Name'의 프리퀄스러운 단편, 그리고 서경식 선생의 책 또 한 권을 읽어낸 후 2-3주 이상의 시간이 흐른 끝에 내용에 대한 느낌은 거의 잃어버리고 말았다.  딱 보니, 책 3-4권 까지는 미뤄도 큰 문제가 없으나 그 이후부터는 워낙 많은 시간이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페이퍼로 제대로 남기기 어려울 것 같다.  엊그제 읽은 몇 권은 이번 주가 지나가기 전에 감상을 남겨봐야 한다.  


6월도 거의 다 지나간 듯.  지난 일요일엔 heat wave로 주차해 두었던 차 내부의 온도가 40도가 넘어갔었는데, 내일과 모레까진 그렇게 계속 더울 전망.  하지만 곧 하지가 오는 것 치고는 비교적 선선하게 여름을 보내고 있다.  다음 주 부터는 다시 온도가 15-25대로 유지된다고 하니 확실히 많은 비가 온 덕을 보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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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6-21 0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글을 읽다가 문득 생각한건데요,
저는 책을 읽는대로 다 팔고 있거든요. 아니면 누구 주던가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으니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래서 제가 제 방에 놓을 수 있는 책은 한계가 있어요. 제 생각엔 그게 500-600권 정도일 것 같은데요.
혹여 나중에 제가 혼자 살게 되어 책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진다고 해도, 공간을 늘리지 않는한 한계가 분명할테고, 그러면 저는 계속 지금처럼 책을 사고, 읽은 책은 팔고, 그런데 소장하고 싶은 책은 책장에 오래 꽂아두겠죠. 결국 남아있는 책, 제가 읽고 갖고 싶어 꽂아둔 책들은, 결국 나를 말해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책을 좋아하는 이런 사람.. 즉, 어떤 책을 좋아한다고 가지런히 모아놨을 때, 그것만으로 분명 알아챌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것 같거든요. 굉장히 내밀한 일 같다는 생각이 지금 막 들었어요.

너무 다른 얘긴가요. (머쓱) 하핫.

transient-guest 2017-06-21 09:00   좋아요 0 | URL
책을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기는 나비 같은 거죠. 저는 끌어안고 주체를 못하면서도 내보내지 못하는...돼지가...-_-: 물론 저도 가끔은 다 털어버리고 왔다감을 좀 가볍게 하고 싶긴 해요. 이담엔 그래서 집에는 그렇게 5-600권 정도만 두고, 나머지는 작업실 같은 걸 만들어서 따로 보관할 생각입니다. 서재와 서고가 따로 필요한 이유죠.ㅎㅎ 책장을 보여주는 건 속살을 보여주는 것처럼 부끄러울 수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 이후로는 제 서재를 남에게 마구 보여주는게 조심스럽더라구요. 정체(?)를 파악당하고 싶지 않은 이유죠. 나이가 속마음을 마구 나타내면 좀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나이라서 더더욱.ㅎㅎ

너무 다른 얘기는요 뭘. 아무 얘기나 하셔도 좋아요.ㅎㅎ 이번에 이모 작가가 쓴 ‘잘 지내나요?‘도 왔네요. 곧 읽어봐야겠습니다. ㅎㅎㅎ

cyrus 2017-06-21 0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늘 보는 책과 관심 없는 책, 이렇게 따로 구분해서 보관해봤어요. 그런데 가끔 관심 없는 책 중에 읽고 싶은 게 있어요. 하필이면 그 책이 구석에 있어서 그거 꺼낼 때 힘들었어요. ^^;;

transient-guest 2017-06-21 09:01   좋아요 0 | URL
저도 가끔 그렇게 밑이나 구석에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둔 책을 찾아 꺼내느라 고생을 하곤 합니다.ㅎㅎ 심지어는 박스에 보관하는 걸 갑자기 찾느라 난리를 치기도 하지요.ㅎㅎ 말씀을 보니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이 생각나네요.

목나무 2017-06-21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켄 폴릿의 ‘20세기 3부작‘ 완독하셨군요. 1부만 읽고 이번 여름휴가때 나머지 2부, 3부를 읽으려고 아껴만 두고 있는 시리즈입니다. 진짜 이런 대작은 한번에 주욱 읽어야 하는데 말이죠. ^^
<처절한 정원>은 정말 오래전에 읽었는데 덕분에 오늘은 퇴근해서 이 책 찾아보고 싶어졌어요.

책보관 문제는 저도 늘 고민이라... 지금까지 힘겹게 1000권 정도의 책을 짊어지고 이사다녔는데 그 이상은 힘들 것같다는 생각이 점점 짙어지더라구요. 내가 꼭 보관해야할 책을 선별하는 기준을 만들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

transient-guest 2017-06-21 12:45   좋아요 1 | URL
아껴서 두었다가 좋은 날, 책이 땡기는, 그러나 오랫만에 한가해서 하루 종일 나한테 쓸 수 있는 그런 날. 연휴 같은 때, 에어컨 시원하게 켜놓고 차가운 걸 마시면서 뒹굴거릴 여유가 있을 때 읽으시면 좋겠어요. ㅎㅎㅎ

책을 정리하려고, 그러니까 줄이는 고민은 해본 적이 없어요. 늘 책을 사 보았지만, 원하는 걸 꽤 많이 사들이기 시작한 건 이제 5-6년 정도에요. 보관과 정리에 늘 고민하지만 아직은 새로운 책이 반갑기만 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