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에는 부모님과 함께 보냈는데, 그 저녁때 연말 케잌을 사러 갔다가 Santa Cruz 다운타운에 들려 이곳의 헌책방인 Logos에 잠깐 들렸더랬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만 해도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던, 정확하게는 디지털로 넘어가던 시기여서 그랬는지, 이 작은 타운에 책방이 꽤 많이 성업중이었다.  기억하기로는 다운타운에만 Logos, Literary Guillotine, Santa Cruz Bookshop, 그리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다른 서점까지 최소한 4-5개의 서점이 있었고, 조금 더 외곽으로 나가면 더욱 많은 작은 책방들이 있었다.  관광도시면서도 나름대로 유서 깊은 대학도시의 면모라고나 할까.  책을 구하러 학교와 다운타운의 서점가를 돌아다니면서 커피도 마시고 다리품도 팔고 하던 옛 일은 좋은 추억이다.  넓디 넓은 학교 건물들을 산속의 호젓한 길을 이용해서 돌아다니던 것도 각별히 맑은 공기와 자주 눈에 띄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던 사슴들과 함께 예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던 것이 차츰 서점의 대형화가 진행되면서 지금은 회사 자체가 없어진 Borders서점이 대형자본과 신축건물, 그리고 서점 내에 멋지게 차린 이층 카페를 앞세워 다운타운 공략에 나섰고, 이 때문에 작은 서점 몇 개는 영업이 어려워졌고, 때마침 몰아친 아마존의 돌풍에 문을 닫은 것으로 기억한다. 

 

그 뒤로도 dot com 붕괴, housing bubble 붕괴 두 차례, 전쟁 등등 수 많은 일을 겪으면서 종국에는 Border서점도 폐업한 다운타운에 거의 유일하게 남은 서점은 Logos였다.  Logos는 단지 헌책판매 뿐만 아니라 신간서적도 함께 팔고, 또 그리 유명하지 않은 지역문인들의 작품도 판매하며, 그 밖에도 달력이나 노트, LP, CD등 다양한 물건, 특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경우가 많은 것들을 같이 팔기 때문에 이곳에 가면 그야말로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되는 one stop shopping이 된다.  주변에 좋은 카페도 여러 곳이 있기 때문에 주차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책을 골라 인근 카페에 가서 앉으면 천국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요즘은 구하기 어려운 장정본, 그것도 어쩌면 전 시대, 책을 아끼고 모으는 것이 보편적이고 고급한 취미로 여겨지던 시절에 제본된 멋진 디자인의 책, 아트북, 그리고 어떤 분들은 특히 더 환장할 수도 있는 사진책까지 정말 다양하고 많은 책들이 한 장소에 모여있다.  CD와 LP는 또 어떤가?  맘만 먹으면, 그리고 자주 드나들다 보면 인터넷으로나 찾을 수 있는 명반들이 5-6불이라는 그야말로 헐값에 나와있는 것을 보고 소위 말하는 득템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  챗 베이커, 마일스 데이비스, 컬트레인, 스코필드, 카잘스, 굴드의 CD를 구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정확한 연혁은 모르겠지만, 대충해도 30년은 확실히 넘었고 잘 하면 4-50년은 훌쩍 넘었을 것이다.  비즈니스 하면 대도시라고 생각할 사람이 더 많겠지만, 경쟁이 적고 상대적으로 입지조건이 좋은 중소도시가 더 나은 경우를 종종 본다.  

 

일층에서 내려다 본 지하층의 풍경이다.

 

 

손전화로 찍은 사진인데도 용량이 엄청나서 그런지 이렇게 장황한 페이퍼가 되어 버렸다.  이곳은 복층구조인데, 일층과 지하로 나뉘어 있고, 장르에 따라 잘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책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작년부터인가 서점에 대한 글을 올리겠다고 해놓고서는 꾸준히 방치되던 카테고리에 글이 두 개가 되었다.  사실 Logos는 내가 워낙 즐겨 찾는 곳이라서 가장 먼저 소개할 줄 알았는데, 게으름을 피우다가 이제서야 올리게 되었으니 두 번째가 되었다는 것만해도 다행일 듯. 

