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었던 책을 정리하면서 개발새발 느낀 것들을 써내려가려면, 확실히 특정한 시간대에 늘 머무는 익숙한 장소를 떠난 변화를 주면 좋다.  한가한 스케줄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오후 이른 시간에 땡땡이를 치고 있다.  급하지 않은 행정적인 일은 조금 미뤘고, 본격적인 여름휴가시즌이 시작된 덕분인지 잘 울리지 않는 전화기로 인해 가능해진 임시적인 미니휴가라고도 볼 수 있겠다.  나이를 먹으면서 가족이 생기면서 오롯히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때가 많은 나에겐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책고민을 하면서 많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 읽었다.  그 와중에 서재를 통해 좋은 분들도 알게 되었고, 고수의 내면을 읽어볼 수도 있었으며 간혹 성공학이나 자계서 같이 쓰인 책 이야기도 접할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책을 찾아서 읽다가 생긴일이다.  이번에도 우연한 기회에 두 권의 책 이야기를 접했는데, 한 권은 맘먹고 한 책 이야기를 모았다면 다른 한 권은 책을 통해서 사회물정에 대한 직설을 풀어냈다는 점이 재미있다.


일전에 읽은 저자의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보다는 덜 처연하고 쓸쓸했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상상하는 이런 저런 밝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사회의 모습을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 역시 저자답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책에서 말하는 사상이나 법칙, 그러니까 이치적으로는 맞는 이야기들이 어떻게 현실에서 일어나는지를 적나라하게 짚어 풀어가는 것이다.  그 와중에 보여지는 수많은 역설들과 찜찜한 이야기를 읽는 것으로써, 또다른 독서와 배움의 자세를 볼 수 있었다면 조금 심한 보탬이 될까?  역시 세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고, 온갖 일들이 특정한 법칙과 이념, 그리고 사상과는 무관하게 버무려지는 곳이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 저자가 말하는 풍요로운 삶, 그냥 부유한 삶이나 부자로 사는 것이 아닌, 진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조금씩은 영리해질 필요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책속에 배운 것들을 남기지 말고, 감상에 푹 빠져 현실을 잊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말 그대로 세상물정을 깨우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저자는.  알면 당하지 않을 수 있고, 당하더라도 충격을 훨씬 덜 받을 수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염세주의나 냉소적인 사고를 갖게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순진하고 무지한 삶의 자세에서 조금 더 강하고 능동적인 사고로 나아가는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겠다.


앞서와는 달리 이는 순전히 책을 읽고 후기를 떠올리고 라디오로 방송한 것을 추린 책이다.  김탁환 작가를 지금의 그로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는 수 많은 책들을 선별하였고, 방송 직전까지 다시 읽고 하고 싶은 말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좋은 책들을 많이 소개해주고 '읽어가겠다'는 말처럼 강한 읽음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듯 여기에 소개된 많은 책들은 그가 두번 세번, 많은 경우 네다섯번도 읽은 책들이다. 어제도 썼지만, 완독 이후 다시 읽지 않고 모셔두는 책들이 대부분인 요즘 한번 정도 생각해 볼 독서의 자세라고도 생각된다.  이런 가벼운 글 말고, 그렇게 깊이 여러 번 우린 책을 다시 글로 풀어낼 때 정말 좋은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문득 생각을 했다.  어느 나이가 되면, 더 이상 책을 사들이지 말고 갖고 있는 것들을 다시 읽고, 또 읽자고.  그러다 보면 지금 보다는 훨씬 더 나은 읽기를 보게 되지 않을까?  문제는 궁금증이고 수집벽인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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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5-07-1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명우의 책들은 항상 주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작가의 글을 5권 정도 읽었는데, 이 사회학자는 진짜 자신이 바라보고 생각하는 걸 씁니다. 한국 사회의 문제 현실을 피부로 느낀 다음 아주 쉽게 간명하게 풀어서 들려줍니다. 우리나라 사회학계를 짊어지고 갈 소장 학자 중 한 분으로 눈여겨 볼 수밖에 없는 작가입니다. 물론 한계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만한 학자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입니다~^^

어쨌거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무더위에 건강유의하시길!

transient-guest 2015-07-14 02:22   좋아요 0 | URL
사회학에서 대중적인 책이 나오기가 쉽지 않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쉬운 이야기로 풀어쓴 책이 나온 것이 참 반갑습니다.ㅎㅎ 말씀처럼 한계는 있지만, 이 정도면 감지덕지죠.ㅎㅎ 엘 니뇨 덕분인지 비교적 시원하게 보내고 있습니다.ㅎㅎ 님도 더위 조심하세요.

