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휴식을 계기로 독서가 다시 활성화된 듯, 6월에도 열심히 읽어가고 있다. 손에 잡히는 건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읽은 덕분이기도 하고, 활자가 좀 지루해지거나 정신과 마음이 온통 다른 일에 사로잡혀 독서에 집중하지 못할 때 마중물처럼 가득 부어주면서 다시 활자를 향해 나아갈 마음을 갖게 해주는 그래픽노블이나 코믹스만화책처럼 고마운 녀석들의 덕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름 바쁘게 지내면서도 조금씩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을 하고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술은 줄이고, 책도 많이 읽고, 커피도 많이 마시면서 지내다보니 2019년의 반을 지나는 6월의 반이 지나갔다. 대략 석달이면 또다시 NFL시즌과 함께 언제나 기다리는 한 해의 정리가 시작되는 9월이 될 것이고 10월이면 드디어 나도 핵심직원을 두고 일을 하게 된다. 그저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많은 일거리가 들어왔으면 하는 마음이고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내 업계가 트럼프와 극우백인쓰레기집단의 혐오를 극복해서 다시 호황을 누렸으면 한다.
워크룸프레스, 쏜살문고, 이와니미시리즈와 함께 조금씩 모아들이고 있는 유유의 책에서 소소책방의 주인장이 쓴 '책 정리하는 법'을 읽었다. 작은 문고판형으로 예쁘게 제본된 이런 책들은 하드커버나 가죽으로 제본된 양장본과는 다른 맛이 있는데, 일단 여행을 갈때 좋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거나 돈이 덜 되는 소소한 잡문과 단편을 정성껏 편집하는 등 여러 모로 좋은 구성이라서 늘 몇 권씩 읽고는 한다. 개인의 서재를 정리하는 이야기와 책을 수리하는 부분이 특히 맘에 들었는데 작은 공간이라도 배치에 따라서는 널찍한 책상과 충분한 작업공간을 마련하고도 최고 2000권 정도의 책을 꽂아둘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남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면 사무실의 내 방을 딱 그렇게 문을 등진 형태로 창문을 보면서 큰 책상을 두고 작은 책상을 함께 "ㄱ"자로 배치한 후 옆의 책상 위에는 4-5단짜리 책장을 올려볼텐데, 잘못하면 어수선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나는 글쟁이가 아니라서 작업실이 그리되면 좀 문제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개인서실에 적용해볼 것. 소소한 내용의 소소한 책을 쓰면서 소소한 헌책방을 운영하는 것으로 생활이 되는지 조금은 의문이지만, 밥은 먹을 수 있으니 벌써 거의 5년이나 서점을 유지하는 것이려니 생각해본다.
이것도 시리즈라서 먼저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모은 '도플갱어의 섬'을 읽은 후 나머지를 최근에 배송받고 바로 다 읽었다. 근대일본문단의 유명한 작가들이 쓴 추리소설이나 기담 또는 그런 풍의 에세이를 모았고 쉽게 접할 수 없는 것들이 꽤 있어 즐겁게 읽었다. 지금처럼 장르로 문단으로 소설이니 문학이니 하는 논쟁과 차별이 없이 그저 열심히 당시에는 모던과 문명의 상징과도 같았던 서구문학을 도입하고 일본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다양한 번안소설이나 번역 또는 축약번역소설에 나타난다. 늘 잃어버린 우리의 근대, 그 모습을 비슷한 시기의 일본소설에서 찾게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도 즐거운 독서가 아닌가 싶다. 이야기의 수준으로만 보면 지금의 기준에서는 유치할 수도 있는 것도 있고, 중언부언의 신변잡기도 있지만, 그런 시기를 거쳐 노벨문학상수상작가나 무라카미 하루키같은 대작가가 나온 토양을 만들어갔을 것이란 생각이다.
추리소설의 대가였지만 오히려 이 여섯 권의 소설집에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가로서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고 더 중요하게는 그녀의 삶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할만큼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다. 특히 '두번째 봄'은 작가가 살아온 모습의 축약본처럼 가감없이 크리스티의 역사와 맞닿아 있는 이야기같다. '장미와 주목'에서는 이런 요소가 적지만 우정으로만 남아야 했던 사랑과 불꽃같은 사랑의 대상인 여자를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려진 이야기를 통해 '사랑'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했다. 남은 두 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말 그대로 우린 너무 몰랐다. 지금까지 읽은 모든 역사채에서 반탁=애국, 찬탁=빨갱이매국으로 배운 등식이 역사적사실에 입각한 분석을 통해 산산조각이 나는 과정이었다. 열정적으로 쓰인 글이라는 걸 증명하듯 따분하지도 않고 지겹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게 해방정국의 중요한 이야기를 풀어냈고 줄줄 잘 읽힌 책이다. 도올선생에 대한 호불호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너무 가볍게 어려운 주제를 논한다는 생각도 하지만, 보면 볼수록 그의 지식세계가 방대하고 공부없이 허툰 수작질로 책을 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인가 책을 쓰거나 강의를 하기 위한 그의 엄청난 준비와 분석에 놀라게 되고, 한국에서 다치바나 다카시처럼 대단한 지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여운형선생의 건준이 제대로 인정받고 작동했더라면 6.25도 없었을 것이고 적절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친일청산도 가능했을 것이고, 대한민국 모리배들의 원조이자 조상과도 같은 이승만이 정권을 잡는 것도 어려웠을 것 같다. 지금의 시점에서 보는 역사는 언제나 좀더 명확할 수 밖에 없지만 정말이지 우린 너무 몰랐던 것이다. 이 책을 계기로 도올선생이 쓴 다른 책들을 모아들일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요즘은 일을 하거나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서 그의 강의를 YouTube으로 듣고 내 나름대로의 도올론을 정립해가고 있다. 유시민작가와 함께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대한민국의 대표지식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런 분들에 비하면 정규재나 조갑제같은 자들의 위시한 증오와 혐오를 팔아 먹고사는 지식모리배들에게는 쓰레기라는 말도 아깝다.
커피를 많이 마셨기 때문에 오늘 밤의 잠은 쉽지 않을 것이니 천상 내일 조금 몸을 혹사시키고 카페인을 줄여야 그나마 주중에는 제대론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2-3일 엄청 덥다가 다시 6월에 어울리지 않는 cool 한 날씨로 돌아왔는데 일견 다행히면서 Global Warming에 따른 폐해를 몸으로 겪는 듯한 느낌에 마음에 편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