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오늘 페이퍼를 정리하면서 읽은 책을 다 남긴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두 권을 까많게 잊고 빼먹었다.  머리가 나빠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20대 이전에 읽은 책들은 상당부분 지금까지도 특정 장면과 문장을 그대로 기억하는 반면에 이후에 읽은 책들은 잊어버리는 빈도와 정도가 심해진다. 특히 30대에 들어 읽은 책들은 여러 번을 읽어도 문장 같은것들은 거의 다 잊어버리고, 잘해야 책제목과 읽었는지 여부 정도만 기억할 수 있다.  술이 문제인지, 외우기를 예전에 멈춘 탓인지.  독서와 글쓰기 못지않게 암기능력을 다시 일정한 수준이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


탤런트 뺨치게 예쁜 엄머와 그 엄마를 닮은 깜찍한 딸이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이 책은 이를 완벽하게 배신해줄 것이다.  표지의 디자인과 색상 때문인지, 중립적인 제목의 '엄마의 도쿄'는 이들과 어우러져 매우 처연한 느낌을 주었다.  예전부터 이 책을 눈여겨보고 있다가 최근에 주문해서 읽었다. 


이 책은 단순히 동경의 맛집이나 가볼만한 곳을 소개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닌만큼, 정보를 얻기위함이라면 읽을 이유가 없다.  다만, 이제는 성인이 되어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된 한 여자가, 자식과 함께 한창의 나이에 남편을 잃고 동경으로 와 살면서 겪은 자신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자신의 관점에서, 때로는 과거의, 때로는 현재의 시점에서 서술하면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고 기리는 글이다.  


마치 니나 상고비치의 책처럼 이런 행위를 통해 어머니의 삶은 저자의 기억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구성되며, 다시 한번 살아진다.  그리고 세상에 남은 저자는 이를 통해 어머니를 잃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늘 우리의 부모님 세대, 아니 정확하게는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비록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이 책을 그저 그런 가벼운 에세이들 중 하나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어머니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이야기, 독서, 이론과 같이 여러 번 다른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어진 이야기를 넘은 다른 고민과 해결책을 지향하는 책이다.  내용은 조금 평이하고 예로 든 사례나 작가/책도 그러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나누는 독서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을 생각하여 구매했다.  


독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기실 모든 공부나 수양은 나눔을 통해 깊어지고 명확해짐은 law school시절 토론을 통한 판례분석에서 경험했던 바 있다.  혼자서 아무리 생각을 해도, 제한된 개인의 경험과 머리로는 한계가 생기는데, 나눔까지 가지 않고, 그저 이에 대한 이해나 문제점을 다른 이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통해서 깨달음이 오는 경험은 일상에서 무척 흔하게 접한다.  회의의 목적이 상하수직적인 보고와 지시전달이 아닌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다만, 조금은 다른 독서이론의 책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구성이나 조금은 얕은 내용이 아쉽기는 했다.  모임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방법, 토론을 이끌어나가면서 중재하고 조정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자세하게 다루었으면 하고, 성공사례에 대한 참가자의 에세이는 조금 지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내 업계에서 간혹 client의 자필편지형식을 이용한 변호사의 마케팅을 보는데, 심한 경우 짜고치는 고스톱이 극명하게 보이는 이런 방식은 지독하게 치사하고 낮은 수준의 광고라고 생각하는 내 성향상 그렇다는 것이다.


가벼운 라이트 노벨과도 같은 느낌이 묻어나는 책이다.  우연한 기회에 우연한 이유로 일본을 떠나 낯설고도 먼 핀란드에 정착한 31세의 주인공, 자신을 찾고 싶어 무작정 떠나기로 한 나라가 하필이면 핀란드가 되어버린 중년의 여자.  그리고 또다른 일본여자.  이렇게 셋이 모여든 갈매기 식당의 붙박이가 된 독수리 오형제 덕후 핀란드 청년이 주가되어 벌이는 일상의 모습이 이 책의 거의 전부이다.  영화로 본 후 책을 구했는데, 솔직히 영화의 영상미로 보여지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도 든다.