 

이곳은 나에게 있어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하루에 한번씩 드나들던 때도 있었는데, 늘 무엇인가를 찾아 나오게 되었던 것을 보면 말이다.  사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게다.  책을 좋아하고 음악감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별히 찾는 것이 없었어도 사들고 나올만한 물건은 늘 있다.  이것이 낭비가 될 지 아닐지는 나만의 기준으로 판단하련다.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에 따라 책은 주기적으로 정리되어 순환되어야 할 매체일 수도 있고 벽을 가득 메운 장식품이 될 수도 있음이다.  나에게는 순환보다는 보관이 더 맘에 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지금은 비록 이리저리 분산해서 보관하는 통에 일목요연하고 멋진 정리가 어렵지만, 그래도 방 한 가득 꽉 찬 책을 보면 힐링이 되는 것은 나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름다운 지역의 서점들을 더 돌아다니면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시기이다.  나의 문제이기도 하고, 서점들이 하나 둘씩 비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사라지는 것도 문제이다.  어쩌면 이제는 서점이라는 곳은 patron들이 굳이 발품을 팔고 가서 온라인보다 비싼 값에 책을 사주면서 지켜야 하는 존재가 되어버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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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4-01-08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우와, 읽지 못하는 책인데도 책이 가득한 공간을 보면 왜 눈이 돌아가는 걸까요.. tran님 다시 한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하러 와서 보니, 좋은 글도 있고 사진도 있어 구경했는데, 인사는 지난번에 이미 한것 같은..( '')

이거 여쭤봐도 되나요, tran님은 쭉, 계속, 미국에 사신 거예요? 일단 대학은 거기서 보내셨고. 궁금해져서..

transient-guest 2014-01-08 02:44   좋아요 0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도 했는지 말았는지 가물가물하네요..ㅎ 저는 중학교 졸업하고 미국에 왔답니다. 그 뒤로는 쭉 미국에서 살았지요. 학교도 여기서 다 나오구요.ㅎ
 

음력 상의 설날은 아직 더 남았지만, 어쨌든 1월은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달이다.  이런 저런 목표들을 세우고 실행하고, 연말이 되면 또 부족한 부분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이 과정은 아마도 늙어 죽을 때까지 반복되지 않을까 싶다.  금년에는 바라는 것도 많고 해야할 일도 많으니만큼 최대한 함축적으로 줄인 10가지 목표를 세워 보았다.  크게 커리어, 비즈니스, 그리고 건강 및 개인적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어떤 것은 나의 의지와 실행만으로 이루는 것이 가능하고, 어떤 목표는 금년 한 해의 경기에 따라 좌우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목표를 세우는 것은 그것을 실행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들 하지 않는가.  목표를 세우고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지만, 최소한 무엇인가를 이룬 사람들치고 명확한 목표가 없었던 이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첫 달을 기점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열심히 열정적으로 해내는 것, 그리고 이런 자세를 꾸준히 견지하면서 나이가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세운 금년의 계획이나 목표와 큰 관련은 없지만, 늘 흥미를 갖고 있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책을 몇 권 읽게 되었다.  굳이 신년독서의 일환으로 읽은 것은 아니고 연말부터 읽던 것이 1월 첫 째 주까지 이어진 것인데, 내가 리뷰를 쓰고 독서 마무리를 찍는 기준은 책을 다 읽은 날짜라서 어떻게 하다보니 첫 몇 권이 다음의 책들이 되었다.

 