몬스터 2015-07-1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 숨쉬고 , 생각하고 움직일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어쨌든 태어났으니 내 능력껏 열심히 사는데 가끔 피곤해요. 세상물정의 사회학 관심이 가요.

휴가 잘 보내세요!! 여기도 지금부터 3주 동안 완전 휴가기간이예요. ㅎㅎ

transient-guest 2015-07-14 02:24   좋아요 0 | URL
살아 나갈 수록 사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책도 읽어보면 생각할 점이 많습ㄴ디ㅏ.ㅎㅎ 영리해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사실을 직시하여 대처하면 피곤함이 조금 나아질 수도 있을지 모르겠네요.ㅎ 3주간의 휴가라니.. 역시 유럽은 대단!!ㅎ

몬스터 2015-07-15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갈수록 사느게 쉽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니...lol 쉬워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데요 lol 망했네요

transient-guest 2015-07-16 03:31   좋아요 0 | URL
생각이 복잡해지는거죠. 아는게 병이랄까요? ㅎㅎ 사람마다 다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셔요.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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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추천을 받고 읽게 된 책은 이미 기대치가 만빵이라서 아무리 괜찮은 이야기라도 자칫하면 이미 커진 기대 떄문에 상대적으로 덜한 재미를 느끼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그 추천이 유명한 블로거나 팟캐스트를 통한 것이라면 걱정과 부담은 기대에 비례하여 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말 좋은 책이라면, 그리고 추천이 상업적인 목적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사실 이런 걱정은 말 그대로 걱정으로 그칠 뿐이다.  추천을 통한 구매와 독서가 문제가 되는 까닭은 그래서 이렇게 글을 남길 때, 아니 글을 남기기도 전에, 과연 내가 받은 느낌, 나의 감상이 온전히 나의 것일까 하는 의문을 준다는 점이다.  리뷰를 먼저 듣고 읽은 책, 그리고 그 리뷰가 하필이면 '빨간 책방' 하고도 이동진 기자라는 수준급 고수의 입에서 다른 전문작가와 함께 slice and dice된 것이라면 정말이지 내가 생각하는 책에 대한 생각이 내것인지 심각하게 의심하고 고민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또한 이동진 기자에게서 옮은 병이다.  난 이런 표현을 자주 쓴 기억이 없거든), 이 책을 읽는 내내, 나 또한 책이 소중했던, 그러니까 책 한 권을 구하면 읽고, 읽고, 또 읽던 시절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문화혁명의 엄중하고 코믹한, 그러나 실로 잔인하고 섬뜩했던 칼날은 어차피 내가 공유하는 기억이 아니다.  5-60년 전에 중국에서 모택동이 벌인 희극적이고 유치했던 정권유지방법, 그의 실패의 하나일 뿐, 그 임팩트나 의미는 그리 클 수가 없다.  그것보다는 살아보지도 못한 그 시절의 기억은 그나마 배움을 통해서 한국의 혼란과 독재에 대한 씁쓸함과 마사오군에 대한 미움을 갖는 것이 훨씬 쉽고 당위적이다.  그러니까, 이 시절 재수없게 홍위병의 탄압에 걸려든 아버지 때문에 한창의 나이에 산골로 노동교화유배를 당한 두 작중인물들에 대한 연민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책을 읽는 내내, 이미 접한 줄거릴 따라가면서 내가 떠올린 것은 그저 책이 정말 귀했고,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예전의 기억 뿐이었다.  