글자체가 크지 않았더라면 문고판 50여 페이지로 꾸며졌을 정도의 적은 분량이지만, 그래도 좀처럼 가보기 어려운 북유럽의 핀란드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조금이나마 엿보게 해주었다는 점은 positive하다.



간만에 읽은 세이초의 또다른 작품이다. 실제로 일어났다고도 하는 2차대전 말기에 있었던 일단의 일본제국 내에서 이미 진 전쟁을 되도록이면 빨리, 그리고 가급적이면 패전국이 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끝내려던 온건파 세력의 공작이 있었다는 전제를 두고, 이에 연루된 외교관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여 쓴 책이다.  세이초의 작품들을 보면 순수한 창작도 있지만, 유명한 작품들의 경우 특히 정부나 고위관료 또는 흑막이 되는 우익세력이나 미군정청의 입김이 닿았던 사건들의 진위를 유추하는 형식의 책이 많은데, 이 책 또한 같은 계통의 책인 듯 싶다.  과연 사회파의 시조라고 할 만하다.


요즘처럼 사건사고가 많은 한국에도 이런 작가가 한 명 정도는 있어서, 세월호참극, 2012부정선거를 전후한 저축은행사건, 뽕쟁이 wife의 법인, 우익세력의 준동, 일베지원, 국정원 같은 굵직한 이슈들을 작품으로 또는 논픽션으로 다루어주었으면 좋겠다.  제대로 된 국가였다면 BBK사건은 적어도 스무명 이상의 다른 작가들이 각각 논픽션으로 또는 다큐멘터리로 다루었을 것이라던 장정일의 말이 절실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내가 읽은 판본은 우측의 것이고 2014년에 다시 나온 듯 싶다.  욕을 먹던 말던 스테디셀러가 되고 볼 노릇이다.


나는 늘 이 책과 '먼 북소리...'어쩌고 하는 하루키의 그리스-이탈리아 여행기를 헷깔려했었는데, 이번에 읽으니 완전히 다른 시기, 다른 여행을 다루었음을 알겠다.  


폐쇄적인 성격이 강한 봉쇄수도원에는 미치지 못해도, 이런 '오지'에 틀어박혀 있는 수도원에서 평생 사람을 멀리하면서 자기 속으로 신과 함께 들어가버린 사람들의 경향은 (1) 타인에게 매우 친절하거나 (2) 괴팍하거나 하는 두 가지 중 하나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흔히들 시골에 가면 볼 수 있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따뜻하거나 마치 "여긴 뭐하러 왔어?"라고 묻는 듯한, 만사가 귀찮고 짜증나기만 하는 촌로의 두 가지 모습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작년 이맘때였던가 가을이 되었으니 문학을 읽어야지 하다가, 하루키를 다시 전독해야지 하다가 겨울이 되어 러시아 문학을 파들어가야지 하면서 정작 아무것도 못하던 것이 기억한다.  이번에는 조금 더 자신을 단련하여 문학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늘어져야 한다는게 정확한 나의 심정인데, 이미 못읽은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지금,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다는 것 또한 현실적인 고민이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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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페이퍼가 아닌 리뷰의 형식을 사용하여 읽은 책을 한 권씩, 읽은 후 바로 소화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리뷰의 경우 좀더 자세한 글의 줄거리를 요약하고 이와 함께 내가 느낀 점이나 배운 점을 비롯하여 저자의 이야기를 먹고 소화시켜 배설하는 등 보다 디테일한 구성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역량도 부족하고, 읽은 직후 바로 무엇인가를 쓸 시간적인 여유도 없기 때문에 이보다는 좀더 편안한 형식으로 책 몇 권을 이야기 할 수 있는 페이퍼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늘상 밀려가는 정리를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업무이상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 그리고 비록 sole practitioner이지만 한 회사를 책임진다는 부분에 대한 스트레스도 늘상 받고 있기 때문에 어떤 때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것 또한 책을 읽은 후 정리를 미루거나 소홀히 하게되는 원인이 된다.