부동산 경매.  적은 돈으로 하나씩 자신만의 임대수익을 늘려 간다니 이 어찌 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점점 더 어려워지는 부동산 시장을 고려할 때, 이전의 일반가정의 투자가 아파트나 상가의 단기적인 투기성, 그러니까 짧은 기간의 시세차익을 노려왔다면, 이제는 이렇게 적인 비용으로 부지런함과 꾸준함을 바탕으로 조금씩 재산을 늘려갈 수 있는 소규모 장기투자로 바뀌지 않을까, 아니 이런 책들이 나오기 시작한지가 근 7-8년이 넘은 것을 보면 이미 그렇게 되었다고 봐야겠다.  이 책과 기존의 경매안내서들과의 차이점은 물론 저자의 약력인데, 큰 돈이나 일찍 깨인 투자 마인드는 커녕 아주 평범한 사람이 경매에 눈을 뜨고 적은 자금으로 안전하고 안정적인 투자를 이룬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특이나 돋보인다.  '길벗'이라는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는데, 이제 보니 이런 종류의 책을 많이 출판하고 기획하는 회사인 듯 하다.  경매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 주는지는 이야기 하기 어렵지만, 어려운 가운데서, 살길을 찾고, 나름대로의 법칙을 세워서 가계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착실하고 꾸준하게 자산을 늘려간 것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의 제도나 시장에 있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텍스트화해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달아오르는 서울시장에는 투자할 수 없는 소규모 자금을 갖고서도 지방의 중소도시에 눈을 돌려 21채의 임대자산을 만든 것은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이라고 하겠는데, 이런 점은 배울 수 있겠지 싶다.  사실 제목에도 끌린 점이 있지만, 이제까지 읽어본 경매관련 책들 중 가장 신선하고 있음직한 실사례와 함께 조목조목 실제로 하나씩 먼저 배운 사람의 언어로 풀어주는 관련절차와 주요단어설명도 상당히 좋다.  나의 전문분야에서의 안내서적을 기획하고 있는데,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을 다시 읽을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저자의 약력과 저자가 지은 다른 책들이 어떤 것인지 알았더라면 굳이 구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어떤 책을 읽어도 함부로 깎아내리기 보다는 한 줄, 한 단어, 한 단락이라도 배울 점을 찾아 나에게 맞춰 내면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이런 책들을 접근하기로 하여, 가급적이면 읽다 드는 생각이나 편견, 어쩌면 내 선입견일 수도 있는 생각을 하지 않고 끝까지 읽었다.

 

많은 책에서 이야기하는 아파트나 상가보다는 더욱 적은 자금으로 시작이 가능한 토지투자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이는 내가 몰랐던 부분이다.  이 역시 땅이 남아도는 미국에서는 큰 메리트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한번 정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시대를 앞서갈 수 있음은 당연한 이치다.  정확한 자료와 정보에 입각하지 못한 주변의 부정적인 충고나 사례보다는 직접 공부하고 생각해보면서 느낀 바에 따라 과감한 행동으로 옮겨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는 저자의 화두는 '역발상'과 '행동'이다.  이래서 어렵고, 저래서 어렵고, 이래저래 사연많은 주변의 만류보다는 어떻게든 원대한 꿈을 갖고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수정보완하면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은 최소한 남들보다는 더 좋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책 자체가 promotion을 위해 쓰였다는 생각을 지우기는 어렵지만, 좋은 메시지는 좋게 받아들이면 그게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 두 가지 책을 바탕으로 '본깨적'에서 다룬 간략한 Before Reading/After Reading을 해보았는데, 효과가 나름 탁월한 것 같다.  문학이나 소설에는 적용하는 것이 무리겠지만, 계발서나 이론서적 또는 다른 지식서적을 읽고 꾸준히 정리하면 좋은 데이터가 쌓일 것 같다.  

 

사람이 '돈, 돈, 돈', '성공, 성공, 성공' 하면서 살 수는 없다.  아니 도리어 이를 좇아갈 수록 잡히지 않는 것이 여자와 돈이라고 하니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은 것이 삶의 자세이다.  그러나 이런 자세를 이런 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삶을 이야기함이라고 곡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결국은 중용이 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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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01-07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돈이 들어오기를
아름다운 마음으로 빌어 보셔요.

우리는 언제나 엄청난 부자이니까요.

transient-guest 2014-01-07 09:37   좋아요 0 | URL
마음의 자세가 먼저라고 늘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해야만 좋은 과정을 거쳐 올바른 부를 축적할 수 있겠지요.
 
끝없는 밤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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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연상시키는 장치를 간파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추리소설에느 조금은 못 미치는 듯한 전개를 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생각해 보아도 역시 결론을 알기 전에 트릭을 간파하는 것은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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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부모님과 함께 보내기 위해 이번 주말에는 따로 나가서 샌프란시스코 Union Square과 인근의 Chinatown을 돌아다녔다.  쇼핑을 하지 않고서 이 부근을 구경하는 것은 대략 2-3시간이면 충분한데, 이번에도 딱 그 정도를 걸어다니면서 정신없이 도시의 경치를 눈에 담았다.  60년대 말부터 천편일률적으로 재단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는 미국사회 중산층의 상징이 되고 있는 Suburban Life는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그리 exciting하지는 않고, 어떻게 보면 매일 같은 일상의 반복때문인지 이제는 이렇게 차고가 딸린 집과 자동차, 고속도로를 이용한 출퇴근보다는 도시의 삶 혹은 이를 모방한 주상복합단지가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어떤 이들은 향후 10년 이내에는 이런 경향이 가속화되어 지금과 완전히 역전이 되면 도시에는 부촌과 함께 중산층이 이주하고 교외는 다시 빈민층이 거주하는 식으로 바뀔 것이라고도 한다.  