90년대에 본격적으로 나타나 한 시절을 주름잡았던 도서대여점이 나오기 훨씬 전, 80년대 중반부터 봉고트럭을 개조한 책차에 신간잡지와 온갖 hot한 소설들을 싣고 3일 정도에 한번씩 동네에 나타나던 도서대여차가 있었다.  이 차가 오는 날이면 시간에 맞춰, 특히 방학중에는 집에서 사주기 전에는 볼 수 없는 만화잡지를 빌리기 위해 생긴 긴 줄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당시의 아이들, 그리고 중고생의 독서경향은 좀 살만한 형편의 집이라면 한 질씩 들여놓던 xx세계문학전집, 위인전기세트, 소설전집, 백과사전 등이었기 때문에 일부러 서점에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다양한 소설을 골라서 보는 재미, 책 값보다는 훨씬 싼 가격으로 3일 정도를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이 대여차의 매력이었다.  


머리를 잘 쓰면 소설 한 권을 빌려서 2-3명 정도가 돌려가면서 읽을 수도 있었는데, 그 덕분에 가끔씩 동네형이 빌려온 영웅문을 가져다 밤새 읽어내고 갖다준 적도 많이 있었고, 자다가 새벽 3-4시 즈음에 눈이 확 떠지면 불을 켜고 다시 책을 본 일도 허다하다.  


그러다가 중3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고르고 사들이는 일에 재미를 붙였는데, 이때만해도 책장 두 개가 채 못되는 양의 책을 갖고 여러 번 읽으면서 그 내용을 몸에 새겼었다. 지금도 이 당시 읽은 책들의 내용은 거의 다 기억하고 있고, 읽던 그 시절의 내 모습까지도 그려낼 수 있는데, 아마도 이런 다독과 재독 덕분일 것이다.  


지금은 원하는 책은 가능하면 무조건 사들이고, 쌓아올리는게 읽는 속도보다 빨라졌고, 그 나름대로의 보람도 있고, 즐거움도 있지만, 한 권의 책을 읽고 또 읽던 시절의 숨막히는 재미는 느끼기 어렵다.  마치 십대에 들어 첫사랑을 하던 시절의 사랑의 순도와 몰입도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담담해진 지금에와서 기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은 아무리 재미있는 책도, 깊은 내용의 책도 그 나름대로의 이유로 한번 이상 읽긴 어렵다.  읽을 책도 많고, 할 일도 많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탓이지만, 그 이상 내가 더 이상 순백색의 감성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를 듣기 위해 둘러선 사람들, 처음으로 세계문학을 접하는, 그것도 극한환경에서 몰래 읽는 재미에 십대의 감수성이 더해진 그야말로 책이, 이야기가 재미있어 죽겠는 한 시절을 볼 수 있었다.  


'빨간 책방'에서 이야기한 다양한 이슈와 심리적인 묘사, 모티브는 그대로 좋다만, 이미 들은 내용을 내가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었을까?  


아! 작중인물들 중 관념이 앞선 그 녀석은 내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그렇게 수 많았던 기회를 다 놓쳐버린 것을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돌아볼 수 있었는데, 내가 조금만 더 영악했고 능동적이었다면 아마 매우 일찍 어른의 연애를 시작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내 10-20대가 새삼 더욱 아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물론 그랬더라면 아마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취직하기 좋은 컴공 같은 이과에는 재주가 없으니까, 그리고 조직생활도 잘 견뎌내기 어려웠을 테니까, 그래 아마 장사를 하면서 좋은 20대 시절에 왜 그토록 놀기만 했는지 한탄하는 것으로 풀렸었을지도 모르겠다.  


다이 시지에라는 이름은 익숙하지 않지만, 이 책과 함께 주문한 몇 권을 더 읽어보면 작가의 색깔이 잘 보일 것이다.  더 알아갈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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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7-0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넘 재밌게 읽었는데 님도 그렇다니까 막 행복해요~~~~^^*

transient-guest 2015-07-10 05: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ㅎㅎ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호서기 2015-08-04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보고 싶네요^^

transient-guest 2015-08-04 08:17   좋아요 0 | URL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ㅎ

오후즈음 2015-08-09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동진 빨간책방덕에 요즘 이책 많이 보이네요. 저도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넘 끌립니다

transient-guest 2015-08-11 01:11   좋아요 0 | URL
저도 빨책으로 소개받은 책이니까요. 항상 그렇지는 않은데, 그래도 꽤 자주 제가 전혀 모르는 좋은 책이 나오네요.ㅎ
 

