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을 입으렴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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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늘도 한 권을 읽었으니 점점 더 마지막에 가까워지고 있다. 여전히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면서도 어디서 시간을 끌어내서 운동을 했고 이렇게 일곱 시 무렵부다 세 시간 책을 읽었다. 정확하고 좋은 운동을 부담을 갖고 하는 것보다는 안하느니 하자는 마음으로 쉽게 기계로 거의 모든 운동을 끝냈으니 free weight 이라고는 바벨로 이두를 조금 한 것이 전부였고 나머지는 진짜 간만에 오로지 기계로만 운동을 했는데 뭐든지 하면 나은 것이란 평소의 믿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도우 작가의 책은 지난 번에 이어 이번으로 세 번째. 추운 겨울과 시골, 동창들, 작은 가게와 작은 동네를 무대로 한 연애담과,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또 하나의 연애담, 도시가 배경이었고 누구나 선망하는 (실제로는 엄청 빡센) 직업과 그들의 무대에서 약간 식상해하면서 세 번째 책으로 넘어가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우연히 오늘의 책을 집어들다가 손이 가는대로 밝아보이지만 처연한 색 (책을 다 읽은 탓에 그리 느끼는 것이다)의 표지에 마음이 끌려 읽게 되었다. 


엄마가 집을 나가고 외지에서 돈을 버는 아빠의 손에 이끌려 시골의 이모댁으로 살러 온 여자아이의 이야기에는 내가 짐작하기로 대충 80년대 어느 즈음에서 그 아이가 나이를 먹은 2010년대 중반 정도까지 한국이 지나온 이야기가 함께 묻어있다. 시골에서 작은 분교를 다니고, 중학교를 다니고,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책을 읽고 친구를 만나고 친구보다 가장 친한 동갑내기 사촌과의 우정 이상의 사이를 얻고, 잃고, 다시 완전히 잃어버리고. 


지금으로 돌아와서 작은 가게를 하면서 지내는 곳에도 재개발 붐이 불고 가게를 넘기고 떠나면서 그간 몽유와 꿈과 가위눌림과도 같은 것들에 숨어 있는 과거 곳곳을 사람들과도 안녕하고. 시골의 소읍의 모습을 벗어나 천편일률적으로 재편된 옛 마을로 돌아와서 다시 시작해볼까 하는 마음을 끝으로 ending이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 될 것처럼 느껴지는 곳에서 아이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여정이 잠시 멈춘다. 


작가가 그려내는 사랑이야기는 어쩔 땐 나이를 먹을만큼 먹고 지천명을 몇 년 앞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기도 하지만 이번의 이야기는 쓸쓸하고 처연하고 아련하게 슬프다. 중반부를 넘어갈 무렵 적어도 한 사람은 어디로 갈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내가 짐작하듯 80년대의 어떤 시기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맞다면 시공간을 오가며 펼쳐지는, 아니 편집되는 듯 보이는 이야기는 그대로 우리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닮았다. 


하루가 가까워지면 그만큼 어려움이 늘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이어가고 있다. 내일은 또 얼마의 시간이 주어지고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아니 내일의 일과 그 외의 많은 것들을 어떻게 조화를 시켜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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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을 입으렴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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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가 읽은 이도우 작가의 작품으로는 세 번째. 앞서의 고만고만하게 감동적이고 즐거웠던 이야기와 너무 달라서 지금도 조금 멍하다. 소녀의 우정이야기? 사랑? 뭐지? 과거의 추억과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 시골 소도시의 이야기라서 뭔가 구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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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9-21 14: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워낙 책 많이 읽으시는 분인건 알았지만 이도우 작가도 읽으십니까?
저는 사서함 110호 좋아했는데 이 책 <잠옷을 입으렴>은 별로였어요. 무슨 얘기 하려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하하.

transient-guest 2022-09-21 23:21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몇년 전에 이도우 작가의 책을 처음 읽고 글을 올렸을때도 비슷한 말씀을 해주신 기억이 나네요. ㅎㅎㅎ 그만큼 남자들은 안 읽는 작가인가요? 저도 잘 이해는 못했습니다만 느낀 감상을 위주로 후기를 남겼습니다.
 

chest/tri 50분 427칼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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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마일 걷기. 15분 75칼로리.

이날 gym에 가지 못하고 이때부터 모든 일정이 꼬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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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열린책들 세계문학 16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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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아홉 시를 조금 넘어 읽기 시작해서 자정 전에 끝낼 수 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포기할 뻔 했으나 이번 주만 넘어가면 21권 Project를 완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칠 수 있었다. 오늘도 계속 이런 일정이 이어지고 있는데 매일이 가시밭길이요 지뢰밭이다.


개츠비는 그간 영문으로, 그리고 번역된 다향한 판본으로 읽었으나 열린책들의 번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무리 못해도 다섯 번 이상은 읽은 이 책을 처음 본 고등학교 때의 나에게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나서는 읽을 때마다 몇 살은 더 먹은 탓인지 더욱 절절하고 가슴에 사무치는 무언인가를 느끼게 한다. 


개츠비는 왜 데이지에 그다지도 집착을 한 것일까. 변치 않는 사랑 같은 말로는 개츠비의 집착을 다 이해할 수가 없다. 요컨데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성공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한 모든 것의 집적이자 상징이었을 것 같다. 돈을 벌고 신분을 세탁한 개츠비는 데이지를 다시 찾기 위해 막대한 부를 굴려 대저택을 데이지가 머무는 곳 근처에 마련하고 차근차근 데이지를 만날 계획을 세웠고 만났고 잠시 사랑을 다시 찾았다고 믿었다. 


결말을 파국이었고 이미 개츠비 따윈 잊은지 오래인 데이지와 죄책감을 가질 능력조차 없어보이는 뷰캐넌, 한때 화자가 잠깐 사랑한 듯 생각한 조던 베이커 등 화려한 속물의 세상의 사람들을 뒤로 하고 화자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뭔가 할 말이 많았는데 한 잠 자고 일어나서 똑같이 방방 뛰고 난리를 치는 하루를 살면서 싹 잊어버린 것 같다. 그래도 16일째 나름대로 순항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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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9-21 0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일 가시밭을 넘어가시는 의지의, 초의지의 transient님 그 의지로 무엇인들!!!
9시부터 3시간 채 안 되어 이 소설을 다 읽으셨다니 집중력도!!!!

이제 17, 18, 19, 20, 21!!!대단하세요

transient-guest 2022-09-21 11:25   좋아요 0 | URL
오늘의 책은 지금부터 읽어야 합니다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stella.K 2022-09-21 1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단하시다고 생각합니다.
일하시랴 피곤하실 텐데…
근데 전 아직 개츠비 안 읽어봤지만 웬지 님과 잘 어울리는 작품일 것 같습니다.ㅋ
저도 언제고 읽어 보겠슴다.^^

transient-guest 2022-09-21 14:02   좋아요 1 | URL
읽을때마다 늘 새롭게 뭔가 다른 걸 봅니다. 마치 포커스가 매번 바뀌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성격상 개츠비보다는 화자인 캐러웨이에 가깝습니다만 어떤 것에 매혹되어 평생을 바치고 헤어나지 못하는 개츠비에게서 매력을 느낍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