요즘은 '탁PD의 여행수다'로 더욱 유명한 탁재형 PD의 책이다.  예전부터 팟캐스트를 통해 조금씩 내용을 접해왔지만, 최근에 구입했다.  워낙 알려진 내용들이라서 특별한 점은 없는 것 같고, 그저 저자를 위해 한 권 산 것이라고 보면 된다.  


세계여행전문 프로그램의 PD로 곳곳을 누빈 사람답게, 참으로 다양한 미주가효를 누린 호사가 부럽고, 그 이상 여러 나라들을 직업삼아 돌아다닌 그 여행편력이 부럽기 그지없으나, 아직도 내 세계는 책속에서만 존재하고만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멀리 돌아다닐 형편은 아니고, 그렇다고 가까운 곳이라도 돌아다니자니 이것도 여의치 않다.  술도 요즘은 마시는 것만 찾게 되고, 무엇인가 긍정적인 변화가 필요한 걸 보면 '중년의 위기'가 시작된다는 나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금의 내 위치가 불안하기만 하다.  독한 술보다는 가벼운 와인이나 맥주 수준의 발효주를 더 선호하는 내 취향상 이 책에서 다룬 것들을 즐기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맛난 중국음식을 앞에 두고서 친구들과 백주 한 잔 정도면 그 풍취를 즐길 수 는 있을 것이다.  


하인리히 슐리만, 번역에 따라서는 실리이만이나 쉴리만으로 표기되기도 하는 이 사람은 트로이의 유적발굴로 유명한 아마추어 고고학자이다.  어린 시절 책으로 접한 그리스 신화와 트로이의 목마 이야기에 매료되어 가난한 시절에도 이를 찾을 꿈을 키워온 그는, 40대에 큰 부자가 되어 이를 실현하는 발판에 될 자금을 확보하였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지역의 언어를 익혀 늘 머물던 국가의 언어로 일기를 썼다고 하는데, 한 언어를 독학으로 배우는데 보통 4주면 충분했다고 하니, 한 사람의 집념과 집중력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에 대한 좋은 예가 되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발굴활동 이전에 그가 청나라와 일본을 다녀간 기록을 남긴 것인데, 다른 책들은 모두 절판되고 지금 한국어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기록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자서전이나 트로이 발굴에 대한 책도 구하고 싶지만, 현재로써는 어려울 것 같다.  동양을 바라보는 당시 서양인의 우월감 가득한 시각이나 묘사가 여기에서도 존재하고, 한국은 쏙 빠진 부분에서는 마음이 아프지만, 한 가지 놀라게 하는 것은 그의 정확한 fact파악이라고 하겠다.  즉 어떤 물건을 보면 이를 깊이 관찰하여 정확한 수치로 계산해서 기록하는 것인데, 사실관계야 내가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기록만 보면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객석이 종횡으로 몇 줄이고, 이것이 어떤 규모인지, 이런 수치기록에 재능이 있음을 보게 된다는 것인데,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신화로만 알려져온 트로이 유적지를 엄청난 리서치와 이를 토대로 한 천재만의 직감으로 찾게한 원동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어떤 흔적을 보는 것이다.  책 자체는 일차사료로써의 가치는 조금 있지만, 그리 재미있다고는 말할 수 는 없다.