김탁환 작가의 책은 구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사들였고, 설사 절판되었더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읽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한 동안 김탁환의 작품들이 모두 비슷해 보일만큼 그의 글과 방향, 냄새,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세계관을 익혔더랬다.  그리고 한참 그의 새 책을 읽지 못하다가 '밀림무정'을 연초에 읽었는데, 김탁환 보다는 김훈의 냄새를 더 많이 풍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에 읽은 '목격자들'은 간만의 강한 그만의 작풍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이 책은 세상에 대한 작가의 작은 저항과도 같은 것인데, 비록 마쓰모토 세이초의 날카로운 감각도 부족하고, 장르적 특성상, 그리고 시대적인 특성상 기대했던 만큼의 필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유명작가들이 침묵하는 현실에 비춰보면 너무 고맙다는 맘이 든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후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니 이것은 김탁환이라는 작가가 세상에 던지는, 부정한 이 정권에 던지는 절규다.  미약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혼신의 힘을 다한 쌍욕의 저항이다.  스토리의 모티브를 따라가는 것보다는 그저 저항에 동참하여 이 참혹한 사건을 유병언 하나로 깨끗하게 정리한 자들에게 침을 뱉는 기분으로 읽어내려갔다.  자료를 구할 수 있으면 나라도 마쓰모토 세이초를 흉내내어 '음모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질 정도다.  이 시대에는 정조대왕도 없고, 이명방도, 김진도, 홍대용도, 백동수도 없다.  한데 힘을 모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데, 막상 흩어진 맘을 오롯이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한창훈의 글은 너무 맛깔스럽다.  좋은 노래, 목소리, 드라마.  이런 것들을 표현할 때 맛있다는 표현을 쓰는 것을 종종 보는데, 한창훈의 글에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냄새, 물고기 냄새, 삶의 냄새가 진하게 배어나온다.  푹 끓인 된장찌게 같기도 하고, 온갖 양념이 어우러진 잡어 매운탕 같기도 하다.  한땀 한땀 그의 경험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개다리 소반에 받은 밥상, 그리고 반주로 땡긴 소주 한잔을 마시는 기분으로 읽었고, 읽는 내내 다른 삶을 그렸다.


나도 그렇게 섬이나 한가한 곳에 들어가서 책을 읽고 몸을 단련하면서 살다가 갔으면 좋겠다.  지금부터 고민을 해본다.  한국에서도, 미국 본토에서도 그리 멀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계속 지속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방편을 찾기에도 나쁘지 않은 곳을 찾아야 한다.  후보지가 이미 있는데, 좀더 구체화할 필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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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7-08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보지 뽑으시면 귀뜸해주세요! ^^ 저랑 취향이 딱 같으심~~

transient-guest 2015-07-09 02:35   좋아요 0 | URL
넵! 이상하게 도시보다는 조금 떨어진 교외, 거기서 더 깊숙한 곳도 좋구요.ㅎㅎ 도인이 되었어야할 팔자인 듯..ㅎㅎ 구체화 되면,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간다면 아마도 포스팅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락방 2015-07-08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창훈의 글은 맛깔스럽다는 표현이 딱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저는 무슨 책이었는지 김탁환 책 한 권 읽고 관심없는 작가가 되어버렸는데, 김탁한의 책을 모조리 찾아 읽으신다니. 아, 저도 한 권 다른 걸 더 읽어봐야겠다 싶어요.

최근에 [리틀 포레스트]란 영화를 봤는데, 도시에서 살기를 열망하는 저조차도 그 영화를 보고나니 한적한 곳에 들어가 내 손으로 내가 먹을 밥을 지어 정갈하게 살고싶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tg님의 한가한 후보지는 어딜지 궁금하네요. 흣 :)

transient-guest 2015-07-09 02:37   좋아요 0 | URL
한창훈을 보면 그냥 아!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이런 맘이 나더라구요. 그 속은 누구도 모르겠지만..ㅎ 김탁환은 호불호가 갈리는 작가이기는 합니다. 한창 읽을때에는 다 비슷한 느낌도 있었구요. 그래도 소설은 꽤 재미있습니다.
저도 다락방님 페이지에서 그 영화를 보고서 봤는데, 필름 색깔도 그렇고 좋더군요. 근데 오리를 그물로 잡은 후 다음 장면에서 고기가 되어있는 부분에서 깜놀..ㅎㅎㅎ 후보지는...담에...ㅎㅎ