 

확실히 도심 한복판을 돌아다니는 것은 강한 체력과 각력이 필요하지만, 걸어다니면서 내내 볼 것이 많아 눈이 즐거운 덕에 피곤함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같은 거리라도 교외지역을 걷는 것은 가혹한 노동에 가깝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까지 한 일이다. 

 

이런 저런 high-end mall도 돌아보고, Chinatown에서 dim sum도 먹었지만, 정작 가려던 Chinatown 내에 위치한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egg custard tart집과 City Lights Books에는 가지 못했다.  빵가게는 장난이 아니게 긴 줄 덕분에 포기했고, City Lights Books는 아무래도 주차가 어려울 것 같아서 다음에 Cartrain이라는 광역기차를 타고 SF에 와서 지하철과 뮤니를 타고 놀면서 가보기로 했다. 

 

한 개인의 행위와 그의 사상과는 따로 떨어뜨려서 생각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했다.  

 

검도교사로 체육교수로 오랜 기간 활동을 한 저자의 검도사상, 건강, 철학 등은 배울 것이 많았지만, 검도와 유교적인 사고관, 무사도와 군인정신을 '일본의 정신'으로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검도예찬으로 끝나지 않고, 많은 부분에 있어 2차대전 전의 일본무부의 생각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평균적인 일본인들의 사고로 보이는데, 답답함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나를 불편하게 하였다.

 

좋은 이야기는 좋은 이야기 그대로 받아들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나 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와는 다르다고 하여 부조건 배척하면서 공감하는 부분이나 나와 같은 생각에만 고개를 끄덕이면 크게 배울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어떤 책이든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지에 좀 더 치중하여 읽는 것은 2014년 독서의 화두가 될 것이다.  계발서조차도 배척하기 보다는 냉정하게 분석하여 어떤 것을 얻을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정리하는 것도 공부로써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이야기를 접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책을 구해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지한 과학논평이나 과학계에서는 여기서 주장되는 이야기는 '의사과학'으로 분류하는데, 이 '의사과학'의 범주는 사실 기존의 과학으로 증명되지 못한 모든 현상이 포함되기 때문에 사실 일반대중의 관점에서 볼 때, 그렇게 배척할 수만은 없는 이야기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과학적인 실험에서는 동일조건에서 같은 방법을 사용할 때,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는 증명되었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할 때, 단전호흡이나 기공, 선도, 기도, 종교 등 거의 모든 현상은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비과학'이거나 '의사과학'이 된다. 

 

물이 얼마다 답을 알고 있는가 또는 저자가 정말 genuine한 실험을 통한 증명을 하였는가에 대한 논의는 기본적으로는 과학적인 증빙보다는 믿음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여기서 주장되는 것처럼 존중하고 감사하며 사랑하는 마음은 비록 세상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 마음안에서는 큰 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이런 마음을 갖고, 아니 의식적으로 갖기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마음의 평화를 얻고, 하루의 생활에 임하는 태도를 바꿀 수 있으며 이는 다시 올바르고 밝은 행동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실제로 나에게 종종 일어나는 일인데, 좋은 말씀, 기도나 말을 입에 머금고 가만히 마음을 살펴보면 심장의 박동이 차분해지거나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부분에서 가슴의 답답한 기운이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나에게는 '과학' '의사과학'의 논쟁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이다.  나에게 적용하여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면 이는 중요한 이슈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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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2-3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은 '진공'을 상황으로 놓고 따지는데,
우리 삶에서 '진공'은 없어요.
그러니 '의사과학'이든 '유사과학'이든
이런 이름을 붙여 보았자
'과학이 아닐' 수 없겠지요.