치밀한 계획과 다년간의 노력으로 만든 일이 한 순간에 아주 작은 이유로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 인간사 만사임을 보여주는 사례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츠바이크의 책이니까, 그리고 유명한 책이라서 예전에 보았을 것 같은데, 의외로 처음 구해서 읽은 책이 되었다.  지금도 사실 긴가민가 하지만, 일단 책장에서 이 책을 찾지 못했으니까, 이번에 사 읽은 것이 처음이 맞을게다.  그저 이 책은 워낙 자주 인용되어왔기 때문에 낯익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내용보다도 나폴레옹이 워털루에서 이길 수도 있었다는 내용이 꽤나 신선했다.  전초전을 계속 이긴 나폴레옹이 웰링턴의 군대와 대치하고 있었을때, 만약 전체 군사의 1/3에 해당하는, 앞서 프로이센 군대를 추격하기 위해 빼돌려보낸 부대와 제 시간에 합류할 수 있었더라면 유럽의 역사는 다른 형태로 전개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만약 나폴레옹이 유럽을 다시 제패했더라면 미국의 역사도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을 것인데, 그에게서 사들인 루이지에나에 대한 대금지불도 그렇지만, 나폴레옹이 이를 빌미로 미국을 침공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요즘은 이렇게 한번 남기는 글도 쉽지가 않다.  무엇때문에 이리도 지쳐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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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의 단편 4개를 모아놓은 책이다.  이 시리즈로 번역되어 나온 다른 책들과는 달리 비교적 낮는 density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이라서 쉽게 읽을 수 있고, 집중할 필요도 적은 편이라서 책을 잡자마자 쉽게 읽고 끝낸 책이다.  표지에서도 느껴지지만, 그의 책들은 구성이나 테마에 있어 매우 이국적인 느낌이, 정확하게는 일본의 냄새가 강한 이야기들이다.  주무대는 2차대전 후에서 한 60년대 정도로 보이는데, 일본 추리문학계의 3대탐정들 중 하나로 꼽히는 긴다이치 고스케가 바로 요코미조 세이시의 적자 되겠다.  


비범함을 보이기보다는 허술해보이는 모습, 특히 하카마와 양식복장을 섞어입는, 마치 대정시대나 그 이전의 사람처럼 보이는 매우 촌스러운 복장을 하고 다니지만 비범한 탐정인 긴다이치 고스케의 캐릭터에서는 사카모토 료마나 란포의 아케치 고고로를 떠올리게 한다.  작품에서는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역할의 명탐정이라서 다른 부분은 가려지지만, 머리를 북북 긁으면 허옇게 비듬이 떨어질 정도로 지저분한 모습인 점은 나름 그를 인상적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을 끝으로 지금까지 번역된 시리즈는 다 보았는데, 검색해보니 훨씬 많은 작품들이 아직도 번역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출판사의 형편이 모쪼록 넉넉해서 좀더 많은 작품이 번역되어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끝으로 이 책은 어제 쓴 페이퍼에서 리뷰되었어야 하는데, 긴가민가 잊어버리고 넘어간 책이다.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책은 시중에 많이 나와있다.  문학수 기자의 책은 그러나 내가 읽어본 책들 중에서는 가장 쉽게 나에게 다가오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의 감응이 있다.  풍월당 주인이면서 의사라는 화려한 약력을 자랑하는 박종호 선생의 책은 딱 내 어머니나 그 연배 이쪽저쪽의 아주머니들을 혹하게하는 부분이, 음악 그 자체와는 무관하게 외적으로 돌출되어 있는데, 문학수 기자의 책은 그런 겉멋을 배제한 진국의 냄새가 난다.  박종호 선생의 책이 Prime Rib이라면 문학수 기자의 책은 푹 고아낸 곰탕과도 같다고나 할까.


앞으로 두 권이 더 나올 예정인 이 책은 우선 바흐에서 베토벤까지의 음악을 다루었는데, 개론서의 목적성에 알맞게 작곡가와 그의 음악소개, 그리고 중요하지만 막상 직접 찾으려면 어려운 연주자/앨범을 소개하고 있어, 이 분야의 길라잡이로 정말이지 손색이 없다.  이번 책에서 다룬 음반은 100개.  아마도 나머지 두 권을 합치면 300여개의 앨범이 모일 것인데, used shop을 중심으로 아마존의 도움을 받아 모두 구입하여 하나씩 길게 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두 권은 읽은지 꽤 된 것 같은데, 남겼는지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내용은 많이 잊었고, 그저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이라는 말에 얽힌 사연, 그리고 박인환의 멋진 모습, 요절한 천재까지는 아니지만, 낭만파 댄디보이의 모습만 기억에 남는다.


