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대화의 희열‘ 시즌 2에서 김영하작가가 2주간 출연했다. 어제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름 시크한 소리를 잘 하고 무덤덤하게 말하는 듯하지만 그 또한 작가가 되기 위해 상당한 고련의 시기를 거쳤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덕분에 그의 초기단편작품모음을 읽었는데 맥락이 더 잘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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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휴식을 계기로 독서가 다시 활성화된 듯, 6월에도 열심히 읽어가고 있다. 손에 잡히는 건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읽은 덕분이기도 하고, 활자가 좀 지루해지거나 정신과 마음이 온통 다른 일에 사로잡혀 독서에 집중하지 못할 때 마중물처럼 가득 부어주면서 다시 활자를 향해 나아갈 마음을 갖게 해주는 그래픽노블이나 코믹스만화책처럼 고마운 녀석들의 덕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름 바쁘게 지내면서도 조금씩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을 하고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술은 줄이고, 책도 많이 읽고, 커피도 많이 마시면서 지내다보니 2019년의 반을 지나는 6월의 반이 지나갔다. 대략 석달이면 또다시 NFL시즌과 함께 언제나 기다리는 한 해의 정리가 시작되는 9월이 될 것이고 10월이면 드디어 나도 핵심직원을 두고 일을 하게 된다. 그저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많은 일거리가 들어왔으면 하는 마음이고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내 업계가 트럼프와 극우백인쓰레기집단의 혐오를 극복해서 다시 호황을 누렸으면 한다.  















워크룸프레스, 쏜살문고, 이와니미시리즈와 함께 조금씩 모아들이고 있는 유유의 책에서 소소책방의 주인장이 쓴 '책 정리하는 법'을 읽었다. 작은 문고판형으로 예쁘게 제본된 이런 책들은 하드커버나 가죽으로 제본된 양장본과는 다른 맛이 있는데, 일단 여행을 갈때 좋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거나 돈이 덜 되는 소소한 잡문과 단편을 정성껏 편집하는 등 여러 모로 좋은 구성이라서 늘 몇 권씩 읽고는 한다. 개인의 서재를 정리하는 이야기와 책을 수리하는 부분이 특히 맘에 들었는데 작은 공간이라도 배치에 따라서는 널찍한 책상과 충분한 작업공간을 마련하고도 최고 2000권 정도의 책을 꽂아둘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남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면 사무실의 내 방을 딱 그렇게 문을 등진 형태로 창문을 보면서 큰 책상을 두고 작은 책상을 함께 "ㄱ"자로 배치한 후 옆의 책상 위에는 4-5단짜리 책장을 올려볼텐데, 잘못하면 어수선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나는 글쟁이가 아니라서 작업실이 그리되면 좀 문제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개인서실에 적용해볼 것.  소소한 내용의 소소한 책을 쓰면서 소소한 헌책방을 운영하는 것으로 생활이 되는지 조금은 의문이지만, 밥은 먹을 수 있으니 벌써 거의 5년이나 서점을 유지하는 것이려니 생각해본다.  















이것도 시리즈라서 먼저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모은 '도플갱어의 섬'을 읽은 후 나머지를 최근에 배송받고 바로 다 읽었다. 근대일본문단의 유명한 작가들이 쓴 추리소설이나 기담 또는 그런 풍의 에세이를 모았고 쉽게 접할 수 없는 것들이 꽤 있어 즐겁게 읽었다. 지금처럼 장르로 문단으로 소설이니 문학이니 하는 논쟁과 차별이 없이 그저 열심히 당시에는 모던과 문명의 상징과도 같았던 서구문학을 도입하고 일본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다양한 번안소설이나 번역 또는 축약번역소설에 나타난다. 늘 잃어버린 우리의 근대, 그 모습을 비슷한 시기의 일본소설에서 찾게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도 즐거운 독서가 아닌가 싶다. 이야기의 수준으로만 보면 지금의 기준에서는 유치할 수도 있는 것도 있고, 중언부언의 신변잡기도 있지만, 그런 시기를 거쳐 노벨문학상수상작가나 무라카미 하루키같은 대작가가 나온 토양을 만들어갔을 것이란 생각이다. 