과학만으로 살아가면 삶이 메마르기 일쑤잖아요.
왜냐하면, 과학은 '사랑'도 '꿈'도 증면하지 못하니까요.
사랑과 꿈이 있는 삶은 그저
사랑과 꿈으로만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 느껴요.

transient-guest 2014-01-01 03:08   좋아요 0 | URL
다치바나 다카시에 의하면 과학은 현대 교양인이 갖추어야 할 필수지식이라고 합니다만, 저는 아직 꿈과 환상의 세계가 더 좋아요.ㅎ 물론 과학교양을 높이는 것도 독서의 큰 목표 중 하나입니다만..
 
인생의 차이를 만드는 독서법, 본깨적
박상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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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굳이 분류하자면 독서보다는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이런 종류의 책을 사는 경우는 요즘 드물다.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던 때도 있었고, 비판도 해 본 결과, 결국 읽는 사람의 자세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있고, 히로뽕 마냥 읽는 순간에만 잠깐 미래에 대한 장미빛 희망을 품게 해주는, 그러나 행동으로 도통 연결되기 어려운 마음의 마약이 될 수도 있음이다. 

 

책에 대해 소개받고 읽게 된 계기가 된 것은 '이동진의 빨간 책방'의 코너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저자의 인생유전과 함께 한 책 소개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현재 독서 경영컨설턴트인 저자는 안경사로 나름 안정된 인생을 살다가 지인의 배신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자살직전까지 갔던 인생에서 독서를 통해 완전한 U턴을 그리고 지금은 저자로, 강사로, 연구원으로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했다.  같은 계통의 김병완이란 분의 연구소에 들어가면서 방법론을 연구하고 배우면서 독서를 체계화하는 것을 통해 이를 다시 현 생활을 개선하는데 적용할 수 있었다는 내용, 다시 말하면 독서를 단순한 취미가 아닌 삶의 한 방편으로 삼아, 절박했던 본인의 상황을 역전시켰다는 내용에서 문득, 책을 많이 읽기는 하지만, 그리고 그 자체로 늘 만족한다고 여기지만, 가끔씩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는 나에게 어떤 계기가 되어주거나 내가 미처 모르던 점을 짚어줄 수 있을까 싶어 흥미를 갖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책은 무엇을 읽으라고 강권하거나 이 방법만이 최고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나아가서 분석과 공부라는 방편으로써의 독서론에서 발췌독을 권하기는 하지만, 이 역시 모든 장르의 책을 읽는것에 절대적이라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기 때문에, 다른 독서경영관련도서들과 비교할 때 상당히 좋은 균형을 갖고 있다. 

 

또한 방법론적인 가이드를 제시함에 있어 매우 꼼꼼하고 단계적인 한 설명과 구체적인 예를 통해 모호한 접근론이 아닌 바로 현장에서 시도할 수 있는 분석과 정리방법을 보여주는데, 아직도 조금은 미심쩍고, 특히 문학이나 소설에 그대로 사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서도, 계발서, 개론서, 방법론 등 무엇인가를 배우고 적용하기 위한 독서를 하는데에 있어서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밑줄긋기와 약간의 노트를 끼적거리는 것이 전부인 나의 공부독서에 다른 전기를 마련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자기계발서들이 자주 그렇듯이 이 책도 주장에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무리한 사건사실적용 혹은 살짝 비틀린 해석을 통한 사례인용 - 간혹 본말이 전도되거나 배경을 무시한 사건해석 - 이 심하지는 않지만 종종 눈에 띄는데,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자기계발서 계통의 독서는 독서라는 큰 우주의 일부가 될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모든 것을 포함하는 세계는 아니기 때문에 이를 읽고 여기서 이야기 하는 방법이 모든 독서에 통용되거나 여기서 말하는 대로만 하면 독서를 완전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서툴고 위험한 망상이다.  초보라면 읽는 그 자체에 치중하면서, 약간의 재미를 느끼면서, 조금씩 깊이 읽는 방법이나 노트하는 것을 시도하다가 다시 조금 더 높은 레벨의 배움을 추구하는 것이 좋겠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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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2-27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길로 가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요.
여러 가지를 보여주면서
스스로 찾도록 이끌 때에 비로소
길잡이가 되리라 느껴요.

transient-guest 2013-12-28 02:47   좋아요 0 | URL
그런 의미에서도 이미 앞서간 분들의 책을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입니다. 처음부터 자기만의 방법을 찾는 천재도 있겠지만, 대부분 이전의 것들을 답습하면서 이를 통해 자신의 길을 찾지요.

2013-12-30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31 0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