우연히 토요일 오전에 약 두 시간 정도, 혼자 보낼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이 생겼는데, 카페에 나왔더니 책을 읽이보다는 그냥 이렇게 PC질을 하면서 잡지를 보다, 신문을 보면서 보내고 있다.  조금 더 일찍 나올 것을 그랬나보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제각각이고, 느끼는 맛과 멋도 각자 다를 것이다.  나는 좀더 옛날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 value도, 멋도 그렇게 말이다.  고리짝 같은 소리 같지만, 그런 삶이 더 낭만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문명의 이기는 필요한 만큼 이용하여 삶의 편리를 도모하고 시간을, 너무도 제한된 그 시간을 아끼고, 나머지 시간은 아날로그한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은 제껴두고 그냥 그런 바램을 갖고 있다.  외투가 필요없는 곳에서 살고 있지만, 그래도 두툼한 녀석을 하나 구해서 입고 그나마 겨울바람이 찬 SF를 걸어다녀볼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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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요즘은 추리소설을 주로 읽고 있다.  아무래도 쉽게 읽어지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대략 가진 책의 70%는 한번이라도 완독하는 것을 마지노선으로 삼아 장서가의 길을 가고 있는데, 점점 70%가 위태로워지는 것 같다.  최근에 책을 배송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이런 저런 이유로 열댓권을 주문했으니까.  사실 한국에서 살고 있었더라면 온라인 주문, 헌책방, 퇴근길이나 주말 산책을 겸한 서점순례로 더 빠른 속도로 책을 사들였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게임도 예전처럼 재미있게 즐기지 못하는 요즘, 책이라도 벗삼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문신살인사건'이래 저자의 팬이 되어버렸는데, 한 동안은 얼마 되지도 않는 번역본들이 모두 절판되었다가 요즘 다시 나오고 있어 한 권씩 읽어나가고 있다.  걸작인 '문신살인사건'과는 다른 의미로 이 책도 상당히 특이한 작품이다.  우선 주인공은 형사법 소송전문 변호사이고, 전개는 모두 법정에서의 변론을 통해 이루어지며, 추리 또한 변론과정에서 나오는 점은 가히 전무후무했던 구성이었을 듯하다.  


21세기의 기준으로 보면 검사가 너무 상황적 증거나 캐릭터 증거에 매달리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50년대가 작품의 주무대임을 생각하면 그리 못 받아들일 것도 없다.  인간의 심리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차별대우에 의한 상처와 인격형성이 한 축이 되는 이 작품에서는 반갑게도, 그리고 일본인 작가로써는 특이하게 관동대지진 당시 조직적인 유언비어에 의한 재일조선인 학살이 있었음을 짚어, 근거없는 차별과 박해가 가져오는 결과물에 대한 예를 들고 있는점이 신선하다.  


드디어 30권을 돌파했다만, 아직도 34권 정도가 남아있고, 내가 사들이지 못한 뒷 부분까지 포함하면 40권도 넘는 작품들이 남아있는 셈이다.  거의 운동하면서 읽는 책으로 되어버린 작품인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한번에 이어가면서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이 시리즈를 끝내면 캐드팰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눈앞에서 지나가는 수많은 장면들 중 우리의 주의를 끌지 않는 것들은 기억에서 모두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일상적인 풍경이나 자동으로 인식된 풍경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 장면은 보아도 본 것이 아니다.  이 점을 중심으로 잡고 작품을 보면 결말까지의 이해를 돕는다. 하지만, 이제 내 추리소설읽기는 깊은 분석이나 맞추리가 아닌 그저 서술을 읽어가면서 머리를 식히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도 재미있게 한 권씩 오랜 시간을 들여 읽어나가고 있다.


