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각오가 무색하게시리 산에 갔더니 hazardous condition을 문을 닫았다. 최근에 너무 더웠기 때문에 산불의 위험이나 brush fire같은 것이 있었을 수도 있고 워나 가물었기 때문에 경사로 이곳저곳이 무너진 것도 봤기 때문에 뭐 어쩔 수 없다. 일찍 갔었는데 그냥 돌아와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저녁엔 걷기까지 했다.


chest/triceps/abs 56분 479칼로리

걷기 3.43마일 1시간 351칼로리


힘들고 게을러질땐 그 나름대로 어쨌든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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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이웃 - 허지웅 산문집
허지웅 지음 / 김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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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너무 많이 밖으로 다니고 놀았던 탓일까. 금요일이 힘들게 느껴지는 건 쉽지 않은데. 뭘 읽을까 고민하기도 전에 하루가 다 지나가버린 나에게 마침 최근의 주문박스가 도착했고 허지웅의 따끈따끈한 글을 읽기로 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너무 많이 나와는 다른 하지만 나쁘지 않은 사람들이라서 만나서 노는 즐거움 뒤에는 더욱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아지고 힘이 든다. 뭔가 북적대다가 잔잔하게 모든 것이 가라앉고 나면 허탈하고 허무하기 짝이 없으니 좋고 싫음을 떠나서 어린 시절부터의 고향친구를 만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이제 나에게 다시 더 집중하려고 한다. 바깥으로 사람을 만나는 건 낮의 시간에 조금씩 짬을 내서 하고 저녁과 밤, 그리고 새벽의 소중한 시간은 되도록 나를 위해 비워놓아야지 싶다. 일을 열심히 하되 이제 남은 삶은 끝없이 배우고 수행하고 기도할 수 있도록 슬슬 준비를 시작할 때가 되긴 했다.


COVID-19의 시작에서 최근 언제까지의 시간에 쌓인 묵직한 이야기들을 쉽지만 매우 지혜롭게 풀어놓았다.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았던 만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직 거기에 있기엔 너무 젊은 나이라서 더욱 사유가 깊어진 느낌이다. 


한창 그의 필력이 그를 세상에 드러내던 시절의 날카로움과 냉소(?)어린 독설의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처절하리만치 터프한 젊은 시절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속에서 쌓인 것들을 많이 내려놓았다고 하면 맞을까. 이젠 조금씩 많은 것들과 화해를 하고 조금 더 넓고 멀리 바라보는 듯한 글에서 그 또한 4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최소한이나마 이웃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이제부터 지난 한 주간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구도자의 수행을 재개하기로 한다. 되도록이면 분위기에 취해 많은 말을 하지 않고 가능하면 남의 말을 많이 듣고 생각하고 배우고자 한다. 어차피 말을 많이 직업인데 공사를 떠나 일이 아닌 자리에서는 말을 좀 아껴도 좋겠다. 묵언하심이라는 말도 있으니 그저 조용히 다른 이들의 말을 듣고 살피면 큰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다.


갑질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부대끼면서 더 많이 일어나는 듯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부자는 어차피 대우를 돈으로 사니까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다. 어떤 항공사 집안사람들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지만. 어쨌든 비슷하게 얽혀 사는 사람들끼리 role을 바꿔가며 갑을병정 놀이를 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송곳을 타인에게 찌르는 것으로 자신의 상처를 보듬는 것 같고, 그걸 대물림해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한 희망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다. 


사람이나 문명의 존속 같은 것에는 점점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그저 사는 동안 잘 살다 가야지 하는 생각만 한다. 사람에 대한 보편적인 애정은 크게 키우되 순간의 집중은 스스로에게 할 일이다. 모든 것인 자기자신과의 관계에서 시작된다고 보니까. 


내일은 모처럼 하루를 full로 제대로 보내보려고 벼르고 있다.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하이킹을 하고 책을 보다가 저녁 해질녘에 잠깐 또 걷고, 그렇게 조용히 알차게 지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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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9-10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의 뜻이 무엇인지요...? (갸웃)

transient-guest 2022-09-10 23:35   좋아요 2 | URL
지난 토요일부터 21일간 하루에 책 한 권을 읽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매일 한 권 읽으면 하나씩 빼는 의미로 그리 썼습니다 즉 어제 여섯 권을 읽은 것입니다

얄라알라 2022-09-10 2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곧 7 out of 21....항상 처음이 어렵지, 일단 반환전 돌고 나면 ~~~

대단하십니다. 응원의 박수 짝짝짝~~


허지웅님 초기(?) 글에서는 날카로운 송곳이 살아 있던데, 점점 온화해지는 것 같아요. 참 글도 잘 쓰시고요^^

transient-guest 2022-09-11 00:4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평일은 확실히 힘들던데 다음 주에도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허지웅도 유시민선생처럼 나이를 들어가면서 더 포용하고 이해하고 화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의 경우 특히 최근 큰 일을 겪으면서 많은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최소한의 이웃 - 허지웅 산문집
허지웅 지음 / 김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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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지낸 그 시간의 고통만큼 더 많이 넓어지고 따뜻해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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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3.72마일, 1시간 16분 403칼로리