추리소설의 대가였지만 오히려 이 여섯 권의 소설집에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가로서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고 더 중요하게는 그녀의 삶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할만큼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다. 특히 '두번째 봄'은 작가가 살아온 모습의 축약본처럼 가감없이 크리스티의 역사와 맞닿아 있는 이야기같다. '장미와 주목'에서는 이런 요소가 적지만 우정으로만 남아야 했던 사랑과 불꽃같은 사랑의 대상인 여자를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려진 이야기를 통해 '사랑'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했다. 남은 두 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말 그대로 우린 너무 몰랐다. 지금까지 읽은 모든 역사채에서 반탁=애국, 찬탁=빨갱이매국으로 배운 등식이 역사적사실에 입각한 분석을 통해 산산조각이 나는 과정이었다. 열정적으로 쓰인 글이라는 걸 증명하듯 따분하지도 않고 지겹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게 해방정국의 중요한 이야기를 풀어냈고 줄줄 잘 읽힌 책이다. 도올선생에 대한 호불호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너무 가볍게 어려운 주제를 논한다는 생각도 하지만, 보면 볼수록 그의 지식세계가 방대하고 공부없이 허툰 수작질로 책을 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인가 책을 쓰거나 강의를 하기 위한 그의 엄청난 준비와 분석에 놀라게 되고, 한국에서 다치바나 다카시처럼 대단한 지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여운형선생의 건준이 제대로 인정받고 작동했더라면 6.25도 없었을 것이고 적절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친일청산도 가능했을 것이고, 대한민국 모리배들의 원조이자 조상과도 같은 이승만이 정권을 잡는 것도 어려웠을 것 같다. 지금의 시점에서 보는 역사는 언제나 좀더 명확할 수 밖에 없지만 정말이지 우린 너무 몰랐던 것이다.  이 책을 계기로 도올선생이 쓴 다른 책들을 모아들일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요즘은 일을 하거나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서 그의 강의를 YouTube으로 듣고 내 나름대로의 도올론을 정립해가고 있다. 유시민작가와 함께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대한민국의 대표지식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런 분들에 비하면 정규재나 조갑제같은 자들의 위시한 증오와 혐오를 팔아 먹고사는 지식모리배들에게는 쓰레기라는 말도 아깝다. 


커피를 많이 마셨기 때문에 오늘 밤의 잠은 쉽지 않을 것이니 천상 내일 조금 몸을 혹사시키고 카페인을 줄여야 그나마 주중에는 제대론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2-3일 엄청 덥다가 다시 6월에 어울리지 않는 cool 한 날씨로 돌아왔는데 일견 다행히면서 Global Warming에 따른 폐해를 몸으로 겪는 듯한 느낌에 마음에 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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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리하는 법 - 넘치는 책들로 골머리 앓는 당신을 위하여
조경국 지음 / 유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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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지침서. 책을 읽고 모으고 헌책방을 운영하는 저자. 간단한 몇 가지의 책수리방법도 좋고 그가 꾸민 집의 서재 및 정리방침도 좋다. 방 한칸을 잘 구성하면 1500-2000권의 책을 정리할 수 있다니. 교과서같이 두고두고 참고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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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6-17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정리는 할 만한데, 책 정리보다 번거로운 일이 책장에 있는 먼지를 제거하는 일이에요. 눈에 보이는 곳만 닦을 수 없거든요.. ^^;;

transient-guest 2019-06-18 04:29   좋아요 0 | URL
주로 윗부분이 가장 문제같아요. 가끔 두껍게 쌓인걸 보면..ㅎ 선반 곳곳도 그렇고 먼지는 정말 문제에요.
 

'교양'과 '상식'이 부족한 세상이다. 이렇게 말하면 꼰대스럽고 너무 거창할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예전이었으면 기본교양으로 알고 있었을 많은 것들, 굳이 지식이라는 말을 붙일 필요가 없는 '상식'이 이젠 사회 곳곳에서 부재중이 아닌가 싶다. 일반화의 오류와 위험함은 늘 있지만, '유퀴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국내최고의 대학이라는 S대학에서 마주친 학생들을 보면서 최소한 한국에서는 가장 똑똑하고, 시험을 잘 보는, 그러니까 최소한 주어진 조건을 잘 파악해서 순응하고 최대한 빠른 경로로 필요한 걸 잘 해내는 그들이 번번히 기초상식도 아닐 수준의 퀴즈를 못 푸는걸 보면서 다치바나 다카시의 '도쿄대생들은 바보가 되었는가'를 읽던 기억을 다시 떠올렸던 것이다.  시험을 잘 치고, 아마도 취직도 더 잘 하겠고, 외국에 데려가면 더욱 공부를 잘 하는 이들의 머릿속은 TV에 나온 아이들만 보면 현실에서 요구되는 시험과 지식을 말고는 모두 빠져나간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말하기도 무색한 한국의 현실, 공부를 잘 해도, 아니 가장 똑똑하다는 아이들조차 대부분은 취직이 일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현실. 그 현실에 적응하려는 듯, 공부만 해야하는 아이들. 갈수록 다가오지 않는, 하지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분명한 미래, 그 미래의 파라다임이 확립되지 못한 과거의 제도와 인식, 이걸 토대로 한 어른들이 만든 세상, 그 사이에 끼어있는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 인생이 시험의 연속인 대다수의 아이들.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보고, 좋은 학교를 가려고 등록하는 학원에서 요구되는 시험을 보고, 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취업하려고 시험을 보고, 승진하려고 시험을 보고...이러다간 관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보고,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시험을 보는 것이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읽는 사람들은 더욱 깊이 그 속으로 들어가려하고, 읽지 않는 사람들은 더욱 더 멀어지는, 독서조차도 양극화인 시대.  


읽을 걸 정리하기 위해 연 페이퍼에 이런 걸 쓰고 나니 더 이상 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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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봄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4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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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섯 권, 각각 작가의 1/6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이 작품이야말로 크리스티의 자전소설이 아닌가 싶다, 안타까움과 답답함, 그 속에 숨에 있는 우리들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무척 큰 공감대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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