장서가는 괴로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누리는 일종의 SM적인 부분이 있다는 점을 자꾸만 환기시키면서, 올바른 장서가는 질로, 또는 일정한 법칙을 갖고 승부해야 한다는 점을 현실적인 예를 들어 타이르는 듯 한 책이다.  자꾸 모았다가 팔아버리는 것을 되풀이 하는 것은 현실과의 타협이나 합리성을 찾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술꾼이 술을 끊었다가 다시 마시는 것을 반복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고 느껴진다.  그러니까 나는 설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일본의 목조건물이나 다다미방이 책 때문에 주저앉거나 빈번한 지진, 그리고 이에 취약한 주택구조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꽤나 괴로운 부분이 있기는 하겠다는 생각.  한국도 대다수의 도시인구가 복층구조의 아파트, 그것도 고층으로 지어져서 8-90년대의 아파트보다 층간간격도 좁아지고, 상대적으로 덜 단단하게 지은 요즘의 아파트의 한 unit이 감당할 수 있는 책의 무게를 생각하면 일본의 장서가들 만큼이나 괴로운 것이 우리네 장서가들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난 내 책을 정리해서 팔 생각은 눈꼽만큼도 가져본 적이 없고, 정 안되면 집과 사무실에 적절한 양을 나누어 보관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무실은 내 공간이니까, 조금 더 내 유희와 도락에 맞게 방을 재정비해서 책장을 더 많이 넣으면 일과 함께 독서도 상시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이 될 수도 있음이다.  


지난 다자키 쓰쿠루 때와는 다르게 소리소문없이 하루키의 단편모음이 나왔다.  예전의 것들을 다시 버무린 것이 아닌 새 작품을 모은 것인데, 그래도 겹치는 모티브는 이제 이만큼 그의 작품을 읽은 나라면, 그리고 이만큼 작품을 써온 하루키라면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열심히 뛰고, 채식을 하고, 맥주를 마시면서 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더 많은 즐거움을 그가 우리에게 주기를 바랄 뿐이다.  더불어 소설도 좋지만, 그의 담담한 어투가 좋은 소품집이나 에세이도 더 나와주었으면 한다. 


강신주 박사를 비롯한 다수의 대세인문학자들은 하루키의 작품을 인문학 포르노로 비판하지만, 나는 하루키의 작품이 주는 담담한 이야기들이 좋다.  어쩌면 그것은 젊은 나이를 젊게 살지 못하고, 그 당시에만 느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희생하면서 살아온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가 책을 내면 읽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비록 한창때 만큼 잘 쓰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할 것이다.


오마이뉴스인가 시사인의 추천으로 사 읽은 책인데, 솔직히 큰 감동을 받거나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저자가 짚은 문제점에는 공감하지만, 그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에는 공감할 수 없고, 저자가 생각하는 해결책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는 않다.  나아가서, '하류'를 지향하게 만드는 사회적인 원인, 그러니까 열심히 노력해도 reward가 돌아오지 않는 현실에 대한 담론의 부재는 논거에 있어 치명적이다.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짚지 못하면서 개탄만 하는 것은 사람을 무식한 꼰대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데, 최근 모 무술협회 회장의 글에서 느낀 점을 유수학자의 글에서 느끼게 될 줄이야.  (참고로 이 회장님은 이종격투기를 2종격투기로 쓰신 정도의 배움을 갖고 있다).  


희안한 것이 분명히 한국-일본의 사회문화현상의 평행선적인 부분은 존재하는데,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보면서는 확실한 공감을 한 반면, 이 책에서는 별로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 읽은 책이 있었는가 확실하지가 않다.  역시 밀리면 나쁘다,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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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4-10-08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 소설가가 쓴 작품에 한국을 동정하는 내용이 있는 것이 의외로 많습니다.야마오카 소하치<도쿠가와 이에야스>에도 강항과 후지와라 세이카의 우정을 긍정적으로 그렸지요.

transient-guest 2014-10-09 01:11   좋아요 0 | URL
성리학으로 통한 것이군요. 그런데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마도 읽은지가 거의 7년이 넘어가는 것도 이유가 되겠네요.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살면서 꾸준히 읽어줄 필요가 있는 소설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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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제 서친께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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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1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01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01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