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무기력증에 걸린 듯이 피곤하기만 하고 재미가 없던 일상을 한꺼번에 날려버린 여행이었다.  갑자기 3주 전엔가 잡힌 일정인데, 협력사의 사장님과 이사가 출장을 오는 기회에 맞춰 만나기로 한 랑데뷰 포인트가 DC가 되어버렸던 것.  그간 거의 2년 가까이 업무를 함께 진행하면서 메일과 전화로는 자주 이야기를 나눴지만 만나는 건 처음이었는데, 다행히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원래 같은 나이 또래의 여자들한테는 그런 소리를 못 듣지만, 연배가 있는 분들은 좀 잘 생겼다고 봐주시는 인상을 갖고 있다.  살면서 젊은 여성보다는 할머니들로부터 잘 생겼다는 말은 훠~~~~얼씬 더 많이 들어봤다면 비극일까 희극일까?


잘 나가는 대형로펌 변호사로 있는 동기가 마침 DC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어 그 녀석과 한 3년 만에 만나서 수다 떠느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2박 3일을 보내고 왔는데, DC에 인접한 버지니아주만 해도 한국사람이 참 많은 것 같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북가주의 한인 커뮤니티는 점점 더 쇠락하는 느낌이다.  규모도 그렇고 결속력도 그렇고 소상공인들도 많이 줄어드는 것 같고, 그저 늘어난다면 엔지니어들인데, 이들은 또 워낙 변화도 많고 실질적으로 한인 커뮤니티의 일원이라기 보다는 유학파 출신의 잘 나가는 석박사급의 자기들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 같아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  다 그런건 물론 아니지만.


내가 읽은 버전은 누런 표지의 예전 판본이다.  카포티는 워낙 다양한 평가를 받는 작가이고, 예전에 나온 전기영화에서 다룬 이야기처럼 좀 구린 면도 없지는 않은 듯.  


영화로 어쩌면 더 유명한 이 작품은 무려 오드리 햅번이 출연하는 classic이다만, 당시 소수민족이었던 동양계를 비하하는 듯한 묘사가 매우 띠꺼운 부분이 있다.  


무엇이 남았는지는 확실하지 않고, 그냥 그저 그렇게 비교적 나쁘지 않았다는 정도의 느낌만 남아있다.  


무능한 예로 셜록 홈즈에서도 등장하는 르콕 탐정 (오귀스트 뒤팽과 함께)이지만, 기실은 코난 도일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 이 classic을 우연한 기회에 구할 수 있었다.  역시 탐정소설의 원조급에 가까운 작품처럼 후대에 나오는 여러 모티브를 볼 수 있으나, 아직까지 이 시대에는 슈퍼맨 같은 능력을 발휘하기 보다는 좌충우돌하면서 추리를 감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정적으로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훗날을 기약해야 하는 약하디 약한 귀족/부르조아의 지팡이, 민중에게는 뭉둥이와도 같았던 19세기 말의 파리 경찰의 모습는 초라하다 못해 매우 이채롭기까지 하다.


그래도 이렇게 classic에 해당하는 작품을 읽고나면 홈즈나 다른 후대 탐정들의 remark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DC는 무지하게 추웠다.  주말 내내 영하 8-9도를 유지했고 밤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걷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오랫만에 친한 친구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좋았는데, 특히 이 나이가 되면서 대화상대, 그러니까 진지한 내면의 얘기를 할 수 있는 대화상대가 필요함을 느끼는건 그 녀석이나 나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외로움하고는 조금 다른 그런 것.  


다음에는 날씨가 좀더 따뜻할 때 가서 metro를 타고 이리 저리 포인트를 구경하는 것도 좋겠다.  자기가 유럽으로 출장을 가면 거기로 놀러오라고도 하는데, 한번 가면 2-4주 정도를 머물면서 회사에서 호텔을 잡아주니까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내가 지금 동부에 살고 있다면 정말 그렇게 할텐데.  


새삼 일상을 벗어난 여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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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에서 퍼옴.

하나같이 왜 그리도 귀두스럽게 생겨먹었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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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뻔뻔함이 참으로 대단하다.  전형적인 모리배의 인상에 얍삽함을 갖추었으니 김무성의 아들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겠다.  얼마나 가나 두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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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완구씨를 보면서 떠오르는 한자성어.  그의 뻔뻔스러움과 권력에의 의지에 비하면  개인비리가 뽀록이 나자마나 스스로 물러난 천성관씨는 의외로 걘춘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능...


漸入佳境 不良玩具 

무엇인가 심오한 뜻이 있는 한자성어 같다.

이걸 한창 유행하던 일본식으로 표현하면 아마도

점입가경의 불량완구라고도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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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필경은 수 백 수 천권의 책이 쏟아져나올 것이다.  단연코 그들 중 가장 hot한 신간은 이명박 전 대통령씨의 회고록이 아닐까한다.  제목은 '대통령의 시간'이다.  화제의 책이니만큼 알라딘에서도 전면부에 등장하는 이 책의 제목이 그런데 내 눈에는 자꾸만 다른 수식어가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밀어내고 떠오른다.  일정하지는 않고, 내 기분에 따라 때에 따라 변한다.  예를 들어 오늘은 '미친놈'이라는 단어와 함께 조합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제와는 또 다르다.  아무래도 매일 모니터를 들여다보면서 일하고, 책을 보고, TV를 보느라 눈이 피로한 탓일게다.  아니면, 내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은 아닌지...왜 멀쩡한 글자가 자꾸 변한다는 말이냐...알 수 없는 이 supernatural한 힘은 가카씨의 의도인가.  갑자기 아스트랄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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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2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3 0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5-02-13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은 말짱할 겁니다. 제 눈에는 지랄의 시간으로 보이거든요.

transient-guest 2015-02-17 02:36   좋아요 0 | URL
많은 사람들이 각각 그들만의 수식어를 붙이는 즐거움을 주시는 가카입니다. 역시 못하는게 없는 그놈...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