그렇게혜윰 2015-07-08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처럼 읽은 책으로 구성된 페이퍼를 발견해서 기뻐요ㅋ 떠난다는 것은 그저 희망사항일뿐인데 실행에 옮기시는 분이 있다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transient-guest 2015-07-09 02:37   좋아요 0 | URL
실행에 옮기려고 구상중인거죠.ㅎㅎ 쉽지 않아요. 그저 한번 정도는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까, 그리고 그 시기를 놓치면 은퇴할 때까지는 곱게 살아야겠지 하는 생각입니다.

몬스터 2015-07-09 0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도 낯설고 책들도 낯설고..... 읽을 책들이 많아요.저는 ㅎㅎㅎ , 수영 할 줄 아세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7-09 03:58   좋아요 0 | URL
천천히 관심가는 녀석들로 즐겁게 읽어가셔요.ㅎㅎ 저도 남들 서재보면서 늘 놀랍니다, 이런 책도 있구나 하면서요. 수영은 할 줄은 아는데 잘 하지는 못해요.ㅎ
 

Inspiration이 필요했던 것일게다.  아니면 그냥 농땡이 치는 시간을 원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오전의 일정을 마친 후, 넉넉하게 다른 잡무를 끝낸 오후 3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사무실을 나왔고, 갈 곳이 없어서, 잡지를 보러,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둘러보기 위해서 그렇게 방앗간에 가는 참새처럼 서점으로 와버렸다.  어제 느즈막히 잡은 '대낮의 사각'을 새벽 2시까지 붙잡고 읽은 끝에 최근에 후기가 밀린 추리소설만 네 권이 되어버렸다.  그들을 기억해보는 것으로 다시 후기를 남겨보기로 했다.


부제하여 '헤라클레스의 모험'이다.  에르큘 포와로가 친구와의 대화에 따른 고전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헤라클레스의 열 두가지 모험의 테마를 하나씩 적용한 열 두가지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각각의 스토리가 짧은 편이고, 헤라클레스가 수행한 열 두가지의 과업을 대입한 이야기라서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이 정도가 되면 진지한 추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면 그만이다.  헤라클레스라는 희랍어를 로마-영어로 바꾸면 허큘리스가 되는데, 프랑스어로 이는 '에르큘'이 된다.  비록 신체적인 조건은 고대의 반인-반신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헤라클레스에게 있는 근육량만큼의 회색세포를 갖고 있는 에르큘은 그만의 방식으로 열 두가지 과업에 대입한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논다.  그것을 보면서 남자는 역시 놀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을 즐겁게 하는 것이 지하 30평에 가득찬 LP와 오디오 기기든, 방 하나를 가득채운 게임 소프트건, 무엇인가 나 자신을 즐겁게 하는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것은 어지간한 여행이나 음주가무보다 더 중요하다.  착실히 모아가고 있는 이 가상현실의 자료들을 어디에 어떻게 구현하여 틀어박히는가는 내 40대의 화두가 될게다.  거기에 시간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는 수단을 찾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열 두가지 과업을 끝낸 시점인지, 그 이전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50여 권을 읽어가면서 충실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느낌에 따라서 꽤 나이가 들어가는 포와로의 모습을 본다.  치과를 싫어하는 멋진 수염의 겁쟁이 천재탐정이 가는 치과에서 하필이면 담당 치과의사의 죽음이 자살로 위장된 것이 범인의 불행이라면 불행이다. 그까짓 몇 명을 죽여도 자신의 존엄성과 선함, 그리고 국가에서 요구되는 정치력에 의해 보호될 수 있다고 믿는 범인은 참으로 많은 한국의 그 누군가들을 쏙 빼닯았다.  그럭저럭 무난하게 읽은 책이지만, 특별히 나를 흥분시키는 모티브나 설레임은 없었다. 