운동을 하려고 비워둔 시간에 갑자기 전화통화가 몇 개 잡히고 메일을 하다보니 시간을 놓쳤다. 아프니까 자꾸 게을러지는 것 같다. 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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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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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무더위를 끝으로 이젠 가을로 들어간다고 한다. 오늘의 최고온도는 화씨 94도로 나오는데 이번 주간 화씨 111도까지 경험하고 나니 조금 나은 것 같다. 한 여섯 시 반 정도면 나가서 걸어도 괜찮을 것 같아서 오늘부터 다시 열심히 걷기로 했다. 달리기는 한번 멈추고 나니 다시 시작하는 것이 참 어렵다. 아무래도 몸이 이걸 고통으로 느끼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은데 하루키가 달리기를 멈추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내가 2017-2018년에 열심히 달리다가 중간에 다시 멈추고, 이후 다시 열심히 해서 막판 피크 때 머신에서 6마일을 계속 달리다가 다시 멈추고. 이후 COVID-19 으로 모든 것이 shutdown 된 2020년 3월부터 열심히 걷다가 달리기로 업그레이드 하고 또 엄청 끌어올려서 한번에 7마일까지 달려본 후 2021년에 다시 멈춘 후에는 좀처럼 새롭게 달리기를 할 생각을 못하고 있다. 하루키가 말했듯이 몸을 다시 만드는 것이 참 힘든 것이다. 오죽하면 수십 억씩 버는 운동선수들이 부상을 당한 후 rehab을 할 때 한 번은 가능하지만 두 번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할까. 나 또한 달리기를 다시 시작할 때마다 몸이 고통을 겪다가 조금씩 익숙해지는 그 과정의 지난함을 두세 번 정도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이다.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테마인 것은 여전히 그렇다. 하지만 이번에는 읽으면서 계속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나에겐 보였다.사실 책이야 한번 나오고 나면 그대로 계속 존재할테니 당연히 내용이 바뀌었을리가 없다. 요즘 특히 느끼지만 결국 읽는 내가 변한 탓에 같은 책이 이렇게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다. 


꾸준함을 이기는 것이 없다. 성향상 남과 싸우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승부를 내기보다는 혼자 묵묵히 자신의 시간에서 자신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즐긴다. 하루키와 나도 이렇게 비슷한 점이 있다. 물론 그는 나보다 훨씬 더 질기고 성실하게 살아왔으니 나 또한 그를 따라 성실하고 질기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계속 달려온 사람과는 달리 나이를 먹고 갑자기 무리한 달리기를 하면 무릎이 박살날 수 있으니 마라톤에 도전할 것 같지는 않지만 다시 한번 꾸준히 달려보고 싶어진다. 십 년이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으니 50대 중반의 건강은 지금부터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다.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 모두 지금의 나는 30대 중반부터의 습관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니 지금부터는 조금 더 건강하게 조금 더 절제하면서 즐겁게 열심히 살아가려고 한다.


마라톤을 달리다 못해 울트라 마라톤을 달리고 철인3종을 해내는 하루키를 보면 사람은 확실히 그 겉모습만으로는 평가를 할 수 없다. 말수도 적을 것 같고 YouTube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말투도 씩씩하다기 보다는 조근조근한 스타일 같다. 그런데 그 속에는 이런 엄청난 끈기와 수양과 절제의 결과가 들어있는 것이다. 


Boston 근교에 체류하던 95년 무렵의 하루키가 강을 따라 달리는 사진을 보니 지금부터 조금씩 꾸준하게 노력해서 달리기를 다시 살려내고 언젠가 Boston에 놀러가면 나도 한번 강을 따라 달려보고 싶다. 2018년 Honolulu에서 일주일 정도 연초에 휴가를 다녀왔는데 그때가 한창 몸상태가 좋을 때라서 와이키키 뒷 편에 있는 운하비슷한 걸 끼고 매일 5-6마일을 걷고 달린 기억이 난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나만의 달리기를 말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어제보단 낫다고 하지만 방금 점심을 사러 나갔더니 여전히 뜨거운 것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오늘은 꼭 저녁에 나가서 걷고 잠깐이라도 달려볼 것이다. 그 전에 어깨는 여전히 아프지만 압박붕대로 감더라도 아주 천천히 무리가 가지 않게 gym에서의 운동도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 주간의 막행막식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여기까지 쓰니 이 책은 또다시 달리고 열심히 살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했으니 뭔가를 배우고 느끼고 싶다면 좋은 작가의 책을 찾아 읽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물론 모든 것은 시의적절하게 필요할 때가 있으니 자계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만 워낙 사기꾼이 많은 시장이라서 자칫하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여기 저기서 가져온 걸 적당히 버무려서 그럴듯한 소리를 짓고 data로 증명하지 못하는 가정과 자기확신의 확대재생산에 놀아나기 십상이다. 무지성하게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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