검은숲-북스피어의 조인트 프로젝트 덕분에 정말 좋은 추리소설들이 여러 권 나와주었다.  마쓰모토 세이초나 에도가와 란포는 이들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친해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매우 감사하고 있는데, 다카기 아카미쓰의 작품을 꾸준하게 출판해 주시니 더욱 감사할 수 밖에 없다.  


다카기 아카미쓰는 '문신살인사건'이래 계속 관심을 갖게 된 전후 일본의 추리소설의 명인이다.  '문신살인사건'이 처녀작이고, 지금 읽게 된 몇 편은 그 이후에 나온 책들인데, 개인적으로는 역시 '문신살인사건'만큼의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란포의 기괴한 상상과 마쓰모토 세이초의 대담한 현실반영을 적절히 섞은 듯한 이 작품은 어제 오후에 잡고 오늘 새벽까지 내려놓지 못해, 끝내 다 읽고 늦잠을 자게 만들었다.  


마쓰모토 세이초도 다룬 바 있는 패전-한국전쟁이 끝나가는 시대를 무대로 하였고, 역시 그가 다룬 바 있는 굵직한 미제사건들과 당시 사회를 흔든 대담한 사기를 모티브로 구성된 스토리는 범인을 미리 알려주고 단지 그 이야기를 따라가는 형식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재미있게 나왔다.  '문신살인사건'도 이번에 다시 나왔던데, 사서 봐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해주었으니 한 푼 더 보탤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을 읽었는지 잊기 전에, 스토리의 끝자락마저도 놓쳐버리기 전에 써야한다.  가능하면 읽고 나서 바로 써야하고, 책과 삶을 적절히 조화시켜서 책을 빌려 하고 싶은 말을 써야하는데, 이게 어렵다.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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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7-08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밤에 추리 소설 읽으면 무서워요. 예전에 애거서 크리스티 비뚤어진 집 읽다 갑자기 친정 엄마가 나오셔서 저 놀라서 큰일 날 뻔 했습니다. ㅋㅋ

transient-guest 2015-07-09 03:11   좋아요 1 | URL
일본의 추리소설들이 특히 그런 기괴한 모티브가 강한 것 같아요. 란포를 보면 거의 환상소설 같기도 하구요.ㅎㅎ

몬스터 2015-07-09 0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도 읽기 시작하고 싶어요.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해요.

transient-guest 2015-07-09 04:02   좋아요 1 | URL
어렸을 때 읽은 고전은 추억담으로, 나이 들어서 접하고 빠져든 일본 추리소설은 기담처럼 읽게 됩니다.ㅎ 본격적인 두뇌게임으로 즐기고 평가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저 동화책을 읽는 것처럼 스토리가 펼쳐지는 것, 그리고 상대적으로 나이든 작품들이라서 그런지,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들여다보는걸 즐겨요.
 

전업작가들에게 가끔씩 찾아온다는 writer's block같은게 나에게도 온 것이 아닌가 싶을만큼 최근 2주 가까이 아무런 글을 쓸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머리가 복잡한 일도 있고, 업무 때문이기도 했는데, 어떻게 해도 도통 아무런 말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책은 꾸준히 읽고 있는데, 반대로 리뷰는 계속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8권 정도에 대한 글을 남겨야 하는데, 쓰고 싶은 이야기나 어떤 이벤트가 생기면 그리 어렵지 않게 짧게나마 후기를 남길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해도 리뷰나 페이퍼로 들어가게 되지는 않는다.  마침 바쁜 일을 하나 끝냈으니까, 내일은 조금 한가하게 지내면서 다시 시도해 볼 생각이다.  너무 오랫동안 아무 activity가 없는 것이 좀 이상해서 근황도 아니고 뭣도 아닌 옹알이를 해봤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했나?  치국이나 평천하는 나와 별 상관이 없는 말이고, 개인들은 수신과 제가만 잘 하면 된다고 보는데, 수신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으니까 덜 어렵지만, 제가는 참 어렵다.  요즘 그냥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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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5-07-0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가까운 사람들 , 건강히 잘 살아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요즘이예요. 짬 나실 때 글 좀 자주 써주세요.

transient-guest 2015-07-08 02:2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주변의 작은 것들에 감사해야죠. 막상 없으면 안되는 공기처럼 말이죠.ㅎ 오늘 밀린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데, 아직은 모르겠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